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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Land of Lurches
    [...]/[Kevin Drumm] 2023. 7. 30. 11:15


    https://youtu.be/4McQmtLx0HA
    "Hitting The Pavem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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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https://www.furious.com/perfect/kevindrumm.html


    Kevin Drumm 인터뷰
    Jason Gross
    [Perfect Sound Forever]
    1998년 4월


    가끔은 순전히 '미스테리'의 매력만으로도 호기심이 생겨나는 법이다. 거의 아무런 정보 없이 시카고 기타리스트 Kevin Drumm의 CD [Kevin Drumm]를 듣고난 후, 그에 대해서 더 많은 정보를 찾아내야만 하게 되었다. 편집이나 오버더빙 없이 이렇게까지 훌륭한 음향을 만들어내는 이 남자는 대체 누구란 말인가? 그는 Gastr Del Sol, Arnold Dreyblatt, Phill Niblock 등등 다양한 음악가들과 함께 협업한 경력을 가진 사람이었다. 하지만, 그 무엇도 Kevin Drumm가 음향, 노이즈, '사고'(accident)를 다루고 조정하는 방식, 미친 것처럼 날아다니다가 스스로를 방해하기도 하면서 등장한 직후 곧바로 사라져버림에도 불구하고 실제로는 자신만의 논리를 가지고 있는 그의 음악만큼 인상적이지는 않았다 - 아이디어와 가능성으로 넘쳐흐르는, 전자음 실험의 놀랍고 황홀한 청취의 경험. 이런 음악을 접하게 되면, 그 음악을 만들어 낸 창조자에 대해 반드시 더 알아내야만 하는 것이다.


    Jason Gross> 음악을 시작하면서 특별히 큰 영향을 받은 사람이 있는지?

    Kevin Drumm> 딱히 없다. 나는 뭐랄까 어둠 속에 나홀로 있던 사람이었다. 여러 이름들을 들어는 보았지만 그 이상으로는 잘 몰랐다. Hans ReichelHugh Davies라는 음악가가 존재한다는 사실, Free Music Production의 카탈로그, 후기 AMM등을 알게 되면서 세상이 꽤 괜찮은 곳이구나 라는 느낌을 받았었다...
     하지만 그런 음악들에서 실제로 영감을 받았다거나, 그런 음악들과 같은 방향으로 가겠다는 영향을 받았다거나 했던 것은 아니었다. 나는 매일 만나는 사이지만 음악하고는 상관 없는 사람들에게서 영향을 받았다. 내가 뭘 하는지에 대해서는 거의 아무것도 모르지만 매일마다 만나는 지인들에게서 영향을 받았고, 거의 항상 그랬다.

    Jason Gross> 기타 연주는 언제부터 시작했던 것인지?

    Kevin Drumm> 꽤 되었다, 하지만 '프리페어드 기타'(prepared guitar)를 하게 된 것은 1991년인가 1992년부터였다. 그리고 그 때의 나는 바깥 사람들이 뭘 하고 있는지를 아예 몰랐다. M.I.C.(Music Institute of Chicago)에서 Hugh Davies를 들어본 경험이, 음악을 계속 이어나갈 원동력을 주었다. Hans Reichel 또한 초기에 영향을 주었던 사람이었다. 나는 대학에서 음악을 배우지 않았다. 하지만 나 혼자서, 스스로 상당한 시간을 들여 연구하기는 했다.

    Jason Gross> '연구'라는게 무슨 뜻인지?

    Kevin Drumm> 어쩌면 '연구'라는 표현이 잘 맞지는 않는 표현일지도 모르겠다. 그냥 단순히 음악을 듣는 것을 넘어선 여러가지를 하며 시간을 보냈다고 해야 할까. 나는 다른 사람들이 뭘 하는지에 대해 항상 궁금해 했었고, 누가 무엇을 하는지, 그걸 어째서 하는지에 대해 관심이 많았다. 다른 사람들이 (음악적으로) 하는 것들을 받아들이고, 그냥 단순히 음악을 듣는 것을 넘어서 무엇을 할 수 있을지를 보는 것. 예를 들어보자면, Tony Conrad. 그의 음악은 단순한 바이올린 드론 이상의 무언가이다. "그래, 그렇다면, 그 이상 뭐지?" 그런 것들 말이다.

    Jason Gross> 프리페어드 기타 작업들은 어떻게 하게 된 것인지?

    Kevin Drumm> 1992년 후반 ~ 1993년 초반 무렵 나는 프리페어드 기타를 가지고 공연을 하기 시작했으며, 즉흥 음악들, 특히 유럽 쪽의 즉흥 음악들에 푹 빠져 지냈다. 1994년부터 1996년까지는 Ken VandermarkSteve Butters와 함께 Signal To Noise라는 밴드를 결성해 함께 연주하기도 했다. 몇 개의 녹음을 했었지만, 단 하나도 발매되지 못했다.
     이 음악들은 전부 즉흥 음악들이었다. Ken Vandermark가 기획한 프로젝트였지. 즉흥 음악이라는 것들이 전부 그렇듯이, 이 프로젝트 또한 될 때는 괜찮게 뽑혔고 안될 때는 별로였었다. 프로젝트가 끝나갈 무렵 나는 보다 더 '편곡'이 된 것들을 하고 싶어졌다 - 아주 단순한 수준의 편곡들, 그러니까 '미친 사람처럼 연주하지는 않고 있다가 미친 부분으로 넘어가자... 천천히 말이야' 같은 정도의 편곡을. 하! 하지만 Ken Vandermark는 굉장히 바쁜 사람이었고 멤버들이 한 자리에 모여 아이디어를 교환해 보는 기회조차도 갖기 어려웠다. 프로젝트가 시들어가고, 그 누구도 (멤버들 자신들까지도) 신경쓰지 않는 것 같아 보이는 수준이 되어버렸지만, 나는 이 프로젝트를 정말 좋아했었다.

    Jason Gross> 다른 밴드에 속했던 적은 있었는지?

    Kevin Drumm> 1996년부터 1997년까지 Corinne이라는 3인조 밴드에서 연주하기도 했었다. CorinneSignal To Noise와 비슷한 밴드였는데, 한 가지 다른 점은 여기에서는 즉흥연주보다는 편곡된 음악을 연주하기 시작했다는 부분이었다. Corinne은 굉장히 합이 잘 맞기 시작해서 더 이상 편곡 같은 것이 필요하지 않을 정도가 되었었다 (작곡과 즉흥연주 사이의 아주 얇은 경계선에 대해 잘 알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러다가 우리는 우리가 입으로는 5~6개의 곡이 있다고 주장하면서 실제로는 2~3개의 곡을 반복해서 연주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아 버렸다. 이 밴드는 Michael Colligan(클라리넷, 색소폰 등등), Matt Weston(드럼)으로 구성되어 있었다.

    Jason Gross> 솔로 앨범들을 시작하기 전까지는 어떤 작업들을 했는지?

    Kevin Drumm> 1994년부터 1996년 초반까지 나는 Myopic이라는 장소에서 즉흥 음악 시리즈를 기획했었다. 정말 많은 사람들이 참여했었다. 대부분은 시카고 사람들이었고. 이제는 거의 4년이 되어가는 시리즈이며, 시카고에서 거의 주목받지 못하는, 숨어있는 음악계라고 말할 수 있겠다. 상당히 알려져 있다고 말하고 싶지만, 실제로는 "면상에 직격으로 떨어지는" 즉흥 음악의 미학을 적극적으로 수용해버린 덕분에 그다지 좋지 않은 취향의 품질을 입에 머금는 경험을 하는 걸 좋아하는 소수의 영혼들만이 남아있게 된 곳이다.
     Evan Parker, Mats Gustaffson, Hamid Drake, John Butcher, Hans Reichel 및 수없이 많은 시카고 음악가들과 함께 즉흥연주를 했었다. 이게 내가 해 왔던 즉흥 음악의 거의 전부이다. 즉흥연주를 하는 건 아직도 좋아하지만, 몇 년 전만큼 관심을 갖고 있는 것은 아니다.
     나는 더 앞으로 나아가고 싶었다. 몇 년 전인가, 1995년인가에 나는 1주일에 3~4회의 공연을 하면서 지냈다. 테이블탑 기타(역주: tabletop guitar, 테이블 위에 올려놓고 연주하는 형태의 기타) 공연이 대부분이었다 - 시카고에서나 있을 수 있는 공연들이었지. 그래서 뭐랄까, 좀 지쳐버렸다. 적어도 지금은.

    Jason Gross> Gastr Del Sol 하고도 연주했었는데 - 여기에 대해서 말해줄 수 있을지?

    Kevin Drumm> Gastr Del Sol 공연에도 참여했었고 음반에도 참여했었다. Gastr Del Sol의 앨범들은 훌륭하다. Jim O'RourkeDavid Grubbs는 훌륭한, 잘 작동하는 콤비였다. 몇 번의 비정기적인 공연들에 참여했었고, Tony Conrad의 영화 음악에도 참여하고, Phill Niblock의 기타 작품도 연주하고, 몇 곡들을 즉흥으로 연주하기도 하고 등등.

    Jason Gross> Arnold Dreyblatt과의 관계는 무엇인가?

    Kevin Drumm> 1997년에 Arnold Dreyblatt의 공연에 참여할 수 있었던 것을 자랑스럽게 생각한다. 누군가 나에게 Arnold Dreyblatt에 대해 말해줬었고, 나는 어쩌다가 우연히 음반점에서 [Nodal Excitation]을 발견해서 들어보았고 곧바로 사랑에 빠졌다. Jim O'Rourke가 그를 시카고로 불러 오려 했고, Arnold Dreyblatt가 제안을 받아들여 방문했으며 어쩌다 보니 나 또한 그의 밴드에 속해 공연에 참여할 수 있었던 것이다.

    Jason Gross> 앞으로는 어떤 프로젝트를 하고 싶은지?

    Kevin Drumm> 여전히 기타 연주를 좋아하고 있으며, 그래서 좀 더 기타 연주를 해 볼 생각이다. 앞으로 발매될 앨범들에서도 어쩌면! 일본 기타리스트 스기모토 타쿠(杉本 拓)와의 스플릿 CD가 곧 발매될 예정이다. Jim O'Rourke의 새 레이블에서도 2개의 오르간 연주를 담은 앨범이 나올 것이다. Phill Niblock이 조만간 발매할 새 앨범에서 기타를 연주하기도 했는데,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작업이다. 그의 음악은 정말 훌륭하다. Jim O'RourkeRaphael Toral이 연주한 버전을 몇 년 전에 들어봤었는데, 정말 아름다웠다. 정말로... 활기찬 음악이다.
     즉흥 음악을 하는데 상당히 많은 시간을 보냈으며, 이제는 즉흥 음악의 몇몇 부분에 있어 좀 실망했다. 여러가지를 하고 있지만, 즉흥 음악은 거의 안 하고 있다.

    Jason Gross> 계속해서 그 '실망'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는데,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인가?

    Kevin Drumm> 내가 말하고 있는 그 '실망'은 단순하게 설명하긴 어려운 일이다. 즉흥 음악이라는 영역에 어떻게든 끼어드는데 성공했지만 동시에 즉흥 음악이라는 것과는 사실상 아예 관련이 없기도 한 온갖 것들에 대한 실망감이다.
     예를 들어보자면: 즉흥 음악이라는 주제에 대한 온갖 다양한 태도들은 정말 많은 종류의 '적대자'들의 관점을 포함하는데, 즉흥 음악을 정치화하려는 사람들, 지적인 것으로 만들려는 사람들, 참여한 후 비난하는 사람들, 자신들이 설교하고 다닌 것을 결코 스스로 실천하는 법이 없는 순수주의자들, 해외로 어떻게든지 나가서 페스티벌 기획자들과 온갖 잡담을 떨어대어 "돈이 되는 리스트"에 이름을 올리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안타까운 멍청이들, 다른 부수입원을 찾아내자마자 마치 자기는 예전부터 항상 그랬다는듯이 여기저기에다 "헛짓거리다"라고 외쳐대는, 페스티벌들의 명백한 수혜자들(표준 수수료보다도 더 적은 돈을 주는 '돈줄'의 손은 절대로 물지 않으면서 다른 사람들에게만 입을 털어대는 사람들이다)까지. 그리고 마지막으로, 이 모든 것들이 얼마나 무의미한지를 나 스스로 깨달아버린 것 까지도.
     나의 이런 '실망'은 개인적인 태도 및 관점과도 관련이 있다. 어쩌면 스스로 내면을 꼼꼼히 들여다보고 분석하기 전까지는 말을 아끼는 편이 더 좋을지도 모르겠다. 기본적으로 말이다. 나에게는 그냥 즉흥적인 음악일 뿐이다. Myopic 정도에서 끝내는 편이 제일 좋다. 무료 입장으로, 알 만한 사람들만 입소문으로 찾아오는, 그 정도에서...

    Jason Gross> Perdition Plastics 레이블에서 발매한 솔로 CD에 대해서 이야기해 줄 수 있을지?

    Kevin Drumm> 한동안 연주해 온 것들이며, 그냥 이쯤 하면 앨범으로 내 볼 만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던 것들이다. 원래는 내가 직접 바이닐로 발매하려고 했는데, Perdition Plastics의 Kurt Griesch가 테이프 하나만 발매해 달라고 부탁해 와서, 나 또한 관심이 생겨 그 쪽으로 가게 되었다. 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고 생각했다.

    Jason Gross> 실제로 '프리페어드 기타'를 준비하는 과정이 어떤지? 당신만의 기법이 그간 발전한 부분이 있는가?

    Kevin Drumm> 보통 나는 'prepared'라는 표현을 하지 않는다. 'Prepared'라는 말은 '실험적'이라는 말과 비슷하게 뭐랄까 부담스러운 구석이 있는 표현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실제로 하는 것은 기타의 현 위에 무언가들을 올려 두거나 현 아래에 이것저것을 끼우는 행위이며, 사실 이게 '프리페어드 기타'가 맞긴 하다. 사실 대단할 것이 하나도 없는 것이다. 기타의 픽업이 고장났을 때 말고는 단 한 번도 기타에 어떤 장비를 설치하거나 기타를 개조한 적이 없었다. 그냥 집 주변에서 흔히 찾아낼 수 있는 아주 단순한 것들만을 사용했을 뿐이다.
     처음 시작했을 때에는 그냥 눈 앞에 보이는 모든 것들을 가지고 계속해서 노이즈를 만들었었다. 그러다가 유럽 쪽의 즉흥 음악을 듣게 되었고, 내가 말하고 싶은 것을 어떤 식으로 말해야 하는지에 대해 배울 수 있었다. 보다 더 교묘한, 기술적인 방법으로 표현하는 법을 탐구하게 되었으며 한동안은 좋았다. 하지만 그러다가 나는 나 자신이 하는 것에 대해 좀 너무 심하게 엄격해지게 되었으며, 내가 하는 모든 것들을 증오하는 지경에까지 이르게 되었다. 그 이후, 나는 나만의 연주법을 확립하는 것에 더 집중하게 되었다. 이제는 너무 많은 생각을 하지 않는 상태에서 그냥 흐름에 몸을 맡기며 덜 딱딱하게 할 때 가장 잘 되는 것 같고, 가장 좋은 느낌을 받는다. 거의 시작 지점으로 돌아온 셈이지만, 이제는 내가 '즉흥 음악'이라는 블록 주변을 모호하지만 비옥한 걸음으로 몇 번 걸어다녔다고는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Jason Gross> 오르간 연주만을 담은 앨범을 만들 계획이 있다고 말했었는데. 어쩌다가 기타가 아닌 다른 악기를 쓰게 된 것인지?

    Kevin Drumm> '오르간으로 즉흥연주 한번 해 봐야지'같은 건 아니었다. 나는 상상할 수 있는 모든 측면에서 좋지 못한 오르간 연주자다. 그 앨범(역주: [Comedy]를 말하는 것 같습니다)은 2곡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하나는 30분짜리로 내가 가진 Thomas 오르간을 엄청나게 오버드라이브된 앰프들에 연결하여 만든 곡이다. 2개의 코드만을 계속해서 연주하는 곡이지만, 시간이 지남에 따라 EQ 설정이 조금씩 바뀌는 구조다, 사람에 따라 알아차릴 수도 있고 모르고 넘어갈 수도 있을 정도의 변화로. 굉장히 디스토션이 심하게 걸린 기타 연주 같게 들리기도 하는 곡이다. 어떤 사람이 그 곡을 듣고 '헤비 메탈 미니멀리즘'이라고 말했었는데, 좀 오글거리는, 진부한 표현이긴 하지만 맞는 말이기도 하다. 한 2년간 가지고만 있던 곡이었고, 거의 잊어버리고 있었는데 Jim O'Rourke가 자신의 새 레이블 Moirka(역주:Moikai가 맞습니다)에서 앨범으로 발매해 보자고 제안해 왔던 것이다. 2번째 곡은 오르간, 아코디언, 잘려진 피드백들, 그리고 온갖 잡동사니들(고장난 앰프나 어딘가 맛이 간 스피커 케이블 등에서 나오는 윙윙거리는 잡음 등등)이 섞인 곡이다. 1번째 곡 보다는 조금 더 "예쁜" 곡이다. 대충 1998년 여름 즈음 해서 발매되지 않을까 싶다.
     하지만, 첫 질문으로 다시 돌아가자면 - "어째서 다른 악기를 쓰는가?" 바로 내가 그냥 기타만을 연주하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최근의 나는, 그냥 즉흥연주나 아니면 기타 중심의 뭔가를 하기보다는, 음악을 만들고 싶다.

    Jason Gross> 여러 사람들이 당신의 음악을 Derek BaileyFred Frith에 비교하곤 한다, 특히 기타 연주가 중심이라는 점에서. 어떻게 생각하는지?

    Kevin Drumm> Derek Bailey 같은 느낌이 난다고는 전혀 생각하지 않는다. 그와의 비교는 굉장히 "큰" 비교이며, 나는 그런 커다란 비교를 받을 만한 자격이 없는 사람이다. 솔직하게 말해서 Fred Frith의 즉흥연주는 거의 들어보지 못했고, 그래서 뭐라고 말할 수 없는 입장이다. 하지만 확실한 것은 내가 그 2명에게서 직접적인 그리고 간접적인 영향을 받았다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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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https://pitchfork.com/features/interview/5892-kevin-drumm/


    Kevin Drumm 인터뷰
    Andy Beta
    [Pitchfork]
    2003년 2월 1일


    Kevin Drumm은 늙었다. 그 남자 자체를 말하는 것이 아니라, 이 인터뷰를 말하는 것이다. 1999년에 신기할 정도로 강렬한 CD [Kevin Drumm]을 듣고 난 이후로, 나는 당시 내가 기고하던 실험 음악 잡지 [ND Magazine]을 위해 Kevin Drumm과 지속적인 연락을 취하기 시작했다. 이 기사는 실제로 이러한 소개글을 담고 있기도 했었다: "살인적인 타음과 살얼음같은 고음 외에도, Kevin Drumm은 기타와 허밍의 음향을 빚어내며 그것들의 가장 주변부에서부터 통제권을 발휘하고 있다. 이제 막 떠오른 아이디어이거나 아니면 계획치 못했던 음향이거나 전부, 그는 모든 음향들을 운명적으로 있어야만 하는 장소에 가져다 두고 있다. 바삭거리고, 활기차며, 폭력적이고, 아니면 고요하고 안정되어 있는 Kevin Drumm은 테이블탑 기타를 가지고 필요한 음향은 무엇이든지 빚어낼 수 있는 사람이다."

    하지만 이 기사는 그 이후로 계속해서 내리막길만을 굴러 내려갔다. [ND Magazine]의 신간은 결국 영원히 발매되지 않았으며, 내가 가지고 있던 인터뷰 내용은 5년간 창고에 처박혀 있다가 최근에서야 다시 빛을 보게 되었다 - 청자의 정신을 프라이팬에 구워버리는 듯한, Mego에서 발매된 Kevin Drumm의 앨범 [Sheer Hellish Miasma]의 힘 덕분에. 우리는 조금도 사그러들지 않았었다는 듯이 다시 대화를 이어나갔으며, 그의 새로운 프로젝트들, 이제 막 발매된 후속작 [Land of Lurches], 그리고 시카고 및 Pete Townshend에 대한 그의 애정에 대해서 이야기했다. 하지만 심지어 이 인터뷰마저도 원래는 다른 웹 잡지에 실을 예정이었고, 이 웹 잡지 또한 사라져버렸다. 이 Kevin Drumm 인터뷰 기사가, 이번에는 또 다른 독립 음악 잡지, 강력하디 강력한 [Pitchfork Media] 제국에 입성할 수 있을까? 시간이 지나면 알게 될 것이다...


    Andy Beta> 기타는 어떻게 시작하게 되었는지?

    Kevin Drumm> 초등학교 3학년 때 여러 레슨을 받았었지만, 17살이 되기 전까지는 기타를 잡지 않았었다. 나는 내가 기억하는 한 항상 음악을 좋아했으며, 그 때의 나에겐 기타야말로 언제나, 항상 음악에 있어서 가장 매력적인 악기로 보였다. 고등학교 시절 학교 밴드에서 기타를 연주하기도 했었다. 예전에 다니던 초등학교 뒷편에 있는 이동식 차량에서 합주를 하곤 했으며, 곡을 써 보려고 하기도 했지만 그렇게 잘 하지는 못했었다. 20살까지 여러 밴드를 전전하며 기타를 연주했었지만 전부 그렇게까지 진지하지는 않았었다. 시간이 흐르며 때때로 누군가 나에게 찾아와 함께 밴드를 해 보자는 제안을 해 오곤 했었지만, 밴드 중심의 프로젝트는 곧 아예 그만두게 되었다. 그 시절에도 나는 이미 코드 변경이라던가, 리프라던가, 솔로 연주 같은 것에 큰 관심이 없었고 그렇게 즐기지도 않았었다. 내가 유일하게 좋아했던 연주는 Robert Fripp 스타일의 더블 피킹 반복 연주 뿐이었으며, 나 자신을 포함해 그 누구도 듣고 싶어하지 않는 연주였었다. 내가 좋아했던 것은 그런 연주를 '하는 것'이었다.
     다소 이상한 것이 - 나는 다른 기타 연주자들이나 록 음악 앨범을 계속해서 반복해 들을 수 있고, 기타리스트가 뭘 하는지간에 전부 즐겁게 들을 수 있는 사람이다. 하지만 내가 직접 시도를 해 보면 30초만 지나도 굉장히 실망스러운 기분, 좌절스러운 기분을 느끼게 되며 나 혹은 다른 누구라도 어째서 작곡이라는 걸 해야 하는지, 어째서 작곡을 하길 원해야 하는지에 대해 아무것도 이해할 수 없게 되어버린다. 예를 들어보자면 Minutemen이나 Deicide 앨범을 들으면서 '이런 곡들을 연주하고 싶다'는 생각은 하지만, 기타를 집어들자마자 이런 생각들은 완전히 잊어버리게 되는 것이다.

    Andy Beta> "앨범"이라는 것의 기이함과 연관되어 있는 느낌인지? 그러니까, 음악을 들을 때 가사가 무엇인지 확실하게 알게 되는 순간 곡이 가진 마법이 사라져버리는 그런 현상처럼, 기타에 관련해서도 비슷한 작동이 일어나는 것이라고 봐도 될까?

    Kevin Drumm> 어떤 이유에서인지 나는 단순한 것들, 3코드 같은 것들도 나에게 신비롭게 다가올 수 있게 의도적으로 허용하는 편이다. 그런 것이 재미있다고 느껴진다. Billy Gibbons(ZZ Top)의 기타 연주가 좋은 것이 그가 25센트 동전을 피크로 사용해서라거나 그 비슷한 단순한 이유들 때문인 것이 아닌 것 처럼. Billy Gibbons의 연주가 좋은 건 그가 우리는 알지 못하는 우주의 어떤 부분과 맞닿아 있기 때문이다.

    Andy Beta> 어린 시절 기타에 처음으로 매력을 느끼게 된 이유는 무엇이었는지? 공연이나 라디오 등에서 접할 수 있는 '이미지' 때문이었는지, 아니면 기타의 소리 그 자체였는지?

    Kevin Drumm> 어렸을 때에는 '이미지'가 아주 중요한 부분이었다. 아마 대부분의 어린이들이 기타리스트의 이미지를 멋지다고 생각할 것이다. 초등학교 1학년 시절, KISS를 보았을 때, 순전히 Ace Frehley의 이미지만으로도 충분한 매력을 느꼈었다. 사실 KISS의 노래 자체는 그렇게까지 신경쓰지 않았었다. 하지만 나는 (Iron Maiden 기타리스트)Dave MurrayAdrian Smith의 이미지 만큼이나 그들의 연주법에도 큰 흥미를 느꼈고, (Rush 기타리스트)Alex Lifeson의 무대 위 페르소나나 그가 가장 좋아하는 색, 사용하는 기타 현의 종류 같은 것 보다는 그의 기타 소리 자체에 더 많은 관심을 가졌었다. 이쯤 하면 알아챘겠지만, 나는 경우에 따라 여러 다른 쪽에 관심을 가지곤 했었다.

    Andy Beta> 테이블탑 기타를 선택하게 된 것은 어떤 이유에서였는지?

    Kevin Drumm> 내 눈에 테이블탑 기타는 코드, 선법, 멜로디, 화음의 가능성을 배제할 수 있는 가장 쉬운 방법이다. 어떠한 '다른' 음향 영역의 내부로 제한되는 것이다. 비슷한 딜레마에 빠진 사람이라면 사실 아예 다른 악기를, 샘플러나 신디사이저 같은 악기를 선택하기만 하면 되긴 한다, 하지만 나는 기타와 앰프를 이미 가지고 있다는 것을 떠올렸고, 그래서 그냥 그걸 쓰면 어떨까? 라는 생각을 했던 것이다.
     나는 "단순할수록 더 좋다"는 접근법을 대체로 굳게 신뢰하고 있으며, 내 기타 세팅을 보면 이런 내 믿음이 명백하게 보일 것이다. 음향을 깔끔하게 정리할 수 있는 장비라던가 현을 튕기는 것으로 아르페지오를 가능하게 해 줄 딜레이 페달 같은 것에는 관심이 없다, 심지어 내 기타의 고장난 접지를 고칠 생각도 없다. 나는 '날것'의 음향을 정말로 좋아한다.
     어느 순간부터 즉흥연주를 시작하기도 했었다. 몇 년간 즉흥 음악에 몸을 담은 후 나는 개인적으로 짤막한 조사를 해 보았고, 대부분의 즉흥 음악(적어도 내가 주로 듣는 유럽 쪽 즉흥 음악 종류들은)이 다른 종류의 음악들에 비견될 정도로, 혹은 그보다 더 '형식적'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예를 들어보자면 즉흥 음악의 다수는 시작과 끝이 똑같은 방식으로 진행된다. 특정한 음향들은 밴드 멤버들로부터 완전히 똑같은 반응을 불러일으키고. 내 입맛에는 너무 '반응적'이다.
     아마 그런 것들로부터 자극을 받아서였는지, 나는 이 "변칙적인" 접근법을 택해서 한발 더 앞으로 나아가 나만의 언어를 발전시키려는 노력을 하게 되었다. 장르 전체를 세세하게 분석했다고는 말할 수 없겠지만, "변칙적인 기타"들은 대체로 거의 나를 놀라게 하지 못했었다. 말하자면 좆같이 다 날려버리는 것들이 없었다는 것이다. 대부분은 내가 거의 좋아하지 않는 '선형적' 음악이었을 뿐이다.

    Andy Beta> '음악적 언어'를 고안할 때 무엇을 포함시키고 무엇을 배제하였는지?

    Kevin Drumm> 나에게는 벽의 전기 배선이 잘못되어서 나오는 60 Hz 허밍이나 정적인 음향을 가지고 톤/EQ 단자를 조작하면서 이런저런 것들을 시도하는 '사소한 소리'들이 훨씬 더 흥미롭게 느껴진다, 기타를 가지고 교회의 종소리나 징 소리를 모사하는 것 같은 연주보다는 말이다. 나는 우연한 사고들이 일어나도록 내버려두는 것을 좋아한다, 강제로 사고를 일으킨다는 것이 아니라 사고가 발생하더라도 비참한 기분을 느끼지 않도록 스스로를 다잡는다는 것이다. 그 '사고'들이야말로 최고의 것인 경우가 왕왕 있으니까.
     [Second] 앨범은 조금 달랐다. 이 앨범은 오르간, 기타, 아코디언, 전자 음향, 4트랙 녹음기 그리고 기타등등의 잡동사니들로 만든 앨범이었다. 14개월동안 계속해서 반복해 들으면서 이런저런 것들을 계속 바꾸고 음향을 더하거나 빼는 작업을 지속했었다. 이제는 [Second] 앨범을 어떻게 생각해야 할 지 아예 모르겠다. 마침내 작업을 끝냈을 때에는 굉장히 기뻤었는데, 사람들이 어떻게 받아들이게 될 지는 아예 모르겠다. 머릿속에 너무 오래 머물러 있던 것 때문인 듯 싶다.

    Andy Beta> 공연시에 사용하는 장비들에 대해 설명해주면 좋겠다. 더 다양한 음향을 표현하기 위해 장비를 늘린 적은 있었는지?

    Kevin Drumm> 최근의 장비는 기타와 신디사이저 둘 뿐이다. 가끔은 둘 중 하나만 가지고 무대에 오르기도 한다. 기타는 상태가 많이 좋지 않아서 매 공연 마다 다른 소리가 난다. 공연에서는 앨범 녹음 때와는 상당히 다르게 접근하는 편이다.

    Andy Beta> 최근에는 작곡할 때 컴퓨터를 쓰기도 한다는 것이 사실인지?

    Kevin Drumm> 컴퓨터는 편집 작업을 할 때에만 쓴다. 8트랙 녹음기를 가지고 있지 않아서 그렇다, 가지고 있었다면 아마 컴퓨터를 아예 쓰지 않았을 것이다. 맥을 처음 샀을 때만 해도 온갖 가능성들을 탐구하면서 놀았고 또 여러 음향 해킹 소프트웨어들을 탐험해 보기도 했지만, 이제는 그런 방식에 딱히 관심이 없다. 그 무렵 하던 것들을 전부 모아서 12인치로 발매해 보는 것은 어떨까 하는 생각도 해 봤었는데, 내 안의 '현명한 판단력'이 발매를 막았다. 그 무렵 하던 것들에는 '개성'이 없었다. 하지만 [OR Some Computer Music]을 위해 작업한 트랙 하나는 있다, "Feelin' Hilarious"라는 곡인데 웃기려고 만든 곡이다. 물론 그다지 웃기지는 않았던 것 같지만, 그래도...

    Andy Beta> 공연에서의 컴퓨터 사용에 있어서의 장점과 단점은?

    Kevin Drumm> 장점으로는 컴퓨터가 많은 작업을 할 수 있는 기기라는 것이다. 단점으로는 컴퓨터가 멈추거나 고장날 수도 있다는 것이고. 최근에 알 수 없는 이유로 이런저런 것들이 갑자기 멈출 때가 많이 있었다. 1달인가 전에 폴란드에서 공연 1시간 전에 갑자기 신디사이저의 전원 장치가 고장나서 완전히 맛이 갔었다. 그리고 저번주인가에는 Empty Bottle에서 공연하기로 되어있었는데, 음향 점검을 하던 도중 갑자기 오디오 출력이 고장나서 죽어버렸기도 했었고.
     하지만, 심지어 기타에 관련해서도 나는 운이 좋지 않은 편이다. 그전까지 단 한 번도 내 기타(Epiphone Sheraton semi-hollow)의 줄을 자른 적이 없었는데, 어느 날 갑자기 E-현에 오른쪽 눈을 찔려버렸다. 눈물이 도저히 멈추지 않아서 오른쪽 눈을 아예 뜰 수 조차도 없었다. 안과 의사의 말로는 큰 손상은 없다고 했지만 한동안 안대를 착용해야 했었다. 이 때의 상처가 아직도 남아 오른쪽 안구에 작은 붉은색 점이 있었다. 아직도 그대로 남아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그러다가 또 언젠가 공항에서 짐을 맡기는 도중에 Mustang(내가 주로 사용하는 테이블탑 기타)의 픽업 부분이 박살나기도 했었다. 그렇게 놀랄 만한 사고는 아니었던 것이, Mustang이 애초에 공연용 장비 가방에 들어있었으니 뭐 그런 일이 일어날 법도 했다. 이 모든 일들이 '기타를 그만 둬라'라는 계시 같은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할 때도 있다. 다행히 친구 한명이 낡은 컴퓨터 하나를 정말 헐값에 나에게 팔아주었다. 아직 그 위에다가 커피를 엎지르지는 않았지만, 아직 시간이 있으니 언젠가 그런 일이 일어날지도 모르는 일이다.

    Andy Beta> 당신을 아직까지도 놀라게 하는 음악은 어떤 종류가 있을지?

    Kevin Drumm> 최근 내 귀를 사로잡았던 놀라운 음악가는 Maryanne Amacher 였다. 나는 청자에게 물리적인 효과를 발하는 음향들을 좋아한다. 복잡성이라던가 단순함 같은 특징이 중요하지 않게 되는, 그런 음향들. 내가 집중하는 건 그냥 음향 그 자체일 뿐이다.

    Andy Beta> 음악을 많이 듣는 편인지?

    Kevin Drumm> 아침에 일어나 밤에 잠들기 전까지 항상, 안타깝게도 음악은 언제나 내 머릿속에 있거나, 스피커에서 흘러나오거나, 내가 직접 만들고 있거나, 아니면 누군가와 음악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앨범들을 항상 듣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나도 이런 음악을 해야겠어"라는 생각이 드는 앨범은 거의 없다. 가끔은 그런 충동이 들고, 그런 때에는 곧바로 실행에 옮겨야만 한다. 하지만 오늘같은 경우엔 딱히 특별한 아이디어 없이 그냥 되는대로 작업을 해 보려 했으며, 결과는 순수한 쓰레기였다.

    Andy Beta> 내가 가장 좋아하는 것 중 하나이기도 하다. 자기 자신의 눈에는 끔찍하게 별로인데 사람들은 괜찮은 것 같다고 반응하는 무언가를 만들어내는 건, 꽤 흔한 일이 아닌가. 그런 일들을 겪다 보면 나 자신이 내가 만든 창조물을 평가할 자격이 있는 것이 맞긴 한지 고민하게 되기도 한다.

    Kevin Drumm> 무슨 느낌인지 잘 알고 있다. 나도 비슷한 상황을 매번 겪는다. 때로는 내가 살면서 만들어 낸 것들 중 가장 최악의 노이즈라고 생각되는 걸 만들었는데 사람들은: "당신 음악들 들어본 것 중에 이게 진짜로 최고였어." 그리고 정 반대의 상황이 벌어지기도 한다, 그러다 보면 "이게 뭐야?"라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 어쩌면 내가 듣기에 쓰레기같은 음향들만을 모아 둔 앨범을 만들어서 발매한 후 거기서 내가 무엇을 할 수 있을지를 한번 보는 것도 좋을지 모르겠다. [Seconds]에서 나는 내가 좋아하는 음향들만을 사용했었다. 계속해서 이런 생각을 하고 있다: 어째서 내가 좋아하는 음향들만을 사용해야 하는지, 아니면 어째서 내가 좋아한다고 말하고 싶은 음향들만을 사용해야 하는지? 잘 모르겠다.

    Andy Beta> Mego 레이블과의 인연, 그리고 [Sheer Hellish Miasma]의 기원에 대해 이야기해 줄 수 있을지?

    Kevin Drumm> Mego의 설립자 Peter Rehberg와 알고 지낸지 벌써 몇 년이 되었다. 같이 12인치 스플릿 앨범을 만든 적도 있었다. 얼마 전에 그가 Mego에서 앨범 하나 내 달라고 제안해 왔었다. 원래는 나와 Ralf Wehowsky가 협업해 만든 앨범 [Cases]의 바이닐 버전을 Mego에서 발매하려고 했었는데, Selektion 레이블의 Achim Wollscheid가 그에 관련하여 어떤 문제가 있다고 했다. 그래서 대신 Peter가 "좋아, Mego 053은 너를 위해 비어있는 넘버로 남겨 둘 테니까, 무엇이 되었든지간에 발매할 만한 게 생기면 알려줘"라고 제안해 왔다. 원래는 12인치를 만들어 보려고 했었고, Mego 레이블 역사상 첫 카세트 테이프를 만들어 보려는 생각도 했었는데, 만들다 보니 66분짜리 앨범이 만들어져서 CD로 발매하게 되었던 것이다.

    Andy Beta> Hanson 레이블에서 앨범이 하나 나올 예정인 것으로 아는데, 맞는지? (역주: [Land Of Lurches]) 그 앨범에는 보컬도 들어 가 있다고 들었다.

    Kevin Drumm> 맞다. 하나하나 어떤지 설명할 수 있다:
     베이스 정도에 해당하는 화이트 노이즈의 상승으로 시작해서 차츰 가라앉으며, 그러다가 으르렁거리는 기타 루프가 등장한다 (목소리처럼 들리는 음향이지만 실제로는 기타 소리다). 그 뒤에는 완전 꽉꽉 들어차 있는 고밀도의 음향으로 던져지며, 마지막으로 에코가 걸린 찐득거리는 음향으로 끝난다. 이게 앨범의 A면이다. B면은 녹음되어 신디사이저로 들어간 목소리로 이루어져 있으며, 나의 '시간낭비' 짓거리의 결과물이다. CD 버전에는 보너스 트랙도 하나 더 추가될 예정이다: 10분 가량의 혼탁한 트랙으로 SF스러운 거품들이 콸콸 흘러대는 곡이다. 수록된 3곡 중에서 내가 가장 좋아하는 것이 이 보너스 트랙이다. 그러니, (LP 버전에는) B면에만 진짜 보컬이 들어가 있다고 할 수 있겠다. 앨범의 이름은 내가 어린 시절 지내던 마을의 급수탑을 생각하며 만든 이름이다. 그 급수탑에는 원래 기도하는 손과 "교회의 땅"(Land of Churches)이라는 문구가 쓰여 있었는데, 친구 하나가 탑을 올라가서 그 문구를 "Land of Lurches"로 바꾸고 싶어했었다. 바로 거기서 따 왔다.

    Andy Beta> 일상적인 환경이 당신의 음악에 어떤 식으로 영향을 주는지?

    Kevin Drumm> 아, 어제 여기에 대해 이야기했었다. 나한테 3개월의 시간을 줘서 나를 현재의 일상으로부터 떨어뜨려 둬 주기만 하면, 이 질문에 대해 똑똑한 답변을 해 줄 수 있을 거다. 지금의 내가 말할 수 있는 것은, 내가 현재 하고 있는 직업은 나를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딜레마에 빠뜨리는 경우가 자주 있는 직업인데, 이러한 상황은 고도로 반응적인 사람이 되고자 하는 사람에게는 완벽한, 이상적인 직업이 될 거라는 것이다.

    Andy Beta> 당신이 만들고 있는 음악이 '바깥 세계'로부터의 탈출구라던가 해방구 같은 것이 되는지?

    Kevin Drumm> 둘 다다. 가끔은 그 '바깥 세계'와 잘 어울리기도 하고.

    Andy Beta> '바깥 세계'에 대한 말이 나온 김에, 당신의 음악적 발전에 있어 시카고의 음악 씬이 좋은 역할을 하고 있다고 생각하는지?

    Kevin Drumm> 솔직히 말하면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지난 몇 년간 내가 참여했던 프로젝트들은 결과적으로 내가 집중을 잘 하지 못하게 만들어 버렸었다. 시카고에서는 뭐랄까, 이런저런 일들을 하기가 기이할 정도로 쉽다 - 씬의 일원이기만 하다면 5분만에 3일동안 2번의 공연 일정을 잡는 것이 가능하다. 시카고에서는 너무 많은 일들이 일어나고 있으며, 나에게는 이런 부분이 나쁜 점으로 작용하고 있다. 잼 연주를 하고 싶은 거라면야 좋은 일이겠지만. 사람들이 자기의 일을 하고 있는 것은 좋은 일이지만 나에게는 현재 나오고 있는 음악들 ('free', 'new', 'post' 어쩌구 등등) 이 그렇게까지 흥미롭거나 도전적으로 들리지 않는 것 같다.

    Andy Beta> 최근 투어를 많이 다녔는데. 그 경험이 시카고에 대한 인상을 바꾼 측면도 있을까? 많은 투어 경험이 시카고를 더 견딜 만하게 만들어 주었는지, 아니면 여전히 답답하게 느껴지게 만들었는지?

    Kevin Drumm> '답답'하다고? 미친, 내가 그런 말을 했다고? 완전... 아니, 시카고는 멋진 곳이다. 시카고의 다양성은 거의 정신나간 수준이다. 예를 들어보자면, 시카고는 바르샤바를 제외하고 세상에서 가장 폴란드인이 많은 도시이며, 리투아니아 바깥에서 리투아니아인이 가장 많은 도시이기도 하다. 이탈리아인, 그리스인, 아일랜드인, 라틴아메리카계, 세르비아인, 크로아티아인 등등 셀 수 없을 정도로 넘쳐난다. 시카고에는 그 모든 사람들이 다 살고 있으며, 그래서 이 곳을 떠나야 할 이유 같은 건 전혀 찾을 수 없다.
     하지만, 진지하게, 최근에는 모든 것이 너무 비싸지고 있다. 현재 멋진 이웃들과 함께 크고 저렴한 아파트에서 거주하고 있지 않았다면, 아마 예전에 시카고를 떠났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올해에 집세가 올라간다면, 아마 올라갈 것 같긴 한데, 어쩌면 나도 이번에는 다른 곳으로 떠나려는 노력을 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비엔나라던가, 베를린이라던가, 뭐 기마랑이스도 멋질 것이다.

    Andy Beta> 다 제쳐두고, 여전히 대중음악에서 어떤 영감이나 직관을 받을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는지?

    Kevin Drumm> 물론 그렇다, 오늘날에도 대중음악에서 어떤 깨달음이나 통찰을 얻을 수 있다고 본다. 인정하고 넘어가야 하는 부분은, 최근에는 내가 좋은 팝 음악을 찾으러 다니지 않게 되어버린 것도 사실이다. 대중음악에 큰 기대를 하지 않는 사람들이 있다고는 생각하는데, 그들이 어째서 그러는지, 현재의 팝 음악의 질적인 수준 때문인지 아니면 또 다른 이유에서인지는 모르겠다. 최근 내가 가장 좋아하는 앨범은 (어쩌면 당신은 이게 팝 음악은 아니라고 주장할지도 모르겠는데) Sclammpietziger의 [Freundlichbarracudamelodieliegut] 이다. 자주 듣는 앨범으로, 이런저런 것들을 바꾸고 변형시키는 앨범이라고 생각한다. 또한 The Magnetic Fields의 [The Charm of the Highway Strip] 같은 좋은 신스팝도 좋아한다. 정말 훌륭한 앨범이다.
     지금 인터뷰를 하면서는 Black Sabbath의 [Mob Rules]를 듣고 있었다. Ronnie James Dio가 참여한 앨범들 중 하나다. 나는 Dio를 정말로 좋아한다. Pete Townshend의 첫 솔로 앨범 [Who Came First]도 훌륭한 앨범이다. 재미있는 건 예전에 Pete Townshend가 '커밍아웃'을 한 앨범이라고 할 수 있는 [Empty Glass]를 듣고 있었는데, 그 때 그가 아동 포르노 소지 혐의로 체포되었다는 소식을 들었었다. 안타까운 일이다. 정말 훌륭한 앨범이다.



    https://youtu.be/J6q8-0WKf58
    [Seco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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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evin Drum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