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속 판때기와 스프레이 페인트로 칠해진 쓰레기: Wolf Eyes의 깊고도 시끄러운 디스코그래피
Jordan Reyes
[Bandcamp]
2019년 3월 19일
"음악가가 녹음기 버튼을 누를 때 곡이 최종본이 된다는 거, 사실 꼭 그런것만은 아니지 않나 싶어, man." 노이즈 프로젝트 Wolf Eyes의 창시자 Nate Young의 말이었다. "최종본 같은 건 없지, 특히 우리가 하고 있는 이런 음악에서는 더 그렇고." Young이 뉴에이지/부드러운 재즈 음악 밴드 Paul Winters의 곡 "Wolf Eyes"를 틀어 놓고 어디서 주워 온 자동응답기 녹음 테이프를 조각내서 여기저기 붙이며 시작되었던, 지금까지 23년이라는 기간 동안 활동을 멈추지 않았던 Wolf Eyes를 지배해 온 행동 원리였다. Young은 그 트랙에 "Wolf Eyes"라는 이름을 붙인 후 친구 한 명에게 건네주었으며, 그 친구는 곧 밴드 멤버가 될 Aaron Dilloway였다. 그리고 이들은 거의 곧바로 끊임없는 작업을 시작하였고, 이제는 언더그라운드 음악계에서 가장 깊이 있는 카탈로그 중 하나로 꼽히는 Wolf Eyes의 디스코그라피를 쌓아나가기 시작했다.
Young과 Dilloway는 Galen이라는 밴드의 공연 이후에 처음 만나게 되었다 - Young은 Galen의 공연을 처음 보고 완전히 넋이 나가서 밴드의 기타리스트와 보컬을 직접 만나고 싶어했었다. Galen은 록, 노 웨이브, 노이즈를 결합해 불안감으로 빚어낸 음악을 하는 밴드였고, Dilloway가 운영하는 Hanson Records 레이블에서 앨범을 발매한 밴드였다. Young에게 Dilloway는 언더그라운드 음악이 계속해서 흘러나오는 샘물 같아 보였다 - "좆같이 이상한 것들, 펑크, 전자음악들" Young은 회고했다. Dilloway나 John Olson, 2000년 무렵 밴드에 합류하게 된 그와는 다르게, Young은 앨범 수집이라던가 기록 보관 같은 행위에는 큰 흥미를 한 번도 느끼지 못했다.
Young 및 Olson과의 전화통화에서, Young은 Olson이 Wolf Eyes의 정식 멤버가 되었던 순간을 떠올려 말해주었다. "그 때 Hot Hot Heat이라는 밴드의 초청을 받아 함께 공연했었는데. Dilloway랑 내가 무대로 올라가 보니 무대 위가 온통 금속 판때기들이랑 스프레이 페인트로 칠해진 쓰레기들로 난장판이더라. 우리는 'John 어디갔어? 그 녀석 쓰레기로 천지잖아.' 그래서 우리는 John을 찾아가서 우리 - Dilloway와 나 이렇게 Wolf Eyes - 가 15분 정도 먼저 공연할 계획이니까, 그게 끝난 다음에 오라고 했다."
"그렇게 15분이 지나고 John이 무대를 돌면서 금속판을 던져대기 시작했는데, 그러다가 알루미늄 조각 하나가 나한테 던져졌고, 청바지를 찢어버리고 다리에 긴 상처를 내버렸다. 출혈이 꽤 심했었다. 모든 공연이 다 끝나고 무대를 보내 피가 낭자했고 John은 어디에도 없었다." Young은 Olson을 돌아보며 말했다. "그 때 너 꽤 심하게 베였던 것 같은데?"
Olson은 대답했다. "온갖 곳에 심하게 베인 상처로 한가득이었지. 그런데다가 집에 직접 운전해서 돌아갔어야 했어. 지금 대면인터뷰였다면 그 때 흉터들을 직접 보여줄 수 있었을 텐데. 그 때 피를 너무 많이 흘려서 기절했었어."
Young은 웃었다. "그래서, Dilloway와 나는 서로를 바라보고 말했지... '보아하니 John도 이제 밴드 멤버인 것 같은데.'"
그 이후로부터 Wolf Eyes는 수년마다 한 번씩 구성원을 변경하며 활동해 왔다. 2005년 Aaron Dilloway가 네팔로 떠나기 위해 밴드를 탈퇴하였으며, 대신 Hair Police 및 Clay Rendering의 Mike Connelly가 밴드에 합류해 2012년까지 활동하게 된다. 2013년부터 2017년까지는 James Baljo(A.K.A. Crazy Jim)가 멤버로 참여했었다. 최근에는 Sightings의 Mark Morgan이 밴드에서 기타를 담당하고 있다.
Wolf Eyes의 전설은 흥겹고, 고무적이며, 끈질기면서도 아주 웃긴 이야기이다. 20년이 넘는 활동 기간동안 이들은 수백 장에 해당하는 앨범을 발매하였으며 (CD-R, 테이프, 미니-디스크, Lathe, 바이닐, 기타 여러가지 매체) - 사실 솔로 앨범들과 Wolf Eyes 관련 프로젝트들까지 포함한다면 1천장에 가까운 앨범을 발매하였다. 밴드의 활동 기간 중 어떤 시기에는 투어를 도는 도중에 아침에 잠에서 깨어나 지난 밤 공연의 녹음을 테이프에 담아 완성한 후에 각 멤버들이 또 각자의 솔로 테이프를 제작하고, 그 테이프들을 위한 아트워크를 만들고, 바로 다음 공연으로 향하는 식의 일정으로 매일매일 생활하던 시기도 있었다. "밴드의 발매 앨범 전체를 소유하는 게 그렇게 중요한 건 아니다." Young의 말이었다. "그렇게 각각의 청자들은 밴드에 대해 각자의 인상을 가지고 각자의 해석을 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Wolf Eyes는 미국에서 가장 중요한 언더그라운드 노이즈 밴드들 중 하나이지만, 이들은 어떻게든 해서 Sub Pop이나 Third Man Records같은 레이블에서 앨범을 발매하기도 했었으며, 그 덕에 이 정도로 난해한 음악을 하는 밴드 치고는 얻을 수 없을 수준의 주목을 받아 왔다. [Burned Mind] 나 [I Am A Problem: Mind In Pieces] 같은 앨범들은 발매 시 상당한 수준의 주목을 이끌었었으며, 이 앨범들은 분명히 'Wolf Eyes의 앨범'이었다. 하지만 Wolf Eyes같은 밴드를 파악한다는 것은 잡을 수 없는 것을 잡으려 애쓰는, 다소 덧없는 행위이기도 하다. 이번 리스트에서는 Wolf Eyes라는 밴드의 역사에 있어 중요한 지점들 그리고 밴드가 가지고 있는 모호한 부분들을 짚어 보려 한다. Dilloway, Henry Bent, Forest Juziuk 같은 사람들의 노력에 힘입어, 많은 수의 Wolf Eyes 앨범들이 디지털화되어 밴드캠프 페이지에 올라 와 있게 되었다.
***
[Early Vol. 1]
[Early Vol. 1]은 Wolf Eyes가 처음으로 만들었던, Young 혼자서 만들었던 테이프를 Hanson Records에서 재발매한 앨범이다. 앞면에는 Paul Winters의 곡 "Wolf Eyes"를 배경으로 한 테이프 콜라주가 담겨 있으며, 뒷면에는 Aaron Dilloway의 리믹스가 담겨 있다 - "리버브와 테이프 딜레이 속으로 음원을 밀어넣어버렸으며, 여기에 낡은 줄을 튕기는 소리들을 더했다" Dilloway의 말이었다.
***
[Dread]
[Dread]는 반드시 멈춰서 들어 봐야 하는 앨범이라기보다는 디스코그래피 내 깊숙한 곳에 자리잡은 앨범에 가까운 앨범이며, Wolf Eyes의 초창기 시기에 해당하는 LP로 2018년에 밴드의 레이블 Lower Floor에서 재발매되었다. 이 앨범은 기본적으로 앰프 하나로 녹음한 앨범이었다. "Nate는 Roland 사의 스테레오 키보드 앰프를 가지고 있었다." Dilloway의 말이었다. "그래서 멤버 모두의 악기들이 그 앰프로 연결되었고, 앰프는 미니 디스크 녹음기로 연결되었다. 각각의 수록곡마다 두어번 정도의 시도만을 했고, 믹싱을 좀 손봤다. [Dread] 제작 과정은 그게 다였다. "Burn Your House Down"은 내가 기억하기로는 Olson이 추가로 믹싱했던 곡이었다 - 그가 딜레이를 좀 더 더했던 걸로 기억한다. 내 창고 어딘가에 원본 마스터 lathe cut이 있을 것이다. Olson은 우리가 녹음한 곡들 여러개를 가지고 추가 믹싱을 몇 번 했었는데, 앨범에 실리게 된 유일한 버전이 [Dread]의 "Burn Your House Down"이었다." [Dread]의 CD 버전은 "Sandpapered Eyes"라는 보너스 트랙을 가지고 있는데, 이 곡은 Olson과 Young의 의견을 따르자면 'Wolf Eyes의 카탈로그에서 가장 극단적인 노이즈 트랙'이다.
***
[Snake Transmitters]
"[Snake Transmitters]는 내가 정말 좋아하는 앨범이다." Dilloway의 말이었다. "캘리포니아 Davis에서 라디오로 진행한 세션이었으며 Wolf-Etts가 배경 보컬을 맡았다. 그들이 늑대 울음 소리들을 내 주었고, 이 세션은 라디오에서 실시간으로 중계되었다. 정말 재밌었던 세션이었다." 이 앨범에서는 Chiara Giovando와 Rose Meyers(Wolf-Etts)가 배경 보컬을 맡았다. "이 세션이 있기 전에 한 멕시코 식당에서 공연을 했던 참이었다." Olson은 [Snake Transmitters] 녹음 당시 밴드가 진행하고 있었던, 굉장히 힘들었던 미 서부 투어에 대해 자세하게 설명해 주었다 - "기본적으로 하루에 2번의 공연을 하고 다니던 투어였다." 이 투어에서 Wolf Eyes는 캘리포니아의 전설적인 노이즈 밴드 Smegma를 만나게 된다. (Young이 말하길 언젠가 Smegma 공연에 갔는데 관객 전원이 발가벗은 나체로 있었다고 한다. 그가 관객들에게 어째서 다 벗고 있냐고 물어보자 받았던 대답은 "그래, 이봐, 이게 Smegma 공연이야.")
***
[Mugger]
Olson에 따르면, "Sandpapered Eyes"가 Wolf Eyes의 가장 극단적인 노이즈라고 친다면 두 번째는 바로 [Mugger]였다. [Mugger]의 아트워크는 NWOBHM(역주: New Wave of British Heavy Metal) 밴드 Shock Treatment의 앨범에서 마음대로 가져다 쓴 아트워크이며, 이 Shock Treatment는 [Mugger]라는 이름의 7인치 싱글을 발매했었던 밴드였다. Dilloway가 그 원본 아트워크를 가져다가 글자를 지우고 위에 'Wolf Eyes'라는 문구를 갈겼으며, 그렇게 역사가 하나 만들어졌다. 메스꺼운 느낌으로 내장을 뒤흔드는 노이즈와 맥동하는 저음으로 이루어진 5곡이 담긴 [Mugger]는 Dilloway가 주관한 Wolf Eyes 녹음 세션에서 만들어진 앨범이었으며, 그가 밴드를 떠나기 전 마지막으로 참여한 Wolf Eyes 앨범들 중 하나가 되었다.
***
[A Mast On No Shore]
[A Mast On No Shore]는 Mike Connelly가 마지막으로 참여한 Wolf Eyes 앨범들 중 하나이며, 미시간의 Ypsilanti에 위치한 밴드의 리허설 공간 (Olson이 근무하고 있던 실크스크린 기업 VG Kids와 공유하는 장소였다) 에서 녹음된 앨범이기도 했다. 이 연습실은 "말 그대로 혈액 은행 위에 있었다." "그 때 나는 그 연습 공간에서 말 그대로 거주하고 있었다." Young의 말이었다. "Olson이 일을 끝내고 오면 맥주 40캔 정도를 가져온 후 바로 잼 연주를 시작하곤 했다." 그러한 이유로 인해, [A Mast On No Shore]는 불길한 성가처럼 들리는 Young의 목소리와 거칠게 두드러지는 Olson의 색소폰으로 장식된, 끈적거리며 쩍쩍 달라붙는 듯한 음향을 담은 앨범이 되었다.
***
[Droll Vol 7]
"Dilloway와 나는 '환경 녹음 음반'(역주: environmental records 또는 field recordings, 자연의 소리 등을 담은 음반들)에 빠져 있었고, Droll Yankees라는 회사는 프로비던스에 있는 레이블로 사람 목소리가 안 들어간 환경 녹음 음반들을 발매하던 회사였다." [Droll] 시리즈에 대한 Olson의 설명이었다. "Nate는 앨범을 한 6장인가 가지고 있었다. 하나는 (뉴욕 시 아트 록 밴드) Big Stick이었고, 나머지는 전부 환경 녹음 음반들이었다... Ferndale에서 살았을 때엔 매주 일요일마다 잼 연주를 했었다. Nate가 비트 프로그램을 짜면 나는 '서킷 벤딩'(역주: circuit bending, 간단한 전자 악기의 회로에 마음대로 조작을 가하여 우연하면서도 특수한 효과가 발생하기를 노리는 기법)과 함께 평범하게 어울릴 연주 스타일을 만들어 비트에 맞춰 잼 연주를 하곤 했었지. 몇 시간이고 그렇게 잼을 하며 보냈었다." Young은 [Droll] 세션에 대해 조금 다르게 기억하고 있었다: "내가 프로그래밍을 하고 있으면 John은 차고에서 스프레이 페인트로 뭔가를 칠하기도 하고, 휴대용 녹음기를 켜 놓고 집 안팎을 왔다갔다 하기도 하고 그랬었다. 그러다가 1주일이 지났는데, John이 내 프로그래밍과 그의 방랑이 담긴 테이프 하나를 주더니 자기가 그냥 발매한 테이프라고 하더라." Wolf Eyes는 조만간 [Droll] 시리즈 중 일부를 재발매할 예정이다.
***
Nate Young
[Volume One: Dilemmas of Identity]
이 앨범은 Wolf Eyes의 앨범은 아니지만 밴드의 발전 과정을 실질적으로 대변하고 있는 앨범이다. Young이 처음에 실험적인 음악에 발을 내딛었던 것은 순전한 호기심에서였지만, 계속해서 음악을 만들어 나가며 그는 음악 이론과 모듈러 신디사이저에 대해 더 깊이있게 이해하게 되었다. [Volume One: Dilemmas of Identity]는 Young의 솔로 프로젝트 Regression, '이탈리아 도서관 음악'에 기반한 프로젝트와는 사뭇 다른 앨범이지만, Young이 사용한 장비는 거의 같았다 - 모듈러 장비들과 테이프, 수제 제작 장치들. [Volume One: Dilemmas of Identity]는 사운드트랙에 가까운 느낌을 가진 음악을 담은 앨범이며, 애절하고 뭉클해지는 부분들과 강렬하고 실험적인 부분들 사이에서 진동하는 앨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