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OUT ME

-

Today
-
Yesterday
-
Total
-
  • ONEOHTRIX POINT NEVER
    [...]/[Oneohtrix Point Never] 2023. 3. 22. 13:55

    새 앨범은 꽤나 개인적인 앨범인 것 같군요...

    http://youtu.be/td-e4i2BL_Q?list=PL_klrOneTjGiDK4t7qzJA0qXMMigSlLfS

     

    http://www.thefader.com/2015/11/12/oneohtrix-point-never-garden-of-delete-daniel-lopatin

     

    뉴욕에서 Massachusetts 주 Winthrop로 차를 타고 간다는 것은, 기나긴 터널을 몇 개 씩이나 연속으로 통과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만약, 비가 주룩주룩 내리는 날이라면, 다시 말해서 내가 운전을 직접 하고 있었던 10월의 어느 날 아침과 같은 날씨라면, 이 인공적인 조명으로 환한 길을 미끄러져 가는 것은 폭풍의 둔탁한 저음으로부터 벗어나 겪는 초현실적인, 짧지만 고요한 안도감을 주는 경험이기도 했다. 어떤 면에서 그곳은 전자 음악가 Daniel Lopatin, Oneohtrix Point Never라는 이름으로 음반을 발매해 오고 있는 그의 새 앨범 [Garden Of Delete]를 듣기에 최적의 장소이기도 했다. 해체된 샘플들과 컴퓨터 보이스의 세밀한 조합으로 이루어진 그 앨범은 묘한 친근감과 완전한 이질감 사이에서 휘청거리고 있었다. 그리고 바로 그 날, 자꾸 멈추기만 하는 고물 iPod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그 소리들은 거의 악의적으로 느껴질 정도로 혼란스러웠다. 운전이 끝나기 전 몇 마일간에는 - 음악은 박동하고, 빗방울들은 내려치고 - 나는 내가 다른 사람의 꿈에 들어 와 있는 것은 아닌지 의심할 정도였다.

     

    마침내 도착할 때 쯤, 비는 거의 멈춘 상태였다. Daniel Lopatin은 양손을 헐렁한 베이지 파카 주머니에 쑤셔넣고는 Winthrop Beach를 향해 등을 구부리고 있었다. 수염이 가득한 이 33살의 남자는 누가 보더라도 명백할 정도로 비에 젖어 있었지만, 동시에 기괴한 미소를 짓고 있기도 했다. "저기 있는게 바로 Five Sisters다." 그는 해안가에서 100야드 정도 떨어진 곳에, 해변의 건물들을 성난 파도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고심해서 설치된 방파제를 가리키며 말했다. 그 구조물을 보자 나는 마음이 안정되는 듯한 느낌이 들었으며, Lopatin은 마치 자랑스러워하는 듯이 그것에 대해 말했다. 현재 그는 Brooklyn에 살고 있지만, 그의 고향은 바로 이 곳, Boston 옆에 있는 블루칼라 노동자 마을이었다. Lopatin은 이 해안가 근처에 있는, 하얀색에 녹색으로 마무리된 집에서 1994년까지 살았었다 - 12살이 되던 해까지.

     

    이번 여행을 오기 전에, 나는 이미 [Garden of Delete] - Oneohtrix Point Never의 이름으로 발매된 7번째 앨범이자 영국의 전자음악 레이블 Warp에서의 2번째 앨범 - 의 주제가 "사춘기"라는 모호한 개념과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나는 또한, 지난 여름 Nine Inch Nails와 Soundgarden의 합동 공연에서 Oneohtrix Point Never가 오프닝을 맡게 되었던 8일간의 경험을 통해, Lopatin이 부분적으로는 이번 앨범의 영감을 90년대 얼터너티브 록의 혹독한 측면으로부터 이끌어 내었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 그리하여 우리는 이 여행의 출발점을 바로 이 곳, Lopatin이 자신의 어린 시절을 - 인터넷보다는 염세적이고 인간혐오적인 기타 음악이 더 중요하게 여겨졌었던, 청소년기의 호르몬 작용이 그의 모든 것을 바꾸기 직전의 시대 - 보낸 곳으로 정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고 결론지었던 것이다. "나는 이 장소에서 어떤 마법적인 추억들을 느끼고는 한다. 비록 실제로 명확하게 기억하는 것들은 몇 개 없지만." Lopatin은 말했다. 그의 뒤로 펼쳐진 바다와 하늘은 똑같이 불길한 회색빛으로 물들기 시작했다. "나는 스스로를 노스탤지어에 매달리는 인간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 마을은 - 내게 알 수 없는 향수를 불러일으킨다."

     

    Lopatin은 러시아 출신 이민자 가정의 막내아들이었다. 그의 아버지는 전업으로 엔지니어 일을 했으며 부업으로는 바에서 연주를 했고, 어머니는 프로그래머 일과 피아노 교사 일을 동시에 했다. 먹고 살기 위해서는 오랜 시간동안 일을 해야만 했기에, Lopatin은 어린 시절 대부분의 시간을 혼자서 돌아다니며, 그의 조부모가 살고 있는 노인촌 근처를 자전거 같은 것을 타고 어슬렁거리며 다니곤 했었다. "여긴 꽤나 우울한 곳일 거다." 그 옛 노인촌으로 들어가며, Lopatin은 말했다. 그의 말은 맞았다: 이 곳은 좁아터진 곳에 작은 아파트와 그것보다 더 작은 공터로 잔뜩 채워진 곳이었으며, 어지럽고 좁은 도로로 연결되어 있었다. "나는 이 곳에서 미친 꼬마애들처럼 뛰어놀고는 했었다." 8번 건물, 그의 조부모가 살았던 바로 그 건물 앞에서 그는 말했다. 막다른 골목길 끝에는 자전거 하나가 버려져 있었으며, 화단에는 꽃들이 축 늘어져 있었다. "한번은 저 언덕에서 굴러 내려온 적도 있었다." Lopatin은 펜스가 쳐진 곳 너머의 풀밭을 가리켰다. "어릴 때는 그냥 일단 굴러 보는 법이다. 멈추지도 않고, 위험한 돌뿌리 같은게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조차도 하지 않을 때니까."

     

    그가 Oneohtrix Point Never라는 이름으로 보여 주는 수수께끼같은, 때로는 불경스럽기까지 한 모습에서 느껴지는 것과는 전혀 다르게, Lopatin은 꽤나 쾌활한 남자였다. 오늘, 그의 쾌활함은 Lopatin이 아무런 걱정도 없이 편하게 지내던 시절에 대해 깊은 대화를 나누는 데에 있어서 모종의 도움을 줄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사춘기 전에 나는 아마도 자주 웃고 있는 아이였었던 것 같다." 그는 말했다. "나는 정말로 외향적인 사람이었고 행복한 삶을 꿈꾸는 아이였다." 부모님들이 일하러 밖으로 나갔을 때, 그는 누이 Alla와 많은 시간을 보내고는 했었다. "그녀는 자기가 좋아하는 록 밴드들의 사진들을 [SPIN]이나 [Rolling Stone]지에서 오려내서 그것들로 일종의 성지를 꾸며놓았었다." 그는 말한다. 그녀는 Primus를 거의 신성시하며 들었으며 친구들과 함께 Faith No More커버 밴드를 만들기도 했었다. "90년대 초반 이 마을에 떠돌던 분위기가 바로 그랬다." Lopatin은 말한다. "말하자면 Les Claypool의 이것저것에 전부 관심을 갖게 되는 것처럼." 중학교 시절, 베이스를 다룰 줄 모른다는 이유로 친구들의 그런지 밴드에서 쫓겨난 Lopatin은 아버지의 낡은 재즈 퓨전 테이프들을 비롯한 '괴짜같은 음악'들을 발견해내었다. "나는 제대로 록 음악에 빠져들기에는 너무 nerdy한, 실패한 그런지 키드였었다." 그는 인정했다. 10대 초반의 외로웠던 시절, 다른 꼬맹이들이 야구 카드를 모으고 있을 때, 그는 대중은 잘 모르는 소리들을 수집하고 다녔으며, Oneohtrix Point Never를 유명하게 만들어 준 추상적이고 모호한 음향들에 대해 알게 되었다. 하지만 [Garden of Delete]의 곡들은 그가 보여 준 것들중 가장 직설적이고 '곡'에 가까우며, Lopatin은 아레나 하드 록과 누 메탈에, 젊은 시절 그의 가장자리만을 맴돌던 음악들에, 그의 누이가 격렬하게 연주하던 카타르시스적 기타 음악에, 그의 중학교 친구들이 자기 CD플레이어에 넣고 듣고 다니던 바로 그 음악들을 집중적으로 파고들었다. "나는 내 육체가 완전히 혁명적인 충격에 빠져들고 있었던 바로 그 순간에 내가 정말로 좋아했었던 음악이 어떤 것들인지를 알아내려고 노력하고 있었다." Lopatin은 설명했다. "대부분의 시간동안 나는 단지 다른 사람들이 좋아하고 있던 것들로부터 영향을 받고 있었다. 나는 나 자신이 얼마나 연약했었는지에 대해 생각하고 있었다; 그 어떤 것도 안정적인 상태가 아니었다."

     

    청년기 특유의 불안정함과 Lopatin이 흥미를 갖게 된 록 미학은 다양한 방식을 통해 [Garden of Delete]에 위치한 스스로를 고스란히 내보이고 있다. 첫 싱글곡이 된 "I Bite Though It"은 속사포와도 같은, 목을 부서뜨릴 정도로 달리는 쓰래쉬 메탈의 그 힘을 가지고 있다. Lopatin의 말에 따르면 장례식 행렬과도 같은 "Animals"는 그런지 시대의 "헤로인 잼 연주"를 만들어 보려는 나름의 노력이었으며, 마침내 나온 결과물은, 비록 완전히 정신 나간 곡이었지만, 아마도 OPN이 만들어 온 곡들 중 가장 팝에 가까운 전통적 구조를 가지고 있는 음악이었다. 컴퓨터 변조 음성이 휘청거리는 신쓰 아르페지오 속에서 나타날 때, 그것은 무서움과 동시에 슬픔을 느끼게 한다: 우리는 앉아서 동물들을 보았다 / 우리도 결국에는 그렇게 될 것을 알았기에 나는 웃지 않으려고 했다 (We sit on the side and watch the animals / I try not to laugh 'cause I know it's the end of us). "그 대목은 내가 만든 가사들 중 가장 허무주의에 젖어 있는 것이다." Lopatin은 내게 말했다. "우리에 갇힌 동물들을 보고 웃다가 무너져 내리는, 왜냐면 모든 것이 너무나도 좆같이 슬프기 때문에." 그리고 앨범에는 "Sticky Drama", 귓속에서 끊임없이 맴도는 폴리리듬, 지금은 운영하지 않지만 한때 도덕적으로 완전히 타락한 포르노그래퍼가 운영했던 사악한 가십 웹사이트의 이름에서 제목을 따온 그 곡이 나온다. Lopatin에 따르면 그 곡은 기술적으로는 처음으로 사정(射精)하는 충격에 대한 곡이지만, 작곡 당시에는 모순적인 러브송을 만드려는 시도에서 (Sticky drama is the girl for me / She's so sticky from the memories), 메인스트림 록에 끼어들기 위해 친, 얇은 장막 뒤의 빈정거림 같은 곡이었다. Lopatin은 이제 33살이며, 오랫동안 유지될 헌신적인 관계에 행복해하는 사람이고, 무표정의 좌파적 전자음악을 하는 것으로 명성을 떨치고 있다. 지금, 어째서인지, 그는 자위행위에 대한 미친 팝송들을 만들고 있다.

     

    Boston까지 차로 20분밖에 걸리지 않는, 잘하면 15분안에도 갈 수 있는 거리의 마을이지만, Winthrop은 마치 따로 동떨어져 있는 하나의 작은 세계처럼 느껴지기만 했다. 다운타운 거리는 그다지 삐까번쩍하지는 않는, 몇몇 가게들만이 장사가 잘 되는 그런 사업체들로 차 있었다: 이탈리아 베이커리, 주류 소매점, 그리고 이상할 정도로 많은 미용실들. "내가 뭐라도 조금 더 싸게 사 보려고 갖은 수단을 다 부렸던 곳이 바로 여기다." Lopatin은 황폐해진 벽돌길을 앞장서 걸어가며 말했고, 웃었다. 지금 이 마을에는 도시에서는 흔히 볼 수 있었던 체인점 같은 가게라고는 눈을 씻고 찾아봐도 보이지 않았고, 이런 특징은 이 길을 걸어가고 있는 나를 더 혼란스럽게 만들 뿐이었다. 마을 회관은 아직 공사중인 것 처럼 보이기만 했다. "완전 Robert Zemeckis 느낌이군." Lopatin은 영화 [Back To The Future]에서 부서진 시계탑이 중앙을 떡하니 차지하고 있는 가상의 마을을 보여 주었던 그 영화감독을 가리키며 말했다. 이 장소는 마치 아주 섬세하게 New England의 괴상한 주변부를 재구축해놓은 가상현실처럼, 실재하지 않는 장소같다는 느낌을 주곤 했고, Lopatin이 어릴적 자주 들렀었다는 비디오 가게 같은 곳들을 제외하면 Winthrop은 그의 기억 속에서 희미해져가는 고향의 모습을 그대로 현실로 옮겨 놓은 것 같은 모습이었다. "이 마을은 정말로 아름다운 마을임과 동시에 정말로 비참한 곳이기도 하다." Lopatin은 내게 말해주었다. "이 마을은, 말하자면, 변화를 받아들이지 않는다."

     

    그는 그가 만들어 낸 가짜 "사이버그런지" 밴드, 그가 최근에 영향을 받았다고 주장하는 밴드 Kaoss Edge의 공식적인 고향을 Winthrop으로 설정했다. "나는 그 병신같은 가상현실을 나의 현실과 겹쳐지도록 만들었다." 그는 말했다. "말하자면, 초등학교 6학년 시절에 할 법한 일이다. 그 짓에 대해 말할 때마다 나는 내가 멍청이같다는 생각을 많이 한다." 2015년 여름의 끝자락에서, 블로그, 트위터, 그리고 굉장한 PDF 파일을 통해 Lopatin 스스로가 직접 밝혔던 가상의 이야기에 따르자면, Kaoss Edge의 리드 보컬인 Flow Kranium은 Golden Drive 거리 끝에 있는 갈대로 뒤덮힌 절벽 아래로 스스로를 던져버렸는데, Golden Drive 거리는 Lopatin의 조부모가 살던 곳이었다. 9월 2일, Lopatin이 [Garden of Delete]의 발매를 공표한 지 2주가 지난 후, Kaoss Edge는 트위터에 이런 글을 올렸다: "GLAD TO BE BACK IN THE ZIT GEIST JUST WISH @FlowKranium was here to see this."

     

    이 글을 쓰고 있는 이 시점에 Kaoss Edge의 트위터 팔로워는 1,955명에 도달했지만, 그들을 쫓는 가장 광팬은 13살의 외계인 Erza, Lopatin이 만들어 낸 또 하나의 가상현실이다. Erza의 블로그(http://kaossed.blogspot.kr/) - Oneohtrix Point Never의 2013년 앨범 [R Plus Seven]의 리뷰("그냥 좀 너무 예술가인 척을 한다")를 비롯한 아마추어 음악 저널리즘이 어지럽게 얽혀 있는 블로그 - 에 따르자면 그는 Void라는 이름의 개를 기르며 이제는 생산이 중단된 탄산음료 Krisis를 (필자의 생각에 이 음료는 아마도 그 유명한 음료수인 Surge와 비슷한 느낌일 것 같다) 마신다고 한다. "고향 행성이 그를 지구로 보내버렸고, 그는 10대 소년이 되는 법을 배워야만 했다." Lopatin이 설명했다. "기본적으로 그는 여기저기의 다른 10대들로부터 모아 온 이미지들의 조합이지만, 그 것을 조화로 이끌지는 못했다. 그는 그런 점에서 기이한 존재가 되었으며, 클리셰와 고정관념의 집합체 밖에 못 되었다. 하지만 그에게는 나의 인생에 대해 직접적인 관련이 있다고 할 수 있는 부분들도 있었다."

     

    2015년 6월, [Garden of Delete] 작업을 끝낸 Lopatin은 발매일로 예정된 11월까지 아직 시간이 많이 남아있다는 것을 알아채자마자 Erza 및 난해하기 그지없는 Kaoss Edge 세계를 들고서 나타났다. 하지만 이 프로젝트는 단순히 심심해서 만든 것 이상의, 어떤 깊은 자기반성이 깃들어 있는 것이었다. Erza는 완전한 우울감으로 가득한 캐릭터였다; 그는 아무와도 접촉할 수 없으며, 타인에게 그 자신을 파멸로 이끌게 될 회귀적 사춘기를 가져다 줄 수밖에 없었다. 사춘기는 Lopatin에게도 비극을 가져다 주었었다. "나는 그 아침에 나의 낡은 물건들을 훑어보고 있었다. 나는 일기장을 적었으며 '나는 거의 모든 것의 왕이다'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는 말했다. "그것은 마치 내가 어떤 여자애를 좋아하게 되어 그 아이도 나를 좋아했으면 하고, 또한 어떻게 하면 일이 잘 풀리게 될 지에 대해서 하루종일 생각하게 되는 것 같은 일이었다. 나는 열의와 절망 사이에서 망설이고 있는, 영원히 B- 급일 수 밖에 없는 꼬맹이었다. 나는 나쁜 녀석은 아니었고, 결코 공격적인 아이도 아니었지만, 슬픔에 잠긴 꼬마였었다."

     

    Erza는 Lopatin의 청소년기를 만화적으로 그려 낸 것이라고 누구라도 쉽게 유추할 수 있을 것이며, "자연스럽게 회고록의 성격을 띄게 하려고 하지는 않았다"라고 인정하며 내면의 작은 부분들을 드러내려는 사람의 수단이기도 하다. "나는 어떻게든 살아가려고 발버둥을 쳐야만 했던, 그렇게 하지 않으면 내 스스로를 부끄러워해야만 했던 내 인생에 대해서 알고 있었다." 그는 말했다. "나는 부모님들로부터 엄청난 압력을 받았었다. 그곳에서 나의 시각이 자라나기 시작한 것이다. 나는 단 한번도 위대한 예술가가 되고자 한 적이 없었으며, 차라리 언제나 '아버지, 보세요, 나는 당신을 실망시키지 않았어요.' 같은 것이었다." Erza를 통해, Lopatin은 그의 머릿속에 있는 목소리를, 모든 것을 엉망으로 망치려 할 때 그것을 막는 목소리를, 그가 무언가에 너무 심하게 몰입하기 시작할 때 그를 불러세우던 그 목소리를 구체화시켰다. "[Garden of Delete]는 기본적으로 Erza의 기준을, 무엇이 진짜인지에 대한 그의 기준을 만족시키기 위한 내 나름의 노력이다." 그는 설명했다. "음반을 만들 때면 언제나 생각한다: 지금 만드는 이 것이 과연 만들 만한 가치가 있는 것일까? 만약 지금 만드는 이 음반이 내가 만든 것이 아니라면, 내가 이 것을 들었을 때 완전히 사로잡힐 수 있을 만한 음악일까? 만약 그렇지 않다면 난 이것을 그만두어야만 한다. 이런 편집증적인 생각은 나에게 그것에 대한 갈망을 유지할 수 있게 해 준다."

     

    7개의 앨범을 Oneohtrix Point Never라는 이름으로 내놓는 동안, Lopatin은 앰비언트 드론에서부터 베이퍼웨이브까지 다양한 음향을 탐구해 왔다. 그는 Joel Ford와 함께 Ford & Lopatin이라는 유닛을 결성해 반짝이는 일렉트로-팝을 담은 1개의 정규앨범과 2개의 12''를 발매했었다. 그는 2개의 장편 영화의 OST를 작업했으며, 그 중 하나는 Sofia Coppola 감독의 [The Bling Ring], 2013년 깐느에서 개봉한 그 영화였었다. 하지만 [Garden of Delete]에는 필자 또한 명확히 지적해 내기 힘든 어떤 흥분감이, 거의 아이같은 에너지가 맴돌고 있다. 이 음반에 대한 가상의 뒷이야기(http://kaossed.blogspot.kr/2015/08/opn-interview.html/)는 마치 스스로를 환상세계의 힘으로 여기고 싶어하는 어떤 성인(成人)이 만들어낸 것 같다.

     

    이 날 오후, Lopatin과 나는 Winthrop의 한 바베큐 식당으로 들어가게 되었다. 우리는 창가 자리에 앉았고, 교차로를 바라보았으며, 그곳에는 한 무리의 10대들이 중학교가 끝나자마자 뛰쳐나온 것 처럼 떼를 지어 나타나고 있었다. 대부분의 아이들은 3-4명으로 짝지어 있었다: 소년들은 커다란 스포츠용 옷을 입고 있었고, 소녀들은 공들여 편 머리를 하고 낄낄거리고 있었다. 우리 눈에 들어온 한 여자아이는 스스로 염색한 핑크빛 머리에 찢어지고 기워진 청바지를 입고 검은색으로 두텁게 한 눈화장을 하고 있었다 - goth 스타일에 딱 맞는 차림새였다. 그녀는 홀로 걷고 있었다. "이렇게 작은 마을에서 저렇게 남들과 다르게 있다는 것은 재미있는 일이 될 수 없다." 그녀가 저 멀리 지나가자, Lopatin이 말했다. "말하자면 - 그는 Rush를 인용했다 - '타협하거나 쫓겨나거나'(conform of be cast out)다." Lopatin은 맥주 한 잔을 주문했다. 곧 Boston Celtics 상표가 붙은 파인트 잔이 나왔고, 그는 iPhone으로 맥주의 사진을 찍었다. 레스토랑의 라디오에서는 "Sweet Child of Mine" (Guns N' Roses의 곡)이 옅게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나에게는 이 이상한 것이 있다." 맥주를 마시던 중, Lopatin은 내게 말했다. "Winthrop을 떠나고 싶지 않군."

     

    이 여행이 끝난 뒤, 며칠 후 나는 브루클린의 Greenpoint에 있는 Lopatin의 지하 스튜디오를 찾아갔다. 내가 도착했을 때 그는 곧 있을 공연의 세팅을 준비하느라 분주했으며, 신곡들이 무대에서 어떻게 보여져야 할 지에 대한 기초적인 디지털 스케치를 그리고 있었다. 비록 앨범에 실린 목소리들은 전부 컴퓨터 음이거나 샘플들이었지만, 그는 보컬을 위한 자리를 남겨 놓고 있었으며, 이는 Massachusetts 주 서부의 Hampshire 대학 기숙사에서 "가짜 Strokes" 곡을 만들던 시절 이후로 처음으로 직접 공연에서 노래를 부르려는 시도였다. 비록 단촐하게 꾸며진 곳이었지만, 이 사각형의 스튜디오는 틀림없는 Lopatin 만의 흔적으로 가득 차 있었다: 와이드스크린 모니터 위의 검은 해골 마스크, 문 옆에 쌓인 공포 소설들, 곤충 화석으로 만든 서진(書鎭)까지. 그는 전등을 아래로 내려 놓고는 기분에 따라 등의 색을 바꾸고는 했다. "머리 위쪽에 등이 켜져 있어야 벽이 제대로 있는 방 안에 있다는 생각이 들게 된다." 전등의 색을 바꾸어 방 안의 에너지를 조금씩 변형시키며, Lopatin은 설명했다. "하지만 조금 신비로운 기분이 들기도 한다. 그런 기분은 보통 90년대의 푸른색, 좀 기묘한 느낌의 푸른 빛이 비춰질 때 느껴지고는 한다."

     

    2015년 1월, 매니저를 통해 이 스튜디오를 얻게 된 이후로, Lopatin은 몇 달씩이나 하루에 10, 12, 14시간을 [Garden of Delete]작업에 보내고는 했다. "예전에 이 모든 장비들은 전부 내 아파트에 있었다." 그는 주변을 둘러보며 말했다. "[R Plus Seven]은 독특한 가정적 분위기에서 만들어졌는데, 그 때 나는 침대에서 일어나자마자 바로 작업을 시작하곤 했기 때문이었다. 보통 여자친구도 같이 있었으며, 나는 그녀에게 어떤 강한 인상을 남겨주고 싶었었다. 그 앨범은 미친 앨범이었지만 동시에 굉장히 공손한 앨범이기도 했다." 이번 새 앨범의 '호르몬 작용'스러운, 무의식을 벗겨내 드러내는 듯한 분위기는 이 몽환적인 불빛이 가득한 지하실과, 일반적인 경계들 - 밤과 낮, 일과 기쁨, 진실과 거짓 같은 것들 - 이 존재하지 않는 장소처럼 느껴지는 이곳과 연결되어 있었다.

     

    그리고 나서 몇 시간 동안이나, Lopatin은 하드디스크를 뒤져서 [Garden of Delete] 곡들의 초기버전들과 반쯤만 완성된 아이디어들의 폐기물들을 찾아내고는 들려 주었다. 이 곡들은 마치 일전에 그가 남부 런던의 엄청난 싱어 Katy B에게 팔아보려고 했었던 낭만적인 소리의 "slowgaze" 곡 같기도 했고, "Maze Wars"라는 제목의 "다양하게 공격적인 텍스쳐의 실험" 같기도 했다. 우리는 가끔씩 곡들을 멈춰 놓고는 YouTube에서 영화 [A Nightmare on Elm Street]의 살인장면을 보기도 했고, 꼭 어디서 한번은 들어 본 것 같은 느낌을 주는 2000년대 초반 트랜스 음악을 듣기도 했으며, 플레이스테이션 게임 [Twisted Metal 2]의 폭발적인 커버 아트를 보고 감탄하기도 했다. "나는 인터넷을 할 때 탭을 많이 열어두곤 한다." Lopatin은 설명했다. "이상한 것들을 검색하고, YouTube에서 찾아보고 - 마치 하나의 악기처럼 다루는 편이다."

    그는 [Garden of Delete] CD 버전 부클릿의 PDF 파일을 열었다. 그 파일은 마치 중고상점에서 우연히 발견한 정신나간 Tower Records 사의 음반의 부클릿 같이 보였다: 덥수룩한 머리의 옛날 Lopatin 사진, 대단한 악필로 쓰여진 트랙리스트, 아주 많이 조작된 [Associated Press]사의 우크라이나 폭동 사진, 풀 수 없어 보이는 미로. "이 것은 레이브 파티이기도 하고, Radiohead이기도 하고, 할로윈의 난장판이기도 하다." 예술가 Andrew Strasser와 함께 작업한 디자인을 보면서, 그는 말했다. "여기 있는 이미지들은 그 어느것도 서로 연결되어 있는 것 같지 않게 보이지만, 어떤 관점에서는 연결되어 있기도 하다." [Garden of Delete]에 수록된 곡들처럼, 이미지들은 현실과 초현실을 마구 뒤섞고 있었다. 이는 자극적이면서도 동시에 감각을 마비시키며, 감각적이면서도 동시에 비인간적이었다. 부클릿의 가사가 적힌 부분이 나오자, Lopatin은 추상적인 숫자 배열로 보이는 부분을 가리키며 그 숫자들의 의미는 "Sticky Drama"나 "Freaky Eyes"같은 곡들에서 들을 수 있는 왜곡된 잡소리들이 얼마나 많이 겹쳐져 있는지를 나타내는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그 숫자들은 완전히 무작위적인 것은 아니었다: 그 숫자들은 전부 Winthrop에 실존하는 전화번호들이었다.

     

    [Garden of Delete]는 인상적인 방식으로 현현하였고, 아마도 이 때문에 최근의 Lopatin이 평소답지 않은 장난기를 보여주며 앞을 똑바로 응시하는지도 모른다: 이 기사를 위해 며칠간 같이 지내는 내내, 인터뷰를 할 때에도, 인터넷에서 활동할 때에도. "이번 음반을 만들 때 딱히 재미있는 생각을 하면서 만든 것은 아니었다." Lopatin은 말한다. "아마도 이런 기분은 '어두운 음반을 만든다'는 행위가 낳는 독특한 결과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나는 내가 음반을 통해서 말하고 싶어하는 것에, 어떻게 말하고 싶어하는지에, 어떻게 표현하고 싶어하는지에, 그리고 얼마나 복잡하게 또는 단순하게 만들고 싶어하는지에 대해서 훨씬 안정적으로 느끼고 있다." 나는 그런 '안정감'이 음악 바깥까지도 이어지는지에 대해 물어보았고, Lopatin은 웃었다. "나는 아직도 성인이 되어가는 과정에 대해 배우고 있다. 몇 가지 측면에서는 좀 더 확신을 갖게 되기도 했다. 나는 이제 집에서 공항 주변까지 가는 길을 잘 알고 있다. 훗날 내 아이들에게 가르쳐 줄 수 있는 것들 중 하나가 생긴거다."

    [Garden of Delete]에 대해 Lopatin이 내린 많은 결단들 - 캐치한 멜로디들, 전통적인 악기 구성, 가사집을 포함시킨 것 등 - 이 새로운 종류의 명성을 획득하기 위한 노력으로, 이번에는 그가 실험적 음악을 듣지 않는 사람들에게도 닿고자 한다는 것의 증거로 생각하기는 쉬울 것이다. 하지만 [Garden of Delete]는 거칠고 파격적이며, Lopatin - 아니면 정말로 여드름 가득한 얼굴을 한 10대들 - 만이 보여줄 수 있는 공격적인 멜랑콜리를 담고 있다는 것은 명백하다. Lopatin은 본인이 록 스타가 될 만한 사람이라고 생각하지 않았으며, 따라서 만들어 놓고 그것을 짓이겨버리기 위해서 팝 송을 만드는 것일지도 모른다. "내가 어떤 중대한 전환점을 향해 나아가고 있다고 말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왜냐하면, 나는 그것을 너무나도 간절하게 원하기 때문이다." Lopatin은 말했다. "하지만 나는, 아마도, 그냥 좆나 이상한 놈에 불과할지도 모르겠다." [Garden of Delete]는 명백히 이상한 음반이 맞지만, 동시에 대담한 음반이기도 하다. 주제에 있어서나 음향에 있어서나 이 음반은 Lopatin의 모호한 과거에 얽매여 있으며, 효과들은 비(非)감상적이다. 이 음반은 자라난다는 것의 분노와 수치심과 불안을 - 사춘기 시절의 그 모든 지저분한 트라우마들 - 잡아내고 있으며, 눈짓만으로 갑작스럽게 정상으로 되돌린다. 이 음반은 당신의 눈을 통해 안에 숨어있는 불안정한 13살의 외계인을 바라보는 것과 같으며, 옛 고향으로 돌아가 그 시간동안 변한 것은 오직 당신뿐이라는 것을 깨닫는 것이기도 하다.

     

    스튜디오를 떠나기 전, 나는 Lopatin에게 물어보았다 - 옛날 [Terminator 2] 영화 카드가 잔뜩 쌓여있는 것을 포함해 답을 짐작할 수 있는 단서는 수도 없이 많았음에도 불구하고 - 자기 자신을 '과거를 그리워하는' 종류의 사람으로 생각하지는 않느냐고. "이미 일어났던 일들을 보고 흥분하면서, 나는 언제나 모종의 굴욕감을 느끼고는 했었다." 그는 말했다. "종종 나는 사물들을 재평가하면서 '음, 이거 사실 쓰레기군.' 같이 생각한다. 과거는 그저 내가 사용할 수 있는 물건에 불과하다. 과거는 내가 열망하며 갈구해야만 하는 것이 아니다. 나는 과거의 기억을 명확하게 가지고 있는 사람이 아니다. Winthrop에 다시 한 번 가 본 것은 마치 기억이 좀 더 잘 돌수 있도록 뇌에 스테로이드 주사를 맞는 것과 비슷한 경험이었다. 그 작고 이상한 기억들, 그것들은 내 인생에서 가장 강력한 것들이다. Bartlett Road (Winthrop에 있는 길) 끝에 있는 아울렛들 안에 들어가 있거나 할 때, 나는 정말로 황홀했었다."

     

    그는 우리가 Winthrop에서 보냈던 시간들 중 마지막 날에 대해 말하고 있었다. 그 때 나는 바다에 가까운 멋진 길을 달리고 있었다. 그 날 조수석에 앉았던 Lopatin은, 어렸던 시절 항상 동경해오던 커다란 하얀색 집을, 맹세코 "저택"이라는 개념에 대한 첫 번째 기억을 심어주었던 그 집을 발견해야만 했었다. 우리는 그 집을 결코 찾을 수 없었다 - 어쩌면 그 집은 실제로는 존재하지 않았던 걸지도 모르겠다 - 하지만 우리는 물가에 세워진 제방으로, 커다란 두 집 사이에 끼어있는 괴상한 전망대에, Logan International Airport의 항만이 보이는 그 곳으로 달려갔었다. "여기서 자랐었건만, 나는 단 한번도 공항이 여기서 얼마나 가까운지를 모르고 있었다." Lopatin은 내게 말했고, 우리는 그가 오래전부터 꿈꿔오던 그 장소에 잠시 앉아있었으며, 그 곳은 대서양으로 직결되는 돌계단이었다. 내 안의 누군가는 우리가 어서 돌아가서, 소년 시절의 Lopatin을 만나, 모든 것이 전부 괜찮아질 것이라고, 그리고 너는 나중에 Oneohtrix Point Never가, 전 세계의 수많은 사람들을 사로잡을 그런 음악을 만드는 예술가가 될 것이라고 말해줄 수 있기를 바랬다. "내가 얼마나 자주 이 곳에 앉아 있었는지 모른다. 하지만 나는 단 한번도 저 비행기가 저 곳에서 이륙할 거라고, 수영장만큼이나 넓은 활주로를 달려 하늘로 떠오를 거라고 생각한 적이 없었다." 초록빛 바닷물이 우리 아래쪽의 계단에 찰싹거리며 부딪혔다. "나는 언제나, 비행기들은 항상 하늘 위에 있는 거라고 생각했었다."

     

     

     

     

    2015/11/26 17: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