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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의 음악들[Lists & Charts] 2023. 3. 14. 01:14
2018년도 괜찮았습니다... 나름 즐겼습니다...
=====================올해의 앨범들=====================
Daughters - You Won't Get What You Want (Ipecac Records)
https://youtu.be/MA4ROGkskbw
몇 년간의 공백기를 깨고 새 앨범을 들고 나온 미국밴드 Daughters 입니다... 예전에는 매스코어(?) 스타일에 기반한 음악을 했던 것 같은데, 스타일을 많이 바꿔서 속도도 느려지고, 리듬도 좀 반복적으로 변하고, 대신 다양한 효과와 전자음을 더하고 분위기를 살렸습니다. 여러모로 Young Widows가 보여주었던 변화가 생각나는 앨범입니다. 불안한 느낌을 주는 음향을 배경으로 메마른듯한 보컬이 뜬금없지만 잘 어울리는 아르페지오/피아노 등등과 어우러져 있는데, 제 취향에 상당히 잘 들어맞습니다. 앨범 전반적으로 밴드가 겪어 온 다양한 경험을 기반으로 공을 들여 만들었다는 것이 느껴집니다. 엄청나게 새롭다거나 혁신적이라거나 하진 않지만, 여러가지 새로운 음악과 효과들을 나름 잘 소화해서 만든 좋은 노이즈 록 앨범입니다.
여담이지만 Rate your music 에서 엄청난 푸쉬를 받고 갑자기 2018년 앨범 1순위로 올라갔는데, 좋은 앨범은 맞지만 솔직히 그 정도까지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어째서 갑자기 주목을 엄청나게 받았는지 조금 궁금하긴 합니다.
Gazelle Twin - Pastoral (Anti-Ghost Moon Ray)
https://youtu.be/anM7ZcNBoFw
[Unflesh]로 나름대로는 잘 나갔었던 영국의 전자음악가 Gazelle Twin 입니다. 항상 느끼는 것이지만 이미지 하나는 정말 잘 뽑는 것 같습니다. 음악 자체는 잘 만들었지만 제 취향은 아니었던 [Unflesh] 때도 프랜시스 베이컨 참고한 것 같은 캐릭터 이미지는 괜찮다고 생각했는데, "Red Imp"라고 하는 이번 캐릭터도 굉장히 마음에 드는 변태적인 이미지입니다. 게다가 이번에는 음악도 마음에 듭니다. 클래식을 공부한 적이 있다고 하던데, 그래서인지 강렬한 비트 위에 리코더 같은 목관악기 소리라던가, 성악스러운 간주부라던가, 하프시코드를 연상시키는 연주라던가 하는 여러가지 재미있는 음향들이 자주 등장합니다. 흔히들 인더스트리얼/포스트-인더스트리얼이라고 부르는 장르를 기반으로 음악을 멋대로 잘 가지고 논다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고품질의 좋은 앨범입니다.
Puce Mary - The Drought (PAN)
https://youtu.be/K248GTJrpA0
덴마크에서 인더스트리얼을 하는 Puce Mary의 신작입니다. 여러가지로 포스트-인더스트리얼이라고 할 수 있는 음악을 합니다. 거의 구상음악이라던가 field recording 음악 수준으로 이런저런 효과음들을 짜집고 거기에 인더스트리얼/파워일렉트로닉스 스러운 노이즈와 불길한 보컬을 섞었습니다. Damien Dubrovnik가 운영하는 Posh Isolation 레이블에서 자주 활동하는 음악가인데, 그래서인지는 몰라도 Damien Dubrovnik와 비슷한 방향을 추구한다는 느낌을 가끔 받기도 합니다. 하지만 제게는 Puce Mary 쪽이 더 취향에 맞는 것 같습니다. 들으면 들을수록 더 직접적으로 다가오는, 공포스럽기도 하면서 황량한 느낌도 아주 훌륭합니다.. 아무래도 2010년대가 끝나는 이 시점에서는 Whitehouse처럼 폭력과 광기의 극한을 달리는 스타일은 좀 옛스러운 것이 되고, 복잡한 감정과 풍경을 그리는 이런 스타일이 최신 스타일이 되는 것 같습니다. 스피커보다는 이어폰이나 헤드폰으로 볼륨을 크게 하고 들으면 좋습니다.
Nine Inch Nails - Bad Witch (The Null Corporation)
https://youtu.be/eeJ_DzRJUI4
아직도 활동하는 NIN의 최신작입니다. 그런데 상당히 괜찮게 나온 앨범입니다. 3연작 EP의 마지막인데, 작업을 조금 더 해서 정규앨범이라고 발매되었습니다. 중간에 재즈풍의 금관악기 연주를 넣을지 말지 고민을 많이 했다고 하는데, 결과적으로는 멋지게 잘 뽑힌 것 같습니다. 트렌트 레즈너 성향상 수록곡 전체의 믹싱이나 마스터링 수준은 아주 뛰어나며, 빠른 템포로 치고 들어왔다가 구렁이 담 넘어가듯 재즈 파트로 넘어가며 마지막까지 잘 흐르는 구성도 훌륭합니다. 저는 NIN 앨범을 들을 때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항상 지루함 비슷한 감정을 느껴왔었는데, 이번 앨범은 짧아서 그런지, 물 흐르듯 잘 흘러가서 그런지는 몰라도 지루함을 의식하지 않고 잘 들었습니다. 새로운 방향에 대한 고민이 평소 갈고 닦았던 실력과 겹쳐져 좋은 결과물로 나온 앨범인 것 같습니다. 재미있게 듣고 있습니다.
올해의 앨범급은 아니었어도, 역시나 괜찮게 들은 멋진 앨범들도 몇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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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Armed - Only Love (No Rest Until Ruin)
https://youtu.be/JhmBpAlKQxo
디트로이트의 매스코어/노이즈록 밴드 The Armed의 신작입니다. 저는 그라인드코어나 매스코어 장르에 속하는 대부분의 음악들과는 잘 안 맞았는데, 이 분들의 이번 앨범은 제법 괜찮게 들었습니다. 전형적인 느낌으로 소리를 질러대다가도 갑자기 조용하게 읊조린다거나, 구린(?) 전자음향으로 때운다던가 등등 숨 돌릴 틈 없이 달려간다는 느낌을 주면서도 동시에 재미있게 들리는 변화무쌍한 부분들이 꽉 차 있다는 느낌도 받게 되는 앨범입니다. 정체를 알 수 없는 커버아트처럼, 뭔가 종잡을 수 없지만 자신만의 개성이 확고하게 잡혀 있는 앨범입니다. 뮤직비디오도 재미있네요.
JARS - ДЖРС II (self-release)
https://youtu.be/a3VHipq6jdk?t=273
러시아의 포스트-하드코어 밴드 JARS의 신작입니다. 딱히 새로울 건 없는 포스트하드코어 곡들로 구성되어 있지만, 정말 잘 합니다. 연주나, 파워나, 곡의 구성이나, 직구 타입으로 정말 잘 만든 포스트-하드코어 앨범입니다. 라이브 공연에 간다면 정말 신나게 잘 놀 수 있을 것 같은 타입의 음악을 보여줍니다. 한 20년 전쯤에 나왔으면 혁명적이었을 것입니다. 하지만 지금 들어도 아주 좋습니다. 새로운 것이 없어도 좋은 것은 좋은 것이니까요.
Himukalt - Come October (Found Remains)
http://youtu.be/efmkD1ZV7Vg
Himukalt는 네바다에 거주중인 핀란드 음악가입니다. 하쉬노이즈/파워일렉트로닉스 기반의 음악을 합니다. 좀 "젠체하는" 느낌이 있긴 한데, 리듬감이나 산발적인 강렬함 처럼 지루하지 않게 들을 요소들을 은근히 갖추고 있습니다. 밴드캠프를 찾아보면 비슷한 느낌의 음악이 엄청나게 쏟아져 나오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는데, 그 중에서는 가장 잘 들었습니다. 자신만의 느낌을 그려내려 하는 것 같습니다.
Alameda 4 - Czarna Woda (Instant Classic)
http://youtu.be/iXpUCpKm8Q8
멤버 수가 바뀔 때마다 뒤의 숫자가 바뀌는 폴란드 밴드 Alameda의 앨범입니다. 마사키 바토와 미치오 쿠리하라가 있었던 일본의 사이키델릭 밴드 Ghost에 좀 더 강렬함을 부여했다고 설명하면 꽤 잘 설명했다고 할 수 있을, 그런 느낌의 음악을 합니다. 다시 말하자면 좀 뻔한 분위기의 음악입니다만, 연주 실력도 출중하고, 반복이 지루하지 않게 느껴지도록 제법 잘 풀어냈습니다. 막상 듣다보면 빠져드는 그런 앨범입니다. 그런데 앨범의 후반부는 정말로 Ghost의 [Hypnotic Underworld]나 [In Stormy Nights]의 수록곡이라고 해도 믿을 수 있을 정도로 비슷한 분위기이긴 합니다...
Tropical Fuck Storm - A Laughing Death In Meatspace (Joyful Noise)
http://youtu.be/TueUWPhnRJQ
The Drones라는 밴드를 하던 사람을 주축으로 만들어진 호주 노이즈록 밴드의 데뷔 앨범입니다. The Drones는 조금 진지한 분위기의 밴드였지만, Tropical Fuck Storm은 결성때부터 좀 마음대로 막 해보려는 목적의 밴드여서 그런지 앨범의 분위기가 자유로운(?) 편입니다. 좀 옛스러운 스타일의 연주를 보이는 편이고, 가끔 지루해지는 포인트가 있긴 하지만, 잘 나가다가 한계를 살짝 넘어가는 보컬이라던가 "The Future Of History"같은 곡에서 등장하는 전자음악적인 표현이라던가 등등은 주목하지 않을 수 없는 부분들입니다. 그리고 몇몇 곡들은 정말로 훌륭한 노이즈 록입니다. "Antimatter Animals"에서의 광적인 여성 보컬을 처음 들었을 때는 정말로 감탄했었습니다.
하지만 앨범 커버는 정말 별로인 것 같습니다...
Black Moth Super Rainbow - Panic Blooms (Rad Cult)
https://youtu.be/2sM49BfJnYI
여전히 기괴한 이미지와 뮤직비디오를 만드는 BMSR의 앨범입니다. 전형적인 BMSR 사이키델릭의 느낌을 주는 또 하나의 앨범이지만, 분절된 리듬파트와 이곳저곳 비어있는 음향이 생각보다 익숙한 분위기 사이에서 신선하게 다가옵니다. 이런 방향으로 갈 줄은 예상하지 못했어서 그런지 괜찮게 들었습니다. 이 분들도 [Dandelion Gum] 이후로 10년이 넘은 밴드인데, 아직 건재한 것 같습니다.
GosT - Possessor (Blood Music)
http://youtu.be/NjRUjGH3MtI
솔직하게 표현하자면 "중2병"스러운 전자음악을 해 왔던 GosT의 앨범입니다. 진지하게 듣자면, 2010년대에 이런 사타니즘 컨셉은 웃기려는 장난이 아니라면 시대에 뒤떨어진 사람들이나 진지하게 고려하는 말도 안 되는 구닥다리 컨셉일 것입니다. 그런데 [Possessor]는 이 컨셉을 겉보기에는 진지하게 제법 잘 이끌어 나가고, 음악도 일관성을 유지하면서도 나름 다양한 방향을 시도합니다. 좀 더 저렴한(?) 버전의 90년대의 미니스트리나 초창기 NIN이 생각나는 EBM을 보여주다가도 갑자기 Depeche Mode스러운 느끼한 신스팝을 하는 등 이것저것 왔다갔다 하는데, 전부 꽤 잘 합니다. 옛날 생각이 나기도 하고, 처음에 기대했던 것 보다 재미있게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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