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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sync[...]/[사카모토 류이치] 2023. 3. 14. 00:51
https://youtu.be/pygwK0sBUdM
"andat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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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www.thefader.com/2017/05/05/ryuichi-sakamoto-async-interview
사카모토 류이치는 그 어떤 때 보다도 더 가까이 듣고 있다
[async]의 제작 과정, 암 투병 이후의 삶, '저온학'(cryogenic)에 별다른 관심이 없는 이유에 대한 대화
Ruth Saxelby
[The Fader]
2017년 5월 5일
뉴욕에 위치한 The Park Avenue Armory 공연장의 내부에 떠도는 공기에는 굉장히 특별한 어떤 '느낌'이 떠돌고 있었다. 기대감과 불안감 사이의 어딘가에 해당하는 무엇인가가 떨리고 있었던 것이다. 4월의 마지막 화요일, 그 날의 '무언가'를 위해 어두우면서도 비싼 재질로 만들어진 옷들을 차려입은 소수의 사람들이 모여 Armory의 계단을 올라가고 있었다. 문을 지나 화려하고 넓은 복도를 내려가면 "Veterans Room"이라는 이름의 방이 있었다. 최근 새롭게 단장한 이 방은 복잡하게 짜여진 나무판들의 불협화음으로 이루어진 장소였으며, 당당하게 솟아 있는 기둥들은 금속성의 실로 짜여진 밧줄로 휘감겨 있었고, 스테인드 글라스 창문은 고통스러울 정도로 세세하게 묘사되어 있었다. 19세기 말 풍의 미학이 녹아 있는, 과도하기 그지 없는 장식들이었다.
존 케이지의 아이들, 예를 들자면 사카모토 류이치같은 사람이 공연을 하기에는 다소 기이한 장소였을지도 모른다. 사카모토 류이치는 1952년, 존 케이지가 [4분 33초]를 만들었던 바로 그 해에 태어난 사람이었으며 - 그가 직접 말해주었던 사실이다 - 이 음향적 모험가의 작품들은 때로 그 기묘한 병치 속에서 자리잡고 있기도 했었다. 공연이 일어날 방 내부에는 대략 100개의 좌석이 배치되어 있었으며, 피아노와 악기 여러 대, 호기심을 돋우는, 이런 장소보다는 과학 연구실이나 박물관이 더 어울릴 것 같은 독특한 모양의 물건들이 중심에 놓여 있었다. 짧은 기다림 이후 일본 출신의 작곡가가 무거운 문을 열고 들어왔으며, 그 문은 그의 뒷편에서 닫혔다. 이제 우리는 모두 같은 공간에 있게 되었으며, 이 공간의 대기는 더 짙어지고 있었다.
대략 1시간의 시간 동안 사카모토 류이치는 [async]의 수록곡들에 삶을 불어넣었다 - 8년만에 다시 나타난 그의 솔로 앨범의 곡들에. 그는 피아노, 신디사이저, 여러가지 전자음악 장치들, 아주 오래되어 보이는 차임벨들, 일렉트릭 기타, 그리고 아주 놀랍고도 흥미롭게도, 접촉식 마이크가 붙어 있는 '유리판'을 연주하였다. 공연이 진행되고 있는 와중에 여러 목소리들이 감정적으로 놀래키는 방식으로 튀어나왔다가 사라지곤 했다. 때로는 원자들이 서로 부딫히며 새로운 생명을 탄생시키는 듯한 음향이 흘러나오기도 했으며, 그러다가도, 마치 태양빛 속에서 눈을 감을 때 느껴지는 그런 것처럼: 스스로의 혈액이 붉게 빛나는 것을 보고 느끼게 되는 그런 순간처럼. 사카모토 류이치의 머리 위에는 거대한 스크린이 걸려 있었으며, 이 스크린에는 [async]가 주요하게 파고들어가고 있는 주제를 강조하는 시각적 효과들이 상영되고 있었다: 손에 잡힐듯이 흘러가는 시간의 감각, 삶과 죽음 사이에 존재하는, 금방이라도 끊어질 것 같이 미약한 경계, 느릿하게 춤을 추고 있는 유기물들과 디지털들.
몇 일이 흐른 후, 나는 맨해튼의 West Village 구역에 있는 사카모토 류이치의 지하실 스튜디오에서 그를 만나게 되었다. 인터뷰를 본격적으로 시작하기 전, 그는 바스락거리며 따듯한 미소와 함께 우리 모두에게 차 한잔씩을 대접해 주었다. 2014년 발견되었던 인후암으로부터 회복되어가던 과정으로 인해 그의 목소리에는 약간 걸걸한 느낌이 남아 있었다 - 하지만 그는 언제나처럼 웃음을 터뜨리고 있었다. '유머'란 이 세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 필수적으로 가져야만 하는 기술이었고, 사카모토 류이치는 그 기술을 엄청나게 많이 가지고 있는 사람이었다. 그는 [async]의 제작 과정, 삶에 대한 시선의 변화, '저온학'(cryogenic)에 별다른 관심이 없는 이유, 2019년에 발표하려는 계획이 있는 새 오페라에 대해 말해주었다.
***
Ruth Saxelby> The Park Avenue Armory에서의 세 번의 공연이 끝났는데, 기분이 어떠한지? 1시간이라는 시간동안 무대 위에서 정말 엄청나게 많은 것들을 했었는데. 공연장 내부에 조성된 분위기도 굉장히 독특했었고.
사카모토 류이치> 굉장히 힘들었다. 1시간이나 되는 공연들이었고, 나에게는 당연히 관객들을 만족시켜야 하는 의무가 있었다. 그 1시간동안 나는 '완벽'에 가까워지기 위해 최선을 다 했다. 하지만 수없이 많은 실수들, 문제들이 있었고, 어쨌든지간에 공연에서 보여 준 1시간이 최종 결과본이었다. 언제나 그랬지만, 공연 준비는 정말 힘들고 어렵다.
Ruth Saxelby> 수없이 많은 공연을 해 온 사람으로써 이제는 실수에 대해 좀 더 관대한 마음이 들게 되지는 않는지? 아니면 여전히 엄격한 태도를 갖고 있는지?
사카모토 류이치> 흠, 물론, 나는 굉장히 엄격하다 (웃음). 그렇기도 하고 아니기도 하다. 개념적으로는 실수, 더 정확하게는 '에러'(error)에 열려 있다. 음악을 만들 때 온갖 잘못된 음들을 연주해 보는데, 이러한 실수나 틀린 음들은 사실 나에게는 선물과도 같은 것들이다: 와, 들어보지 못한 음향, 들어보지 못한 화음인데. 이거 내가 모르는 음이군. 그냥 단순히 틀린 음 하나일지도 모르겠지만 음악 전체의 색채를 바꿀 수 있는 대단한 것이기도 하다. 나는 언제나 이러한 에러들, 미지의 것들을 열린 마음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하지만 공연이라면, 공연은 내가 아니라 관객을 위한 것이다. 뭐, 어느 정도는 나를 위한 것이기도 하지만, 어쨌든지간에 관객을 위한 것이다. 뭐 50:50 정도라고 치자. 아무튼 공연은 나만을 위한 것이 아니며, 공연을 보러 와 준 사람들을 위한 것이기도 하다. 그러니 공연은 괜찮아야만, 좋아야만 한다.
Ruth Saxelby> 공연에서 연주했었던 '유리판'에 대해 물어보고 싶다. 나는 처음에 유리판이 거기에 있는지도 몰랐다. 그래서 당신이 유리판 근처로 갈 때, 대체 뭐 하고 있는 거지? 라는 생각이었다. 그 유리판의 소리는...
사카모토 류이치> 고래, 고래같은 소리가...
Ruth Saxelby> 나는 이미 멸종된 동물의 메아리 소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사카모토 류이치> 멸종된 동물의 메아리라, 흠, 멋진 이미지다.
Ruth Saxelby> 어쩌다가 유리판을 연주하게 되었던 것인지?
사카모토 류이치> [The Glass House]에서 받은 영감이었다. [The Glass House]는 미국의 위대한 건축가 Philip Johnson의 후기 작품인데, 코네티컷 주에 있는, 유리로 된 작은 집이며 자연 속에 둘러쌓여 있다 - 아름다운 건축물이다. 언제 [The Glass House] 내부에서 연주를 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겼는데, 내 오랜 친구 (Alva Noto라는 이름으로 음악활동을 하는) Carsten Nicolai를 데려 가 함께 연주했었다 - 많은 영감을 받을 수 있었던 연주였다. 당시에 우리가 떠올렸던 아이디어는 '좋아, [The Glass House] 전체를 악기로 써 보자고'같은 생각이였다. 하지만 그 집은 말 그대로 전부 유리로 되어 있었다 - 천장도 유리, 바닥도 유리, 360도 전체가 유리로 된 벽, 창문, 벽, 무엇이든지간에. 나는 그 곳에다가 접촉식 마이크들을 설치했고 여기저기를 쳐 보고 긁어도 봤는데, 정말 멋진 소리가 났었다. [The Glass House] 안에서, 광대한 자연 속에서 진행했던 45분간의 공연은 정말 멋진 경험이었다. 해는 지고 있었고 비구름이 우리를 향해 오고 있었지만, 그러다가 비구름은 멈추었다. 그 곳은 자연과 인공물의 완벽한 전이(transition)였다, 우리의 음악도 포함해서 말이다. 모든 것이 연결되어 있었으며, 어떻게 보자면 굉장히 극적이기도 했었다. 그래서, 유리로 된 벽이 악기가 될 수 있었다.
Ruth Saxelby> 자연과 인공, 유기적인 것과 디지털적인 것, 이러한 병치는 [async]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특히 "Tri"같은 곡에서 그런 느낌을 강하게 받았다. 처음에는 차임벨 소리가 들리다가, 나중에는 디지털화 된 차임벨 소리가 들리는 곡. 아날로그와 디지털.
사카모토 류이치> 정말 그렇게 들리지 않나? (미소) 하지만 사실, "Tri"는 전부 인간의 연주로만 구성된 곡이다. 3대의 트라이앵글, 3명의 연주자, 곡 전체를 쉬지 않고 끝까지 녹음한 것 하나가 전부였다. 그 어떤 편집도 없이. 정말 훌륭했다. 믿을 수 있겠는가?
Ruth Saxelby> 아니! 솔직히 진심으로 이건 편집된 곡이라고 생각했었다.
사카모토 류이치> 물론, 물론, 물론 그럴 것이다. 편집이 된 곡 처럼 들린다, 하지만 3명의 연주자들, 모두 현대음악 연주자들이었는데, 뉴욕 시 최고의 연주자들이었다. 처음에 나는 연주자들에게 내 지시사항을 제대로 알려주고 싶어서 내 구상을 악보로 적었었는데 다 하고 보니 연주가 불가능해 보이는 악보가 나와버렸었다. 실제로 가능하기는 할지 의문스러워질 정도였는데, 이게 정말로 가능하다고? 그런데 그 연주자들은 실제로 해 냈다. 그들은 완벽주의자들이었고 오히려 나한테 몇번 더 하자고 요청을 해 와서 10번도 넘게 연주를 했다. 정말로 완벽한, 기계같은 연주를 바랬던 사람들이었다. (입으로 빠르고 강렬한 클릭음을 냈다)
Ruth Saxelby> 친숙한 악기들과 사물들을 생소한 방식으로 연주하는 것 또한 전체를 관통하고 있는...
사카모토 류이치> 그것 또한 [async]다. (웃음)
Ruth Saxelby> 그럴 것이다. 마지막으로 진행했던 인터뷰에서 당신은 [async]의 재료가 될 음향들을 수집하고 있다고 말했었다. '친숙한 것들에 낯선 방식으로 접근한다'는 아이디어는 앨범의 기획 단계에서부터 있었던 것인지?
사카모토 류이치> [async]의 아래에 깔려 있는 컨셉들 중 하나다. 하지만 나는 애초에 항상 귀를 열고 다니려고 노력해 왔었다, 음악적인 소리들 말고 그냥 일반적인 소리들과 노이즈에도 말이다. 그리고 운이 좋을 때면 그러한 음향들에서도 음악적인 요소를 포착해 낼 수 있기도 하다. 상당히 오래 전부터 이렇게 귀를 열고 다니려 노력했었다. 아마 고등학생 시절부터 시작하지 않았을까 싶기도 하다, 등하교길에. 매일 아침마다 20분씩 지하철을 타고 등교했었는데, 잘 알려진 일반적인 일본 지하철의 풍경 그대로, 완전히 사람으로 가득 차 있었다. 손 하나 꼼짝할 수 없을 정도로. 그래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고작 자리에 가만히 서서 열차 내부의 소리를 듣고 있는 것이 다였다. 그렇게 듣고 있다 보니 열차 내부에 정말 다양한 소리들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는데, 그냥 단순히 열차가 움직이는 소리들 말고도 (손을 맞닿아 비볐다) 사람들의 옷 소리라던가, 천장에서 나오는 몇몇 소음들이라던가. 열차가 곡선으로 달릴 때에는 멋진 (입으로 바람이 부는 것 같은 소리를 냈다), 굉장히 높은 소음이 나기도 했다. 나는 몇 종류의 소리가 나는지를 세기 시작했었고, 10개 이상의 다른 음향이 있다는 것을 알았다. 그리고는 그 여러 음향들을 듣는 것을 즐기기 시작했고. 물론 가장 큰 영감은 존 케이지가 주었던 것이다. 우연하게도 존 케이지의 유명한 작품 [4분 33초]는 내가 태어났던 년도에 발표된 작품이었다: 1952년. 그러니 나는 '침묵'의 아이였던 것이다 - 혹은 '귀를 여는 것'의 아이.
Ruth Saxelby> [async]에는 정말 다양한 목소리들이 가슴이 저미는 듯한 슬픔을 담은 채로 들어 가 있다. "fullmoon"은 시인 폴 보울스의 구절로 시작하여 후반부에는 전 세계의 온갖 목소리들이 울창한 숲을 이루는 곡인데, 이 각각의 목소리들이 어디서 왔는지 궁금하다. 그리고 그들이 말하는 내용을 기반으로 선택했던 것인지, 아니면 목소리의 울림을 기반으로 선택하여 곡에 넣었던 것인지?
사카모토 류이치> 폴 보울스의 녹음을 처음으로 들었을 때가 지금으로부터 거의 30년 전, [마지막 사랑]의 영화음악 작업을 하고 있을 때였다. 그 영화의 마지막 부분에 폴 보울스의 녹음이 흘러나온다. 처음 봤을 때 머리를 얻어맞는 것 같은 충격이었다. 그의 구절은 삶과 죽음에 대해 아주 무겁고 진지한 구절이었으며, 그 구절의 일부가 영화에서 남편이 사하라 사막의 한 가운데, 아무것도 없는 곳에서 죽어버리자 마자 흘러나왔던 것이다. 폴 보울스가 자신의 목소리로 구절을 읊는 소리가 나에게는 굉장히 심원한 무엇인가로 다가왔었다: 너무 어둡지도 않으며, 굉장히 밝은 편이다, 너무 과하게 진지하지도 않다, 그가 표현하는 방식이. 나는 그러한 균형이 좋았다. 그래서 예전부터 폴 보울스를 활용한 무언가를 만들고 싶었었는데, 항상 내가 거기에 어울리는 좋은 음악을 만들 수 있을지가 확신이 서지 않았었다.
그러다가 이번에, [async] 앨범을 만들던 도중에 - 암에 걸린 이후 나는 [async]가 나의 마지막 앨범이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고, 내가 하고 싶었던 것은 전부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래서 [마지막 사랑]의 감독 베르나르도 베르톨루치에게 연락하여 영화에 사용된 폴 보울스의 낭송을 써도 되겠냐는 부탁을 했고, 그는 바로 대답했다, "당연히 되지." 나는 그렇게 그의 낭송을 여러 번 반복해서 들었고, 배경 음향을 넣었으며, 다시 수없이 많이 반복해서 들었다. 무엇이 더 필요했을까? 그냥 드론음과 그의 목소리, 반복이었다. 정말 멋졌다. 그 다음에는 무엇이 더 필요할까? 나는 그냥 몇 주 정도를 기다렸다, 좋은 아이디어가 생각날 때 까지.
마침내 나는 러시아어로 같은 구절을 읊는 목소리가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 안드레이 타르콥스키를 좋아하기 때문이었다. 러시아어를 할줄 아는 것은 아니었지만 러시아어 특유의 소리는 좋아했다. 그러다 보니 내가 중국 영화들도 좋아한다는 것을 상기했고, 그러니 중국어가 들어가지 않을 이유는 무엇인지? 그렇게 하나 둘씩 더 들어가게 되었다. 다행히도 개인적으로 친하게 지내는 러시아인 친구가 근처에 있었고 그가 러시아어 낭송을 해 주었다. 그리고 여러 친한 관계들에서 여러 나라의 사람들이 모일 수 있었다, 그렇게 "fullmoon"의 후반부의 목소리들은 기본적으로 내 친구들이거나 친구의 친구들의 목소리였다. 어떻게 하다 보니 그 사람들은 전부 예술가라던가, 작가라던가, 음악가들이었다. 독일어는 내 친구 Carsten Nicolai가 해 주었다. 페르시아어는 이란 예술가 Shirin Neshat가 해 주었고. 곡의 작업이 끝나갈 무렵 우리는 스페인어, 독일어, 페르시아어, 아이슬란드어, 중국어, 러시아어가 있었다 - 그러면 이탈리아어는 못할게 또 뭔가? 이탈리아어 낭송을 위해서는 먼처 베르나르도 베르톨루치에게 연락해야만 했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불같이 화를 낼게 뻔했으니까 (웃음). 그래서 베르나르도 베르톨루치에게 다시 이메일을 보내 사정을 설명하고 이탈리아어로 폴 보울스의 구절을 읽어 줄 수 있겠냐고 했다. 그리고 그는 곧바로 해 주었다. 환상적이었다.
Ruth Saxelby> 여러 단계에서 전부 마음을 뒤흔드는 곡이다: 감각적인 단계에서도, 미학적인 단계에서도 그렇지만, 폴 보울스가 말하는 내용 자체도 삶과 죽음에 대한 것이다. 실제로 암 투병 이후에 삶에 대한 관점이 바뀌었는지 궁금하다.
사카모토 류이치> 물론, 암 투병 이후에, 나는 죽음이라는 것을 보다 더 현실적으로 보게 되었다. 물론 그 전에도 우리 모두는 언젠가 죽는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이제는 정말로, 정말로 현실적인 것이 되었다. 어쩌면 앞으로 3달 이내에 내가 죽어버릴지도 모른다, 어쩌면 3년 이후일수도 있고. 아무리 길게 잡아도 30년까지는 못 갈 것이다! (웃음) 어쩌면 앞으로 10, 20년 정도는 더 살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아무도 모른다. 이러한 시간, 남아있는 시간에 대한 감각이 훨씬 더 현실적으로 다가오게 되었다. 더 진지해졌다거나 하는 건 아니다, 그냥 더 현실적으로 보이게 되었다는 것이지.
Ruth Saxelby> [async]는 당신이 그런 감정적인 진실을 느끼게 된 과정을 담은 앨범 같이 들린다. The Park Avenue Armory에서의 공연이 보여주었던 시각적 효과들 또한 [async]를 훌륭하게 보완해주는 효과들이었다. 안드레이 타르콥스키의 [솔라리스]에서의 파동, 물결들이 생각나는 요소들도 있었다. 무언가가 스캔되어가고 있다는 감각.
사카모토 류이치> 무대의 시각적 요소들은 내 오랜 친구인 일본 출신 예술가 타카타니 시로(高谷 史郎)가 담당해 준 것들이었다. The Park Avenue Armory 공연 말고도 [async]의 앨범 커버까지 그가 맡아주었다. 스크린에 계속해서 나오는 스캐닝 장면들, 내가 좋아하는 부분이다. [async] 커버 아트를 보면서 '시간'이라는 것에 대해 이전보다 더 깊이 숙고하게 되었다. 물론 '시간'은 모든 음악가, 음악 언론인, 작곡가들의 주요 주제일 것이다. 나 또한 오랫동안 '시간'이라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해 생각해오고 흥미를 느껴 왔다. 또 나는 양자물리학에도 관심이 많다. 양자물리학에서의 '시간' 개념, 나는 거기에 현실의 한 측면이 있다고 생각한다. 양자물리학은 100% 판타지가 아니며, 인간이 만든 이론이지만 자연이란 무엇인지, 시간이란 무엇인지 설명하려는 이론이다. 현실의 한 측면이며, 나는 아주 자연스럽게 그 이론에 끌리게 되었다. 물론 나한테 '시간이 무엇인지'에 대한 해답이 있는 건 아니다 (웃음), 하지만 그냥 시간이 무엇인지에 대해 생각하고 느낄 수는 있다. 이 우주의 시간은 언제나 한 방향으로만 흐르고 있으며 반대 방향은 없다. 하지만 음악에서는 뒤로 돌릴 수 있다! (웃음) 기이한 일이다.
Ruth Saxelby> 나 또한 삶과 죽음의 교차점들, 기술과 유기적인 것들 사이의 교차점들에 대해서 생각했다. 그러다 보니 '저온학'(cryogenic)에 대해서 사람들이 어떻게 생각하는지 궁금해졌다. 죽은 후 두뇌를 적출하여 초저온으로 얼려 두는 사람들이 있다, 언젠가 과학이 발전해 그 두뇌들을 녹여서 다시 활동하게 해줄 수 있을지 모른다면서.
사카모토 류이치> 근시일내에 기술적으로는 가능해질지도 모르는 일이다.
Ruth Saxelby> 좋은 아이디어라고 생각하는지?
사카모토 류이치> 흐으음, 딱히 관심있지는 않다. 내가 껄끄럽게 생각하는 문제는 '언어', 특히 '명사'의 문제인데, 우리가 눈이라고 부르는 것(눈을 가리켰다)과 코라고 부르는 것(코를 가리켰다), 입이라고 부르는 것(입을 가리켰다)을 보자면, 대체 어디까지가 입이나 코의 분명한 경계선이라는 말인가? 여기? 아니면 여기? 아니면 여기? (눈과 입 주변의 영역들을 원을 그리며 가리켰다) 눈은 코나 입보다는 좀 더 낫긴 하다. 또 다른 예시로는 '음악적 소리와 소음 사이의 경계란 무엇인가'에 대한 질문이 있을 것이다. 경계선이 있기는 한가? 나는 아닌 것 같다. 경계선 같은 건 없다. 침묵 또한 음악의 한 재료이며, 존 케이지가 주장한 것이 바로 그것이다. 어쨌든지간에 다시 돌아와서, 두뇌의 경계선은 어디까지인가? 다리라던가 온 몸의 구석구석까지 전부 연결되어 있지 않은가. 그러니까 우리가 잘라내서 (머리의 뒷부분까지를 가리켰다) 어떤 액체 속에다가 넣을 수 있다고? 물론 기술적으로는 가능하며 액체 속에 두뇌를 넣고도 살 수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게 정말로 '두뇌'가 맞을까? 두뇌를 사용하여 생각할 수 있는 능력이 전부 여기서 나오는 것은 아니다 (머리를 가리켰다). 손가락으로 '생각'하는 건 어떤가? 음악가들은 그렇게 할 수 있다. 키보드를 두드려 글을 쓰는 것 또한 '생각'이다. 그러니, 두뇌가, 정말로 '두뇌'인가? 내가 가진 커다란 질문 중 하나다.
Ruth Saxelby> 불가능한 일이다. 앞의 질문을 던졌던 이유는 [async]에 생명유지장치 느낌의 소리가 나는 피아노 음이 들어가 있기 때문이었다. 앨범에는 시간을 기다리는 듯한 수없이 많은 다른 신호들도 있다. 내가 개인적으로 굉장히 흥미롭다고 생각하는 점은, 몇몇 부자들이 현대적인 삶의 트라우마에 못이겨 나를 얼려달라고, 현재를 벗어나 미래로 향하게 해달라고 반응하고 있다는 부분이었다. 하지만 명백히, 현재로부터 달아난다고 해도 미래로 갈 수는 없다.
사카모토 류이치> 그 아이디어는 마음에 든다: 현재를 벗어나 미래로 향하는 것. 아니면 과거로 향하는 것, 그것도 재미있을지도 모른다, 확신은 안 서지만. 나는 왕이나 여왕 같은 건 안 좋아한다. 노동자, 부자들을 위한 노동자가 되고 싶지도 않다. 봉건시대만 아니면 될지도 모른다.
Ruth Saxelby> Holly Herndon이 생각나는데 - [Minnesang]에서 그녀는 경제학자와 합께 작업하였는데, 우리가 현재 새로운 봉건제도의 시대에 살고 있으며 우리 모두는 '디지털 농노'로 온갖 데이터들을 만들어내는 노동을 하고 있다는 아이디어로 출발한 앨범이었다. 데이터야말로 새로운 재화이며, 우리 모두 한 푼도 받지 않는 채로 디지털 노동을 하고 있으니.
사카모토 류이치> 아, 맞다. 맞는 말이다.
Ruth Saxelby> 우리는 스스로 기술과의 막다른 골목으로 밀려들어가 버렸다. 가끔씩 나는 원형을 그리며 빙빙 돌고 있다고, 스마트폰을 손에 들고 계속해서 걷고 있다는 느낌을 받곤 한다. 로그아웃을 해야 하는 필요성과 다시 온라인으로 복귀해야 한다는 필요성 사이를 왔다갔다 하면서. 당신도 비슷한 것으로 고통을 받고 있는지?
사카모토 류이치> 최대한 피하려고 한다. 하지만 맞다, 나도 그러한 것들에 영향을 많이 받고 있다. 특히 [async] 작업에 집중하고 싶었을 때, 8개월간 SNS를 최대한 하지 않으려고 노력했었다. 나는, 뭐라고 불러야할지 모르겠는데, '망에서 벗어난'(off-grid) 사람들에게 상당한 관심을 갖고 있다. 어디서 듣기로는 미국에 대략 100만 명 정도가 망에서 벗어나서 살고 있다고 한다. 휴대폰도 없고, 아무것도 없이. 어딘가에서, 캠핑 카 속에서 살아가는 것이다.
켜졌다가 꺼졌다가 하는 것이 우리가 해야 하는 일이다. 가끔씩은, 당연히 일을 하기 위해서, 소통하기 위해서 온라인에 접속해야만 한다. 하지만 가끔씩은 오프라인으로 끊어버릴 필요도 있다. 그리고 우리는 이에 대해서 분명하게 인식하고 항상 의식해야만 한다, 자칫 잘못하다간 항상 접속해 있는 상태가 되어버리고, 엄청난 피로감을 느끼게 되어버릴 테니까.
Ruth Saxelby> 개인적으로는 기술에 관련해서는 우리가 아직 '아이' 상태인 것 같다. 스마트폰을 예로 들자면 도저히 손에서 놓을 수 없는 것이, 스스로도 애 같다는 생각이 든다. 언제쯤 인류가 '어른' 상태로 나아갈지 모르겠다, 우리가 기술을 '책임감 있게' 쓰게 될 날이.
사카모토 류이치> 재미있는 지적이고, 내가 예전에 했던 생각이 불현듯 떠오르는 질문이다. 나는 '호모 사피엔스'라는 종 자체가 아직 유아기라고, 성인이 되지 않았다고 생각했었다. 한 생물종으로 보자면 호모 사피엔스는 지구상에 등장한지 20만년 정도밖에는 되지 않은 종이다. 반면 코끼리를 예로 들자면 그들은 이미 3000만년 전에 이 행성에 등장했던 생물이다, 다른 동식물들도 그런 식이다. 그러니 인류는 그들을 '존중'해야 한다, 다른 생물종들 전체를. 우리가 그들을 파괴해서는 안 된다. 그렇게 우리는 아직 '아기'들이다. 그래서 예술가들 및 음악가들, 다들 우리가 무언가를 만들고 건설하고 있다고, 스스로 뭔가를 만들고 있다는 생각으로 눈 앞을 흐리고 있는 것이다. 흔히들 "내가 이 쌀을 만들었어, 이 야채는 내가 만든거야" 등등의 말을 하는데, 아니, 아니, 아니다. 우리가 만든 것이 아니다. 자연이 만든 것이다. 우리가 하는 것은 돌본다거나, 자라나도록 돕는다던가, 어쩌면 변화시키고 변형시킬 수는 있지만, '만들' 수는 없다. 하지만 우리는 이런 식으로 생각하고 있지 않으며, 이건 굉장히, 굉장히 건방진 사고방식이다. 그리고 이건 우리가 아직 유아적이기 때문이다. 그런 것이기를 바란다.
Ruth Saxelby> 우리는 보다 더 빠르게 진화해야만 한다, 하지만 이 시스템들이 진화를 전혀 허용하지 않고 있다.
사카모토 류이치> 미안하지만, 너무 많은 농담을 던지고 있는 것 같긴 한데, 그래도 내가 좋아하는 농담이다: 몇몇 우주비행사들이 인류가 거주할 만한 다른 행성을 찾기 위해 로켓을 쏘아올렸다. 수 년의 시간이 흘러 그들은 지구를 닮은 아름다운 행성을 찾아냈다. 그래서 우주비행사들이 그 행성에 착륙했는데 그 행성에는 이미 사람들이 있었다. 비행사들이 물어보길, "이 행성은 누구의 것입니까? 이 행성의 이름은 무엇이죠?" 하지만 행성의 거주민들은 아주 조용히, 아무 소리도 내지 않았으며 그저 미소를 짓고 있기만 했다. 우주비행사들은 이 거주민들이 멍청하고 사고능력이 없는 사람들이라고 생각했다. "다시 우주로 가서 다른 행성을 찾아 보자." 비행사들은 그 행성을 떠났지만, 사실 이들이 찾았던 그 행성은 1만년의 세월이 흐른 후의 지구였으며, 거주민들은 진화한 호모 사피엔스였던 것이다. 그래서 모든 거주민들이 전부 부처님 혹은 예수님 같은 사람이 되었던 거다: 굉장히 평화롭고 또 굉장히 지혜로운 자들이. 하지만 우리는 예수님이나 부처님 같은 사람들을 알아차리지 못한다.
Ruth Saxelby> 영적인 감성은 어디에서 얻는지? 특정한 종교와 함께 하고 있는가?
사카모토 류이치> 아니다, 하지만 1990년대 초반부터 오랫동안 티벳 불교에 관심을 가져 오긴 했다. 달라이 라마 성하를 3번 직접 뵈었었다. 개인적으로, 정말로 얼굴과 얼굴을 맞대고 - 뭐, 물론 주변에 수호자들이 있기는 했다 (웃음). 달라이 라마는 정말 멋진 분이셨다. 20세기가 끝나갈 무렵, 나의 처음이자 유일한 오페라 [Life]를 1999년에 만들게 되었을 때, 나는 정말로, 진심으로 달라이 라마 성하의 메시지를 얻고 싶었다. 그래서 몇 번이고 그분께 편지를 써서 보냈었는데, 마침내 답장을 받게 되었는데 그날 1시 정각에 Leh로 오라는 내용이었다. Leh? Leh가 뭔데? 알고 보니 Leh는 북인도 카슈미르 지역의 도시의 이름이었다. 나는 그전까지 단 한 번도 Leh라는 이름조차도 들어 본 적이 없었고, 찾아보니 Leh는 세계에서 가장 높은 도시들 중 하나인 곳이었다 - 히말라야 산맥에 있는 해발고도 4천미터의 도시. 그리도 메시지 내용은 바로 그 날 당일 오후 1시에 Leh로 오라는 내용이었다! (웃음)
믿을 수 없었지만, 그래도 나는 그 지시를 따랐다. 대기실에서 잔뜩 긴장한채로 기다리고 있었는데, 성하께서 들어오셨다, 나는 그 분에게서 빛이 쏟아져 나오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마치 예수님처럼 말이다. 이 분이 바로 '그 분'이구나. 나는 - 생각한 것이 아니라 '느꼈다' - 그분으로부터 어떤 아우라가, 어떤 빛이 뿜어져 나오고 있다는 것을 느꼈다. 내가 마테오라던가 바울이라던가 요한이었다면 아마 곧바로 손에 든 어망을 버리고 그분만을 따르기 시작했을 것이다. David Sylvian에게 이 일화에 대한 편지를 보냈었다, 마치 길에서 걸어오시는 예수님을 보게 된 사도 요한같은 기분이었다고. Sylvian이 말하길 "왜 그렇게 안 했어, 그냥 그분을 따르지?" 그분은 정말로 놀랍고도 멋진 분이셨고, 나는 그분의 만수무강을 바라고 또 기도하고 있다. 그분의 수호자들 중 한 명과 친분을 쌓기도 했는데, 그 수호자 분은 일본어를 할 줄 아는 사람이었다. 수호자가 말해주길 거의 매일같이 성하를 암살하러 오는 암살자가 있다고 했다. 달라이 라마를 수호하고 있는 티벳 수호자들, 성하를 보호하고 있는 그들은 굉장한 긴장 속에서 살고 있었다.
Ruth Saxelby> 개인적으로 당신과 달라이 라마 사이에 공통점이 있다면 바로 유머감각인 것 같다. 지난 화요일 당신은 공연에서 차임벨이 연주가 끝난 후에도 계속해서 움직이는 걸 보고 '혼냈었다'. 또한 당신은 웃음에 거리낌이 없는 사람인데, 인터뷰들을 통해 본 달라이 라마 또한 그런 사람인 것 같았다.
사카모토 류이치> 가끔씩은 달라이 라마께서 선을 조금 넘는 농담을 하기도 하신다 (웃음). 그러면 주변의 수행원들이 (다급한 어조로) "제발, 성하, 그런 말씀은 하지 말아 주십시오." 한번은 인터뷰어가 질문했었는데 - 현 세계의 문제가 너무 심각하며 엄청나게 과밀화된 인구가 환경 문제의 원인 중 하나일지도 모르기 때문이었다는 것에서 나온 질문이었다 - 그 답변이 뭐였는지 아는가? 그분께서 말씀하시길, "어쩌면 다들 티벳 불교 승려가 되야할지도 모르겠다, 다들 자위만 하게." 그게 해답이었다! 오, 하하, 정말 웃긴 분이다.
Ruth Saxelby> 우리가 진화할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은 유머와 놀이가 아닌가 싶기도 하다.
사카모토 류이치> 내가 참여하고 활동하고 있는 단체 "More Trees"(https://www.more-trees.org/)는 숲을 보존하고자 하는 환경단체이다. 10년도 더 전에 시작한 단체로, 그 동안 일본의 숲 11개, 필리핀의 숲 1개, 인도네시아의 숲 1개에서 활동해 왔다. 그저 조금만 더, 아주 조금만 더, 우리의 캐치프레이즈는 "비관적으로 생각하고, 희망적으로 활동하자"다.
Ruth Saxelby> 쉴 때는 뭘 하는지?
사카모토 류이치> 일어난 후에 오랫동안, 아주 뜨거운 물에서 오랫동안 목욕을 한다. 건강을 위해서 시작한 취미이다. 1990년대 무렵부터 나는 온갖 다양한 건강법들, 서양의 것이나 동양의 것이나, 옛 것이나 새로운 개념이나 가리지 않고 관심을 가져 왔었다. 나는 게으른 사람이라서 여기저기서 조금씩만 가져와서는 내 나름대로의 단계를 만들었다: 스트레칭을 하는 거라던가, 호흡하는 법이라던가 등등. 나무들을 보기도 하고, 새들이 지저귀는 것을 듣기도 한다. (자신의 뒤를 가리키는 손짓을 했다) 저 뒷편에 작은 뒷마당이 있는데 온갖 새들이 왔다 가곤 한다. 아마 여기가 맨해튼의 다운타운 부근이라 강과 바다가 가까워서 그런 것 같은데, 멋진 점이라고 생각한다. 이 집 뒷마당에서는 아주 작은 생태계가 있다. 정말로, 정말로 멋진 일이다, 작은 자연을 이렇게 볼 수 있다는 것이.
Ruth Saxelby> 어딘가의 인터뷰에서 말하길 새로운 오페라 작품을 쓰고 싶다고 했는데.
사카모토 류이치> 아직 컨셉을 잡는 단계에 머물러 있다, 어쩌면 2019년 즈음에 만들지도 모르고, 어쩌면 올 가을이 될지도 모른다. 몇몇 유럽 오페라 하우스들이 벌써 관심을 보이고 있기도 하다.
Ruth Saxelby> 어째서 오페라라는 형식을 다시 시도해 보고 싶어졌는지?
사카모토 류이치> 한 10년 전부터 일본의 오랜 전통 연극 노(能)에 관심이 가기 시작했다. 노는 일본에서 대략 600년 전에 발전되었던 형식인데, 굉장히 흥미로우면서도 굉장히 생경한 극으로 우리가 현재 알고 있는 연극과는 아주 판이하게 다른 형식이다. 이미 여러 현대음악가들이 많은 관심을 보이는 형식인데, 현대의 우리에게는 굉장히 추상적이면서도 절제되어 있는 느낌으로 다가오기 때문이다. 최소한의 몸짓과 이동만이 있으며, 가끔씩은 굉장히 조용하기도 한 극이다. 음악적인 구조는 굉장히 복잡하여 이해하기 어려운 정도이다. 나 또한 설명이 어려운데, 아직 배워나가는 중이지만, 굉장히 흥미롭고 재미있는 주제라고 생각하고 있다. 원래는 무대 예술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았었다: 뮤지컬이라던가 오페라 같은 건 내가 별로 좋아하는 예술이 아니었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며 점점 더 '노'라는 옛 극에 관심을 갖게 되었고, 공간적으로 무언가를 설치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물론 음향 및 음악이 연관된 설치를. 그러니 통상적인 오페라라기 보다는 음악, 예술, 설치, 몇몇 극적인 요소들, 아주 현대적인 요소들과 아주 고전적인 요소들이 섞인 무언가를 생각하고 있다. 그런 것을 만들어보고 싶다.
The Park Avenue Armory 공연에서는 4.1채널 음향 시스템을 사용했었다. 서브우퍼를 포함하여 6개의 스피커를 설치했었는데, 공연에서 음향들이 여기에서 저기로 뛰어다니며 서로를 부르는 것 같은 효과가 있었던 것을 기억하는지 모르겠다. 내가 만들고 싶은 것 또한 그런 느낌의 공간이다 - 어떻게 표현해야 할까? '공간의 음악'. 다른 일본 예술들의 요소들과 결합시켜서. 오페라는 종합예술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발레, 연극, 음악이 결합된 것. "오페라"라는 단어부터가 애초에 "opus"라는 단어의 복수형이니, 여러가지 요소를 한데 결합하기에 최적인 단어일 것이다.
사카모토 류이치의 앨범 [async]는 Milan Records를 통해 발매되어 있다.https://youtu.be/UyK1VYUY_BI
"fullmo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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