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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the drought
    [...]/[Puce Mary] 2023. 3. 21. 09:21



    https://youtu.be/Odp5kZKd5fQ
    "Fragments Of A Lil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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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https://daily.bandcamp.com/features/puce-mary-the-drought-feature

    인더스트리얼 노이즈 지휘자 Puce Mary의 초현실적인 지옥도
    Jonathan Williger
    [Bandcamp]
    2018년 10월 25일

    "익사하고 있는 중인 느낌이야, 너무 고통스러워. 네가, 사회가, 정치가, 자연이 썩어들어가는 모습이, 무관심한 나의 모습이. 절망에 빠져 있다고," Frederikke Hoffmeier는 새 앨범 [The Drought]의 수록곡 "Red Desert"에서 낮고 조용하게, 천천히 읊조리고 있었다. Puce Mary라는 이름으로 그녀가 만드는 음악들에는 이와 같은 '밀실'과 폐소공포증의 느낌, 실존의 불안함이 곳곳에 깃들어 있었다.

    Hoffmeier는 코펜하겐 언더그라운드 씬의 베테랑으로, 노이즈/인더스트리얼 음악에 공격적인 접근보다는 보다 더 포괄적인 방식으로 다가가고 있었으며, 장르 특유의 호전적인 스타일을 흡수해 고립/욕망/통제에 대한 숙고와 탐구로 방향을 틀어 활용하고 있었다. 완전한 음향 공격으로 청자를 감싸버리기보다는, 겹겹이 쌓인 불협화음과 불분명한 리듬 패턴으로 긴장감을 극도로 끌어올리는 음악. [The Drought], PAN 레이블에서의 첫 앨범에서, Hoffmeier는 필드 레코딩에 중점을 둔 방대한 양의 음원을 재료로 초현실적인 분위기를 자아내며, 이는 '불안'과 '괴로움'이라는 감정들을 음향적으로 풀어낸 음악이라고 표현할 수 있을 것이다.

    https://youtu.be/ZCmhZVeKi9c
    "A Feast Before The Drought"

    Hoffmeier는 자연 그리고 일상 속에서 광적으로 필드 레코딩을 수집하고 있었다. "무언가 내 마음 속에 닿는 소리가 들릴 때 마다 녹음을 하려고 한다." 그녀는 이메일 인터뷰 답변에서 이렇게 말했다. "그 녹음들을 모아 스튜디오에서 조립해 '픽션'을 만들어내려 한다. 악기를 흉내낸다거나, 내가 음악을 통해 창조하려 하는 공간 안으로 청자를 빨아들일 수 있는 장치를 만들어 보려고 한다거나 하는 식이다." [The Drought]의 제작 과정에서 Hoffmeier는 음향 편집 과정에 대해 새롭게 다시금 익숙해질 수 있었으며, 음향 요소 하나하나를 세심하게 조절할 수 있었다.

    이와 같은 세심한 작곡 및 프로듀싱은 [The Drought] 앨범 전반에 드러나 있다. 다양한 요소들이 나타나고 사라지며 최대한의 극적 효과를 표현하며, 각각의 음향의 원천은 때때로 흐릿해지며 혼란스러움에 대한 내러티브를 부각시킨다. 앨범의 마지막 곡 "Slouching Uphill"에서 등장하는, 장막 아래 숨어있던 소리들은 고통에 찬 비명과도 같은 형태를 서서히 드러내며, 이 고통이 표면으로 드러날수록 수수께끼는 깊어지기만 할 뿐이다. Hoffmeier는 말했다. "피드백 노이즈를 바이올린 연주처럼 조작하기도 하고, 드럼 머신의 킥 부분을 늘려서 베이스처럼 쓰기도 한다. Buchla 200 신디사이저로 필드 레코딩들을 조작하기도 한다. 곡의 줄거리에 중요한 부분이 아니라면, 내가 사용하는 음향의 원천이 무엇인지 드러나도록 음향의 특징을 유지하려는 생각은 딱히 없는 편이다."

    [The Drought]에 담겨 있는, 음향적 '공간'에 대한 세심한 고려는 최근 베를린 MONOM에서 진행했었던 레지던시 프로그램 및 공연에서 온 것이기도 했다. MONOM이 제공하는 특수한 장비들은 예술가들로 하여금 "공간적 음향을 표현 매체로써 탐구할 수 있도록" 해 주고 있었다. Hoffmeier는 MONOM에서의 경험을 이렇게 설명했다. "'공간'이라는 것이 음악을 듣는다는 행위에 어떻게 작용하는지에 대하여, 일종의 깨달음을 얻게 되었던 경험이었다. 물리적인 공간을 이야기하는 것도 맞지만 무엇보다도 청자가 음향을 들음으로써 '가게 되는' 공간들, 그리고 그 공간들로 보내어지는 속도까지도."

    https://youtu.be/dUha0zP2QKI
    "Red Desert"

    [The Drought]의 퍼커션 요소들은 굉장히 넓은 스펙트럼을 갖고 있으며, 각각의 수록곡들이 창조하고자 하는 음향세계를 구성하는 다양한 재료들이 되고 있다. "The Size of Our Desires"는 섬뜩함과 색정 사이의 어딘가를 떠도는 곡으로, 청자는 앞뒤로 정신없이 오가는 딸깍거리는 소리들의 급류 속에서 대조적으로 아름답게 울려퍼지는 부드러운 플루트 소리를 듣게 된다. 앨범은 계속해서 청자와 각각의 요소들간의 거리감을, 지극히 가까운 거리에서 떨리는 목소리에서부터 한없이 멀리에서 울려퍼지는 듯한 전자음의 비명까지, 자유자재로 조절한다.

    Puce Mary의 다른 앨범들도 그러했듯이 [The Drought] 또한 세심하게 짜여진 앨범이며, Hoffmeier는 창작의 과정에서 들어가는 우연의 요소들에서 큰 영감을 받고 있었다. 실험적 음악의 선구자 John Cage도 그러했듯이 - Hoffmeier에 따르면, 즉흥적인 접근 방식은 자기 자신을 더 제대로 이해하고 표현할 수 있도록 해 주고 있었다. "나는 그런 '사건들'을 무의식의 연장선으로 활용한다. 내가 뭘 하고 있는지 정확하게 알고 설명할 수 있는 사람이었다면, 아마 음악을 만들지도 못했을 것 같다."

    의식과 생각의 표면 아래에 숨은 동기들과 비밀스러운 충동들을 다루며, Hoffmeier는 '자신'이라는 개념에 대해 다양한 실험을 진행하고 있다. 이 주제는 [The Drought] 수록곡들의 가사에서 계속해서 드러나는 주제이기도 했다. "The Transformation"은 서술자와 외부의 인격 사이의 위협적인 순간, 그 속에서 물질적 형태를 잃어버리게 되는 순간을 다루는 곡이다. 불길한 불협화음 드론음 사이로 느린 전자드럼 킥과 스네어가 흘러갈 때 Hoffmeier는 웅얼거린다, "나는 얼어붙었고 다시 녹아내렸다... 나는 솟아올랐고 고함쳤다, 관념..." 끝없이 올려치는 뒤틀린 불협화음의 파도가 닥치기 직전, Hoffmeier는 읊조린다. "나는 내 입 속에서 머리카락 한 가닥을 꺼냈다 / 하지만 그 가닥은 머리카락이 아니었고, 그 입은 내 입이 아니었다." '자기 자신이라는 것은 정의할 수 있는 개념이다'라는 생각은 점점 더 의문스러운 주장이 되어가며, Hoffmeier는 경계선상의, 변화하는 상태로 미끄러져 들어간다.

    내밀한 정신적 영역의 변형을 탐구하는 것 만큼이나, Hoffmeier는 파워 일렉트로닉스/인더스트리얼 음악의 경계를 넓히고 새로운 영역으로 발을 내딛고도 있었다 - 그리고 동시에 그녀는 해당 장르들의 경계를 조심스럽게 탐험하고 있기도 했다. "나는 특정한 문법을 사용해서 내 생각을 전달하려고 하는 중이다. 그 문법, 그 음악 스타일의 구조 내에서 무엇을 어느 정도까지 할 수 있을지, 한계를 확장하는 것은 상당히 어려운 일이다. 애초에 그 장르의 문법과 구조를 강력하게 만들었던 것이 무엇이었는지를 정확히 이해하고, 그 무언가를 뒤집어버려야 하는 것이다." Puce Mary의 음악은 Hoffmeier가 "공격적인 음악"이라고 이름 붙인 음악들의 문법을 극대화하는 순간들로 이루어져 있는 음악이다. 비록 '자유의 순간'은 거의 존재하지 않으며, 불길한 예감의 감각들이 앨범 전체에서 끊임없이 흐르고 있지만, [The Drought]는 자기중심적인, 분노로 가득한 노이즈의 파도 속에서 '해방'의 감각을 청자에게 가져다주는 앨범이며, '혼란'이라는 것을 세심하고 미묘하게 그려낸 비전으로 청자를 인도하는 음악이다.

    https://youtu.be/QF-U_cdeGGM
    "The Transforma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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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Frederikke Hoffmeier (사진: Rose Marie Johansen)

     

    2022/06/07 12: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