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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op Making Sense] 16. BLACK EYES[Stop Making Sense] 2023. 3. 17. 06:50
[Stop Making Sense]는 자유연재물로 제가 소개하고 싶은 음악들에 대해 얘기해 볼 예정입니다. 아무래도 '날선' 음악에 대해서 주로 다룰 것 같습니다. 이런저런 이유로 19세 미만인 분들께서는 접하면 안 되는 음악들도 많이 다룰 예정이니, 19세 미만인 분들께서는 글도 보지 마시고 음악도 접하지 마시길 정중히 부탁드립니다. 또한 문체는 존칭을 생략하였으니, 이 또한 양해 부탁드립니다.
"Remember Early Humans"
- Black Eyes, Liner Note in "Black Eyes" album
0. Black Eyes는 혼돈이다.
1. 2명의 드럼과 2명의 베이스라는 강렬한 리듬 파트 구성 위로 존재하는 단 1대의 기타는 멜로디를 연주하기보다는 신경질적으로 긁어대며, 광인의 비명(Daniel)은 분절되고 파편화되어 맥락을 상실한 단어들을 뱉어내면서, 폭력, 전쟁, 종교 같은 테마로 공포의 기억을 노래하는 상대적으로 단조로운 목소리(Hugh)와 기묘한 화음을 이룬다. Black Eyes의 이런 특징들은 "Deformative"에서 여실히 드러나는데, 이 곡은 빠른 리듬과 무작위적인 소음으로 시작하며 아동폭력의 기억을 노래하는 Hugh과 비명을 질러대는 Daniel의 기괴한 조화가 돋보이는 곡이다.
2. 타인의 이익을 위해 폭력에 내몰려진 사람들을 다루는 "Someone Has His Fingers Broken"으로 시작하는 Black Eyes의 첫 음반은, 다양한 주제의 가사와 음악적 테마를 가지고 이것들을 야만적인 미궁에 처박아버리는 음악들로 이루어져 있다. 이들은 성적 폭력("A Pack of Wolves"), 전쟁("On The Sacred Side"), 언어의 오남용과 이로 인한 의미의 상실("Speaking in Tongues"), 실제 문제에는 손을 뻗지 않으면서 소리만 질러대는 예술가들("Letter to Raoul Peck")과 같이 비교적 구체적인 대상을 말하다가도, 추상화와 파편화를 거쳐 가면서 노래를 모호한 사변들로 만들어버린다("Yes, I Confess"). 하지만 분명한 것은, 어떤 곡에서도 이들은 행복이나 즐거움을 표현하려고 하기보다는 의심과 절망과 분열과 혼란스러움을 쏟아내려고 한다는 것이며("King's Dominion", "Day Turns Night"), 이는 아마도 이들의 유일한 'Love song'일 "Nine"에서도 마찬가지이다.
3. 갈피를 잡기 힘들 정도로 난잡하며 광상적인 소리를 들려주는, Black Eyes는 어쩌면 시작부터 파멸을 내포하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이들은 '멍든 눈'이라는 이름이 어울릴 정도로 무대에서의 내적 싸움이 잦았다고 하며, 정말로 분열해가는 듯 한 소리들을 담은 두 번째 음반 "Cough"를 발매하면서 해체하게 된다. 이들이 펼치는 공연 무대는 상당히 독특했다고 하는데, 거의 존재하지 않는 공연 영상 기록들을 보면 마주보는 2대의 드럼 세트를 중심으로 대칭적으로 서서 미쳐가는 그들을 볼 수 있다. 이들의 첫 음반은 스스로 터져나가는 수많은 것들을 표현하고 표출한 뛰어난 음반이며, 결국 이들은 분열을 막지 못했다.
"비명, 나는 단지
멍청한 비명을 지르고 있었네, 그리고
하나의 목소리로 비명을 지르고 있었네, 우리는
모든 것을 버렸네
도시는 불타고 있었네
우리가 비명을 지르고 있을 동안에"
- Black Eyes, Lyrics from "Letter to Raoul Peck"
※BLACK EYES: Dan Daniel Hugh Jacob Mik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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