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OUT ME

-

Today
-
Yesterday
-
Total
-
  • Fruits Clipper
    [...]/[capsule] 2024. 7. 22. 13:13




    https://youtu.be/vdhl4pXMsWk
    [FRUITS CLiPPER]


    *********************************************************************************************

    https://realsound.jp/2021/06/post-794087.html


    Capsule의 나카타 야스타카를 풀어내는 "7가지 질문"
    DTM(역주: Desktop Music)의 선구자가 회고하는, '특이한 제작 스타일'이 '상식적인 방법'이 되어간 과정에 대하여

    취재: 후쿠류(ふくりゅう)
    2021년 6월


    나카타 야스타카와 코시지마 토시코의 2인조 유닛 Capsule이 6년만의 신곡 "ひかりのディスコ"를 발매했다. 올해로 결성 20주년을 맞이한 Capsule은 PC와 DAW 소프트웨어만으로 음악을 만들어내는 기법을 널리 퍼지게 만든 장본인이며, 컴퓨터 음악의 미래를 비전으로 삼고 '트랙메이커' 문화를 전파한 일종의 원조 밴드이기도 하다.

    그러한 Capsule이 자신들의 걸어 온 역사를 통해 만들어 내게 된 아이디어는, Capsule의 음향의 과거와 미래를 융합한다는 아이디어였다. 신곡 "ひかりのディスコ"의 리프에는 10년 전의 곡 "World of Fantasy"의 시퀀스가 샘플링의 감각으로 연결되어 있다.

    뮤직비디오에서는 코시지마 토시코가 1980년대를 풍미했던 자동차인 혼다 프렐류드를 운전하고 있으며, 카세트 테이프를 삽입하는 장면에, 팔에는 카시오 데이터뱅크, 발에는 오니츠카 타이거까지. 그러나 또 동시에, 1980년대 당시에는 아직 존재하지 않았던 레인보우 브릿지(レインボーブリッジ)가 말 그대로 '빛의 디스코'("ひかりのディスコ") 상태로 빛나고 있기도 하다. 과거에의 향수와 미래가 결합하여 탄생한, 조금은 기이한 근미래의 풍경. 일본 특유의 상반된 감정이 담긴 팝 문화가 Capsule만의 SF적인 감각을 통해 시간축을 초월하여 전개되고 있는 뮤직비디오인 것이다.

    또한 이 곡은 나카타 야스타카가 존경하는 작가이자 SF 만화계에서 일본을 대표한다고까지 말할 수 있는 만화가 니헤이 츠토무(弐瓶勉)가 총감독을 맡은 극장용 애니메이션, [시도니아의 기사: 사랑을 잣는 별](오는 6월 4일 전국 영화관에서 개봉)의 주제가로서도 화제가 되고 있다. 여러가지 고찰할 만한 부분이 많은 신곡 "ひかりのディスコ"에 대한 이야기는 물론, 변화하고 있는 음악계의 최전선에 대해, 트랙메이커로써의 마음가짐에 대해 등등 '나카타 야스타카에게 묻는 7가지 질문'의 답을 들어보는 시간을 가졌다.


    Capsule에서는 항상 '데뷔 앨범'을 만들고 싶습니다」

    후쿠류> 6년 만의 Capsule 신곡인데요.

    나카타 야스타카> 그렇게까지 땡땡이를 치고 있었던 건가 싶네요. 아, 이렇게 말하면 안 되나 (웃음).

    후쿠류> 하하하 (웃음). 앨범 [WAVE RUNNER]가 2015년 2월에 발매되었었으니, 그 이후로 첫 곡이라고 한다면.

    나카타 야스타카> 빠르네요.

    후쿠류> 그 동안 수많은 프로듀싱, 나카타 야스타카 명의의 솔로 앨범, 여러가지 참여 앨범들이 있었습니다.

    나카타 야스타카> 잠깐 여행을 떠났던 것 같은 느낌인데요. 음악적으로는 계속해서 뭔가를 만들고 있었기 때문에, 6년이라는 시간이 어느새 훌쩍 지나가 버린 느낌입니다.

    후쿠류> 다시 한 번, 나카타 씨에게 Capsule이란 어떤 존재인가요?

    나카타 야스타카> 한 10년쯤 전부터 Capsule로 활동하기가 점점 더 힘들어졌다고 느끼고 있었습니다. 저에게 Capsule이란 저 스스로 좋아하고, 또 듣고 싶어하는 음악이 떠올랐을 때 만들어서 발표하기 위한 유닛입니다.

    후쿠류> 자신들만의 유닛이기 때문에 특별한 제한이나 제약이 없다는 말씀이신가요.

    나카타 야스타카> 지금으로 치자면 유튜브에 작품을 올리는 것하고 비슷할지도 모르겠습니다.

    후쿠류> 아, 알기 쉽네요.

    나카타 야스타카> 그런 식으로의 활동을 계속해 오고 있었을 터인데, 어느샌가 Capsule을 움직이게 만드는 흐름 같은 것이 생겨버렸습니다. 해외의 페스티벌에 초대를 받는 것 같은 활동들도 포함해서 그런 '무대 위의 나'와 '음악 제작자로써의 나' 사이의 균형이 어려워졌다는 것을 느끼고, 그래서 일단 솔로 활동을 해 봤던 것이었어요. 협업 활동 등을 중심으로 작업해 보면서 채널을 분리하려고 노력해 봤던 기간이었죠. 하지만 점점 더 Capsule을 필요로 하는 분위기가 조성되어서, 자연스럽게 지금에 이르게 된 것 같네요.

    후쿠류> 그렇군요. 2021년 Capsule의 신곡 "ひかりのディスコ"으로 일렉트로닉이나 EDM 이후의 감각, '그리운 새로움'이라는 감각을 제시한 것 같아 듣는 입장에서 기뻤습니다.

    나카타 야스타카> 후쿠류 씨라면 잘 아시겠지만, 전작 [WAVE RUNNER] 라던가 아니면 2005년작 [L.D.K. Lounge Designers Killer]를 발매했을 때와 비슷한 느낌입니다. 그 때 당시에는 페스티벌 공연이나 DJ 활동 등의 연장선상에서 음악을 만들고 있었는데, 그 밖에 하고 싶은 일이 있어도 이미 1~2년 이후의 스케쥴까지 다 정해져 있는 바람에 출연이 예정되어 있는 페스티벌에 맞는 음악밖에 만들 수 없다는 어려움을 느끼고 있었죠. 물론 자발적인 어려움이었지만요. 지금은 틀을 생각하지 않고 음악에만 집중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후쿠류> COVID로 인해 반대로 창작의 전환점을 돌 수 있었던 것이었군요.

    나카타 야스타카> 마음같아서는 항상 '데뷔 앨범'을 만들고 싶어요. Capsule은 그런 기분을 가지고 활동하고 싶습니다.

    후쿠류> 확실히 "ひかりのディスコ"를 들어 보면 어떤 신선함이 느껴집니다.

    나카타 야스타카> 그럴지도 모르겠네요. Capsule에 있어서는 항상 '즐거움'이 가장 중요한 것 같습니다.

    후쿠류> 그러면, 여기서부터 인터뷰의 본론인 "나카타 야스타카에게 묻는 7가지 질문"에 들어가고자 합니다.

    나카타 야스타카> 네, 잘 부탁드립니다.


    질문 1: 데뷔 시기부터 DTM 스타일을 관철시켰던 이유

    후쿠류> 2021년에 이르러 시대는 완전히 DTM(Desktop Music, PC를 이용해 음악을 만드는 제작법을 총칭하는 표현) 전성기가 되었습니다. 이런 시대가 도래할 것이라고 마치 예언이라도 하는 것처럼, 나카타 야스타카 씨는 음악 활동 초기부터 스스로 작사 및 작곡, 편곡과 믹싱까지 전부 다 다루는 '트랙메이커'로써 활동하고 있습니다. 어째서 이런 스타일을 데뷔 시기부터 쭉 관철해 온 것인가요?

    나카타 야스타카> 저는 '컴퓨터 음악'이라는 정체성을 갖고 있는 사람입니다. 컴퓨터만으로 녹음 과정을 전부 끝내버리는 스타일을 시작했던 건, 적어도 프로로 활동하는 사람들 중에서는 제가 상당히 빨랐던 편이라고 생각합니다. 그게 작업상으로 여러가지 귀찮은 지점들이 생긴다는 것도 알고 있었는데, 뭐랄까 얼리어답터적인 측면도 있습니다. 효율이나 편리함 때문에 컴퓨터를 사용한다는 것은 아니었어요. 컴퓨터를 사용한다는 것 자체가 즐거웠고, 다소 불편하더라도 컴퓨터를 사용해야만 만들 수 있는 음악을 내 손으로 직접 만들어내고 조작한다는 즐거움이 가장 컸던 것 같습니다.

    후쿠류> 이제 보컬로이드 문화, 틱톡 문화, 유튜브 문화에서 DTM 방식의 음악이 무엇보다도 먼저 유통되는 시대가 되었습니다만, 돌이켜 보자면 나타카씨는 DTM의 발명 및 혁신에 기여했던 사람들 중 하나라고 볼 수 있겠군요.

    나카타 야스타카> 제가 소프트웨어만 써서 PC만으로 완성하는 음악 제작 스타일로 갈아탔을 때만 해도, 아직은 그렇게 하지 않는 편이 더 쉬웠습니다. 그리고 그 무렵에는 PC를 부정적인 의미로 사용하는 프로들도 많았습니다. 사실은 큰 스튜디오를 빌리고 싶지만 상황이 어쩔 수 없으니 PC로 대체하자, 이 예산이면 그냥 PC로 끝내자, 이런 식이었죠. 하지만 저는 긍정적으로 생각하려고 했어요.

    후쿠류> 어째서였나요?

    나카타 야스타카> 내가 원하는 시간에, 원하는 만큼 작업할 수 있다는 그런 측면도 포함해서 여러 이점이 있었습니다. 물론 그 무렵에는 아직 PC의 처리 능력도 낮았고, 종종 멈추거나 해서 상당히 힘들기도 했습니다(웃음). 하지만 직접 PC로 이런저런 것들을 만지며 어떻게든 해 보는 것이 저에게는 맞았습니다. 지금이야 여러가지 장비들이 발전했지만, 생각해보면 그 시절에는 고생하면서 작업하는 것 자체도 즐거웠거든요.

    후쿠류> 음악사적으로 보자면, 쇼와 초기의 전문 음악가(작사, 작곡, 편곡)들에 의한 분업 시대, 1970년대 이후의 싱어송라이터 시대, 1980년대 이후의 밴드 시대를 거쳐 1990년대 이후에는 광고 대행사들을 중심으로 한 일종의 '음악 버블' 현상이 일어났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그런 가운데 나카타씨는 2000년대에 등장해 자신의 머릿속에 존재하는 음악을 제3자를 거치지 않고 곧바로 출력할 수 있는, 스스로 완성되어 있는 '트랙메이커'라는 스타일을 확립했습니다. 그럼으로써 현재 활동하고 있는 후배 창작자들에게도 엄청난 영향을 끼쳤는데요, 지금의 씬을 미리 예견하고 있었던 것인지 궁금합니다.

    나카타 야스타카> 지금도 계속 유지하고 있는 저의 음악 제작 방식을, 저는 언제나 항상 평범하다고 생각해 왔었습니다. 지금이야 프로의 세계에서도 DTM이 일반적인 제작 방식이 되었습니다만, 2000년대 무렵에는 상식이 아니었습니다. 2001년에 Capsule의 첫 앨범을 만드는 과정에서 저는 제가 비상식적인 방식으로 음악을 만들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었습니다. 당시만 해도 아티스트 본인이 직접 믹싱까지 완료해서 만드는 작품이 메이저 회사에서 유통되는 경우가 거의 없었으니까요. 더군다나 신인에게 맡긴다니, 그러면 데모 테이프인거 아닌가 하는 이미지까지 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게 불만이었습니다. 바꾸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2000년대에는 반쯤은 분노에 차서 동기부여를 받아 음악을 만들었던 것 같습니다.

    후쿠류> 거기에서 힘을 얻었던 것이군요.

    나카타 야스타카> 참고로 분업 제작 방식을 부정하려는 것은 아닙니다. 예술가적인 특성을 가진 엔지니어 분들이나 전문적인 음악가 분들은 굉장히 중요하고 또 필요하다고 생각하고 있으니까요. 다만, '다양성'까지 말하려는 것은 아니지만, 어쨌든지간에 모두가 똑같아야 할 필요는 없지 않나 하고 생각했던 것이었습니다. 지금 같으면, 예를 들어 한 가수가 메이저 데뷔를 한다고 치면, 그 전까지 혼자서 녹음해서 스스로 작업을 다 한 후에 발표하던 사람이 갑자기 큰 스튜디오에 들어가 '어른'들에 둘러쌓여 마이크 앞에서 노래한다니, 좀 이상하지 않나요? 그렇게 생각할 수 있는 다양성이, 제 데뷔 시절에는 없었거든요. 다양한 음악 제작 방식이 전부 인정받을 수 있도록 바꾸어 가고 싶다는 생각이 있었습니다.


    질문 2: 나카타 야스타카의 음악에 영향을 준 것들

    후쿠류> 나카타 씨는 본인의 일종의 정체성으로써 "작품이야말로 주인공이다"라는 생각을 과거부터 지금까지 종종 말씀하셨는데, 나카타 야스타카에게 지금까지 영향을 주었던 예술가, 음악가들에 대해 말해주실 수 있으실까요.

    나카타 야스타카> 저 같은 경우는, 예를 들어 10대 시절부터 팬으로써 음악가를 쫓아다닌다거나 하는 일을 해왔던 것은 아니었습니다. "어떤 음악을 들으시나요?"같은 질문을 자주 받곤 하는데, 설명하기가 어렵네요. 저는 음악 듣는 것을 그렇게까지 좋아하지는 않는 사람이며, 음악을 만드는 것 자체를 엄청나게 좋아하는 사람입니다. 듣는다는 것이 그렇게까지 큰 즐거움은 아니었어요. 그렇다면 어떤 것으로부터 영향을 받느냐 하면, 제가 즐거울 때 듣고 있었던 음악입니다. 영화일 수도 있고, 게임일 수도 있고, 때로는 장소일 수도 있겠네요. 예를 들어보자면, 20살 무렵에는 매일매일 자전거를 타고 하라주쿠에 놀러 다녔었는데, 그 때 제가 좋아하는 옷이 있는 가게에서 흘러나오는 음악이 제 머릿속에 입력되곤 했었어요. 거기서 "이 곡이 뭔가요?" "어떤 CD 인가요?"같은 질문을 묻진 않아요. "아, 뭔가 좋은 곡이 나오고 있네. 나도 집에 빨리 가서 음악을 만들어야겠다!"같은 생각을 하는 편이죠.

    후쿠류> 근본적으로 '만드는 사람'인 것이군요.

    나카타 야스타카> 그렇죠. 그래서 제 곡을 다른 사람의 곡들과 비교해 가면서 스피커로 듣거나 하지는 않아요, "이 곡 멋진데"같은 인상을 받는 것 자체가 영감이 된다고 생각해요. 사실, 제가 어떠한 인상을 받아서 곡을 만든 다음, 그 인상을 주었던 원곡과 함께 스피커로 비교하면서 들어 본다면 둘은 서로 전혀 다른 곡일 거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실제 곡이 비슷하다기보다는 서로 감각적으로 연결되어 있는 것이죠.

    후쿠류> 네, 이해가 됩니다. 영향을 받았다고 하더라도 구체적인 코드나 멜로디, 가사의 인용으로 연결되는 것은 아니군요.

    나카타 야스타카> 지금도 그렇게 '듣는' 방식이 있다고 생각해요. 예를 들어 좋아하는 애니메이션을 보다가 극중에서 흘러나오는 음악도 함께 좋아하게 되는 것 같은 것이죠. 제 경우에는 하라주쿠의 가게라던가 게임 같은 것이 중심이 되기도 하고요. 어렸을 때 부터 게임만 했으니까요 (웃음). 그러고 보니, 게임을 통해 지식을 얻는 일도 많이 있었어요. 단순히 게임으로 끝나지 않고 여러가지를 가르쳐 주는 게임도 있었거든요. 고등학생 시절에 플레이스테이션이 출시되었었는데, 그 전까지만 해도 해외 게임들은 잘 몰랐었는데, 플레이스테이션을 통해 해외 게임을 하면서 디자인이라던가 배경음악을 통해 자연스럽게 해외의 분위기를 간접적으로 알게 되거나 했었습니다. 그런 것들도 제 음악 작업의 영감이 되었던 것입니다.

    후쿠류> 게임 문화는 엄청나게 빠른 속도의 기술 발전을 통해서 VR이라던가 그렇게 현실을 뛰어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지 않나요?

    나카타 야스타카> 그렇죠. 저는 뭐랄까, 어느 정도의 기술적 수준이 지나가게 되면 반대로 콤플렉스 같은 것이 되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습니다.

    후쿠류> 무슨 의미인가요?

    나카타 야스타카> 아날로그 콤플렉스, 하드웨어 콤플렉스 같은 것이요. 2021년 이후에는 아마도 '버추얼 네이티브'시대가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여러가지로 현실에 있는 것과 사실상 다르지 않은 다양한 것들을 버추얼로 경험하게 되었잖아요? 음악 장비도 그렇죠, 예로 PC 화면 안에, 가상이지만 VST - Virtual Studio Technology라는 소프트웨어가 있으니까요. 그렇다면 이게 더 진화해서, 실제 스튜디오 환경과 전혀 다르지 않은 가상의 스튜디오를 사용하는 시대가 오면, 반대로 실제 물건을 사용하지 않는다는 것에 대한 콤플렉스가 생길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후쿠류> 아아, 알겠습니다.

    나카타 야스타카> 실제 물건을 소유하고 싶다는 욕망이 생기게 되지 않을까요?

    후쿠류> 그렇네요. 굳이 아날로그 음반이나 종이책, 카세트테이프에 신선한 애착을 갖는 청소년들이 이미 생겨나고 있으니까요.

    나카타 야스타카> 예전에는 디지털이라고 분류했던 물건들조차도 이제는 아날로그 느낌이 들기도 하는 시대가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디지털인지도 잘 모르는 디지털도 늘어날 것 같기도 하고요. 고해상도로, 모든 것이 엄청난 해상도로 구현되는 세계 안으로 빨려들어가게 된다면, 인간으로서는 구분이 불가능하게 되겠죠?

    후쿠류> VR 고글에서 보는 풍경도 8K 해상도가 되면 실제 인간의 시야와 거의 비슷해질 거라고도 하더군요.

    나카타 야스타카> 진화의 한 수단이라고 한다면 맞겠지만, 결국에는 새로운 것이 등장했을 때 그것을 부정하는 사람도 있고, 받아들이는 사람도 있는 법이니까요. 하지만, 음악 산업에서 음반 등의 미디어를 통해 음악을 유통하고 즐기게 된 것은 의외로 최근의 일이기도 합니다. 음반이라는 것이 유통된지도 이제 100년이 조금 넘었을 뿐이잖아요?

    후쿠류> CD 같은 것은 1980년대 후반이 되어서야 보급되었으니까요.

    나카타 야스타카> 하지만 음악 자체의 역사는 이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매우 깁니다. 그런 가운데에서 벌어지고 있는, 음악 미디어의 새로운 흐름과 거기에 대항하는 낡은 권위와의 싸움은, 냉정하게 바라보자면 사실 큰 차이가 없는 일일 것입니다. 단적으로, 지금에는 굉장히 평범한 물건이지만 발명 당시에는 전혀 평범하지 않았던 물건들이 주변에 정말 많이 있지 않나요? 피아노라는 악기가 막 발명되었을 당시에는 '피아노 같은 건 악기가 아니야'라고 말하는 사람도 분명히 있었을 겁니다. 그래서 생각이 든 것이, CD 대 스트리밍 서비스라던가, 어떤 시기에 자신이 믿고 있던 기술이 멈추어버리게 되었는가 하는 것들이 대립 구조가 만들어지게 되는 포인트가 아닌가 싶었습니다.

    후쿠류> 오오, 재미있어 보이는 이야기인데요.

    나카타 야스타카> '향수'라는 것은 뭐랄까, 언젠가의 시점에서의 '최첨단'에서 체험이 멈춰져 있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세상에 오래도록 남아 많은 영향을 끼치는 것은 언제나 항상 언젠가의 시점에서는 최첨단이었던 것들이죠. 그렇게 생각해보니, 감각적으로 새로운 것이 등장한다면 다소 불편하더라도 꼭 사용해 보자는 것이 제 생각이 되었습니다. 작곡가와 테크놀로지는 서로 밀접한 관계에 있는 것 같아요. 제가 악기 연주자인 것은 아니지만, 악기 연주자는 누군가가 발명한 악기를 그 누구보다도 잘 다루는 것이 목적이지 않습니까. 하지만 악기가 발명되고 난 후에 작곡가들이 그 악기를 가지고 원래 고안되었던 바가 아닌 다른 소리나 기법을 찾아내 잘못된 방식으로 사용하게 되거든요. 이렇게 잘못된 사용법이 만들어지고 또 제품화되게 되고, 이런 과정을 계속해서 반복하면서 새로운 악기가 또 탄생하게 되고 그랬던 것이 아닐까 싶어요. 지금도 그런 일종의 '욕심'이 있어야 새로운 기술이나 음악 장르가 탄생하는 것 같다고도 생각하고요. 그래서, 제가 음악적인 영향을 어딘가에서 받고 있다고 한다면, 그 어딘가는 제가 좋아하는 음악가들보다는 제가 좋아하는 악기를 만들고 있는 제작자들인 것 같습니다. 장비 말입니다.

    후쿠류> 아아, 그렇군요. 질문의 답이 되었습니다.

    나카타 야스타카> 새로운 도구로부터 탄생하는 음악이라는 것은, 우리가 실제로 경험하고 있는 것들입니다. 기술의 진화로 새로운 것을 할 수 있게 되면서도 동시에 또 새롭게 생겨난 한계들로 인해 새로운 음악이 만들어지는 것입니다. 새로운 제한이 가해지더라도 음악가라는 존재는 어떻게든 궁리를 하기 때문에, 그렇게 그 시대의 음악 장르가 만들어지게 되는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인지 제한이 없어지면 무엇을 해야 하는지 잘 모르게 되더군요 (웃음). '지금은 이것이다'같은 트렌드가 있는 편이 창의성이 더 넓어지게 되는 것 같아요. 그리고 그 트렌드라는 것을 만들어내는 것이, 어떤 의미에서 보자면 바로 악기 제작자들인 것 같다고 생각하고요. 개인적으로는 평소에 작업을 하다 보면 제가 악기 및 장비들과 협업을 하고 있다는 생각마저 들곤 합니다. 강한 영향을 받고 있는 것이죠. 그래서인지, 제가 원하는 장비를 제가 직접 만들어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네요.


    질문 3: COVID 사태로 인한 일상생활의 변화

    후쿠류> COVID 사태로 인해 나카타 야스타카 씨의 일상생활에서도 변화가 생겼었나요?

    나카타 야스타카> 무대 위의 저를 상상하지 않고 음악을 만들게 된 것 같아요. 처음의 이야기로 돌아가서, "무엇을 위한 음악이지?"라는 질문이 다시 던져졌던 것이죠.

    후쿠류> 아, 그 또한 긍정적인 제약이자 한계였다는 말씀이시군요.

    나카타 야스타카> 감사하게도 DJ로써 무대에 설 수 있는 기회를 얻어 왔지만, 많은 출연자들 중 한 명이 되는 상황에 처했을 때 어려운 점으로 'DJ에게 요구되는 포인트'가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마치 일종의 경기처럼, '규칙' 안에서 재미있는 행위를 하는 것, 뭐 그런 것이었죠. 비트가 그 장르의 규칙에서 벗어나게 되면 더 이상 그 씬에는 있을 수 없게 되는 것입니다. 절반은 규칙을 지키고, 절반은 독창성을 발휘하는 것이야말로 가장 중요한 것인 듯 합니다. 하지만 제가 하고 싶은 것이 그 '씬'과 수십 년 동안 계속해서 일치할 리가 없으니까요. 이 생각의 연장선상에서 보자면, 저는 제가 활동하는 곳과, 제가 만들고 싶은 음악에 대한 욕심이, 서로 일치하지 않았던 것 같아요.

    후쿠류> 네, "무엇을 위한 음악이냐?"라는 질문이라는 것이군요.

    나카타 야스타카> "어떻게 할까요?"라는 질문이 되기도 하는데, 어쨌든지간에 지금은 "무엇을 위한 음악이지?"라는 생각을 전혀 의식하지 않게 되었어요. 그것이야말로 Capsule의 원점이고, Capsule에 딱 맞는 음악을 만드는 방법이거든요.

    후쿠류> 그렇군요.

    나카타 야스타카> "무엇을 위한 음악인가?"라는 질문은 음악가들마다 다 다르게 다가가는 질문이라고 생각해요. 가라오케에서 많이 불렀으면 좋겠다고 생각해서 만든 곡도 있을 것이구요. 자신이 직접 전면에 서서 청중을 흥분시키고 싶어서 만든 곡도 있을 겁니다.

    후쿠류> "무엇을 위한 음악인가?"라는 말 자체가 갖는 힘이 엄청나군요.

    나카타 야스타카> 제약이라는 것이 싫다는 말은 아니지만, Capsule에게는 결정된 것이 없는 편이 음악을 만들기 더 쉬운 것 같아요. 공연에서는 관객들이 흥겨울 수 있도록 해 주는 곡이 필요한 법이지 않나요. 페스티벌이라는 것은, 흥이 나지 않으면 완전히 실패한 것 처럼 보여지게 되는 무서운 공간이니까요 (웃음). 물론 그러한 목표와 제약을 클리어하는 것 또한 즐거운 일이기는 합니다. 성과를 내기 위해서는 '이런 식으로 구조를 만들면 이 타이밍에 사람들이 움직여주지 않을까'같은 생각을 하면서 곡을 만들게 되기도 하죠. 그런데 문득, 그런 것들 말고도 만들고 싶어지는 음악이 쌓이게 되더군요. 지금은 그렇게 쌓여있는 음악을 만들어 발표하는 것이 Capsule의 활동으로 좋은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후쿠류> 때가 온 것이군요.

    나카타 야스타카> 페스티벌에서 흥겨운 곡을 연주하는 걸 싫어하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그것만 하고 싶은 것이 아니라는, 저에겐 여러 가지의 채널이 있다는 말입니다. Capsule에서 하고 싶은 것과는 조금 다르지만, 솔로 활동으로 여러 다른 음악가들과 협업을 하는 재미도 있어요. 지금은 여러가지를 동시에 진행하고 있으며, 앞으로 Capsule에서 하려고 하는 방향과는 사뭇 다른 방향의 음악도 있습니다.
     지금은 전 세계의 음악가, 예술가들과 함께 자유롭게 음악을 만들 수 있는 시대이니까요. 하지만 막상 함께 공연을 해 보자고 했을 때, 자유도가 너무 높으면 그건 그것대로 힘든 법입니다. 그래서 감상 중심으로 음악을 만드는 것이기도 합니다. 원래부터 그랬어요. 저는 무대에 서고 싶어서 음악을 만들기 시작했던 것이 아니었습니다. 프로로서는 무대에 서는 것이 좋다고 생각합니다만, 그게 제가 정말로 원하는 것은 아닌 것 같아요. 친한 동료들 중에서는 정반대의 말을 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신나는, 흥겨운 신곡이 없으면 무대에 서지 않겠다는 친구들도 있죠. 하지만 저는 뭐랄까, 공연이라는 것이 오히려 소바집의 유리창 너머에서 소바를 뽑고 있는 모습을 사람들이 지켜보는 광경 같다는 느낌이랄까요. 보여주기 위해서 하는 행동은 아니지만, 그런 게 있는 편이 가게를 더 활기 넘치게 만들어 주기는 하니까요.

    후쿠류> 정말 쉽게 이해되는 비유네요.

    나카타 야스타카> 저는 그저 맛있는 소바를 만들고 싶을 뿐이에요 (웃음). '작품 중심'이라고 할 수 있을까요.


    질문 4: Capsule이 결성 당시에 라이브 공연 활동을 하지 않았던 이유와 배경

    후쿠류> Capsule은 결성 당시에 라이브 공연 활동을 하지 않았었는데, 어째서인가요?

    나카타 야스타카> 인스토어 라이브(in store live) 같은 것도 싫었고, 아무튼 엄청나게 제멋대로였어요 (웃음). 모처럼 메이저 데뷔를 결정해 주셨는데 그 앞에서 '저는 홍보나 캠페인 같은 거 안 할 거에요'라고 대놓고 말하는 식이었었죠 (웃음). 사람들 앞에 나서고 싶지 않았어요. 연예인도 아니고, 음악가니까 작품 위주의 활동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싶었던 것이죠.

    후쿠류> 시부야 타워레코드의 지하 공연장에서 앨범 발매 기념 공연을 했을 때, 아, 드디어 공연을 하는구나, 하고 깜짝 놀랐었어요 (웃음). 열정적인 타워레코드 스태프들의 힘이 컸었죠.

    나카타 야스타카> 지금 돌이켜 생각해보면, 그 때 공연을 하지 않았더라면 아마 지금까지도 절대 얼굴을 공개하지 않았을 것 같아요. 최근 몇 년 사이에 얼굴을 아예 공개하지 않는 예술가들이 많아졌는데, 지금 시대가 부럽기도 하네요. 저라는 사람은 어떻게 생각해도 그 쪽에 가까운 사람이니까요. 하지만, 20년 전만 해도 음악가의 사진을 실사로 준비하는 게 너무나도 당연했습니다. 지금은 오히려 일러스트 이미지가 더 많지 않나요? 정말 부러워요.

    후쿠류> 2021년이 되니, 아무리 잘 나가는 음악가도 인터넷으로 작품을 발표하고 SNS로 사람들과 교류하는 것이 당연한 일이 되었습니다. '인터넷발'이라는 말도 유명무실해졌죠.

    나카타 야스타카> 지금의 음악은 감상용으로 좋은 것이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무엇이 좋고 무엇이 나쁘다는 느낌은 전혀 아니지만, 어떤 용도로 사용되어지느냐가 제작자에게는 중요한 질문인 것은 맞는 것 같으니까요. 목적이라는 것은 가능성과 동시에 한계가 되기도 하고, 제한이 되기도 하죠. 연주하는 방식과 즐기는 방식이 서로 연결되는 것 같아요.

    후쿠류> 2021년의 음악계는 공연을 하지 않고, 얼굴을 드러내지 않고 작품 활동을 하는 음악가들이 많아진 것 같습니다. Capsule의 영향을 받은, '트랙메이커' 스타일의 음악가들도 늘어났고요. 참고로 나카타 씨에게 큰 영향을 받은 음악가로는 YOASOBI의 아야세 씨가 있습니다. 그 외에도, 해외의 Madeon, Porter Robinson, Sophie(PC Music), Moe Shop, 그리고 우리에게도 익숙한 kz(livetune), TeddyLoid, YUNOMI 등등 까지, 나카타 씨와 Capsule의 영향을 받은 음악가 및 예술가들은 해마다 점점 더 늘어나고 있습니다. 나카타 야스타카가 인터넷 음악 문화, 보컬로이드 문화에 끼친 영향을,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나카타 야스타카> 컴퓨터와 핸드폰으로만 음악을 만들어도 전혀 놀라운 일이 아니게 된 시대가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후쿠류> 요즘은 어린이들의 취미 생활에서도 DTM이 늘어났다고 하더군요. 대단합니다.

    나카타 야스타카> 지금은 스트리밍이라던가, 유튜브 덕분에 음악을 들을 수 있는 문턱이 많이 낮아지게 되었고, 그래서 음악가들도 여러 아카이브를 쉽게 찾아서 들여다 볼 수 있는 시대가 되었습니다. 예를 들어 유튜버는 따로 데뷔가 필요하다거나 하진 않지 않나요. 음악가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합니다. 어디서부터가 정식 '데뷔'인지 같은 선이 없는 시대가 되었습니다. 좋은 일이라고 생각해요. 저는 애초에 10대 시절부터 지금까지 계속 같은 일을 하고 있는 사람이지만, 메이저 데뷔 때에는 전혀 다른 종류의 경험을 했었으니까요. 지금은 그런 것들이 필요없는 시대가 된 것 같아요. 다들 처음부터 자신의 채널을 갖고 있다고 하더군요. 부럽습니다.

    후쿠류> Capsule이 어느새 20주년이 되었네요.

    나카타 야스타카> 예전에는, 작곡가에게 익명성을 요구했던 것 같아요. 그런 시대에 데뷔를 했었죠. 지금은, 춤을 추는 댄서가 보컬 뒤에 있다고 해서 '백댄서'라고 부르지는 않게 되었죠. 어느 순간부터 모두 예술가라고, 아티스트라고 부르게 되었으니까요. 그런데 제가 데뷔했을 무렵에는, 저는 보컬 뒤에 있는 '백 작곡가', 그런 느낌이었어요. 그런 시절이 너무 길어서 싫다는 생각을 하곤 했었죠. 작곡가도 예술가가 맞지 않나요. 이걸 바꾸고 싶다고 10년 정도 계속해서 생각 해 왔었습니다. 지금은 트랙메이커의 이름이 전면에 드러나는 시대가 되었어요. 작곡가가 예술가인 것이 당연시되는 시대가 된 것이죠. 20년 전과 비교하면 정말 큰 변화인 것 같습니다.

    후쿠류> 그것이 바로 나카타 씨가 싸워 온 결과, 결실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나카타 씨는 이전부터 계속해서 작곡가의 지명도에 대해서도 고집해 왔었으니까요.

    나카타 야스타카> 저 뿐만 아니라 작곡가 전부, 트랙메이커 전부의 이름을 볼 수 있는 시대가 되었습니다. 저는 영화를 좋아하는데, 영화는 주연 배우들뿐만 아니라 감독, 각본가 등 다양한 이름을 알 수 있는 기회가 많은 분야라고 생각해 왔어요. 음악도 여기에 조금은 더 가까워진 것 같아요.


    질문 5: 스트리밍 전성시대의 음악 씬에 대한 생각

    후쿠류> 지금이 바로 시대의 과도기 같다는 생각이 드는데, 스트리밍의 보급으로 인해 음악 씬이 달라졌다고 생각하시나요?

    나카타 야스타카> 바로 지금이죠. 스트리밍 서비스를 'CD 대신에 사용하는 미디어'정도로 취급하던 시절에는 그렇게까지 큰 변화는 없었습니다만, 지금은 반대로 스트리밍 서비스가 아니라면 어디서 음악을 즐길 수 있단 말인가? 라는 생각마저 들 정도가 되었습니다. 스트리밍이라는 것 자체는 그저 하나의 방식일 뿐이며, CD가 더 좋다거나 실물 앨범이 더 좋다거나 하는 그런 이야기의 대상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어떻게 음악을 추천할 것이고 또 어떻게 추천을 받을 것이냐의 문제는, 지금은 과도기라고 생각합니다. 예전에는, 시부야 우다가와쵸의 삐뚤삐뚤한 음반 가게들이야 뭐 그렇다고 치더라도 (웃음), 대부분의 음반 가게의 진열대에는 거의 똑같은 앨범들만이 올라가 있었으니까요.

    후쿠류> 맞습니다.

    나카타 야스타카> 하지만 지금은 유통 서비스가 정말 다양해져서 각각의 서비스들마다 음질도 다르고, 음악 소개 방식도 다르고, 가사 표시나 디자인, 화면 UI도 다르고, 경험도 다르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작품과 청자를 연결해주는 존재로써의 '플레이리스트'의 영향력도 강해졌습니다. 추천이라던가, 음악을 듣는 방법의 제안이 중요해졌다고 할까요. 최근에는 라디오 같은 음성 컨텐츠도 다시 활성화되고 있는데, '말한다'라는 행위의 중요성이랄까, 신뢰, 그리고 신뢰가 가는 사람의 추천이 중요해졌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런 방식으로 음악을 듣는 사람이 점점 더 많아지고 있는 것 같아요. 스스로 직접 다양한 음악을 찾아 듣는 사람은 어느 시대에나 그렇게 많지 않았으니까요. 저는 오타쿠 기질이 있어서 그 심정은 잘 알고 있습니다만.

    후쿠류> 나타카씨, 이전부터 음악을 듣는 방법이라던가, 작품을 전달하는 방법의 중요성에 대해 말씀해 주셨었죠?

    나카타 야스타카> 다양한 유통 서비스가 있는 상황에서는 어디서 어떻게 만나느냐가 중요해지지 않을까요. 예를 들어, 재미있는 사진 한 장을 찍었는데, 이 사진을 트위터에 올릴지, 인스타그램에 올릴지, 틱톡에 올릴지, 어느 쪽이 가장 적합할지를 생각해 봐야 하는 것인 문제입니다. 음악도 마찬가지로 유튜브에 어울리는 음악, 스포티파이에 어울리는 음악, 애플 뮤직에 어울리는 음악, 라인 뮤직에 어울리는 음악 등, 다양한 것이니까요.


    질문 6: [시도니아의 기사]의 원작자에게 받은 영향.

    후쿠류> Capsule의 6년만의 신작 "ひかりのディスコ"이 발매되었습니다. 이 곡은 2021년 6월 4일 개봉한, 그리고 원작자 니헤이 츠토무 선생님이 직접 감수한 영화 [시도니아의 기사: 사랑을 잣는 별]의 주제가로써 만들어진 곡입니다. [시도니아의 기사]의 하드코어 SF적인 요소는 Capsule이 만들어내는 일렉트로닉 음향과 많은 공통점을 가지고 있는 것처럼 느껴지는데요. [시도니아의 기사]에는 니헤이 츠토무 선생님 특유의, 추상적인 묘사와 사실적인 묘사가 겹쳐진 독특한 세계관이 있습니다. 나카타 씨는 니헤이 츠토무 선생님의 어떤 점에 매력을 느끼고, 영향을 받았나요?

    나카타 야스타카> 제가 니헤이 선생님의 작품에 처음으로 빠져들게 된 계기는 만화 [BLAME!] 이었습니다.

    후쿠류> [BLAME!] 또한 하드코어 SF로 치닫는 작품이라 해야 할까, 충격적인 장면이 연속적으로 나오는 만화였죠.

    나카타 야스타카> 대사가 거의 없으니까요. 이 [BLAME!]이 정말로 재미있다고 생각했던 부분은, 실제로 이런 일이 일어난다면 어떻게 될까를 생각해 볼 수 있다는 부분이었어요. 세계관이라던가 설정을 넘어서, 어째서 그런지에 대한 이유가 준비되어 있으니 즐길 수 있었습니다. 그렇지 않으면 판타지가 되어버리니까요. 흔히들 굳이 '엔터테인먼트'라고 말하지만, 저에게는 현실 도피거든요. 현실을 마주하고 싶지 않아서 즐기는 것이지, 현실의 충만함을 보완하려는 것이 아니거든요. 예를 들어서 팝 음악의 가사에 공감한다거나 동조하는 걸, 저는 할 수가 없습니다. 애초에 노래를 들어도 가사가 언어로 다가오지는 않는 타입이네요.

    후쿠류> 아아. 그래도 나카타 씨는 가사를 잘 쓰시지 않나요.

    나카타 야스타카> 하하하 (웃음). 요컨대 그 세계의 주인공에게 공감한다거나 하는 건 없어요. 어디까지나 현실 도피를 위한 것이니까요. 니헤이 선생님의 작품은 '다른 세계'를 제공해 주는 작품인 것이죠. 치밀한 설정에 기반한 매력이 있으니까요. 그래서 늘 곁에 두고 읽던 작품들이라 언젠가는 나도 어떤 형태로든 참여하면 좋겠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마침 지인이 디자인 관련 일을 하고 있었어요. 그렇게 연결이 되어서 니헤이 선생님과 식사를 같이 하게 되었는데, 그 자리에서 니헤이 선생님께서 이전 작품에서부터 함께 뭔가 할 수 있었으면 좋았겠네요 라는 이야기를 해 주셔서, 이번을 기회 삼아 주제가와 삽입곡을 맡게 되었던 것입니다. 니헤이 선생님의 작업 활동 스타일에 공감이 가는 부분도 많아요.

    후쿠류> 그렇군요.

    나카타 야스타카> 니헤이 선생님은 기본 어시스턴트를 두지 않고 작업하십니다. 현재 연재중인 작품 [인형의 나라]도 혼자서 만드시고 있다고 알고 있어요. 그런 방식은, 혼자서 스스로 작품을 완결한다는 측면에 연결되는 점이 있는 것 같아서, 뭔가 알 것 같기도 합니다. 니헤이 선생님은 일본을 대표하는 SF 만화가이신데, 선생님 본인께서도 SF 매니아이시기도 하고, 저 또한 SF를 좋아하거든요.

    후쿠류> 예전에 나카타 씨께서는 한 인터뷰에서 '우주 엘리베이터', 지구와 우주 사이를 케이블로 연결해 전철로 이동하듯 부담 없이 이동할 수 있는 기술에 대해 열변을 토하셨었죠.

    나카타 야스타카> 하하하 (웃음). 니헤이 선생님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그렇지~"하고 생각하게 되거든요. 즐거운 경험이었어요.

    후쿠휴> 니헤이 선생님의 어떤 점이 특히 매력적으로 느껴지시나요?

    나카타 야스타카> 어떻게 하면 더 많은 사람들이 받아들일 수 있는 작품이 될 수 있는지를 잘 알고 계신 분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동시에, 자신의 작품이라면 이래야 한다는 생각도 분명하게 가지고 계신 분이고요. 그 균형 감각에 공감하는 부분이 큽니다. 사실 창작자라면 이런저런 어려운 것들에 대해 생각하게 되기 마련인데, 그 생각을 재미있게 느낄 수 있는 마음이 중요하거든요. 니헤이 선생님은 그런 측면을 포기하지 않으신 분입니다. 상당히 힘이 들어가는 일이라고 생각하는데, 만들고 싶은 작품을 만들고 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라는 분위기가 강하게 느껴져요. 그게 든든하게 느껴집니다. 저도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질문 7: "ひかりのディスコ" 제작 시 의식했던 점들

    후쿠류> Capsule의 최신곡 "ひかりのディスコ"는 곡에 담긴 음향이 한 바퀴를 돌아와 소문자 시절의 capsule 느낌이 많이 나는 곡이었습니다. 본인의 디스코그래피를 돌아본다거나, 특정 시점을 의식했던 부분이 있었을까요?

    나카타 야스타카> "ひかりのディスコ"라는 곡은 지금의 내가 기분 좋게 들을 수 있는 곡일까에 대한 고민을 담은 곡입니다. 3세대 정도, 각자가 경험한 시대에 따라 다르게 받아들일 수 있는 곡이라고 생각해요. 어느 시대에 애착을 갖고 있느냐에 따라 대답이 달라지겠죠. 앞서서 말씀드린, '좋아하는 테크놀로지'를 어느 시대에서 잘라내느냐의 문제와도 같은 맥락인데, 이번에 제가 중요하게 생각했던 것은 '시대를 한정짓지 말자'는 것이었어요. 1980년대를 생각하는 사람이 있을까 싶어서 굳이 뮤직비디오에 혼다의 프렐류드, 우리가 어렸을 때 발매되었던 차를 사용했던 것이기도 하고요. 그래서 뮤직비디오 초반에 카세트 테이프가 나온 것이기도 합니다. 다만 Capsule이 2000년대에 만들었던 음악들, 예를 들어 "Eternity"나 "Robot Disco"도 좋지만, 지금 발매한다면 '지금 시대 같다'는 말을 들을 것 같아요. 하지만 그런 부분들이 Capsule의 원점이라고 생각하는 분들에게는, 2000년대의 Capsule이 생각난다는 사람들도 있을 것 같네요.

    후쿠류> 그렇네요.

    나카타 야스타카> 그건 샘플링이랑 똑같다고 할 수 있겠어요. 뮤직비디오에 나오는 혼다 프렐류드는 1980년대에 판매되었던 차량이지만, 뮤직비디오에서 달리는 길은 1980년대에는 없었던 길입니다. 뭐랄까, 샘플링으로 따 온 브레이크비트에 최신 신디사이저 연주를 얹는 느낌에 가깝다고 할까요. 다른 분위기들이 섞이는 재미가 있달까요. 당시 시대를 완전히 재현하고 싶은 것은 아니니까요. 저는 "자세히 보니 좀 이상한데"같은 느낌을 좋아해요.

    후쿠류> 좋은 의미의 위화감이다, 그게 포인트인 것이군요.

    나카타 야스타카> 그렇죠. 뮤직비디오에 나오는 레인보우 브릿지는 1980년대 당시에는 아직 존재하지 않았던 것이니까요.

    후쿠류> 게다가 신곡인 "ひかりのディスコ"의 리프에는 10년 전의 곡 "World of Fantasy"의 시퀀스가 사용되고 있네요.

    나타카 야스타카> 일종의 SF라고 할까요. 현실에는 존재하지 않지만 이렇게 되었으면 좋겠다는 것이죠. Capsule을 만들어 나간다는 것이 이런 것 같습니다. 그 시퀀스는 굳이 한 번 넣어봤어요. 이 느낌 알겠지, 싶어서요. 실제로 각각 들어본다면, 요즘 시대에는 "ひかりのディスコ"가 더 듣기 편하지 않을까 싶은 생각도 있습니다. 지금 시대에서 제가 배경음악으로 삼고 싶은 음악은 신곡 쪽에 가까운 것 같아요.

    후쿠류> 재미있는 방식의 창작이군요.

    나타카 야스타카> 이번 곡에서는 그 당시의 제가 좀 촌스럽다고 생각했었던 요소들을 과감하게 도입하기도 했어요. 시간이 지나면 제가 느끼는 감각도 달라지더군요. 이번에는 FM 음원의 베이스를 사용했는데, 이 FM 음원의 베이스는 제가 고등학생이던 시절에는 촌스럽다고 생각했었던 음향입니다. Capsule을 결성했을 때가 1990년대였으니, 1980년대의 것들은 전부 촌스럽다고 생각했었죠. 반짝거리는 일렉트로닉이라던가, 과거의 사람들이 듣는 음악이라는 느낌이었다고 할까요. 각 세대마다 전부 그런게 있다고 생각하는데, 선배들과 같은 음악을 듣고 싶지 않고, 자신만의 음악을 찾고 싶다는 거죠. 드럼 소리도 그 무렵 당시에 드럼 머신이 진짜 드럼 소리를 지향하며 진화해갔던 과정의 소리라고 할까요. 하우스 붐이 일어나면서 909계로(역주: Roland TR-909) 넘어갔죠. 아, [산레코](역주: [Sound & Recording], 일본의 음악 잡지) 같은 이야기가 되어버렸네요 (웃음).

    후쿠류> 하하하 (웃음). 완전 괜찮습니다.

    나타카 야스타카> 시대에 따라 드럼 소리가 달라졌으니까요. 과거의 내가 부정했었던 시대의 음악을 지금의 내가 좋다고 생각한다는, 그런 재미를 느끼면서 만들었던 곡이 "ひかりのディスコ"입니다. 스스로가 '내 시대의 것이다'라고 여기는 것들은 여러 시대에 흩어져 있기 마련이니까요. 어느 시대라서 싫다라고 생각하는지는 세대마다 많이 다르다고 생각해요. 예를 들어, 10대들은 좋아하는 것과 싫어하는 것이 뚜렷하게 구분되어 있습니다. 이것은 낡은 것, 이것은 새로운 것. 직접 경험한 것이 적기 때문이랄까요. 하지만 나이를 먹으며 오래된 것이 몇 단계에 걸쳐서 점점 더 많아지게 되는 것입니다. 그러다 보면 어느 순간 20대와 30대 무렵에, 20대 시절에 낡았다고 생각했던 것들이, 아직 스스로가 직접 만들어본 적도 없었던 '낡음'인 것인 거죠.

    후쿠류> 20년이 지나면서 스스로 만든 작품들 사이에서도 유행의 주기 같은 것이 찾아왔다는 말씀이시군요.

    나카타 야스타카> 맞습니다. 이제는 제가 프로로 활동했던 시기들 중 일부가 '과거'에 포함되게 되었어요. 지금의 Capsule은 그 시절의 감각도 반영해서 음악을 만들고 있다는 느낌인 것이죠.

    후쿠류> 재미있네요. 타임머신같은 느낌입니다.

    나카타 야스타카> 곡을 만들면서 과거의 재미있는 모티프 같은 것이 없을까 생각하던 중, 제가 만들었던 부분이 가장 좋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런 시도는 처음이었습니다.

    후쿠류> 본인의 작품이라면 샘플링을 해도 허락 같은 걸 받지 않아도 되니까요.

    나카타 야스타카> 지금까지로 들자면, Kyary Pamyu Pamyu(캬리 파뮤파뮤)에서 초창기 시절의 느낌을 사용했던 적은 있었어요. 초기 캬리에는 장난감 피아노라던가, 여러가지 Capsule스러운 면이 있었죠. Capsule 초창기에 하고 싶었지만 할 수 없었던 것들에 대한 일종의 복수 같은 느낌이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그런 것과는 또 다르게, 지금은 '만약 내가 지금 20살이라면'같은 생각을 하면서 스스로를 참고하고 있는 부분이 있어요. 그러다 보니 "ひかりのディスコ"같은 신선한 느낌의 신곡이 만들어지게 된 것 같네요.

    후쿠류> 정말 흥미로운 이야기입니다. 나카타 야스타카 씨에게 있어서, 이번 신곡에 대한 접근 방법은 굉장히 정합성이 있는 방법이었다는 것이군요.

    나카타 야스타카> 드디어 여기까지 시간이 흘렀다고 할까요, 6년만이라는 점이 좋았던 것 같아요. 저에게 뭐랄까, 시간이 필요했던 것 같다고 해야할까요. 지난 6년간 여러 사람들과 협업을 하며 여러가지로 많이 배우게 되었고, 흡수했던 것도 많아서, 객관적으로 볼 수 있게 된 것 같습니다.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지 않으면 할 수 없는 게 있구나 하는 걸 느꼈어요.

    후쿠류> 시간 예술이라고 할 수 있을 음악만이 가지는 재미가 있군요. 그 덕에 과거의 자신과 마주할 수 있었다고 해야 할까요. 그리고 또 한 가지, 주목할 만한 부분이, [시도니아의 기사: 사랑을 잣는 별] 영화에 "うつせみ"라는 곡도 중요한 장면에 삽입되어 있다는 점입니다. 애절하고 느린 템포의 곡이라는, Capsule 로써는 새로운 영역이라고 할 수 있는 곡입니다.

    나카타 야스타카> 그렇죠. "うつせみ"는 원래는 없었던 곡이었습니다. 니헤이 선생님과 이야기를 나누던 중 "이런 장면이 있는데 어때요?"라는 제안을 받게 되었던 것이었습니다. 저는 원작을 이미 여러 번 읽었기에 그 장면이 어떤 장면인지, 어떤 방식으로 쓰여질지를 스스로 상상할 수 있었어요. 만화에서 해당하는 장면을 읽을 때 흘러나올 법한 곡 또한 상상할 수 있었죠. 그걸 구체화한 곡입니다. 그래서인지 Capsule의 앞으로의 방향성과는 좀 다른 곡이라고 할 수 있겠으나, 제가 [시도니아의 기사]라는 작품을 통해 상당히 구체적으로 상상하고 만들 수 있었던 곡입니다. 이번 만남이 없었다면 탄생하지 못했을 곡이라, '계기'라는 게 참 재미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후쿠류> 설레이는 느낌이네요. 이렇게 Capsule의 20주년이 되었는데, 올해 Capsule 활동은 어떤 식으로 전개될 것 같나요?

    나카타 야스타카> 즐겁게 하고 싶어요. 너무 열심히......, 아, 열심히 해야겠지만요 (웃음). 첫 번째의 이야기로 돌아가서, 중요한 것은 "무엇을 위한 음악인가?"라는 질문이라고 생각해요. 너무 열심히 하다 보면 자기 자신을 너무 바깥으로 내보내 버리게 되는 경우가 있을 수 있으니까요. 지금은 이를 다시 되찾아 온 느낌이에요. 금방 다시 반대로 뒤집힐 수도 있겠지만요 (웃음). 하지만, 바뀌게 될 때에는 사전에 충분히 설명하기 때문에, 이기적이지는 않다고 생각합니다 (웃음).

    후쿠류> 하하하(웃음). 앞으로의 미래가 기대됩니다.

    나카타 야스타카> 감사합니다.



    https://youtu.be/Hwn49r14nIc
    "ひかりのディスコ"


    *********************************************************************************************




    나카타 야스타카 / 코시지마 토시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