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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op Making Sense] 18. THIS HEAT[Stop Making Sense] 2023. 3. 17. 06:51
[Stop Making Sense]는 자유연재물로 제가 소개하고 싶은 음악들에 대해 얘기해 볼 예정입니다. 아무래도 '날선' 음악에 대해서 주로 다룰 것 같습니다. 이런저런 이유로 19세 미만인 분들께서는 접하면 안 되는 음악들도 많이 다룰 예정이니, 19세 미만인 분들께서는 글도 보지 마시고 음악도 접하지 마시길 정중히 부탁드립니다. 또한 문체는 존칭을 생략하였으니, 이 또한 양해 부탁드립니다.
"70년대 후반~80년대 초반에는 이전 세대들과 더 높은 지위의 사람들이 구축해 놓은 핵 정책이 있었는데, 그 정책은 M. A. D. 라는 이름으로 불렸다 - 상호확증파괴(Mutually Assured Destruction)라는 뜻으로. 그자들은 너무나도 미친 나머지 자신들이 만들어낸 핵 억제 정책이 미쳤다는(MAD) 이름이 되었다는 것도 몰랐었다! 우리의 두 번째 앨범인 Deceit 은 핵전쟁에 대한 공포를 다룬 것이었다. 다른 멤버 Charles Bullen 은 이렇게 설명했었다: 우리의 첫 앨범은 공포에 대한 것이었으나 이 공포는 아직 완전히 이해되지 않은 것이었다. 두 번째 앨범 또한 공포에 대한 것이었지만, 이제 우리는 도대체 무엇이 우리를 두려움에 떨게 만드는지를 이해하고 있었다. 당시에는 조만간 세계 3차대전이 일어나리라는 것이 기정사실이나 다름없었다."
- Charles Hayward, This Heat, Interview with Simon Reynolds
1. This Heat을 처음 접했을 때가 기억난다. 당시 나는 한창 극단적으로 과격하고 실험적이면서 손도 못 댈 정도로 시끄러운 밴드를 찾아 인터넷을 헤매고 있었고, 우연히 찾게 된 Deceit 앨범은 섬뜩하면서도 기묘한 커버와 함께 '매우 중요하다'는 평가를 달고 있었다. 1981년이라는 발매 년도를 보고는 낡고 다소 촌스러운 느낌의 음향이 들릴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고, 따라서 별 기대 없이 재생을 눌렀던 것 같다. 예상대로 음반은 21세기에 듣기엔 저렴하게 들리는 음향이었지만 깜짝 놀랄 정도로 폭발적이었고 신경질적이었으며, 무엇보다도 뇌리에 박히지 않을 수 없는 공포로 가득 차 있었다.
2. This Heat 은 제법 기묘한 밴드다. 이전부터 음악 활동을 해 오던 Charles Hayward 는(Roxy Music 의 기타리스트로 유명한) Phil Manzanera 와 같이 난해한 Avant-Prog 록 밴드 Quiet Sun 을 결성하여 활동한 적이 있으며 progressive 록 음악에 아방가르드적 예술성을 부여한 Canterbury Scene 의 대표 밴드들 중 하나인 Gong 의 멤버였던 적도 있는 엄청난 연주력의 드러머였으며, Charles Bullen 또한 뛰어난 기타리스트였다. 반면 Gareth Williams 는 당시 연주의 ㅇ자도 모르는 상태였으며 상당히 광기 어린 인물이었다. 그러나 Williams 의 이런 '음악적 무지'는 오히려 This Heat 의 음악적 목표에 도움을 주게 된다: 악기를 다루는 기교에 집착하지 않고, 오히려 그것을 무시해버리고 표현하고자 하는 원초적인 감정에 충실한, 순수하고 본능적인 음악. 이들은 이런 음악을 위해 Brixton 지방의 낡은 냉동 고기창고를 개조해 'Cold Storage'라는 스튜디오를 만들고는 그곳에서 온갖 실험을 하게 된다.
3. Deceit 은 진정으로 강렬하고 섬뜩하며 본능적이다. 음향적으로는 구상음악(musique concrète, 자연스러운 소리들을 전자적으로 조작해 만드는 현대음악으로 Olivier Messiaen 등이 유명하다)적 작법에서부터("Radio Prague") 제3세계 음악의 요소까지("Independence") 알고 있는 모든 음악적 요소들을 전부 활용하며, 가사는 현대문명이 이룩한 끔찍한 과업들 - 2번의 세계대전, 냉전, 핵무기, 인간성의 상실 - 속에서 방향을 잃고 두려움에 사로잡힌 개인을 묘사한다("Paper Hats"). 음반의 시작을 알리는 "Sleep"은 기이한 분위기의 합창 자장가인데, 거짓 안도감을 부여하는 듯 한 전자음과 목소리는 사람들의 눈과 귀와 입을 덮어가는 거대자본을 묘사한다. 이와 같은 '기이한 합창'은 "Triumph"에서도 나타나는데, 장난감 소리를 기괴하기 비틀어버린 곡은 '인류 의지의 승리'를 자조하며, 뒤틀린 카세트테이프 같은 "Shrink Wrap"은 잔뜩 화가 난 코러스를 배경으로 공허하고 비인간적인 '상품'에 소리친다. 귀를 찌르는 듯 하게 강렬한 "S.P.Q.R."은 로마인의 전통을 가지고 제국주의의 야망을 아직도 실현하려는 자들에 대해 노래하며, "Cenotaph"는 끊임없이 되풀이되는 역사, '모든 전쟁을 끝낼 전쟁'이 일어난 후에 다시 일어난 세계대전, 따라서 다시 일어날 수밖에 없어 보이는 대학살에 대해 무심하게 늘어놓는다.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단순하게 불안감을 증폭시키며 등장하는 "Makeshift Swahili"는 음반에서 가장 폭발적인 곡인데, 욕망에 가득 찬 인간에, 바벨탑을 쌓아 올릴 때부터 이미 소통이 불가능할 정도로 욕망에 절여져 있던 인간에 절규한다.
4. 그러나, Deceit 에서 가장 주목해야 할 점들 중 하나는, 가사의 주어가 대부분 '우리'(We) 라는 것이다. 끊임없이 학살을 저지르고, 강탈을 반복하며, 비인간성을 양산하면서 스스로를 기만(deceit)하는 것은 바로 우리 자신이다. "A New Kind Of Water"는 우리의 본성이 이기적이고 이것은 너무나도 당연한 것이며 결국 무엇이 옳은 건지를 도대체 알 수가 없게 된 상황을 말한다. 인류는 A부터 Z까지 눈 깜짝할 사이에 달려왔으며, 무엇보다도 우리의 필요에 의해 이런 복지제도를 만들고 질병의 치료제를 개발했으며 핵무기라는 가장 파괴적인 것들을 만들어내었다. 무엇이 옳은가? This Heat 은 이것에 대해 대답하지는 못한다. 우리들처럼 그들도 모른다. 단지 마지막 곡 "Hi Baku Shyo"(suffer bomb disease)라는 조용한, 그래서 더 불안한 곡으로 음반을 마칠 뿐이다. 음반의 커버처럼, 공포를 떨쳐내지 못한 채로.
"우리는 기타에 fuzz 를 넣기도 했으며 가끔 cross-fade 를 사용하기도 했고, 따라서 한 소리가 없어지면서 다른 하나가 등장하는 부분들이 있었다. 그런 부분들은 중요한 '용해되는 순간'이 되었다. 즉 우리 음악에는 용해되는 듯한 부분들이 있었지만 그것은 결코 녹아내리지는 않았다. Dali 의 그림을 생각해 보라, 모든 것이 녹아내리고 늘어지는 - 우리는 그렇지 않았다. 오히려 우리는 그러니까… Magritte 같았다. Post-punk 의 시대정신은 굉장히 날카로운 것이었고, 모든 것은 '이제 깨어나야만 할 때'라는 주제로 귀결되었다. 탈신비화는 중요한 개념이었다. 모두는 불쾌할 정도로 반낭만주의적이었다. 이는 당시 시국이 굉장히 긴급했기 때문이었다."
- Charles Hayward, This Heat, Interview with Simon Reynolds
※THIS HEAT: Charles Hayward, Gareth Williams, Charles Bull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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