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eve Albini]
The Big Playback
ouii
2024. 6. 9. 07:13
*********************************************************************************************
https://daily.bandcamp.com/lists/the-big-playback-a-bombastic-intro-to-steve-albini-king-of-all-engineers
The Big Playback
Erick Bradshaw
[Bandcamp]
2024년 5월 20일
'Steve Albini는 다양한 면모를 가진 사람이다'라는 말은 사실상 그를 굉장히 축소해서 말하는 것이리라.
밴드를 이끄는 리더, 펑크 음악계의 도발적인 인물이자 잡지 제작자, 포커 마스터, 임시 요리사이자 미식가로써의 미적 감각, 아내 Heather Whinna와 함께 주도했던 연례 자선 행사 [Letters to Santa], 그의 밴드 및 수없이 많은 다른 밴드들의 녹음을 맡아 온 전설적인 경력까지 - Albini는 언제나, 항상 자신의 또 다른 새로운 면모를 보여 줄 준비가 되어있는 사람이었다.
Albini는 Shellac이라는 밴드가 단지 재미를 위해서 하는 밴드라고 - 친구인 드러머 Todd Trainer와 베이시스트 Bob Weston과 어울리기 위한 핑계라고 - 항상 주장해 왔었지만, Shellac은 30년이 넘는 세월동안 존재하며 활동해 온 밴드이고, 따라서 Albini의 프로젝트들 중 가장 오랫동안 지속된 프로젝트가 되었다. 그 정도의 유명세를 가진 여타 밴드들과는 다르게, Shellac은 자신만의 스케쥴에 따라 활동했고 투어나 앨범 발매는 스스로가 맞다고 생각하는 때에만 진행했다. 그 덕분에 Shellac의 새 앨범, [To All Trains]는 Albini 본인이었다면 한 마디로 일축해 버렸을지도 모를, 어쩐지 비극적인 아이러니로 가득 찬 앨범이 되었다. 61세의 나이로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나게 된 Albini의 죽음 이후 대략 1주일 정도가 지난 후 발매되게 된 앨범 [To All Trains]는 마지막 수록곡으로 "I Don't Fear Hell"을 담고 있으며, 이 곡에서 Albini는 그의 마지막 지혜의 진주를 우리에게 풀어놓고 있는 곡이다: "만약 천국이 존재한다면 / 다들 즐겁게 지냈으면 좋겠군 / 만약 지옥이 존재한다면 / 내가 거기 있는 모두를 알게 될 테니까"
Shellac - [To All Trains]
https://shellac.bandcamp.com/album/to-all-trains
Albini의 밴드 Big Black이 언더그라운드 음악에 가했던 영향력은, 어떻게 말해도 과장이 라고 할 수 없을 정도일 것이다. 그의 첫 자체제작 EP인 [Lungs]에서, Albini는 적대감과 칠흑같은 유머가 뚝뚝 떨어지는 그 특유의 부식성 펑크 스타일을 창조해냈다. Albini는 뛰어난 작가이기도 했으며, 음악 및 문화에 대한 글들 뿐 아니라 하드보일드 시나리오에도 능해 1980년대의 음악들 중 가장 인상깊은 캐릭터 기반의 곡들을 빚어내기도 했었다. Big Black의 곡들 중 다수가 누아르 영화 느낌의 내러티브를 응축시킨 것 같은 곡들이며, "Things To Do Today"나 "Deep Six"같은 무시무시한 곡들은 "좆같이 생긴 개새끼"를 묘사하고 있는 듯 보이나 결국에는 화자가 자신의 살인 충동을 억누르려 노력하는 모습을 풀어가며 이 곡의 주인공이 진짜로 하류 인생을 살아가고 있다는 사실을 드러내는 곡들이다."Kerosene"은 물론 작은 시골 마을에서의 불만을 다루는, 시대를 뛰어넘는 '찬가'이지만, 주의 깊게 듣다 보면 이후 "Smells Like Teen Spirit" 같은 곡에서 여실히 드러나게 될 '일탈적이고 반항적인 팝 감성'이 곡 속에 내재되어 있다는 것을 들어볼 수 있을 것이다. 가장 거친 곡에서도 Albini는 언제나 '훅'을 우선시 여겼으며, 심지어 Shellac 곡들 사이의 정적을 채우는 Trainer의 장난스럽게 때려박는 드럼 패턴에서도 그러했다.
Big Black이 시끄럽고 소란스러운, 노이즈에 절여진 밴드들의 세대에 끼친 영향은 어떻게 해서도 부인할 수 없을 만한 영향이었다. 어떻게 보자면 Big Black은 Black Flag의 반대편에 위치했던 밴드라고도 할 수 있을 것이다. Black Flag가 끊임없이 전국 투어를 돌며 수많은 밴드들에게 영감을 주었다면, Big Black은 또 다른 종류의 '전형'을, 모호한 흥미와 반사회적인 경향들에 기반한 원형을 창조해냈던 것이다. 운동복 반바지에 맨발 차림으로 소리를 내질렀던 Henry Rollins에 비교하자면 Albini는 스펙트럼의 정 반대에 위치하는, 또 다른 종류의 남성적 분노를 대변하는 사람이었다. 하지만 현대의 펑크 씬이 진화해 나감에 따라 Albini 또한 변화했으며, 그는 점차 '주류 바깥의 사람들'에 대한 맹렬한 지지자이자 옹호자가 되어 갔다.
자신이 추구하는 넓은 분야에 대해 Albini는 스스로 독학하며 배우는 사람이었고, 해서 수없이 많은 YouTube 비디오, 팟캐스트, 인터뷰들을 통해 자신의 지식을 공유하는 데에도 의지와 열정을 보이며 기꺼이 참여했던 사람이기도 했다. 결과적으로 보자면, Albini가 드럼 윗쪽의 마이크를 두는 최선의 위치를 찾아내기 위해 온갖 고된 수고를 다 미리 했기 때문에 오늘날의 많은 사람들이 시간낭비 없이 그의 노하우를 전수받아 마이크를 설치하고는 이 지식을 또 다른 사람들에게도 전달할 수 있게 되었으며, 이러한 모습은 Albini라면 기꺼이 좋게 평가했을 만한 그런 모습이었다. Albini는 직접 하면서 배우는 사람이었고, 그렇게 직접 하면서 일이 실제로 이루어지게 만드는 사람이기도 했다. 이 것이야말로 Albini가 그 자신의 평생을 바쳤던 'DIY 네트워크'의 생명선일 것이다.
1980년대 후반, 사진 후보정 작업 일을 몇 년간 한 이후 Albini는 밴드 녹음 일을 시작했으며, 원래는 주로 자신의 집에서 진행했지만 점점 더 많이 고용되어 멀리 떨어진 다른 주나 심지어 다른 나라에까지 가서 작업을 하게 되었다. Albini는 작업이 필요한 곳이라면 어디든지 기꺼이 달려가는 사람이었다 - 자기 집 지하실에서 동네 펑크 밴드 작업을 하던지, 위스콘신 주의 야생에서 Nirvana 녹음을 하던지, 아니면 런던의 Abbey Road 스튜디오에서 Led Zeppelin의 전 멤버들을 위한 최고의 마이크를 찾아내는 작업을 하던지간에, 상관 없이.
지금 당신이 Albini의 이름을 검색한다면 "Pixies, PJ Harvey, Robert Plant, Jimmy Page와 함께 작업했다"는 식의 일반적인 수사가 나타날 것이다. 물론 이 작업들도 정말 중요한 작업들이지만, Albini는 단순히 [Discogs] 목록만 따져도 거의 1,500개에 달하는 음반에 참여자로 이름을 올리고 있는 사람이다. 자신이 작업한 앨범에 이름을 올리지 않겠다는 그의 고집, 보통 무시되곤 했던 그 고집까지 고려한다면 아마 실제로 참여한 앨범의 갯수는 1,500개 보다는 더 많을 것이다: Albini 자신은 대략 2,000개 정도로 추산했었다 - 놀라운 숫자일 뿐이다. 크레딧에 이름을 올려야만 하는 경우에 Albini는 Mr. Billiards, Terry Fuckwit, A Skinny Bespectacled Guy, Ding Rollski, King Barbecue, Don Moist 등 수십가지의 웃긴 가명을 사용하기도 했었다. 물론 Albini는 자신의 밴드와 프로젝트들 관련해서는, 거의 전부를 스스로 녹음했었다.
시카고에 있는 그의 스튜디오 Electrical Audio에서, Albini는 그의 전형적인 신랄함을 기반으로 일종의 공동체 의식을 키워냈었다. 그는 녹음 과정("프로듀싱"은 결코 아니었다, 언제나 "엔지니어링"이었고 때로는 믹싱이기도 했다(역주: Albini는 Producer라는 말을 사용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하였으며 스스로를 언제나 Recording Engineer라고 불렀습니다))을 즐겼지만 고객을 위해 고용된 총잡이 그 이상의 역할은 절대로 하지 않았다. Albini의 아이디어는 녹음실 안에서 연주하는 밴드의 모습을 최대한 직접적으로 기록해낸다는 것이었지만, 다시 한 번, 그의 최고의 작업물들 중 일부는 그런 원칙에서 벗어나 있는 앨범들이었다 - Albini의 유연한 대처를 다시 한 번 강조해 주는 대목일 것이다.
아래 목록의 앨범들은 세상의 빛을 볼 수 있도록 Albini가 도움을 주었던 수없이 많은 앨범들 중 극히 일부에 불과한 것이다.
하지만 먼저, 우리는 몬태나 주에서 잠시 멈춰야 한다. Albini는 미줄라(Missoula)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으며, 10대 시절에 Ramones의 첫 앨범을 듣고 매료되어 베이스 기타를 연주하기 시작하였고 또 그의 첫 밴드 Just Ducky도 시작하게 되었다. 2022년 발매된 [Without Warning]은 몬태나 주 초창기 언더그라운드 록 및 하드코어 펑크를 모아놓은, 진작에 발매되었어야 할 컴필레이션 앨범이다. 이 앨범은 Just Ducky의 라이브 공연으로 시작하며, 처음으로 들리는 말은 Albini가 "디스코 조명"에 대해 불평하면서 "나를 좆같이 괴롭히고 있다"라고 말하는 대목이다. 그 뒤를 따르는 두 곡은 꽤나 좋은 곡들이다 - "New Metro Stomp"가 혹독하게 물어뜯는 곡이라면, "Dog Food"는 [Killed By Death] 컴필레이션 시리즈에 완벽히 들어맞을 만한, 멍청한 타락을 선보이는 곡이다.
LostSoundsMontana - [Without Warning]
https://lostsoundsmontana.bandcamp.com/album/without-warning-2xlp
Albini의 세계에 온 것을 환영한다 - 드럼 소리 때문에 병원에 입원하게 될 지도 모르겠으나, 웃음소리는 끊이지 않을 그런 세계에.
Flour - [Flour]
https://flour.bandcamp.com/album/flour
1987년 12월, Albini는 이미 굉장히 핵심적인 역할을 하고 있었던 언더그라운드 씬을 벗어나 더 넓은 대중에게 자신의 실력을 선보여 줄 수 있을 앨범 하나를 만들게 되었다. Pixies의 [Surfer Rosa]는 말 그대로 '게임 체인저'였으며, 대학가 라디오 차트를 문자 그대로 찢어버렸고, 향후 10년간 Albini가 녹음하게 될 수없이 많은 예술가들에게 지대한 영향을 끼쳤던 앨범이었다.
Pixies의 앨범 녹음($1,500의 고정 작업료만을 받고 했었다)을 끝낸 후, Albini는 그의 친구인 Pete Conway, Flour라는 이름으로 활동했던 친구의 첫 솔로 앨범 작업을 하게 된다. 미네아폴리스 기반의 Flour는 Albini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두 밴드 Rifle Sport와 Breaking Circus에서 연주를 했던 사람이었다. 1980년대 초반에 결성되었던 Rifle Sport는 미네아폴리스에서 영웅 취급을 받던 밴드였으며, Albini는 Rifle Sport의 후기 LP들 중 2개를 Ruthless Records에서 발매했다. Ruthless Records는 Albini가 시카고 하드코어 펑크 밴드 The Effigies의 멤버들과 함께 운영하던 레이블이었다. Flour는 Steve Björklund의 포스트-펑크 프로젝트 Breaking Circus에서도 베이스를 연주했었다. 원래 드럼 머신을 사용했던 Björklund의 잘 짜여진 곡들은 Big Black 같은 밴드들도 배출한 미드웨스트 포스트-펑크 시기에 나타났던 최고의 곡들에 해당하는 훌륭한 음악이었으며, Big Black을 미학적으로 포장한 것 같다고 볼 수 있을 만한 음악이었다. Breaking Circus의 후반기에 Björklund는 드러머로 Rifle Sport의 Todd Trainer를 영입하였고, 그는 이 밴드의 갈라지는 리듬 파트를 스스로 재현해 내었다.
Albini는 Flour의 첫 LP와 그 다음 앨범, [Luv 713]을 녹음했으며, 두 앨범 모두 Albini가 추구하던 삭막한 인더스트리얼 풍의 포스트-펑크에 팝적인 느낌을 더한 듯한 앨범이었다. [Machinery Hill]에서 Flour는 시끄러우면서도 리드미컬한 트랙에 불온함이 감도는 팝 훅을 섞었는데, 이는 Nine Inch Nails의 [Pretty Hate Machine]과 크게 다르지 않은 음악이었다. Flour는 Shellac의 결성에도 관여했던 사람이었다 - Flour의 투어에서 Trainer가 드럼, Albini가 베이스를 연주했던 것이다. 나중에 Trainer와 Albini는 Albini의 지하실에서 함께 잼 연주를 하기 시작했으며, 이러다가 Bob Weston도 그 배에 올라타게 되었다. Trainer는 현재 자신의 솔로 프로젝트인 Brick Layer Cake도 운영하고 있다. Flour는 마지막 앨범이 될 [Fourth and Final]을 1994년에 직접 녹음하였으며, 앨범 제목을 통해 이번 앨범이 마지막이라고 선언했다. 지금까지는 그 약속을 지키고 있다.
The Membranes - [Kiss Ass...Godhead!]
https://membranes.bandcamp.com/album/kiss-ass-godhead
John Robb이 이끄는 밴드 The Membranes는 Albini보다 더 긴 시간동안 그들 특유의 시끄럽고 냉소적인 포스트-펑크 스타일을 고수해 온 밴드였다. 몇몇 수록곡에서 드럼 머신이 등장하는 것만 보더라도 어째서 이들이 런던에서 시카고까지 날아와 앨범의 절반을 녹음했는지를 쉽게 알 수 있을 것이다 - 결과적으로 보자면, 펑크 록의 한 세대에서 드럼 머신이라는 장비를 구원했던 것은 사실상 Albini 혼자의 노력이었던 것이었기에 (Big Black은 처음에는 Roland TR-606, 나중에는 EMU Drumulator를 사용했다). 덥에 절여진 수록곡 "Cheap Male Aggression"은 Albini와 Robb이라는 두 음악가의 원초적인 본능을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을 곡이다.
Pussy Galore - [Dial 'M' For Motherfucker]
https://shoverecords.bandcamp.com/album/dial-m-for-motherfucker
몇 년 전에 투어를 함께 돌았던 사이인 Pussy Galore는 [Dial 'M' For Motherfucker]의 기초를 깔아주는 데에 Albini를 고용한다는 현명한 결정을 내렸다 (Albini는 이미 1987년의 앨범 [Right Now!] 작업도 참여했었다). Albini와 밴드의 리더 Jon Spencer는 인종차별적으로 보일 수 있을 표현들과 멍청하면서도 똑똑한 도발을, 때로는 바닥으로 떨어져버리게 될 수도 있을 만한 그런 일들을 일삼는 경향을 공유하는 사람들이었다 (Albini가 Urge Overkill의 Nash Kato와 함께 작업해 곡 하나를 만들었던 프로젝트(역주: Run Nigger Run)는 아무리 봐 줘도 정말로 불쾌하고 공격적인 프로젝트였다). 이러한 미학적 "선택"의 일부는 Quentin Tarantino 영화에나 나올 법한 과열된, 거칠기 짝이 없는 대사들처럼 당황스럽지만, 본능적이고 강렬한 음악은 그런 유치한 집착을 손쉽게 뛰어넘어버리고 있다. 당시 Pussy Galore는 '쓰레기같은 노이즈'의 경쟁 레이스에서 우승 후보로 거론될 만한 거물이었으나, Albini는 이 앨범 크레딧에 이름을 올리지 않았다, 물론 앨범 내에서 Albini의 콕링(cock ring)은 언급이 되었지만 말이다. 여성혐오적인 '포즈'가 너무 지나치다고 느껴진다면, 금속성의 드럼 소리가 울려퍼질 때 마다 드러머 Bob Bert가 지옥에서 Albini를 후려갈기고 있는 모습을 마음 속에 떠올려 보라.
Crane - [Speed]
https://crain.bandcamp.com/album/speed
Albini는 켄터키 주의 루이빌과 깊은 인연을 갖고 있었으며, Squirrel Bait과 친하게 지내고, Slint의 첫 앨범 [Tweez]를 녹음하고, 그들의 명반 [Spiderland](이 앨범은 Brian Paulson이 녹음했다)을 대변하고 옹호하기도 했다. Albini는 Squirrel Bait 이후의 또 다른 밴드인 Bastro의 앨범도 녹음했다. 그러니 차세대 루이빌 노이즈 록 밴드들이 Albini를 찾게 된 건 어찌보면 당연한 일이었을 것이다. Crain은 Albini와 완벽한 조화를 이루는 밴드로, 매스 록의 느낌을 섞은 포스트-하드코어를 연주하면서도 그러한 전형적인 사각형 틀에 못박히기에는 고집스러울 정도로 불안정하고 혼란스러운 밴드이다. 앨범 커버에 만화풍으로 그려진, 뚜껑 열린 카 레이서의 모습만 보더라도 Albini의 'Racer X'(역주: [마하 GoGoGo]의 등장인물) 그리고 기괴한 일본 만화들에 대한 집착이 떠오르는 앨범이다.
Distorted Pony - [Punishment Room]
https://improvedsequence.bandcamp.com/album/punishment-room-imp104
날것 그대로의 잔인한 음향을 좋아하는 애호가였던 Albini는 금세 언더그라운드에서 가장 인기 있는 엔지니어들 중 한 명이 되었다. Distorted Pony는 로스앤젤레스의 꿈틀거리는 뱃속의 내장에서 발생했던 밴드로, 쇠말뚝을 박아대는 것 같은 타악기와 금속판을 긁어대는 듯한 기타로 무장한 채 맹공을 퍼붓는 밴드였다. Albini는 이름부터 적절했던 앨범 [Punishment Room]의 제어판을 조작하는 임무를 맡았으며, 이 앨범은 작년에 Improved Sequence 레이블을 통해 재발매되었다.
Didjits - [Que Sirhan Sirhan]
https://didjits.bandcamp.com/album/que-sirhan-sirhan
일리노이 주의 작은 마을에서 로켓처럼 발사되었던 밴드인 Didjits는 Touch and Go 레이블이 운영하고 있었던 '노이즈 록 사파리' 속에 숨어 있는 니트로글리세린 병 같은 밴드였다. 둥근 선글라스와 모드 족 스타일의 정장, 로큰롤 기타를 연주하는 프론트맨 Rick Sims는 대단한 존재감을 뿜어냈으며, 마치 MC5 공연에서 Don Rickles가 저질 농담을 던져대며 분위기를 띄우는 것만 같은 그런 사람이었다. Didjits는 그들의 열렬한 팬이었던 Albini와 닿게 되었고 Albini는 그들의 마지막 앨범 [Que Sirhan Sirhan]을 비롯한 몇 장의 앨범을 녹음하게 된다. 몇 년이 지난 후, Albini는 B-52의 Fred Schneider의 솔로 앨범 [Just...Fred]를 위해 Sims의 기타 연주를 요청하기도 했다.
Silkworm - [In The West]
https://skwm.bandcamp.com/album/in-the-west
Albini와 같이 몬태나 주 출신으로 ([Without Warning]에도 등장한다), Silkworm의 오리지널 라인업은 기묘한 우아함에 사로잡힌 채 끓어오르며 꿈틀거리는 야수와 같은 밴드였고, 제각기 독특한 세 명의 싱어-송라이터로 구성된 드문 밴드이기도 했다: 기타리스트 Joel R.L. Phelps의 곡은 무시무시한 강렬함을, 베이시스트 Tim Midyett의 곡은 술집에 떠돌아다니는 지혜들을, 기타리스트 Andy Cohen의 곡은 혼란스러운 세상에서 자신의 길을 찾으려 애쓰며 좌절하는 주인공들을 담은 문학적인 록을 선보이고 있었던 것이다. [In The West]의 다음 앨범 [Libertine]에서 Phelps는 밴드를 떠나게 되지만, 그 이후에도 밴드는 3인조로서 계속해서 활동을 이어나갔으며 이후에도 Albini가 녹음한 앨범들을 계속 발매하게 되었다. 드러머 Michael Dhalquist가 교통사고로 인해 2005년 시카고에서 명을 달리할 때 까지도 Silkworm은 계속해서 감정이 절절하게 서린, 술에 잔뜩 절여진 록 음악을 연주하고 있었던 밴드였다. Cohen과 Midyett은 이후 Bottomless Pit을 결성하게 된다.
Brise-Glace - [When In Vanitas...]
https://briseglace1.bandcamp.com/album/when-in-vanitas
Jim O'Rourke는 조숙했던 10대 시절부터 이미 솔로 활동 및 Illusion of Safety 활동으로 시카고의 실험 음악 씬에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었다. Brise-Glace에서 O'Rourke는 Albini와 함께 스튜디오로 들어가 Dazzling Killmen, Flying Luttenbachers, You Fantastic!, Cheer-Accident 등의 멤버들과 함께 연주했다. 그 후, O'Rourke는 녹음된 테이프를 들고 면도칼을 가지고 이리저리 잘라대고 붙여대어 청자의 정신을 어지럽히는 노이즈, 리듬, 침묵의 콜라주를 만들어 내었으며, 이 콜라주는 This Heat이나 Faust 정도만이 보여 주었었던 콜라주였다.
Whitehouse - [Halogen]
https://susanlawly.bandcamp.com/album/halogen
'Edgelord'라는 사뭇 두렵기까지 한 수식어와 함께, Albini와 Whitehouse는 음악가 그리고 청자 모두에게 악의를 흩뿌려대며 번쩍거리는 네온 사인 천막과도 같은 조합이었다. 1993년 Albini는 플래티넘 인증을 받은 Nirvana 앨범을 녹음하기도 했지만 동시에 William Bennett과 그의 동료들을 도와 Whitehouse의 청각적 악몽을 숨 막히는 수렁으로 빚어내어, 삶과 죽음의 역겹고 부패한 측면으로 파고드는 앨범을 만들어 내기도 했었다.
안타깝게도, Albini가 Whitehouse 멤버들 중 한 명이자 논란의 작가 Peter Sotos와 관계를 맺고 그를 지지했다는 사실은 쉽게 받아들이기는 어려운 부분일 것이다. Albini는 거의 모든 주제에 대한 자신의 의견을 솔직하게 밝히는 사람이었지만, 자신 및 다른 사람들의 가학적인 충동에 대한 그의 열광은 Albini를 그다지 곱지는 못한 스포트라이트 속에 두기도 한다. 그러나 다시 한 번, Albini는 딱히 신경쓰지 않는 것 처럼 보였다. Albini는 "warts and all"이라는 표현을 받아들인 후, "warts"에 해당하는 모든 안좋은 것들에게 러브레터를 썼다. 이 앨범은 청자가 불편함을 느끼도록 고안된 작품이며, 그렇기에 어떤 사람들이 이 앨범에 거부감을 느끼는 건 사실 당연한 일이다. Albini같은 사람에게 예술 작품의 목적은 무언가를 다시 확인한다거나 무언가에 순응한다는 것이 아니었다. 극단적인 생각들과 극단적인 음량이 교차하는 지점에 어떤 종류의 '초월'(transcendence)이 존재하고 있으며, 이 초월은 가혹하고 또 가차없지만, 마라톤 같기도 하며, 도전 같기도 하고, 어쩌면 무언가에 대한 돌파구 같기도 하다. 여기서 당신이 얻어갈 수 있을 것은, 아무리 과소평가해서 말하더라도, 사람마다 많이 다를 것이리라.
Slint - [Slint]
https://slint.bandcamp.com/album/slint
1994년이 되었을 무렵 [Spiderland]는 이미 전설적인 지위에 올라 있었고, Slint는 이미 몇 년 전에 활동을 중단한 밴드였다. 그래서 이 2곡짜리 EP(Albini 녹음, Brian Paulson 믹싱)가 공개되었을 때 온갖 포스트-록커들과 뉴-스쿨 이모족들이 단체로 "와후우우우우!"를 외쳤던 것이었다. Big Black의 데미지를 한껏 입은 [Tweez]와 신비롭고 비밀스러운 [Spiderland] 사이의 간극을 메워주는 이 EP는, 10인치라는 형식 따위에 그 힘이 결코 바래지진 않는 앨범이었다.
Gaunt - [I Can See Your Mom From Here]
https://gaunt-tj.bandcamp.com/album/i-can-see-your-mom-from-here
"자동차 부품을 떼다 팔아서 비용을 마련했다"고 전해지는 Gaunt의 첫 앨범은 1990년대 개러지 펑크의 정점 중 하나에 해당하는 앨범으로, [Sorry Ma, Forgot to Take Out the Trash] 시기의 The Replacements가 침을 찍찍 뱉어대고 식초를 사방팔방에 뿌려대며 달려가는 샷건에 Pagans의 실존적 절망이 함께하는 것 같은 음악이다. Sovtek 앰프와 페달로 시동이 걸린 [I Can See Your Mom From Here]의 기타 디스토션은 청자가 거의 실제로 만질 수 있을 정도로 두텁고 끝내주는 음색으로 훌륭한 조연의 역할을 담당한다. 이 앨범이 발매된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 나는 Gaunt의 프론트맨이자 지금은 슬프게도 세상을 떠난 Jerry Wick을 만나서, Albini와 함께 작업을 했는데도 어떻게 The Jesus Lizard 같은 느낌이 나오지 않을 수 있었는지에 대해 물어봤었다. 그의 대답은? "어떻게 해야 하는지 내가 말해줬었다." 애들의 말이 맞았다, Albini는 사람들이 직접 요리를 하게 내버려 두는 사람이었던 것이다.
Melt-Banana - [Scratch or Stitch]
https://melt-banana.bandcamp.com/album/scratch-or-stitch
Melt-Banana의 이전 앨범 [Speak Squeak Creak]을 녹음했던 경험이 있는 Albini는 이 도쿄 밴드의 미친 것처럼 날카로운 급박함에 이미 친숙해져 있었다. 지구상에서 가장 짜릿한 라이브 밴드들 중 하나인 Melt-Banana는 Albini 및 Jim O'Rourke와 함께 그 정신나간 열광을 테이프에 기록하였다. "Sick ZiP Everywhere"를 들어 보고, 이들이 그 '기록'에 성공했다는 사실을 알고, 다음 곡들도 들어 보라.
Tar - [Over and Out]
https://tarofficial.bandcamp.com/album/over-and-out
Albini 특유의 "드라이한" 드럼 음향을 사진으로 재현한 듯한 Tar의 마지막 앨범의 커버는 랙 톰(rack tom)의 관점은 어떨지를 엿볼 수 있게 해 주는 사진이다. 하지만 Tar라는 밴드는 기타, 특히 알루미늄 기타에 대한 밴드였다. Tar의 멤버들과 Albini의 인연은 저 멀리로 거슬러 올라간다 - 이들의 전신이었던 밴드 Blatant Dissent와 Tar의 거의 모든 앨범들을 Albini가 녹음했던 것이다. 훌륭한 녹음과 밴드 최고의 곡들을 두고, Tar는 고개를 높이 든 채로 무대를 떠나갔다.
Storm and Stress - [Storm&Stress]
https://stormandstressofficial.bandcamp.com/album/storm-stress
피츠버그의 매스 록 밴드 Don Caballero의 첫 앨범 작업을 맡은 후, Albini는 기타리스트 Ian Williams가 기타라는 악기에 대해 얼마나 훌륭한 기량을 가진 사람인지를 충분히 알게 되었다. 하지만 그런 Albini 조차도 Williams의 3인조 밴드 Storm and Stress의 첫 앨범 작업을 맡게 되었을 때 상당한 충격을 받았을지도 모른다. 제멋대로 뻗어나가는 더블 앨범인 [Storm&Stress]는 미국의 인디펜던트 록에 있어 후기의 정점이라고 할 수 있을 만한 앨범으로, 산산이 부서진 작곡의 조각들로 가득 차 있다가도 가장 예상치 못한 지점에서 전통적인 곡 구조로 합쳐지는 순간들로 구성되어 있다. 진정한 "포스트-록"으로써, Storm and Stress는 퍼즐 조각을 계속해서 재배열하여 청자가 무엇을 보고 있는지 전혀 알아차리지 못할 때까지 밀어붙이지만, 그 원래 퍼즐이 무엇이었던지간에 상관 없이 아름답기만 한 음악을 선보인다. 결국 Storm and Stress의 베이시스트 Eric Emm은 Don Caballero에도 합류하게 되어, 이 밴드의 정점 [American Don] 작업을 다시 Albini에게 맡기게 된다.
Dirty Three - [Ocean Songs]
https://dirtythree.bandcamp.com/album/ocean-songs
[Ocean Songs] 작업을 위해 호주 출신의 3인조 Dirty Three는 Albini에게 지휘봉을 맡겼다. 이 앨범을 만드는 시점에 Dirty Three는 기타, 드럼, 바이올린의 구성으로 진행하는 카타르시스적인 공연과 일련의 앨범들을 통해 변화무쌍한 날씨와 같은 감정선을 보여주는 밴드로 이미 상당한 유명세를 얻었던 상황이었다. 갑작스러운 상실이 유발시킨 폭풍같은 격변이던, 구름 한 점 없는 밤 드넓은 창공의 고요함이던, Dirty Three는 청자의 마음 속 깊숙히 아픈 곳을 건드리는 밴드이다. 드러머 Jim White와 기타리스트 Mick Turner는 1980년대에 이미 Venom P. Stinger를 통해 청자의 고막과 사회의 통념을 철저하게 파괴했던 사람들이고, 바이올리니스트 Warren Ellis는 최근 Nick Cave의 가장 소중한, 창작의 포장지 역할을 맡아 온 사람이다. [Ocean Songs]에서 이 3인조 밴드는 차분하고 명상적인 연주로 수면에 잔잔한 파문을 남기고 있다. Dirty Three의 12년 만의 새 앨범 [Love Changes Everything]은 오는 6월에 발매 될 예정이다.
Mount Shasta - [Watch Out]
https://mountshasta.bandcamp.com/album/watch-out
Mount Shasta는 기타 샵의 코끼리와 같은 밴드였으며, 재미있는 부조리극 로큰롤 노이즈를 선보이면서 어색하게 쿵쾅거리며 돌아다니는 밴드였다. 이들의 세 번째 앨범 [Watch Out]은
Albini가 그 당시 막 설립했던 Electrical Audio 스튜디오에서 가장 처음으로 완성한 앨범들 중 하나였다. Albini는 엄청난 공을 들여 디자인하고 완성한 그의 스튜디오를 가리켜 "펑크 록커들이 지은 스튜디오다"라고 자랑하곤 했는데, 실제로 Electrical Audio 스튜디오는 현재까지도 모험을 찾아 떠나는 음악가들의 메카로 자리잡고 있다.
Labradford - [Fixed:Context]
https://labradford.bandcamp.com/album/fixed-context
많은 밴드들이 그들의 첫 앨범 혹은 마지막 앨범을 Albini와 함께 만들곤 하는데, 이는 Albini가 지치지도 않고 언제나 새로운 음악을 찾아내어 후원하는 사람인 것 때문이기도 하지만, Albini의 기술을 습득하는 것이야말로 수많은 언더그라운드 밴드들의 꿈과 같은 목표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하지만 아마도 Labradford는 그들의 마지막 앨범을 Albini와 함께 만들었을 때 Albini의 다이내믹에 대해서는 무심했던 것 같다 - 그들 특유의 우아한 드론은 포스트-록 르네상스 시기의 가장 인상적인 음향 중 하나일 것이다. 드럼 세트의 음향이 눈에 띄지 않는 앨범인 [Fixed:Context]는 Albini가 단순히 록 음악의 땀과 큰 음량 말고도 '분위기'를, Labradford 특유의 감정적 울림이 섞인 그 분위기를 포착하는 데에도 능숙한 사람이라는 것을 증명하는 증거일 것이다.
The New Year - [Newness Ends]
https://thenewyear.bandcamp.com/album/newness-ends
Bedhead의 마지막 앨범 [Transactions de Novo]를 만든 후, Matt Kadane과 Bubba Kadane 형제는 이들의 다음 프로젝트의 첫 앨범의 엔지니어로 Albini를 점찍었다. The New Year는 Bedhead가 끝을 맞이했던 그 지점으로부터 시작했던 밴드로, 슬로코어의 선구자 Codeine의 드러머인 Chris Brokaw를 영입하기까지 한 밴드이다. [Newness Ends]는 Kadane 형제의 조용한 강렬함을 훌륭하게 조명하고 있는 앨범이며, 카타르시스의 분출을 손짓으로는 가리키지만 실제로는 언제나 뒤로 한 발짝 물러서며 고요한 긴장감을 한껏 즐기는, 그들 특유의 강렬하고 파괴적인 감정의 안티-클라이맥스를 천천히 구축해 나아가는 앨범이다.
Giddy Motors - [Make It Pop]
https://giddymotors.bandcamp.com/album/make-it-pop
이제 막 밀레니엄으로 들어서던 잉글랜드에서 나타난 Giddy Motors는 Gallon Drunk, World Domination Enterprises같은 시끄럽게 맹공을 퍼붓던 밴드들이 런던의 클럽들을 공습하던 시기, 영국 노이즈 록의 전성기로 되돌아간 것만 같은 밴드였다. Manu Ros의 재즈 풍의 드럼 연주는 Giddy Motors에 '지옥에서 연주하는 스윙'의 느낌을 선사했으며, 이 밴드가 활동하던 시기에는 드물었던 특유의 스타일을 만들어 주었다. Todd Trainer와 그의 목소리는 앨범의 마지막 곡에도 등장하고 있다.
Songs: Ohia - [The Magnolia Electric Co.]
https://songsohia.bandcamp.com/album/magnolia-electric-co-deluxe-edition
Songs: Ohia의 Jason Molina는 Albini와 특별한 친구 관계를 맺고 있는 사람이었으며, 이는 Molina가 시카고로 거처를 옮긴 지 얼마 안 되어 만들었던 앨범 [Didn't It Rain]의 수록곡 "Steve Albini's Blues"를 통해서도 보여지고 있다. 그 다음 해애 만들어진 앨범 [The Magnolia Electric Co.]은 Molina의 최고 걸작으로 널리 알려진 앨범으로, Albini 특유의 투명한 프로듀싱 스타일이 Molina의 곡이 가지는 고통과 절망의 정서를 너무나도 선명하게 드러내고 있는 앨범이다.
Wrangler Brutes - [Zulu]
https://wranglerbrutes.bandcamp.com/album/zulu
Sam McPheeters(Born Against, Men's Recovery Project), Andy Coronado(The Monorchid, Skull Kontrol), 그리고 Brooks Headley(Universal Order of Armageddon, Young Pioneers, Skull Kontrol)라는 씬의 베테랑들로 구성된 밴드였던 Wrangler Brutes는 하드코어의 인생을 살아가는 사람들이 탄생했었던 바로 그 스튜디오로 기쁘게 돌아왔던 밴드였다. Headley의 드럼 연주를 Albini 녹음으로 듣는 건 일종의 꿈과도 같은 일일 것이다 - 그리고 다들 예상하겠지만 이 둘의 '요리 토크'는 굉장히 밀도 높은 대담이었다 (Headley는 제임스 비어드 상도 수상한 페이스트리 셰프로, 지금은 뉴욕 시에서 Superiority Burger라는 식당의 소유자 겸 운영자로 활동하고 있다). 지금 당장 시원하게 웃으며 스스로를 근처의 벽으로 던져대고 싶다면, 바로 "Shank'd"로 넘어가 보라.
Ponys - [Celebration Castle]
https://ponys.bandcamp.com/album/celebration-castle
첫 앨범 [Laced With Romance] 처럼 차디찬 클래식은 아니었지만, Ponys의 두 번째 앨범 [Celebration Castle]은 시카고 동료 Albini의 손을 거쳐 '개러지 펑크'라는 영역 너머의 보다 더 분위기 있는 질감으로 나아간 앨범이었다. 당시 대부분의 밴드들이 자신들의 파워와 공격성을 강화하기 위해 Electrical Audio 스튜디오를 찾아갔었지만, Ponys는 오히려 자신들이 갇혀 있던 리버브의 터널을 빠져나가기 위한 기회로 스튜디오를 활용했었다.
This Moment In Black History - [It Takes A Nation Of Assholes To Hold Us Back]
https://snaxrecordsandtapes.bandcamp.com/album/it-takes-a-nation-of-assholes-to-hold-us-back
오하이오 주의 펑크 밴드 This Moment In Black History는 클리블랜드의 '슈퍼그룹' 같은 느낌의 밴드였다. 두 번째 앨범에서 이 4인조 밴드는 암트랙 열차를 타고 시카고의 Electrical Audio 스튜디오로 향해 이라크 전쟁 시기의 미국이라는 국가의 모습에 대한 신랄한 비판을 퍼부었다. "Let's Talk About Civil War"는 소름 돋을 정도의 혜안을 선보이는 곡이며, "Garbage In/Garbage Out"이나 "Back In A Plaza Groove"같은 곡의 위협적인 리듬은 그 어떤 모슁 핏도 댄스플로어로 바꾸어버릴 수 있을 것만 같은 리듬이다. This Moment In Black History는 이 앨범의 제목을 통해 Public Enemy에 대한 경의를 표했지만, 동시에 클리블랜드의 전설적인 밴드들인 Spike In Vain과 Easter Monkeys의 곡들 또한 커버하고 있기도 하다. 발매된 지 거의 20년이 지난 지금, [It Takes A Nation Of Assholes To Hold Us Back]은 여전히 미국의 모습을 반영하는 거울 같은 앨범이며, 우리는 여전히 최선을 다 하지 못하고 있다.
The Ex - [Catch My Shoe]
https://theex.bandcamp.com/album/catch-my-shoe
1979년 네덜란드에서 결성된 The Ex는 Albini가 인생을 걸었던 그 DIY 원칙을 실제로 구현한 것과 같은 밴드였으며, Albini 자신 또한 The Ex의 오랜 팬이기도 했다. [Catch My Shoe]는 1998년 [Starters Alternators]를 시작으로 Albini가 계속해서 녹음해 온 The Ex의 앨범들 중 마지막에 해당하는 앨범이었다. 또한 [Catch My Shoe]는 멤버 G.W. Sok이 처음으로 마이크를 내려 놓은 앨범이었으며, 해서 Arnold De Boer가 기타와 함께 마이크를 잡고 밴드에 영감을 불어넣게 된 첫 앨범이기도 했다. 앨범을 듣다 보면 이 밴드에 대해, 무대 위에서나 테이프에서나 상관 없이 순수한 열정으로 임하는 이 밴드에 대해 Albini가 갖고 있는 애정이 느껴질 것이다. [Catch My Shoe]는 The Ex라는 밴드가 하는 예술을 그대로 담고 있다 - 스릴이 넘치면서도 그 예술에 영감을 주고 있는 세계를 온전히 담아내고 있는, 바로 그런 예술. 당신과 음악가들 사이에는 그 어떤 스크린도 존재하지 않으며, 우리 모두는 예술 안에 함께 존재한다.
My Disco - [Little Joy]
https://mydisco.bandcamp.com/album/little-joy
Big Black의 곡에서 이름을 따 온 밴드인 My Disco는 Albini의 과거와 미래가 만나는 지점 같은 밴드이다. [Little Joy] 시기에 이르렀을 때, 이 호주 출신의 3인조 밴드는 그 전까지 보여주었던 긴장감 넘치는 포스트-펑크에서 이런저런 부분들을 해체하기 시작했었다. 그러나 이후의 앨범들과는 또 다르게 [Little Joy]에는 아직 그들 특유의 황량한 공격을 주도하는 원동력이 존재하고 있다. "Young" 같은 곡은 This Heat 앨범에 문제 없이 들어가 있을 만한 곡이며, "Sunray" 같은 곡은 앨범의 진행을 밝게 환기해 줄 수 있을 만큼의 적당히 신선한 공기를 불어넣어 주는 곡이다.
Helen Money - [Arriving Angels]
https://helenmoney.bandcamp.com/album/arriving-angels
Helen Money라는 이름으로 활동하는 첼리스트 Alison Chesley는 첼로라는 악기를 가지고 다소 무거운 음향, '다른 세계'의 음향으로 빚어내는 음악가이다. 그녀는 Shellac을 비롯한 온갖 시끄럽고 강렬한 밴드들과 함께 투어를 다녔다. 2013년의 앨범 [Arriving Angels]는 Albini가 녹음한 앨범으로, Chesley의 호기심 가득한 음악 세계를 엿볼 수 있는 흥미로운 앨범이다.
Savage Beliefs - [Big Big Sky: A Recorded History of Savage Beliefs]
https://alonasdreamrecords.bandcamp.com/album/big-big-sky-a-recorded-history-of-savage-beliefs
1984년, Big Black은 [The Middle Of America] 컴필레이션 앨범에 몇 곡을 수록했는데, 이 컴필레이션 앨범에는 Naked Raygun(당시 기타리스트였던 Santiago Durango는 곧 밴드를 탈퇴하고 Big Black에 합류했으며, 보컬 Jeff Pezzatti는 이미 Big Black에서 베이스를 연주하고 있었다), The Effigies, Savage Beliefs 같은 동료 밴드들도 참여하고 있었다. 워싱턴 DC 펑크 밴드 Government Issue 출신의 기타리스트 Brian Gay가 참여한 밴드 Savage Beliefs는 하드코어 펑크의 에너지와 분노에 서프 록 스타일의 필터로 투과시켜 나오는 세련된 광택을 입힌, 독특한 밴드였다. 이들은 활동 기간 동안 단 1장의 7인치 EP만을 발매했지만 시카고 음악 씬에는 상당히 깊은 인상을 남겼다. Naked Raygun의 Pezzatti가 Big Black 베이시스트 역할을 그만 두기로 결정했을 때, Savage Beliefs의 Dave Reily가 그 자리를 맡게 되었다. 2015년에 재발매 전문 레이블 Alona's Dream이 Savage Beliefs의 모든 곡들을 모아 LP 한 장에 담아내어 발매하였다. Albini가 이 곡들을 녹음했던 것은 아니었지만 (녹음은 Big Black의 [Bulldozer]와 [Racer-X] EP를 녹음했던 Iain Burgess가 담당했었다), Albini는 원본 테잎들을 모아 복원하고 제대로 된 리믹싱을 해 주었다. 비록 공공연하게 '과거를 돌아보는 향수를 혐오한다'고 말하고 다녔지만, Albini 자신은 펑크의 역사에 대해 불타는 열정을 가진 학생이었으며, 음악가들이 자신의 유산을 보존하고자 할 때 기꺼이 가능한 도움을 주는 사람이었다.
Spare Snare - ['Sounds']
https://sparesnare.bandcamp.com/album/sounds
Spare Snare는 1990년대 초 '로-파이'의 전성기 시대에 Jan Burnett이 자신의 레이블 Chute Records를 통해 자기가 만든 곡들을 발매하기 위한 수단으로써 만들어졌던 밴드였다. 이 스코틀랜드 밴드의 2018년 앨범 ['Sounds']는 커버에 대문짝만하게 부제를 달아 놓았던 앨범이었다 - "Recorded By Steve Albini"라는 부제를. 판매량 증진을 위한 광고였을까, 겸손한 자랑이었을까, 아니면 그냥 냉정하게 사실을 말했던 것이었을까? 작년 발매되었던 밴드의 12번째 앨범 [The Brutal] 또한 Albini가 작업한 앨범이었다.
Cocaine Piss - [Passionate and Tragic]
https://cocainepiss.bandcamp.com/album/passionate-and-tragic
Albini는 이전부터 항상 열정적이면서도 뛰어난 당구 선수였지만, 그가 프로 포커 대회에 참가하기 시작했을 때, 세계의 카드 고수들이 대체 이 남자는 누구인지, 어째서 포커에서 계속 이겨대는 건지를 알아내기 위해 Discogs 사이트를 다 같이 뒤져 보기 시작했었다. Albini가 2018년 World Series of Poker 대회에서 우승했을 때 (그는 2022년에 한번 더 우승한다), Big Blak의 이 남자가, 기타 소리를 두개골에 꽂히는 얼음 송곳처럼 갈아내는 전문가인 이 남자가 세븐 카드 스터드 게임에서도 그 정도로 전문가라는 사실에, 수천 명의 펑크 록커들만큼이나 충격을 받은 사람은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모든 사람들이, 펑크 록커던지 아니던지 상관없이, 모두가 Albini가 우승 트로피를 들고 있었을 때 입고 있던 그 티셔츠, Cocaine Piss의 티셔츠에 열광했던 것도 사실이었다. 이 벨기에 밴드의 2016년 앨범 작업도 맡았던 Albini는 인터넷에서 한동안 떠들썩했던 이 사건을 가지고 2019년의 앨범 [Passionate and Tragic]의 녹음에 활용했었다.
Chief Tail - [Chief Tail]
https://reptilianrecords.bandcamp.com/album/chief-tail
볼티모어의 거리에서 광견병에 걸린 채로 침을 흘리며 돌아다니는 코요테같은 밴드 Chief Tail은 Albini가 가장 잘 하는 일, 즉 시끄럽고 난폭한 록 음악이라는 영역에 발을 디딘 밴드였으며, 이들의 음악은 청자를 좋은 쪽으로 위협하는 음악이다. 전설적인 미친놈 소굴 밴드였던 P.C.P. Roadblock의 멤버들로 구성된 밴드인 Chief Tail은 The Jesus Lizard의 [Goat]와 [Liar]가 정면으로 케이지 매치를 붙는 것만 같은 음악을 한다. 누가 이길 것인가? 우리가!
Nina Nastasia - [Riderless Horse]
https://ninanastasia.bandcamp.com/album/riderless-horse
Albini와 Nina Nastasia의 인연은 그녀의 첫 앨범, 2000년의 [Dogs]를 같이 만들었던 순간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특별한 관계였다. Albini는 그 후로 Nina Nastasia의 모든 앨범들을 전부 녹음하였으며, 이는 그녀가 10년 넘게 음악 업계를 떠나가 있다가 다시 돌아와서 만든 앨범인 [Riderless Horse]도 포함하고 있다. [Riderless Horse]는 비통한 앨범으로, 2020년 자살로 생을 마감한 Kennan Gudjonsson과의 관계, 로맨틱하면서도 창의적이었던 특별한 관계가 해체되는 과정을 담아낸 슬픈 앨범이었다. Nina Nastasia는 슬픔을 그러모아 Albini, 그리고 Electrical Audio 스튜디오의 엔지니어 Greg Norman과 함께 뉴욕 주 북부의 한 등대로 떠났으며, 그 곳에서 그녀의 진정한 첫 솔로 앨범, 뇌리를 떠나지 않고 맴돌지만 또 동시에 기이하게도 편안한 느낌이 드는 이 앨범을 만들었다. 이 3인조는 "식사도 같이 하고, 같이 울고, 같이 웃고, 서로 이야기를 나누었다"고 앨범 라이너 노트에 쓰여 있다. 다시 말해서 [Riderless Horse]는 삶의 근본적인 정수로 만들어진 앨범이며, 음악이 모두를 하나로 묶어 주는 접착제 역할을 하고 있는 앨범인 것이다.
Fire! - Testament
https://firesweden.bandcamp.com/album/testament
Fire!는 지칠 줄 모르고 활동하는 색소포니스트 Mats Gustaffson이 이끄는, 놀라운 프리 재즈 밴드이다. Fire! Orchestra라는 빅 밴드 형태로 활동할 때나 아니면 Jim O'Rourke나 Oren Ambarchi 같은 아방가르드 거물들과 함께 협업할 때나, Fire!의 핵심 3인조 멤버는 종종 방 안의 다른 연주자의 노이즈 아래에 숨어들곤 했다. 하지만 [Testament]에서 Gustaffson과 베이시스트 Johan Berthling, 드러머 Andreas Werlin은 스파르타식 접근법을 선택하였고, 해서 Electrical Audio 스튜디오로 향해 그 어떤 과잉도 전부 쳐낸 밴드의 뼈대를 담아내고자 했던 것이다. 쉽게 생각해 보면 Albini 특유의 건조한 드럼 음향이 Fire!의 프리 재즈, 훵크, 포스트-록에 어울릴 것 같다는 느낌이 들겠지만, 눈을 감고 집중해서 들어 보면 스튜디오 A번방의 음향 환경이 이 작은 밴드가 만들어내는 거대한 음악과 완벽한 조화를 이루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될 것이다.
결국, 돌이켜 보자면, 얼터너티브 록 경력과 (그는 Bush 앨범 작업을 했던 것이 즐거운 경험이었다고 주장해 왔다) 대단한 성공에도 불구하고 Albini는 언제나 마음 속 깊은 곳에 펑크를 간직하고 있었으며, 그 펑크가 앞에서 힘을 잃어버렸을 때에조차도, 그는 결코 펑크를 포기한 적이 없었다.
Requiescat, Steve.
*********************************************************************************************
Steve Albini (1962 ~ 20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