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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The Crystal World
    [...]/[LOCRIAN] 2023. 3. 23. 00:23


    https://youtu.be/tSRm7K_C4P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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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https://locrian.bandcamp.com/album/the-crystal-world


    마치 황혼이 지나가면서 바뀌어가는 풍경처럼, 숲에는 분명한 변화가 찾아오고 있었다. 나무와 풀들을 뒤덮은 두터운 설탕 피막은 갈수록 점점 더 흐릿해지고 있었다. 발 밑의 투명한 바닥은 회색빛이었으며, 가시처럼 돋친 바늘들을 흐릿한 현무암처럼 보이게 가리고 있었다. 아름다운 색채의 갑옷은 없어져 버렸고, 어두운 호박색 빛은 나무들 사이로 사라져갔으며, 반짝거리는 바닥에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었다. 한편 기온은 점점 더 내려가 확실하게 추워지고 있었다.
    Locrian의 세 번째 앨범 [The Crystal World]는 서사시적인 여정과도 같은 앨범이다. J. G. Ballard의 1966년 소설 [The Crystal World], 한센병 전문 의사가 아프리카의 오지에서 모든 것이 천천히 결정화되고 있는 정글을, 그 결정이 닿는 곳에 있는 모든 것을 또 다른 결정으로 뒤덮고 있는 광경을 발견하게 되는 내용의 소설에서 이름을 따 온 앨범. 1번 CD는 6개의 트랙으로, 2번 CD는 1번 CD의 강렬함을 1시간에 가까운 시간동안 이어나가는 기나긴 곡 "Extinction" 하나로 구성되어 있는 이 앨범은 Terence Hannum과 André Foisy에 Steven Hess (On, Pan American, Ural Umbo) 가 참여하여 만들어 진 앨범이다. Steven Hess의 참여 (타악기, 전자음향) 는 Locrian이 그 동안 보여주었던 절망의 심연을 좀 더 어둡게, 더 황량하게, 더 강렬하게 만들고 있다. Locrian은 2009년 첫 스튜디오 앨범 [Drenched Lands]의 어두운 드론을 계속해서 이어나가고 있으며, [The Crystal World]에서 밴드는 톤과 텍스쳐를 조절하는 능력의 끝에 다다라, 청자를 아포칼립스적 황무지의 세계로 끌어당기고 있다. [The Crystal World]의 음향은 고요하고 침울하며, 때때로 혼돈 그 자체이다.
    [The Crystal World]는 Locrian의 음악에 있어 가장 중요한 앨범이며, Locrian만의 음악을, 블랙 메탈 / 파워 일렉트로닉스 / 노이즈 등등으로 단순하게 분류할 수 없는 독창적인 음악을 창조해 낸 기념비적인 음반이다. [The Crystal World]는 밴드의 기존 팬들에게 충격으로 다가가는 앨범이며, Locrian이 얼마나 멀리, 완전히 새로운 곳으로 향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증거이다.

    2010년 11월 25일 발매


    https://youtu.be/hsAmh5rWc6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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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https://www.baltimoresun.com/citypaper/bcp-cms-1-1506962-migrated-story-cp-20130619-music-20130619-story.html


    Terence Hannum 인터뷰
    John Sisk
    [Baltimore City Paper]
    2013년 6월 19일

    Locrian은 2005년 시카고에서 보컬/신디사이저 Terence Hannum과 기타리스트 André Foisy가 즉흥적으로 결성한 프로젝트였다. 원래는 Foisy의 테크니컬 메탈 밴드가 공연을 하기로 되어있었으나 일정상의 문제로 불가능하게 되자, Foisy가 대신 Hannum에게 연락해 둘이서 같이 공연을 해 보자고 했던 것에서 출발하였던 것이다. "André는 이미 아이디어 하나를 갖고 있었다. 2005년 당시에는 Sunn O)))가 엄청난 인기를 끌어 모두가 그런 음악을 하고 있었는데, André는 대신에 '다른 방식으로 드론에 접근해 보면 어떨까, 음 하나만을 가지고 계속 연주하는 게 아니라 엄청나게 많은 음들로 비슷한 연주를 해 보면? 그냥 할 수 있는 한 최대한 다양한 음을 집어넣어 보면 어떻게 될까?'라는 생각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Hannum은 회고했다. "우리는 제대로 된 결과를 얻기 위해 한동안 이런저런 시도들을 해 보며 지냈었다." 2인조 밴드로 활동을 몇 년간 진행하던 그들은, 여러 재즈 및 실험음악 밴드에서 활동해 오던 드러머 Steven Hess를 영입해 3인조 밴드로 멤버 구성을 완성했다.

    음향적 가능성에 대한 탐구는 언제나 밴드의 핵심이었다. Locrian의 성장 과정은 그들이 남겨 온 수많은 앨범들에 자세히 기록되어 있으며, 대부분은 밴드의 레이블 Land of Decay에서 발매하였으나, 일부는 (볼티모어 [City Paper]의 2012년 '최고의 레이블' 자리에 올랐던) Fan Death Records에서 발매되었다. 계속해서 앨범을 발매하면서도 매번 새로움을 유지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으며, Locrian의 멤버들은 까딱하면 '그저 또 다른 노이즈 밴드', '또 다른 앰비언트 블랙 메탈 밴드'로 여겨지게 되기 십상이라는 것을 항상 주시하면서 활동해 왔다.

    "밴드를 시작할 때의 우리는 '하, 그냥 다른 밴드들하고 비슷한 음악을 할 수는 없어. 새로운 것을 해야 한다고'라는 생각에 휩싸여 있었다." Mount Vernon 근처의 조용한 바에 앉아, Hannum은 말했다. "스스로에게 도전하면서도 스스로에게 솔직한 음악을 찾는 데에 상당한 시간이 걸렸다. 나는 10년 전 또는 20년 전에 들어봤었던 음악을 그대로 만드는 것 같은 일은 하고 싶지 않았다. 나는 나를 완전히 날려버릴 만한 음악, 새로운 음악을 하고 싶었다."

    새로움을 찾기 위하여 Foisy, Hannum, 그리고 Hess의 3인조는 즉흥 연주, 음향 실험, 도전적인 악기 구성 등 다양한 시도를 시험하면서도 놀라울 정도로 듣기에 어렵지 않은 음악을 선보이고 있다.

    "몇몇 사람들, 평소라면 이런 종류의 음악은 아예 쳐다도 안 볼 사람들이, Locrian의 앨범을 사서 들어보고는 끝내줬다고 말하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Fan Death Records의 공동 창업자 Sean Gray의 말이었다. "Locrian은 청자들에게 모든 짐을 떠넘기는 밴드가 아니다. 실험음악 업계에서는 청자 또한 상당한 노력을 해야만 하는 경우가 많이 있다. 하지만 Locrian은 청자와 음악가 사이의 갭을 아주 잘 메우고 있다."

    Hannum은 좀 더 간결하게 표현했다. "내가 Merzbow 앨범 같은 걸 만들고 싶은 걸까? 전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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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https://youtu.be/aLJn46oTT9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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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http://dontcountonitreviews.blogspot.com/2011/11/interview-locrians-andre-foisy.html


    André Foisy 인터뷰
    Ian
    [Don't Count On It Reviews]
    2011년 11월 13일

    언더그라운드 실험 음악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시카고의 Locrian에 대해서 한 번쯤은 들어보았을 것이다. Locrian은 2005년 결성 당시부터 극단적인 음악의 경계를 넓혀 왔으며, 드론, 노이즈, 앰비언트, 크라우트록, 블랙 메탈, 둠 메탈, 그리고 다른 여러 장르들을 녹여내 자신만의 음악을 선보이는 밴드이다.


    Ian> 많은 사람들이 "어쩌다가 밴드를 만들게 되었나" 같은 질문을 하는 것을 안다. 그러니 나 또한 비슷한 질문으로, Locrian을 시작했을 때에 대한 이야기로 시작하고자 한다. 다양한, 장르에 구애받지 않는 음악을 하기 위해 밴드를 시작했던 것인지, 아니면 블랙 메탈 / 드론 / 노이즈 등등의 영역에서 출발한 밴드에 가까웠었는지?

    André Foisy> 2005년에 Locrian을 막 시작했을 때에는 딱히 의도적인 목표가 있는 프로젝트는 아니었었다. 나는 그냥 여러가지 시도를 해 보고 싶었고, 여러 장소에서 공연을 해 보고 싶기도 했었다. 이 목표는 이제는 달성했다고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Locrian 멤버들은 다양한 종류의 음악에 대해 넓은 관심을 갖고 있으며, 특정한 씬에 맞춰 들어가려 한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Locrian의 음악에 대한 묘사를 듣고 있자니 어쩌면 Locrian은 프로그레시브 록 밴드 같은 것이 아닌가 싶기도 하다.

    ...

    Ian> Locrian의 예전 인터뷰를 보면 문학 작품에서 영감을 많이 얻는다고 했던 것 같다. 단적인 예로는 앨범 [The Crystal World]와 J. G. Ballard의 소설 [The Crystal World]가 있을 것이다. [The Clearing]에 영감을 준 문학작품은 무엇이 있는지?

    André Foisy> 가사에 관련된 질문은 전부 Terence Hannum에게 돌리겠다. 개인적으로 생각해 보자면, 나는 몇몇 디스토피아적인 문학작품들과 영화들에서 많은 영향을 받아 왔다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디스토피아 문학은 종종 당시에 사회/문화적으로 유행했던 공포를 다룬다. 핵전쟁의 공포라던가, 냉전의 공포 같은 것들. 나에게 [The Clearing]은 그런 종류의 문학작품들과 유사하게 다가온다. [The Clearing]은 환경 위기의 맥락 속에서 만들어진 앨범이다. 지구가 더워지고 있다! 세계 인구는 곧 70억이 될 것, 혹은 이미 70억이고, 성장 속도도 엄청나게 빠르지만, 개개인의 소비 형태는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환경문제는 쉽게 해결할 수 없는 어려운 문제이지만, 나는 청자들이 [The Clearing]을 들을 때 그런 문제가 존재하긴 한다는 것에 대해 생각해 보길 바랬다.

    ...

    Ian> Locrian의 음악과 아트워크는 풍경, 드넓은 세상의 초상을 그리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대자연일 때도 있고, 해체된 문명 / 부서진 도시일 때도 있고. 먼저, 앨범의 아트워크가 앨범을 듣는 경험에 얼마나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하는지에 대해 듣고 싶다. 그리고, Locrian에게 있어 앨범 아트는 어느 정도의 의미를 가지는지도? Locrian을 둘러싼 환경, 둘러싼 세상, 자연과 도시가 Locrian의 음악에 어떤 영향을 주는가?

    André Foisy> 앨범은 예술가가 만들어내는 예술적 표현이고, 아트워크는 그 표현의 일부이다. 아트워크로 표현을 더할 수 없다면 물리적인 형태로 앨범을 발매할 이유도 없을 것이다.
    주변의 환경은 작곡과 연주에 큰 영향을 주고 있다. 뭐랄까, 내 기분에 상당한 영향을 끼치는 것 같다. 우리는 현재 심각한 시기를 살아가고 있으며, 환경 위기의 한복판에 서 있다. 나는 시카고에서 사는 것을 좋아하지만 동시에 시카고라는 도시를 싫어하고 있기도 하다. 주변에 멋진 음악가들이 많이 살고 있는 것은 정말로 멋진 일이지만, 시카고에는 인간의 손을 타지 않은 자연이 거의 없기도 하다. 일리노이 주는 한때 광활한 초원으로 덮여 있었지만, 이제는 '초원'이라고 부를 만한 것이 거의 남아있지 않다. 현재의 시카고에 존재하는 초원은 사람이 나중에 인공적으로 만든 것이고, 따라서 자연적인 초원에 비해 생물 다양성이 아주 낮다. 시카고의 자연은 마치 빅토리아 시대의 정원처럼 '만들어진' 자연이다. 시 외곽은 겉으로 보기에는 영원히 넓은 것처럼 보이지만, 벗어나다 보면 금세 거대한 옥수수밭을 보게 되고, 이 옥수수밭은 사람이 채집해 먹는 옥수수가 아닌 동물 사료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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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https://youtu.be/42zgmFY1a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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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https://thequietus.com/articles/05500-locrian-interview-the-crystal-world


    Locrian 인터뷰
    Louis Pattison
    [The Quietus]
    2011년 1월 5일


    ...

    Louis Pattison> Locrian은 어떻게 결성되었던 것인지? 아예 처음부터 만들어졌는가, 아니면 다른 밴드에서 이어지는 식으로 만들어진 밴드인가?

    André Foisy> 내 생각에는, 처음에는 딱히 무슨 '밴드'를 만들어 보려고 생각해서 시작한 것은 아니었던 것 같다. Locrian을 시작할 무렵 나는 음악을 하는 데 시간을 너무 조금 쓰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학업에 관련된 일들로 너무 바빴었고, 잠시라도 숨을 돌려 음악을 하고 싶었던 것이다 (역주: André Foisy는 당시 시카고 대학교에서 사회과학 석사과정을 진행하고 있었다). 그 무렵의 나와 Terence Hannum은 그냥 공연장에서 만나서, 가끔씩은 뭘 할지에 대해 간단히 얘기도 나눠 보고는, 그냥 무대에 올라 이런저런 것들을 연주하는 것이 다였다. 이렇게 자유롭게 접근했던 것이 오히려 밴드의 음악을 보다 더 직관적으로, 유기적으로 자라나게 하는 데 도움이 되었던 것 같기도 하다.

    Terence Hannum> 그렇다, 처음에는 뭐랄까, 장난 같은 밴드였었다. 그런데 하다보니 활동이 점점 더 재미있어졌고, 아이디어를 다듬어 여러가지 시도를 해 보게도 되었다. 자연스러운 과정이었다. 그렇게 몇 년이 더 지나서야 겨우 앨범이라는 것도 만들어 보게 되었다. Steven Hess를 밴드의 멤버로 영입하는 것도 몇 년간의 느린 논의 끝에 결정한 일이었다. 드러머를 원하고 있는 것이 맞는지, 드러머가 필요한 것은 맞는지, 정말로 그러한지? 새 멤버는 당연히 독특한 사람이어야만 했다 - 그리고 Steven은 Locrian에 딱 알맞는 독특한 사람이었고.

    ...

    Louis Pattison> 풍경과 환경, 그리고 모든 것을 파괴해가는 자연적인 (또는 인공적인?) 과정들. Locrian의 앨범 이름이나 가사들에 있어 아주 중요한 주제들인 것 같다 - [Drenched Lands], [Rain Of Ashes], "Land Of Erosion", "Land Of Contamination" 등등. 캐릭터 없이 사건과 장소만 있다고 볼 수 있겠다. Locrian은 또 최근에 [Land Of Decay]라는 이름의 VHS 테이프를 발매하기도 했는데, 이 테이프는 일리노이 주의 Harvey에 있는 '버려진' 쇼핑센터 폐허의 모습을 담고 있다. Locrian의 음악이 이런 이미지들에 잘 어울리는 음악이라고 생각하는 것인지? 뭐랄까, '영화음악' 같다고?

    Terence Hannum> 그렇다, 어떤 측면에서 보자면, 나는 Locrian의 음악이 인류 문명의 부정적인 이미지들을 음악적으로 표현하는 음악이라는 느낌이 들기도 한다. [늑대의 시간]이라는 영화 본 적 있는가? 그 영화에 대해서 자주 생각한다. 안드레이 타르코프스키의 [스토커]도. 나는 보통 영화에서 또는 현실에서 봤던 풍경들, 파산한 쇼핑센터 폐허라던가 끝없는 갈색 벌판 같은 것을 떠올린 후 그 풍경을 해석하려 노력하는 편이다. 그런 풍경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를. 아니면 테네시 주의 Kingston Coal Plant 유출 사고나, 딥워터 호라이즌 폭발 사고 같은 재해에 대해서도 생각한다. 공포스러우면서도 아름답다. 나에게 '캐릭터'는 이런 종류의 불길한 예감에 대해 말하는 목소리 같은 것이다. 무언가가 일어난 후 홀로 살아남아, 잔해더미 사이를 떠돌아다니는.

    André Foisy> Locrian의 음악을 영화음악 같은 것으로 사용할수도 있겠다 싶다.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Locrian의 음악과 이미지는 공연에서 빛을 발한다고 본다. Locrian의 디스토피아적 이미지에는 '분명한' 메시지는 넣지 않았다. 대신 청자들이 스스로 생각하고 나름의 이해를 하는 쪽을 의도했다.

    Terence Hannum> 일리노이 주 Harvey의 버려진 폐허는 'Dixie Square Mall'이라는 이름의 쇼핑센터였다. 수십년간 버려져 썩어가면서 시민들의 외면, 살인과 강간사건, 화재 등을 겪었었으며, 올해 마침내 완전한 철거가 결정된 것 같다. [Land Of Decay]는 일부러 VHS 테이프 포맷으로 만든 영상이었다. 의도적으로 구식화된 미디어를 다시 한 번 사용해 재조명하는 것. 사람들이 얼마나 빠르게 구식 미디어를 폐기하는지, 가만히 생각해 보면 기이하다.

    André Foisy> VHS 테이프를 사용한 다른 이유는 [Land Of Decay]의 영상이 굉장히 길게 늘어진 롱테이크 영상이며 VHS 테이프에서는 스킵이 어렵기 때문이었다. [Land Of Decay]에는 라이브 공연 영상도 몇 개 들어가 있는데, VHS 테이프에서는 청자가 라이브 영상만 보려고 빨리감기를 해서 적절한 위치로 가는 것이 제법 어려운 일이다. 나는 옛 미디어나 최신 미디어나 모두 각각의 장점이 있다고 생각한다. 예술가는 적절한 미디어 포맷을 활용해 자기 작품에 특정한 방식의 통제를 가할 수 있는 것이다.


    Louis Pattison> 아포칼립스와 종말이라는 주제 또한 Locrian의 음악에 깊이 자리하고 있는 것 같다. 인류는 스스로의 종말에 대해 공상하기를 좋아한다 - 뭐랄까, 인류 시대가 끝난 후의 세계를 상상하는 것 자체가 낭만적인 부분이 있다. 하지만 나는 Locrian이 그러한 주제를 그려낼 때 클리셰에 의존하지 않는 방식으로 그려내고 있으며, 이 부분이야말로 상당히 흥미로운 점이라고 생각한다. J. G. Ballard의 소설을 참고한 것이 분명한 이번 앨범 [The Crystal World]를 예시로 들 수 있을 것이다. J. G. Ballard는 자신만의 독창적인 아포칼립스 / 종말의 풍경을 그려내는 데 탁월한 작가이다. 그의 소설 [The Crystal World]에는 결정화되고 있는 정글이 나오며, 그 곳에서 시간과 삶은 점점 더 느려진다. 이런 주제에 끌리는 이유가 있는지, 그리고 J. G. Ballard의 소설을 참고하게 된 특별한 이유가 있는지?

    Terence Hannum> 나는 종말이 사실 '환상'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결국에는, 언젠가는 인류가 사라지고 인류가 없는 지구만이 존재할 것이다. 그게 현실이다. 딱히 낭만적이라거나 종교적인 것이 아니고 그냥 일어나게 될 일인 것이다. 나는 언제나 그런 종말적인 이야기에 이끌렸다. 어린 시절 교회에 가서 요한계시록을 읽을 때도 그랬고, [살아있는 시체들의 밤]을 볼 때도 그랬고, Cannibal Corpse를 들을 때도 그랬다. 이제는 한 발자국 물러나 인류의 존재 그리고 지구에 있는 자원에 대한 의존성이, 당장 남아있는 자원이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가고 있는 것을 보고 있는 것 같다. 그리고 정말 많은 밴드들이 스스로를 대변인으로 내세워 자신들의 존재 자체가 오염 물질이라고 주장한다. 아니, 그 어떤 행동도 지금의 균형을 바꿀 수는 없으며 인류의 본성은 변화에의 의지에 언제나 앞서기 마련이다. 나는 그저 이런 측면을 가리키고, 이런 측면이 존재한다는 것을 말하고 싶을 뿐이다. 받아들이고, 조금만 앞으로 가고 싶을 뿐.
    [The Crystal World]는 J. G. Ballard에 대한 오마쥬로서 붙인 이름이었다. 그의 소설이 얼마나 아름다우면서도 비극적이었는지, 그 신록의 풍경 위로 결정들이 천천히 모든 것을 뒤덮어가는, 도저히 피할 수 없는 과정을. 정글, 인간성, 그리고 이 모든 복잡하기 그지없는 온갖 것들, 그런데 이 모든 것들 앞에 '정체'(stasis)를 명령하는 사건이 일어난 것이다. 희망 따윈 없으며 잔혹하기 짝이 없지만, 동시에 엄청나게 아름다운 것이다. 완벽한 숭고함. J. G. Ballard의 소설은 [The Crystal World]의 곡들을 하나로 묶는 데 큰 도움이 되었다.


    https://youtu.be/Pc1tqshKY1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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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erence Hannum / André Foisy / Steven Hess

     

     

    2021/09/17 02:4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