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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pan sonic
    [...]/[PAN SONIC] 2023. 3. 22. 13:16


    https://youtu.be/dBZzCFjMBEQ
    "Uran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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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http://www.phinnweb.org/scrapbook/pan_sonic/wire2.html


    Deadpan Sonics
    [The Wire]
    Will Montgomery
    1999년 3월

    비록 거처를 바르셀로나로 옮겼지만, 노이즈로 심각하게 너덜너덜해진 전자음악에 대한 Pan Sonic의 열정은 조금도 무뎌지지 않았다.


    바르셀로나 공항에 내려 택시를 타고 시내로 향하다 보면, 가장 처음으로 눈에 보이는 거대한 광고판은 빛나는 '파나소닉' 광고판이다. 일본의 거대 기업 파나소닉은 이제 막 바르셀로나에 도착한 여행객의 들뜬 마음 속에 깊은 인상을, 그것도 그 누구보다도 가장 먼저 남기고 있었다. 바르셀로나는 오랫동안 독특한 매력을 내뿜는 도시로 존재해 왔으며, 도시 특유의 방식으로 융합된 '재미'와 '활력'은 대다수의 방문객들의 마음을 손쉽게 사로잡곤 했다. 소설가 에두아르도 멘도사가 열정을 담아 '경이의 도시'라 표현했던 이 도시는 언제나 '상업의 중심지' 중 하나로 기능해 왔었다. 역사적으로는 마드리드에서 멀리 떨어진, 스페인 외곽에 위치한 도시로 여겨지기도 하였으나, 현재의 바르셀로나는 세계적인 수준의 수도로써도 손색이 없을 국제적인 도시의 위치에 머무르는 것에 성공한 곳이었다. 카탈루냐 특유의 상업 정신은 프란시스코 프랑코 시기의 폭력과 난동의 흔적을 사실상 완전히 지워버렸으며, 도시 곳곳의 줄기들은 즐거움, 실험과 도전, 모험에 대한 욕구로 단단하게 짜여져 외부에서 닥쳐올지도 모르는 식민지화의 위협에 저항하고 있었다.

    "Panasonic"이라는 이름을 처음에 정했을 때 - Mika Vainio와 Ilpo Väisänen은 그들의 모험을 국제적인 브랜드의 이름과 같은 땅 위에 서 있도록, 서로 경쟁하는 상황이 되도록 결정했었다. 하지만 일본의 거대 전자기업은 놀라울 정도로 오랜 시간을 들여 핀란드 출신의 이 듀오가 스스로 물러서도록 강제하는 압력을 가하였다. 이제는 Pan Sonic이라는 이름으로 활동하고 있는 이 둘은, 여전히, 둘을 둘러싸고 있는 거대 기업체들 속에서, 날카롭게 빠져 나온 위험한 가시 같은 존재들이었다.

    Mika는 작년에 카탈루냐의 수도, 바르셀로나로 거처를 옮겼으며, Jimi Tenor 및 Sähkö 레이블 사장 Tommi Grönlund와 같은 동네에서 지내게 되었다 (Ilpo는 투르쿠(Turku)와 바르셀로나를 왕복하고 있었다). 나는 금요일 밤, 비행기 위에서 "Light My Fire" 및 기타 영원한 명곡들의 이상한 '이지 리스닝 버전'을 듣다가 바르셀로나에 도착하게 되었다. Pan Sonic에게로의 방문을 이런 '솜사탕'과 함께 시작한다는 것이 좀 이상하게 느껴졌다. Pan Sonic에게는 '푹신푹신한' 부분 같은 건 전혀 존재하지 않았으니. 사실 Pan Sonic 음악의 삭막함은 무뚝뚝한 초현실주의를 이 도시에 가져오며 이번 여행의 색채를 미리 정하고 있었다. 나는 10년 정도 전에 바르셀로나에서 직접 거주했던 경험이 있었지만, 지금 내 눈에 비치는 바르셀로나는 가끔씩은 아주 이상한 곳 처럼 느껴지고 있었다 - 내가 곧 인터뷰를 진행할 대상들의 고요한 존재가, 도시 속 '소비'의 허깨비 솜털들을 가리키고 있는 듯한 느낌.

    다음 날, 정오 무렵, 우리 일행은 구시가지에 위치한 거대한 고딕 성당 앞에서 Pan Sonic 듀오와 만났다. Mika는 챙이 달린 모자에 선글라스, 멋진 신발을 신은 말쑥한 차림새였고, Ilpo는 턱수염을 기르고 항공 재킷을 입은 큰 키의 남자였다. 우리는 우리는 El Born 지역, 사람들로 꽉 차 있는 거리를 지나갔다. "케이블카 타 볼래?" Ilpo는 활발하고 적극적으로 말을 건네는 성격이었으며, 대체로 미소를 짓고 있었다. Mika는 좀 더 독립적인 느낌이었으며, 때때로 예리한 질문을 던지거나 정확한 관측을 보여주곤 했다. 낯선 사람들 앞에서, 이 둘은 이미 서로에 대해 모든 것을 다 알고 모든 주제에 대해 이야기를 한 가족처럼 서로를 대하고 있었다. 우리는 천천히 바닷가 쪽으로 걸어갔다. 밝은 햇빛이 높게 서 있는 건물들, 길게 드리워진 녹색의 페르시안 블라인드들, 그리고 건물들 사이의 좁은 골목길들 위로 쏟아지고 있었다.

    우리는 Santa Maria del Mar의 웅장한 모습 앞에서 잠시 멈추었다. 이 곳은 14세기에 지어진 고딕 교회 건물로 현재는 비계와 비닐로 덮여 있었다. 나는 문득, 이 교회 안쪽에 미칠 듯이 높이 뻗어있는 직선들을 보게 되면 Mika와 Ilpo가 무슨 말을 내뱉을지, 무엇을 만들게 될 지가 궁금해졌다. 그러다가 나는 내가 대체 무엇을 궁금해하고 있는 것인지에 대해 궁금해졌다. 어쩌면 Pan Sonic 음악의 혹독함이 내 인식에 어떤 영향을 끼친 것일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이 둘은 이 교회 건물들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이 교회들을 음악으로 표현한다면 무슨 음악으로 표현을 할까? 나는 마음 속에서 어떤 프레임을 만들어 Pan Sonic을 거기에 가두고는 그들의 금욕주의, 그들의 절제를 과장하고 있었을지도 몰랐다. 그리고 내 머릿속의 이미지는 지금 이 도시 - 바르셀로나의 온갖 색채들, 소리들, 감각들과 충돌하고 있었다. 하지만, 본격적으로 이 주제에 대해 이야기를 시작했을 때, Pan Sonic이 바르셀로나에 어떤 매력을 느꼈는지는 아주 명백하게 드러났다: "이 분위기, 이 느낌. 정말 아름다운 도시다, 다들 여유롭고 친절하다." Mika의 말이었다.

    Pan Sonic이 바르셀로나에 오게 된 이유들 중 하나는 명백히 '바르셀로나의 음악 씬'이었다 - '유행의 첨단'까지는 아니었지만, 바르셀로나에서는 매 해마다 Sónar라는 이름의, 잘 짜여진 큰 규모의 전자음악 축제가 개최되고 있었다. 바르셀로나의 분위기와 건물들이 Pan Sonic의 음악에도 영향을 끼쳤을까? "딱 잘라 말하기는 어렵다, Pan Sonic 음악은 애초에 항상 변화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Mika의 말이었다.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확실이 어떤 영향이 있었다고 본다." 어찌 되었든지간에, 새 앨범 [A]는 이전의 앨범들보다 더 복잡하고 다양한 음악을 담고 있었으며, 더 넓은 폭의 음향과 더 독특한 리듬을 활용하고 있었다. 듀오는 또한 '3부작'의 구조를 목표로 했다고도 말했다. 천천히 흘러가는 리듬 곡으로부터 시작하여, 미니멀한 무대를 지나, 좀 더 공격적인 끝을 맺는 구조를.

    우리는 혼잡한 거리를 지나 La Barceloneta라는 이름의 지역으로 들어섰다. 이 곳은 바다로 이어지는 작은 구역으로, 해산물 식당들로 꽉 차 있는 거리였다. 태양이 우리의 등을 비추고 있었으며, 우리는 마침내 해변에 도착하게 되었다. 1990~1992년, 올림픽을 앞두고 재건 사업으로 한창 난리법석이던 시기에만 100% 공개되었던 해변에. 바람이 높게 불고 있었으며, 사람들은 연을 날리고 있었다. Mika와 Ilpo, 만성적인 햇빛 부족에 시달리는 핀란드에서 만성적인 햇빛 부족에 시달리는 또 다른 곳인 런던을 거쳐 이 장소에 도달한 이 둘은, 행복한 것 처럼 보였다.

    우리는 "Transbordador"를 지탱하고 있는 커다란 받침대 쪽으로 향했다 - "Transbordador"는 1920년대에 지어진 케이블카였다. 어느 정도 놀라웠던 점은, 이 케이블카는 지금에서야 처음으로 제대로 된 정비를 받고 있는 것 같아 보였다는 점이다. 케이블카 본체를 제외한 모든 부분이 부서지고 있는 것 같았다. 우리는 엘리베이터를 타고 탑의 꼭대기 부분으로 올라갔고, 저 아래 미친듯한 부자들의 말도 안 되는 요트들을 내려다 보았다. 케이블카가 막 출발할 무렵, 5명의 젊은 호주인들이 끼어들어 왔고, 10분간의 여정을 지저분한, 시끄러운 잡담으로 꽉 채워 버렸다. "팬티 속을 긁고 냄새를 맡아보는 것"에 대한 엄청나게 시끄러운 독백을 듣고 난 후 Pan Sonic은 대체 무슨 생각을 하게 될까? Ilpo는 그 5명이 잉글랜드 사람이 아닌가 하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해가 뉘엿뉘엿 저물어가고 있었으며, 우리는 택시를 타고 Pan Sonic의 거처로 향했다 - 'El Poblenou', '새로운 마을'로. 한때는 카탈루냐의 중심지였으나 스페인 내전 이후 프란시스코 프랑코의 파시스트 정권의 손에 떨어졌던 이 곳, 19세기 산업의 중심지였던 이 지역은 지금 수많은 예술가들이 몰려들어오는 장소가 되어 있었다. 공장들은 이미 예전에 사라져 없어졌으며, 빈 자리는 노동자들의 거주지와 산업시대 이후의 도시적 변덕들이 뒤섞인 혼합체로 채워져 있었다.

    Pan Sonic이 머무르는 아파트는 전형적인 바르셀로나식 옛 건물이었으며, 무거운 나무 문을 지나 구불구불한 계단을 올라가야 했다. 놀랍지도 않은 일이겠지만, Pan Sonic은 '부드러운 가구'들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들이었다. 헐벗은 벽 뒤로 몇 개의 낡은 의자들, 테이블 하나, 음반들, 줄지어 놓여 있는 빈 와인 병들이 놓여 있었고, 난방기구는 없었다.

    이 원룸 스튜디오에는 아날로그 Moog와 Roland, Casio 장난감과 Pan Sonic의 수제 장비들이 있었으며, 이 장비들은 마치 1950년대 과학 실험실에나 있을 법한 물건들이었다. 음악은 작은 DAT(디지털 오디오 테이프) 기계로 연결되어 있었다. 모든 것이 굉장히 간단하고 단순했으며, 몇가지는 이미 부숴져 있었다.

    우리는 낮은 테이블을 중심으로 마주 앉아 인터뷰를 시작했다. 자, 그래서, 뭘 하고 있는 것인지, 이 곳에서?

    Mika가 말했다. "나에게 Pan Sonic 음악에서 가장 중요한 것을 뽑으라고 한다면, 단연코 '음향' 그 자체일 것이다. 구조는 나중의 문제이다. 우리는 각각 다른 곡에서 각각 다른 종류의 음향을 찾는다. 하지만 나는 내가 어째서 특정한 종류의 음향에 이끌리는지는, 아직까지도 잘 모르겠다. 내가 좋아하는 음향들에는 어떤 특수한 성질이, 어떤 종류의 '정보'가 있다. 어쩌면 비슷한 이유로 내가 특정한 음악은 좋아하고 다른 음악들은 싫어하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 음향에 포함되어 있는 의미들, 그리고 무게."

    이들은 과거만을 그리워하며 아날로그의 자궁으로 서둘러 후퇴하고 있는 사람들은 아니었다. Pan Sonic 음악의 핵심에는 날카로운 전자 음향들이 자리하고 있었다. 이들은 기본적이지만 동시에 아주 강력한 도구들을 활용해 작업하는 것으로 이미 유명했으며, 기성품 신디사이저보다는 협업 관계인 Jari Lehtinen Pan Sonic 전용으로 직접 제작한 톤 제네레이터를 즐겨 사용하고 있었다. Jari Lehtinen이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는 것인지?

    Mika는 인정했다. "Jari는 Pan Sonic 음향의 핵심이라고 말할 수 있다. 우리가 사용하는 음향의 대부분은 그의 장비에서 나오는 것이다. 기술적인 부분은 아예 모른다, 장비를 제작하기 전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하는지는 Jari와 함께 논의하긴 하지만. 논의 후, Jari는 자기만의 결론을 내리고 그 결론에 자기만의 아이디어를 더해 장비를 제작한다. 완성된 장비를 받아 볼 때 쯤이면 우리 둘이 예상하지 못했던 요소들이 들어 가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며, 이 요소들은 Jari의 아이디어이다. 그는 정말로 창의적인 사람이며, 음악적인 측면보다는 기술적인 측면으로 생각한다. 그리고 바로 그렇기에 Jari의 아이디어와 해결책이 정말로 독특한 것이다. 이를 다르게 말하자면, 우리는 우리 둘만이었다면 절대로 생각해내지 못했을 것들이 들어가 있는 장비들을 받아 사용한다는 것이다.

    스튜디오에서 Pan Sonic은 오버더빙 없이 DAT로 바로 녹음을 하고 있었다. 이들은 딜레이같은 추가 이펙트는 최소한으로 사용하고 있었으며, 자신들의 음향을 아날로그 샘플러로 샘플링해서 보다 더 복잡한 구조를 만들어내려는 과정을 이제 막 시작한 참이었다. 가끔씩 협업을 하는 사이인 Carsten Nicolai가 그러듯이, Pan Sonic 또한 '우연히 만들어진 음향'에 큰 관심을 갖고 있었다: Mika는 최근에 믹서에서 발생하는 쉿쉿거리는 소리와 클릭음만을 가지고 음악을 만드는 실험을 하고 있었다.

    음향의 '무게'에 대한 Pan Sonic의 주목은 이들의 공연에서 명백하게 드러나고 있었다. 실제로 육체가 흔들릴 정도로 강력한 음향을 만들어내는 공연에서. Pan Sonic 공연에 포함되어 있는 즉흥성은 투박하면서도 격렬한 긴장감을 부여하고 있었다. 작년 4일간 진행되었던 Pan Sonic/Suicide 합동 공연의 공연장이었던, 런던의 Garage의 바에서 일하는 직원의 증언에 의하면, 그 직원은 공연 내내 발생했던 음향적 '공격'에 너무 익숙해진 나머지 공연이 끝난 후 그 음향적 공격이 없어지자 어쩐지 견딜 수 없는 느낌이 들었다고 전했다. "우리는 공연이 육체적, 물리적인 경험이 되기를 바란다." Mika의 말이었다. "음향 시스템이 좋기만 한다면, 나는 정말로 큰 볼륨의 음향을 진심으로 즐긴다. Pan Sonic의 음악은 '물리적인 음악'을 목표로 만들어진 음악이다."

    Pan Sonic은 이렇게까지 철저한 미학적 기준을 가진 음악가치고는 이상하게 느껴질 정도로까지 활발하게 협업을 진행하는 사람들이었다. 1996년, Pan Sonic은 런던에서 6주간 진행되었던 예술/음악 행사 Rude Mechanic에 참여했었으며, 이 행사에서 나온 음악들 중 일부는 David Cunningham의 레이블 Piano Records에서 CD(역주: [Rude Mechanic])로 발매되기도 했다. 이 행사에서 Pan Sonic은 하루도 빠짐없이 '톤 엔지니어'의 역할로 참여하였으며, Kaffe Matthews, Hayley Newman, Bruce Gilbert, Scanner 등등 많은 음악가/예술가들과 함께 6시간씩 대화를 나누기도 했었다.

    Mika는 말했다. "행사가 다 끝나고 나서 완전히 기진맥진해서 기운이 다 빠져버렸었다. 몇십 시간에 해당하는 분량의 녹음을 진행했었고. [Rude Mechanic]에 들어가 있는 분량은 전체 녹음의 2% 밖에 되지 않는 분량이다."

    그렇게 다양한 음향적 경험을 겪는 것과 Pan Sonic의 '순수주의'가 어떻게 함께 있을 수 있는 것인가? 그러한 '외부 활동'들이 결과적으로는 물을 흐리는 효과를 가져오지는 않는지?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그런 영향을 느꼈던 적도 없고." Mika의 말이었다. "어쩌면 한번 직접 해 보는 것도 재미있을지 모르겠다, 음악을 만드는 다른 방법을 직접 시도해 보면 어떤 결과가 나올지."

    "어쩌면 무슨 영향이 있었을지도 모른다, 환경의 변화 같은. 그저 우리가 알아차리지 못했을 뿐인지도 모른다." Ilpo가 끼어들었다.

    "David Cunningham과 함께 한 작업은 정말로 아름다운 경험이었고, 우리가 평소에 하는 것과는 상당히 다른 느낌이었다." Mika가 다시 말했다. "어쨌든지간에, 나는 우리가 진행한 6시간짜리 녹음들을 정말로 좋아한다. Kaffe Matthews와 함께 했던 것 또한 정말로 괜찮게 나왔다. 그 무엇도 '정말로 안 좋은' 것은 없었다.

    Pan Sonic이 최근 진행했던 협업 프로젝트들은 아무리 축소해서 말해도 '굉장히 다양한' 작업들이었다. Einstürzende Neubauten의 이전 멤버였던 FM Einheit, Bruce Gilbert, 심지어 Michael Gira까지. 작년에는 Suicide Alan Vega와 함께 작업하여 [Endless]라는 훌륭한 앨범을 발매하기도 했었다. Ilpo는 Hecker의 곡들을 리믹스하기도 했으며, Mika는 Pita와 함께 공연을 진행하기도 했었다 - 둘 다 비엔나의 Mego 레이블을 통해서. Mika는 Sähkö 레이블의 Tommi Grönlund와 함께 음향 설치예술 프로젝트를 진행중이기도 했다. 그렇게 모든 일들이 계속해서 일어나고 진행되고 있었다. 동시에, Mika의 솔로 프로젝트들도 점점 더 많은 결과를 만들어내고 있었고.

    https://youtu.be/rvsss5_s0_4
    "Teurastamo"

    30대 초반에 접어들고 있는 Pan Sonic 멤버들은 여전히 '클럽 문화'에 대한 애착을 가지고 있었다. 1989년~1992년, Mika는 불법 애시드 하우스 파티를 조직하곤 했었고, 끝내 경찰이 다가와 더 이상 불법 파티를 진행하지 말라고 협박한 이후에야 파티를 멈추었었다. Pan Sonic의 '모순'중 하나는, 이들 스스로의 미학은 정말로 좁은 영역에 집중되어 있는 것 같아 보이면서도, 멤버들의 음악 취향은 정말로 넓은 폭으로 퍼져 있다는 것이었다. 예를 들자면, 이들은 '기타 노이즈'도 상당히 좋아하고 있었다. "80년대 초반에는 Big Black이라던가 Hüsker Dü, 초기 Bad Brains 같은 음악들을 정말 많이 들었었다." Mika의 말이었다. "최근에는 Keiji Haino Caspar Brötzmann를 정말 좋아한다, 특히 그 둘이 기타를 다루는 방식을. 언젠가는 기타리스트와 함께 작업해봐도 재미있을 듯 싶다, 그 둘 처럼 기타를 다루는 사람과." Ilpo 또한 Keiji Haino, 특히 그의 보컬을 좋아하고 있었다. 놀라운 사실은 둘 다 Hasil Adkins, 웨스트 버지니아 로커빌리의 은둔자이자 전설적일 정도로 불안정한 그와 협업을 해 보고 싶어한다는 점이었다. 하지만, 직설적이고 강렬한 감정 표현의 관점에서 접근하자면, Keiji Haino Hasil Adkins 등등 여러 음악가들과 Pan Sonic 사이에는 연결되는 부분이 명백하게 존재하고 있었다. Pan Sonic의 거처의 벽을 장식하는 앨범들의 상당수는 스카, 록스테디, 레게 음반들이었다.

    "록 음악을 지난 20년간 쭉 듣고 있다." Ilpo의 말이었다. "정말 오랜 시간을 듣고 지낸 것이다. 거의 일상생활의 일부였고, 이 '일상'으로부터 무슨 특정한 영향이라던가를 받았다는 생각은 단 한 번도 해 본 적이 없었다. 나는 레거(ragga) 음악도 좋아한다. 래거 음악의 정신과 분위기는 정말로 솔직하다. '무슨 장비를 가지고 있는지에 관계 없이, 당신이 지금 하고 있는 것을 믿어라'라는 정신."

    "맞다." Mika는 동의했다. "스카와 록스테디에서는 당신이 어떤 종류의 장비를 가지고 있는지, 당신이 올바르게 연주했는지 아닌지의 여부 같은 건 전혀 중요하지 않다. 조율이 하나도 안 맞는 악기에 연주법이 완전히 틀렸음에도 불구하고 정말로 훌륭한, 멋진 음악이 만들어지곤 한다. 스카와 록스테디는 굉장히 로우-파이일 때도 많다. 하지만 내가 그 두 장르에서 가장 즐기는 것은 장르에서 사용하는 음향의 특정한 순수성, 음향의 특성이다. 옛 블루스 음악들도 같다. 너무나도 집중되어 있고, 너무나도 밀도가 높다. 이 음악들과 '잘 녹음된 음악들' - 팝, 테크노 - 를 비교해서 들어보면, '잘 녹음된 음악들'의 음향은 뭐랄까, 물을 탄 것 같은 느낌이다."

    공연에서의 Pan Sonic에게는 레게 음향 시스템 특유의, 관객을 부숴버리는 듯한 힘이 있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추정하자면, 자메이카 음악은 '사랑'의 감정을 향해 발전해나가는 반면, Pan Sonic의 음악은 '무감각'의 소름끼치는 무거움을 전달하는 음악인 것 같이 들리기도 하는 것 같다.

    Mika는 말했다. "몇몇 곡들은 일부러 차갑고 무감각하게 만든 곡들이다. 하지만 상당히 많은 경우에는 그런 곡들과는 전혀 다른, 정 반대의 곡들이다. Pan Sonic의 곡들은 아주 다양한 종류의 감정을 담고 있다. 가끔씩은 웃길 정도이다. 새 앨범 [A]의 수록곡 중 하나에는 마지막 부분에 오르간 음향이 짧게 등장하며, 등장하다가 트랙이 그냥 끝나버린다. 나는 그 부분이 굉장히 웃긴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Ilpo가 이어갔다. "물론, 청자에게 모든 것이 달려 있다. 우리는 청자에게 공간을 제공하고 싶다, 그 공간에서 청자는 자신이 느끼고 싶은 대로 감정을 느낄 수 있다. 각각의 청자들은 서로 다른 배경을 가지고 있으며, Pan Sonic의 음악에도 다르게 반응한다."

    Pan Sonic의 음악이 가지고 있는 엄격함과 순수함에도 불구하고, 멤버들은 음악에 여지를, 열려 있는 느낌을 주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었다. "많은 음악가들과 예술가들이 극소수의 사람들만이 자신의 작품을 진정으로 이해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자신들이 굉장히 엄밀한, 독특한 관점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Mika의 말이었다. "우리는, 그렇지 않다. 모든 사람이 제각기의 감정을 가지고 있고, 각자 다른 방식의 관점과 시선을 가지고 있다."

    Pan Sonic의 음악은 인접한 다른 영역들로 계속해서 침투하고 있었다. Mika는 Björk의 곡을 리믹스하기도 했으며, Björk은 답례로 그녀가 진행하는 영국 TV 프로그램에 Pan Sonic을 소개하였다. 1995년 [Vakio]의 수록곡 "Urania"의 뮤직비디오는 MTV에서 굉장히 자주 방영되었었다. 그리고 여기에 더해, Pan Sonic의 예술 프로젝트들도 있다: 앞에서 말한 [Rude Mechanic] 말고도 로테르담(Rotterdam), 미네아폴리스, 파리에서 진행된 음향 설치 작품도 있었다. Pan Sonic은 동베를린 TV 타워, Berliner Fernsehturm의 회전하는 레스토랑에서 공연을 하기도 했었으며, 이 때 Pan Sonic 특유의 사인파 그래프가 근처의 Volksbühne 극장으로 비춰졌었다. 작년, 한 디자인과 학생이 이들에게 [Arctic Rangers] 한정판 모델 키트를 만들어 주기도 했으며, 이 속에는 두 장의 7인치 앨범이 들어 있었다 - 하나는 비트, 하나는 드론을 담은 음반들이. 그렇다면, Pan Sonic은 '팝 청중'을 고려하고 있는 것인지? 아니면 '예술계 청중'들에 관심이 있는 건지?

    Ilpo가 대답했다. "우리는 단 한 번도 특정 부류의 청중을 떠올리거나 특정한 사람들에게 닿기를 바라거나 한 적이 없었다. 그냥 흘러가는 대로 흘러갔을 뿐. '아트 밴드'로 방향을 선회한다는 건, 좋은 아이디어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런 방향은 지루하기만 할 거다." Mika의 말이었다.] 클럽에서, 평범한 사람들을 대상으로 공연한다면, 그게 '현실'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Pan Sonic이 침범하고 있는 또 다른 영역은 20세기 작곡들이었다. 작년, 듀오는 런던의 Barbican에서 Gavin Bryars, Bruce Gilbert, Nicolas Collins, David Thomas, Susan Stenger 등 다른 음악가들과 함께 존 케이지의 음악을 연주했었다. 듀오는 또한 앨빈 루시어의 [Music On A Long Thin Wire]를 연주하기도 했다. [Music On A Long Thin Wire]의 연주는 커다란 자석을 통과하도록 걸려 있는 팽팽한 줄에서 시작하며, 이 줄은 4가지의 다른 주파수에서 4번씩 진동하도록 설정되어 있다. 이 단순해보이는 설정이 놀라울 정도로 넓은 범위의 음향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앨빈 루시어가 직접 진행했던 원본은 말 그대로 환상적이다." Mika는 열정적으로 쏟아냈다. "음악적으로도, 물리적으로도 - 이 작품이 구성되어 있는 방식은 말 그대로 '완벽'한 이상이다. 정말로 단순하고, 정말로 미니멀하지만, 동시에 정말로 풍부하다. 항상 변화하며, 언제나 다르다. 우리 손으로 직접 그 작품을 다시 구성하고 연주했던 것은 정말로 흥미롭고 재미있는 경험이었다. 비록 앰프 문제 때문에 우리가 원했던 것 그대로 진행되지는 않았었지만. 우리의 아이디어는, 줄에 좀 더 큰 힘을 넣어서 [Music On A Long Thin Wire]의 '하드코어 버전'을 만들어 보자는 것이었으며, 핀란드에서 진행했던 리허설에서도 그렇게 실행했었다. 계획은, 줄에 힘이 너무 강하게 실려서 빛이 나는 지경에 이르게 한 뒤, 시간이 흘러 결국 줄이 끊어지면 그게 공연의 끝이 된다는 것이었다."

    Pan Sonic은 가장 기계적이고 가장 가혹한 음악에서 가장 큰 영향을 끼치는 듀오였다. Kraftwerk나 디트로이트 테크노 음악가들처럼 이들 또한 전자 회로와 기판에서 '영혼'을 찾고 있었다. Pan Sonic의 음악은 음침한 순수에서 새빨간 피를 흘리는 상처의 난폭함까지를 아우르는 음향 레퍼토리를 쌓아 올려 왔으며, 곧 발매될 EP(역주: [B])는 이 레퍼토리에서 '강압적'인 면모의 끝으로 나아가는 앨범이 될 예정이다.

    Mika는 말했다. "그 EP는 이전 EP [Osasto]보다도 훨씬 더 '레드넥'스러울 것이다. 모든 수록곡이 4박자로 쿵쿵거리는, 짐승 같은 음악들이다. 아니, 짐승같지는 않을지도..."

    "독일인들은 그걸 좋아한다." Ilpo가 끼어들었다.

    "짐승 같다, 나는 그 것 보다는 다른 표현을 생각하고 있다." Mika는 앞의 말을 정정했다.

    "나는 Pan Sonic 음악이 그런 과격한 음악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Ilpo도 동의했다.

    "공연에서는 가끔 그러지만, CD는 과격하지 않은 것 같다." Mika는 결론을 내렸다. 그리고 이렇게 녹음 테이프가 끝나버렸으며, 인터뷰도 끝을 맞이했다.

    https://youtu.be/q5wePIeBaqM
    "Lomittain"

    인터뷰가 끝난 후, 우리는 함께 저녁을 먹으러 밖으로 향했다. 토요일 밤이었고, 시간은 벌써 8시 30분 즈음이었지만, 바르셀로나에서는 괜찮은 식당이 영업을 시작하기에는 아직 이른 시간이었다. 우리는 Santa Maria del Mar 근처의 레스토랑에 자리를 잡았다. 온통 분홍색으로 칠해진 벽에 신경이 거슬릴 정도로 미친 것 같이 음악이 흘러나오는 식당이었다. Pan Sonic과 함께 시간을 보내기에 이보다 더 이상한 장소가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는 거의 한 마디도 하지 않으며 정적 속에서 식사를 마쳤다. Mika와 Ilpo는 서로 옆자리에 앉아 커다란 쌀/게 요리를 나눠 먹었으며, 단단한 껍질 속 분홍빛 살을 공을 들여가며 하나도 남김없이 꺼내 먹었다.

    시간이 조금 흐른 후, 우리는 고딕 광장의 한 술집에서 Jimi Tenor Tommi Grönlund를 만났다. 내가 기억하기로는, 이 술집은 올림픽 전에는 게이 바였고 벽에는 온통 남성기 그림이 그려져 있었던 장소였는데, 지금은 차분하고 어느 정도는 우울한 분위기가 감도는 곳으로 바뀌어져 있었다 - 마치, 바르셀로나라는 도시 자체의 분위기 같았다. Mika는 잠을 청하러 그의 차디찬 방으로 돌아갔고, 남은 우리는 동네 술집 투어를 시작했다. Jimi가 우리를 데려 간 곳은 알고 보니 호스티스 바였으며, 데이비드 린치 분위기를 흉내 낸 것 같은 어두운 술집이었다. Jimi는 어둠 속에 묻혀 있는 구석구석을 신이 나서 탐험하고 다녔다.

    이 핀란드인들은 유럽 연합의 상업 중심지로 떠오르고 있는 바르셀로나의 '깔끔한' 거리들에는 그다지 많은 시간을 들이지 않고 있었다. 이들은 '고급' 거리들, 번화가에는 관심이 아예 없는 것 처럼 보였으며, 대신 사라져가고 있는, 더럽고 낡은 구도심지에 이끌리고 있는 것 같아 보였다. 마르크스주의자/범죄 소설 작가 Manuel Vázquez Montalbán의 위대한 미식가/탐정, Pepe Carvalho가 거닐던 음침한 뒷골목들에게로.


    Pan Sonic이 처음 등장했을 때, 이들의 음악은 너무나도 이상한 소리들이었다. 명백히 테크노 음악과 관련된 무언가를 하고 있었지만, 몇몇 비평가들의 의견에 따르자면, 테스트용 톤들을 기반으로 여러가지 것들을 너무 길게 늘여놓은 음악이었던 것이다. 이들이 자신들의 음악에 얼마나 진지하게 임하는지를 보지 못한 사람들 중 하나는 심지어 Pan Sonic에게 직접 "당신들 오줌이나 싸 갈기면서 대충 노는 거 아니냐"라는 질문을 던지기까지 했었다. 완전히 틀린 말이었지만, 동시에, 그 표현은 Pan Sonic의 음악이 그냥 지나쳐가는 이상한 것 따위가 아니라는 사실을 은연중에 표현한 말이기도 했다 - Pan Sonic의 음악은 창조하는 데에 들어간 노력 만큼이나 듣는 데에도 노력이 필요한 음악인 것이다. Pan Sonic은 '순수한 음향'과 '음악'사이의 얇은 경계선 위를 걸어가는 것을 즐기고 있었으며, 이 모험의 결과물들을 대중적인 형태로 발표하는 것 또한 즐기고 있었다. 정말로 다양하고 이질적인 영역들을 가로지르면서도 자신들 고유의 음향을 포기하지 않을 수 있는 Pan Sonic만의 능력은, 경이로울 정도이다. Pan Sonic의 음악은 '극단(extreme)'에 대한 음악이 아니다. 이들은 자신들만의 방식으로, 고도로 집중하여 이 세계를 '듣고' 있으며, 자신들이 직접 들은 세계에 대한 음악을 만들고 있다. 가치 있는 예술이 늘 그러하듯이, Pan Sonic의 음악 또한 '안정된 관점'을 뿌리부터 뒤흔드는 음악이다. 또한, 좋은 음악이라면 모두 그러듯이, Pan Sonic의 앨범은 시간이 흐름에 따라 계속해서 새로운 모양으로 그 형태를 바꾸어나가고 있다.

    Pan Sonic의 새 앨범 [A]는 지금 Blast First 레이블을 통해 발매되어 있다.

    https://youtu.be/Wd0NdcR2IRY
    "Rahina I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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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lpo Väisänen / Mika Vainio (1963. 5. 15. ~ 2017. 4. 12.)

    Rest In Peace
     
     
    2022/07/31 15: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