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지니아 주 리치몬드 기반의 밴드 Labradford는 '질감'과 '뉘앙스'의 대가들이다. 이들의 음악은 분위기와 세세한 디테일로 흠뻑 적셔진 풍경을 탐구하고 있는 음악이며, 여기에는 종종 '포스트-록'이라는 꼬리표가 붙기도 한다. 이 꼬리표는, 다시 말하자면 고전적인 로큰롤 악기들을 활용하여 새로운 음악을 만들어내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며, Labradford는 실제로도 그러한 시도를 하고 있는 밴드이다. 허나, 이들 특유의, 최소한으로 절제된 채로 반복되는 효과음들, 미묘한 변화를 선보이는 피아노 연주들, 그리고 슬라이드 기타 및 결과적으로 보면 단순하다고 말할 수 있을 베이스 연주는, Labradford의 음악이 전혀 지루해지지 않는 종류의 '드론'에 가까운 음악이라고도 말할 수 있게 만들어주고 있기도 했다.
Labradford의 세 사람은 뉴올리언스의 Mermaid Lounge에서 그들 특유의 조직적인 음향을 선보여 주었다. 공연에서는 Kranky 레이블의 동료 밴드 Godspeed You Black Emperor!의 멤버 두 명도 동참하여 마지막 몇 곡에서 기타와 글로켄슈필 연주로 극적인 효과를 더하기도 했다. Labradford의 공연이 관객들을 휩쓸고 지나간 직후, 나는 Mark(기타) 및 Rob(베이스)과 함께 한 자리에 앉아 이야기를 시작했고, Carter(키보드)가 나중에 합류하게 되었다.
Studygroup12> 당신들의 음악을 처음 접하게 되는 사람들을 위해서, 밴드의 음악에 대한 생각, 그리고 미학에 대해 묘사해 줄 수 있겠는지?
Robert Donne> 좀 어려운데, 기본적으로 셋이 함께 음악 작업을 할 때에는 그냥 자연스럽게 나오는 대로 곡을 만드는 식이기 때문이다, 그러니 사람들이 팝 음악 같은 것을 만들 때 할 법한 생각들과, 우리가 음악 작업을 할 때 하는 생각은, 사실 거의 같을 것이다. 아마 우리가 조금 더 '다른' 음향들에 관심이 있고, 여러 음향들을 모아 사용하는 것에 관심이 있는 편이고, 어쩌면 아주 조금 더 색다른 방식으로 사용하는 것에 관심이 있는 것일지도 모르겠지만, 나는 이 것도 확실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음향적 풍경 같은 요소들, 보다 더 느린 요소들에 대한 음악이겠지만, 우리가 하는 것의 기초에는 '팝 음악'의 기본 또한 들어가 있는 것 같다고 생각한다. 단적으로 말해서 다양한 음향들을 모아 그것들을 기반으로 정말로 단순한, 반복적인 곡을 만드는 것일 뿐이다. (웃음)
Studygroup12> 구조와 멜로디를 단순하게 유지한다는 컨셉이 밴드의 음악 작업에 전반적으로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는지? Labradford 음악을 듣다 보면 그런 컨셉이 상당히 중요한 것 같은데.
Robert Donne> 맞다, 중요하다, 그리고 그 무엇보다도 바로 그 컨셉이야말로 우리의 '미학'인 것 같다는 생각도 한다. 여러가지가 너무 바빠지는 경향이 있다... 최근 우리는 '무엇을 더할 수 있을까'보다는 '무엇을 더 뺄 수 있을까'에 더 많은 관심을 두고 레이어를 쌓고 있다. 잘 알겠지만, 들어가 있는 요소가 적을 수록 더 좋아질 수 있게 되는 법이다, 많은 경우에 그렇다. 새 앨범에 수록된 6개의 곡들 중 내가 실제로 연주를 한 곡은 한 3개 되지 않나 싶다.
Studygroup12> 정말로?
Robert Donne> 그렇다, 그게 우리의 미학인 것이다. 음악가로서의 실제 실력이 부족해서 그런 것일수도 있겠지만. (웃음) 진실을 말하자면 그렇다. 적어도, 나는 그렇다.
Mark Nelson> 천천히 연주하는 것 또한 그런 느낌이다. 천천히 시작해서 연주를 반복하다 보면 그게 이 음악의 본질이 되기도 하는 것이다.
Studygroup12> 잠시 쉬는..
Mark Nelson> 그렇다, 뭐랄까 고요하게 있을 수 있다거나, 성찰할 수 있는 어떤 '공간'이나 '구역' 같은 것을 제공하기 위해서 음악을 만드는 것 같기도 하다. 멜로디를 단순하게 그리고 반복적이도록 유지함으로써 그런 공간이 조성될 수 있게 하려는 것이다.
Studygroup12> 음악을 통해 트랜스 상태라던가, 명상적인 상태를 유도하고 싶기도 한 것인지?
Mark Nelson> 나는 뭐랄까, 아예 주의 자체를 전혀 기울이지 않는 상태를 유도하고 싶은 것 같기도 하다. 어느 정도 떨어져 있게 되었지만 여전히, 고요하게 당신에게 영향을 주고 있는 그런 상태처럼. 무언가를 완전히 의식하지 않고 있다거나 아니면 내면에만 완전히 집중하는 그런 명상적인 상태가 아니라, 그저...
Robert Donne> 어떤 면에서는, 청자의 면전에 무언가 집중해야만 하는 것을 강제로 던져주는 것 보다는, 청자로 하여금 뭔가 다른 것을 생각해도 괜찮도록 해 주는 것이 더 도움이 될 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공연에서야 문제가 될 수도 있겠지만, Labradford의 음악에 집중하지 않을 수 있는 여지가 많은 것은, 의도적인 방향이다.
Studygroup12> 무언가를 제안할 뿐이고, 사람들이 그 여백을 채우면 되는 것인지?
Mark Nelson> 우리가 바라는 건 청자를 위해 그 '무언가'를 제안해 주는 음악이다.
Robert Donne> 특정 청자들에게서 특별히 이끌어내고 싶어하는 반응 같은 건, 딱히 없다.
Studygroup12> Labradford의 음악 스타일은 우리가 지금 이야기하고 있는 요소들을 많이, 계속해서 간직해 오고 있지만, 밴드가 존재하게 된 지난 7년여의 시간 동안 음악 자체는 많은 변화를 겪어 왔다. 발매된 음악들에 대해 말하자면, Labradford의 첫 앨범과 두 번째 앨범은 상대적으로 형체가 없는 노이즈와 음향들이 이루는 구름 같은 느낌의 음악이었다면, 그 이후로는 점진적으로 더 "노래"에 가까워지게 되었다. [Labradford]의 수록곡들은 상당히 단순하고, 가끔식 장송곡(dirge)에 가깝기까지 했으며, [Mi Media Naranja]는 관현악 풍의 사운드트랙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때로는 사막 같은 느낌이다가도 또 때로는 Ennio Morricone 같은 느낌이 드는 앨범이었다. 반면, 새 앨범(역주: [E Luxo So])은 [Mi Media Naranja]와 비슷한 분위기를 여전히 가지고 있다는 점에서 한 발자국 앞으로 향한 것 같다가도, 곡들의 구조는 [Labradford]와 비슷하게 단순하다는 점에서 한 발자국 뒤로 향한 것 같기도 하다. 밴드 음향의 진화를 어떻게 보고 있는지? 이번 앨범과 [Mi Media Naranja] 사이에 위치한 Pan American 앨범은 샘플러가 두드러지는 앨범이었는데, 이 앨범이 Labradford의 두 앨범 사이를 잇는 가교 역할을 했던 것인지, 아니면 그저 내 착각일 뿐인지?
Mark Nelson> 그저 우연의 일치였던 것 같다, 아니면 세 멤버 모두가 같은 것들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것 때문일지도 모른다. 리듬 중심적인 측면처럼 보다 더 명백한 것이 아니라, 애초에 우리는 그런 명백한 걸 처음부터 지금까지 단 한 번도 해 본 적이 없었던 것 같다. 우리의 목표는 언제나 모든 것을 최대한 추상적으로, 중심을 유지할 수 있는 한 최대로 추상적으로 가져가는 것이었다. 거기에 초점을 맞췄다고 볼 수도 없겠지만, 하지만...
Studygroup12> 그렇다면 '거대한 계획'같은 건 없는 것인가.
Mark Nelson> 없다, 그저 발전해 나가는 과정일 뿐이다.
Robert Donne> 그리고 멤버들의 관심사도 변해가면서 음악도 변하게 되는 것 같다. Labradford 음악의 변화의 많은 부분이 우리가 최대한 다양한 악기를 사용해 보려고 스스로를 떠밀고 있는 것으로부터 발생한 것이다.
Studygroup12> 미니 디스크 플레이어를 가지고 있는 걸 봤는데, DAT(digital audiotape)인지? 그리고 샘플러도 사용하고 있는지?
Robert Donne> 샘플러 몇 개가 있다. 그리고 DAT는 전혀 사용하지 않는다. 스스로를 지나치게 반복하진 않겠다는 상당히 강한 목표를 갖고 작업을 해 오고 있기 때문이다. 같은 종류의 '정신'을 유지하려고 노력하는 와중에도 말이다. [A Stable Reference]를 다시 한 번 반복한다거나, 그런 비슷한 것은 하고 싶지 않다.
Mark Nelson> 멤버들의 취향이 변해감에 따라 음악도 자연스럽게 진화하고 있다. 그러니까, 나는 예전에는 온갖 종류의 기타 페달들을 가지고 즐겨 썼었는데, 점차 페달들을 없애기 시작하게 되었다, 뭔가 다른 것을 해 보고 싶어서.
Robert Donne> 만약 Labradford가 결성된 지 6개월만에 앨범을 만들었었더라면 굉장히 시끄러운 노이즈 앨범이 만들어졌을 것이다. 하지만 밴드가 발전하면서 전반적인 속도가 느려지기 시작했고, [Prazision LP]를 만들 무렵이 되어서는 그런 노이즈 음악은 하지 않게 되었던 것이다. 내가 밴드에 합류하기 전에, Labradford 공연을 자주 보러 갔었는데 그 때의 공연은 거의 Merzbow같은 느낌까지도 났던 경우가 종종 있었다.
Studygroup12> 정말인가? 와우. 생각해보니 멋진데. 또 어떤 음악들에서 영향을 받았는지? 미니멀한 음악을 만들고 있는데, 듣는 것도 미니멀한 음악들 뿐인지?
Robert Donne> 최근 몇 년간 Chain Reaction 레이블에서 나온 음악들을 정말 좋아한다. Porter Ricks. Monolake, 으으음... Pole. Pole은 Chain Reaction 레이블은 아니지만, 멋진 음악을 한다. 정말로 미니멀한 테크노지만 풍부한 공간과 무성한 음향을 가진 음악이다. 그러면서도 여전히, 굉장히 단순하게 만들어져 있고, 정말 멋지게 구성되어 있다. 이 음악들이 Labradford의 음악에 테크노 비트를 넣어보려는 욕구를 불러일으키는 건 아니지만, 어떤 측면에서는 영향을 주고 있다, 그런 테크노는 살면서 처음 들어봤으니까.
Studygroup12> 그렇군, 하지만 최근에는 여러 표면적인 소음들, 디지털 클릭음들 같은 것들을 실제로 Labradford 음악에 넣기 시작하지 않았나.
Robert Donne> 맞다, 그런 음향 효과들에 최근 들어 관심을 갖게 되었다. 컴퓨터로 음향을 만든다는 것...
Studygroup12> "포스트-록" 장르의 동시대 밴드들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는지? Godspeed You Black Emperor!야 Labradford의 '동지'라고 할 수 있을 밴드겠지만, 심지어 Mogwai의 최신 앨범도 Godspeed You Black Emperor! 느낌을 가진 앨범이었다.
Mark Nelson> 들어본 적이 없다.
Robert Donne> 나도 그 앨범을 들어본 적이 없는 것 같다...
Studygroup12> 기타 기반의 '밴드 스타일'이라는 점에서 유사성이 있는 것 같다.
Robert Donne> 많은 사람들이 Labradford와 Mogwai 사이에 공통점이 있다고 말하는데, 나는 잘 모르겠다. 실제로 들어본 적이 없다.
Studygroup12> 흠, Labradford와 Mogwai가 정말 닮았다고 말하기는 어렵지만, Mogwai의 새 앨범(역주: [Come On Die Young] 같습니다)을 들으며 Godspeed You Black Emperor!가 많이 떠올랐는데, Godspeed You Black Emperor!를 생각하면 Labradford가 떠오른다.
Robert Donne> 모든 음악이 다 그렇겠지만, 나 또한 몇몇 음악은 정말 좋아하고, 몇몇 음악은 들어본 적이 없다. [벽을 통해 Godspeed You Black Emperor!의 천둥같은 소리가 들려오는 Mermaid Lounge를 가리키며] 나는 이 사람들의 첫 앨범을 듣고 엄청나게 놀랐었다. 정말 환상적인 앨범이라고 생각했다.
Studygroup12> 바이닐 버전이었는지, CD 버전이었는지?
Robert Donne> 바이닐이었다. 조금 더 긴 CD 버전도 들어봤는데, 개인적으로는 바이닐 버전이 더 간결한 것 같았다.
Mark Nelson> 나도 바이닐 버전을 더 좋아한다. 내 취향에 더 맞는다.
Robert Donne> 나는 Low를 정말로 좋아한다. 진짜로 환상적인 밴드다. '포스트-록' 이라는 카테고리에 들어가는 밴드인지는 모르겠지만.
Mark Nelson> Godspeed You Black Emperor!가 나에게 영감을 주었던 것이 바로 이 것이다, 우리가 바로 이 시기에, 이런저런 것들을 없애버리는 방향의 길 위에 있다는 것, 우리가 계속해서 생각해오고 또 얘기해오던 것이다. 물론 Godspeed You Black Emperor!는 더 많은 것을 더한다는 방향의 힘 또한 보여주었지만 말이다.
Robert Donne> 맞다, Godspeed You Black Emperor!는 우리가 절대로 잡을 수 없을 그런 것을 하고 있다. 굉장히 장엄해져서 진짜로, 정말로 강력해지는데, 이런 방향은 우리는 단 한 번도 시도해 볼 생각조차도 안 했던 방향이다.
Studygroup12> Labradford와는 뭐랄까 정 반대에 해당하는 밴드이겠지만, Godspeed You Black Emperor! 또한 같은 방식으로 이런저런 것들을 쌓아올리는 것 같다, 그 쌓아올리는 것이 여러가지를 던져대는 게 아니라, Labradford가 하는 것 처럼 잘 배치해서 쌓아올리는 것 같은 그런 느낌이다.
Mark Nelson> 확실히 잘 짜여져 있는 밴드다. '포기한다'는 쪽으로 떨어져버리는 실수는 결코 저지르지 않으며, 언제나 어떻게 해서든지 조절하여 현실화하는데 성공하는 구조 속에서 음악을 만든다. 대단하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Studygroup12> 청중들 앞에서 연주, 즉흥 연주를 해야 할 필요성을 느낀 적은 있었는지? 지금 공연을 하는 방식과 그 모든 시퀀서들을 생각해 보면 '연주'와는 사뭇 다른 방향인 것 같아서 질문한다.
Mark Nelson> 대부분의 경우 라이브 공연과는 딱히 맞지 않긴 하다. 실제로 문제이기도 하다. 하지만 잘 들어맞게 되는 상황도 있다.
Robert Donne> 가장 이상적인 상황에서는 잘 먹혀들지만, 많은 경우에... 오늘 밤 공연도 그랬는데, 다 끝내고 무대를 내려오면서 상당히 불만족스러웠었다. 들어가야 하는 음향을 중 많은 부분이 제대로 들어가지 못했으니까.
Studygroup12> 기술적인 문제였는지?
Robert Donne> 일종의 '공간의 문제'였다.
Mark Nelson> PA(public address) 시스템이 거의 없는 것이나 다름없었다. Labradford는 서로를 듣는 것, 현재 음향을 듣는 것에 굉장히 의존적인 밴드이고, 해서 어떤 측면에서는 우리가 스스로를 궁지에 몰아넣으며 공연하는 셈이기도 하다. 무대 위에서의 소음은 거의 존재하지 않으며 앰프 두 대만 있는데, 둘 다 보통은 상당히 조용한 상태이다. 그 외 모든 것들이 모니터링 시스템으로 바로 연결되어 들어가는 식이며, 오늘 사실상 그랬던 것처럼, 그러한 모니터링 시스템이 존재하지 않게 된다면, 우리가 하는 음악은 구현이 아예 불가능해지게 된다.
Studygroup12> 이 문제 때문에 이번 공연을 짧게 끝냈던 것인지, 아니면 평소에도 짧게 끝내는 편인지?
Robert Donne> 평소에도 짧게 끝내는 편이다. 개인적으로는 이 편이 더 취향에 맞는다. 밴드를 보러 간다 치면, 아무리 대단한 밴드라고 해도 공연을 보다 보면 지치게 되는 법이니까. (웃음) 항상 느끼는 것이 첫 45분간은 최대한의 집중력으로 공연을 즐길 수 있지만 그 다음부터는 집중력이 점점 떨어지기 시작해서 돌아다니게 된다거나, 맥주 한 잔을 하게 된다거나, 아니면 그냥 누군가와 대화를 한다거나, 아예 포기하고 집에 가버린다거나 하게 되어버린다. 청중들에게 1시간 30분동안 자리에 서서 계속 집중해달라고 하는 건 좀 무리한 요구 아닌가 싶다고도 생각한다. 대부분의 경우 40분, 30분 정도의 시간이면 우리가 하고 싶은 것을 거의 다 할 수 있지 않을까 하고 희망하고 있다.
Mark Nelson> 유일한 단점이라고 한다면, 믹싱이 실시간으로 진행되는 경우에 아직 제대로 된 음향 체크가 되지 않았던 상태라면 음향들이 제대로 나오기 시작할 때 이미 공연이 다 끝나 있는 상황이 자주 발생하게 된다는 것이다. 그래서 가끔은 많이 실망스럽기도 하다. 하지만, 어쨌든지간에 우리는 모든 것들을 가능한 한 간결하게 하자는 아이디어, 흐름이 끊기지 않게 하자는 아이디어를 계속 견지하고 있는 상태이며, 오늘 밤 공연에서도 무언가 잘 되지 않았던 부분이 있더라도 음악이 멈추지 않았다면, 45분간 계속해서 끊임없이 유지되었다면, 그러면 다 괜찮은 것이다.
Robert Donne> 공연을 한다는 건 뭐랄까, 좀 이상하고 낯선 일인 것 같다. 공연이라는 걸 어느 정도는 좋아해야만 될 정도로 많이 해 오고 있기는 하지만, 언제나 항상, 어떤 측면에 대해서 우리 자신의 머리를 긁적이며 우리가 지금 하는 게 뭔지 잘 모르겠다는 느낌을 받고 있다, 아직까지도.
Studygroup12> 가끔씩 자기 자신이 하는 것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는 건, 좋은 거 아닌지?
Robert Donne> 그럴지도. 어쩌면 정말로 좋은 것일 지도 모르겠다, 우리가 100번의 공연을 한다 치면 한 10번 정도는 좋은 공연이고 나머지는 형편없었던 공연이 되는 식이다. 매일 밤마다 스스로가 정말로 훌륭했다고 생각하지 않는 편이 더 좋은 것일지도 모르겠다.
Studygroup12> 공연을 한다는 것에 대한 나름의 의문점들을 가지고 있는 것 같은데, 이러한 측면이 녹음 및 앨범 발매에도 영향을 주는 것인지? 꽤 자주 앨범을 만들어 발매하는 것 같은데. 대략적으로 1년에 1번 꼴로 앨범을 발매하고 있는 셈인데, 어쩐지 [Mi Media Naranja]라는 멋진 앨범의 뒤를 바로 이어서 [E Luxo So]라는 또 다른 훌륭한 앨범을 발매하고 있는 것 같다.
Mark Nelson> 녹음과 앨범이라는 측면이 바로 우리가 좋아하는 부분, 음악을 한다는 것에 있어 좋아하는 측면인 것 같다. 다시 말하지만, 내 개인적인 의견은 Godspeed You Black Emperor!를 보게 된 이후로 조금 바뀌긴 했다. 정말 좋은 공연을 하는 밴드에게는 무언가 엄청나게 강력한 힘이 있다. 어쩌면 우리도 앞으로는 그런 쪽으로 목표를 가지게 될 지도 모르겠지만, 아직은 녹음과 앨범이라는 부분에 더 많은 관심을 갖고 있으며, 녹음이야말로 음악을 하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공연은 때로 일종의 '타협'이기도 하다.
Robert Donne> 녹음과 앨범이야말로 우리가 가장 재미있어 하는, 가장 만족스러워 하는 작업이다. 스튜디오에 들어가, 모든 것들을 정리하고 난 다음 절친한 친구이자 지난 3번의 앨범들 모두 엔지니어링을 맡아 준 John (Morand) 과 함께 작업을 하는 것. 그는 뭐랄까 -
Mark Nelson> 왜 종이 위쪽에 Future Neighbors라고 적혀 있는 건가? (웃음)
Studygroup12> 흠... 그러니까 -
Robert Donne> 계획대로 John에 대한 질문으로 넘어가고 싶은지? (웃음)
Studygroup12> Labradford 앨범들의 엔지니어인 John Morand에 대해 묻고 싶다. Future Neighbors라는 밴드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모르지만, John이 그 밴드에 있었던 것만은 알고 있다. 어쩌다가 John과 만나게 된 것인지, 같은 지역 출신인 것 같기는 한데, 그리고 John이 Labradford의 음악에 미친 영향은 어떠한지도 알고 싶다. Cluster에게 Conny Plank가 있었던 것 처럼, Labradford에게도 John Morand가 있는 것인가?
Robert Donne> 그런 셈이 되어가고 있다. John은 리치몬드에서 오랫동안 음향 엔지니어 일을 해 오던 사람이고, 지난 수년 동안 어떤 밴드가 정말로 유명해지기 전에 앨범을 만든 적이 있다면 그 앨범은 십중팔구 John이 작업했던 앨범인 경우가 많이 있었다. 그렇게 John은 여러 리치몬드 펑크 밴드들 및 다른 밴드들과 작업하며 여러 기술들을 익혀 온 사람이었다. 그는 이제 리치몬드의 'Sound Of Music'이라는 스튜디오에서 Cracker의 David Lowry와 파트너로 일하고 있다. 멤버 모두 John과 오랫동안 알고 지낸 사이었기 때문에 한번 같이 작업해 보자는 생각이 자연스럽게 들게 되었고, 처음에는 완전 모험적인 실험이었다, 말했던 것처럼 John은 원래 펑크 밴드들, 팝 밴드들 작업을 많이 해 오던 사람이었고, 당시 우리가 하던 것과 비슷한 음악은 딱히 해 본 적이 없는 사람이었으니까. 그래서 경력보다는 오히려 John과 친한 사이였다는 것, 멤버 모두 John을 편하게 생각한다는 점이 더 컸었다. John과 작업을 더 하면 할수록 우리는 점점 더 이 공동 작업을 더 즐기게 되었다. John도 우리와의 작업을 기대하는 것 같다, 우리와의 작업에서는 그가 하고 싶은 실험들을 상당히 많이 할 수 있기 때문인 듯 싶다. 우리와 함께 작업할 동안만큼은 John은 Labradford의 멤버가 된다.
Mark Nelson> 그리고 John은 에너지도 넘치는 사람이다.
Robert Donne> 맞다, 그리고 우리가 하는 음악에 대한 John의 취향 또한 정말로 적절하게 들어맞는다.
Studygroup12> 그렇다면 시간이 흐르며 John이 보다 더 Labradford 적인 시선을 갖게 되었던 것인지, 아니면 -
Mark Nelson> John은 굉장히 열린 마음을 가진 사람이다. 우리가 뭘 하던지간에 한 번도 당황한 적이 없었다.
Robert Donne> 그냥 재밌어하는 것 같기도 하다. John은 새로운 시도를 전혀 꺼리지 않는다. John에게 싱크대 소리를 녹음할 수 있겠냐고 물어본다 치면 아마 그는 바로 "좋아, 해 보지 뭐"라고 말한 다음 싱크대 주변에 5개의 마이크를 설치해 스테레오 세팅을 완료할 것이다.
Mark Nelson> John도 스튜디오의 소유권을 어느 정도 가지고 있고, 우리가 녹음에서 해 보고 싶었던 것들을 위한 특별한 장비도 스튜디오에 구매해 두기까지 했다.
Studygroup12> 싱크대 소리를 녹음한다는 말을 했는데. Ryoji Ikeda처럼 정말로 바닥이 웅웅거리며 울리는 소리 같은 걸 녹음하는 음악가들을 즐겨 듣는 편인지?
Robert Donne> (지금 막 인터뷰에 합류한 Carter Brown을 가리키며) 저기 Ryoji Ikeda 팬이 있네.
Mark Nelson> 흠, 나도 그런 음악, 그런 아이디어를 좋아한다고 말할 수 있겠지만, 나 개인적으로 또 Labradford 음악 전반적으로 볼 때, 우리는 그러한 음향들이 '곡'이라는 맥락 안에서 어떻게 쓰여질지에 대해 관심이 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Carter가 좀 더 난해한 측면에 가장 큰 관심을 가지고 있는 멤버라고 말할 수 있겠다.
Studygroup12> 앨범이 거듭될수록 수록곡들의 제목이 점점 덜 중요해지는 것 같은데, 어째서인지? 최근 앨범 [E Luxo So]에는 사실 수록곡들에 제목이 아예 없다는 것을 암시하듯 앨범의 크레딧 목록이 곡 제목으로 등록되어 있다. 사람들의 플레이리스트를 인터넷에서 볼 때 이 곡들이 "Recorded by John Morand"같은 제목으로 올라와 있는 걸 보며, 나는 혹시 멤버들이 개인적으로 따로 붙인 곡 제목들이 있는 것은 아닐까 궁금해하곤 했었다.
Robert Donne> 일종의 농담이다. 진짜로. 곡 제목들은 우리가 앨범을 만들 때 가장 마지막으로 생각하는 부분이며, 작업을 다 끝내갈 쯤에 "좋아, 이 곡은 뭐라고 불러야 하나?"같은 질문으로 귀결되는 식이다. 멤버들의 마음 속에 이미 특별한 제목 없이 존재하는 곡에 굳이 제목을 붙인다는 게 좀 어리석은 일같게 느껴지기도 했다. 그냥 참고용으로, 작업할 때의 편의를 위해서 실없는 가제목을 붙일 수도 있었겠지만, 실제 앨범에 실을 정도로 마음에 드는 건 아니니까. [E Luxo So]에서 이런 식으로 제목들을 정했던 건 어떻게 보자면 이번 앨범의 어떠한 철학을 반영하려 했던 거라고도 할 수 있을 것 같다. 각각의 곡에 제목을 정하는 것에 큰 의미 같은 건 없다. 곡들은 스스로, 그 자체로 있는 것이다.
Mark Nelson> 앨범 패키지에 통합시키자는 게 아이디어였다. 별도의 목록이라던가 목차 같은 것이 아닌 거다.
Studygroup12> "여섯 곡이 있습니다. 제목을 한 번 맞춰보시죠."
Mark Nelson> 그렇지.
Studygroup12> 그런데 또 한편으로는, 앨범 수록곡들의 제목이 상당히 중요한 역할을 해 오기도 하지 않았나 싶다. 음악에 있어 무언가 중요한 것을 암시하는 것 같기도 하다. 특히 [A Stable Reference] 같은 경우 특별히 각각의 곡들이 가지고 있는 것들을 넘어선, 앨범 수록곡으로써의 응집력 같은 걸 강화하고 있다는 느낌마저 들었다.
Mark Nelson> 흠, 생각해 볼 만한 주제인 것 같다. 곡들이 제목을 갖는다는 것의 또 다른 한 측면일 것이다. 우리가 추구해 왔던 효과와도 연결되어 있다. 우리는, 청자들에게 특별한 방향을 제시한다는 행위를 좀 경계하고 있다.
Studygroup12> 맞다. 그러한 염려가 앨범 제목이나 곡 제목을 외국어로 짓는 것에도 반영된 것인지? "E Luxo So"는 타갈로그어인가?
Carter Brown> 포르투갈어다. 타갈로그어도 좋은 선택일 거다.
Robert Donne> 어떻게 보자면. 어쩌면 무의식적인 선택일 수도 있겠고.
Mark Nelson> 단어의 모양, 단어의 소리에 대한 것이기도 하다. Autechre가 자신들만의 언어를 거의 발명하는 지경까지 다다른 것과 비슷하다. 글자들, 소리들이 합쳐져서 만들어내는 효과...
얼마 지나지 않아 우리는 오늘 밤은 이걸로 마무리하자는 결정을 내렸고, 나는 이전까지 한 번도 직접 본 적이 없었던 밴드 Godspeed You Black Emperor!의 멋진 공연의 30-45분 가량을 놓쳐버렸다는 걸 깨닫게 되었다. 공연 전체를 놓친 건 아닐까 걱정되었지만, 다행히 그들은 Labradford의 '간결함'의 아이디어를 전부 따르지는 않는 밴드였다. 그들의 장대한 공연의 뒷 30분 가량은 볼 수 있었던 것이다. - Z