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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ulu laakson kukista[...]/[Paavoharju] 2023. 3. 22. 13:51
https://youtu.be/gptt6srqe_Y
"Valo Tihkuu Kaiken Läp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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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aletterforthestars.blogspot.com/2006/11/knowing-paavoharju.html
Paavoharju를... 알아가기
[A Letter For The Stars]
2006년 11월 11일
Paavoharju, 만나게 되어서 반갑다. 어떻게 지내고 있는지? 핀란드는 요새 정말로 많이 추운가?
Lauri Ainala> 잘 지내고 있다, 고맙다! 지금 당장은 그렇게까지 춥지는 않은데, 1주일 전만 해도 어딘가에서 눈폭풍이 몰려와서 동네 전체를 눈과 얼음으로 덮었었다. 그러니까 몇일 전에는 가을이었는데 지금은 완전한 겨울이 되어버렸다. 자주 일어나지는 않는 일이다.
음, 인터뷰를 시작하기 위해, Paavoharju의 출발에 대해서 이야기를 해 보면 좋을 것 같다. Paavoharju라는 밴드를 해 보겠다는 생각을 항상 가지고 있었던 것인지, 아니면 어쩌다보니 만들게 되었던 것인지?
Lauri Ainala> 나와 동생 Olli는 어린 시절부터 뭔가를 녹음하면서 놀았다. 그러니 Paavoharju라는 밴드를 시작했던 것은 그냥 아주 자연스러운 흐름이었다고 말할 수 있겠다. 그러다가 2002년에 Jenni(Paavoharju의 메인 보컬)와 Soila(또 다른, 훌륭한 보컬)을 만나게 되었는데, Paavoharju 음악에 완벽하게 들어맞는 보컬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남자 보컬들인 Toni와 Joose는 좀 더 시간이 흐른 후 밴드에 참여하게 되었다. 친구들과 나는 함께 어딘가에 버려진, 어두침침한 유제품 공장에서 목을 매달고 자살한 남자의 시체를 발견하게 되었는데, 그 때 Paavoharju 음악에 새로운 관점들이 들어가게 되었다 (2003년이었다). 2004년 우리는 바로 그 낡은 유제품 공장에 거처를 마련했고, 그 곳에서 더 많은 새로운 비전들을 가지게 되었다.
밴드 멤버가 12명이나 되는데, 음악적인 방향에 대해 멤버 모두의 동의를 얻는 것이 진짜 힘들 것 같다. 맞는지?
Lauri Ainala> 그렇게 힘든 일은 아니다, 왜냐면 보통 내가 Paavoharju 음악의 방향성을 결정하기 때문이다. Olli가 의견을 낼 때도 많은 것은 사실이다, 주로 Olli가 기초적인 뼈대의 작곡을 담당하니까. 공연용 밴드의 구성원들은 대체로 공연에만 관여하며 작곡이나 앨범 제작에는 참여를 아예 안 한다. 물론 공연에서의 연주에 있어서는 다들 자신만의 방식으로 연주에 접근하고, 각자의 연주에는 어떻게 하라는 지시를 내린다거나 하는 참견은 안 한다. 공연용 밴드는 대체로 7~9명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서로 잘 알고 지내는 절친한 사이다. 그래서 문제 같은 건 전혀 없다 :) 실제로 공연용 밴드의 베이시스트 Ykä나 드러머 Uju는 음반에는 아예 참여를 안 했다. 공연과 스튜디오 녹음은 완전히 별개의 것이다.
공연용 밴드의 구성은 현재 이렇다:
Olli Ainala - 키보드/피아노 & 기타
Jenni Koivistoinen - 보컬
Toni Kähkönen - 보컬 & 기타
Lari Lätti - 베이스
Jussi Lahti - 드럼
Johannes Pitkänen - 기타 & 키보드/피아노
Joose Keskitalo - 보컬 & 기타
Lauri Ainala - 배경 영상, 전반적인 음향, 전자음 퍼커션 등등
핀란드의 날씨와 기후, 자연환경이 Paavoharju 음악에도 영향을 끼쳤는지?
Lauri Ainala> 여름과 겨울 사이의 큰 간극이 어떤 영향이 되었을지도 모르겠다. 겨울 시기에 자리에 앉아 다가올 여름에 대한 낭만적인 상상을 해 보는 것도 좋은 일이다. 그리고 겨울의 어두움과 답답함이 좀 더 어두운 느낌을 가져왔을 수도 있다. 실제로 여름에는 녹음을 조금 다르게 하는 편이다, 겨울에 사용하기에는 너무 추운 장소에서도 여름에는 녹음을 진행할 수 있으니까 말이다.
Paavoharju의 음악에는 말 그대로 모든 종류의 악기나 음향이 음악에 활용될 수 있는 것 같다. 음악을 어떻게 만드는 편인지? 어떤 종류의 음향이더라도 좋게 들리기만 하면 음악이 될 수 있다고 보는지?
Lauri Ainala> 물론 내 귀에 좋게 들리기만 하면 음악의 일부로 사용하는 편이며, 또한 우리가 선호하는 악기 종류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우리는 아주 천천히 작곡을 하는 편이며 음악이 스스로 아주 자연스럽게 만들어지도록 방치하는 식으로 작업을 한다. 시간을 친구로 삼아서.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 때 마다 새로운 음향을 음악에 첨가한다. 보통 Olli나 다른 누군가가 멜로디 라인을 만들어내고, 나는 그 멜로디를 뼈대로 삼아 살을 붙여간다. 가끔씩은 자연적인 소리들을 녹음해서 사용하기도 하고, 컴퓨터에서 찾아낸 샘플들을 이용하기도 하며, 그 위에서 여러가지를 만들어낸다. 보컬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면 보컬을 녹음하고, 보컬이 안 맞는다는 느낌이 들면 특정 부분을 잘라내거나 아예 보컬 전체를 들어내 없앤다. 그렇게 하고는 곡에 대해 좀 더 새로운 관점으로 바라보고 생각해 보는 것이다.
아름다운 앨범 [Yhä Hämärää]를 만들어나가는 과정은 어땠는지, 어려웠는지?
Lauri Ainala> 어렵지 않았다. 물 흐르듯이 아주 자연스럽게 만들어 낸 앨범이었다. 만드는게 가장 어려웠던 곡은 "Kuljin Kauas"였고, 가장 쉬웠던 곡은 "Kuu Lohduttaa Huolestuneita"였다. 둘 다 내가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앨범 수록곡이다.
대부분의 경우 Paavoharju의 곡에 담긴 보컬들은 아주 감정적인, 청자의 마음을 뒤흔드는 느낌이다. 가사는 어떠한지, Paavoharju 음악에서 얼마나 중요한지?
Lauri Ainala> 곡을 만들어나가는 과정 중에 몇몇 곡들은 가사가 필요하다는 느낌을 받았고 그래서 넣었던 것이었다. 그리고 가사가 들어간다면 가사는 곡에 어울리는 좋은 가사여야만 했다. 곡의 분위기와 감정을 뒷받침하는 가사. 개인적으로는 "Kuljin Kauas"나 "Syvyys"의 가사에 아주 만족하고 있다.
"Kuu Lohduttaa Huolestuneita"는 우리도 아주 좋아하는 곡 중 하나다. 이 곡에 대해서 좀 더 말해줄 수 있을지?
Lauri Ainala> 앞에서 얘기했던 것처럼, 그 곡은 만드는 과정이 아주 쉬웠던 곡으로 그냥 알아서 스스로 만들어져버렸던 곡이었다. Olli가 처음에 훌륭한 피아노 라인을 만들었고, 우리는 그 연주를 사본린나(Savonlinna)의 기차역에서 낡은 TV 스피커를 마이크로 활용해 녹음했다. 이 녹음은 완벽했고, Jenni가 만들어 온 가사를 내가 조금 손봐서 완성시켰다. 그 후 Jenni의 보컬을 녹음된 연주에 맞추어 녹음했다. 몇 가지 배경 음향은 내가 나중에 더한 것이다. 개인적으로 "Kuu Lohduttaa Huolestuneita"는 우리가 어떤 '순수한' 감정을 포착하는 것에 성공한 곡이라고 생각한다.
[Tuote-akatemia / Unien Savonlinna] EP를 인터넷에 무료로 공개했던 이유는?
Lauri Ainala> [Yhä Hämärää] 정도로 마음에 들지는 않았기 때문이었다. 나는 그 EP가 완벽한 앨범이 되지 못했다고 생각했고 (그렇지만 좋아하기는 한다) 그래서 사람들도 비용을 지불하지 않고 들을 수 있어야 한다고 결론을 내렸다. 그 EP의 수록곡 대부분은 [Yhä Hämärää]의 b-side에 해당하는 곡들이었으며, 수록곡 중 하나는 Paavoharju의 옛 EP [Mitä Sinä Et Ole]에 수록되었던 곡이다. 앞으로도 종종 무료 발매를 해 볼까 싶기도 하다.
음악을 전 세계의 청자들에게 널리 배포하는 데에 인터넷이 좋은 매개체가 된다고 보는지?
Lauri Ainala> 그렇다. 나는 인터넷을 사랑한다.
여기 스페인에서는 Paavoharju같은 밴드는 사실상 없다고 볼 수 있다. 관련해서, Paavoharju 음악에 큰 영향을 준 음악가들에 대해 이야기해 줄 수 있을지? 핀란드의 전통음악 및 포크 음악에서도 영향을 받았는지?
Lauri Ainala> 핀란드의 찬송가들, Iskelmä (저자주: 가벼운 팝송을 의미하는 핀란드 단어), 블랙 메탈, 90년대 초반의 온갖 낭만적인 음악 등등에서 많은 영향을 받았다. 낭만적인 피아노 음악들도 정말 좋아한다.
최근 유행하고 있는 "아이슬란드 음악"들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는가?
Lauri Ainala> Múm, Sigur Rós, Björk 등은 정말 훌륭하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음악가 10위 순위에는 들지 못하지만, 그래도 여전히 아주 훌륭한 음악이라고 생각한다. 적어도 핀란드의 "프릭 포크"(freak folk) 음악들보다는 더 좋다고 생각한다.
Paavoharju가 즐겨 듣는 음악은?
Lauri Ainala> 핀란드 음악으로는 Liekki, Michael Jamson, The Gentleman Losers, Joose Keskitalo, Sami Kukka 등을 즐겨 듣고 있다. 핀란드 바깥의 음악으로는, 최근에는 Goldmund, Svarte Greiner, Burzum, Michael Jackson, Gorillaz, Xinlisupreme 등을 자주 듣는다.
Olli는 Muse, Mew, The Beatles, Ratatat, HIM, The Crash 등등 팝/록 음악들을 주로 듣는 편이다.
공연에 대해서도 이야기해보면 좋을 것 같다. Paavoharju 음악을 공연에서 연주하는 것에 어려운 부분은?
Lauri Ainala> 몇몇 곡들은 어렵고 또 다른 몇몇 곡들은 쉬운 편이다. 예를 들어 "Musta Katu"는 공연 연주가 아주 쉬운 편이다. 하지만 "Ilmaa Virtaa"나 "Ikuisuuden Maailma"는 어려운 정도를 넘어 공연에서의 연주가 불가능하다. 물론, 앨범 수록 버전과 공연 버전은 완전히 다르다. 유튜브에서 몇몇 곡들의 공연 버전을 들어볼 수 있을 것이다. 'Paavoharju'만 검색하면 나온다!
스페인 투어를 고려해 본 적은 있는지? (여기 발렌시아에서 Paavoharju 공연을 볼 수 있다면 정말 좋을 것이다)
Lauri Ainala> 물론 생각해 본 적 있다! 할 수만 있다면야 :) 스페인 에이전시가 기획을 해 줄 수만 있다면 정말 좋을 것이다. 여담이지만 내 아버지는 일종의 취미로 스페인어를 배우고 계신다 :)
Paavoharju같은 음악을 하는 밴드가 '직업'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하는지?
Lauri Ainala> 아마 안 되겠지만, 또 누가 알겠는가.
Paavoharju 말고는 또 어떤 활동을 하고 있는지?
Lauri Ainala> 예술, 장식, 문학, 철학 등의 영역에서 할 수 있는 건 전부 다 해보고 있다. 그리고 대학에서 교육학에 대해서도 배우고 있는 중이다. Olli는 현재 1살난 아들을 키우고 있다. Olli는 요리사 일도 하고 있다. Jenni는 예술 대학에서 공부중이다. Toni 또한 공부중이며, Ykä는 악기를 제작하는 일을 한다. Joose는 이리저리 떠돌아다니는 방랑자다.
미래의 계획은? 새 EP나 앨범 작업은 진행중인지?
Lauri Ainala> 새 앨범을 작업중이며 내년에 Fonal Records에서 발매할 것이다. 그 후에는 B-side EP를 발매하지 않을까 싶다. Paavoharju DVD를 위한 영상들도 모으는 중이다.
마지막 질문으로, [A Letter For The Stars]는 핀란드어로 어떻게 말하는지 알려 줄 수 있을지?
Lauri Ainala> 'Kirje Tähdille'라고 한다, 스페인 사람들이 핀란드어를 어떻게 읽는지는 모르겠지만, 발음이 쉽지는 않을 것 같다 :)
음, 이게 전부다, 인터뷰에 응해 줘서 고맙고 언젠가 꼭 실제로 볼 수 있으면 좋겠다.
Lauri Ainala> 고맙다! 질문들도 좋았고 대답하는 것도 즐거웠다 :)
https://youtu.be/sH9Q_j2Ngbs
"Uskall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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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skug.at/a-treasure-in-the-finnish-cabinet-of-curiosities/
핀란드 보물상자 속 보물 하나
[Skug]
Lutz Vössing
2019년 7월 13일
사운드스케이프 & 황무지
Paavoharju는 핀란드의 사본린나(Savonlinna)에 거주하는 형제, Lauri Ainala와 Olli Ainala가 결성한 밴드이다. 사본린나는 매년마다 열리는 오페라 축제로 유명할지도 모르는 (아마 전혀 유명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은) 도시이며, 그 축제를 제외하고는 사실상 아무것도 없는 외딴 동네일 뿐이다. 2000~2013년의 기간 동안 Paavoharju는 3장의 앨범을 발매했다: 2005년의 [Yhä Hämärää], 2008년의 [Laulu Laakson Kukista], 그리고 2013년 마지막 앨범 [Joko Sinä Tulet Tänne Alas Tai Minä Nousen Sinne]. 마지막 앨범은 다른 2개에 비해 좀 더 '트립합'적인 앨범이었고, 래퍼 Paperi T가 객원으로 참여했던 앨범이었다. Paavoharju는 본래 1인 프로젝트로 시작했던 밴드였지만, 곧 Ainala 형제가 이런저런 쓸데없고 하찮은 음향들을 녹음하는 용도의 밴드가 되었다 - 프링글스 캔에 소변을 볼 때 나는 소리 같은 것이나 벌을 한 마리 잡아 유리병에 가두고는 벌이 병 속에서 웅웅거리는 소리 같은 것들을 모아 두는, 그런 용도의 밴드로. Olli는 멜로디와 작곡을 담당하였고, Lauri는 가사와 전반적인 분위기를 맡게 되었다. 녹음에 필요한 것들은 - 마이크가 달린 카메라, 그리고 우연하게 발생하는 음향을 포착해 들을 수 있는 귀만 있으면 되었다.
자연적으로 발생하였거나 아니면 인간이 인위적으로 만들었거나, Paavoharju의 모든 것들은 그들의 주변 환경과 겪어 온 경험을 토대로 만들어 낸 세계에 속해 있었으며, 그 속에는 어디에서 왔을지 감도 안 잡히는 온갖 달그락거리는 소음들과 음향들이 있었다. Paavoharju의 3장의 앨범에서 그 모든 것을 들어볼 수 있을 것이다. Paavoharju의 다른 멤버로는 핀란드 포크 씬의 주요 인물이자 Ainala 형제들과 곧잘 어울리는 사이였던 Joose Keskitalo도 포함되어 있었으며, Joose만의 슬픔에 젖은 거친 목소리는 Paavoharju 특유의 신비로운 분위기에 정확하게 들어맞았다. Paavoharju의 음악은 그 자체로도 어떤 의식, 특정한 장소에 대한 기록, 스스로의 내면에 간직한 갈망과 동경에 대한 다큐멘터리였다 - 숲에 깃든 영혼들, 호수들, 숨겨진 비밀의 장소들과 잊혀진 꿈들 사이로 살아가는 삶. DIY 느낌의 녹음은 깊이를 더하여 이들의 음악이 모든 갈망들이 숨을 수 있을 은신처가 되도록 만들어 주었다. Paavoharju의 음악은 '아마추어리즘'이 보여줄 수 있는 가장 높은 수준의 음악이다: 과도한 프로듀싱 같은 것 없이 모든 것이 너무나도 자연스럽게, 여과되지 않은 날것의 감정을 절절히 표현하면서도, 진정으로 독특하고 기이한 개성을 가진 음악. Paavoharju라는 프로젝트는 여러 주인공들을 통해 사랑, 우정, 형제애와 운명의 동반자들에 대한 이야기를 기록한 일종의 일기였다. '무언가'를 찾아나서는 젊은 청년들이 만들 법한 프로젝트 - 어쩌면 황무지와 절망과 즐거움 속에서 삶의 의미를 찾으려는 시도일지도 모르는, 그런 모험. 이들은 깊은 숲 속, 버려진 오두막, 직접 만든 사우나 등지의 장소에서 가끔씩은 손수 제작한 알코올성 음료의 도움을 받아가며 자신들의 '무언가'를 찾아 헤메이고 있었으며, 그 중 하나, 버려진 집에서 목을 매단 시체를 발견하기도 했다 - 이 시체는 나중에 Paavoharju의 곡에 다시 등장하게 된다.
Paavoharju의 세계로
이 핀란드 밴드는 Fonal 레이블의 사장, Sami Sänäkkilä의 북구적 감성에 맞아들었다 - Sami Sänäkkilä는 자신의 밴드 Es의 미국 투어에서 Paavoharju의 CD 샘플을 받아 들어보게 되었고, 이 샘플 CD는 Sami가 Fonal Records를 시작한 이후로 얻었던 것들 중 가장 좋은 것이었다. Paavoharju의 음악이 사실상 청년 몇 명이 모여 아무거나 들리는 소리를 녹음한 field recording에 가까운 것 처럼, 이들은 '공연'을 거의 하지 않았으며 음악의 감상은 온전히 앨범에 맡기는 타입의 밴드였다. 그 안에 이미 '충분히' 많은 것들이 깃들어 있기에, Paavoharju 음악의 이미지는 머나먼 거리에서 울려퍼지는 음향들에 완전히 빠져들어 가며 마음 속에 떠오르는 이미지들이 스스로 등장하도록 내버려두는 방식으로만 가장 잘 즐길 수 있을 것이었다. 2010년 발매되었던 DVD [Unien Savonlinna]에는 Paavoharju의 구성원들이 실제로 어떻게 지내는지를 엿볼 수 있는 영상들이 들어 있었다. 다른 평범한 '밴드 다큐멘터리'들과는 다르게, [Unien Savonlinna]는 영상으로 포착된 물체들의 모호함을 오히려 더 증폭시키는 영상이었다. 말 그대로 모든 것이 기이하면서도 황홀했고, 이는 Paavoharju의 음악과도 같았다. 새로운 다큐멘터리, [Savonlinnan Palvojat](사본린나의 예배자들)이 Lauri의 감독 하에 제작중이며, 곧 발매될 예정이다. 이 아름다운 영상은 청자들에게 사본린나에서의 삶이 어떠한 것인지에 대한 여러 인상을 남기는 영상이다.
Svart에서 제작되는 총집판의 2번째 박스는 오는 8월에 발매 될 예정으로, 2번째 앨범 [Laulu Laakson Kukista] 및 실물로는 발매되지 않았던 EP [Laulu Laakson Kukasta]와 [Ikkunat Näkevät]가 포함되어 있는 구성이다. 그 외에도 Paavoharju 곡들의 다른 버전과 리믹스들, 미공개곡들을 담고 있는 LP 1장이 포함되어 있다. 이미 발매된 총집판 1번째 박스에서 이미 증명되었듯이, 이 '보너스 트랙'들은 수집가들에게나 중요할 그저 그런 미공개곡들보다는 음악적으로 풍성하며 반짝거리는 아름다운 별들에 가까울 것이다. 박스셋에는 흥미로운 라이너 노트도 포함되어 있으며 Paavoharju의 비밀을 조금이나마 더 밝혀 줄 내용과 함께 일러스트, Paavoharju 멤버들이 직접 찍은 사진 등이 수록되어 있다. Paavoharju는 핀란드의 음악계를 논할 때 빠질 수 없는 밴드가 되었다. 물론 전반적인 음악계를 논할 때에도 빠질 수 없을 정도의 밴드인 것도 사실이리라.
[skug]지는 Paavoharju의 Lauri Ainala와 인터뷰를 할 기회를 가지게 되었다.
skug> 내 어린 시절과 청소년기를 되돌아보면, 그 당시 내가 사귀던 친구들은 뭐랄까 '운명의 공동체'같은 느낌으로 같이 어울렸던 것 같다. 서로 공통점이 많은 것은 아니었지만, 우리는 동네에서 몇 안 되는 '약자', '언더독'이었고 그래서 함께 어울릴 수 밖에 없었으며, 뭔가를 같이 해야만 하는 처지였던 것이다. Paavoharju 또한 이런 느낌이었던 것인지?
Lauri> 아니, 그렇지 않았다. 나는 언제나 다양한 종류의 사람들을 좋아했으며, 지금까지도 대체로 언제나 보던 친구들과 같이 작업을 하는 편이다 - Joose Keskitalo같은 사람들과. 최근에 Harmaa Getto의 2번째 앨범을 완성했다. Jenni Koivistoinen는 내 첫 번째 여자친구였고, 어쩌다보니 Paavoharju의 보컬이 되었었다... 어떻게 보자면 나는 Jenni를 이제는 더 이상 알지 못한다. 마지막으로 Jenni를 본 것도 10년이 넘었다.
skug> 어떤 음악들이 Paavoharju의 음악에 영향을 주었는지, 단순히 음악을 들어서는 알기 쉽지 않은 편이다. 최근에 봤던 Paavoharju 사진에 Boards of Canada, Es, Felix 케찹병 스티커가 붙어 있었는데. 이 밴드들과 Paavoharju 사이에 어떤 공통점이 있는 것인지, 즐겨 듣는 음악가들과 Paavoharju 사이에 연관성이 어느 정도 있는 것인지?
Lauri> Boards of Canada는 [Yhä Hämärää]를 완성한 후에 알게 되었다, 그러니 Boards of Canada에게서 영향을 받았던 것은 아니다. 나는 사실 음악을 그렇게 많이 듣지 않는다, 개인적으로 즐기지 않는 편이다. Paavoharju의 다른 멤버들은 서로 완전히 다른 음악 취향을 갖고 있으며, '모두가 좋아하는 음악'같은 건 없다. 예를 들자면 Olli는 '실험적 음악'같은 건 절대로 안 듣는다.
skug> 알겠다! 그렇다면, Paavoharju의 음악은 어디에서 오는 것인가? 밴드로 모여서 즉흥 연주를 하다가 만들어지는 것인지, 대체 그 마법적인 음향은 어디에서 오는 것인지?
Lauri> 함께 즉흥 연주 같은 건 해 본 적이 없다. 그냥 내가 여러가지 것들과 연주들을 녹음하고, 이 것들을 여기저기 기워서 내가 생각하는 목표에 맞는 하나의 곡으로 만들어낸다. '민주적'인 방식으로 돌아간 적이 단 한 번도 없는 밴드였다. 물론 Olli가 만든 것들을 많이 가져다 쓰기는 했다, 나와 형제지간이기도 하고 Olli의 멜로디들이 정말로 훌륭하기도 하니까.
skug> 맞다, 정말로 훌륭하다! 그렇다면, 여러 음향과 멜로디를 가지고 있다가 거기에서 상황에 맞는 부분을 그때 그때 뽑아서 쓰는 편인지, 아니면 특정한 부분이 부족하다고 느끼면 그 부분을 주문해서 얻어다 쓰는 식인지?
Lauri> 가끔씩은 이미 가진 것 중에서 '선택'을 하지만, 대체로 상황에 필요한 부분을 멤버들에게 요청해서 얻어내는 편이다.
skug> Paavoharju의 마지막 앨범, [Joko Sinä Tulet Tänne Alas Tai Minä Nousen Sinne]는 꽤 '힙합'스러운 앨범이었고, 실제로 래퍼 Paperi T가 참여하기도 했었다. 내가 아는 바로는 핀란드의 힙합은 대체로 어두운 분위기에 다소 실험적인 편인데, DJ Kridlokk이나 Paperi T, Harmaa Getto 등을 알고 있다. 핀란드의 힙합 씬에 대해 좀 더 이야기해 줄 수 있겠는지, 그리고 그 씬에서 어떤 영향을 받아 마지막 앨범을 만들었었는지에 대해서도 말해줄 수 있을지?
Lauri> 핀란드의 힙합보다는 Boards of Canada, Portishead, Gorillaz에게서 더 많은 영향을 받았다. 하지만 영향을 받았다고 말할 수 있는 핀란드 힙합 음악가들의 이름을 얘기해 볼 수는 있다: Kaucas, Ruger Hauer, Asa, Julma-Henri, DJ Polarsoul. 핀란드 힙합의 대다수는 끔찍한 쓰레기들이다, 말 그대로 똥이다!
skug> Paavoharju의 멤버들이 전부 공유하고 있는 것이 있다면 무엇이 있다고 생각하는가?
Lauri> 사본린나, 종교, AH-kerho. 이제는 공통점이 AH-kerho 뿐이다. 하지만 AH-kerho는 최고의 클럽이다.
skug> AH-kerho가 어떤 장소이길래?
Lauri> 장소가 아니고, 엄청나게 큰 규모의 친목 모임이다. 유머 프로젝트이기도 하다.
skug> 핀란드 유머라면 나는 Mauri Numminen이 생각난다. '핀란드 유머'만의 특징은 무엇이 있는지?
Lauri> 어느 정도의 '부조리'가 있어야 하는 것 같다. 우리가 만들고 있는 새 미술관에도 유머가 있다, 새 미술관의 이름은 "SLUT"이다 - (S)avon(L)innan (U)usi (T)aidemuseo(역주: 사본린나의 새로운 미술관).
skug> 핀란드의 독립 예술가들은 정부에서 지원을 받는지, 아니면 거의 DIY로 진행되는지?
Lauri> 정부 지원 과제에 지원하는 것 자체는 누구나 할 수 있다, 하지만 대학에서 관련된 전공을 공부하지 않은 사람이 선정되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 전공자가 아닌 그냥 스스로 배운 예술가의 경우, 정부 지원을 받고 싶다면 이력서도 좋아야 하고 다음 작품 기획도 좋아야 한다. 나는 최근에 2년짜리 지원 과제에 선정되었는데, 정말로 운이 좋은 경우였다. 실제로 자금 지원을 받는다는 것이 거의 꿈처럼 느껴 진다, 지금까지 내가 해왔던 것들은 거의 대부분이 아무런 지원 없이 나 혼자 알아서 했던 것들이었다. 최근 몇 년 동안 예술작품 전시회들의 기획 일을 해 왔는데, 이 경력이 도움이 되었던 것 같기도 하다.
skug> 어떤 정치적인 목표 같은 것이 있는지, 최근 우파 쪽으로 쏠리는 분위기 등 전반적인 경향 같은 것에는 어떻게 반응하는지?
Lauri> 지난 10년 동안 사본린나는 굉장히 많이 변했다. 낡은 건물들이 많이 철거되었고 사람들도 상당히 떠났다. 사본린나에는 이제 '아트 갤러리'가 없으며, 문화적인 분위기 측면에서는 거의 완전히 망해버린 상황이다. 이런 좆같은 방향으로의 변화를 되돌리려고 노력하는 중이다. 사본린나의 중심 부분은 새롭게 지어진 좆같은 빌딩들로 채워졌으며 온갖 멍청한 놈들이 사본린나를 말 그대로 아무것도 아닌 장소로 전락시키는 중이다.
skug> 그렇다면, 당신과 당신이 속한 예술가 집단은 사본린나를 망쳐 온 정치적 행동들을 고치려 하는 중이고, 사본린나에 예술가들을 위한 공간을 만들려고 한다는 것인지?
Lauri> 예술가들을 위해 무료로 제공되는 공간, 맞다, 그 공간에서 어떤 활동이든지 무료로 할 수 있도록 하게 하는 것. 하지만 현재의 상황으로서는 1년에 고작 1~2주 정도만 그런 제공이 가능하다, 사본린나의 임대료가 굉장히 비싸져서 그 이상으로 긴 기간동안의 무료 대여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우리 집단이 어떤 건물이나 공간을 완전히 소유할 수만 있다면 좋을 테지만, 아직까지는... 불가능했다. 우리의 목표 중 하나는 사본린나의 거주민들에게 높은 수준의 예술, 전문적인 예술가들의 예술을 소개하는 것이다.
skug> 아마 핀란드 전역에서 겪는 문제가 아닐까 싶다, 사람들이 고향을 등지고 대도시로 이동하는 것. 당신은 아직도 사본린나에서 살고 있으며, 사본린나라는 장소가 당신의 예술에 아주 큰 부분을 차지하는 것 같다. 헬싱키같은 대도시에서 거주하지 않는 이유는 무엇인지?
Lauri> 내 가족은 헬싱키에서 5년간 살았었고 그 동안 아내가 헬싱키에서 예술대학을 다녔었다. 하지만 2013년에 사본린나로 다시 돌아왔다. 사본린나는 세상에서 가장 좋은 곳이다.
https://youtu.be/NDg0IUg8gIk
"Kuljin Kaua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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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www.sudenmarja.com/2018/05/02/lauri-ainala-i-have-found-much-peace-in-a-dark-and-desolate-shack/
Lauri Ainala: "나는 어둡고 황량한, 다 쓰러져가는 판잣집 속에서 거대한 평온함을 발견했다"
[Sudenmarja]
Pauli Samuli Huttunen
2018년 5월 2일
'성찬의 의미에 대한 설교'와 '돼지'를 한데 묶어 부흥 성가의 숭고한 화음으로 엮는다는 생각을 누가 할 수 있을까? Lauri Ainala가 창조한 세계에서는 '기도'와 '신성모독'이 마치 오랜 친구인 것 마냥 자연스럽게 한데 섞여 어우러진다. 신비 속에 숨은 숲 속의 포크 집단 Paavoharju의 핵심 멤버로 알려져 있는 Lauri Ainala의 최신 앨범, [Orpokotijuhlat Saarella]는 해체되어지는 찬양과 황량한 드론이 담긴, 잊혀지지 않을 음향적 풍경을 담고 있다.
나는 처음으로 Paavoharju의 공연을 보았던 때를 기억한다, 2005년, 사본린나의 한 낡은 목조 주택의 다락방에서 이루어졌던 공연이었다. 밴드는 '다른 세계'의 음악을 수신하여 우리들에게 전달하는 것 같아 보였으며, 어딘가의 구석에서 Jenni Koivistoinen가 기이한 새처럼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나는 완전히 사로잡혔고, 그들의 인터뷰를 읽으며 내 마음 속에서 Paavoharju의 신비로운 세계가 자라나기 시작했다 - 버려진 건물들, 숲 속의 포크 음악, 거듭난 기독교도들(born again christians), 그리고 부흥 성가들(revival hymns).
[Orpokotijuhlat Saarella]는 Lauri Ainala가 "Saari 고아원 부흥을 위한 모임"(Saaren Orpokotijuhlat)에 참석하여 녹음한 필드 레코딩으로 구성되어 있는 앨범이다. 이 모임은 "Uukuniemeläisyys"라는 이름을 가지고 있는 기독교 부흥 운동이 매년 주최하는 종교적인 모임으로, 핀란드 남동부 러시아 국경에 가까운 마을인 Uukuniemi의 이름을 딴 운동이었다. "Uukuniemeläisyys" 운동의 핵심 인물로는 Helena Konttinen(1871-1916)이 있으며, 그녀는 특유의, 잠에 빠져드는 것 같은 상태, 묵시록적인 환상들과 천리안적인 능력을 얻곤 했던 상태에서 "겨울잠을 자는 전도사"라는 별명으로 불리던 사람이었다.
이 인터뷰는 2017년 1월에 진행되었으며, Lauri Ainala는 성가, 믿음, 신성모독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밝혔었다. 그에게 있어 성가와 찬양은 어린 시절의 기억들, 기념 행사와 장례식의 추억들에 얽혀 있었다. 성가 특유의 구슬픈 곡조는 '내세에서의 구원'만이 사람들에게 있어 유일한 위안이 되었던 시절의 기억들로 짜여진 곡조였다. 어쩌면 동일한 이유로 Paavoharju 및 Lauri Ainala의 음악을 들을 때 '집으로 돌아가는 느낌'이 들게 되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여기에 적힌 글은 원래 [Sudenmarja] 지에 핀란드어로 작성되었던 인터뷰 전문을 축약한 글이며, 해당 [Sudenmarja] 호에는 2016년 9월 탐페테(Tampere)에서 진행되었던 Maagillinen Teatteri 무료 페스티벌에서 Lauri Ainala / Olli Aarni가 선보였던 [Orpokotijuhlat Saarella] 공연 실황을 담은 테이프도 동봉되었었다. [Orpokotijuhlat Saarella] 자체는 Lauri Ainala의 솔로 앨범으로써 2016년 말 Svart Records에서 발매되기도 했었다. Paavoharju의 초기 시절에 대한 책, [Tuote]는 Lauri Ainala의 편집을 거쳐 올해 5월 5일에 Svart Records에서 정식으로 발매되었으며, 이와 함께 [Unohdetaan Jose Taivas]라는, Paavoharju와 Joose Keskitalo의 초기 음악들을 담은 CD/LP 앨범 또한 발매되었다. Paavoharju는 2018년 5월 9일, 헬싱키의 Korjaamo에서 단 한 번의 기념 공연을 진행할 예정이다.
Pauli> [Orpokotijuhlat Saarella]에 수록되어 있는 음악들은 당신이 "Saari 고아원 부흥을 위한 모임"에서 직접 녹음한 음향들로 이루어져 있다. 이 프로젝트의 배경에 대해 조금 더 자세히 알려줄 수 있겠는지 - 언제 녹음을 했던 것들이며, 어째서 고아원 부흥회에 대한 앨범을 만들고자 했던 것인지?
Lauri> 나는 지난 15년간 "Virsiambient" 또는 "찬송가 앰비언트"를 만들고 싶다는 생각을 항상 해 왔었다. 이 주제에 관련하여 내가 처음으로 시도했던 실험은 Paavoharju의 첫 앨범 [Yhä Hämärää]의 "On Yhä Hämärää"였다. 그 때 이미 나는 언젠가 찬송가를 주제로 한 앰비언트 앨범을 만들어 보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Saari 고아원 부흥을 위한 모임"은 나의 유년 시절, 청년기, 내 가족의 역사와 깊은 연관성을 가지고 있는 행사였기에 주제로 선택된 것이었다.
[Orpokotijuhlat Saarella]를 구성하는 음원들은 2015년 행사에서 녹음한 것들이었다. 그 때 나는 Revon Akan Poika와 함께 캠핑을 하며 술도 마시고 놀고 있었다. 행사에서 집으로 돌아온 후, 나는 녹음된 것들을 천천히 살펴보기 시작했고, 몇 주의 점검이 끝난 후 그 음원들 속에서 '음악'을 만들어나가기 시작했다.
Pauli> "Saari 고아원 부흥을 위한 모임"은 기독교 부흥 운동 "Uukuniemeläisyys"와 깊은 연관이 있는 행사인 것으로 알고 있다. "Uukuniemeläisyys"와 어떻게 관련되어 있는 것인지?
Lauri> 내 아버지 쪽 가족이 Uukuniemi 출신이고, 친할머니가 최초의 "Saari 고아원 부흥을 위한 모임"에 참석했었고 그 때의 모임은 실제로 고아원에서 진행되던 행사였다 (저자주: 이 고아원은 이제는 러시아 쪽 영토에 있게 되었다). 우리 부모님은 그 고아원 행사에 참석하는 것을 그저 전통 행사 정도로 여겼었다, 특정한 정치적/종교적 운동이 아니라. 고아원 행사는 '자비'에 대한 아주 간단한 설교만을 포함했으며, 이 설교는 우리 부모님의 믿음에 잘 맞았다. 어린 시절 우리 가족은 "Herättäjäjuhlat"라는 행사에도 종종 참석했었는데, 이는 '각성'파(The Awakened)의 종교 부흥 모임이었다 - Körtti 부흥회의 여름 기도 모임이었다고 할 수 있겠다.
Pauli> Metalliluola 포럼에서 [Orpokotijuhlat Saarella]를 리뷰했던 한 사람은 이 앨범을 듣고 난 후 "Uukuniemeläisyys" 모임이 아이들에게 미칠 영향에 대해 걱정되기 시작했다고 말했었다! 당신은 어린 시절부터 가족과 함께 고아원 부흥회 행사에 참석해 온 것으로 아는데, 어떤 기억을 가지고 있는지, 어린 시절에 어떤 영향을 주었는지 말해줄 수 있을지?
Lauri> 여름의 끝자락에서의 멋진 추억이었다. 비가 내릴 때에는 좀 지루해졌긴 했지만 말이다 - 밖에를 못 나가고 실내에서 할아버지들, 할머니들이 찬송가를 부르는 것만 듣고 있어야 했으니. 행사는 언제나 아주 안전한 분위기에서 진행되었고, 안타깝게도 무시무시한 요소나 '겨울잠 설교'같은 건 없었다.
Pauli> [Orpokotijuhlat Saarella]는 어쩐지 Leyland Kirby의 작품들, 특히 The Caretaker라는 이름으로 발표하는 작품들을 떠올리게 한다. 기억과 문화적 요소들이 해체되어가고 사라져가는 것에 대한 작품들. [Orpokotijuhlat Saarella] 또한 한편으로는 Saari 고아원 모임에 대한 기록이지만 또 다른 한편으로는 망각으로 사라져가는 기억들에 대해 다루는, 여리고 흐릿한 음향적 풍경 같기도 하다. 그러한 덧없음을 다루려고 했던 것이 맞는지? 오늘날, 피상적인 개인주의와 소비 문화가 널리 퍼지고 공동체적인 전통들은 빠르게 없어져가고 있는 현실에서 - 고아원 모임 같은 전통 행사들이 더 이상 일어나지 않게 된다면, 무언가 중요한 것을 잃어버리게 될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인지? 아니면, 그저 없어지고 사라져버리는 것이 당연한 과거의 유물에 불과하다고 보는지?
Lauri> 그런 느낌을 구현하려고 했던 것은 맞다. [Orpokotijuhlat Saarella]의 음향들은 내가 어린 시절부터 참여했던 모임, 그리고 그 모임에서 주어졌던 믿음과 신앙에 대한 내 기억을 표현하고 있다. 또한, 지금의 나와 신앙과의 관계에 대해 가장 정확하게 묘사하고 있는 음악이기도 하다.
나는 그러한 '전통'들이 사라져야만 하는 것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그저 사라져 가고 있는 상황이 현실이라고만 생각할 뿐이다. 다시 Saari 고아원 모임에 찾아갔을 때, 영적인 의미에서 다시 참석한 것은 아니었다, 실제로 그랬다면 좋겠다고 생각은 했었지만 말이다. 미래에도 어떤 종류의 공동체적 전통이 지속되기를 바라고는 있다. 몇년 전 나는 "Savonlinnan Palvojat"(사본린나의 예배자들)라는 공동체를 시작했고, 이 공동체가 잘 운영되기를 바라고 있다.
Pauli> [Orpokotijuhlat Saarella]에 담긴 음악의 대부분은 찬송가와 찬양에서 왔으며, Paavoharju의 음악세계에 큰 영향을 준 것으로 시온(zion)의 성가들이 꼽히기도 한다. 찬송가의 어떤 부분이 당신에게 와닿는 것인가? 당연하겠지만 찬송가를 부르는 것은 기독교의 설교에서 아주 중요한 부분을 담당하고 있다 - 당신에게도 음악이나 음악을 만드는 행위가 영적인 것으로 다가가는 것인지?
Lauri> 찬송가의 소리는 어린 시절부터 내 의식 속에 뚜렷하게 박혀 온 것이니, 찬송가가 나에게 아무런 의미가 없다고 한다면 그게 오히려 더 이상할 것이다. 또한 대부분의 찬송가들은 가사도 정말 훌륭하고, 최근에는 그 가사들을 보고 있자면 내 마음 속 감정들이 흔들리고 요동치곤 한다 - 그리고 이런 감정의 요동은 멋진 것이다. 영적인 측면은 내가 가진 기억들과 내 무의식하고 아주 깊이 연결되어 있으며, 나는 그런 영적인 측면을 없앨 생각은 절대로 없다.
Pauli> 나는 Paavoharju의 앨범들이나 [Orpokotijuhlat Saarella] 등 당신의 솔로 앨범들에서는 아름다움, 그리고 가끔씩은 종교적인 헌신 같은 것마저도 느껴진다. 하지만, 동시에, 뮤직비디오나 Paavoharju의 SNS 포스팅 같은 것을 보면, 엽기적면서도 가끔씩은 섬뜩하기까지 한 이미지들과 유머들이 보이기도 한다. 나는 최근에 주제 사라마구의 [예수복음]을 읽었는데, 이 소설은 예수의 일대기를 상상하여 서술한 문학으로 예수의 인생에 있어 그로테스크한, 육체적인 부분을 상당히 강조한 작품이었다. 성경에 쓰여 있는 가르침과는 정 반대에 가까울 정도로 대비되는 내용이었다.
기독교를 믿는다는 것은 다르게 말해서 예수를 따른다는 뜻이고, 예수의 삶에 대해서 생각해 보면 그의 인생에는 불쾌하거나 혐오스러운 요소들이 상당히 많이 들어 가 있다고 말할 수 있다. 하지만 현대적인 예수의 이미지는 상당히 깨끗하고 부드러운 이미지 뿐이다. 당신은 기독교와 예수에 대한 현대 교회의 이미지들이 너무 정돈되어 있다고 생각하는 것인가? 당신의 예술에 드러나 있는, 일상적이고 기괴한 이미지들과 종교적인 헌신의 혼합은, 신성모독을 위한 것인지, 아니면 겉으로 보기에는 추하고 역겨운 것들 속에서도 어떤 신성함을 찾을 수 있다는 생각에서 비롯된 것인지?
Lauri> 나는 교회가 제시하는 이미지들에 대해 딱히 반감을 가지거나 하고 있지는 않다, 하지만 내가 만든 앨범들이 신성모독적인 것도 맞다. 하지만, 동시에 어떻게 보자면 찬양이기도 하다, 그리고 타인의 수동성 속에서 저항하기 위한 의미로 제공되어지는 수프 속의 똥 한 조각이기도 하며, 박스 인간들의 박스 집이기도 하고, 젊은 부자들의 도회적인 문화이기도 하며, [Kirkko Ja Kaupunki] 신문이기도 하고 (저자주: 핀란드의 복음주의 루터교 교회가 발간하는 신문이다), 사본린나를 떠나는 것이기도 하며, 노골적인 소비지상주의, 돈에 대한 숭배, 영적인 창녀질, 오순절주의(Pentecostalism)이기도 하다. 나는 어둡고 황량한, 다 쓰러져가는 판잣집 속에서 거대한 평온함을 발견했다. 반면 Joose(Keskitalo)는 그가 머무르던 더러운 방의 한 벽면에 포스터를 붙여두곤 했었는데 그 포스터에는 "심지어 이런 곳에서도 신은 당신의 기도를 듣는다"라고 쓰여 있었다. 거기에 더해 정교회에서는 신성한 유로지비(역주: Fool-for-Christ, 종교적인 수행/구원을 위해 사회적 규범이나 질서를 무시하고 거지나 부랑자, 지체장애인 등등처럼 살아가는 사람)를 존경하지 않나!
유로지비는 내면의 자유, 고결함, 놀이, 웃음을 통해 세상을 조롱한다. 유로지비는 기독교도의 삶을 순결함과 관습적 도덕의 모범으로 환원시키려는 모든 노력들에게 질문을 던져댄다. 유로지비의 조롱은 율법주의 및 기독교를 규칙과 법으로 변형시키려는 모든 종류의 노력을 향한다.
나는 신을 믿지 않는 사람도 유로지비가 될 수 있다고 믿는다.
Pauli> 지역 신문 [Parikkalan-Rautjärven Sanomat]지와의 인터뷰에서 몇년 전 교회를 떠났다고 말했던 것 같은데, 그리고 또 "어떤 측면에서 보자면 내 앨범의 음악은 반기독교적이다"라고 말했던 것 같고. 어떤게 반기독교적이 되는 것인가? 교회를 떠나기로 마음먹은 이유는 무엇이었는지 - (신앙을 가지고 있었던 것이라면) 신앙을 아예 포기한 것인지, 아니면 그냥 '기독교'에 대한 교회의 해석이 당신과는 맞지 않았던 것인지?
Lauri> 교회는 2번 떠났었다. 신앙을 포기한 적은 한 번도 없었다, 하지만 동시에 내가 신앙을 가지고 있다는 느낌을 받은 적도 한 번도 없었다. 한편, 책 [Kallis Hunajan Pisara Kristus-Kalliosta](역주: 그리스도의 반석에서 나온 귀한 꿀 한 방울)를 보면 이런 구절이 나온다: "당신은 스스로 믿을 수 없다고, 회개할 수 없다고 말한다. 당신이 죄와 사악함만을 가지고 있다면, 그리스도께 향하는 것이 합당할 것이다. 뉘우치치 않는, 믿지 않는 당신은 그리스도께 향하라, 그에게서 신앙과 회개를 찾을 수 있을 것이며, 그 것은 더할 나위 없이 지대한 행복일 것이다." 나는 언제나 '혼돈'이라는 주제에 매료되었다, 신앙을 가지고 있거나 아니거나 상관 없이.
많은 사람들이 Paavoharju 및 내 솔로 앨범들에 담긴 사운드스케이프를 다소 괴롭다거나 무섭다고 느끼는 것 같다. 앨범은 기독교적인 메시지나 부활한 구원자에 대한 설교 같은 건 하나도 담고 있지 않다. Paavoharju나 내 솔로 공연에서 보여졌던, '반기독교적이다'라고 해석될 만한 여지가 있는 요소들은, 오히려 아리마데의 요셉(Joseph of Arimathea)에 관한 설교에서 더 많이 찾아볼 수 있을 그런 요소들이다. 그 설교에는 강간, 살인, 예수의 육체를 돼지들에게 먹이로 주는 것 따위의 내용을 담고 있다. 나는 내 앨범들이 적어도 Samuli Edelmann(저자주: 핀란드의 배우이자 대중음악 가수)의 찬양 앨범보다는 훨씬 더 기독교적인 앨범들이라고 생각한다. Samuli Edelmann의 찬양 앨범은 심연의 구덩이에서 나타난 쓰레기더미다.
Pauli> Helena Konttinen(1871~1916)은 "Uukuniemeläisyys" 종교 부흥 운동의 핵심 인물일 것이다. 언젠가 인터넷에서 기독교 관련 포럼을 읽고 있었는데, 한 쪽에서는 Konttinen을 보고 '수상하고 모호하며 위험한 인물'로 평가하고 있었고 다른 한 쪽에서는 '그녀야말로 하느님의 진정한 선지자'라고 평가하고 있었다. 당신은 그녀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그리고 그녀가 일명 '겨울잠' 상태에서 보았던 이미지들과 행했던 설교들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는지?
Lauri> 흠, 현대적인 관점에서 보면 Helena Konttinen이 본 이미지들은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는 사람의 횡설수설에 가깝다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나는 수상하지만 동시에 독창적인 방식으로 소름끼치는 것들을 정말 좋아한다. 내가 아는 한 Helena가 예언한 것들은 하나도 실현되지 않았고, 그런 측면에서 보면 Helena는 가짜 예언가였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게 중요한가? 나는 Helena의 연설문들을 읽어 보는 것을 추천한다, 몰몬경, [Vartiotorni]지(저자주: 여호와의 증인에서 발행하는 종교 잡지), Genuine Nebula의 Livejournal 페이지(역주: https://genuine-nebula.livejournal.com/) 만큼이나 읽어볼 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최근의 Saari 고아원 모임에서는 Helena Konttinen은 종교 부흥 운동의 시작에 영향을 준 역사적 인물 정도로 다루어지고 있다. 모임에서는 그녀를 기억하고 기리며, Uukuniemi에 있는 그녀의 무덤도 찾아간다. 하지만 Helena의 가르침과 예언에는 더 이상 그렇게까지 주목하지는 않는다."
Pauli> Helena Konttinen에 대해 다룬 K. K. Sarlin의 책, [Eräs Meidän Ajan Profeetta](우리 시대의 선지자)를 보면, Konttinen의 설교에는 묵시록에 대한 강렬한 언급들이 들어가 있었던 것 같다. 오늘날, 스스로 이런 질문을 던질 수 밖에 없는 이 시대에 - 우리가 지금 종말의 시대에 살고 있다고 믿는지에 대한 질문 - 이 '종말'이 성서에 등장하는 최후의 심판인지, 아니면 인류 혹은 자연적인 재앙으로 인해 실제로 모든 것이 무너지는 식의 종말인지, 아니면 좀 더 비유적인 의미의, 영적인 시대의 종말인지, 아무튼, 당신은 우리가 지금 종말의 시대에 살고 있다고 믿는가?
Lauri> 아니,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https://youtu.be/iPKLgHAacmk
"Kirkonväk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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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tulivuori.blogspot.com/2009/03/paavoharju-is-not-real-band-says-lauri.html
Paavoharju
[Tulivuori]
Mikael Rechardt
2009년 3월
"Paavoharju는 '밴드'가 아니다." Lauri Ainala의 말이었다.
"한 번도 그런 적이 없었다."
'밴드'라는 단어는 Paavoharju보다는 Fonal 레이블의 다른 밴드, Risto에게 더 어울리는 단어일 것이다. 땀에 젖은채로 무대 위에서 연주하는 Risto 멤버들의 모습은 이들이 어떤 음악을 하는 밴드인지를 명확하게 보여 주고 있으며, 이에 따라 당연하게도 핀란드 미디어에서는 이들에게 좀 더 주목하고 있었다. Fonal의 다른 음악가 Islaja의 경우, 비록 그녀의 음악은 대중적인 취향과는 맞지 않을지도 모르겠지만, 잡지의 표지를 장식한 그녀의 얼굴 사진의 경우에는 대중의 흥미를 끌 만했다. Kemialliset Ystävät도 생각해 볼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놀랍게도, Fonal 레이블의 사장 Sami Sänpäkkilä가 정식으로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Fonal에서 가장 높은 판매량을 보인 밴드는 Paavoharju였다. 이는 밴드 자신들에게도 놀라운 소식이었다, 밴드는 그런 것들, 앨범 판매량 따위에 관심을 갖고 주기적으로 확인해보는 사람들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Paavoharju의 세계는 혼란스러움으로 가득하며, The Killers같은 인디 밴드들을 아이팟으로 들으며 특정한 종류의 신발만을 신고 다니는 사람들과는 상당히 멀리 떨어져 있는 세상이었다. Paavoharju의 '팝'은 어린아이라면 악몽을 꿀 만한 기이한 사운드스케이프와 뒤섞여 있으며, 이들의 시퀀싱은 일반적인 전자 음악들과는 다르게 음악가가 통제하고 있다는 느낌을 전혀 주지 못하고 있었다... 거기에 더해, 이들의 기독교는 주말 성경 공부 모임에서 배울 만한 것들하고는 전혀 딴판의 이야기였다; 이 정도의 오줌, 피, 똥, 구토와 술과 함께, Paavoharju의 세계는 완전히 다른 무언가를 말하고 있다.
"맥주?" 겨우 코트를 벗고 있는데, Lauri가 물어보았다.
2주쯤 전, 나는 Lauri에게 이메일을 보내 내 블로그에 참여할 의향이 있는지, 새 곡도 만들고 기타등등을 해 볼 의향이 있는지를(이 블로그의 'info' 부분을 보라) 물어 보았다. Lauri는 Paavoharju가 '창작 활동 휴가'중이며 따라서 새 곡은 만들 수 없다고 답장을 보내 주었다. 대신, Lauri는 자기 집으로 한번 놀러오라는 초대를 했다. 그의 집은 이제는 사본린나가 아닌 헬싱키 시내에 있었으며, Lauri와 아내(내가 방문하기 1주일 전에 막 결혼한 참이었다), 그리고 룸메이트로 3명이서 살고 있는 공간이었다.
이들의 집은 단순히 '보헤미안 스타일'이라고 표현하기에는 좀 부족한, 무언가 아주 독특한 분위기가 감돌고 있었다. 벽면은 온통 예술학교 학생인 Lauri의 아내의 그림으로 가득했는데, 음울하면서도 눈길을 사로잡는 마력이 있는 그림들이었다. 이들의 침대는 폐자재로 직접 만든 물건이었으며... 침대에서부터 방 전체에 온갖 나뭇가지들이 붙어 있었고, 여기저기에 다양한 양초들, 작은 유리병에 보존되어 담긴 새의 시체들, 뼈들, 무언가 거대한 동물의 머리뼈, '빈티지'라고 부르기도 뭣할 정도로 오래되어 낡아빠진 가구들로 가득했다. Lauri의 노트북 옆에는 핀란드의 전통 마법 주문들이 담긴 책이 하나 있었는데, 결혼 선물로 받은 것이라고 했다. 또한, 십자가에 못박힌 예수의 상이 벽 한켠에 걸려 있었다.
Lauri에게 녹음 장비를 보여줄 수 있을지를 물어보았을 때, Lauri는 흔쾌히 수락하면서도 "Paavoharju는 특정한 장비들로만 작업하는 밴드는 아니다"라는 말도 덧붙였다. 그리고 그는 그 말에 대한 증거도 가지고 있었다: Lauri는 아주 싸구려처럼 보이는 디지털 카메라 HP R717을 가져 와 보여주었다.
""Kirkonväki"의 교회 오르간 부분은 이 걸로 녹음한 것이다. "Savonlinna" DVD의 내용물도 거의 그렇고."
"Savonlinna" DVD는 현재 Lauri가 제작중인 DVD의 임시 명칭이었으며, 2009년 말 발매될 예정이었다 (역주: [Unien Savonlinna]라는 이름으로 2010년 발매되었습니다). 이 DVD에는 Paavoharju의 공연 영상들, 그리고 그보다 더 중요할지도 모르는 것들: 사본린나에서의 짧은 영상들, Paavoharju의 사본린나를 담은 영상들, 이들이 거주하던 낡고 버려진 건물들: 도축장, 동굴, 유제품 공장, 심지어 우연히 발견해 활용한 보트까지도... 그리고 멤버들이 직접 만들었던 그 모든 '집'들과 사우나들에 대한 영상들이 담겨 있을 것이었다. 이러한 삶은 쓰레기통에 뛰어드는 행위와 동네 주정뱅이들과 함께 어울려 노는 것까지 포함하고 있었다. 하지만 대부분은, 그저 사본린나일 뿐이었다.
"사본린나의 주정뱅이들은 헬싱키의 알코올 중독자들처럼 예측 불가능하거나 폭력적이지 않다. 대신 항상 구걸하며 다니고 가끔은 가지고 다니는 술이나 담배를 흔쾌히 나눠주기도 한다. 나는 헬싱키 알코올 중독자들하고는 전혀 친하게 지내고 싶지 않다."
[Yhä Hämärää]의 뒷쪽 커버에 있는 창문 사진은 실제로 Paavoharju 멤버들과 친하게 지내던 주정뱅이가 살던 집에서 찍은 사진이었다. 나는 Lauri에게 헬싱키의 단체 Oranssi에 대해, 낡고 빈 집에 불법으로 들어가 거주하며 집을 수리하고 증축하는 단체에 대해 말했지만, Lauri는 "딱히 흥미롭지 않다"라고 말했다. 그리고, Paavoharju에게는 삶의 방식에 대한 규칙이라거나 사상 같은 건 없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Lauri는 노트북에 있는 소프트웨어들을 보여주었다. "딱히 대단할 건 없다, 그냥 다 아주 기본적인 것들 뿐이다."
나는 물었다. "Paavoharju의 음악들은 여기서 시작하는 건지, 이 노트북에서?"
"내 동생(Olli Ainala)이 키보드와 기타로 작곡을 하고, 데모를 만들어서 나한테 보낸다. 그러면 우리는 같이 이 데모를 어떻게 발전시키면 될지, 어떤 아이디어가 좋을지 생각하고 진행한다." Lauri는 설명했고, 짧은 침묵 이후 이어나갔다: "... 최근에는 그 녀석에게 몇가지 문제가 있었다..."
여기, 어쩌면 Paavoharju의 다음 앨범에 실릴지도 모르는 연주가 있다: https://vimeo.com/3823084
Lauri는 'Paavoharju 공연'에 대해서 언제나 반대하는 입장이었다 - 아마도 공연에서 악기 연주로는 만들어 낼 수 없는 전자 음향들 때문에, 실제로 공연을 하면 Lauri는 노트북 뒤에 숨어 멀뚱히 서 있어야만 하는 처지가 되어야만 했기에 그럴지도 모르지만 - 그러나, 이들은 공연을 하지 않아야만 하는 좋은 이유를 이제는 갖고 있었다.
Olli Ainala는 결혼도 했고 아이도 2명이나 있었으며, 심각한 건선(Psoriasis)을 앓고 있었다 - 관절부위의 통증, 피부 발진이나 종기 등이 일어날 수 있는 피부병이었고, Olli의 경우는 가능한 한 모든 증상을 전부 보이는 심각한 건선이었다. 가끔씩은 자다가 침대 시트 때문에 자극이 되어 증상이 나타나기도 했고, 건선의 후유증으로 피부가 너무 얇아져 무언가를 만지는 것 자체가 고통을 유발하기도 했다. 즉, Paavoharju 뮤직비디오에서 보여지는 Olli가 장갑을 끼고 있는 것은 단순히 패션 때문인 것은 아니었던 것이다.
Paavoharju의 초현실적인 화음은 Olli가 만들어 낸 것이었다. 그리고 수수께끼적인 소리들과 여러가지 소음들은 Lauri의 작품이었고. Jenni는 특유의 목소리를 활용해 아주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었지만, 모든 것들을 한 군데에 합쳐 최종적인 음악으로 만들어 내는 것은 Lauri의 역할이었다... 음악 프로듀서의 역할을 넘어, Lauri는 가사 및 시각적 요인들, 아트워크, 뮤직비디오 등등을 전부 총괄하고 있었다. 나머지 멤버들의 역할은 다소 모호한 측면이 있었으며, 여기저기 비어있는 곳들과 필요한 부분들을 채워주고 있었다. 그 '나머지' 중 한 명은 Joose Keskitalo로, Pihlajamäki에 있는 Helmilevyt 스튜디오에 방문했을 때 우리와 동행한 사람이었다. Helmilevyt 스튜디오에 도착하기 전, 우리 일행은 Lauri의 집에서 나와 열차를 잘못 탔다가 (잘못 탔다는 것을 알아차린 건 옆 도시인 반타(Vantaa)에 이미 도착해버렸을 때였다) 맥주도 좀 마시면서 버티고 버텨 간신히 스튜디오로 들어갈 수 있었다. Helmilevyt 스튜디오는 사실상 평범한 교외 주택의 지하실이었다. 임의의 장소에, 임의의 상태로 - 내가 기대했던 바로 그런 모습이었다.
Joose는 방 구석에서 작은 공책에 무언가를 써 내려가고 있었고, 나는 무언가를 요리하기 위해 접시들을 닦고 있었다 - 우리에게는 파스타와 닭고기가 있었다. Lauri는 다른 방에서 드럼을 연주하고 있었는데, 고등학생들의 잼 연주 세션에서나 들어볼 수 있었던 열정적인 연주였다. Lauri는 현재 힙합 트리오 Harmaa Getto(='회색 게토', 하르마게돈의 말장난)에서 드럼을 맡고 있었으며, Harmaa Getto는 Lauri, Joose, 그리고 Arwi Lind(Helmilevyt 스튜디오의 관리자)로 구성되어 있었다. Arwi Lind는 트리오에서 만취한 취객 같은 랩을 선보이고 있었다.
"힙합 음악을 듣는지?" 나는 사실 답변이 어떻게 나올지를 예상한 상태로 물어보았다.
"아니, 거의 안 듣는다, Cypress Hill은 조금 듣긴 했지만..." 흠, Harmaa Getto의 음악을 들어 보면 이 말이 이해가 되긴 한다, 비록 "Harmaata Ku Harmaata" 같은 노래는 어느 정도는 DJ Shadow같은 느낌이 들긴 하지만. 하지만 그렇다 해도, 사실 Harmaa Getto는 '랩'이라고 보기는 좀 어렵다.
"아 잠깐, Danger Mouse도 좀 듣는다, 좋던데."
음악적으로 가장 큰 영향을 받은 음악가가 누구인지를 물어보자, Lauri는 솔직하게 털어놓았다: "나는 음악 자체를 그렇게 많이 듣지를 않는다." 거짓말을 하는 것 같지는 않았다, Lauri의 방에 있던 CD들은 고작해야 30장 정도였고, 그마저도 Paavoharju나 아내의 음반들이 대부분이었으니까. Es나 Burzum을 예로 들기는 했지만, 그건 이러한 이유에서였다: "그 음악가들의 음악은 특정한 악기의 연주를 잘 하려는 것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는 음악이니까. 대신 이들은 자신의 음악에 어떤 요소들이 들어가야 하는지에 대한 명확한 목표를 가지고, 그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정말로 간단한 것들을 재료로 쌓아 올리는 사람들이었다. 하지만, Paavoharju의 음악에 관련하여 재미있는 부분은, 사실 Paavoharju의 음악은 간단한 음악이 아니라는 것이다." Lauri는 웃으며 말했다.
"Warp 레이블 음악가들은 어떤지?" 나는 제안을 던져 보았다.
"뭐, [Yhä Hämärää]를 완성하고 얼마 안 있어 Boards of Canada을 들어보긴 했다. [Music Has Right to Children] 이랑 [Geogaddi]."
그러니, Paavoharju에 대해 "Boards of Canada의 영향이 있다"같은 평가들은 사실 선후관계가 뒤집혀 있는 의견인 것 같다. Lauri는 Portishead의 [Third], Joose Keskitalo의 최신 앨범(역주: [Tule Minun Luokseni, Kulta])을 최근 들어본 것 중 최고라고 평했다.
하지만, Harmaa Getto가 가진, 힙합에 대한 '진지하지 않은 접근'에도 불구하고, 이들은 최근 힙합 및 전자음악에 대해 진지하게 접근하는 음악 잡지 [Basso]의 표지 모델이 되기도 했으며, 이는 이들의 성향을 생각해 보면 다소 의문이 드는 일이었다. Paavoharju나 Harmaa Getto나, 이들은 음악이 '어떻게 되어야만 한다'는 것에는 아무런 관심이 없는 사람들이었으며, 음악적으로나 신학에 대한 체계적인 개념적으로나, '도그마'같은 것과는 가장 멀리 떨어진 인물들이었다.
스튜디오 내부의 공기는 기름 낀 손가락들이 피워대는 담배 연기로 가득 차기 시작했으며, 신, 존재, 정보 사회의 SF 유토피아 등등의 주제에 대한 대화가 오고 갔다 - 대화는 너무나도 거창한 주제들로 이어졌고 나는 쉽게 닭고기 요리에만 집중할 수 있었다.
20여분간의 잼 연주 세션 - 나와 Joose는 이런저런 악기를 바꾸어가며 연주를 하고, Lauri는 드럼 키트에 앉아 전혀 일관적이지 않은 리듬을 마구잡이로 연주하는 세션 - 을 가진 후, 우리는 모두 스튜디오를 떠났다. 누가 보더라도 우리는 모두 상당히 지쳐 있는 모습이었다, Joose의 밴드의 리허설도 하고 하루 종일 함께 다니며 이런저런 모험을 했으니 말이다. 그래서 이 잼 세션을 녹화한 영상은, 공개하지 않을 것이다. (대신 Paavoharju의 조금 희귀한 곡, [Yhä Hämärää]나 [Laulu Laakson Kukista]에는 수록되지 않았던 곡을 첨부하고자 한다. "Aurinkotuuleen"(저자주: '태양의 바람 속으로'라는 뜻이다)이라는 곡이다.
https://www.youtube.com/watch?v=FVuu5O-GQxw
스튜디오를 나선 후, Joose는 다정한 작별인사와 악수를 건넨 후 Kallio로 향했다. Lauri는 몇주 전 마시다 남은 샴페인을 다시 마시러 아내가 기다리는 집으로 돌아갔다.
Paavoharju를 둘러싼 수수께끼 중 가장 난해한 것은, 이들의 음악이 완전히 무질서하고 무작위적인 혼돈으로 들림에도 불구하고, 어째서인지 말이 되는, 이해가 되는 느낌도 들게 만든다는 점일 것이다 - 마치 잠에 들기 직전 머릿속에 부유하는 상념들처럼. 손가락을 짚어 가며 명확하게 설명할 수는 없는, 그런 것들. 이들의 기이한 거처 또한 음악과 연결되는 부분이 있었다.
Lauri는 나에게 사본린나에 있었던 이들의 집 중 하나의 사진을 보여주었다. 사진 속의 집은 말 그대로 난장판 그 자체였으며, 일반적인 사람이 상상할 수 있는 '벽면에 금이 간 정도로 상태가 최악인 폐가'의 이미지에서 2배정도는 더 나쁜 상태라고 하면 그나마 근접한 정도였다. "그러니까, 여기 있는 잡동사니들은... 우리가 이 집들을 찾았을 때 놓여져 있던 것들이 아니었다. 우리가 어디에서 다 가져와서 집 안으로 가져다 두었던 것들이지. 그러니까 우리 것들이었다."
정확했다, 경계의 벽 안쪽에서, 그 모든 것들은, 그들의 혼돈이었다.
https://youtu.be/0qtpLXf_fK4
"Musta Kat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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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avoharju2022/05/11 05: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