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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Canto Ostinato
    [...]/[Erik Hall] 2023. 8. 7. 05:19


    https://youtu.be/2GhWimO54YE
    "Canto Ostinat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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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https://daily.bandcamp.com/features/erik-hall-canto-ostinato-interview


    Erik Hall의 미니멀리스트 미니멀리즘
    Matthew Blackwell
    [Bandcamp]
    2023년 3월 21일


    "이번 새 앨범에 분개하여 들고 일어날 "Canto Ostinato" 순수주의자들이 분명히 있을 거라고 확신한다." 밴드 NOMO 및 싱어-송라이터 프로젝트 In Tall Buildings로 알려진, 미시간 기반의 음악가 Erik Hall의 예측이었다. 그리고 최근 그는 예전에 받았던 클래식 음악 교육을 발판으로 삼아 미니멀리즘 의 '캐논'에 대한 본인만의 해석을 창조하기도 하였다. "악보의 근본적인 목적 자체를 바꾸는 작업이었기에, 내 해석에는 상당히 대담한 측면이 있긴 하다."

    네덜란드의 현대음악 작곡가 Simeon ten Holt의 가장 잘 알려진 작품 "Canto Ostinato"는 1979년의 초연 이후 여러 미니멀리즘 애호가들 사이에서 많은 사랑을 받아 온 곡이다. 네덜란드의 국보급으로 여겨지는 이 작품은 올해 Simeon ten Holt 탄생 100주년 기념으로 다시 한 번 주목을 받고 있었다. 대체로 2대 혹은 4대의 피아노로 연주되곤 하는 "Canto Ostinato"는 각 파트 간의 복잡한 상호작용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여러가지 패턴들이 나타나고, 합쳐지고, 사라지면서 어지러우면서도 매혹적인 효과를 만들어내는 곡이다. 기본적으로 합주를 위해 만들어진 곡이지만, Erik Hall은 혼신의 노력을 기울여 자신의 홈 스튜디오에서 가지고 있는 악기들만으로 각각의 파트를 혼자서 하나하나 연주하고 녹음하였다.

    이번 앨범 [Canto Ostinato]가 Erik Hall이 미니멀리즘 작품을 대담하게 변형한 첫 번째 경우는 아니었다. [Canto Ostinato]는 Erik Hall이 3부작으로 기획하고 있는 '수제작 미니멀리즘 걸작선'의 2번째 앨범으로, 1번째 앨범은 2020년에 발매되었던, Steve Reich의 작품의 재해석 [Music For 18 Musicians]였다. 1번째 앨범의 발매 당시 '순수주의자'들의 비난은 더 큰 박수갈채에 묻혀 사라져 버렸었으며, [Music For 18 Musicians]는 평단의 호평 및 Steve Reich 본인의 축전으로 장식되었던 앨범이었다.

    "Music For 18 Musicians"를 솔로 연주로 편곡한다는 것은 엄청나게 거대한, 거의 코믹할 정도의 야심으로 가득 찬 프로젝트였다. 반면, "Canto Ostinato"라는 곡은 애초에 Erik Hall의 DIY 방식을 위해서 만든 것이 아닌가 의심이 들 정도로 적합한 곡이었다. "Canto Ostinato"의 악보는 연주자가 어떤 종류의 악기를 몇 대를 가지고 연주할지를 알아서 지정하도록 쓰여져 있으며, 심지어 곡의 길이와 곡이 풀어져 나오는 방식마저도 정할 수 있게 되어 있는 것이다. "Canto Ostinato"의 106개의 파트의 대부분은 'ad libitum'으로 반복하게 되어 있었다 - 말 그대로 연주자가 원하는 대로 자유롭게 말이다. ""Canto Ostinato"에는 엄청난 유연성이, 수직적으로도 그리고 수평적으로도 넘쳐나는 자유로움이 있다." Erik Hall의 말이었다. ""Canto Ostinato"의 연주를 들어 보면 어떤 한 구절이 무한히 반복되는 것처럼 들릴 때가 있는데, 그런 구절들이 바로 각각의 파트다. 그리고 연주자인 당신이 어떤 파트가 10초간 진행될지 그리고 또 어떤 파트가 10분간 진행될지를 결정하게 된다. 그리고 또한 곡이 진행되는 도중의 어떤 순간에도 연주자가 5가지의 서로 다른 음악적 층위 사이를 선택할 수 있게 되어 있다."

    이러한 유연성과 자유로움으로 인해 "Canto Ostinato"의 연주는 말 그대로 모든 연주 하나하나가 저마다의 개성을 지니는 고유한 해석이 된다. 음악가는 주요한, 커다란 주제에 집중할 수도 있고, 보조 파트들 사이를 유랑할 수도 있으며, 한 파트를 급격하게 치달으며 지나가거나 혹은 그 위에서 여유롭게 명상하며 거닐 수도 있다. 연주자들이 함께 곡을 진행하기만 한다면, 그 어떤 제한도 없는 것이다. "Canto Ostinato"의 연주는 짧으면 40분 가량에서부터 길면 4시간까지 길어진다. 또한, 첼로 8중주, 보컬 앙상블, 솔로 하프 등 다양한 악기 구성으로 연주되기도 한다. 이렇게 아주 다양한 가능성이 주어진 상황에서, Erik Hall은 대체 어떻게 결정을 내리고 그 결정에 따라 연주를 진행했던 것일까? "몇 가지 다른 요소들이 이상한 방식으로 한데 뭉쳐진 것에 가까웠다. "Canto Ostinato"의 여러 앨범들을 계속해서 들으며 나는 내 연주가 어떤 속도로 진행되었으면 좋겠다는 감을 거의 잡게 되었으며, 이를 통해 대략적인 개요는 만들 수 있었다." Erik Hall의 대답이었다. "그리고 또, 나는 더블 바이닐이 아니라 그냥 1장의 바이닐로 발매하게 될 것 같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러다 보니 연주 시간 자체를 1시간 이내로 제한하는 것이 아주 중요한 일이 되었다."

    [Music For 18 Musicians]에서 신디사이저, 기타, 베이스, 드럼 머신, 조작된 보컬 등등 여러 악기를 사용했던 것과는 다르게, [Canto Ostinato]는 최대한 단순하게 만들어진 앨범이었다. 여러 시도를 해본 후 Erik Hall은 펠트를 끼운 Steinway 그랜드 피아노, Rhodes 전자 피아노, 그리고 Hammond M-101 오르간으로 사용 악기를 결정하게 되었다. "그 3개의 악기가 서로 정말 잘 어울리고, 개인적으로도 좋아하는 따뜻함과 아름다운 음색을 가지고 있기에 1시간 가량 계속해서 연주를 해도 여전히 정말 좋을 정도라는 걸 알아내게 되었다." Erik Hall은 말했다. 이 세 악기의 따스함은 앨범 배경에 얕게 깔리는 배경 소음들로 강조되고 있으며, 청자는 마치 자신이 Erik Hall과 같은 공간에 있다는 느낌마저 받게 된다. "악보를 외워두지 않았기 때문에 연주하면서 악보의 페이지를 하나하나 넘겨가야만 했다. 내 피아노들은 좀 시끄러운 편이어서 해머가 현을 때리는 소리나 페달을 밟는 소리, 작게 딸깍거리는 소리들과 온갖 이상한 소음들이 발생하게 된다." Erik Hall은 설명했다. "그리고 나는 그 모든 소음들을 하나하나 지워버릴 정도로 꼼꼼해지지는 말자고 결정을 내려버렸다. 나는 불완전함을 좋아한다."

    깨끗하고 선명한 녹음이 일종의 '표준'인 클래식 음악계에서는 Erik Hall의 '불완전함'은 사뭇 드문 일일 것이다. "친구 하나가 말하길 [Music For 18 Musicians]에서 가장 좋아하는 점이 '집에서 직접 연주하고 녹음하는 사람들'에게 이전엔 경험하지 못했던 새로운 방식으로 공감이 되는 앨범이라는 거였다." 대부분의 음악 경력을 인디 록과 베드룸 팝으로 보낸 음악가인 Erik Hall의 말이었다. 인디 록의 경우, "청자들이 존재하는 세계와 같은 곳에서 나온 것처럼 들려야 할 필요가 있기에, 어느 정도는 '로-파이'가 허용된다"고 Erik Hall은 말했다. "그리고 나는, 이 앨범들이 동일한 '품질'을 갖고 있다는 아이디어가 좋았다. 그러니까, 전혀 다른 '음향 영역'에서 온 것이 아니라, 바로 '집'에서 연주되고 녹음되었다는 것이다."

    인디 록과 클래식 음악이라는 두 세계를 연결짓는다는 것은 단순히 음향의 품질을 넘어서 청자가 앨범을 접하고 이해하게 되는 과정에까지 영향을 미치는 행위였다. "'우리'는 Western Vinyl 레이블, LP, 인디 음반 판매점, Bandcamp, Spotify, YouTube의 세계에서 살고 있으며, 모든 음악이 트랙별로 쪼개져 있어 원하는 만큼의 일부만을 자유롭게 들을 수 있다." Erik Hall의 말이었다. "하지만 동시에, 우리는 '예술가'를 '악기 연주자'로 생각하는 클래식 음반계의 전통을 완전히 차용하고 있기도 하다."

    어떤 의미에서 보자면 Erik Hall의 앨범은 클래식 음악이라는 전통적인 업계와는 아주 거리가 먼 앨범이기도 하다: 인디애나주 블루밍턴의 예술가 Aaron Lowell Denton이 디자인한 화려한 색채의 기하학적 패턴이 그려진 앨범 아트, Dirty ProjectorsLean Year같은 밴드들과 같은 레이블에서 발매되었다는 사실 등. 이러한 행적에서 Erik Hall의 3부작은 1980년대 후반에 작곡가보다 연주자를 전면에 내세우며 젊고 '힙'한 청중들을 겨냥한 앨범 아트와 마케팅을 가지고 클래식 음악 앨범들을 홍보했던 Factory Classical 레이블, Factory Records의 산하 레이블이었던 그 레이블의 발자취를 따르고 있다고 볼 수도 있을 것이었다.

    Erik Hall은 자신의 해석으로 인해 새로운 청중들이 미니멀리즘의 걸작들에 닿을 수 있기를 희망하고 있었다. "클래식 음악계가 내 앨범들을 어떻게 받아들이게 될 지에 대해서는 정해진 규칙 같은 건 하나도 없지만, 나는 클래식 음악이라는 것은 대체로 언제나 청중을 유지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콘서트 홀들이 청중들을 자리에 계속 앉히려고 얼마나 고생하고 있는지, 만약 내 앨범들이 그런 측면에서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 수만 있다면 정말 멋질 것이다."

    Erik Hall은 자신의 앨범들이 참신하고 새로운 앨범인 것이 아니라, 깊게 파고들어간 연구와 진실한 열정에 기반한 진지한 앨범이라고 주장했다. "음질, 에너지, 음색, 작품에 담긴 정신이야말로 무엇보다도 우선하는 것이다." Erik Hall은 말했다. "어떤 부분에서라도 작품이 교묘하게 술책을 부리고 있다거나 산만하다고 느껴지기 시작한다면 그 작품은 제대로 되지 못하게 된다. 심지어 단 한 사람이 모든 파트를 연주하고 있다는 사실을 의식해야 할 필요조차도 없다. 그 사실을 알게 된다면 그게 음악에 더 매력을 느끼게 해 줄 요소가 될 수는 있을지도 모르지만, 나는 내 앨범들을 나 혼자서 연주했다는 이유로 청자들이 앨범에 이끌려야 한다고는, 전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그가 대답을 해 줄 거라고는 거의 기대하지 않았지만, 나는 3부작을 완성할 마지막 작품이 무엇이냐고 물어보았다. 의외로 이 질문에 대한 답변은 Erik Hall 그 자신조차도 아직 모르고 있었다. 하지만, Erik Hall은 3부작을 반드시 완성할 거라고 확신하고 있었다. "Sufjan Stevens가 [Illinois]를 발매했을 때 사람들이 '50개 주 전부 발매될 거야!'라고 호들갑을 떨면서 프로젝트에 대해 온갖 기대와 토론을 했던 걸 기억하는지? 물론 명백히 어느 정도의 '계략'이 들어있기는 했었다. Sufjan Stevens는 50개 주 전부 앨범으로 발매할 생각 같은 건 결코 하지 않고 있었으니까." Erik Hall은 웃었다. "뭐, 내 앨범은 3부작으로 실제로 만들 거라고 약속한다. 적어도 3개는 될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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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https://aquariumdrunkard.com/2023/02/14/diversions-erik-hall-on-simeon-ten-holt-and-steve-reich/


    Diversions :: Erik Hall On Simeon ten Holt And Steve Reich
    2023년 2월 14일


    2020년 Erik HallSteve Reich의 "Music for 18 Musicians"을 나름대로 해석하여 만든 버전을 앨범으로 발매했었다 - 시카고 음악가 Erik Hall이 미니멀리즘 음악을 나름대로 해석하여 3부작 앨범으로 발매하겠다는 프로젝트의 첫 번째 앨범이었다. 이번 달, 3부작의 2번째 앨범, Erik Hall 버전의 "Canto Ostinato", 네덜란드 작곡가 Simeon ten Holt가 만든 곡의 해석 및 연주가 발매 될 예정이다. 긴밀한, 1시간 가량의 솔로 연주로서, 그랜드 피아노, 전자 피아노, 오르간을 담은 멀티 트랙 앨범으로서. 이번 [Diversions] 시리즈에서 Erik Hall은 3부작 프로젝트에 담긴 영감의 원천들을 깊게 파고들기로 하였다...


    * Steve Reich: "Clapping Music" (1972): Steve Reich 특유의 위상(phase) 패턴 기법(Steve Reich 본인은 단순한 캐논(canon)에 가깝다고 비유하는)이 교과서적으로 표현되어 있는, 흥겹고 유쾌한 곡이다. 도로의 표지판에 그려진 아이콘이나 어린아이가 그린 집 같은 느낌으로 '위상'을 가장 근원적이고 순수한 형태로 증류한다면 "Clapping Music"이 나올 것이다. 하지만 그의 작품에서 그 어떤 것도 엄격하게 냉담하지는 않다는 점이야말로 Steve Reich의 아름다움일 것이며, 실제로 "Clapping Music"은 그의 다른 작품들 만큼이나 깊고, 흥겨우며, 미스테리가 담겨 있는 작품이다. 타악기를 전공하는 학생이었던 어린 시절의 나는 더블-킥 드럼 페달에 부착된 한 쌍의 비터(beater)로 나무 블록을 치는 식으로 이 "Clapping Music"을 연주하고자 했었다. 재미있는 도전이었지만, 지금 돌이켜 보면 나는 이 곡을 연주하기 위해 그 정도의 기교와 장난질은 전혀, 완전히 불필요한 것이었다고 확신하며, 단순하게 두 명의 사람이 박수를 치며 "Clapping Music"이라는 작품을 표현하는 그 광경만으로도 이 곡을 완벽하게 요약하고 기발하게 표현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 Steve Reich: "Drumming" (1971): 친구 한명이 Deutsche Grammophon에서 나온 3장짜리 LP 앨범을 나에게 사 줬었는데, 이 앨범이야말로 내가 항상 가장 좋아하는 앨범들 중 하나로 아직까지 남아 있다. 이 작품은 "Music for 18 Musicians"에 버금가는 작곡 규모와 길이를 가지고 있는 곡이지만 동시에 진정으로 '미니멀'한 편곡과 악기 구성을 가지고 있는 곡이기도 하다. 가나에서 마스터 드러머 Gideon Alorwoyie의 합주단 공연을 보고 직접적인 영감을 받아 만든 곡으로써, 전통적인 드럼 연주가 담고 있는 에너지를 Steve Reich 특유의 위상 기법과 현대적인 관현악단에서 활용하는 망치 퍼커션을 가지고 여과 없이 온전히 내보이고 있다. 비동기 아날로그 테이프 루프를 가지고 실험하던 초기 Steve Reich 음악과 비슷하게, "Drumming" 또한 광대하고 생경한 내면의 세계를 가지고 있는 곡이며 파트 1(드럼)에서 파트 2(마림바)로 넘어가는 전환의 순간은 말 그대로 순수한 마법과도 같은 부분이다.

    * Steve Reich: "Proverb" (1996): 3명의 소프라노, 2명의 테너, 2대의 비브라폰, 그리고 2대의 전자 오르간을 위해 만들어진 곡으로 초기 합창 음악, 특히 Pérotin의 중세 다성음악에 대해 보내는 Steve Reich의 찬사 같은 곡이기도 하다. 단아하고 아름다운 하나의 구절로 시작하여 해부하고, 변형하고, 확장하여 결국에는 다시 그 하나의 목소리로 돌아오는 곡. 이 곡은 Paul Hillier에게 헌정된 곡으로 그가 초연의 연출을 맡기도 했었다. 나는 ECM Records에서 나오는 Hilliard Ensemble 앨범은 거의 모두 항상 좋아했으며, Pérotin에서 Bach, 그리고 Arvo Pärt의 장대한 작품들까지 전부 흠모했다. 그리고 "Proverb"는 그 곡들의 특이하고 실험적인 사촌 같은 곡이다.

    * Steve Reich: "It’s Gonna Rain" (1965): Brian Eno는 뛰어난 예술가이자 프로듀서일 뿐만 아니라 예술이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요소를 가장 잘 표현해낼 수 있는 사람들 중 하나이기도 하다. Steve Reich의 책 [Conversations] 였던지 아니면 Rick Rubin과 진행했던 최근의 인터뷰였는지는 잘 기억나지 않는데, 아무튼 Brian Eno가 "It's Gonna Rain"에 대해 말했던 모든 내용들이 "맞아! 바로 그거야!"라고 생각하지 않을 수 없는 말들이었다. 두 개의 동일한 자기 테이프 루프가 살짝 어긋나 있다는 기본 컨셉이야말로 Steve Reich가 나중에 말했던 '발생적 음악'(generative music)에 해당한다는 것을 "It's Gonna Rain"을 들으며 깨달았다는 대목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아니면 구성에 있어서의 경제학의 풍요로움, 그리고 "It's Gonna Rain"의 아주 단순한 구성과 시간이 지남에 따라 생겨나는 미세한 변화들이 불러일으키는 느낌, 음악이 아니라 청자 자신이 변하고 있다는 그 느낌. 하지만 나를 가장 강하게 강타했던 것은 "It's Gonna Rain"이 그에게 정말로 중요한 작품이지만 실제로는 살면서 가만히 앉아 집중하면서 곡을 들어본 것이 3번인가 4번이 전부였다고 솔직하게 인정하는 Brian Eno의 고백이었다. 나도 이해가 된다. 어떤 작품들은 너무나도 강렬하고 직접적인 영향을 끼쳐서 듣게 된 직후에 바로 영구적인 인상을 남기기도 하는 법이다. 그리고 그 특별한 경험을 다시 겪고 싶을 때에만 다시 찾아 들어야 하는 작품도 있는 법인 것이고.

    * Simeon ten Holt: "Canto Ostinato" - Vredenburg Concert, 연주: Gerard Bouwhuis, Gene Carl, Arielle Vernède, Cees van Zeeland (1984): "Canto Ostinato"의 악보는 본질적으로 다양한 변칙을 허용하고 있기에 각각의 연주는 전부 서로 다른, 독특한 별개의 앨범으로 취급이 가능하다. 한번 스스로 이 곡을 해석해 보기로 결정을 내렸을 때 참고하기 위해 연구했던 몇 개의 앨범들이 있었으며 그들은 각각 나름의 매력을 가진 해석들이었다. 이 콘서트 녹음은 1984년 2월 12일에 이루어졌던 것으로 일반적으로 '원본'으로 여겨지곤 하는 녹음이고, 내가 처음으로 사랑에 빠져버렸던 앨범이기도 하다. "Canto Ostinato"의 악보가 가지고 있는 모험적이고 탐구적인 가능성을 최대한으로 보여주는 예시로써, 이 연주에서 각각의 연주자들은 각각의 파트를 원하는 만큼 자유롭게, 하나의 집단으로써 목표하는 바에 충실하면서도 개개인이 원하는 대로 거의 즉흥연주에 가까울 정도로, 거의 완벽한 정도의 '표현에 대한 자유'를 실행하고 있다. 이 연주에서 음악은 때로는 날카롭고 각지면서도 추상적이지만 그러다가도 곧 섬세하고 서정적이며 심오할 정도로 아름답게 나아가고 있다. 연주자들은 계속해서 반복적으로 머나먼 곳까지 떠나버리다가도 악보로 다시 돌아오며, 언제나 그렇듯이, 하나의 '그룹'으로서 함께 앞으로 나아간다. 이 연주는 '대화'이며, '춤'이기도 하고, 거의 3시간이나 되는 시간동안 진행되는 진정한 '여정'이기도 하다. 이 앨범을 듣고 있다 보면 나도 언젠가는 이 사람들과 함께 연주를 했으면 하는 꿈을 꾸지 않을 수가 없게 된다.

    * Simeon ten Holt: "Canto Ostinato" - Live at the Concertgebouw, 연주: Ivo Janssen, Mallet Collective Amsterdam (2016): 대략 80분간 이루어지는 이 연주는 상당히 빠른 속도로 진행되며 훨씬 더 '직접적인' 느낌을 주는 연주이다. 또 다른 큰 특징으로는 피아노 연주자가 Ivo Janssen 단 1명이며 그를 맬릿 퍼커션(mallet percussion) 4중주가 반주하고 있는 구성이라는 점이다. 일부 'Canto Ostinato 순수주의자'라면 이 연주는 원곡의 의도, 정확하게 동일한 음색을 지닌 동일한 악기 여러 대가 만들어내는 신비로운 마이크로-페이징과 코러스 등등의 효과(팝 음악에서 보컬이나 기타를 '더블 트랙'으로 만들 때와 비슷한 효과)를 일으키고자 하는 의도를 거스르는 연주라고 말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나는 곡의 여러 부분들이 제각기 다른 악기들로 퍼져나가는 모습에서 뭔가 다르면서도 분명한 매력을 느낄 수 있었다. 명료함과 어떤 흥분이 이끌어내어지는 연주이며, 특히 경이로울 정도의 에너지가 넘쳐 흐르고 있기도 하다. 한편, Ivo Janssen은 솔로 연주 버전도 녹음한 적이 있으며, 깊이 있는 레퍼토리를 가지고 정기적으로 연주회를 열기도 하고 있는 사람이다. 암스테르담에서의 몇 년 동안 그는 과거에 탄약을 운반하는 바지선으로 쓰였던 버려진 배의 심장부에다 직접 만든 공연장에서 자신만의 공연들을 개최하기도 했었다. (진심으로 이 공연들 중 하나에 가고 싶었지만, 안타깝게도 이제는 배의 주인이 바뀌었고 그 특별한 공연장은 더 이상 존재하지 않게 되었다.)

    * Simeon ten Holt: "Incantation IV" (1990): '피아노와 다른 여러 악기들'을 위해 만들어진 이 곡은 곡이 가지고 있는 직접적인 속도감 그리고 보다 더 어둡고 조금은 광적이기까지 한 에너지로 알려져 있는 곡이다. 거기에 더하여 이 곡은 굉장히 '과정' 중심적이며, Simeon ten Holt 특유의 '모듈식' 작곡 기법을 한층 더 높은 층위로 끌어올리고 있는 곡이기도 하다. 연주자는 한 파트에서 다음 파트로 넘어갈 때 말 그대로 자기 마음대로 이동할 수 있으며, 15개 이상의 음악적 층위에서 원하는 것을 언제든지 연주자 개개인이 마음대로 선택할 수 있는 구조로 되어 있다. 악보에 딸린 노트에서 Simeon ten Holt는 이렇게 말했다: ""Incantation IV"는 '고정된 악보'와 '즉흥 음악'의 가운데 어딘가에서 연주될 작품으로 만들어진 것이 분명할 것이다." 결과적으로 발생한 '즉흥적 패치워크'는 이 곡의 모든 연주들에서 근본이 되는 뼈대를 형성하고 있다. 이러한 특징이 나에게 깊게 다가오는 부분이 있었다, 나 또한 언제나 내 음악에서 '통제된 무작위성'을 창조해내고 싶어했기에. 내가 의도적으로, 심지어 의식적으로도 만들어낼 수 있는 그 어떤 것보다도 거대한 마법이 있었다. 알려진 바에 따르면 Simeon ten Holt는 그의 '히트곡' "Canto Ostinato"보다 이 곡을 더 좋아했다고 한다. 수 년의 기간 동안 Simeon ten Holt는 무조주의 작품에 집중했었으며, 그러다가 갑자기 대담하고 극적인 결단으로 전통적인 화성과 단순한 3화음(아니면 작가 Paul Janssen의 표현을 따라, "그 어떤 귀라도 이해할 수 있을 음향")으로 방향을 틀었었다. 그러니 나로서는 궁금해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Canto Ostinato"의 성공 이후, 이 곡 "Incantation IV"이 좀 더 도전적인 무언가를 제공하는 방향으로의 전환이었던 것은 아니었었는지... 여전히 완벽하게 사랑스러운 무언가이지만 말이다.



    https://youtu.be/BfItk3-i3eI
    "Music For 18 Musicia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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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rik Hal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