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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Ex Machina
    [...]/[Steve Lehman] 2024. 1. 14. 02:46



    https://youtu.be/GMcos7eQh3o
    "Los Angeles Imagin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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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https://londonjazznews.com/2023/10/09/mondays-with-morgan-steve-lehman-new-album-ex-machina-with-orchestre-national-de-jazz/

    Morgan Enos
    [London Jazz]
    2023년 10월 9일


    ...

    Morgan Enos> 이렇게나 다양한 음색과 역할을 가지고 어떻게 균형을 잡을 수 있는지, 나로서는 상상도 못하겠다. 조정할 수 있는 부분들이 너무나도 많은데.

    Steve Lehman> 각각의 곡에 대해 굉장히 구체적인 목표 혹은 프로젝트를 마음 속에 떠올리면서 작업한 것이 도움이 많이 되었다. 이런 마음가짐이 많은 경우에 여러 문제들에 대한 해답 그 자체가 되기도 하고, 편곡에 있어서라던가 어떤 시점에 어떤 악기를 사용할지 등등에 대해 길잡이가 되기도 한다. 무한한 가능성들을 분류하고 모든 것들을 제대로 파악하면서 앞으로 나가야 한다는 목표의 달성에 큰 도움이 되었다.

    Morgan Enos> 그런 작업을 하다 보면 '창조적인 중심'으로부터 한 발짝 벗어나 순수한 '실행 계획'의 영역에 들어가게 될 것 같기도 한데.

    Steve Lehman> 맞다, 좋은 오케스트레이터(orchestrator)가 되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는 실질적인 실행 계획을 따라야 하는 것이 사실이다. 각 연주자들에게 각자의 악기로 어떤 연주를 하라고 요구할 때, 물리적으로 가능한 범위가 어디까지인지를 잘 이해하고 요구해야 하는 것이다. 물리적으로 불가능한 연주를 요구할 수는 없다.
     혹은, 정말로 어려운 연주를 부탁해야 한다면, 연주자들을 설득시킬 수 있는 좋은 '이유'가 필요하다. "안다, 이런 연주를 하는 게 진짜 어렵다는 것은 알지만, 나를 믿어달라, 진짜 멋진 곡이 나올 것이다"라던가 "여기, 나도 이렇게 해 봤었어"라고 말하며 실제 예시를 직접 보여줄 수 있어야 한다.
     앨범에 "Alchimie"라는 곡이 있는데, 상당히 짧은 곡이다 - 3분 정도밖에 안 된다. 이 곡의 목표는 Tristan Murail같은 사람이 60~80분 정도의 길이로 만든 거대한 관현악곡에서 느낄 수 있는 그런 종류의 색채와 전반적인 분위기를 나 또한 구현할 수 있을지, 15명 정도밖에 안 되는 악단과 전자음향 조금으로 비슷한 질감을 표현해낼 수 있을지를 알아보기 위한 것이었다.
     그렇다면 나는 훨씬 더 작은 힘으로도 그런, 부풀어오르며 소용돌이치는 음향의 덩어리를 만들어 낼 수 있을까? 그리고, 그렇게 해낸 다음에도 여전히 굉장히 '유기적'인 느낌, 시간을 벗어나서 일어나고 있는 것 같은 느낌, 하지만 동시에, 굉장히 놀라운 방식으로, 세심하게 짜여진 리듬의 틀 위에 모든 것들이 굉장히 정확하게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분명하게 표현하는 그 느낌을 유지할 수 있을 것인지?
     기본적으로 리듬의 추진력과 흐름, 그루브가 있어야만 했다. 통제하기 힘든 관현악적 질감들이 있더라도 말이다.
     말한 대로 나에게는 대략 15명 정도의 목소리밖에 없었다. 몇몇 연주자들은 한 번에 두 개 이상의 음을 연주할 수 있었지만, 대부분은 불가능했다. 그러니 실질적인 실행 계획을 위해서 나는 굉장히 높으면서도 조용한 음을 연주할 수 있는 사람들이 필요했다. 누가 그런 연주를 할 수 있지? 아, 이런, 이미 그런 사람들과 이 프로젝트를 하고 있구나.
     평범한 일인지는 모르겠지만, 실용적인 방식이기는 하다.

    Morgan Enos> Orchestre National de Jazz(ONJ)에 대해 이야기를 해 보고 싶다. 이 작품 [Ex Machina]에 있어 ONJ가 이상적인 매개체가 될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이었는지?

    Steve Lehman> 두 가지 이유가 있었다고 본다. 우선 이 관현악단은 국가의 지원을 받는 단체다, 프랑스 문화부(Ministère de la Culture)의 지원을. 1980년대에 설립된 관현악단으로 많은 재정적 자원과 인프라를 보유하고 있다.
     아마 ONJ가 아니었더라면 내가 빅 밴드와 작업을 해 보는 것 자체부터 가능했을지를 모르겠다. 누가 재정적 지원을 해 줬겠는가, 그 어떤 시나리오도 상상이 안 된다.
     정말로 훌륭한 수준을 달성한, 존경받는 음악가들의 경력을 보면 알 수 있을 것이다. 대략 10, 15, 16명의 음악가들과 함께 작업을 하게 되면 일종의 한계에 부딫히지 않을 수가 없게 된다. 우선순위가 진짜로 높은 프로젝트가 아니라면 결국 '완벽하지 못한' 환경에서 작업을 할 수 밖에 없게 되는 것이다 - 라이브 녹음이라던가 혹은 그런 정도의 스튜디오 녹음으로.
     한 음악가가 앨범 하나를 만드는 데 필요한 적절한 비용의 16배가 필요한 셈이기 때문에 소요 예산이 눈 깜짝할 사이에 $50,000 ~ $100,000을 넘어버리기 십상이다. 그리고 나는 그만한 돈은 없다, 그래서 재정 자원이 든든한 ONJ가 이상적인 관현악단이 되었던 것이다.
     정부의 지원을 받는 재즈 관현악단은 몇 개 정도 더 존재하고 있다. 유럽에도 어느 정도 있는 편이다. 독일에는 WDR Orchestra 같은 것이 있다. 프랑스의 ONJ는 상대적으로 더 '새로운 음악' 및 '실험'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관현악단이며, 악단의 단장 또한 매 5년마다 새로운 사람으로 바뀐다. 이러한 점 또한 내가 ONJ와 함께 작업하는 데에 있어서 새로운 관점과 미학을 제공해 주었었다.
     이번 프로젝트는 나에게 상당히 도전적인 프로젝트였다 - 좋은 의미의 도전이었다. 나는 Steve Lehman Octet이든, Sélébéyone든, Vijay Iyer 및 Tyshawn Sorey와 함께 하는 Fieldwork든, 아니면 Steve Lehman Trio든 간에 뭐든지 나와 함께 협업할 음악가를 내 손으로 직접 고르는 편인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작곡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선택이기도 했다 - 누구와 함께 작업을 할 것인지.
     그래서 파리를 자주 방문해 ONJ의 음악가들과 만나 작업을 같이 해 보면서 서로를 알아가는 시간을 가졌다 - 각자의 강점을 강조하고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연주할 수 있게 할 수 있도록 음악을 구체적으로 세공하기 위한 시간을. 정말 멋진 경험이 되었다 - 인생에서 단 한번뿐일 정도의 경험이.

    Morgan Enos> 작곡에 있어서 구체적인 부분들에 대해 말해줄 수 있을지? "Los Angeles Imaginary"는 단음으로 진행되는 피아노 스타카토 연주로 시작해서 판도라의 화음 상자를 한껏 열어젖히는 곡인데, 앨범에서 이 부분을 개인적으로 좋아한다.

    Steve Lehman> 어떤 면에서 보자면 '굉장히 직설적인 곡'의 좋은 예시가 될 만한 곡이다. 시작 부분에 등장하는 리듬이 있는데 - '딸꾹질'을 하는 폴리리듬 같은 리듬이다 - 이 리듬이 곡 전체에 걸쳐 흐르며, 청자를 위해 곡의 시작부에서 펼쳐지는 리듬이다.
     또한 일종의 '순환하는 키보드 선율'이 있는데, 이 선율은 전자음의, 뒤틀리고 왜곡된 키보드 음향과 어쿠스틱 피아노로 나누어져 있다. 그리고 나서 드럼이 다시 그 '딸꾹질 폴리리듬'을 선보이고, 베이스가 들어오며, 화음은 특정 주파수 관계에 기반한 '스펙트럴 화성'이다.
     이 모든 것들이 잘 작동하게 되면 조율이 맞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조율이 맞지 않는 것도 아닌, '다른 세계' 같은 음향이 발생하게 된다. 어떤 음을 잘못 연주했을 때의 느낌이 아니라, 내부의 논리가 존재하지만 내가 주로 듣고 익숙하게 느끼는 것과는 다른 무언가의 논리일 때의 느낌인 것이다.
     그리고 곡에 등장하는 모든 화음들 - 음향, 주파수, 피치의 일부는 신디사이저로 만들어낸 것들이며, 나머지는 관현악단의 실제 악기들이 만들어낸 것들이다.
     기본적으로 이런 곡이다 - 그리고 이 곡을 통해 "솔로 연주에 있어 흥미로운 환경을 조성하겠다"라고 선언하려는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곡을, 이러한 '흥미로움'을 유지하면서 얼마나 길게 가져갈 수 있는지를 알아보려 했다. 내 대답은 대략 6분 정도였으며, 뭐 괜찮은 것 같다.

    Morgan Enos> '주파수 사이의 관계'라는 개념이 좋다. 다른 곡에서도 적용되었었는지?

    Steve Lehman> "Jeux d'Anches"라는 곡이 있는데 - "리드(reed) 악기로 연주한다"라는 뜻이다. 리드 오르간을 부르는 프랑스어 명칭이기도 하다.
     이 곡은 목관악기 화음으로 시작하는데, 이 화음은 울퉁불퉁하고 고르지 못한 모양새를 한 화음이다. 하지만 서로 굉장히 잘 어울리는 화음이기도 한데, 이게 바로 그 '주파수 사이의 관계'에서 나오는 특성이다.
     각각의 목관악기가 연주하는 음과 주파수들이 서로 연관되어 있으며, 이 주파수들은 결국 베이스가 연주하게 되는 특정한 음의 배음 스펙트럼(harmonic spectrum)의 일부들이다.
     그래서, 각각의 주파수들은 다소 특이하고 여기저기 빠져나오는 듯한 주파수들이지만, 서로가 서로에게 연관되어 있으며 또한 그 베이스의 음 덕분에 모든 주파수들이 독특하고 흥미로운 방식으로 어우러지게 된다. 모든 주파수들이 서로 섞여들어가는 악기인 오르간 같은 소리가 나게 되는 것이다.

    Morgan Enos> [Ex Machina] 내에서 어떤 순간이 '정점' 혹은 '미래로의 연결' 같은 순간이라고 생각하는지?

    Steve Lehman> 마지막 부분 - 앨범의 4번째 곡 "Alchimie"의 코다 부분 같은 곳들이라고 생각한다. 이 코다에서는 정말로 흥미로운 폴리리듬과 '다른 세계'의 화성이 아름다운 균형을 이루고 있다.
     이런 곡은 이전까지는 만들어 본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다. 리듬, 화성, 악기 구성 등에 대한 이 모든 다양한 아이디어들을 하나로, 성공적으로 결합시켰던 적이 없었던 것이다. 그리고 전자음향까지, 이 앨범에는 전자음향도 들어가기 때문에.
     또 다른 부분으로는 "13개의 태양"이라는 뜻을 가진 "Le Treize Soleils"의 시작 부분일 것이다. 이 곡은 Fanny Ménégoz의 플루트 솔로로 시작하는데, 이 플루트 솔로 연주는 컴퓨터가 만들어낸 즉흥연주와 상호작용을 하며, 컴퓨터는 플루트 솔로를 감싸며 소용돌이치는 질감을 만들어 낸다. 그리고 곡이 진행되며 드럼 연주 같은, 타악기 소리를 제공하는데 - 이 음향이 Fanny Ménégoz의 연주와 상호작용을 주고받는 '열린 시간'이 된다.
     컴퓨터 기반의 즉흥연주가 자극을 주는 연주가 되면서도 그냥 듣기에도 정말 멋질 수 있다는 점에서, 이런 부분들의 미래가 굉장히 유망하다고 생각한다.



    https://youtu.be/hGdfc1DZaxI
    "Jeux d'Anch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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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https://postgenre.org/lehman-ex-machina/

    [Post Genre]
    Rob Shepherd
    2023년 9월 11일


    ...

    Rob Shepherd> [Ex Machina]에서 음악과 전자음향을 접목시키는 데에 있어, '말이 되는 방식'으로 전자음악을 더하는 과정에 어려움이 있었는지?

    Steve Lehman> 나는 적어도 2011년부터 IRCAM(Institut de Recherche et Coordination Acoustique/Musique)에서 상호작용적 전자음향(interactive electronics)을 가지고 이런저런 작업들을 해 왔다. 해서 전자음향을 음악에 융합시키는 것 자체는 꽤나 익숙한 작업이었다. 이번 프로젝트에서 전자음향 관련해서 제법 어려웠던 부분은 전자음향을 그저 장식으로 사용하지 않고 싶었기 때문에 발생했던 어려움들이었다. 우리에게 있어 아주 중요한 문제는 전자음향이 [Ex Machina]라는 작품의 중심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물론 이러한 접근법은 구조적으로도 나름의 의미를 갖는 접근이다. 단지 부수적인 요소거나 미묘한 장식에 불과한 것이 아닌, 전자음향의 '통합'이 우리로 하여금 어떻게 다른 방식으로 연주하게 만드는지, 우리의 음악을 어떻게 다르게 들려지게 하는지에 대해 숙고해야 했었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전자음악 센터의 자원을 어떻게 하면 가장 잘 활용할 수 있는지를 고민해야 했던 퍼즐의 큰 부분 중 하나는 '어떻게 하면 전자음향을 완벽하게 통합시킬 수 있을까'였다.

    Rob Shepherd> 연주자들이 전자음향과 잘 어울리게 연주하는 데에는 별다른 문제가 없었는지?

    Steve Lehman> 없었다. 우리도 두 가지를 잘 융합시키기 위해 노력했지만, 다행히 모든 연주자들이 굉장히 열린 마음을 가지고 있었으며 우리의 컨셉을 굉장히 쿨하게 잘 받아들였다. 모든 솔로 연주자들이 전자음향과 상호작용을 하거나, 전자음향이 지능적으로 그들의 솔로 연주에 반응할 수 있도록 설정되었다. 모든 사람들이 전부 굉장히 열성적이었으며 완벽한 사고방식을 가지고 있었다 - 정말 멋진 일이었다.

    Rob Shepherd> 전자음향이 어떻게 작동하며 녹아들어갔는지 좀 더 자세히 설명해 줄 수 있을지?

    Steve Lehman> 전자음향의 작동 방식이 각각의 수록곡들마다 다 다르기에 명확하게 설명하기는 어렵다.
     "Alchimie"같은 곡들에서 나는 작곡 과정에서 이미 곡의 모든 화성을 만들어 두었었다. 그 다음 우리는 내 생각에 어쿠스틱 악기들과 잘 어울릴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던 전자음향들을 모아 데이터베이스를 만들었다. 그리고, 우리는 내가 어쿠스틱 악기들을 위해 작곡해 둔 부분들을 분석하고 스케치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를 개발했다. 이 소프트웨어는 음악과 잘 연결될 만한 음향들을 전자음향 데이터베이스에서 꺼내어 제안했다. 소프트웨어는 내가 평소였으면 찾아내지 못했을 연결고리들을 찾아내 주었으며, 굉장히 흥미롭고 멋진 것들을 발견해 주었다.
     결과적으로, 완성된 곡에서, 우리는 어떤 음향이 전자음향이고 어떤 음향이 실제 악기 연주인지 구분이 불명확하도록 의도적으로 내버려 두었다. 악기 파트와 전자음향 파트는 '다른 세계의 음색'을 만들어낼 수 있는 방식으로 융합되고 합성되었다. 어떤 부분이 전자음향이고 어떤 부분이 실제 악기 연주인지를 구분할 수 있는 기회를 최소화함으로써, 둘의 구분이 그렇게까지 중요하지는 않다는 점을 강조하려 했다. 정말로 중요한 것은 청자에게 공명하는 것, 청자를 움직이는 것, 청자의 흥미를 유발하는 것, 청자가 좋아하는 것을 결과적으로 창조해 낼 수 있냐는 것이다.

    Rob Shepherd> 앨범의 다른 수록곡에서는 인공지능(AI)을 '데이터베이스 접근'과는 다른 방식으로 사용했다고 언급했었는데.

    Steve Lehman> 맞다. AI를 '즉흥 연주자'로 사용한 곡들도 있다. "Chimera"를 예로 들자면, 이 곡은 Chris Dingman의 비브라폰 솔로 연주로 시작하는데, 이 솔로 연주는 곧 AI가 Chris의 연주에 반응하여 만들어 낸, 뒤틀린 외계의 비브라폰 음향과 상호작용을 시작하게 된다. 결과적으로 Chris와 AI는 서로가 서로의 연주에 계속해서 반응하는 식으로 연주를 이어나간다.
     이런 작용을 만들어내기 위해 우리는 내가 만들어 낸 음향들을 사용했다. 그리고 Chris의 연주에 지능적으로 반응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개발했다. 이 프로그램은 Chris가 연주하는 음, Chris가 남겨 둔 공간, Chris가 얼마나 시끄럽게 혹은 부드럽게 연주하는지 등등을 전부 고려하여 반응하는 프로그램이었다. 이 모든 것을 다 고려한 컴퓨터는 Chris의 연주를 어떻게 흉내낼지 혹은 어떻게 대조되는 음을 만들어낼지를 판단했다. 이러한 음악적 상호작용 속에는 굉장히 풍부한, 온갖 것들이 내재되어 있으며, 우리는 '듣기에 흥미로운' 것을 만들어내는 쪽으로 곡을 흘러가게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이 실시간으로 진행되었다. 컴퓨터가 '즉흥 연주'를 한다는 부분에서 "Alchimie"에서 설명했던 과정과는 많이 다른 방식이었다.

    Rob Shepherd> 완전히 자동화되어 만들어진 전자음향처럼 들리긴 하지만, [Ex Machina]의 기여자 목록을 보면 1~2명의 사람이 전자음향을 '조작'한 것처럼 보인다.

    Steve Lehman> Jérôme Nika가 '생성형 전자음향'의 제작을 맡았고, 예술적 협업에도 기여했었다. Jérôme은 프로그램들을 개발하는 데에 도움을 주었다. 또 다른 기여자로는 Dionysios Papanikolaou가 있었다. Dionysios는 라이브 공연에서 음향을 담당하는 사람들과 비슷한 역할을 맡았었다 - 프로그램이 작동하는 것을 실시간으로 지켜보며 이상한 짓을 하지 않는지, 멍청한 결정을 내리지는 않는지 감시하는 역할. 대체로 Dionysios는 프로그램이 충분한 음량을 가지고 음향을 만들어내는지를 확인했었다. 프로그램이 작동해야만 하는 방식으로 작동하지 않을 경우엔 Dionysios가 조작하여 '그래야만 하는' 쪽으로 조정했다. 그는 컴퓨터가 외부 음향을 어떻게 듣는지에 대해서 우선순위를 조절하는 법을 아는 사람이었다.

    Rob Shepherd> 그러니까 음향 데이터베이스를 위해 만들어낸 샘플들도 그렇고, 프로그램을 관리하며 조정하는 것도 그렇고, 여전히 '인간'의 예술이 들어가 있다는 말인가.

    Steve Lehman> 맞다, 그렇게 말할 수 있겠다. 100% 맞는 말이다.
     내가 AI와 컴퓨터 음악을 다루는 방식은 George Lewis에게서 물려받은 거라고 생각한다. 컴퓨터를 프로그램하고, 패치를 만들고, 전자장비들이나 AI가 내 아이디어, 내 우선순위, 내 음악적 미학을 반영하고 표현하는 식으로 다룰 수 있다는 사실에 처음으로 눈을 뜨게 해 주었던 사람이 바로 George Lewis다.
     하지만 그를 넘어서도, 당신이 제기한 관점에 대해 생각해 본다고 하면, 자신의 아이디어로 인해 편향되는 부분이 아예 없는 컴퓨터 프로그램을 만들어낸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다. 음악에서도 그렇고 다른 영역 전반에서도 그렇다. 내 경우 이 '아이디어'는 음악의 목적 그리고 음악이 어떻게 기능해야 하는가에 대한 아이디어들이었다. 이러한 부분 - 인간으로부터 정보를 얻거나 인간에 의해 영감을 받는다는 것 - 은 항상 AI의 일부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멋진 부분은, 이러한 요소를 알고 이해한다면 이를 활용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Rob Shepherd> 그 '인간적 요소'가 계속해서 AI의 일부로 남을 것 같다고 보는지, 아니면 현재의 기술 수준에 따르는 요인이며 머신러닝의 지속적인 발전으로 인해 미래에는 역할이 축소되거나 아니면 아예 사라지기까지 할 것으로 보는지?

    Steve Lehman> 음, 내가 '인간적 요소가 없는 가능성'을 상상할 수 있을 정도로 똑똑한 사람인지 모르겠다. 지금 당장은 이미 존재하고 있는 데이터들, 음악적 정보나 오디오 파일, 책, 시나리오 등등을 수집해서 이를 기반으로 지능적인 결정을 내리는 AI 모델들이 있다. 나는, 가능한 시나리오들 중 가장 좋은 시나리오는 인간으로서의 우리에게 새롭고 놀라운 아이디어와 결과들을 AI가 가져다 주는 시나리오라고 생각한다. 이는 좋은 것이다. 컴퓨터가 이미 존재하는 데이터들이나 인간으로부터의 입력 없이 정말로 혼자서 음악을 만들어낸다는 시나리오는, 나로써는 상상하기 힘들다, 하지만 가능은 하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잘 모르겠다, 하지만 그 아이디어 자체는 상당히 흥미로운 것이 사실이다.
     내 아내는 영화 제작 일을 하고 있으며 작가이자 감독이기도 하다. '컴퓨터가 모든 최고의 대본들에서 모든 최고의 순간들을 뽑아내어 자신의 대본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가능성에 로스앤젤레스의 많은 사람들이 분개하고 있다. 만약 그런 일이 실제로 가능해진다면 시나리오 작가라는 '직업'은 AI에 의해 거의 사라지게 될 것이다. 나는 이러한 우려를 이해할 수 있지만, 또 동시에 AI가 지금 하고 있는 것은 실제 작가들이 예전부터 해 오던 일을 똑같이, 하지만 그저 훨씬 더 빠른 속도로 하고 있는 거라는 생각도 한다. 보다 더 큰 관점에서 바라보면서 인간만이 가지고 있는 고유한 무언가가 무엇인지에 대해 집중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나는 이러한 '질문'에 대한 답은 얼마든지 존재한다고 생각한다.

    Rob Shepherd> 음악에 대해서도 비슷한 말을 할 수 있을 것이다.

    Steve Lehman> 물론이다. 그리고 그게 George Lewis에게서 배웠던 또 다른 것이다: 컴퓨터로 작업을 할 때 '인간과 기계의 대결'이라고 이분법적으로 생각하는 경향을 버려야 한다는 것. 대신 '컴퓨터 또는 AI를 가지고 작업한다는 것'을 인간을 인간답게 만드는 요소, 인간으로서의 특별한 부분을 공유하기 위한 하나의 방법으로 바라보아야 한다는 것. [Ex Machina]가 그 예시가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이 앨범은 그 '인간의 기여도'를 강조할 수 있을 앨범이 되길 바라고 있다. 우리가 진심으로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부분이기도 한데, 전자음향을 밴드 및 솔로 연주에 너무나도 잘 녹아들게 만들 수 있었던 것은 인간인 연주자들이 어떻게 상호작용을 하는지, 우리는 무엇을 듣고 싶어하는지, 그리고 무엇이 효과적으로 작동할 수 있는지에 대해 깊게 숙고해 봤기 때문이었다.

    Rob Shepherd> George Lewis 또한 IRCAM에서 [Rainbow Family] 작업을 했었다.

    Steve Lehman> 맞다. George Lewis는 1984년에 IRCAM에 머무르며 여러 작업을 했고, [Rainbow Family]는 그 작업들 중 하나였다. 내가 알기로, [Rainbow Family]는 IRCAM이 '즉흥연주'를 중심으로 한 작곡을 의뢰했던 마지막 작품일 것이다. IRCAM은 즉흥연주에 관련된 여러 연구 프로젝트를 진행해 왔지만 [Rainbow Family]는 아마 처음으로 '즉흥연주' 자체에 초점을 맞췄던 작품일 것이다. 이 역사에 대해서는 잘 알고 있다. 한때 [Ex Machina]의 이름을 그러한 역사를 반영하는 이름, 그래서 무지개의 라틴어라던가 그 비슷한 단어를 사용한 이름으로 지어 George Lewis의 유산을 언급하려 하기도 했었다.

    Rob Shepherd> [Ex Machina]가 대략 40년전의 George Lewis의 작업의 연장선상에 있는 프로젝트라고 생각하는지?

    Steve Lehman> George Lewis는 정말로 대단한 사람이다. 그런 건 시작조차도 못 하겠다. 나는 그의 어깨 위에 서 있을 뿐이다. [Ex Machina]라는 앨범은 George Lewis가 40년전에 미리 개척해 둔 길, 지금까지도 개척하고 있는 길이 아니었다면 애초에 만들어지지도 못했을 앨범이다. 나는 그에게 정말로 많은 빚을 졌다. 그의 컴퓨터 음악 작업에서 정말로 많은 영감을 받았다. 어쩌면 이렇게 말하는 것 자체가 내가 George Lewis의 전통을 이어가고 있다는 말을 다르게 돌려 말하는 것일지도 모르겠지만, 나에게 George Lewis는 너무나도 거대한 사람이라 내가 그와 같은 맥락에 위치한다는 말을 감히 하기가 어렵다.

    Rob Shepherd> '인간과 기계의 대립' 구도에서 한 발짝 벗어난다는 것에 관련해서, AI가 인간이 스스로를 표현하기 위한 새로운 또 하나의 도구라는 측면을 무시하고 그저 인류를 쓸어버릴 수 있는 위협이라고만 묘사하는 미디어의 소란을 지나쳐 갈 길을 갔던 것에 조금이나마 어려움을 느꼈었는지?

    Steve Lehman> 개인적으로는 딱히 어렵지 않았다, 창작의 측면에서 보자면 나는 새로운 기술을 언제나 '사용할 수 있는 새로운 도구'로 여겨왔기 때문이다. 더 광범위한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측면에 대해서는 딱히 불안감 같은 걸 갖고 있지 않다.
     일반적으로 보았을 때 AI는 우려의 대상이 될 만한 것이긴 하다. AI처럼 엄청나게 강력한 자원이 '악의적'인 목적으로 사용되지 않을 거라고 믿는다면 보통 순진한 사람이 아닐 것이며, 이러한 악의적인 목적의 사용은 이미 일어나고 있는 일이기도 하다. SNS가 대표적인 예가 될 것이며, 사람들은 AI를 활용해 의도적으로 거짓 정보를 퍼뜨리고 있다. 하지만, 궁극적으로 보자면, AI는 '자원'이다. 뭐랄까 '불'에 비유할 수 있을 정도로 매우 강력한 도구이며, 좋은 일에 사용할 수 있지만 또 동시에 잘못 사용하면 큰 피해를 입을 수도 있는 것이다.
     하지만 나는 오랫동안 '새로운 기술'들을 바라보며 불안하다기보다는 익숙하고 편안한 느낌을 받게 되는 종류의 작업을 해 왔으며, AI 또한 자원으로써 사용 가능한 새로운 기술들이라는 커다란 틀 안에 두고 있다. 나에게는 상당한 가능성을 열어 준 도구이다.

    Rob Shepherd> 이후의 프로젝트들에서도 비슷한 느낌의 전자음향들을 사용할 것인지?

    Steve Lehman> 물론이다. 나와 자주 함께 작업하는 연구자 Jérôme Nika와 나는 2011년부터 함께 협업해 온 사이이다. 벌써 함께 한 지도 12년이나 되었다. [Ex Machina] 전에는 작은 규모의 밴드 프로젝트들을 해 왔었다. IRCAM이 그리스에서 주최했던 행사에서는 [Silver Lake Studies]라는 이름의 듀오 프로젝트를 하기도 했었고. 비슷한 일들을 앞으로도 계속해서 진행할 것이다. 듀오 작품들도 더 해 보는 방향으로 이야기를 하고 있으며, Sélébéyone 관련 작품들에도 AI 기술을 접목시킬 수 있는 방향을 모색하고 있기도 하다.

    Rob Shepherd> Sélébéyone가 AI와 결합한다면 상당히 흥미로워질 것 같은데.

    Steve Lehman> 그렇다, 놀라운 작업을 할 수 있을 것이다. 래퍼가 부르는 아카펠라 트랙을 분석하고 데이터베이스에서 보컬 악센트에 맞는 음향들을 불러내 아카펠라에 어울리는 전자음향을 만들어내는 프로그램을 만들어 볼 수도 있을 것이다. 래퍼의 억양을 분석하여 이를 샘플링에 반영할 수도 있을 것이고. 이러한 기능들 중 일부는 이미 사실상 구현되어 있기도 하다, 정말로 흥미롭다. AI라는 기술을 가지고 어디까지 갈 수 있을지 무척 기대중이다.



    https://youtu.be/-xZLUyCRz58
    "Les Treize Soleil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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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teve Lehma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