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loating Points]
Cascade
ouii
2024. 11. 30. 08:22
https://youtu.be/DaiuHTYvF2U
"Key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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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ra.co/features/3548
The Art Of Production: Floating Points
Mark Smith
[RA]
2019년 10월 29일
지난 10년간 영국에서 등장해 왔던, '선천적 재능'을 타고 난 프로듀서들을 고려해 볼 때, Sam Shepherd야 말로 그 중에 가장 뛰어난 '르네상스 맨'일 것이다. Floating Points라는 이름 하에 만들어내고 있는 그의 작업물들에 대한 기사를 읽다 보면 이 프로듀서가 갖추고 있는 수많은 강점들에 스스로 겸손함을 느끼지 않는 게 불가능할 정도일 것이다. 많은 사랑을 받는 DJ이자 창고들을 찾아다니며 뒤지는 음반 수집가? 확인. 신경과학 분야 박사학위? 확인. 도저히 탈출할 수 없는 매력의 클럽 트랙들로 이루어진 카탈로그? 확인. 16인 밴드의 리더? 확인. 재즈, 바로크, 프랑스 인상주의 화성의 지휘자? 확인. 충분한 훈련과 연습을 진행했던 소년 합창단 단원? 확인. 모든 요소들을 포함한 전체 목록은 생략하도록 하겠다.
이런 자격들을 갖춘 사람에게 수준 높은 음악이라는 건 당연한 결과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Shepherd는 자신의 음악이 '틀에 박힌 완벽주의의 행렬'이 되는 것을 막을 수 있을 정도의 지혜 또한 가지고 있는 사람이었다. 어쩌면 2015년의 [Elaenia] 보다도 더한 앨범일 수 있을 그의 새 앨범 [Crush]는 Floating Points 회의론자들마저도 사로잡을 만한 앨범이며, 전작의 ECM 계열 태피스트리 대신 능숙한, 뼈대만 남은 듯이 건조한 리듬과 Shepherd의 기준에 비하면 (변명: 다른 거의 모든 사람들의 기준에서는 흠잡을 데 없을 정도로 훌륭하게 전개되고 있다) 매력적일 정도로 엉성하기 짝이 없는 즉흥성을 선보이고 있는 앨범이다. Shepherd의 조화로운 감성과 벨벳 같은 질감은 계속해서 유지되고 있으나, [Crush]의 최고의 순간들은 거칠고, 비뚤어져 있으며, 공격적인 순간들이다.
단기간에 녹음된 앨범인 [Crush]는 Shepherd의 솔로 공연 세트들에서 만들어진 앨범으로, 그가 직접 엄청나게 과한 오버스펙 드럼 머신으로 설계한 Buchla 시스템을 중심으로 만들어진 음악들이다. 지난 8월 그의 스튜디오에 방문했을 때, 그는 우리에게 그 Buchla 시스템의 특징들에 대해 설명해 주었고, 어떻게 이 시스템이 [Crush]로 녹아들었는지, 그리고 또 다른 중요한 구성 요소들, 위엄을 뽐내는 야마하 CS70 같은 다른 요소들에 대해서도 알려 주었다. 하지만 바라건대, 이 인터뷰가 Shepherd의 다양한 음악 교육 경험이 그의 앨범들에 미쳤던 영향들에 대해 전반적인 이해를 줄 수 있으면 한다. 또한 음악 이론에 대한 불가지론자라고 할 수 있을 부류의 독자들 또한 이 인터뷰를 통해 '덮개 아래에서 벌어지는 일들'에 대한 나름의 이해를 얻을 수 있기를 바란다. Shepherd 본인 또한 조심스럽게 지적했듯이, 그가 가장 좋아하는 음악가들 중 다수가 Shepherd에게 낙인처럼 붙어 있는 수많은 기법들을 전혀 가지고 있지 않은 음악가들인 것이다. 그러니, 실제로, 우리에게도 희망이 있는 것이다.
Mark Smith> 온갖 인상적인 장비들에 둘러싸여 있는 상황에서 이런 질문을 하는 것도 좀 웃기긴 하지만, 저는 먼저 '화음'에 대한 이야기로 시작하고 싶습니다. [Crush]의 첫 곡은 9도 화음으로 시작해 서스펜션을 지나 아주 미묘하게 B단조로 변조되는데, 이런 진행은 일반적인 댄스 음악 프로듀서들은 하지 않는 방식입니다. 어떻게 이런 아이디어를 떠올렸던 것인가요? 당신도 악기 없이 작곡할 수 있는 종류의 음악가인 것인지, 아니면 녹음 과정 중에 즉흥적으로 만들어낸 아이디어였나요?
Floating Points> 제가 하는 작업의 대부분은 일단 피아노나 아니면 다른 키보드 악기를 가지고 아이디어를 만들어내고, 그 다음에 그 아이디어를 가지고 앙상블을 위한 악보를 만든다는 점에서 '피아니스트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가끔은 친구들이 이런저런 부분들을 녹음하기 위해 잠깐 들르기도 합니다. 대부분의 경우, 작곡을 하고 나면 일단 기본적으로 현악을 추가합니다. 현악을 더하면 멋진 느낌이 되는데, 이런 작업을 많이 해 오고 있으며 이번 앨범에서도 많이 했습니다. 하지만 오보에, 클라리넷, 바순, 그런 종류의 악기들은 상대적으로 덜 활용하고 있긴 합니다. [Crush]의 첫 곡 "Falaise"는 2대의 바이올린, 비올라, 첼로, 플루트, 클라리넷, 베이스 클라리넷, 프렌치 혼으로 구성된 곡입니다. 어쿠스틱 악기들을 신디사이저의 오실레이터처럼 다뤄 보자는 아이디어였죠.
Mark Smith> 제 방식으로 표현해 보자면, 당신은 뭐랄까 화음 진행을 일종의 연속적인 그림으로, 각각의 음이 서로 다른 연주자에 의해 순서대로 연주되는 그림으로 "인용"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Floating Points> 지금은 제가 어떻게 느끼는지, 확실하지 않은 것 같습니다. 녹음했을 때에는 "좋아, 멋진데, 완성이군"이라는 생각이었죠. 그러다가 다시 들어봤는데, 작곡 자체를 조금 다르게 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중요한 것은, 무언가를 만들 때 그 안 어딘가에 선을 그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저는 앨범이 그 앨범을 만들었던 시간대의 나를 포착한 사진 같은 거라는 고전적인 생각을 좋아합니다만, 그 말은 동시에 앨범을 만들고 나면 나는 이미 그 시간 이후의 사람이 되어버렸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당신이 말한 그 부분, 그 부분을 지금의 저는 "와, 제길, 이제는 그렇게 안 할 거야. 다음번에는 다르게 하겠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사실 이 깨달음은 녹음이 끝난 다음에 상당히 빠르게 찾아왔었죠.
Mark Smith> 하지만 저는 "Falaise"가 좋은 첫 곡이라고 생각합니다, 그 '선언적'인 음조를 통해서요.
Floating Points> 저는 뭔가 굉장히 유기적인 것으로 앨범을 시작하고, 하지만 거의 곧바로 가공을 통해 그 유기적인 것을 파괴하면서 들어가고 싶었습니다.
Mark Smith> 일종의 필터 같은 것으로 잘게 자르셨는데요.
Floating Points> 가장 기본적인 Buchla 패치(patch)입니다. 엔벨로프 생성으로 시작해서 저주파 필터로 끝나죠. 엔벨로프의 '시작 시간'(attack time)을 바꾸면 음향이 거꾸로 일어나는 것 처럼 들리게 됩니다. 음악가가 연주하는 동안 실시간으로 엔벨로프 모양이 바뀌는 기능을 사용했죠.
Mark Smith> 악기가 연주되는 동안 Buchla로 그 음향이 들어가고 있었다는 말씀이신가요?
Floating Points> 네. 보통 저는 8개의 오실레이터를 가지고 그 저주파 필터에 넣곤 합니다. 그래서 그냥 지루하다고 할 수 있을 오실레이터 대신 "클라리넷을 한 번 써 보자"라는 생각이 들었죠. 하지만, 당신의 첫 번째 질문에 더 제대로 대답하려면, 저는 일단 피아노를 연주하며 아이디어를 만들어 나가고, 그 다음에는 대체로 자리에 앉아서 종이에 악보를 써 내려가는 편입니다. 종이에 적는 편이 아이디어를 정리하는 데에 있어 더 빠르더군요. 그러다가 어떤 시점에서 그 악보를 시벨리우스(Sibelius)로 옮깁니다.
Mark Smith> 잘 모르는 독자분들을 위해 설명하자면, 시벨리우스는 악보 작성 소프트웨어입니다. 그 말 덕분에 정말 별로였던 음악 학교 경험이 떠올랐어요.
Floating Points> 저도 다르지 않아요, 저도 시벨리우스를 정말 싫어합니다. 말하자면 저는 시벨리우스 버전 1로 돌아가고 싶어요.
Mark Smith> 말 그대로 '석기 시대'인데요.
Floating Points> 맥 OS 8같은 걸 다운받지 않으면서도 시벨리우스 버전 1을 사용할 수 있는 방법이 있는지 궁금한 상태입니다. 애초에 저는 재생 기능을 사용하지 않아서, 버전 1이 정말로 충분합니다. 시벨리우스 제작사 Avid의 주 목표가 악보가 현실 연주에서 어떻게 들릴지를 최대한 사실적으로 재현하는 데에 있는 것 같은데, 그 덕분에 필요해진 연산 처리 능력때문에 제 컴퓨터가 거의 녹아내려버릴 정도가 되었습니다. 대체 그 누구가 그 정도의 연산 처리 능력을 가진 컴퓨터를 쓰고 있단 말입니까?
시벨리우스는 올바른 음을 사용하고 있는지를 바로 알아차릴 수 있는 프로그램이며 실제로 유용한 것이 사실이지만, 실제 음악가의 연주 음향과 일치한다고는 생각할 수 없는 프로그램입니다. 악보에 적은 내용이 초보적일 수는 있겠지만, 친구들을 불러서 연주를 시켜 보면 언제나 항상 악보에서 봤을 때 보다는 더 나은 결과가 나오게 마련입니다. 악보를 연주자들에게 줄 때, 그 때가 음악가로써 가장 멋진 기분이 느껴질 때인 것 같아요. 몇 가지 수정이 필요할 수도 있겠지만, 연주자들은 대체로 아주 기꺼이 도와주는 편입니다. 물리적으로 불가능한 중음(double stop) 같은 걸 항상 지적해 줍니다. 바이올린 연주자는 항상 무언가 말할 것을 보는 사람들이죠.
Mark Smith> 이 질문은 대답하기 쉽지 않을, 자기분석적인 질문이겠으나, 현재 당신의 화성 취향에 기여한 요소들로는 무엇이 있을까요?
Floating Points> 어렸을 적부터 피아노를 연주했지만 제 친구들이 보기에 저는 형편없는 연주자라고 하더군요. 좀 솔직하지 못한 의견이라고 생각하며, 뭐 저는 괜찮습니다, 적당히 할 수 있지만, 피아니스트로서의 연주는 그 누구에게도 하지 않을 겁니다. 저는 스스로 생각하기에 화성학에 대한 학술적인 이해를 갖추고 있으며, 자라면서 그 비슷한 것들을 많이 해 왔습니다, 바흐의 코랄이라던가 그런 것들, 바로크 시대의 화성에 대해서 말이죠. 재즈라던가 아니면 메시앙 같은 프랑스 인상주의 음악들, 20세기 초반 프랑스 음악의 색채들에 깊게 빠져 있기도 합니다. 아직까지도 푹 빠져 있습니다. 18살 무렵에 여러가지 곡들을 연주하며 화성에 대해 배운 것이 정말 많았던 것 같아, 다시 피아노 레슨을 받아볼까 하는 생각도 하고 있습니다. 그러니 전반적으로 제 화성적 취향은 피아노 연주에서 온 것 같다고 말할 수 있겠습니다. 물론 음반들을 많이 듣는 것도 정말 중요합니다. 한 가지로 딱 집어서 말하기는 어렵네요.
Mark Smith> 저 또한 "Bill Evans 때문에 근음(root)이 없는 조성이 좋아졌어요" 처럼 뻔한 대답을 기대하지는 않았습니다.
Floating Points> Bill Evans, 그도 하나의 예가 될 수 있겠네요. Bill Evans 특유의 화음을 표현하는 방식이 있는데, 4도 화음 위에 4도 화음 위에 4도 화음 위에 4도 화음을 얹은 다음 그 위에 3도 화음을 얹는 것 같은 방식이죠, 그렇게 놀라운 화성을 만들어내는데, 이 화성에는 무한한 해석의 여지가, 아니면 당신의 표현을 빌리자면 근음이라는 것이 없는 화성이 됩니다. "So What"이 그런 음악이죠. 어렸을 때 저는 Bill Evans의 그런 방식이 정말 멋진 방식이라고, 모든 종류의 화성에 적용될 수 있는 아름다운 방법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베이스 음을 바꾸고 여러가지를 약간씩 움직이면 모든 것을 표현할 수 있게 되죠. 굉장히 '열린' 음향이라고 항상 생각해 왔습니다. "좋아, 가져가 보겠어"라는 생각을 했고, 제 화음 라이브러리에 Bill Evans의 기법도 들어가 있습니다. 물론 다른 피아니스트들에게서도 영향을 받았습니다, John Taylor의 후기 작품들에서도 많이 배웠고, 제 스승님이신 Les Chisel에게서도 배웠죠. Kenny Wheeler. 그 플랫 5도 화음들, '쥬시'한 그 화음들을 정말 좋아합니다. 전반적인 재즈 화성들 전부를.
Mark Smith> 한 가지 확실히 하고 싶은 것은, 독자들이 화성적으로 흥미로운 음악을 만들기 위해서 반드시 화성학적 지식이 필요한 거라고 생각하지 않으셨으면 한다는 것입니다.
Floating Points> 이 세계를 탐구해 보기 위해 악기를 연주할 수 있어야 할 필요는 전혀 없습니다. 저도 어렸을 때에나 악기 연주가 필수적이라고 생각했었습니다. 제가 만나 봤던 최고의 음악가들 중 몇몇은 악기 연주를 아예 할 줄 모르는 사람들이었습니다. 제가 좋아하는 음악가들 중 상당수가 스스로의 기교를 좋다고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이었구요. 하지만 그 사람들도 놀라운 화성적 감각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제가 기법적인 부분들을 배운 사람이기는 하지만, 제가 작업하는 방식 중 하나가 어쩌면 화음을 만들어내는 데에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 하지만 여전히 스스로가 보기에 흥미로운 무언가를 만들어내고 싶어하는 사람들에게 도움이 될 지도 모르겠습니다. 기본적으로 저는 엄청나게 많은 화음들을 녹음하는데, 이 화음들은 서로 완전히 무관한 화음들입니다. 전체적인 조성은 중요하지 않습니다, 그 화음들이 서로간에 그 어떤 관계조차도 없더라도 상관없습니다. 그렇게 한 다음 화음들을 샘플링해서 각각을 키보드의 건반 하나하나에 대응하게 배치하고, 여러가지 다른 순서 조합으로 재생해 보면서 특정 조합이 멋지게 들리는지를 실험해 보는 겁니다.
이건 다른 방법으로는 찾아낼 수 없었을 새로운 음악적 진행을 탐색하는 한 가지 방법일 뿐입니다. 저라는 사람, 그저 키보드를 다룰 줄 아는 사람인 저는 이런 새로운 조합들을 자연스럽게는 생각해내지 못했을 수도 있습니다. 말씀하신 대로 저에겐 자주 사용하는 화음들이 있습니다. 특정한 진행으로 빠져버리기도 하죠. 하지만 제가 말씀드린 이 기법을 사용한다면, 스스로는 절대 생각해내지 못했을 화성적 진행을 탐구할 수 있게 되며, 화성학에 대해 지식이 있건 없건 상관없이 새로운 화성 진행을 찾아낼 수 있게 됩니다.
이번 새 앨범에서도 이 기법을 사용했었습니다. 관현악 녹음 세션 중 하나가 끝났을 때, 저는 엄청나게 많은 화음들을 연주해 달라고 부탁했었습니다. 거의 벌 받는 정도로 힘든 세션이었죠. 연주자들이 스튜디오에 갇혀서 말 그대로 수백 가지의 무작위적 화음을 연주했습니다. 온갖 조성에서, 온갖 조합으로. 그 다음 저는 그 화음들을 키보드에 샘플링해서 또 무작위적인 순서로 재생해 보면서 뭔가 멋진 결과가 나올 때 까지 시도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그 멋진 결과를 역설계해서 악보에 다시 적는다던가 하기도 하고, 나중에 다른 목적으로 사용하기도 합니다. 물론 사람에 따라 이 기법을 활용해 아주 단순하게 작업할 수도 있습니다. 그냥 화음 두 가지를 선택해서 그 아래에 비트를 깔기만 하면 됩니다.
따라서, 악기를 연주해서 화성을 만들어낼 수 없는 사람이라고 하더라도, 화성을 탐구하지 못한다는 말은 아닌 것입니다. 플루트 같은 악기를 연주한다면 화음을 만드는 것은 아니지 않나요? 물론 다성 악기를 연주할 수 있어서 한 번에 2개 이상의 음을 연주할 수 있다는 건 사실상 축복에 가까운 일이긴 합니다. 하지만, 샘플링을 해서 다시 재생하고 어떤 음향이 스스로의 마음에 드는지 찾아가는 것, 그겁니다.
또 다른 요소는 당신이 주로 듣는 음악, 그리고 그 음악의 어떤 부분이 당신이 화성적으로 "정상"이라고 느끼는 것을 형성하는지에 대한 것입니다. Herbie Hancock을 좋아한다고 치면 그의 음악에서 특정한 화음, 혹은 특정한 화음들이 마음에 든다는 걸 발견할 수 있을 겁니다 - 당신의 화성적 취향은 대체로 당신이 주로 듣는 음악에 의해서 결정되는 것입니다. 가믈란만 듣는 사람이라면 아마 제 화음들을 전부 잘못된 화음으로 인식할 겁니다.
Mark Smith> 표현하고자 하는 바를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는지에 대한 문제는 어떤가요? 기술적인 훈련을 받았는지 아닌지에 대한 문제와는 상관 없이, 감정이나 분위기에 대해 생각은 할 수 있으나 이를 표현하기 위한 음의 조합들, 혹은 그 조합들을 알아내는 방법에 대해서는 모르는 사람이라면 여전히 어떤 장벽을 느낄 것 같습니다. 어쩌면 상대 음감을 익혀나가는 게 가장 좋은 방법일까요? 그러면 귀에 들어온 음을 가지고 역설계를 할 수 있을 테니까요.
Floating Points> 저는 어렸을 때에 합창단에 있었습니다. 매일 연습을 했죠. 선생님들은 C 음을 연주한 다음 저희에게 "좋아, 이제 노래를 시작하자"라고 말하곤 하셨죠. 그렇게 시작하면 "흠, 다음 음은 C 아래에 있는 G 겠지"같은 생각을 하면서 각각의 음 사이를 연결하고 본능적으로 그 사이의 거리를 알게 됩니다. 몸에 배게 되는 것이죠.
노래는 그 누구라도 상대적인 음감을 익힐 수 있는 아주 유용한 도구입니다. 누구에게나 주어진 것이기에 당연하게 생각하기 쉽지만, 사실은 정말로 엄청나게 유용한 것입니다. 또한, 저는 그 누구라도 기본적인 수준의 노래를 할 수 있고 이를 통해서 상대적인 음감을 키워나갈 수 있다고 직관적으로 느끼고 있습니다. 말할 수 있다면, 노래할 수 있습니다. 멜로디에 대한 감각을 키우는 데에 아마도 가장 최선의 방법이 아닐까 합니다.
Mark Smith> 아까 합창단 그리고 바흐에 대해 언급하셨는데, 들으면서 [Crush]의 "Requiem"에서 고전적인 G장조가 C단조로 바뀌어가는 부분이 떠올랐습니다. '바로크'를 말하는 것 같은 부분이죠. 창부들이 알레망드(Allemande)를 연주하는 것 같은 모습이랄까요.
Floating Points> 그 부분을 떠올리시다니 재밌네요. 너무나도 단순한 곡이고, 그래서 제가 정말 좋아하는 곡이기도 합니다. 기술이나 기법이 전혀 없어도 제가 연주하는 법을 가르쳐 드릴 수 있을 겁니다. "Requiem"이 좀 더 흥미로워지는 부분은 바로 그 야마하 CS70인데, 여기에는 3개의 슬라이더가 있어서 음 높이를 연주 중에 5도나 옥타브까지 올려줄 수 있습니다.
Mark Smith> 제가 곧 묻고 싶었던 다른 질문에도 닿는 부분인데요. [Crush]의 '시그니처 음향'중 하나는, 적어도 제가 듣기에는, 온갖 트릴(trill)들인 것 같습니다. 마치 피치 퀀타이저(pitch quantiser)에 오프셋을 먹인 것만 같은 트릴, 기계적이면서도 어쩐지 너무 화려한 느낌으로 음들이 사다리를 올라갔다 내려갔다 하는 것 같은 트릴. 이 표현이 독자들에게 딱히 도움이 되지 않는, 모듈러 신디사이저 업계의 전문 용어들을 쓴 표현인 것은 알지만, [Crush]의 트릴은 딱 그런 음향이 나고 있는 트릴입니다. 3개 정도의 수록곡들에 그런 트릴이 사용된 것 같아요.
Floating Points> 야마하의 슬라이더가 그 음을 만들어냅니다. 정말 멋진 신디사이저죠.
Mark Smith> 트릴에 있는 노이즈가 정말 멋지더군요. 바람을 부는 것 같은 소리, 현악기에서 일어나는 마찰 같은 소리가 납니다.
Floating Points> 맞습니다. 노이즈 음량의 페이더(fader)가 너무 길어서 가장 아래 수준으로 유지하는 편입니다. 아주 조금만 올려도 갑자기 너무 과도하게 되어버리죠. "이런 페이더의 나머지 부분, 그 온갖 노이즈로 대체 뭘 할수 있는 걸까?"라는 생각도 들 정도였어요. 하지만 맞습니다, 야마하는 제가 가진 모든 장비들 중 가장 풍성한 노이즈 발생기입니다. Julio Bashmore와 CS80에 대해 이야기할 때가 있었는데, 그가 "와, 화이트 노이즈 대박인데!"라는 말을 했었습니다. "뭐야, 우리 무슨 신디사이저 노이즈 전문 감식단이라도 된 건가?"같은 생각이 들었었죠. 하지만 이 녀석은 CS70이고, CS80보다 조금 더 나중에 나온 신디사이저로 알고 있습니다. 프리셋을 저장할 수 있는 작은 컴퓨터도 들어가 있는 장비입니다. 멋지죠.
다시 피치 오프셋으로 돌아가자면, 이 오프셋은 신디사이저의 왼쪽 채널과 오른쪽 채널에 개별적으로 작용하기 때문에 스피커의 양 쪽에 서로 다른 음높이를 가질 수 있게 됩니다, 따라서 일종의 패닝(panning) 효과를 만들어낼 수 있는 것이죠. 슬라이더를 굉장히 빠르게 움직이면 트릴처럼 들리는 멜로디를 만들어낼 수도 있습니다. 화성학적으로 말해보자면, 많은 음들을 사용해서 너무 나가버리지만 않는다면 아주 간단한 2음 화음으로 시작해 5도, 옥타브까지 확장시킬 수 있게 되는 것입니다. 그래서 이 곡은 C-E플랫, G-D, A플랫-C, F-A플랫, A플랫-C, 그리고 G-B, 그리고 그렇게 이어지는 식으로 진행되고 있습니다. 매우 기본적인 화성 진행이지만 슬라이더로 간격을 추가하면 화음이 굉장히 넓어지게 되는 것입니다.
Mark Smith> 저는 또 "Requiem"의 주 멜로디도 논의할 만한 가치가 있는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신디사이저로는 쉽게 표현하기 힘든 섬세함으로 스스로를 표현하고 있는 멜로디 라인이니까요. 마치 실제 악기 연주자처럼, 곡이 진행되면서 음색을 조절하고 있는데요. 물론 각각의 신디사이저는 죄다 서로 다른 파라미터들을 갖고 있지만, 어떻게 그런 섬세함을 구현했는지에 대해 말해 줄 수 있을까요?
Floating Points> 그 또한 CS70으로 했던 것 같아요. 하지만 ARP 신디사이저같은 소리인 것도 맞습니다. 저에겐 ARP Odyssey야말로 그런 '표현적인 라인'들에 있어 최적의 신디사이저입니다. Patrick Forge가 언젠가 Odyssey를 들고 집에 찾아와서는 물어왔었죠, "이거 필요해?"
Mark Smith> 예고하지 않은 방문 치고는 썩 나쁘지 않군요.
Floating Points> 그게 한 12년 전이었습니다. 저한테 Odyssey를 잠시 맡아서 관리해줄 수 있겠냐고 부탁해 왔었죠. 그 때 제가 가진 유일한 신디사이저가 바로 그 Odyssey 였습니다. 모든 곡들을 그 신디사이저로만 만들었죠. "Vacuum Boogie", "People's Potential", 전부를요. Patrick Forge에게 영원히 빚을 졌죠. 아직도 제가 가장 좋아하는 모노 신디사이저입니다. 새 버전도 발매된 것 같더군요, 더 작은 버전이.
Mark Smith> 맞습니다, KORG가 만들고 있죠.
Floating Points> 이상하고 멋진 녀석이죠. 정말 좋아하는 신디사이저입니다. 밴드에 3대가 있어요. 물론 구 버전과 새 버전 사이에는 음색 차이가 있긴 합니다. 이런 얘기를 하다보면 결국에는 너드들이 "완전히 달라, 같지 않다고!"라고 말하게 되죠. 하지만 어쨌든지간에 좋은 소리가 나는지? 그렇죠, 그러니까 닥치라는 겁니다.
또 새 버전은 구 버전보다 훨씬 더 저렴합니다. 하지만 실제 질문에 대답하자면, 결국에는 필터들을 가지고 많은 연습을 해 보고 기능을 잘 이해하는 것, 그래서 스스로가 표현하고자 하는 것을 위해 음의 어두움과 밝기를 조절할 수 있느냐의 문제가 됩니다. ARP 필터에는 3가지 시대가 있는데, 저는 후기의 필터를 정말 좋아합니다, 그리고 이 후기의 필터는 너드들 사이에서는 가장 선호도가 낮은 필터인 것 같더군요. Moog에서 베껴 온 필터가 초창기의 필터인데, 이 것 때문에 많은 문제가 생겼었죠.
Mark Smith> 그래서 그 후의 필터에 "소송 후 필터"라는 이름이 붙기도 했죠.
Floating Points> 맞습니다. 결국에는 주황색과 검은색으로 장식된 버전(역주: Odyssey Mk III)이 되었죠. 그리고 그게 제가 가장 좋아하는 것입니다. 4년 전에 ARP 2600도 구하게 되었는데, Odyssey와 기본적으로는 같은 신디사이저입니다. 패치 케이블로 연결할 수도 있고, 오실레이터들이 더 추가되어 있지만, 기본적으로는 거의 동일한 음향이 나옵니다. 공연용으로 연주하기 좋은, 정말 아름다운 장비죠.
질문으로 다시 돌아가서 - 단순하게 말해서, 전자 장비들 또한 하나의 악기로 취급하는 것의 문제입니다. 어쿠스틱 악기들만큼이나 표현적인 악기가 될 수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사용자가 전자 장비를 어쿠스틱 악기처럼 다뤄야 한다는 겁니다. 바이올린 연주자들 처럼 말이죠, 연습하고, 항상 연주하는 것입니다. 바이올린을 하나 집어들고는 바로 아름다운 연주를 할 수는 없는 것입니다, 신디사이저도 마찬가지입니다.
여기 완벽한 예시 하나, 혹은 하면 안 되는 예시 하나가 있습니다. 여기 스튜디오에 있는 Eurorack 장비들을 상당히 빠르게 구축했었습니다만, 이 장비들에 대해 충분히 알지 못했기 때문에 한동안 제대로 사용하지 못했었습니다. 그래서 제가 Eurorack을 잘 다루지 못하는 겁니다. 그래도 괜찮다는 생각이 드는게, 이제는 Buchla 장비들은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해서 그렇습니다. 하지만 Eurorack은 정말로, 정말로 다른 시스템이더군요. 친구들은 Eurorack으로 정말 멋진 음악들을 만들어내는데, 저는 아직도 잘 못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많은 모듈을 급하게 구했던 것 자체가 실수였던 것이죠.
Mark Smith> 인터뷰 전에 잠깐 말씀하시기로는 딱 Buchla 모듈 3대로 시작했다고 하셨는데요.
Floating Points> 맞습니다, 그 이후로는 한 번에 한개씩만 구하고 있습니다. 한 번에 가장 많이 구했던 것이 2개였나 그랬습니다. 200e 시리즈를 정말 좋아합니다, 아주 훌륭한 장비들이죠. 디지털이지만 저는 딱히 신경쓰지 않습니다. 디지털-아날로그에 대해서 하루 종일 이야기할 수 있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 사람들이 음악을 만들기는 하나요? 아마 아니겠죠!
Mark Smith> 전통적인 음악 교육 배경에서 디지털 음악으로 넘어와 배우는 것은 어떤 느낌이었나요? 아니면 두 가지를 동시에 배우셨던 것인지?
Floating Points> 학창 시절 학교에 EMS 1, 2, 3라는 이름의 스튜디오 3개가 있었습니다. 그래서 제가 지금 이 스튜디오를 EMS 4라고 부르는 거죠. EMS 1은 학교가 새로 설치했던 커다랗고 멋진 신식 디지털 스튜디오였습니다. 커다랗고 멋지다는 건 다시 말해서 2개의 ADAT 테이프를 돌릴 수 있는 Mackie D8b가 있었다는 말입니다. 이제 와서 생각해 보면 좋은 건 아니었죠! 작업하기에 아주 안 좋은 방식이었습니다. 다른 스튜디오에는 MIDI 장비들, ATARI 컴퓨터와 Cubase, MIDI 키보드, Roland JV1010이 있었죠. 사실상 쓰레기에 가까운 물건들이었습니다.
그 다음에 EMS 3가 있었습니다. 학교의 그 누구도 사용하지 않는 스튜디오였는데, 학교 건물의 차디찬 복도 가장 마지막에 있는 곳이었기 때문입니다. 데스크, Akai S900 샘플러, ATARI 컴퓨터, 몇 개의 이펙터와 8트랙 테이프 기계가 있는 스튜디오였죠. 교직원들을 한동안 귀찮게 했더니 저에게 사용 허락을 주었었어요. 사실 저는 MIDI에 관심이 거의 없었습니다, 아주 구린 피아노 소리 같다고 생각했었으니까요.
저는 이렇게 생각했습니다, "그냥 진짜 피아노 소리를 샘플링해서 쓰면 안 되나? 아니면 뭔가 정신나간 소리를 샘플링하면 안 돼?" 그래서 저는 샘플들을 대체로 악기가 아닌 사물들에서 추출했습니다. 소화기 소리를 샘플링한 다음 20 옥타브만큼 음높이를 낮추면 천둥 비슷한 소리가 나오는 것 같은 겁니다. 저에게는 정말로 놀라운 경험이었습니다.
곧바로 노트북을 하나 구매했습니다. Logic의 초기 버전이라고 할 수 있는 프로그램인 Emagic을 갖고 있었죠. 그 안에 EXS24 샘플러가 들어가 있었습니다. 갑자기, 저에겐 하드웨어라는 것이 아예 필요가 없어지게 되었습니다. 작은 Sony 마이크와 minidisc 녹음기를 가지고 온갖 샘플들을 채취하고 다녔습니다. 저는 구체음악(musique concrète)이라는 것에 대해 알고 있었고, 온갖 '파운드 사운드'(found sound)에 대해서도 알고 있었습니다. 당시의 저는 '음악'이라는 것을 그렇게까지 좋아하지 않았고, 해서 음악을 그런 방식들로 만들어 본다는 아이디어에 끌리게 되었던 것입니다. 그런 여러 음향들을 길들여서 멜로디로 빚어내고 싶었죠. 여러 생활 사물들의 소리를 가지고 멜로디를 만들어내려 노력하기 시작하면서 본격적으로 음악을 만들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결과물은 그렇게 좋지는 않았고, 그 때의 저는 제가 뭘 하는지 자체를 잘 모르는 상태였습니다.
Mark Smith> 그게 대략 몇 살 무렵이었나요?
Floating Points> 13살 무렵이었나? 피아노 연습을 땡땡이치는 기회로 삼을 수 있었기에 그런 작업들에 푹 빠져 지냈었습니다. 그래서 꽤 일찍부터 전자음악을 만들었다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Mark Smith> 처음 정식으로 발매한 음원과 그 당시에 만들던 음악은 얼마나 달랐나요?
Floating Points> 처음에 막 만들던 때에는 거의 클래식 같은 느낌의 굉장히 이상한 음악을 만들었었습니다. 그렇게밖에 분류할 수 없을 것 같아요. 그러다가 대학에 가려고 런던으로 향했습니다. 음악 학교에 다닐 예정이었지만, 과학에 엄청나게 빠져들어 버렸죠. 그리고 거의 곧바로 클럽에 다니기 시작했는데, 특히 정글과 드럼앤베이스에 몰두했습니다.
Mark Smith> 댄스 음악은 믹스다운(mixdown) 측면에서 특별한 기술을 필요로 한다고 말할 수 있을 텐데요. 그런 부분들도 자연스럽게 적응하게 되었던 것인지?
Floating Points> 이걸 제 입으로 인정해도 되는지 모르겠네요. 정글 음악을 다루는 특정 온라인 포럼들이 있었는데, 여기에서 사람들이 자기가 만든 음악을 공유하곤 했었습니다. 어렸을 때 정글 음악을 정말 많이 만들었었죠. 그리고 제가 만든 정글 음악을 모든 사람들에게 공유했었습니다 - Fabio 라던가, Hospital 쪽 사람들이라던가 등등. 사람들은 대체로 굉장히 친절했고, "이거 좋은데, 계속 만들어 봐, 계속 앞으로 나아가 봐"같은 말을 해 주곤 했습니다. 하지만 지금 생각해 보면 사람들이 암묵적으로, 은근히 제 음악이 클럽에서 먹히지 않을 거라고 암시했던 것 같아요. 이 커뮤니티가 흥미로웠던 부분은, 사람들이 대체로 음악을 배우러 오는 사람들에게는 굉장히 도움을 많이 주었지만, 동시에 프로듀싱이 잘 된 음악에 대해서는 다들 어쩐지 전투적인 태도를 취했다는 점이었습니다.
기술적으로 제대로 하는 건 아예 없었지만, 저는 어쨌든지간에 계속해서 제 음악을 공유했었습니다. 어쩌다가 그렇게 되었던 것인지는 아직도 잘 모르지만, 18살에 The End에서 Andy C 앞에서 디제잉을 하게 된 적이 있었습니다. 믹스 CD를 보냈는데, 아마 그 때 The End를 운영하고 있던 걸로 알고 있는 Mr. C가 며칠 후 저에게 직접 전화를 해서 주말에 Andy C와 함께 디제잉을 해 보는 게 어떠냐고 물어 왔던 것이죠. 저는 "닥쳐"라고 말하고 바로 전화를 끊었었습니다. 룸메이트 중 하나가 장난을 하고 있다고 생각했었죠. 그렇지만 Mr. C는 다시 전화를 해서는 말했습니다, "장난하는 거 아니야, 한번 해 볼래?"
그래서 저는 제가 가지고 있던 옷들 중 멋진 옷을 입고 The End로 향했습니다. 제가 뭘 하는지 아예 모르고 있었죠. Fats가 제 MC였습니다. 메인 스테이지에서 디제잉을 하는 건 제 역량을 아예 벗어나는 일이었어요. 그 전까지 단 한 번도 디제잉을 해 본 적이 없었으니까요. 1시간 분량의 세트가 끝났고, 이제 제가 가지고 있는 음악이 하나도 남지 않았습니다. Andy C는 아주아주 천천히 자기가 가져 온 음반들을 꺼내고 있었고, 저는 "대체 뭐 하는 거야, 나 이제 재생할 게 하나도 없다고!"라는 생각을 하며 엄청나게 스트레스를 받고 있었죠. 그리고 Andy C가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이 "걱정할 거 없다구, 아무거나 다른 거 틀어봐"라고 말하며 자리를 떠났죠.
이제 제가 가지고 있는 건 오직 제가 직접 만든 음악 뿐이었습니다. 그래서 그거라도 재생하기 시작했죠. 저에게는 엄청난 깨달음의 순간이었습니다. 반응도 좋았고, 사람들이 춤을 추고 있었죠. 하지만 울려퍼지는 음악은, 그 어떤 다른 음반들과도 다른 음악이었습니다. 리버브가 미친듯이 들어가 있었죠. 드럼은 Roland RD-700, 콘서트용 키보드 같은 장비에서 나오고 있었죠.
Mark Smith>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았을 것 같은데요.
Floating Points> 끔찍했었죠. 하지만 또 동시에, 제 음악을 그 정도로 큰 시스템으로 듣는 것은 정말 좋은 경험이었습니다. 결국 Andy C가 다가와서 "이 음악은 뭐야?"라고 물어 왔죠. 제가 만든 음악이라고 말하니 칭찬을 해 주었습니다. 정말 좋은 경험이었죠. 그리고 제 음악을 제대로, 좋은 음향으로 들려주기 위해서는 계속해서 노력을 해야 한다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기본적인 것이지만, 음악을 정말 큰 음량으로 듣는 게 도움이 많이 됩니다. 프로듀싱 관련해서 말하자면, 저는 아직도 제가 뭘 하고 있는지 잘 모르겠긴 합니다.
Mark Smith> 잠시 현실을 잊고, 당신이 프로듀싱을 잘 모르지 않는다고 가정해 봅시다. 여전히 신경 쓰이시나요?
Floating Points> 조금은요. 이 모든 장비들을 가지고 있기는 하지만, 저는 아직도, 예를 들자면, 이 컴프레서가 정확히 뭘 하는지를 잘 모르는 것 같습니다. 그래도 어택 시간(attack time)을 조금만 올리면 음향이 좀 더 좋아진다는 건 알고 있어요. 컴프레서의 이론에 대해서 공부한 적은 없었지만, 원리는 어떻게 이해하고 있는 것이죠.
Mark Smith> 좀 더 제한적인 하드웨어 컴프레서로 작업하는 게 '과학적으로' 생각하기에는 도움이 좀 덜 되지 않나 싶습니다, 그렇게 하다 보면 무릎 모양(knee shape)이라던가 등등에 대해 생각하기보다는 그저 설정을 바꿔보는 쪽으로 작업 방향이 흘러가기 십상이니까요.
Floating Points> 맞아요, 정확합니다. iZotope Ozone이 모든 진행 상황을 그래프로 보여 주는 걸 보면 압도당하는 기분이죠. 내가 음악을 듣고 있기는 한 게 맞는지? 저에게는, 언제나 제가 지금 있는 공간에서 음향이 저에게 좋게 들리는지 아닌지가 결국 가장 중요했던 것 같습니다. 지금 당장은 이런 시스템들을 여기에 가지고 있고, 제가 무언가를 재생할 때 어떻게 해야 어떤 결과가 나오는지를 잘 알고 있다는 것이, 정말 운이 좋은 것 같습니다. 분명 많은 창작자들이 도달하고 싶은 지점이겠죠. 침실에서 음악을 만들더라도, 그 공간의 음향에 있어 결함이 무엇인지를 아는 상태에 도달하는 건 굉장히 중요한 부분입니다. 그 말은, 엄청나게 많은 음반을 들어 봐야 한다는 것이죠.
사실 최근에서야 서브우퍼를 이 스튜디오에 들였는데, 첫 며칠 동안은 정말 끔찍한 소리가 난다고 생각했습니다, 정말 싫었어요. 그러다가 다른 사람들의 음악을 들었는데, 제 음악은 쓰레기같지만 다른 사람들의 음악은 정말 멋지게 들린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이제 만약 지금 이 스튜디오 세팅에서 좋게 들리는 음악을 만든다면 다른 어떤 곳에서도 좋은 소리가 나는 음악이 될 거라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물론 '모니터링'이라는 행위의 핵심이라는 것이 바로 이 것일 겁니다, 내 스피커를 이해하는 것 말이죠.
Mark Smith> 옛 인터뷰를 다시 꺼내고 싶은 것은 아니지만, 어디서 읽은 글에서 당신은 스튜디오를 Plastic People에 있는 시스템과 같은 소리가 나는 환경으로 만들고 싶다고 했었습니다. 어떻게 그런 음향 환경을 재현하려고 했었는지요?
Floating Points> 그 클럽에서 스피커를 가져 왔었습니다. 오래된 Plastic 스피커들이었죠.
Mark Smith> 뭐, 도움이 되긴 했겠군요!
Floating Points> 여기 이 스튜디오의 메인 스피커는 ATC SCM150 한 쌍인데, Plastic People에서 쓰던 스피커입니다. Plastic People이 문을 닫을 때, 제가 직접 찾아가서는 다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혹시 스피커 두 대만 살 수 있냐고 물어봤었죠. 여기 이 파란색 JBL 4343도 사용하곤 했어요. 이건 Thin Lizzy에서 가져 온 스피커들이죠. 멋진 스테레오 대역폭을 갖고 있지만, 약간 'honky'한 느낌이 확실히 드는 스피커입니다. 이 JBL 4343을 쓰던 무렵에는 제 음악들 전부 중음역대에서 약간 부드러운 느낌이었던 것 같아요. 이제는 제 음악들이 너무 베이스가 강한 것처럼 들립니다, 최근까지도 서브우퍼 없이 작업했었으니까요.
Mark Smith> 이번 앨범에도 확실히 베이스가 아주 강하게 등장하는 순간들이 있습니다.
Floating Points> 서브우퍼를 아직 사용하지 않았었기 때문입니다. David Wrench, Four Tet, Caribou에게 앨범을 보냈었는데 - 이 셋 모두 자기 스튜디오의 스피커 시스템을 아주 잘 알고 있는 사람들이고, 셋 모두가 "그 베이스좀 제발 낮춰!"라고 말해왔었습니다. 이건 순전히 제 스튜디오의 스피커 시스템이 음원을 제대로 표현하지 못했기 때문인 것이었죠. 하지만 이제는 좋습니다. 이제는 오히려 저음이 충분하지 않은 상태로 믹싱을 하게 될 것 같다는 생각마저 들어요.
제 초기 음반들에는 베이스가 너무 과하게 들어가 거의 문제가 될 정도인 경우도 많이 있었습니다. Matt Colton이 테이프를 가지고 마스터링을 하면서 "이 정도의 베이스를 전부 처리할 수 있을 방법이 더 이상 없어"라고 말할 정도였죠, 그가 가진 장비의 EQ 다이얼은 -9 dB가 최소였으니까요. 고려해 볼 만한 점이 하나 있는 것이죠: 컴퓨터에서 작업을 하지 않는 이상, 마스터링 엔지니어가 할 수 있는 일에는 한계가 있다는 것입니다.
Mark Smith> [Crush]의 또 다른 시그니처 음향으로는 신디사이저와 드럼 사이의 경계선이 흐릿해지는 부분이 있을 것입니다, "Last Bloom" 같은 수록곡에서 나오는 부분이죠. 킥 드럼 비슷한 음향으로 시작하다가 엔벨로프를 확장해 정말 독특한 오실레이터 느낌의 음향이 아래에서 수면 위로 떠오르는데요. 이것도 Buchla 시스템으로 만든 음향인가요?
Floating Points> [Crush]에는 실제로 MAM 드럼 머신이 엄청나게 많이 사용되었어요. 가장 잘 알려진 드럼 머신은 아니기에, 최대한 이번 앨범에서 활용해 보고 싶다는 생각이었죠. 제 다른 음반 중 하나에서는 KORG Volca Beats 드럼 머신을 사용했었는데, 이 드럼 머신은 그렇게 고급스럽지는 않은 장비였습니다. 이 음반을 들어본 사람들 모두가 "최악의 드럼 머신 스네어를 가지고 앨범의 중심 주제로 만들었군"이라는 반응을 보였었습니다. 하지만 바로 그 것이야말로 제가 하고 싶었던 것이었습니다. 저는 그 스네어 음향을 좋아하거든요.
Mark Smith> 앨범 전반적으로 굉장히 거친, 거의 다운샘플링 느낌마저 드는 드럼 소리가 있는데요.
Floating Points> 네, 그게 MAM 드럼 머신입니다.
Mark Smith> 저렴한 버전의 Vermona DRM-1 같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Floating Points> 스네어 드럼 소리가 정말 멋지죠. 재현해 보려고 정말 심혈을 기울였었는데 가까이 가는 것 조차도 불가능했습니다. 2월에 드럼 머신을 구했었는데, 받자마자 정말 멋진 장비라는 생각을 했었습니다. 제 밴드에 소속되어 있기도 하고, 스스로도 멋진 음악을 만들고 있는 친구인 Kirk가 그 드럼 머신에 대해서 저에게 말해줬었어요. [Crush]의 수록곡 대부분은 MAM 드럼 머신과 Buchla로 만들어진 곡들입니다. Buchla에 관해서라면, 몇날 며칠이고 말할 수 있을 거에요. [Elaenia] 때에는 Buchla를 일종의 퍼커션 머신으로 사용했었습니다. "Silhouettes"의 시작 부분이 Buchla를 그런 방식으로 사용한 곳이죠.
제 Buchla 시스템에서 상당히 중요한 부분은 여기 이 Roland EV-5 Expression 페달인데, 배터리를 연결해서 발로 모든 설정값들을 한번에 조절할 수 있게 설치해 둔 페달입니다. 오실레이터의 피치, 엔벨로프의 디케이/어택 시간, 딜레이와 피드백, 그 외 온갖 것들에 연결되어 있죠. 기본적으로 모든 것들이 뒤를 향하는 것 같다가 다시 시간 속으로 빨려 돌아오는 것 같은 소리를 내게 됩니다.
누군가 이 페달을 좀 더 제대로 된 버전으로 만들어 주기만을 기다리고 있어요, 이 Roland 페달들을 망가질 때 까지 혹사하는 짓을 하지 않아도 되게요. 지금은 쓰다 보면 다 타버리게 됩니다. 저는 공연에서 피아노를 연주하기 때문에, Buchla를 발로 조작할 수 있다는 것이 더 넓은 영역을 다룰 수 있다는 뜻이 됩니다. 하지만 [Crush]를 만들 때에는 직접 손으로 온갖 디케이 시간을 조절해서 앨범의 특정 지점들에서 음향이 피어날 수 있게 만들었습니다.
Mark Smith> [Crush]의 리듬은 같은 방식으로 반복되는 법이 거의 없으며, 상당한 음색 변화를 동반하고 있습니다. 각각의 파트마다 다른 길이의 루프를 사용했기 때문인가요?
Floating Points> 가장 단순하면서도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모든 리듬의 길이를 다르게 하는 것입니다. 타악기 요소가 4가지라면 그 4가지가 각각 다른 길이를 갖게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메시앙의 [시간의 종말을 위한 4중주](Quatuor pour la fin de Temps)와 비슷한 아이디어인 겁니다. 메시앙은 클라리넷에 12개의 음으로 구성된 멜로디 패턴들을 부여했지만 리듬 패턴은 13개의 음으로 구성되어 있죠. 그래서 그 12개의 음의 멜로디가 진행되다가, 그 다음 차례의 멜로디의 첫 음은 13번째 리듬 음과 함께 등장하는 겁니다. 그러면 멜로디의 2번째 음은 두 번째 리듬 패턴의 첫 번째 음과 함께 등장하게 되죠. 그러면 또 다른 악기들은 각자의 리듬 및 멜로디 패턴을 갖게 되고, 그래서 그 어떤 것도 다시는 반복되지 않게 됩니다. 이게 다시 완전히 똑같은 곳으로 돌아오려면 200년은 연주를 지속하고 있어야 하죠.
Mark Smith> 요점은 사실상 무한한 변주를 창조하기 위해 그렇게 많은 변수가 필요하지는 않다는 것이겠군요.
Floating Points> 바로 그겁니다. 항상 흥미롭게, 항상 움직이게 만들어 주는 겁니다. [시간의 종말을 위한 4중주]에서 메시앙은 일종의 영원함을 표현하려고 했던 겁니다, 전쟁 포로 수용소에 수감된 상태에서 말입니다. 매우 끔찍한 상황에서 만들어진 아름다운 이야기입니다.
Mark Smith> [Crush]의 다섯 번째 곡, "Karakul"은 Buchla 솔로 연주곡처럼 들리는 곡이지만, 그냥 한 번의 연주를 녹음했다고 하기에는 너무 의도적으로 '작곡'되어진 것 같이 들리기도 합니다. 여러 잼 연주의 부분들을 잘라 붙여서 만든 곡인 건가요?
Floating Points> 사실은 225e MIDI 디코더/프리셋 매니저를 사용해서 만든 곡입니다. 프리셋 패치들을 만든 다음, 그 패치들 사이를 원할 때 마다 뛰어넘어 다닐 수 있는데, 따라서 굉장히 구체적인 여러 작업들이 가능하게 됩니다. 프리셋들은 각각이 실제 모듈에 저장되고, 따라서 매니저가 어떤 프리셋을 사용할지만 알려주면 다 되는 방식입니다.
Mark Smith> 그러니까 "Karakul"을 만든 방식이 이런 식이었다는 말이군요: 프리셋 A를 만든 다음, 프리셋 B를 만들고, 그 다음 프리셋들을 다 만든 다음 자리에 앉아선 프리셋 변경 버튼을 누르면서 잘 어울릴 만한 다음 프리셋을 찾아 변경하는 식으로 말이죠.
Floating Points> 정말로 그 정도로 간단합니다. 이 작은 야마하 Reface CS 신디사이저도 정말 마음에 드는 장비에요. 대단한 녀석이죠! 저음이 정말 훌륭하거든요. 디튠(detune) 기능도 멋지구요. 이 스튜디오에 있는 신디사이저들 중 가장 좋은 신디사이저들에 해당된다고 봅니다. Reface CS하고 ARP Odyssey. 스튜디오에 불이 난다면 이 두 개는 꼭 가지고 나올 겁니다.
Mark Smith> 하지만 Buchla 시스템 하나를 팔면 Reface 7천대는 살 수 있지 않나요.
Floating Points> 다시 생각해 보니 그게 더 맞네요. 방금 제 입으로 말한 것들에도 불구하고, 저도 스튜디오에 있는 장비들이 가격만으로도 높은 진입장벽을 형성할 정도로 비싸다는 걸 잘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또 동시에, Buchla가 너무 비싸다고 불평하는 사람들 집에 가 보면 Eurorack 모듈로 벽을 한가득 채우고 있는 경우를 자주 보기도 했습니다. Buchla는 정말 훌륭한 장비이고, 설계 또한 정말 훌륭하게 되어 있어, 10대의 Eurorack 모듈이 할 수 있을 작업을 Buchla 한 대로도 할 수 있습니다.
Mark Smith> 초보자들이 흔히 사용하는 - 그리고 때로는 "전문가들"도 사용하곤 하는 - 정형화된 모듈 패치는 정말 '무딘' 물건일 때가 많이 있습니다. 어쿠스틱 악기처럼 활용하기에는 음색과 음량의 다양한 조합이 많이 부족한 편이죠. 패치 작업을 할 때, 보다 더 복잡한 표현을 하기 위해 주목하는 부분들이 특별히 있는 편인가요?
Floating Points> Todd Barton, Suzanne Ciani, Robert Aiki Aubrey Lowe 같은 모듈형 신디사이저 연주자들을 굉장히 존경하고 있습니다, 바이올린 연주를 하듯 신디사이저를 다루는 분들이죠.
Mark Smith> Rashad Becker 또한 확장된 색소폰 기법들이 굉장히 인상적인 연주자죠.
Floating Points> 네, 바로 그겁니다. 그 사람들은 신디사이저라는 악기의 마스터라고 할 수 있는 사람들입니다. 물론 바이올린도 그냥 집어들고 바로 연주할 수는 없는 악기죠. 몇 년 전에 저는 플루트 하나를 사서는 "한번 배워보지 뭐, 얼마나 어렵겠어?"라는 생각을 했었습니다. 멍청했죠. 얼마나 오만했었는지 말입니다. 몇 주면 다 배울 수 있을 것만 같았었습니다. 불가능하죠! 악기를 손으로 집어 들고는 원하는 곳이면 어디든지 갈 수 있다고 생각하면 안 되는 겁니다.
Buchla는 혼란스러운 음악을 만들기 위해 설계된 장비입니다, 모든 것이 가능하도록 만들어진 장비죠. 그래서 저도 Buchla를 다룰 때 굉장히 제한적인 방식으로 접근하고 있습니다. MIDI로 트리거를 넣고 있기 때문에 신호에 '속도' 데이터도 함께 들어있게 되는데, 이 덕에 패치에 다이내믹을 부여하고 이런저런 것들이 튀어나오도록 만드는게 더 용이한 편입니다. 결국 저는 Buchla 커뮤니티에 선보이면 사람들이 코웃음을 치며 무시할지도 모를 수준의, 굉장히 "정상적인" 음악을 만들고 있는 셈이죠. 하지만 저에게 있어 저의 작업 방식은 노력하고, 협상하고, 또 노력하고, 진정시키는 과정입니다. 악기에 목줄을 채우려고 노력하는 거죠. 저에게 있어 무언가 음악적인 것을 만들어낸다는 건, 악기의 흉포함을 억제한다는 것이기도 합니다.
https://youtu.be/H7Dr-qwWEqk
"Ocotill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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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m Shephe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