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elly Moran]
Moves in the field
ouii
2024. 5. 12. 13:41
https://youtu.be/CC4GwypexyM
[Moves in the Fiel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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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toneglow.substack.com/p/tone-glow-132-kelly-moran
Tone Glow 132: Kelly Moran
뉴욕 기반의 작곡가이자 피아니스트 Kelly Moran과 함께 그녀의 성장 과정에서 중요했던 음악 선생님들, 디스클라비어(Disklavier), Ryuichi Sakamoto, 그리고 그녀의 새 앨범 [Moves in the Field]에 대해 인터뷰를 해 보았다.
2024년 3월 17일
Kelly Moran(1988년생)은 뉴욕 기반의 작곡가이자 피아니스트로, 피아노의 음향적 가능성을 탐구하면서 여러 경력을 쌓아 온 사람이다. 그녀는 미시간 대학교에서 프리페어드 피아노(prepared piano) 및 여러 확장된 피아노 기법들에 대한 관심을 갖게 되었다. 지난 10여년간 그녀는 여러 앨범들을 발매하였으며, 여기에는 2016년의 [Optimist], 2017년의 [Bloodroot], 그리고 Warp에서의 첫 LP인 2018년의 [Ultraviolet]까지 포함되어 있다. 최근 그녀는 [Vesela]라는 EP를 2023년에 발매했으며, [Moves in the Field]라는 새 앨범이 오는 3월 29일에 발매될 예정이다. 이 두 앨범에서 그녀는 피아노라는 악기의 보다 더 깊은 감수성을 다루고 있으며, 그 어느 때보다 더 절제된 모습을 보여주면서도 동시에 디스클라비어로 무엇을 할 수 있을지에 대해 탐구하고 있기도 하다. 2024년 3월 14일, Joshua Minsoo Kim이 Moran과 Zoom으로 만나 그녀의 삶을 송두리째 바꾸었던 음악 선생님들, 음악이 가지고 있는 치유력, 애시드 트립(acid trip)의 장점과 한계 등등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Joshua Minsoo Kim> 오늘 스튜디오는 어땠는지?
Kelly Moran> 괜찮았다. 도착하자마자 노트북 충전기가 고장나서 바로 애플스토어에 가서 새 충전기를 사와야 했었다, 그래야 노트북하고 디스클라비어를 연결할 수 있었으니까. 나는, 뭐 그렇겠지, 당연히 오늘 이런 일이 나에게 일어나겠지 같은 생각이었다. 지금은 새 앨범 발매 공연 및 투어를 준비하고 있는 중이다. 지난 주에는 뮤직비디오 후처리 작업에 매진했었고, 그래서 비디오 촬영 이후로는 오늘이 처음으로 피아노 연습을 하는 날이다. 다시 연주하게 되니 정말 좋다.
Joshua Minsoo Kim> 인스타그램 라이브를 하는 걸 봤었다. 그런 라이브 공연을 하는 게 어떤 느낌인지?
Kelly Moran> 솔직히, 인스타그램 라이브를 하는 건 정말 불편했고 정말 어색하고 이상한 느낌이었다 (웃음). COVID 락다운 시기에 인스타그램 라이브를 한 번 했었는데, 그 때는 말 그대로 모든 사람들이 인스타그램 라이브를 하고 보는 시기였는데, 나는 내 침실에서 공연을 하는 거였다. 정말 많은 사람들이 참여해서 봐 줬었는데, 어째서인지 영상을 저장도 못 했고 내 공연에 달렸던 댓글들도 하나도 못 봤었다. 그 공허함, 그러니까 라이브를 해 보긴 했지만 공연이라는 것에서 재미있는 부분은 하나도 경험하지 못해버린 공허함을 느꼈다. 한번 더 해서 댓글도 읽고 참여해 준 사람들과 더 많이 소통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고, 그래서 몇 주 전에 거의 즉흥적으로 인스타그램 라이브를 하자고 결정했지만, 좀 더 많은 노래가 공개될 때 까지만 기다리자는 판단을 했다. 오늘 "Sodalis"의 뮤직비디오를 공개했으니, 여기에 작은 이스터 에그를 하나 더하고 싶었다.
한동안 소셜 미디어를 사용하지 않았었다. 내 자신과 관련된 것들을 공유한다는 측면에 대해서는 자의식이 거의 없는 쪽이기도 했고, 가끔 내 이야기를 풀어놓을 때에는 대체로 즉흥적으로 진행하는 편이었다. 이제는 모든 것을 지나치게 많이 생각하는 편이 되었고, 안 그러려고 노력하는 중이다. 오늘은 앨범을 발매하기 위해 내가 그렇게까지 편안하게 느끼지는 않는 일들을 하려고 스스로에게 압박을 넣는 중이다. 레이블에서는 "사람들에게 너의 삶의 편린을 조금이나마 보여줘야 돼!"라는 식으로 말해왔다. 그리고 그런 건, 나에겐 자연스럽게 하긴 힘든 쪽의 일이다, 그래서 좀 어렵다. 방에 혼자 앉아서 카메라를 향해 말을 하다 보면 뭐랄까 곡 연주를 막 마쳤는데 박수 소리가 하나도 들리지 않는 것 같은, 그런 어색하고 이상한 느낌이다. "음, 좋았었다면 좋겠네요!"같다고 해야 할까 (웃음). 사람들이 즐겼기를 바란다.
Joshua Minsoo Kim> 공연할 때 앞에 관객들이 있다는 것이 어떤 중요한 의미를 갖는 것인지? 당신에게 관객들이란 무엇을 해 주는 존재인가?
Kelly Moran> 모든 것을 주는 존재다. 말 그대로 모든 것을 바꾸어 주는 존재이며, 모든 것이 너무나도 특별하게 느껴지도록 만들어 준다, 내가 그저 나 자신을 위해서만 하는 것이 아니게 되니까. 지난 몇 년간 이 주제에 대해 계속해서 생각해 왔었다. 예술가로써 나는 가끔씩 나 자신이 굉장히 자기중심적인게 아닌가 하는 기분을 느끼곤 한다, 기본적으로 내가 느끼는 감정을 전달하고, 작품을 만들어 내 감정을 표현하려 하는 것이기 때문에. 아무도 내 공연을 보러 오지 않거나 내 음악을 듣지 않는다면 그냥 작품을 만드는 행위 자체가 전부인 거라고 스스로에게 말하곤 했었는데, 지금 와서 보니 그건 그저 그 누구도 나에 대해 신경쓰지 않는다는 생각을 견뎌내기 위한 일종의 자기방어적인 대처였던 것 같다. 사람들이 내 음악을 듣기 시작하고, 내 공연을 보러 와 주기 시작하면서 나는 공연장에서의 소통과 교감이야말로 가장 중요한 것이라는 걸 깨닫기 시작했다. 나는 당신을 위해서 이 일을 하고 있는 것이다, 그냥 스스로 연습만 하는 것이 아니다. 나는 당신을 위해서 이 음향들을 실시간으로 만들어내고 있는 것이다.
여러 페스티벌에서 공연을 하고 있는데, 이 공연들이 단순히 내가 사람들에게 지시를 내려서 악기를 연주하는 게 아닌 음향을 뱉어내도록 만드는 그런 느낌의 공연이 아니길 바라고 있다. 우리 모두가 같은 공연장에 있고, 내가 당신을 위해 음향을 만들고 있을 때, 나에게 무언가 말할 수 있는 것이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 당신은 내가 첫 공격에서부터 마지막 해방까지의 음향을 조각하고 있는 것을 듣고 있으며, 당신 또한 이 음향 작품의 일부가 되는 것이다, 내가 이 공연장의 에너지를 느끼면서 언제 페달을 올려야 하는지, 언제 곡을 풀어내어 날려야 하는지, 언제 더 많은 것을 내어야 하는지를 알게 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당신은 모든 것을 함께 느끼고 있으며, 나는 이러한 집단적인 느낌이야말로 예술에 의미를 부여하고, 예술의 강력한 힘을 발휘할 수 있게 해 주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러한 연결이야말로, 나에겐 너무나도 중요한 것이다. 그리고 그래서 인스타그램 라이브에서 굉장히 실망했던 것이기도 하다 - 그 '에너지'를 느낄 수 없었기 때문에.
Joshua Minsoo Kim> 관객 앞에서 처음으로 공연했던 때를, 그리고 공연이라는 것의 공동체적인 측면에서의 기쁨을 느꼈던 순간을 기억하는지?
Kelly Moran> 피아노는 정말 어렸던 시절부터 연주했었다, 재밌는 건 가족이나 친구들이 오면 부모님께서 "Kelly, 우리에게 피아노 좀 쳐줄 수 있겠니"라고 말하시곤 했고, 그러면 나는 연주를 시작했는데, 그러다가 누군가가 말하는 소리가 들리기만 하면 나는 바로 뒤로 돌아서 말하는 사람들을 똑바로 바라보고는 "저기요, 저는 지금 당신들을 위해서 연주하는 거에요. 내 감정과 내 재능을 당신에게 드리고 있는 것이니, 최소한 저에게 집중은 해 주세요"라는 눈빛을 보내곤 했었다는 것이다. 그러니까 나라는 사람은 어렸을 때 부터 이미 연주를 할 때 모든 사람이 함께 하고 있는 거라는 욕구를 느끼고 있었던 것이다. 만약 나와 함께 하지 않는다면, 연주가 애초에 제대로 될 수 없는 거다. 그리고 그 에너지를 말 그대로 느낄 수 있었다. 정말 어렸을 때 부터, 나는 연주라는 것이 집단적인 경험이 됨으로써 더 많은 의미를 가질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던 것이다.
고등학교 시절 독주회나 연주회에서 공연을 하는 등, 솔로 연주자로써의 초창기 공연 경험들을 통해 나는 내가 얼마나 준비되어 있는 사람이었는지에 대해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다. 나는 음악을 정말로 내면화시킬 수 있었다. 스스로를 위해서 혼자 무언가를 연주할 때와 다른 누군가를 위해서 연주할 때는 서로 정말 다르다. 코르티솔이 치솟아 오르고 몸의 움직임이 조금씩 달라지는데, 누군가 다른 사람이 있을 때야말로 내가 실제로 얼마나 잘 연주할 수 있을지에 대한 진정한 시험대가 되는 것이기도 하다. 그러니까, 나는 나 혼자서 이 곡들을 잘 연주할 수 있다는 걸 알지만, 누군가 다른 사람이 있게 된다면, 그 압박감은, 내가 항상 활용하고 있는 압박감이다. 나는 그 다른 사람들에게도 특별한 무대를 만들어주고 싶다.
Joshua Minsoo Kim> 흥미로운 것이, 당신의 음악을 듣다 보면 어떠한 '진지함'이, 마치 지금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는 그런 느낌이 들게 된다. 완벽주의자적인 마음가짐으로 피아노에 접근하고 있는지? 가능한 한 최고의 피아니스트가 되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것인지?
Kelly Moran> 절대로 아니다. 예전보다는 지금이 조금 더 그런 쪽에 가깝기는 한 것 같지만. 어린 시절에 나에겐 그냥 피아노를 연주하고 싶다는 의욕도 강하긴 했지만, 부모님께서도 무조건 잘 해야 한다며 엄청난 압박을 주는 타입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우리 가족들 중 그 누구도 음악가가 아니다, 나는 어느날 TV에서 피아노를 연주하는 한 사람을 보고는 그냥 뭐랄까, 무작정 엄마에게 피아노를 사달라고 했었을 뿐이었다. 그리고 엄마는 내 응석을 바로 받아 주셨었다(웃음). 언제나 음악을 만들고자 하는 동기로 가득 차 있었는데, 내 생각에 이 의욕의 대부분은 음악이 나에게 있어 일종의 자기 위안의 수단이 되었다는 사실에서 기인했던 것 같다. 어린 시절 나는 힘든, 폭풍같은 나날을 여럿 겪었었는데, 이 때마다 피아노 연주에서 정말 많은 위로를 받았었다. 무언가를 달성하려던 거라거나, 완벽주의적인 접근이었다거나 하는 것이 아니라 - 그냥 재미있고 즐거웠기 때문이었다. 12살이 되었을 무렵 나는 한 가창 선생님의 반주자로 피아노 연주자로써의 첫 직업을 얻을 수 있었다. 그 때 시간당 $10 정도를 벌었는데, 2001년 당시에는 정말로 큰 돈이었다.
Joshua Minsoo Kim> 12살에 그 정도라면 꽤 놀라운 수준의 시급이다.
Kelly Moran> 그 당시 나는, 맙소사, 진짜 엄청난 돈이잖아! 같은 생각이었다. 그냥 연주만 하는 걸로 이 정도로 돈을 벌 수 있다고? 다른 일은 할 필요도 없잖아? 그래서 나는 아주 초창기 시절부터 내가 할 수 있고 또 재미있는 일이 무엇인지를 알게 되었다! 하지만 또 동시에, 내가 일했던 그 가창 선생님은 사실상 절반은 가창 선생님, 절반은 테라피스트였던 사람이었다. Lynn Winters라는 분이셨는데. 학생들이 수업을 들으러 와서는 첫 30분 정도는 그냥 소파에 앉아 이야기를 했다. 어린 여자애들과 10대 소녀들이었는데, 인생에서 힘든 시기를 겪고 있는 아이들이었고, 수업에 와서 눈물을 흘리며 사춘기, 신체 문제, 부모 문제, 남자아이 문제 등에 대해 토로하곤 했었다. 가슴 속에서 이 모든 고민들을 꺼내서 가창 선생님에게 털어놓았던 것이다, 그 아이들에게 Lynn이야말로 '안전한 어른'이었기 때문에. Lynn은 그 아이들이 기대어 모든 고민을 털어놓을 수 있을, 일종의 어머니와 같은 존재였다.
그래서 매 주 토요일마다 7번 정도의 수업이 진행되었고, 나는 Lynn의 집에 있는 피아노 앞에 앉아 있었다. 학생들이 차례대로 들어와 숨을 내쉬면 Lynn은 그들과 함께 문제를 해결해 나갔다. 그 후 학생들은 일어나서 노래를 불렀고, 그 때 나는 학생들의 마음 속 무거운 짐이 덜어졌다는 걸 확실하게 볼 수 있었다. 이 경험을 통해 나는 음악이 치유의 한 형태가 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음악은 단순히 내가 돈을 벌거나 재미를 느끼는 수단인 것만은 아니었다, 음악은 사람들이 자신의 감정들을 돌아보고는 이제 안전하고 괜찮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는 수단이 되기도 하는 것이었다. 이렇게나 어린 시절부터 음악의 치유적 역할에 대해 보고 알게 되었던 것은, 우와, 진짜 재미있으면서도 정말 좋은 기분이 드는 일이었으며, 음악이라는 것이 이러한 치유의 공간을 만들어낼 수 있는 것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는 일이었다 - 이 모든 것들이, 콘서트 피아니스트가 되는 것 보다 훨씬 더 매력적으로 느껴졌다.
나는 하루에 8시간씩 연습에 매진하면서 클래식 음악가가 되고 싶어하는, 그런 학생이었던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다. 그렇게 되기에는 이미 너무 많은 종류의 다른 악기들도 다루고 있었다. 자라면서 여러 악기들을 모으게 되었는데, 피아노로 시작했지만 그 다음에는 클라리넷, 오보에, 베이스, 기타, 아코디언도 연주했었다. 이 악기들을 전부 모아서는 항상 한 악기에서 다른 악기로 이리저리 옮겨다니곤 했다. 나는 그냥 음악을 사랑했다. 피아노를 연주하다 보면 혼자서 연습하는 시간이 정말 많아지게 되어 상당한 고립으로 빠져들 수도 있지만, 그 모든 다른 악기들을 통해서, 나는 다른 사람들과 함께 연주하는 법을 배울 수 있었다.
Joshua Minsoo Kim> 전부 정말로 놀라운 이야기다. 선생님이 그렇게 했다는 게 정말로 놀랍다. 그 과정에 대한 선생님의 신뢰가 정말 엄청나기도 하고, 당신이 12살이라는 어린 나이에 그 과정 속에 자리에 앉아 있을 수 있었다는 것도 정말 놀라운 이야기다.
Kelly Moran> 찾아오던 학생들 중 많은 사람들이 나와 함께 학교를 다니던 사람들이었기에, 정말 신기하고 말도 안 된다는 생각도 드는 경험이었다. 몇몇은 내 친구들이었고, 몇몇은 내가 모르는 사람들이었지만, 어쨌든지간에 나는 피아노 앞에 앉아서 모든 것을 옆에서 듣고 있었다. 하지만 재미있기도 했던 것이, 학생들이 들어 오면 내 역할은 그냥 그 자리에 가만히 앉아 조용히 응원하고 도와주는 역할이었으며, 그래서 나는 옆에 앉아서 조용히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던 것이다 (웃음). 사람들이 마음의 문을 그렇게나 쉽게 열어젖혀 주었던 것이, 정말 멋진 경험이었다. 이 경험의 일부가 된다는 느낌이 좋았고, 또한 이게 내가 처음으로 경험했던 테라피이기도 했다. 그러니까, 12살때는 테라피가 뭔지는 정확히는 모르고 있었지만, 그게 정말 특별한 거라는 건 알 수 있었다.
Lynn은 모든 사람들에게 큰 의미가 되는 선생님이었다. 언젠가 한 소녀 학생이 왔었는데, 그 여학생은 중학교 1학년인가 2학년인가 정도였고, "살이 너무 쪘어요, 배가 너무 뚱뚱해요"라고 말해 왔었다. Lynn은 말 그대로 가장 아름답고, 밝고, 카리스마 넘치는 여성들 중 한명이었다. 그냥 그런 삶의 방식을 가진 사람. 딱 봐도 사람들이 자기의 모습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에 대해서는 좆도 신경쓰지 않는, 그런 사람. 그리고 나는, 이 말을 평생 잊지 못할 것이다: Lynn은 벌떡 일어서서 자기 뱃살을 잡고는 말했다, "오, 배 때문에 예쁠 수 없다고 생각하는 거야? 우리는 여성이야. 생명을 품을 수 있는 존재지. 어째서 우리 배에 지방이 있는 지 알아? 이 곳에 생명을 품을 거니까! 그러니까 자랑스러워 해야해! 그 어떤 누구라도 너에게 너의 몸이 부끄럽다는 생각이 들게 하도록 내버려두지 마!"
그리고 나는 12살짜리 꼬맹이었고, 이 말을 듣고는, 우와, 같은 생각을 했었다. 내가 청소년기를 보냈던 시기는 100칼로리짜리 간식 팩이 유행하던 시기였고, Nicole Ritchie가 유행하던 시기였다. 그 때 한 여성이 "우리는 여성이잖아! 우리는 애초에 배에 지방이 있어야만 한다고!"라는 말을 하는 것을 듣는 건, 정말로 고무적인 경험이었다. Lynn은 나에게 엄청난 영향을 준 선생님이었다. 어쩌면 Lynn 덕분에 내가 이렇게나 감정적으로 열려 있는 사람이 된 것일지도 모르겠다 - 나는 언제나 음악이란 무언가 '안전한 것'이라고 생각해 왔다. (참고로, 나는 밀레니얼 시대의 여성들 중 'Weight Watchers'(역주: 다이어트 관련 상품 및 서비스를 제공하는 미국 기업)와 Paris Hilton 팝 문화 아래에서 자라며 겪은 PTSD로부터 자유로운 사람은 결코 많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
Joshua Minsoo Kim> 우와, 거의 전설인데.
Kelly Moran> 그렇다. 정말로 대단한 분이었다. 그리고 그게 바로 내 첫 번째 직업이었다, 그래서 나는 다른 직업 같은 건 전혀 가지고 싶지 않게 되었다. 뭐랄까 치트키를 쓴 것만 같은 기분이었다 (웃음).
Joshua Minsoo Kim> 어린 시절 힘든 일을 좀 겪었기 때문에 피아노 연주에서 위안을 찾았다고 말했었는데. 이 일들에 대해 Lynn과 개인적으로 이야기한적도 있었는지?
Kelly Moran> 물론 그랬다. Lynn은 내 인생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들에 대해 자유롭게 터놓고 말할 수 있는, '안전한 사람'이었다. 나는 아이들이라면 누구나 부모님과의 사이에서 제각기 서로 다른 문제들을 갖고 있는 법이라고 생각하는데, 그래서 비밀을 털어놓을 수 있는 또 다른 사람이 있다는 것은 - 정말로 멋진 일이다. 지금껏 살아오면서 나는 가능한 모든 종류의 음악 선생님들을 만나 왔었다. 그리고 Lynn은 내가 진심으로 영향을 받았던 첫 선생님이었다 - 피아노 선생들이 아니라, 이 가창 선생님이 말이다 - 하지만 나는 말 그대로 나를 스토킹하던 선생들도 만났었고, 나에게 성희롱을 하는 선생들도 만났었고, 나에게 역겨운 것들을 말하는 선생들도 만났었다, 하지만 나는 Lynn의 마법과 추진력을 이미 어린 시절에 겪어 봤던 사람이었고, 그래서 나는 단 한 번도 내가 음악을 제대로 할 수 없을 거라는 의문을 가지지 않고 나아갈 수 있었다. 이 인간들 진짜로 나쁜, 정말 해로운 인간들이구나 같은 생각은 안 했다 - 좆같은 사람들은 어디에나 있고 어느 직업에도 존재하지만, 음악에는 정말로 좋은 사람들도 존재하며, 그 사람들은 정말로 특별한 사람들이다. 긍정적인 면이 부정적인 면보다 더 많았던 것이다.
Joshua Minsoo Kim> 그렇다면, 그 다음으로 당신에게 큰 영향을 준 선생님은 누구였는지? 이 계보에서 다음에 등장하는 인물은 누구인가?
Kelly Moran> 다음으로 등장하는 사람은 Shiahnuo Wong이라는 정말 놀라운 피아노 선생님이었다. 그녀는 나를 진심으로 믿어주었고, 그녀의 피아노 선생님이었던 Manhattan School of Music의 Phillip Kawin의 레슨을 받을 수 있게 도와주었다. Phillip은 환상적인 피아니스트로 Robert Schumann의 뛰어난 해석가로써 저명한 사람이었다. 그는 말 그대로 최고였다. 너무나도 훌륭해서 내가 배움을 청하기엔 좋지 않을 정도인 사람이었는데 (웃음), Shiahnuo가 레슨을 받을 수 있게 해 주었던 것이다. 이 경험을 통해 클래식 음악가로써의 능력을 기르는 데에 많은 도움을 얻을 수 있었다.
피아니스트로써의 나에게 가장 큰 영향을 주었던 사람은 대학교 시절 교수님이었던 Stephen Rush였는데, 그에게서 프리페어드 피아노(prepared piano) 및 온갖 현대음악에 대해 배울 수 있었다. 그는 내 사사(tutelage) 여정에 있어 커다란 별과 같은 사람이었다. 교수님으로써 Stephen은 나에게 가장 실험적인 수업들을 가르쳐 주었다, 지금이라면 상상도 못할 정도였다. 나에게 "4명의 미치광이들"이라는 수업을 해 주었는데 이는 Olivier Messiaen, Pauline Oliveros, Sun Ra, John Cage를 가리키는 말이었다. 그는 뭐랄까 이런 사람이었다, "가장 미쳐버린 음악을 들려줄테니 정신줄 잘 잡고 있으라구". (웃음) 그는 나에게 온갖 현대음악 작품들을 가르쳐 주었고 나는 말 그대로 그 물결에 완전히 휩쓸려버렸다. 그리고 매 학기가 끝날 때마다 Stephen은 무용과에서 불법적인 공연을 열어 John Cage의 소나타와 전주곡들을 연주했었다. 음악과에서는 프리페어드 피아노 공연이 규정상 불가능했는데, 무용과에는 그런 규정이 없었기에 Stephen이 무용과까지 가서 규칙을 우회해 공연을 했던 것이었다. 그 공연을 처음으로 본 나는, 우와 이거야말로 내가 지금까지 들어 본 것들 중 가장 멋진 음악인데, 같은 생각이었다. 나는 Stephen이 아는 모든 것들을 배우고 싶었다.
Stephen은 피아노 교수가 아니었다 - 그는 음악 기법 학과 소속이었다 - 하지만 그는 피아노를 전공했던 사람이었고, 피아노 관련 학위도 여럿 가지고 있었다. 그리고 나는 University of Michigan에서 클래식 피아노 및 기법을 배우고 있는 학생이었다. 2학년이 지나갈 무렵 나는 피아노 관련 학점은 전부 수강했기에 "필요한 건 다 했는데, 그러면 현대 음악을 가르쳐 줄 수 있는 Stephen에게 피아노 레슨을 받아서 학점을 채울 수는 없는 건가?"같은 생각을 했다. 이 요청에 대해 3명의 학과장들에게 서명도 받았었는데, 학교 측에서는 거부했다! 학교 측에서는 그런 음악을 배우는 것에 학점을 줄 수는 없다는 입장이었다. 나는 그저 현대 피아노 음악을 배우고 싶었을 뿐이었는데, 지난 50~75년간 만들어진 음악들에 대해서, 하지만 학교 측은 그런 걸로는 학점을 인정해 줄 수 없다는 것이었다.
그렇지만 Stephen은 나에게 수업을 해 주었다 - 나는 학점을 받지 못했고, 그 또한 수업료를 받지 못했지만 말이다. 그는 그저 진심으로, 친절함으로 나에게 가르쳐 준 것이었다. Stephen이 말하길, "네가 이런 음악을 진심으로 배우고 싶어한다는 걸 알겠고, 내가 너에게 가르쳐 줄 수 있는 굉장히 특정한 주제들에 대한 지식을 가지고 있는데, 네가 흥미를 갖고 있으니, 이 지식을 너에게 전달해 줄게." 그는 1년동안 나에게 공짜로 피아노 레슨을 해 주었고, 그 레슨이 끝날 무렵 나는 John Cage, George Crumb, John Adams의 곡을 연주하는 독주회를 열 수 있었다. Stephen은 나에게 온갖 확장된 기법들에 대해 가르쳐 주었고, 그에게 가르침을 받으며 나는 피아노를 가지고 개판을 치는 거야말로 내가 해야 할 일이라는 확신을 하게 되었다 (웃음).
Joshua Minsoo Kim> 나는 당신을 프리페어드 피아노 연주자로 알고 있었다. 물론 지금은 분명히 다른 종류의 작업들을 하고 있지만, Stephen과 함께 했던 레슨들, 그리고 2018년의 [Ultraviolet] 같은 앨범들을 생각해 볼 때, 당신의 커리어의 궤적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궁금하다. 작품 활동이 어떻게 발전해 왔는지?
Kelly Moran> 대학교에서 프리페어드 피아노를 연주하긴 했었지만, 2016년 이전까지는 프리페어드 피아노로 뭘 해 보려는 시도를 직접적으로 한 적은 없었다. 그 때 까지만 해도 나는 John Cage에 대한 존경심이 너무 커서 뭐라도 만들면 곧바로 Cage의 작품과 내 작품을 비교해버리게 되어버릴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그냥 Cage가 다 하게 내버려 두자." 같은 생각이었다. (웃음) 프리페어드 피아노 말고도 내가 탐구할 만한 기법들이 정말 많다고 느끼기도 했고. 대학교 첫 개강의 첫 주에, 교수님들 중 한 분이 나에게 "기타의 EBow(역주: 주로 기타에 사용하는 장비로, 전자기 유도를 활용하여 현을 진동시키는 도구)에 관심이 있다고? 그거 피아노에도 쓸 수 있어!"라고 말해주었는데, 이 때부터 피아노 내부의 현을 이용해서도 음향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닫기 시작했었다.
대학교 시절 나는 확장된 피아노 기법 연주들을 샘플링하여 나만의 디지털 악기를 만들어내는 것에 푹 빠져 있었다. 마이크를 설치하고는 피아노 안쪽으로 들어가서 모든 현을 하나하나 다 건드려 본 다음, MIDI 컨트롤러로 보내서 각각의 음에 설정되도록 만들곤 했다. 이 MIDI 컨트롤러를 연주하면 피아노 안쪽으로 트리거 신호가 가서 마치 내가 직접 그 현들을 건드리는 것 같은 효과가 발생했고, 이 걸 가지고 연주를 정말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한다거나, 모든 화음들을 연주한다거나 하는 게 가능했다. 그래서, 초창기에 나는 이렇게 피아노로부터 음향을 만들어내는 온갖 방법들을 전부 생각해내는 데에 남은 인생 전부를 보낼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냥 재미로 말이다. EBow를 피아노에 사용할 수도 있고, 현을 직접 튕겨볼 수도 있고, 약음기를 달아볼 수도 있고, 샘플링을 할 수도 있고, 거기에 그래뉼러 합성(granular synthesis)을 적용할 수도 있다. 한때는 왜곡된 피아노야말로 내가 세상에서 가장 좋아하는 것이던 시기도 있었다, 작곡 수업들 중 하나에서 '왜곡된 피아노는 Kelly 거'라는 농담도 돌 정도였다. 피아노는 화성적으로 너무나도 풍부한 악기이고, 해체하는 방법, 그리고 그 후 너무나도 다양한 것들에게 필터링을 적용할 수 있는 방법이 너무나도 많이 존재하고 있다. 아직도 나는 계속해서 이로부터 영감을 받고 있다.
어렸을 적, 클래식 작품들을 연주하다 보면 나는 "이건 예전에 이미 다 끝난 작품이잖아. 누구라도 할 수 있겠지"같은 생각을 하곤 했다. 나는 무언가 다른 것, 오로지 나만을 위한 것을 하고 싶었다 - 개인적으로 더 큰 흥미를 느끼는 무언가를. 최근 한 친구가 연락해 와서 어떻게 지내냐고 하길래, 나는 이렇게 답신했었다, "신경증적인 피아노 작품을 만드느라 미칠 것 처럼 바쁘다." 그러니까, 정상적으로 잘 적응한 인간의 행동일 뿐이다 (웃음).
Joshua Minsoo Kim> 피아노를 배운 후 다른 악기들도 배웠다고 말했는데. 다른 악기 연주 경험이 피아노에 대한 접근법에도 영향을 끼쳤다고 생각하는지? 그러니까, 만약 그 다른 악기들을 연주해 보지 않았더라면 피아노와의 관계도 달라졌을 거라고 생각하는지, 아니면 둘은 서로 완전히 별개의 문제라고 보는지?
Kelly Moran> 별개인 것은 전혀 아니다. 현악 베이스를 연주하게 되었던 건 초등학교 4학년 무렵이었는데, 오케스트라에 베이시스트가 필요한데 내가 키가 큰 사람이었어서, 그냥, 뭐 좋아요 같은 식이었다 (웃음). 더블베이스를 현악으로 연주하는데, 그러다가 깨닫게 되었던 순간이 기억난다, "아, 이거 피아노 내부 현도 활로 연주할 수 있겠는데." 악기들을 배우다 보면 몇몇 특정한 것들은 다른 악기들에도 그대로 적용할 수 있다. 현악기에서 배음을 연주하는 법을 배워 보면 피아노에서 배음을 연주하는 것에도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것 처럼.
재미있는 부분이 - 어린 시절에 정말 많은 악기들을 수집했었는데, 그 이유들 중 하나가 내 집중력의 한계였다는 것이다. 나는 음악을 사랑했지만, 휴식 없이 1시간 반 동안 피아노 연습에 집중하는 건 나에게는 불가능한 일이었다. 피아노 연주는 좋아했지만 그 다음에는 클라리넷을 불기도 하고, 베이스를 연주하기도 하고 하는 식이었다. 그리고 이렇게 섞어서 연주하는 건 재밌는 일이었다. 피아노라는 악기 자체가 고독한 악기였기에 다른 악기를 연주해 봄으로써 다른 사람들과 소통하고 함께 연주하는 경험을 얻을 수도 있었다. 록 밴드에서도 연주해 보고 교향악단이나 관현악단에서도 연주해 보았다. 어린 나이에 한 악기에 심도있게 몰두하는 건 굉장히 고독하고 외로울 수 있는 행동이다. 그래야만 하는 건 아니지만, 나는 결국 피아노 연습을 할 때에는 홀로 시간을 보내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Joshua Minsoo Kim> 여전히 다른 사람들과 함께 연주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는지? 지금까지도?
Kelly Moran> 다른 사람들과 함께 음악을 할 수 있는 기회 자체가 그다지 많지 않았다. 지난 몇 년 동안은 FKA Twigs 그리고 Lucinda Chua와 함께 하는 작은 3인조 공연이 전부였다. 최근에는 이번 앨범 [Moves in the Field]에 집중하느라 시간을 거의 소모했고, 해서 협동 연주의 경험이 많지 않았다. 하지만, 기회만 된다면 얼마든지 하고 싶다.
Joshua Minsoo Kim> FKA Twigs 및 Lucinda Chua와의 공연에 대해 좀 더 말해줄 수 있을지?
Kelly Moran> 두 사람 모두 각자의 영역에서 놀라울 정도로 뛰어난 음악가들이다. Lucinda는 몇 주 전에 뉴욕에서 봤는데, 그녀의 공연은 내가 가 본 공연들 중 가장 놀라운 공연이었다. 그녀는 재능으로 가득 차 있다. 그녀의 목소리, 그녀의 가사, 그리고 그녀의 음악의 감정들은 너무나도 아름답기 그지없다. 정말로 놀라운 음악가다. 단순히 악보를 읽지 않는다 - 그녀는 Suzuki 방식으로 배운 학생이다 - 정말로 직관적인 방식으로 작업하는 사람이고, 같이 작업하는 것이 진심으로 재미있게 느껴지는 사람이다. 모든 것을 너무나도 쉽게 느끼는 사람이다. 그냥 사랑스럽고, 사랑스러운 사람.
그리고 Twigs는, 뭐 잘 알겠지만, 이 세상에서 가장 훌륭한 가수 중 한 명이다 (웃음). 함께 작업할 때 마다 엄청난 영감을 준다. 처음으로 그녀와 함께 작업했던 건 Jimmy Fallon 쇼에서의 공연이었다. 쇼 제작진이 가진 아이디어는 Twigs가 피아노 위에서 폴댄스(pole dance)를 춘다는 컨셉이었는데, 남성이 연주하는 피아노 위에서 여성이 폴댄스를 춘다는 그런 고정관념을 뒤집어보고 싶어서 여성 연주자를 구하는 중이었다. 모든 연주자를 여성으로 구성해 보자는 것이었다. 그렇게 나는 처음으로 그런 작업을 Twigs와 함께 하게 되었고, 제작진이 공연 개요를 설명해 주던 때가 아직도 기억난다. 개요를 펼쳐 보고는 생각했었다, 씨발 맙소사, 내가 연주하는 피아노 위에서 Twigs가 폴댄스를 출 거라고? 안전벨트부터 매야겠는데 (웃음).
공연 상세 계획 PDF 파일을 봤던 것도 기억나는데, 그런 건 살면서 처음 봤었다. Twigs와 그녀의 팀이 아이디어들을 모아 컨셉을 조각하고 의상과 스토리라인을 전부 구체화한 내용이 담겨 있었다. 연극에 가까운 제작이었고, 나는 곧바로 빨려들어갔다. Twigs는 공연의 모든 측면을 전부 생각하는 사람이었다 - 미학, 의상, 표현 전부를 말이다. 그녀가 만들어내는 예술에 들어가는 모든 생각과 고려들, 얼마나 다방면에 걸쳐 훌륭한 재능을 갖고 있는지, 마음 속에 존경심을 갖고 있다. 단순히 음악이나 시각효과가 전부가 아니다, 그녀가 만들어내는 작품 전체가 예술이다. 말이 되는지?
Joshua Minsoo Kim> 물론이다.
Kelly Moran> 미안하다, 방금 아까 먹었던 에디블(역주: edible, 대마초를 먹는 형태로 가공한 것. 대마 브라우니가 대표적) 약발이 슬슬 도는 것 같았다 (웃음).
Joshua Minsoo Kim> 사실 당신과 대마초에 대해 정말 이야기해보고 싶었다.
Kelly Moran> 이미 [New York Times] 기자에게 대마를 피운다는 사실을 말했었다. 그러니까, 대마초를 한다는 사실이 자랑스럽다거나 한 건 아니지만, 무엇보다 나는 일단 음악가다 - 그러니 논란의 여지가 있는 건 아니라고 생각한다.
Joshua Minsoo Kim> 아, 물론, 나도 논쟁거리가 될 소지가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대마초를 주기적으로 피우는 것이 음악에도 영향을 주었다고 생각하는지?
Kelly Moran> 그 어떤 향정신성 물질을 복용하기 전부터 나는 음악을 좋아했었다. (연기하는 느낌으로) 음악이야말로 저의 첫 번째 향정신성 물질이었어요, 알겠나요? (웃음) 나는 그저 다양한 감정적 관점에서 사물들을 바라보고 경험하는 걸 좋아하는 사람일 뿐이고, 이러한 대안적인 관점들을 통해 예술을 즐길 수 있다는 사실에 감사하고 있을 뿐이다.
Joshua Minsoo Kim> 당신 스스로 기억하거나 분석가능한 방식으로 앨범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쳤던 적도 있는지?
Kelly Moran> ...있다 (웃음). 사이키델릭 약물을 복용한 채로 음악을 만들었는데 정말로 좋게 되었던 경험이 있었다. 여기에 대해 전부 말해보고자 한다. [Ultraviolet]을 만들 때였는데, 이 앨범의 초안은 애시드(LSD)를 복용한 상태에서 만든 것들이었다. 3장의 애시드를 복용했는데 상당히 많은 양이었다, 정말로 깊은 곳으로 들어가 보고 싶었고, 내 마음 속에서 길을 잃어버리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나는 '리셋'을 절실하게 필요로 하고 있었다. 그 때의 나는 말 그대로 나를 고문하고 있던 어떤 예술가를 위한 음악을 만드느라 고군분투하고 있었다. 그 예술가는 나에게, "이 곡은 솔직히 별로인 것 같아요, 그냥 안 좋아요. 이 것보다 더 잘 만들 수 있잖아요. 이 멜로디는 방향성이라는 것이 아예 없네요."같은 말을 해 댔었다. 생이빨을 뽑는 것 같은 고통이었다, 그래서 나는 어느 날 그냥 내 두뇌를 아예 꺼버리고 아무것도 생각하고 싶지 않아졌다. 그냥 숲속으로 들어가거나 해변으로 나가서 살짝 녹아내리고 싶었다.
그래서 나는 숲 속으로 들어가 애시드 3장을 먹었고, 쪼그리고 앉아서 나무들과 새들을 들으며, 열심히 노력하는 거 없이 그저 존재하고 있는 때에 대자연을 듣고 있다는 것이 얼마나 아름다운 일인지에 대한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 예술가를 위해 음악을 만들어 보려고 정말로 엄청난 노력을 기울여 왔었고, 나는 이 모든 것들이 나로부터 빠져나가게 해야만 했다. 더 이상 무리하게 밀어붙이지 말고, 음악에 관련된 모든 기대들과 목표들을 놓아버려야만 했던 것이다. 그래서 나는 집으로 돌아와서, 모든 장비를 준비하고, 바로 연주를 시작했다. 그리고 내가 처음으로 연주했던 것이 "Autowave"였다. 갑작스레 즉흥연주를 시작했고, 내 두뇌는 실시간으로 곡 구조를 만들어 내는 것 처럼 즉흥연주를 만들어나갔다. 단순히 목표 없는 즉흥연주가 아니었다, 나는 아이디어들을 떠올리고 그 아이디어들을 확장해나가고 있었다. 굉장히 독특한, 인생을 완전히 바꿔버릴 수 있을 만한 방식으로, 내 마음을 활짝 열어젖혔던 경험이었다.
이렇게 특별한 경험을 하게 되었지만, 이건 단 한 번뿐이었다. 음악을 만들 때마다 항상 애시드를 복용하는 것은 아니다. 언젠가는 아, 다시 한 번 애시드를 먹어 봐야겠어, 또 앨범 하나를 만들어야 겠다는 생각을 했던 적도 있었다. 그리고 이번에는 전혀 먹히지 않았다 - 번개는 두 번 같은 곳에 치진 않는 법인 것이다. 이 경험에서 배웠던 사실은, 약물이 그 모든 걸 하는 게 아니라는 것이다. 애초에 내면에 무언가를 가지고 있어야만 한다. 약물이 대단한 앨범을 끄집어내는 것이 아니다. 스스로에게 취약해지고, 자신의 감정 속으로 깊게 들어갈 때 - 스스로에게 완전히 솔직해질 때 - 자신으로부터 최고의 예술과 표현을 끌어낼 수 있는 것이다.
Joshua Minsoo Kim> 맞다, 당신이 그 무렵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고 있었다는 점을 생각해 본다면 다 말이 되는 것 같다.
Kelly Moran> 모든 상황이 딱 들어 맞았던 것이었다. 웃긴 것이, 음악을 만들어보려고 두 번째로 애시드를 복용했을 때 - [Ultraviolet] 관련 경험이 있은 지 딱 2년이 지났을 때였다 - 이런 생각을 했던 게 기억난다, "오늘 죽이는 음악을 트럭째로 만들어 보겠어! 가자고!" 그리고 나는 피아노 앞에 앉아서 이런 생각을 했었다, "언제쯤 빛나는 영감의 불꽃이 번쩍일까?" 그런데 전혀 번쩍이지 않았다! (웃음)
Joshua Minsoo Kim> 멋진 이야기다.
Kelly Moran> 나 자신이 너무나도 멍청하게 느껴졌다! 정말 멍청하게. 내가 이 약물을 가지고 대단한 걸작을 바로 발사할 수 있을 정도로 대단한 사람이라고, 나는 분명히 그 정도로 대단한 사람이라고 진심으로 생각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런 일 따위는 좆도 없었다! (웃음) 이 일이 지난 후 나는 죄다 멍청한 짓이라고 생각하게 되었다. 다시 돌아가서, 보다 더 지속 가능한 작곡으로 돌아가야 했다, 향정신성 약물 따위에 의지하지 않는 방법으로. 그리고 한 1달 정도 있다가 COVID 사태가 터졌고, 솔직하게 말해서 나는 대마초를 너무 많이 피우기 시작했었다. 대마초라는 것이 삶에 상당한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절대적 사실을 고려해 본다면, 내가 지금 정도로 복용량을 줄일 수 있었다는 사실에 스스로 자랑스럽다는 생각까지 들 정도다. 대마초를 피우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솔직하게 말해야 할 것이다, 대마초라는 물건은 결국에는 마약류에 속하며, 그리고 그 어떤 마약류라도 무엇이든간에 중독성을 갖고 있다는 사실을. 물론 나는 세상에 존재하는 그 어떤 것이라도 너무 열심히 한다면 중독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팬데믹 기간 동안 나는 대마초를 너무 많이 피운 나머지 창작 활동에 지장이 생길 정도였었다. 재미야 있었지만, 하루를 버티는 버팀목으로 대마초에 의존하게 된다면 거기에서 좋은 결과가 나올 수는 없는 법이었다. 좋은 결과를 얻으려면 열심히 일해야 한다. 대마초는 내게서 앨범을 만들고자 하는 의욕을 앗아갔었다, 팬데믹 기간 동안에는 투어라던가 공연 기회 같은 것이 아예 눈에 보이질 않았으니. 좋은 작품을 만들기 위한 가장 중요한 재료는 자기 자신과 감정적으로 연결되는 것이라고 생각하며, 그래서 이번 앨범에서는 다른 목적과 접근법을 찾아내야만 했었던 것이다.
Joshua Minsoo Kim> [Moves in the Field] 수록곡들은 언제 처음 만들어졌던 것인지? 야마하에서 디스클라비어(역주: Disklavier, 야마하의 자동 연주 피아노)를 하나 얻었다는 것은 알고 있는데.
Kelly Moran> 이번 앨범은 2019년에 만들기 시작했었다. 2017년 말에 Warp 레이블과 계약했었고, 2018년에 앨범을 발매했고, 2019년 내내 투어를 돌았었다. Oneohtrix Point Never와 함께 투어를 도는 것으로 시작해서 그 다음에는 혼자 전 세계를 돌아다녔었다. 그리고 나는 인생 처음으로 내가 마침내 투어를 돌고 있구나, 내 커리어가 상승세에 들어섰구나, 진짜 대박인데 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다. 온갖 페스티벌에서도 공연을 했는데, 나는 피아니스트니까 페스티벌에서는 초반 시간대에 주로 공연했었다 - 그러니까, 그날 밤의 마지막 무대 같은 건 아니었다 (웃음). 하지만 그것도 나름대로 좋았는데, 먼저 공연을 끝낸 다음 여유롭게 즐길 수 있었다. 매일 밤마다 춤을 추면서 파티로 밤을 끝내고, 그 다음에는 테크노 애프터파티에 가서 정말 늦은 시간까지 즐기곤 했다. 이런 경험에서 영향을 받은 나는 "춤을 출 만한 음악을 해야겠어!"같은 생각을 했다. [Ultraviolet]는 즉흥연주를 담은 앨범이었고, 좋은 분위기로 가득한 앨범이었지만, 나는 머리를 흔들며 춤을 출 만한 앨범도 만들어보고 싶었다.
그래서 처음에는 힘이 있는, 팝적인 앨범을 만들어보려는 목적이었다. 프리페어드 피아노와 전자음향을 섞어서, 반복적이고 리듬감 넘치며 댄서블한 앨범으로. 그 목표 아래에서 4개 정도의 곡을 만들었을 무렵 팬데믹이 터졌고, 프리페어드 피아노 작곡 능력이 내 안에서 완전히 해체되어 버렸다. 어쩌면 너무 오랫동안 프리페어드 피아노에 열중하는 바람에 나에게 너무 친숙해져서 그랬던 것일지도 모르겠지만, 어쨌든지간에 더 이상 프리페어드 피아노에서 영감을 받을 수 없었던 것이다. 그리고, 내 삶 전부가, 뭐랄까 멈춰버린 것 같은 느낌이었다. 2020년에 FKA Twigs와 Coachella에서 함께 공연할 예정이었는데 - COVID가 내게서 앗아가 버렸다! 그렇게 나는 집에 앉아서, COVID 전에 이혼하신 엄마와 함께 살고 있었다. 전부 좆같았다. 나는 완전히 퇴행하고 있었고... 여기서 클럽용 피아노 음악을 만든다고? 아니, 말도 안 되지 (웃음). 팬데믹이 한창인데, 옆방에 엄마도 있고, 침실에 앉아서 대단한 테크노 앨범을 만든다고? 그래, 영감이 아예 죽어버렸던 것이다 (웃음).
하지만 COVID가 유행하기 전, 야마하에서 디스클라비어 한 대를 대여해 줬었다. 원래는 Missy Mazzoli와의 듀엣 곡을 만들려고 했었고, 해서 야마하에 대놓고 - 나는 진짜 버릇없는 애새끼다 (웃음) - 디스클라비어 한 대만 빌려줄 수 있겠냐고, 두 대의 피아노 동시 연주를 들어보면 정말 좋겠다고 다짜고짜 물어봤었다. 야마하에서 1달간 디스클라비어를 대여해 주었는데, 그 때 팬데믹이 일어났고, 야마하에서 "그냥 가지고 있으세요, 당분간은 필요치 않을 것 같아요"라고 말해 왔던 것이다.
Joshua Minsoo Kim> 우와, 완벽하게 풀린 이야기다.
Kelly Moran> 완벽했다! 고독 속에서 혼자서만 작업하던 나였지만 듀엣 파트너가 생긴 것이다. 반복적인 프리페어드 피아노 곡들을 만들고 있었는데, 그러다가 문득 디스클라비어에서는 어떻게 연주될까 하는 의문이 생겼다. 한번 해 보고 나니 와, 멋진데, 이번 해에는 이거만 집중적으로 해야겠어. 새롭게 파고들어 내려가 볼 만한 길이라구 (웃음). 좋은 쪽으로.
Joshua Minsoo Kim> [Moves in the Field] 수록곡들 중 가장 먼저 완성한 곡은 무엇이었는지?
Kelly Moran> 2개가 있다. "Don't Trust Mirrors"는 Missy Mazzoli와의 듀엣 곡으로 만든 것이었고, 오늘 발매한 "Sodalis (II)"도 처음으로 만든 곡이었다. 이 곡을 위한 디스클라비어 편곡을 했을 때, 피아노의 가능한 모든 음역대를 전부 편곡할 수 있다는 생각에 정말 멋진 장비라는 인상을 받았었다. 베이스를 두 배로 늘릴 수도 있었고, 악기 전체가 공명하도록 만들 수도 있었다. 뒤도 돌아보지 않고 앞으로만 나아갔었다.
Joshua Minsoo Kim> 디스클라비어를 통해 이전까지의 피아노와 당신 사이의 상호작용을 벗어난 다른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었다고 생각하는지?
Kelly Moran> 청자로서의 관점에서 음악가로서의 자신을 경험하는 건, 굉장히 초현실적인 일이다.
Joshua Minsoo Kim> 우와, 그럴 것 같다.
Kelly Moran> 피아노 앞에 앉아서 연주하다가 방의 다른 쪽으로 걸어가서 '재생' 버튼을 누르고 스스로의 연주를 들어본다는 건, 진짜 미친 것 같은 일이었다. 우와, 내가 저런 소리를 낸다고? 미쳤는데. 디스클라비어로 작업한다는 건 상당히 겸손해지는 일이기도 했다. 과하게 몰입하고 흥분하는 바람에 얼마나 쉽게 여러가지를 잊을 수 있는지에 대해 배울 수 있었던 것이다. 악기를 미친 듯이 연주하면서 연주자로써 좋은 기분과 카타르시스를 느낄 수 있지만, 가끔은, 연주자에게 좋은 느낌의 연주가 꼭 청자의 귀에 좋게 들리는 연주가 아닐 수도 있다. 디스클라비어를 통해 나는 절제와 미묘함의 힘에 대해 배울 수 있었고, 표현적인 뉘앙스 측면에서 많은 생각을 할 수 있기도 했다. 덕분에 나는 보다 더 섬세한 청자이자 연주자가 될 수 있었다.
Joshua Minsoo Kim> 그러한 '절제'를 대표하는 앨범 수록곡은 무엇이 있을지? "It's Okay to Disappear"가 그런 곡이 아닐까 싶기도 한데.
Kelly Moran> 확실한 곡은 "Don't Trust Mirrors"다. 그리고 당신 말도 맞다, "It's Okay to Disappear"도 그런 곡이다. "Hypno"도 그럴 것이다. 그 곡의 편곡은 굉장히 섬세하게 다듬어져 있다. 곡이 섬세해질수록 더 아름다워지고 있다. 그리고 또 다른 영향을 받은 것으로는 내가 지금까지 쭉 진행해오고 있는 Ryuichi Sakamoto 프로젝트일 것이다.
Joshua Minsoo Kim> 지금 막 그에 대해 질문하려던 참이었다. Ryuichi Sakamoto의 피아노 곡들은 그 '절제'로 인해, 곡에 담긴 섬세함으로 인해 강력한 힘을 가지고 있다.
Kelly Moran> 그렇다. Sakamoto의 음악을 배우면서 절제를 조절하는 법을 연습할 수 있었다. 나에게 엄청난 영향을 주었다는 건 굳이 말할 필요도 없는 사실이다. 웃긴 것이 그의 곡을 배울 때 그의 지난 앨범들을 들어보기도 했는데, 그러면 나는 "이런, 지금 나는 Sakamoto 보다 2배나 더 빠르게 연주하고 있잖아, 이 미친 속도 좀 제발 낮춰야겠어"같은 생각을 하곤 한다 (웃음). 분명히 스스로는 충분히 느리게 연주하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실제로는 훨씬 더 느리게 연주해야 했던 것이다. 아니면 곡을 배우다가, "Sakamoto는 정말로 부드럽게 연주하네, 나도 한 20배는 더 부드럽게 연주해야겠어"같은 생각이 들거나. 그리고 그게 다 맞았다 - Sakamoto의 감성은 정말로 강력한 힘을 가지고 있다.
Sakamoto의 음악을 배우고 연습하기 시작한 것은 대략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사이의 상황이 심각하게 악화되기 시작하던 때였다. 내 가장 절친한 친구가 팔레스타인 출신이다, 그 친구의 가족이 팔레스타인을 탈출해 이집트로 망명했었다, 그래서 나는 오랫동안 팔레스타인 문제에 신경을 써 오고 있었다. 온라인에서 - 당신들도 다 마찬가지이겠지만 - 드디어 팔레스타인 문제가 사람들의 의식 속으로 들어오는 것을 보게 되었다... 그러니까, 나는 다소 예민한 사람이고, 대량 학살을 좋아하지 않으며, 열차를 타고 왔다갔다 할 때 이스라엘이 가자 지구에 자행해 온 온갖 비인간적인 일들에 대해 읽곤 하는 사람이다. 그리고는 스튜디오에 도착해 이렇게나 아름다운 음악을 연주하는 것이다. Sakamoto의 음악을 배우기 시작했을 때 나는 내가 인간이 할 수 있는 최악의 짓들을 목격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고 있었다. 그러다가, 스튜디오에 들어서서는 내가 연주할 수 있는 한 가장 부드럽고 감성적이고 섬세한 음악을 연주하게 되었던 것이다. 나에게 Sakamoto의 음악은 인간이 할 수 있는 가장 최고의 것을 대변하고 있었다 - 순수한 아름다움, 연약함, 감정. 점점 더 끔찍해지고 폭력적으로 변해가는 세상 속에서, Sakamoto의 음악은 내가 보다 더 부드럽고, 온화하며, 친절한 사람이 되고 싶도록 만들어 주는 매개체였다. 그의 음악이 나에게 그런 것들을 요구하고 있었다.
Joshua Minsoo Kim> 이해가 간다. 2023년 [Vesela] EP 발매는 어땠었는지? 그 때 Pioneer Works(역주: 뉴욕 시 공연장)에서 공연했던 게 기억나는데. 가장 어려운 곡을 연주해 줄 수 있겠냐는 부탁을 트위터에서 했던 것도 기억난다.
Kelly Moran> 스스로를 가장 두렵게 만드는 곡을 연주해 달라고 했었지.
Joshua Minsoo Kim> 결국 어떤 곡을 연주하게 되었었는지?
Kelly Moran> "Energy Flow"를 연주했는데, 연주하기에 정말 두려운 곡이다. 내가 가지고 있는 버전의 악보와 실제 앨범에 실린 버전의 악보가 다른데, 내가 가진 버전은 오른손으로는 굉장히 단순한 멜로디를 연주하면서 왼손으로는 오른손으로 연주하고 있는 모든 음의 코드나 인터벌을 연주하는 버전이다. 모든 음에서 인터벌이나 코드가 다 바뀌게 되며 따라서 계속해서 손의 위치를 바꾸어 가야만 한다. 미묘하지. 화성이나 곡을 이끌어 가는 '목소리'를 계속해서 바꾸어가는 곡인데, 듣기에는 상당히 단순하지만 연주하기는 굉장히 어려운 곡이다, 그리고 바로 그 이유에서 연주하기에 굉장히 두렵다. 첫 부분이 특히 더 그런데, 여기저기 위치를 바꾸면서 굉장히 조심해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래서 잘 연주했을 때의 성취감과 만족감도 크다. 혼자 연주할 수 있다는 것을 스스로는 이미 알고 있지만, 앞에서 말했던 내용으로 다시 돌아가자면, 공연에서 연주해 본다는 것이야말로 내가 이 음악을 정말로 내면화했는지에 대한 진짜 시험이 된다.
Joshua Minsoo Kim> "Butterfly Phase" 뮤직비디오에 대해서도 질문하고 싶다. 비디오에는 (피겨 스케이팅 선수) Liz Schmidt가 출연했는데. 이런 아이디어는 어디에서 떠올렸던 것인가? 앞에서 FKA Twigs에 대해 말했던 것, 예술에 대한 '완전한 비전'을 가진다는 아이디어가 떠오르기도 한다. [Moves in the Field]는 정말로 그런 쪽에 속하는 작품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Kelly Moran> 누군가 내 음악에 맞춰서 스케이트를 탄다는 것은 오랜 시간 동안 나의 꿈들 중 하나였던 소원이었다. 나는 스케이트를 항상 정말로 좋아했었다. 어린 시절 나와 절친한 친구였던 Gillian이 피겨 스케이팅 선수였는데, 그녀가 대회에 나갈 때 마다 나도 보러 갔었고, 그 모습을 보며 "나도 저럴 수 있었으면 좋겠다"같은 상상을 하곤 했었다. 피겨 스케이팅은 운동 능력과 창의성이 결합된 스포츠인 데다가, 음악도 동반되는 스포츠 아닌가! 공연 - 극적이면서도 재미있다 - 이라고 할 수 있을 만한 스포츠면서도 동시에 정말 아름답기까지 하다. 나는 단 한 번도 춤을 잘 춰본 적이 없었고, 근육의 움직임을 멋지게 만들어볼 수 있던 적도 없었기에, 자신의 육체를 가지고 아름다운 것들을 할 수 있는 사람들을 보며 항상 동경하고, 또 존경해 왔다. 그래서 그러한 것을 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사람들과 함께 작업하는 것도 좋아한다. 댄서들과 스케이팅 선수들을 보는 것을 좋아하고, 댄서들과 함께 작업해 본 적도 많았다. 2018년 쯤에 피겨 스케이팅에 다시 빠져들게 되었다. 예전에도 항상 좋게 생각하며 봐 오긴 했었으나, 2018년에는 다시 한 번 광적으로 빠져들기 시작했던 것이다 (웃음).
Joshua Minsoo Kim> 무엇이 계기가 되었던 것인지?
Kelly Moran> 그 해 올림픽이었다. 내 생일날 Yuzuru Hanyu가 그의 두 번째 올림픽 금메달을 땄는데, 정말 멋진 경기였다. 여자 경기는 진짜 '소피의 선택'(역주: 어느 쪽을 선택하더라도 정말 나쁜 경우인 선택)이었는데, 1위와 2위 모두 러시아 출신 선수들이었다. 1점차로 2위가 된 여자 선수가 내가 좋다고 생각했던 선수였다. 전형적인, 극적인 러시아 비극이었다. 뭐 어쨌든지간에 그 올림픽을 보면서 나는 다시 피겨 스케이팅에 빠져들었고, 다시 한 번 경기들을 찾아 보기 시작했다. 올림픽 이후에도 나는 친구들과 함께 스케이트를 타곤 했으며, 친구들이 "누군가는 네 음악에 맞춰서 스케이트를 타야 해"라는 반응을 보여주곤 했었다. 나야 물론, "당연히 좋지"였고.
[Moves in the Field]를 만들기 시작했을 무렵은 아직 COVID 팬데믹이 진행중이었던 시기였고, 나는 집에서 피겨 스케이팅 경기를 정말 많이 봤었다. 피겨 팬으로만 이루어진 Patreon 그룹에도 가입했었다. 일주일에 2번은 Zoom에서 만나 2시간동안 함께 경기를 보기도 했고. 피겨 스케이팅에 미친 덕후들만 모아 놓은 커뮤니티였다.
2021년에 나는 뉴저지에 있는 한 클리닉에 다녔었는데, 여기에서 Benoît Richaud라는 안무가가 마스터 클래스를 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그는 2022년 올림픽 이후에 엄청나게 유명해졌는데 그 올림픽 경기에서 동메달을 딴 선수(역주: Kaori Sakamoto)가 Benoît Richaud의 안무에 맞춰서 경기를 했었던 것이었다. Richaud는 피겨 스케이팅에서 가장 실험적인 안무가들 중 하나로 알려져 있는 사람이었으며, 나는 친구들과 함께 뉴저지에 있는 그의 스케이팅 클리닉에 다니곤 했었다. 친구들과 뉴욕에서 스케이팅을 배우러 갔는데, 그 수업에서 한 여성 선수를 보았고, 그녀는 너무나도 아름다웠다, 우리는 서로 저 분은 누구지?같은 생각을 했다. 스케이팅 선수들은 육체적으로 정말 아름답고 또 몸이 좋아서, 어쩌면 성격이 괴팍하지는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 다가가기 어렵기도 하다. 그래서 Liz에게 말을 거는 것 자체가 너무 무섭게 느껴졌었다, 그녀처럼 아름답고 우아한 사람을 본 적이 없었기에.
어쨌든지간에 나는 어떻게든 그녀에게 인사를 건넬 수 있었고, 실제의 그녀는 그 누구보다도 다정한 사람이었다. 우리는 음악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고, 그녀는 내가 음악가라는 사실을 알게 되자마자 함께 작업하는 것에 큰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다. 결국 그녀와 함께 뉴욕 시로 돌아오게 되었는데, 오는 길에 그녀는 자기가 FKA Twigs를 얼마나 좋아하는지에 대해 말해주었고, 나는 내가 FKA Twigs와 함께 종종 연주를 한다고 말해주었다, 그렇게 그녀는, "내가 좋아하는 음악들을 당신도 좋아하고, 당신도 스케이팅을 좋아하니까 - 친하게 지내죠"라고 말했다. 그렇게 우리는 바로 친해지게 되었다.
그러다가 Benoît Richaud가 뉴욕 시로 방문하게 되었을 때, 나는 그에게 메시지를 보내 내가 음악가라고 밝혔다. 우리는 Richaud의 스케이팅 선수들을 위한 음악을 만드는 것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Richaud는 뉴욕 시에 1주일간 머무를 예정이었고, 나는 그를 만나서 (수줍게) "내 곡의 뮤직비디오에도 안무 작업 한 번 해 보는 건 어때요, 하하"같은 말을 했다. 그는 "이 작업까지 할 만한 시간이 없을 것 같아요"라고 대답했고, 나는 "그래도 제발요? 규칙이나 조건은 없어요, 원하는 건 뭐든지 해도 돼요"라고 말했다. 그 다음 날 Richaud가 문자를 보내 와 "4시 30분에 아이스링크를 쓸 수 있는 시간이 있어요"라고 전해 왔다. Liz와 나는 하던 일을 즉시 모두 중단하고 바로 뉴저지로 향해 Richaud를 만났다.
Richaud는 스케이팅 선수들을 위해 안무를 짤 때에는 많은 규칙들을 따라야만 하고, 정말 많은 회전과 점프, 스텝 과정이 있어야만 한다고 했으며, 그래서 내 뮤직비디오 프로젝트는 일종의 '열정'으로 임하는 프로젝트가 되었다. 그는 모든 규칙을 따라야만 한다는 것 그리고 그래서 너무 많은 제약이 가해진다는 것에 대해 불평하고 있었고, 우리는 Richaud에게 어떠한 제약이나 규칙 없이 원하는 건 다 해 보라고 자유를 주었다. Richaud는 마침내 제안을 수락해 주었다, 뮤직비디오 프로젝트가 '순수한' 예술이 될 것이기 때문이었다.
Liz와 작업할 때 Richaud는 그녀가 아무 옷도 입지 않은 것 같은 의상을 입어주기를 바랬다. Liz가 누드 브라와 사각형 팬티를 입기를 바랬던 것이다. 나는 그 때 그녀에게 뭐라도 입혀야하는 거 아니냐는 생각을 했었고. 여러 의상 아이디어들이 있었는데, 촬영 당일에 모든 아이디어들을 다 시도해 보자 결국 Richaud가 제안했던 의상이 가장 좋았다는 것이 판명되었다. 그러니까, 거의 나체에 가까운 의상이었으나, 그 덕분에 보는 사람이 Liz의 놀라운 육체에 집중할 수 있는 것이었다 - 의상에 방해받지 않는 채로 말이다.
Joshua Minsoo Kim> 오늘 이야기하지 못했던 것들 중 특별히 언급하고 싶은 내용이 있는지? 항상 듣고 싶었던 질문이 있다면?
Kelly Moran> 내가 항상 듣고 싶었던 질문? "대체 어떻게 하는 건가요?" (웃음) 장난이다. 아 잠시만, LSD 관련해서 하나 더 말하고 싶은 것이 있다. 두 번째로 시도했을 때 "좋아, 걸작 하나 더 만들어보자고"같은 생각을 하면서 했다가 실패했었다는 이야기는 이미 했었다. 그래서 그 후에, 나는 좋아, 알겠어, 노력을 많이 해야 좋은 음악을 만들 수 있겠어, 라고 생각하게 되었다. [Moves in the Field]를 만들 때 나는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만 한다는 걸 이미 알고 있었다. 실제로도 정말 많은 노력이 들어간 앨범이다. 디스클라비어를 탐구하는 과정이 노력의 상당 부분을 차지했다, 디스클라비어의 한계를 배우고 내가 무엇을 할 수 있을지를 알아가는 과정 그 자체만으로도 많은 시간이 들어갔던 것이다.
작년 여름이 되기 전까지 상당한 기간 동안 LSD를 하지 않았었다. "Vesela"와 "Soft Focus"는 향정신성 약물의 도움을 받아 만든 곡들이었다. 작년 여름, 나는 어떤 남자와 만나고 있었는데, 말 그대로 0:100의 상황이었다. 그리고 그 남자는 나를 가장 잔인한 방식으로 차버렸었다.
Joshua Minsoo Kim> 어떻게?
Kelly Moran> 완전 갑작스러운 일이었다. 몇 개월 동안 만남을 지속했었고, 그 남자는 나에게 나를 사랑하고 있다고, 함께 살면서 아이도 갖고 싶다고 말하기까지 했었다. 그는 나를 완전히 떠받들고 있었다. 강렬했었지. 그러다가 어느 날, 그가 전화를 해 와서는 "지금 좀 너무 빠르게 진행되는 것 같아. 미안해, 한 6개월 정도 지나면 내가 준비가 다 될지도 모르겠어, 그냥 지금 당장은 안 될 것 같아, 일이 너무 바빠"라고 말했다. 그리고는 전화를 끊어버렸으며, 그에게 다시 전화를 걸어보려고 하자, 나는 차단당해 있었다.
Joshua Minsoo Kim> 세상에.
Kelly Moran> 지금까지 그 누구도 나에게 "안녕"이라고 말하고는 내 번호를 차단하지는 않았었다. 충격적이었다. 이 정도로 정신없이 빠져들었다가 곧바로 쓰레기통에 던져진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나는 완전히 넋이 나가 있었다. 그 남자가 나쁜 놈이긴 했지만, 나는 그를 정말로 좋아했었고, 함께 정말로 잘 맞는 사이였었다, 그런 감정을 누군가에게 느낀 것도 정말 오랜만이었다. 이제는 정착하고 싶은 나이였던 것이다, 나는 36살이다! 준비가 다 되었다고! 그리고 정말 절망적이었고, 극복하기 상당히 힘들었었다. 스스로가 너무나도 취약해진 상태였고, 그 사람에게 정말로 친절하게 대했었지만, 그 사람이 나를 대한 방식이 얼마나 끔찍했었는지, 절망 속에 빠져 있었지만 동시에 내 뇌의 뒤틀려있는 부분은 이렇게 생각하고 있기도 했다, 그래, 충격적인 트라우마지만, 여기에 기대 보는 건 어떨까? 내가 지금 기분이 얼마나 막장인지를 이용해서 여기에서 뭔가 긍정적인 것을 이끌어낼 수 있는지를 한 번 보자고.
나에게는 두 가지 방법이 있었다. 대마를 피우며 망각 속으로 빠져든 다음 [The Real Housewives]를 보며 아이스크림 한 통을 비우면서 그 어떤 것도 느끼지 않으려 하거나, 아니면 스튜디오로 향해서 이 감정을 피아노로 승화시키는 것. 그렇게 나는 내가 가슴이 찢어지는 슬픔을 느낄 거라는 걸 알면서도 LSD를 좀 복용했다. 내 감정으로부터 도망치는 것 대신, 스스로를 무디게 만드는 것 대신, 나는 이 고통을 좀 더 많이 느끼고 싶었다. 스스로를 울게 만들어 이 좆같은 감정들을 내 몸으로 직접 느끼고 배출하고 싶었다. 그리고 나는 이 모든 것들을 '음악'을 통해서 하고 싶었다. 하루 날을 잡아 디스클라비어와 함께 녹음을 진행했는데, 정말로 강렬한 연주였다. 피아노에 깊이 빠져들어 격렬한 연주로 내 감정들을 물리적으로 배출했으며, 조각 같은 느낌의 트레몰로를 연주했다. 이 것들을 전부 녹음하고는 뒷편에 앉아 그 피아노가 다시 이 부분을 연주하는 걸 듣고 있었다. 내 고통이 나에게 굴절되어 들려오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이 녹음 세션에서 나는 진심으로 나를 포근하게 감싸줄 수 있을 음악을 만들고 싶었다. 나는 전혀 괜찮지 않은 상태였고, 나 스스로 기분이 괜찮아지게 만들어줄 수 있을 음악에 둘러 쌓이고 싶었다. 그렇게 이 세션에서 나는 "Vesela"와 "Soft Focus"를 만들었다. 이 모든 일들이 다시 일어나게 되었던 것이지만, 나는...
Joshua Minsoo Kim> 그런 의도가 있는 곡들이었군요.
Kelly Moran> 그렇다. 앨범 수록곡을 만들겠다는 의도가 아닌, 내가 겪고 있는 고통을 최대한으로 깊게 느낀 후 어떤 카타르시스를 느낄 수 있을, 내가 얼마나 가슴이 아픈지를 표현할 수 있을 무언가를 만들어내는 것이 목적이었다. "Soft Focus"의 멜로디는 '두 사람'이라는 생각을 하며 만든 멜로디였다. 두 개의 음이 점점 간격이 멀어지다가 끝내 최대한으로 멀리 떨어질 때 까지 흘러가는 부분이 있다 - 피아노의 양 극단까지.
Joshua Minsoo Kim> 피아노라는 악기가 어떻게 '치유의 악기'가 될 수 있는지에 대한 앞의 이야기와 맞닿는 부분이 있는 것 같다. 당신을 위한 그 치유의 공간을 만들어낸 것 아닌가.
Kelly Moran> 맞다. "Vesela"에 그런 이름을 붙였던 이유는, LSD 트립 도중에 내가 피아노라는 악기는 사실 '그릇'(vessel)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했었기 때문이었다. 피아노를 두들겨대며 내 아픔을 쏟아내고 있었는데, 그러다 보니 피아노가 치유의 그릇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는 계속해서 "vesela"라는 이름에 대해 생각했는데, 이건 나에게 사물을 여성화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었다. 계속해서 계속해서 "vesela"라는 단어를 읊조리다가 신경질적으로 웃음을 터뜨리고는 좋아, 이게 이 곡의 이름이야 라고 생각했다 (웃음). 이 경험을 통해, 나는 내가 어떤 일로 황폐해지더라도 피아노가 있어서 언제든지 스스로를 치유하고 문제들을 처리해 나갈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Joshua Minsoo Kim> 모든 인터뷰에서 마지막 질문으로 던지는 질문이 남아 있는데, 이를 물어보고 싶다. 스스로에 대해 좋아하는 점 한 가지만 소개해 줄 수 있을지?
Kelly Moran> 우와. 좋은 질문이다. (한참을 생각하며 멈추었다) 이 질문에 대답하는 게 왜 이렇게나 오래 걸리는지 모르겠다. 정말 좋은 질문이지만 -
Joshua Minsoo Kim> 천천히 생각해 봐도 된다.
Kelly Moran> (멈춘 채로 생각에 잠겼다) 내가 가진 첫 번째 본능들 중 하나는, 어떻게 설명해야 될지 잘 모르겠는데, 나는 희망을 결코 포기하지 않는다는 점, 나 자신의 이런 부분을 좋아한다고 말할 수 있겠다. 얼마나 어둡고 절망적이더라도 나는 항상 어떻게든 헤쳐 나갈 길을 찾을 수 있을 거라고 믿는다. 그게 내가 나 자신에 대해 좋아하는 부분이다.
Kelly Moran의 새 앨범 [Moves in the Field]는 Warp 웹페이지나 밴드캠프 페이지에서 구매할 수 있다.
https://youtu.be/Juj9d5_YK0o
"Butterfly Phas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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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elly Mora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