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op Making Sense]

[Stop Making Sense] 12. the JESUS LIZARD

ouii 2023. 3. 17. 06:48

 

[Stop Making Sense]는 자유연재물로 제가 소개하고 싶은 음악들에 대해 얘기해 볼 예정입니다. 아무래도 '날선' 음악에 대해서 주로 다룰 것 같습니다. 이런저런 이유로 19세 미만인 분들께서는 접하면 안 되는 음악들도 많이 다룰 예정이니, 19세 미만인 분들께서는 글도 보지 마시고 음악도 접하지 마시길 정중히 부탁드립니다. 또한 문체는 존칭을 생략하였으니, 이 또한 양해 부탁드립니다.

"우리가 하드코어 씬의 일부이기는 했지만, 언제나 난 우리가 하드코어라기보다는 아트 록, 아주 공격적이고 해체된 방식으로 연주되는 아트 록이라고 생각해 왔다. 

(…중략…) 

우리는 클리셰(cliché)를 가능한 한 피하고 싶었다. 동시에 우리는 너무 똑똑하거나 아트스러운 느낌이 나는 것도 원하지 않았다. 록킹하지 않거나 아주 강렬한 경험이 되지 못하는, 그런 음악을 하고 싶진 않았다

- Duane Denison, the JESUS LIZARD, interview with Guitar World

 

0. 비록 90년대 초반의 영세 인디 레이블에서 만들어진 저가의 뮤직비디오이긴 하지만, 위의 영상을 한 번 보도록 하자. 4명의 청년들로 구성된 밴드가 낡은 폐공장 같은 곳에서 격렬한 연주를 하는 모습과 토치의 불꽃이 겹쳐 보이며, 보컬로 추정되는 사내는 거의 미쳐가기 시작한다. 상의를 찢고 스스로의 이빨을 뽑아버리려는듯 스패너를 입에 처넣는 이 남자는 다른 장면에서 보안경을 낀 사악한 남자에 의해 (또는 스스로의 의지에 의해?) 머리에 기괴한 형틀을 뒤집어쓴채로 결박당하게 된다. 음악은 강렬한 리듬 파트, 자유자재로 톤을 바꾸는 기타, 그리고 내면에 잔뜩 쌓인 무언가를 폭발시키려는듯한 보컬로 이루어져있다.

 

1. 90년대 미국 노이즈 록 씬을 휘어잡았던 밴드인 the JESUS LIZARD의 첫인상은 아마 무엇보다도 미친 보컬인 David Yow일 것이다. 곡 속에서 폭발하는 광인의 절규를 보여주는 그는 공연에서는 더하면 더했지 결코 덜하지는 않는데, 상의를 찢는 것은 기본이고 마이크를 씹어먹을 듯한 기세로 관중석에 뛰어들어 소리치는 그의 눈빛은 제정신이 아닌 것 같아 보인다(실제로 그는 주로 상당히 취한 상태로 공연을 진행하는 것으로 알려 져 있으며, 취하지 않고서는 이런 짓거리를 하긴 힘들다는 말을 한 적이 있다). 어떤 관점에서 보자면 David Yow는 완전히 정신이 나가 있으며, 실제로 스스로 기억할 수 없는 만취상태(즉 "필름이 끊긴")에서 을 녹음하여 앨범에 실은 적도 있다. 하지만, 이들의 음악이 당대 인디 음악계에서 큰 명성을 얻고, 후대에 큰 영향을 끼치고, 아직까지도 이들의 음악을 즐겨 듣는 사람이 많은 것은 명백히 David Yow 혼자만의 능력은 아니다.

 

2. 흔히 이들의 최고작으로 꼽히는 1991년작 "Goat"를 재생해 보면, 청자가 맞닥뜨리는 것("Then Comes Dudley")은 무겁고 강한 리듬파트와 엇박과 정박의 경계를 모호히 지나는 날카로운 기타이다. 그러나 리듬파트는 록의 전형적인 그것이라기보다는 무엇인가 다른 격렬함이며("Mouth Breather", "Monkey Trick"), 블루스를 "씹어먹은" 기타는 전형적인 패턴들을 묘하게 뒤집어 자유자재로 활용한다("Karpis", "Nub"). 그러는 와중에도 이들의 음악은 본연의 짐승스러움을 결코 잃지 않는데, 이런 야만성은 곡의 템포가 느리거나("Seasick") 빠르거나("Lady Shoes")를 가리지 않고 곡의 중심에 위치한다. 그리고, 놀라울 정도로 다양한 변주를 보이면서도 일관된 분위기를 잃지 않는 기타와, 속도와 양에 관계없이 강렬한 리듬파트, 그 중심에는 미쳐버린 야수 David Yow가 다시 있다("Rodeo in Joliet").

 

3. the JESUS LIZARD의 음악은 강렬함을 잃어버리지 않은 아트 록이며, 단조로움을 벗어나 예술적 상상을 다채롭게 실현한 노이즈 펑크 록이다. 또한 이들의 음악은 광상적 상태가 아니면 표현할 수 없는 어떤 감정들과 경험들에 대한 난장판이다. 유명한 록 평론가인 Michael Azzerad는 이들의 음악에 대해 "납치된 피해자가 환풍구에다 대고 소리지르는 것 같다. 무시무시하다"라고 표현한 적이 있다. 여러분들은 어떤가?

 

4. Texas주의 Austin에서 살고 있던 기타리스트 Duane Denison은 David Yow에게 자신이 작곡한 곡들에서 베이스를 연주해 줄 수 있겠느냐는 부탁을 한다. 일전에 보컬로 몸담았던 노이즈 록 밴드인 Scratch Acid가 해체하여 할 일이 없었던 Yow는 제안을 선뜻 받아들였으나, 베이스는 마찬가지로 Scratch Acid의 베이스였던 David W. Sims에게 맡기고 자신은 보컬을 맡는 편이 좋겠다는 의견을 낸다. 합의 하에 3인조 밴드를 결성한 이들은 물 위를 걷는 도마뱀인 바실리스크 도마뱀의 별명을 따 밴드명을 짓고, 드럼 머신을 이용하여 몇 개의 곡을 만들고 연주하게 된다. 이들은 Chicago로 거주지를 옮기고, 드러머로 Mac McNeilly를 영입하여 첫 공연을 하게 된다. 그들은 Chicago 인디 레이블이었던 Touch and go에서 엔지니어이자 뮤지션으로 유명한 Steve Albini와 함께 정규앨범 4장을 작업하게 되고, 메이저 레이블인 Capitol로 옮겨가 2장의 정규앨범을 더 만든 이후 해체하게 된다.

 

"그래서 당신은 음악의 역사에서 The Jesus Lizard가 어디정도에 위치한다고 보는가? 언더그라운드, 펑크, 아니면 뭐든간에?"

"(웃음) 글쎄, 어떻게 말해야할지 잘 모르겠다. Led Zeppelin과 The Birthday Party를 동시에 연주하려고 하는 4명의 백인청년들?"

 - David Yow, the JESUS LIZARD, interview with Tiny Mix Tapes

※the JESUS LIZARD: Duane Denison, David Yow, Mac McNeilly, David Wm. Sim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