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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BIG BLACK
    [...]/[Big Black] 2023. 3. 27. 13:18


    https://youtu.be/EXV6EmSBUL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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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https://www.dementlieu.com/users/obik/bigblack/trulyneedy10.html

    Big Black 인터뷰
    1984년 10월 24일
    [Truly Needy] 10호
    Luis & Barbara Rice

    [Matter]지에 실린 Steve Albini의 글을 읽어 봤다면 Albini는 굉장히 단호한 사람이며, 모든 것들에 대해 자신의 의견과 아이디어를 가지고 있고, 이를 이해할 만한 사람들에게는 자신의 생각을 기꺼이 설명해 줄 사람이라는 것을 쉽게 알 수 있을 것이다. Barbara Rice와 나 또한 지난 10월, DC space에서 있었던 Big Black 공연 후 진행했던 인터뷰를 통해 Albini에 대해 알게 되었다. 이 자리에서는 Big Black 멤버들을 모두 만났지만, Albini가 대부분의 대답을 해 주었고 (그가 녹음기에서 가장 가까이 앉아 있었다) 가끔씩 Jeff Pezzati, Big Black의 베이시스트이자 Naked Raygun의 보컬인 그가 의견을 말했다.

    [Matter]지와 Big Black 음악을 통해 받은 또 하나의 인상은, Steve Albini는 모든 것이 어떻게 돌아가야 하는지에 대한 명확한 아이디어를 가지고 있고, 이 아이디어를 실천하는 것에도 거리낌이 없는, 자신의 생각을 노출하는 것에 따르는 위험과 혼란에도 전혀 굴하지 않고 이를 기꺼이 행하는 종류의 사람이라는 것이었다. 그는 고등학교 시절 속했던 밴드와 졸업 파티에서 공연을 하다 파티 자체를 30분만에 종료시켰던 경력이 있는 사람이었다. 여담이지만, 몬태나 주에서 10대의 Albini가 공연을 한다는 것 - 대단한 광경이었겠다 싶다.

    이런 인상들과 수없이 많은 의문점들 그리고 믿음직한 녹음기를 가지고, Dupont Villa에서 Big Black을 만났다. 모든 것들, 섹스에서 포르노까지, 작곡에서 영향까지, 선풍기에서 만능 플러그까지, 모든 것들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즐기길 바란다.

    P.S. 인터뷰 이후 Jeff Pezzati Naked Raygun 활동에 전념하기 위해 밴드를 떠나게 되었다. 빈 자리는 Dave Riley가 채웠다.

    Truly Needy> Big Black의 음악은 폭력과 섹스로 점철된 이미지를 가지고 있는 것 같다. 무엇을 염두에 둔 것인지? 섹스는 '괜찮은 것'일 수도 있지 않은지?

    Steve Albini> 가사는 내 담당이다. 나는 섹스를 정말 좋아한다, 섹스라는 것이 아주 멋진 것이라고 생각한다. 섹스는 그냥 강렬한 것이다. 섹스는 사람에게 일어날 수 있는 가장 격렬한 것들 중 하나다. 그러니, 그 어떤 이미지라도, '적절한 섹스'를 가지고 있는 이미지라면, 아주 강력한 이미지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적절하기만 하다면. 하지만 동시에, 섹스라는 것은, 이건 다들 인정해야 한다, 다들 섹스에 대해 농담하며 웃곤 하는 그런 '부드러운' 주제이다. 그러니 뭐가 되었든 재미있게 만들고 싶다면 섹스가 좋은 출발점이다.

    Truly Needy> 흥미로운 관점이다. 하지만 그래도 뭐랄까, 이제는 사람들이 좀 질려 하는 주제가 아닌지, 그렇게 생각해 본 적은 없는지? 내 말은, 대략 20년전 있었던 성적 혁명 이후로, 우리 모두 섹스의 홍수 속에 살아 왔지 않나. 최근에 가장 잘 나가는 외설은 '죽음' 아닌가 싶은데.

    Steve Albini> 죽음에 대한 집착은 멍청한 것이다. 대중 문화계 모든 곳에 죽음에 집착하는 사람들이 있다...

    Truly Needy> 섹스에 집착하는 사람들이 더 많을 텐데.

    Steve Albini>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섹스에 대해 얘기하길 꺼리게 만드는 것이 뭐든 있다면, 아마 사회적인 장벽일 것이다.

    Truly Needy> 잘 모르겠는데, TV만 틀어 봐도 많이 보이지 않나?

    Steve Albini> [Three's Company] 시트콤을 말하는 게 아니다. 그런 프로그램하고는 아무 관련 없다. Big Black 멤버 모두 그딴 프로그램하고는 아무런 관련도 없다. 내가 말하는 것은 우리가 만드는 문화/예술에 대한 것이다. 지금 하고 있는 것들 말이다. 섹스는 새로운, 거대한 터부 영역이다. 요새 사람들은 성차별주의자라고 불리는 것을 두려워 해 섹스에 대해 아예 한 마디도 말을 안 한다. 호모포비아 또는 동성애자라고 불릴까봐 무서워서 섹스에 대해 아무런 말도 안 하는 것이다. 멍청한 일이다. 지금이 무려 1984년인데 말이다. 섹스는 정말로 한 번쯤은 생각해 볼 만한 주제다... 사람의 인생에서 일어나는 다른 모든 것들과 다를 것이 전혀 없다. 거기에 섹스에다 신비로운 성질을 부여할 수도 없다, 무슨 "섹스에 대해선 말할 수 없어" 같은 거 말이다. 인간 실존에서 섹스를 떨어뜨려 놓는다는 것, 실제로 존재하지 않는 가상의 개념을 만들어내는 꼴이다.

    Truly Needy> 뭐랄까, "마약에 대한 노래를 부를 수는 없다, 왜냐하면 명백히 실제 사람들이 정말로 마약을 하고 다니기 때문에, 마약이라는 것은 삶의 일부이기 때문에" 같은 느낌인데.

    Steve Albini> 나는 마약에 대한 노래에는 전혀 반대하지 않는다. 내 입장은, 예술가에게는 그 어떤 책임도 없다는 것이다. 창작의 과정에 참여하는 사람이라면, 어떤 종류의 창작이더라도 관계 없이, 사전에 정해져 있는 제약 같은 것에 얽매여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어째서인가 하면, '진정한' 것은 언제나 그 어떤 종류의 제한도 없는 완전한 자유 상태에서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사람이란 자유롭게 달리고 싶어하는 성향을 타고났으며, 그렇기에 자유롭게 달려야 한다.

    Truly Needy> Big Black은 미국인들의 '나쁜 성향', 폭력적이고 섹스로 가득한 이미지 같은 것에 굉장히 집중하고 있는 것 같다. 특히 [Bulldozer] EP.

    Steve Albini> 섹스에 대한 이미지가 폭력만큼 많이 들어가 있지는 않은 것 같다. 폭력은 상당히 들어가 있지만, 섹스는 아주 적다.

    Jeff Pezzati> 나도 섹스가 그렇게 많이 들어가 있는지 잘 모르겠다... 좀 야만적인 부분이 있을 뿐이고, 미국 역사에서 실제로 일어났던 사건들에 대한 적당한 이야기 또는 묘사가 있다.

    Steve Albini> 바로 그거다.

    Jeff Pezzati> 실제로 일어났던 사건들에 대하여 거대한 성명서 따위를 만드는 것 보다는, 그 사실들을 그냥 가리키는 것.

    Steve Albini> 뭐랄까, 저널리즘 같은 부분이 있다. 아마 내가 어린 시절 뭔가 잘못된 교육을 받아왔던 탓일지도 모르지.

    Truly Needy> 그러니까 당신의 생각은, 대부분의 예술가들이, 스스로 하고 싶어하는 것을 못 하게 모종의 제약을 받고 있다는 말인가?

    Steve Albini> 대부분은 아예 뭘 하고 싶은지에 대해 생각도 안 한다. 이는 예술가들을 짓누르는 사회적 제약 때문이다. 사람들이 사랑 노래, 쓰레기같은 대중 문학, 한심한 감성팔이 시를 만드는 것을 보면, 이런 일들을 하는 이유는 그냥 이 사람들이 어릴적부터 '허용되는 방식의 예술'이 무엇인지에 대한 교육을 그렇게 받아왔기 때문일 뿐이다.

    Truly Needy> 그렇다면 누군가가 정말로 사랑에 빠졌기 때문에 사랑 노래를 만들 가능성은 없는 것인지?

    Steve Albini> 물론 그럴 수도 있다. 아주 가끔 일어나지만. 문제는 많은 사람들이 사랑 노래 같은 것만이 좋은 목표라고 생각한다는 것이다. 그런 일들이 너무 많이 일어나 모든 것이 무의미해지면, 그렇게 될 때 까지 10대스러운 사랑 노래 따위에 뒤덮이고 나면, 뭔가를 더 해보려는 노력 자체가 아예 쓸모없게 된다. 우리는 이미 무감각해져 버린 상태다. 하지만 동시에, 그런 것들을 가지고 뒤틀어서 클리셰에 대해 말한다면, 재밌어지게 된다. 아이러니를 강조하게 되는 것이다.

    Truly Needy> 당신이 직접 사랑 노래를 만들 가능성은 있다고 생각하는지?

    Steve Albini> 모르겠다. 나는 "좋아한다"라는 감정과 구별되는 "사랑"을 느껴 본 적이 없다. 항상 무언가를 좋아하기는 한다. 나는 내 여자친구를 정말 좋아한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앉아서 그녀를 위한 "좋아하는" 곡을 만들거라는 것은 아니다. 지금 여자친구에게 완전 푹 빠져있지만, 예전에 느껴 왔던 "좋아하는" 감정들과 특별히 다른 감정은 아니다. 뭐, 어쩌면 좋은 사랑 노래를 하나 만들 수 있을 지도 모른다. 하지만 최근에 나온 훌륭한 사랑 노래는 Buzzcocks 뿐이었다.

    Truly Needy> [Matter]지에 여러가지에 대한 불만을 기고했었던 적이 있는데...

    Steve Albini> 포르노에 대한 것 말인가?

    Truly Needy> 맞다. 아직도 그렇게 생각하는지?

    Steve Albini> 나는 포르노가 우습다고 생각한다. 포르노를 정말 좋아한다, 진짜 완전 웃긴다고 생각한다!

    Truly Needy> 물론 나는 검열에 반대하는 입장이다. 하지만 동시에, 몇몇 것들은, 물론 검열되지 않아야 하는 것이 원칙이지만 - 섹스와 폭력에 대해 묘사하는 매체는 사회에 영향을 주기는 하니까.

    Steve Albini> 나는 포르노가 사회에 미치는 영향이 하나도 없다고 생각한다. 포르노는 사회의 '결과'이다.

    Truly Needy> 영향이 없을 수는 없다.

    Steve Albini> 그렇게 말할 수도 있을 것이다. 내 개인적인 생각은, 포르노는 언제나 특정한 대상의, 특정한 대상을 위한 것이었다고 본다. 보다 넓은 대중에게 미치는 영향은 없는 것이다. 많아봤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포르노 잡지 전문서점에 가겠는가? 별로 없다. 모종의 이유로 포르노 잡지에 열광하는 몇몇 사람들만 그럴 뿐이다.

    Truly Needy> 펑크 록을 좋아하고 Yesterday & Today Records에 가는 사람들처럼.

    Steve Albini> 정확히 그렇다. 펑크 록이 사회에 미치는 영향이 없는 것처럼, 포르노 또한 그런 것이다.

    Truly Needy> Steve, 록 음악 저술가, 비평가, 음악가(Big Black)라는 세 역할을 동시에 수행하는 것에서 어떤 내적 갈등을 느끼거나 하지는 않는지?

    Steve Albini> 지금까지 나는 언제나 '비평가의 밴드'가 되지 않으려고 노력 해 왔다. 그런 낙인이 찍히는 것은 죽음의 키스를 받는 것이나 다를 게 없다. 그러니까, Lester Bangs(역주: 미국의 유명 록 평론가)의 밴드 따위에 대체 누가 진지하게 관심을 갖는단 말인가?

    Truly Needy> 아무도 안 그러지.

    Steve Albini> Big Black이 비슷하게 여겨진다면 정말 싫을 거다. 그렇게 하려고 만든 밴드도 아니고. 내가 가진 음악에 대한 관심들은 전부 동시에 발생한 것이다. 음악에 대해 글을 쓰는 것, 음악 팬이 되는 것, 음악을 연주하는 것, 이 모든 것에 동시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한 것이다. 멀리서 바라보다가 점차 음악을 연주하는 것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던가 하는 것과는 전혀 다르다. 그래서 나는 내가 쓰는 글과 내가 하는 음악을 최대한 떨어뜨려 놓으려고 애를 쓰는 편이다. 누군가에 대해서, 또는 무언가에 대해서 글을 쓸 때, 나는 내가 록 밴드에 속해 있으며 악기를 연주하는 사람이라는 사실과는 완전히 관계 없이 독립적인 관점에서 글을 쓰는 것이라고 분명히 하려 한다. 그리고 밴드에서 연주를 할 때에는 내가 글을 쓰는 사람이고 내 아이디어를 내뱉을 플랫폼이 따로 있다는 사실에서 완전히 떨어져 연주를 하려 한다.

    Truly Needy> 그렇다면, 어디서 영향을 많이 받았는지?

    Steve Albini> 그런 질문을 예전에도 받았었는데, 정말로 모르겠다. 그래도 내가 무슨 밴드들을 좋아하는지에 대해서는 말할 수 있다. 내가 정말 멋지다고 생각하는 밴드들에 대해서.

    Truly Needy> 처음 당신을 만났을 때 Iggy Pop이 당신의 인생을 바꿨다고 말했던 것이 기억난다. 아직도 그렇게 생각하는지?

    Steve Albini> 뭐, Iggy Pop, Ramones, Suicide를 들으며 고등학교 시절을 보냈었다. 고등학생 시절에는 가지고 있는 음반이 정말 몇 개 없었다. 학교를 몬태나 주에서 다녔으니까. 거기에선 음악을 구하는 것이 애초에 아주 힘든 일이었다. 뭐가 되었든지간에 새로운 음반이 보이면 좋건 안좋건 그냥 일단 구입했었다.

    Truly Needy> 그러니까, 시카고 출신이 아니군?

    Steve Albini> 아니다. 나는 어린 시절을 몬태나 주에서 살았다. 아주 어렸을 때 5년 정도를 워싱턴 DC에서 보내긴 했었지만.

    Truly Needy> 대학은 시카고에서 다녔던 것 아닌지?

    Steve Albini> 대학에 입학하면서 몬태나 주를 벗어났다.

    Truly Needy> 좋은 결정이었다. Big Black은 어떻게 만들게 되었던 것인지? 어디서 듣기로는 원래는 솔로 프로젝트였다고 하던데.

    Steve Albini> 뭐랄까, 솔로 프로젝트라기 보다는 밴드에 대한 아이디어였다. 처음에는 멤버가 아무도 없었지만. 나는 언제나 Big Black을 '밴드'로 생각했었다. 처음 1년 정도는 멤버가 나 밖에 없었지만. 멍청하게 들리겠지만 아무튼 이게 사실이다. 나는 스스로를 표현하는 예술가 개인보다는 밴드를 만들고자 했었다.

    Jeff Pezzati> 밴드 멤버를 이상한 방식으로 모집했었지, 내가 알기로는 너는 클럽에 아예 안 가니까.

    Steve Albini> 그렇지는 않아.

    Jeff Pezzati> 클럽에서 가장 좋은 멤버들을 구할 수 있다구.

    Steve Albini> 씬의 사람들과 어울리는 것이 아닐 뿐, 공연은 보러 항상 들락날락한다구. 공연이 있다면 클럽에 가지. 그냥, 파티 분위기를 못 견딜 뿐이야.

    Truly Needy> [Bulldozer] EP가 (여전히 노이즈로 가득하긴 하지만) 좀 더 소화 가능한 곡들을 수록한 것 같다. [Lungs] EP 보다는 뭐랄까, 비교적 '팝'에 가깝다고 해야 할까.

    Steve Albini> 나 보다는 Santiago Durango 덕분이다. Santiago는 기타를 연주할 줄 알고, 나는 모른다. 거기에 Santiago는 지난 몇 천 년 동안이나 곡을 만들고 연주해 온 녀석이다.

    Jeff Pezzati> 거기에 드러머도 있고. (역주: [Bulldozer]에는 Pat Byrne이 실제 드럼을 연주했었다)

    Steve Albini> 거기에 드러머도 있다.

    Truly Needy> 정말 좋은 드럼 머신을 가지고 있는데, 여기에 대해 뭔가 말해 줄 수 있는지?

    Steve Albini> 내 소유의 드럼 머신은 아니다. 최근 공연에서 쓰는 게 [Racer X]에서 쓴 것과 동일한 녀석인데, 사실 이 녀석은 Breaking Circus Steve Bjorklund 소유의 물건이다. Steve가 자기 음반을 만들고 있을 때 드럼 머신을 사용하는 것을 들어보게 되었는데, 스튜디오에 앉아서 굉장히 깊은 인상을 받고 있었다. 나랑 Steve랑 드럼 머신 종류는 똑같이 싸구려의 구린 모델이었는데, Steve가 가진 모델은 디지털 장비라는 차이점만 있었다. 우리가 이전까지 쓰던 내 모델은 아날로그 장비였고. 그런데 같은 싸구려라도 디지털 장비는 음향을 더 쉽게, 더 다양하게 조절할 수 있었다. 진짜 드럼 소리를 가지고 조작을 하는 방식이었고.

    Truly Needy> 드럼 머신을 쓰는게 드러머보다 더 좋아서 그런 건지, 아니면 그냥 편해서인지?

    Steve Albini> 순전히 편의 때문이다. 나는 실제 드럼 소리를 훨씬 더 좋아한다. 누구든지 작업에 완전히 몰두하는 진짜 드러머가 있기만 한다면 바로 밴드 멤버로 영입할 것이다. 하지만 그런 사람이 지금까지는 아예 한 명도 없더라. 하지만, 어찌 되었든지간에 결국 드럼 머신을 써야만 한다면, 드럼 머신에서 좋은 음향을 얻어내기 위해 최대한으로 노력할 것이다.

    Truly Needy> 방금 전 당신이 멋지다고 생각하는 밴드들을 말하기 직전이었는데, 흔해빠진 질문인 것은 알지만, 그래도 대답을 듣고 싶다.

    Steve Albini> Santiago나 Jeff는 또 다른 의견을 갖고 있을 거다. 하지만 어쨌든 나는 비명을 지르는 죽음의 노이즈, 정말 미친, 에너지로 가득 찬 음악들을 좋아한다.

    Truly Needy> "인더스트리얼"이라고 불리는 종류의 음악들 말인지?

    Steve Albini> 듣는... 물론, 그런 음악들을 정말 많이 듣곤 한다. 하지만 그런 음악들 대부분은 그냥 쓰레기라는 것이 문제다... 내가 좋아하는 노이즈 음악은, 흠, 16살짜리 하반신 마비 독일인이 만든 12인치 음반이 있었는데, 이름이 Tommy Stumph(역주: Tommi Stumpff가 맞는 철자다)였다. 정말 훌륭한 음반이다.

    Truly Needy> 오, 무슨 레이블에서 나왔는지? 구해서 듣고 싶은데.

    Steve Albini> Poison Records에서 팔았고, Connie Plank가 프로듀싱했던 음반이다(역주: [Contergan Punk]). 지금 시점에서 구하는 것은 불가능할 거다.

    Truly Needy> 강렬할 것 같은데.

    Steve Albini> Killdozer도 정말 좋다. 1티어 음반들.

    Truly Needy> The Feelies 곡을 커버한 적이 있는데.

    Steve Albini> The Feelies도 정말 좋아한다.

    Truly Needy> 다른 팝 밴드는?

    Steve Albini> Buzzcocks!

    Jeff Pezzati> 팝 밴드는 전부.

    Steve Albini> 좋은 팝 밴드들. The dB's의 초기 음반들도 멋지다. Kimberley Rew. Kimberley Rew도 멋지지.

    Jeff Pezzati> The Sound. 정말 훌륭하다.

    Steve Albini> 사람들이 다 The Sound에 아주 열광하는데, 나는 잘 모르겠다. 나는 거친 것들이 좋다. 단순히 거칠기 위해서만 거친 음악들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하지만, 어째서인지, 사람들을 거슬리게 하려고 작정하고 나서는 사람의 음악에는 엄청난 에너지가 있다. 그런 이유로 Suicide를 좋아한다. 사람들 표정을 찌푸리게 만드는 음악들. 그간 들어 본 Cabaret Voltaire의 음반들 전부 정말 훌륭했다. The Cravats도 정말 좋아한다. 언제 Yesterday & Today에 갔는데 좋아서 미쳐버리는 줄 알았다. The Cravats 싱글 전부가 있더라고!

    Truly Needy> The Fall은 어떤지?

    Steve Albini> The Fall 멋지지. 초기 음반들이 좋다. Bauhaus 초기 음반들도 훌륭하다. 특히 Bauhaus는 라이브 공연이 끝내줬다.

    Jeff Pezzati> 라이브 공연 대단했지. 곡은 한 2개 정도 좋은 곡들이 있었고.

    Steve Albini> Naked Raygun이 시카고에서 공연한 적 있었는데. 그날 밤 Naked Raygun 공연보다 좋은 공연은 없었을 것이다. Joy Division Magazine도 좋아한다. 동시에 야만적인, 잔학한 펑크 록도 좋아한다: Rudimentary Peni는 내가 언제나 가장 좋아하는 펑크 밴드다.

    Truly Needy> 이제 Big Black의 새 음반에 대해 말해 달라.

    Steve Albini> [Racer X]라는 이름이다.

    Truly Needy> Ruthless 레이블(역주: 80년대 시카고 펑크 밴드들이 만든, 명목상의 레이블)에서 나오나?

    Steve Albini> 돈은 전부 Dutch East India Trading에서 받았다.

    Truly Needy> 멋진데.

    Steve Albini> 어쨌든 Ruthless 레이블 이름으로 발매되긴 할 거다. Dutch East India Trading이 운영하는 레이블은 이름이 "Homestead"인데, 정말 멍청한 이름이다. 그런 이름의 레이블에서 음반을 내고 싶지는 않다... Naked Raygun이 곧 "Sand Pounder"라는 레이블을 만들 예정인데, 이 이름에 끌린 사람들이 자기 엉덩이에 모래를 처박고 찧으려고 몰려들고 있다...

    Jeff Pezzati> 그럴 순 없을걸.

    Steve Albini> 나한테 Dutch East India Trading에 연락할 기회가 생기면 "Homestead"대신 "LSR"이라는 이름을 쓰라고 제안할 거다. 그렇게만 해 주면 좋겠는데.

    Truly Needy> Ruthless가 없어질 예정인 것인지?

    Steve Albini> 꼭 그렇지는 않다. 하지만 Ruthless는 애초에 굉장히 작은 레이블이다.

    Jeff Pezzati> Ruthless는 그냥 수표에 서명할 수 있는 이름으로서의 용도일 뿐이다.

    Steve Albini> 아예 상업적으로 돌아가지 않는 레이블이다.

    Truly Needy> 그럼 어떻게 만들어진 레이블인 건지?

    Jeff Pezzati> "Psychedelic Marbles"라는 레이블을 만들면 Ruthless 만큼이나 커질 수 있을걸.

    Steve Albini> Ruthless는 돈이 한 푼도 없는 레이블이다. 그렇기에 권리도 하나도 없고. 그냥 밴드들이 모여서 만든 유령회사 같은 것에 가깝고, 밴드들이 수표에 서명할 때나 수표를 받을 때 적을 이름으로서 존재하는 레이블일 뿐이다.

    Jeff Pezzati> Ruthless 덕분에 "Homestead"같은 이름을 가진 레이블 명의로 음반을 내는 걸 피할 수 있었다.

    Truly Needy> Gerard Cosloy(역주: Homestead 레이블 운영진)가 좋아하겠는데...

    Jeff Pezzati> 이름 완전 별로라고, Gerard.

    https://youtu.be/UNKciTGdJL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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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http://reynoldsretro.blogspot.com/2008/04/big-black-interview-melody-maker-1987.html

    Big Black 인터뷰
    [Melody Maker], 1987년
    Simon Reynolds

    ...

    보컬 / 기타 Steve Albini는 말했다. "어쩌다보니, 나를 매료시킨 주제는 특정한 종류의 '상호작용'이었다 -- 누군가가 다른 누군가를 지배하려 드는 것, 극한으로 몰렸을 때 사람들이 내뱉는 표현들. 자라면서 배워 온 교육이나 도덕을 넘어 서 '충동'만을 따를 때, 어떻게 보면 자신에게 가장 솔직하게 되는 것이기도 하다. 내가 흥미를 갖는 주제는 그 정도로 가혹한 상황이나 현상들이다. 아직까지는 완전히 이해하고 있지는 않지만 말이다."

    혹시 잔혹한 현실이 보여 주는 무시무시한 임의성을 맞닥뜨림으로써, 그렇게 '매혹'된 것이 아닌지?

    "흠, 스스로가 무력하다는 것, 타인이나 자기 자신에 대한 통제력이 애초에 아예 없었다는 사실을 마주하고 받아들이는 것이, 안정으로 향하는 첫 걸음일 것이다. 자신의 삶을 자신의 손 안에 쥐고 있다고 생각한다면, 착각이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나는 잘못되어가는 것들의 '더러움'에 큰 흥미를 가지는 사람이다. 어째서인지는, 설명할 수 없다. 그냥 그렇다는 것만 말할 수 있을 뿐."

    통제가 불가능한 것들이 불러일으키는 혼돈 속에 모종의 즐거움이 있는 것일까? 아니면 혹시 우리의 신경이 이미 너무 닳고 닳아서 폭력적인 음악과 폭력적인 이미지를 통해서만 깨어날 수 있는 것일까? 뻔한 말이지만, 죽음의 존재가 우리를 좀 더 살아있다고 느끼게 만들지 않는가.

    베이시스트 Dave Riley가 말했다: "'폭력'이라는 단어를 들었을 때 나는 '피해자'를 생각한다. '공격성'에 대해 생각해보자 하면, 나는 강렬함을 떠올린다. Big Black은 강렬함에 대한 밴드이다."

    기타리스트 Santiago Durango가 말했다: "그리고, 그 강렬함의 정 반대에 위치한 것이 '무감각', '둔감'이다. 그 누가 무감각한, 둔감한 음악을 듣고 싶어하겠는가, 그 누가 그런 삶을 살고 싶어하겠는가? 내 개인적인 삶은 지루하고 평범하다. 그렇기에 이런 종류의 분출이 필요한 것이다."

    나는 Big Black의 마스터피스, "Kerosene"에 대한 내 나름의 감상을 전했다. 너무 지루해진 나머지 스스로를 불살라버리고 싶어하는 남자의 이야기는 어쩐지 Big Black에 대한 비유 같았다는 것. Big Black의 음악은 '관성'에 대한 극단적인 해결책, 스스로를 제물로 바치는 것과 같은 음악이다.

    Dave Riley: "꽤 멋진 해석이지만, 우리가 생각하는 "Kerosene"은 조금 다른 의미를 갖고 있다. 흔히들 이 곡이 한 여자를 윤간하고는 불태워 죽여버리는 내용의 노래라고 착각하곤 하며, 이에 대한 온갖 병신같은 편지를 많이 받아 오기도 했다. 하지만 이 곡은 미국의 작은 마을, 삶이 너무 지루해서 할 것이라고는 2가지 일밖에 없는 마을에 대한 노래이다. 가서 이런저런 온갖 것들을 그저 재미로 불태워버리는 것, 또는 마을에 있는 누구하고라도 자는 걸레와 계속해서 섹스하는 것. "Kerosene"은 이 두 가지 종류의 즐거움을 하나로 합치고자 하는 한 남자에 대한 노래이다."

    Big Black은 다른 사람들의 가장 극단적인 순간의 현실 - 광기와 죽음 - 을 자신들의 현실에서의 '탈출구'로서 이용하는 것 같다. 타인의 인생에서 일어났던 공포가, 그들에게는 일종의 망각이 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런 이미지들에 대해 점점 더 익숙해지고 무감각해지는 것이 걱정되지는 않을까? 이 수준의 충격을 유지하기 위해 계속해서 더 시끄러워지고, 더 공포스러워지기만 한다면, 끊임없는 나선계단을 오르다 결국 음악적 몰수 / 감각적 소진이라는 종착역에 도달하고 말 것이니까.

    Santiago Durango: "더 이상 할 수 없는 순간이 오면 활동을 그만 둘 것이다. 가지고 있는 돈을 다 쓰고, 예수 그리스도를 목격하고 나면, 그만 하는 거지."

    Dave Riley: "우리 자신의 음악에 무뎌지는 것은 딱히 큰 문제는 아니다. 무슨 몇 개월 동안 갈고 닦은 '안정적인 버전'을 계속해서 똑같이 연주하는 것 같은 게 아니니까. 곡에 익숙해지는 것은 좋은 일이다, 그렇게 되면 이제 즉흥연주가 가능해지는 것이니. 누군가는 언제나 새로운 것을 던진다..."

    Santiago Durango: "곡은 변수를 지정하고, 이 변수들 위에서 창조성을 발휘할 수 있게 된다."

    Big Black에 대해 내가 좋아하는 부분은 이들이 보여주는 폭력성 속에는 모종의 '평정심'이 있다는 것이다. 노이즈의 안개로 완전히 뒤덮인 음악이 아닌, 모든 것이 정교하게 짜여져 최대한의 충격을 주는 음악.

    Dave Riley: "나 또한 그런 부분이 마음에 들어서 밴드에 참여한 것이다 - 모든 것이 완전히 집중되어 있는 점."

    Big Black은 무능력한 소음 덩어리를 만들기 위한 밴드가 아니다. UK 노이즈 밴드들이 흔히 그러는 것과는 다르게, Big Black은 악기 연주나 작곡에 있어서의 '기교'를 딱히 두려워하거나 배척하는 것 같지 않아 보인다.

    Dave Riley: "기술을 익힌다거나 작곡 기법을 이해하는 것은 전혀 문제될 부분이 아니다. 중요한 것은 불필요한 기술과 이론을 없애고 필요한 부분만 취하는 것이지. 지식은 문제라기보다는 힘이다. 정말 중요한 것은 옳은 태도, 지식을 적재적소에 활용하겠다는 태도이다."

    Santiago Durango: "스튜디오 장비를 사용하는 법을 배우는 것도 마찬가지다. 스튜디오 또한 하나의 거대한 악기이니까."

    앞으로의 Big Black은 기타를 넘어선 다른 음향들도 활용할 것인지, 여러가지 노이즈 기법들 같은?

    Dave Riley: "흠, "Bad Houses"에선 신디사이저를 쓰긴 했었다. 초보적인 샘플링도 몇 번 했었고. 최근에 색소폰을 샀는데 아직 연주할 줄은 모른다. 보코더를 가지고 이것저것 해 보고 있기도 하고."

    Steve Albini: "뭐랄까, 나는 인간의 목소리를 싫어한다. 우리가 가진 아이디어 중 하나는 내 목소리를 최대한으로 변형시켜 믹싱 과정에서 다른 음향들에 파묻히게 만드는 것이다. 이 아이디어를 활용한 곡에서 지금 모든 음향을 보코더에 넣어, 내 목소리 또한 다른 악기들과 마찬가지로 합성된 느낌의 음향으로 만들어버리려 하는 중이다. 인간의 목소리라기 보다는 그냥 비트 위에서 늘어져 나오는 자음들처럼 들리게."

    Santiago Durango: "그래도 기타가 중심이 되긴 한다 - 이런저런 변형을 가하고 몇 가지 이펙트를 더하긴 하지만 - 그래도 기타가 가장 중요한 요소다. 어째서냐하면, 기본적으로 기타라는 것이 우리가 가진 좆의 연장선상에 놓여 있기 때문이다. 거기에, 우리는 우리 좆을 좋아하니까."

    Dave Riley: "우리는 좆병신들이다. 개자식들이지. 하지만 기타를 가진 좆병신이 기타 없는 좆병신보다는 훨씬 낫다."

    Big Black의 핵심은, 노이즈와 공포를 통한 초월에 대한 여러 멋져 보이는 이론들보다는, 이런 것이었다. 이들은 인간적으로 정말 괜찮은, 온화하고 부드러운 사람들이었다. 삐쩍 마른 안경잡이 청년들은 신이 선택한 컴퓨터 오퍼레이터 같은 느낌을 풍겼다... 우디 앨런 영화를 좋아하는 이런 청년들이 어떻게 무대 위에서는 완전히 딴 판인, 괴물 같으면서도 눈부신 죽음의 기계로 탈바꿈하는 것일까. 대체 무엇이 잘못되었는지?

    Santiago Durango: "우리는 모두 어린 시절 단 한 번도 '메인스트림'에 끼어들지 못했던 사람들이었다. 학교에서도 홀로 지냈고, 여자들과의 관계에서도 여러 문제를 겪어 왔다."

    Dave Riley: (히스테릭한 흉내를 내면서) "말했잖아 - 우리는 패배자들, 병신들, 불쌍한 인간들이라고!"

    록 음악가, 록 비평가, 팬 잡지 기자들에게 있어 전형적인 성장 과정처럼 들린다. 사실 누구든지간에 "난해한" 음악이나 "얼터너티브" 음악에 빠져드는 사람이라면, 비슷한 성장 과정을 거쳤으리라.

    Dave Riley: "그렇지, 다들 혼자 지내기를 좋아하는 '아싸'들이고, 남들보다 더 나은 사람이고 싶기를 원하겠지. 거기에 더해 어딘가에는 속하고 싶어할 것이고. 그러니까, 나는 살면서 만나왔던 사람들 중, 좋은 성장과정을 겪은 사람들 중에서는, 그 어떤 녀석도 친하게 지내고 싶다는 기분이 들지 않았었다고!"

    그러니 현실의 삶에서는 패배했던 사람들이 무대 위에서는 기이한 승리를 거머쥐게 되는 것이겠다, 록 노이즈를 통해 스스로 변모하면서 말이지.

    Santiago Durango: "Big Black이 없었다면 우리들의 삶은 훨씬 더 개판이었을 것이다. 밴드 활동을 안 했더라면, 실제로 Big Black 노래에 나올 만한 미친 싸이코가 되었을지도 모르는 일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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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teve Albini는 딱 팬 잡지 편집자 같은 외모의 사람이었다 -- 굽은 어깨, 잔가지처럼 삐쩍 말라있는 팔, 안경 너머로 보이는 어쩐지 강렬한 분위기. 미국 하드코어 씬의 찌라시 잡지 [Forced Exposure]에 기고했던 여러 글들로 악명을 얻기 시작했던, 심지어는 집단적인 괴롭힘까지 당하기도 했던 그였다. 매일 직장 (시카고에 있는 사진 수정 업체) 에서 돌아 와 전화기의 자동응답기를 확인하면 최소 2~3개의 구체적인 욕설이 담긴 새로운 메시지가 항상 있었을 정도로. 그는 이제는 [Forced Exposure]를 떠난 상황이었다. "사회적 저능아들을 위한 가이드"라는 제목의 기사가, 내용 중 90%는 다른 사람이 작성한 글이었음에도 불구하고, Steve Albini의 이름으로 [Forced Exposure]에 실렸던 사건 이후에.

    "그 기사는 그냥 병신글이었다. 나는 내 자신이 멍청하게 보여지는 것 따위는 별로 신경쓰지 않는다. 사실 그 누구보다도 나야말로 나 자신을 멍청해보이게 만드는 것을 제일 잘 할 것이다. 내가 열 받은 부분은, 프로페셔널한 작업이 이루어져야만 하는 곳에, 아마추어들이 전부 개판으로 만들고 다녔다는 점이다."

    Steve Albini는 미국의 노이즈 밴드들, Scratch Acid, Sonic Youth, Butthole Surfers, Swans, Live Skull 등 "노이즈 밴드들이 함께 일으키는 운동"이라는 개념에 대해 분개하기도 했고, 말도 안 된다고 거부하기도 했다.

    "뭐 맞는 말이다, '노이즈 밴드'들 모두가 서로를 알고 지내고, 다들 서로의 전화번호도 가지고 있고, 같은 클럽에서 공연하기도 하니까. 하지만 음악적으로 본다면, 앞에서 거론한 밴드들의 공통점은 전부 미국인이고, 일렉트릭 기타를 사용하고, 펑크 록에서 영향을 받았다는 것 빼고는 그 어떤 공통점도 없다. 이 세 가지 공통점보다 구체적인 것은 밴드들의 음악을 잘못 해석한 결과일 뿐이다. 이 밴드들 모두 같은 뿌리에서 나오긴 했지만, 방향은 제각기 굉장히 다르다."

    하지만 최소한 '노이즈 밴드'들이 의도하는 효과에 있어 비슷한 부분이 있지는 않은지? 뭐랄까, 소울이나 싱어-송라이터같이 관객들의 감각이나 정체성을 일깨우고 가치를 강화하려고 하는 음악가들보다는, 이 '노이즈 밴드'들은 대체로 '망각'을 추구하는 것 처럼 보인다. 노이즈와 공포를 활용하여, 스스로를 위험에 빠뜨림으로써.

    "흠, 물론, 이 밴드 활동이 관객들이 눈을 까뒤집고 현기증에 시달릴 때까지 도달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기는 하다! 마치 내가 친구랑 Ramones를 처음으로 들었을 때 처럼. 그 때 나랑 친구는 '씨발!'이라는 말 밖에 못 하는 상태였었다. 그게 처음이었다. 이 모든 것들의 시작이었지. 펑크 전에는 음악에 실망하거나 만족하지 못한 적도 없었다, 애초에 음악 자체를 많이 듣지 않았었으니까."

    ...

    Big Black을 만났을 때, 이들은 런던에서 새 LP(역주: [Songs About Fucking])의 A면을 녹음하고 있는 중이었다. 이 새 LP 발매 전, 지금으로부터 1주 또는 2주 후, [Headache]라는 멋진 이름의 EP도 발매 될 예정이었다.

    새 앨범에 대해 좀 더 말해줄 수 있겠는지, Steve?

    "새 LP의 곡들 중 하나는 "L Dopa"라는 곡이며, 1926년 미국에 퍼졌었던 기면성 뇌염 유행 (Sleeping Sickness epidemic) 에 대한 곡이다. Oliver Sachs의 [The Awakening]이라는 책에서 이 유행에 대한 이야기를 읽었는데, 저자가 바로 수면에 빠진 사람들을 깨우는 역할을 했던 의사였다. 몇몇 환자들은 1965년 말이 되서야 깨어나기도 했는데, 이들은 일어나서 이제 완전히 늙어버린 자신들을 마주했던 것이다. 생산적일 수 있었던 시기를, 전부 수면으로 보낸 것이다. 이렇게 늦게 깨어난 환자들은 자살을 시도하거나 안락사를 요청했었다고 한다. 이 환자들은 너무 심하게 좆된 상황에 처해, 자신들이 잃어버린 것을 도저히 견딜 수 없어, 그나마 남은 작은 것조차도 포기하고 완전히 끝내고 싶어졌던 것이다.
    "Bad Penny"라는 곡도 있으며, 이 곡은 당신의 인생에서 도저히 조용히 떠나버리지 않는 종류의 사람, 당신의 이름 아래에서 모든 것을 휘젓고 좆같은 상황을 계속해서 만들어대는 그런 사람에 대한 곡이다. "My Disco"라는 곡은 뇌에 이상을 갖고 태어난 자식을 가진 의사에 대한 실제 이야기를 바탕으로 만든 곡이다. 이 의사는 자신의 아이가 가지고 태어난 장애를 가지고 살아간다는 선택지를 포기하고는, 산부인과 병동으로 달려가 아기를 잡고는 바닥에 계속 내리쳐 끝내 죽여버렸다고 한다. 이 일화에서 가장 놀라운 점은 이 의사가 무기징역 정도의 형벌을 받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 의사는 악질적인 영아 살인 혐의에 대해 유죄 판결을 받았지만 감옥에서 대충 1년정도 되는 형기만을 보냈다. 그러니까, 어떻게 했는지, 이 의사는 가족의 일원이 되기에는 너무 멍청하고 못난 아기를 병원 바닥에 내리쳐 죽이는 행위가 그렇게까지 나쁜 행동은 아니라는 주장으로 배심원들을 어떻게든 설득했다는 것이다, 미친. '당신들도 비슷한 상황이었으면 나처럼 했었을 걸.' 정말 말도 안 되는 기이한 일이다! 이 의사가 이 모든 계획을 머릿속에 생각하고 정리하고 있는 장면을 상상해 보라, 간호사들을 때려 눕히고, 병원 복도를 이리저리 헤쳐 나가, 자기 자식을 잡고는 바닥에 내리치는 그 모든 계획을 머릿속으로 정리하고 있는 의사를 말이다."

    Big Black은 굉장히 다루기 힘든 것들, 영원히 변하지 않는 것들, 도저히 잊을 수 없는 것들에 대한 끔찍한 시를 만들고 있는 밴드이다. 이들의 음악은 거기에 담겨있는 이야기들과, 이 이야기들에 대한 대답을 담은 발악이다. 마치 강력한 마약처럼 그런 절망에 이끌리는 것이다.

    "그런 이야기들에 있어 중요한 것은, 그런 일들이 아주 가끔씩만 일어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누구라도 비슷한 일을 저지를 수도 있다는, 그럴 정도로 몰릴 수도 있다는 사실을 인정해야 한다. 나는 창작을 잘 하는 사람이 아니고, 그래서 실제로 일어난 이야기들을 활용하는 편이다. 하지만, 그런 이야기들을 찾아 보려고 딱히 열심히 노력할 필요도 없는 것이 현실이다."

    Big Black은 청자를 경외심으로 가득 채우려는 밴드이다. Big Black의 모순은, 이들은 청자를 추함과 모독의 진창에 던져놓지만 동시에 어떤 신성한 기분을 느끼게도 한다는 것이다. 그들이 가져오는 경험 앞에 나는 스스로 작아졌다는 느낌이 들었다. 공포의 아름다움, 아름다움의 공포 앞에서.

    공연에서, Steve Albini가 이빨로 기타를 연주하는 것을 보았을 때, 나는 내가 마침내 신을 보게 되었다고 생각했다.

    https://youtu.be/XF3zzFHItg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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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teve Albini 인터뷰
    [Melody Maker], 1992년
    Simon Reynolds

    ...

    어쨌든, Steve Albini와 만나게 되었다. "살아있는 전설"을 보기 위하여, 자신의 작품을 리마스터하기 위해 런던 북부의 Southern Studio에 방문해, 오늘 분의 8시간 작업을 마쳤던 그를. 이전에도 몇 번 인터뷰를 한 적이 있었지만, 만날 때마다 Albini가 얼마나 괜찮은 사람인지, 그의 음악에서 보여지는 뒤틀린, 광신적인 괴짜의 인물상과는 얼마나 다른 사람인지 새삼스럽게 놀라게 되었다. 현실의 그는 굉장히 친절한 사람이었다. Albini의 장점은 훌륭한 엄격함, 까다로운 기준에 의거한 생각, 바싹 마른 듯한 유머 센스, 세심한 솔직함, 비정상의 영역에 다다를 만한 고집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오늘 만남에서의 그는 '거절'과는 전혀 다른 표현으로 대화를 시작했다. 그는 내가 흡연자냐고 물어보았다. 어째서인가 하면, Albini는 흡연자와 대화하는 것을 더 좋아하기 때문이었다.
    "대체로 흡연자들이 좀 더 인내심도 있고 편견도 덜 했다, 비흡연자들에 비하면 말이지."

    Steve Albini의 음악을 다시 들어보자면, 그다지 편안하지는 않은 경험이 된다.
    "지난 5년간 Big Black 초기 앨범들은 전혀 들어보지 않았다. 그 초기작들은 굉장히 당혹스러운, 마치 고등학교 졸업사진을 전국적으로 인쇄해 뿌리려 했던 것 같은 느낌이 드는 앨범들이다."
    이 '당혹스러움'은 19살의 Albini가 이제는 더 이상 "드럼 머신 갖고 혼자서 병신짓 하는 것"을 그만두기로 했을 무렵부터 점차 사그라들었다. 그 이후, 1982년, 기타리스트 Santiago Durango가 합류했고, 곧 베이시스트 Dave Riley도 합류했다.
    "나 혼자 할 때는, 밴드와 함께 공연하고 작곡할 때 보다 훨씬 더, 타인의 양식을 따르고 타인에게 영향을 많이 받은 음악이었다."

    Steve Albini의 표현에 따르면 Big Black은 록 밴드가 어떻게 활동해야 하는가에 대한 신념을 넘어, 자기 자신들이 어떻게 활동해야 하는가에 대한 신념을 기반으로 활동했던 밴드였던 것 같다.
    "우리에게는 음악 산업 구성원들과 어떻게 대화하고 작업해야 하는지에 대한 우리 나름의 사상이 있었다. 내부적으로, 팀으로서 어떻게 일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도. 우리는 우리가 생각하는 '완벽한 록 밴드'의 청사진을 만들었고, 그걸 따르려 노력했었다."

    이들의 사상은 기본적으로 펑크 록에서 나왔던 믿음, "완전한 통제권"을 밴드가 가져야 한다는 믿음에 기반한 사상이었다.
    "우리는 실제 펑크 밴드들의 모습보다는 '펑크 밴드들은 이러했다'라고 알려진 모습들에서 더 많은 영감을 얻었다. 독립적이고 윤리적인 활동의 좋은 예시로 Fugazi를 들 수 있을 것이다. Fugazi가 매니저나 부킹 에이전트 없이 스스로 모든 결정을 내리는 모습을 보라. 그리고 우리 또한 모든 것을 스스로 했었다. 사실 생각보다 꽤 쉬운 일이었다."

    이 강렬한, 비타협적 이상주의는 1987년, 창조력이 최대점을 찍고, 비평가들의 반응도 최상이었으며, 대중적 인기 또한 가장 높았던 시점의 Big Black이 스스로 해체하는 것을 선택했을 때 정점을 찍었다. 해체의 핑계는 Santiago Durango가 가족과의 삶을 위해 변호사의 길을 걷기로 결정을 내렸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이 핑계 뒤에 숨어있는 진짜 이유는, Big Black 스스로 자신들의 급성장하는 인기로 인해 발생하는 문제들을 역겹게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그렇기에, Big Black은 록 음악 역사에서 냉혹하고 냉정한 사람들이 해 왔던 훌륭한 일, 바로 '인기를 막 얻기 시작할 때 스스로 밴드를 해체하는 것'을 택했다. Jane's Addiction 정도나 할 수 있었던 일이었다.

    "밴드의 인기가 높아지면서 여러 사람들이 우리의 명성을 이용하려는 수작을 부리기 시작했다. 우리가 가진 자만심이나 야망을 이용하려고 했고, 아니면 우리가 특정한 일을 하도록 강요하기도 했다. 이 모든 수작질을 끝낼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밴드를 그냥 해체하는 것 뿐이었다. 우리는 개인적으로 잘 모르는 사람 앞에서 공연을 하는 것을 단 한 번도 편하게 생각하지 않았다. 밴드를 끝낼 무렵이 되어서는 수백 명 앞에서 공연을 하는데 그 수백 명의 관객들 중 개인적으로 이야기를 나누고 싶은 사람은 3명도 안 될 정도였었다. 밴드의 초기 시절에는 관객들과의, 뭐랄까, 친밀함 같은 것이 있었었는데. 밴드의 인기가 커지고, 커뮤니티는 점점 넓어져 희석되어가고, 밴드가 선택할 수 있는 것은 두 가지 선택지 뿐이게 되는 것이다. 하나는 자신이 스타라는 것, 엔터테이너라는 것을 인정하는 선택지. 다른 하나는 관객들과 자신을 완전하게 분리하는 선택지. 우리가 택한 선택지가 두 번째였다."

    Steve Albini는 'Big Black이 음악계에 남긴 유산'에 대해 회의적이었다.
    "뭐랄까, Big Black 활동에서 가장 중요했다고 내가 생각하는 것은, 우리가 어떤 식으로 밴드를 운영했고 어떻게 밴드 활동을 했는지이다. 음악적으로 '무슨 노이즈를 내뱉었는가' 보다는 말이다. 나에게 있어 록 밴드에게 가장 덜 중요한 부분은 밴드의 스타일에 대한 것들이다. 정말 멋진 밴드라면 다들 제각기의, 일관된 스타일이 있기 마련이다. 하지만 동시에 그런 스타일을 낳게 한, 기본이 되는 어떤 '이상'도 있기 마련인 것이다. 안타깝게도 Big Black의 영향을 받았다고 보이는 밴드들은 전부 피상적인 부분만 따라하고 있을 뿐이다."

    Steve Albini에 따르면, 그런 식으로 피상적인 물질만을 취하고 그 속에 담긴 정신은 신경쓰지 않았던 모방자들로는 Godflesh와 비슷한 그라인드코어 밴드들부터 "디스코-인더스트리얼 밴드 대부분"(Wax Trax! 레이블 등등)이 있다. 반대로, 좋은 예시는 별로 못 보았다고 말한다.
    "우리와 비슷하게 생각하고 행동하는 몇몇 밴드들이 있지만, 나는 '그 밴드들이 바로 우리의 영향을 받은 거다'라고 말하는 건 상당히 주제 넘는 발언이라고 생각한다. Fugazi도 있고, 이들 말고도 몇몇 작은 미국 밴드들이 음악 산업계와 얼터너티브 씬으로부터 완전히 독립적인 방식으로 활동하고 있다.

    Big Black이 이상주의자라, 이들의 가사가 가혹할 정도로 허무주의적인 내용으로 점철되어 있다는 점을, 지배와 복종의 역학관계에 종속되어 있는 인간의 삶을 그려내고 있다는 점을 생각한다면, 좀 이상하게 들릴 수도 있을 것이다.

    "Big Black에 대해 얘기하면, 나는 우리의 동기, 그리고 우리의 작업 윤리에 대해 생각한다. 많은 사람들이 Big Black의 가사에 너무 큰 관심을 준다. 밴드의 가사는 사실 사족에 불과했다는 내 말은 농담이 아니다. 그냥 어쩌다 보니 그 시절의 우리가 관심을 가졌던 주제가 그런 것들이었을 뿐인, 우연의 결과이다. 우리는 이런저런 것들을 박탈당한, 평범한 미국 중산층 출신이었고, 당시 많은 사람들이 그러했듯이, 그런 박탈에 대한 반작용으로 죽음과 여러 괴물같은 끔찍한 일들에 집착하고 있었을 뿐이었던 것이다. 그런 주제들이 어느 정도는 보편성을 갖고 있다고 생각은 한다. 사드 후작 또한 비슷한 주제를 깊이 탐구했던 사람이었다. 사실 솔직히 말하자면 사드 후작의 세계관에 내가 동의한다거나 비슷하게 세상을 바라보고 있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그런 식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그런 주제를 탐구하는 것이, 뭐랄까, 재미있는 일인 것은 맞다고 생각한다. 그런 생각의 연장선에서 Big Black의 가사가 나온 것이다. 당시의 나는 겉으로 보기에 정말 말이 안 되는 극단적인 행동들, 그런 행동들을 불러일으킨 동기가 대체 무엇인지에 대해 상상하는 것을 즐겼었다."

    Big Black은 낭만주의적인 접근에 반대하던 밴드였고, 이는 [Songs About Fucking]의 라이너 노트에 써져 있는,
    "사랑 노래를 만들지 않는 모든 밴드들에게 바친다"라는 경의의 표현에서 여실히 드러난다. 마치 미래파 예술가들이 주장했었던, 누드화는 이제 단물이 다 빠져 낡아빠진, 감상적이고 나약해 빠진 표현 양식이라는 선언과 비슷하다.

    "가끔, 사랑 노래들에 대한 나름의 의견을 가지고도 얻어맞지 않은 사람이 있긴 하다. 하지만 어쨌든지간에 그렇게 작은 카테고리에 90% 정도의 팝 음악이 낑겨 들어가 있다니. 개인적으로 사랑 노래는 그렇게 많은데 어째서 쓰리 쿠션 당구에 대한 노래는 하나도 없는지, 이해가 안 된다. 쓰리 쿠션 당구야말로 사람이 할 수 있는 가장 아름답고 우아한 행위 중 하나인데 말이다. 박제라던가 플라이 피싱에 대한 노래는 또 왜 없는 건지. 세상에는 사람들이 만족을 위해 하는 행위들이 정말 많이, 다양하게 있다. 그냥 성기를 문지르는 것 말고도 말이다."

    1987년, 포스트-하드코어 및 노이즈-호러 밴드들이 그 동안 보여주었던, 실제로 일어난 끔찍한 이미지들에 대한 집착은 종언을 고했다. 더 이상 더 큰 충격을 줄 수 있는 방법이 없었고, 더 고통스러운 노이즈를 만들 수 있는 방법도 없었던 것이다. 그렇게 '끔찍함의 미학'은 사그러들었다 (최근에서야 그런지 열풍과 함께 다시 돌아오기는 했다). 1987년, 사이코패스와 연쇄살인마에 대한 집착은 그냥 아주 평범한 클리셰, 상투적인 이야기가 되어 버렸던 것이다.

    "어느 정도는 동의한다, 하지만 그런 주제들은 사실 꽤 오래된 역사를 가지고 있다. 블루스라던가 애팔래치아 산맥 쪽 '머더 발라드'(murder ballad) 같은 것만 보더라도 말이다. 나는 Big Black이 그런 이미지들에 집착까지 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하지만 Big Black이나 동료 밴드들을 따라하는 밴드들, 그 모방자들은 "자 이제 '불쾌한' 것들에 대해 곡을 써 보자고"같은 생각만 하고 활동을 했고, 그렇게 이 미학은 스스로 아주 빠르게 불타 없어지게 되었다."

    때때로 하드코어 밴드들이 연쇄살인마를 궁극적인 영웅, 아웃사이더 영웅으로 떠받드는 것 처럼 보이기도 한다. Steve Albini Big Black이 그런 "밑바닥"들이나 사이코들에 경의를 표하거나 한 적은 한 번도 없었다고 말한다. 하지만, "Kerosene"같은 곡의 주인공(작은 마을에서 살아가는 남자가 지루해 죽을 것 같은 나머지 방화의 쾌락과 동네 걸레를 따먹는 즐거움을 하나로 합쳐 스스로를 망가뜨리는 카타르시스를 느끼려는 내용)이나, "Power of Independent Trucking"의 주인공(다 좆까라는 태도의 레드넥 떠돌이)같은 인물들은 조금은 인상적인 인물상으로 그려지고 있기는 하다. 이 인물들의 실행력은 거의 영웅적일 정도이다, 생각한 것을 바로 결정하고, 그 후 곧바로 행동으로까지 이어지는 결단력.

    "그런 주제들에 대해 내가 흥미를 가졌던 부분은, 실제 이야기들을 깊게 탐구하다 보면 등장하는 말이 안 되는 모순, 어이없는 강박이었다. 나는 그런 인물들이 일반적인 사람들과 얼마나 크게 다르지 않은지, 사실상 거의 비슷한 사람이라는 것을 발견하고 보여주고 싶었다. 모든 사람들이 다 그 정도로 극단적인, 모순적인, 말이 안 되는 행위를 저지를 수 있는 사람들이라는 것이다. 특정한 조건만 주어진다면."

    Big Black은 청각적 극단에 도달하기 위해 노력하기도 했었다. 한때 Steve Albini는 오른쪽 귀의 청력을 잠시 잃었는데도 불구하고 밴드의 음악이 아직 충분히 시끄럽지 않다고 말하기도 했었다. 그는 여전히, "좋아하는 밴드의 공연을 볼 때 나는 그들에게 압도당하기를, 나를 완전히 붙잡고 꼼짝도 못하게 해 주기를, 구토를 유발하기를 바란다."

    여러 청자들은 이런 사디즘-마조히즘 미학, 그리고 그 뒤에 숨겨져 있던 마초이즘 및 여성혐오 사상의 파탄이 Steve Albini의 다음 밴드, Rapeman에서 본색을 드러냈었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하지만 Albini는 안타까운 결말을 맞이했던 밴드 Rapeman을 둘러싸고 있는 격렬한 반응에 대해 아직까지도 그다지 큰 신경을 쓰지 않고 있었다 (그건 그렇고, Albini는 Rapeman의 음악을 Big Black보다 더 낫다고 여기고 있었다!). Albini는 그런 반응을 영미권의 망가질대로 망가진 좌파 진영이 보여 주는 무조건반사적인 반응이라고 여기며 넘기고 있었다.

    "Rapeman이나 Big Black이 여성혐오적인 밴드라고 생각하는 것 자체가 완전히 오도라고 생각한다. 두 밴드의 노래들은 전부 페르소나에 불과했다. 곡에 등장하는 한 페르소나가 어쩌다 보니 성차별주의적 돼지새끼였다고 해도, 그 사실이 실제의 내가 가지고 있는 사상이 정말로 성차별주의라는 결과로 연결되느냐 아니냐는, 완전히 별개의 문제다. 하지만 이런 논리적 비약은 언제나 일어나는 일이기도 하다. 파시즘에 대한 찬동, 성차별주의, 마초이즘 등등에 대한 비난은 우리가 활동하던 씬 보다는 헤비 메탈계에 더 적당할 것이다."

    Rapeman 이후 Steve Albini는 프로듀서로써 굉장히 성공적인 경력을 쌓고 있다. 하지만 그는 '프로듀서'라는 개념에 대해서는 좋지 않게 보고 있었다. "개인적으로 '프로듀서'라는 단어는 '깜둥이'나 '똥꼬충'같은 단어들과 기본적으로 다를 바가 없다고 생각한다. 완전히 멸칭이며, 내 사고방식, 삶의 방식에 있어, 말도 안 된다고 생각하고 혐오하는 표현이다." 그의 주장에 연관지어, Albini가 자신만의 기술로 마감해 온 밴드들의 목록은 엄청나다: "거물"들, Wedding Present, Breeders, Pixies 등등에서부터 수없이 많은, 마이너한 포스트-하드코어 밴드들 (대부분이 돈 보다는 애정에서 진행된 프로젝트들이었다. The Jesus Lizard 처럼) 까지. 최근에는 Silverfish의 작품을 손보았다.

    Steve Albini는 오랫동안 여러 불평불만들과 (훌륭한) 소설을 유명한 미국 팬 잡지 [Forced Exposure]에 기고해 왔었다. 최근 그는 "Eyewitness Record Reviews"라는 이름의 칼럼을 쓰기도 했었다. 이 칼럼의 아이디어는, Albini가 직접 제작 과정에 참여했기에 정말로 해당 음반에 대해 잘 아는 사람의 입장에서 쓰는 유일한 리뷰라는 것이었다. Albini의 요청, '자신을 앨범 크레딧에 올리지 말아달라'는 요청을 무시한 밴드들에 대해서만 썼던 이 칼럼은, 음악과 그 뒤의 인물들에 대한 독설로 가득한 의견과 함께, Albini가 프로듀싱 과정에 대해 실제로 청구한 금액으로 끝을 맺는 글들이었다.

    Steve Albini는 또한 언더그러운드 록 음악계의 현 상태에 대해서도 날카로운 의견을 가지고 있었다.
    "6개월 전만 해도 나는 지금 언더그라운드 음악계가 완전 밑바닥으로 떨어졌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하지만 최근 상당수의 새로운 밴드들이 등장했고, 나는 록 커뮤니티가 상당히 발전하고 있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그가 뽑은 주목할 만한, 새로운 물결이라 불릴 만한 것들로는 Drag City같은 독특한 레이블들, 그리고 "정말로 독립적인" 인디 밴드들, Arc Welder, Shorty, The Dijdits, Slint, The Jesus Lizard, The Idiot 등등이 있었다.

    "Nirvana의 성공으로 인해 음반 산업계가 미친 듯이 이것저것 아무거나 사 모으기 시작했다. 이런 '열풍'은 한편으로는 나쁜 일이다. 몇몇 좋은 밴드들이 경제적 문제로 메이저 레이블과 계약하려 할 것이고, 이 계약이 결국에는 그 좋은 밴드를 망칠 것이니까. 하지만, 다른 측면에서 본다면, 오히려 좋은 일일 수도 있다. 이 열풍으로 인해 진짜 병신같은 밴드들 한 트럭이 없어지게 될 것이니까 말이다. 메이저 레이블과 계약한 밴드들은 일반적으로 18개월이 지나면 없어지게 된다. 1년간 왕처럼 떠받들어지고, 그 후 앨범이 나오고, 앨범은 판매량 예상치를 하회하는 성적을 보이고, 그 후 6개월을 지옥에서 보내게 된 후, 밴드를 해체하고 끝나는 것이다. 하지만 몇몇 밴드들은 메이저 레이블과 계약하는 것이 멍청한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 The Jesus Lizard가 좋은 예시일 것이다. 이들은 접근해 온 메이저 레이블에 좆까라고 말하고는 거절했다 (역주: The Jesus Lizard는 1995년 메이저 레이블인 Capitol과 계약했고, 1999년까지 활동하다 해체하였다). 그리고 나는 이런 밴드들이야말로 앞으로의 미국 음악계의 기반이 될 거라고 생각한다. 지금은 좆같은 상태가 맞다, 그리고 당장은 더 병신같은 일들이 많이 일어 날 것도 맞다. 수많은 인디 레이블들이 메이저 레이블들과 터무늬없는 계약을 맺을 것이고 곧 박살날 것이다. 하지만 결국에는 굉장히 좋은 미래가 찾아 올 거라고 본다. 결국에는 메이저 레이블들이 인디 레이블을 흡수하고 박살낼 이유 자체가 없어지게 될 것이고, 스스로 떼돈을 벌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는 나약한 밴드들은, 사라지게 될 것이다."

    Steve Albini는, 마음 속을 찌르는 후회와 함께, 다시 한 번 음악 씬에 뛰어들려고 열심히 노력 중이라는 것을 인정했다. "단 하루도, 밴드에 속해 있었던 날을 그리워하지 않은 적이 없었다. 밴드 활동을 한다는 것 자체가 정말 행복한 일이다. 하지만 동시에, 현재 음악 씬에 부족한 것이 한 가지 있다면, 바로 '절제'라고 생각한다. 다들 음반을 계속해서 끊임없이 쏟아내고 있으니 말이다."

    대신 Steve Albini는 몰두할 만한 새로운 일을 찾았다: 쓰리 쿠션 당구. Albini에 따르면 쓰리 쿠션 당구는 거의 선불교 수행에 필적할 만한 규율과 집중력을 요구하는 게임이다. "록 음악이라는 즉각적인 즐거움에 익숙한 사람이라면, 쓰리 쿠션 당구를 해 보고 나면 스스로 굉장히 겸손해질 것이다. 특정한 기술을 시도하면 성공하거나 실패하거나, 둘 중 하나다. 용서라는 것이 없는 승부다. 지금의 나는 국제대회 수준의 사람과 어느 정도 게임이 가능한 수준이다. 하지만 정말 잘 하려면 50년을 해도 모자랄 것이다. 나는 이제 29살이고, 당구를 시작한 지 고작 3년밖에 안 되었다."

    https://youtu.be/UegitO6q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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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antiago Durango / Steve Albini / Dave Riley



    2021/08/20 10:4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