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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Syphon
    [...]/[Wojciech Rusin] 2023. 3. 18. 14:16



    https://youtu.be/mwjh6s2ti68
    "Speculum Veritatis" (feat. Eden Girm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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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https://thequietus.com/articles/31383-wojciech-rusin-interview

    파이프 드림: Wojciech Rusin 인터뷰
    [The Quietus]
    Jennifer Lucy Allan
    2022년 4월 11일

    Jennifer Lucy Allan은 폴란드 출신 음악가이자 예술가와 함께 3D 프린터로 제작한 그의 '파이프'들, 가상의 중세 음악에 대한 그의 연금술적 앨범들, 거대한, 공기로 부풀려진 물체를 무대 위에 올려놓았을 때 무슨 일이 일어나게 될 지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어제 여기 선반을 설치해 두었다. 여기서 '파이프(pipe)' 전부를 볼 수 있게." 예술가, 음악가, 악기 제작자 Wojciech Rusin의 말이었다. 우리는 그의 공유 스튜디오에 있었고, 이 스튜디오는 런던 동부의 산업지구에, Kingsmill 빵 공장의 냄새가 풍겨오는 곳에 위치해 있었다. 선반에는 3D 프린터로 제작한 '파이프'들이 놓여 있었다: 커다란 '힐데가르드의 마법 지팡이'는 형광빛 녹색과 플라스틱 질감의 황동색으로 덮여 있었고, 두 개의 하얀 '도넛들'은 플라스틱으로 만들어진 백파이프 리드에 중세 숌(shawm)같은 소리가 났다. '노란 개자식' 오카리나는 정면에 악마 모양의 만화 캐릭터 얼굴이 그려 져 있었고, '비틀거리는 손가락'은 이중 호각이었다. 이들 옆에는 온갖 프로토타입들이 널려 있었다.

    이 수제 파이프들은 그의 창작의 절반에 해당하는 것들이었고, 나머지 절반은 음악이었다. 올해 초, Rusin은 [Syphon]을 발매하였고, 이 앨범은 '가상의 중세 음악'에 대한 연금술적 3부작의 하나, 2019년 [The Funnel]에 이은 두 번째 앨범이었다. Rusin의 앨범들은 스트루가츠키 형제의 [신이 되는 건 어렵다]와 비슷한 느낌으로 자신만의 세계를 쌓아올리고 있었으며, 뚜렷한 근거 없이 추측으로만 이루어진 '가상의 중세'를 그려내고 있었다 - 진흙, 브로드소드, 양피지, 우주 여행. [The Funnel]이나 [Syphon]의 수록곡 중 아무거나라도 단 하나만 들어본다면 앨범 전체의 분위기에 대한 감 같은 건 전혀 잡지 못할 것이다. 이 두 앨범은 3D 프린터로 만들어진 관악기들, 첼로나 하프시코드 같은 악기들의 실제 버전과 합성 버전 음향들, 디지털적인 거품들과 흔들리는 파동들, 오토튠을 입힌 Rusin 자신의 목소리, 소프라노 Eden Girma와 가수 및 플루트 연주자 Emmy Broughton의 소리들, 물, 곤충, 새와 같은 '바깥'의 소리들을 담고 있는 앨범들이었다. 작년, Rusin은 Cafe Oto의 Takuroku 레이블에서 EP를 발매하기도 했으며, Boomkat의 레이블 Documenting Sound에서 [Rufus Orbis]라는 카세트를 발매하기도 했다 - 이 둘은 콜라주 작업의 결과물들이었었다.

    [Syphon] 및 [The Funnel]을 통해, Rusin은 역사 속에 묻혀 있는, 추상적인 어떤 '시기'를 끌어내고 있었다. "옛 음악처럼 들리게 하려고 흉내낸 것은 아니었다." 그는 설명했다. 대신, Rusin은 아이디어, 음향, 과거로부터 남아있는 마음 속의 찌꺼기들을 가지고 놀고 있었다. 특별히 [Syphon]에서, 그는 하프시코드 특유의 건조하면서도 딱 떨어지는 음향, 그리고 17세기 궁중 음악에서 하프시코드가 차지하던 위상에 대해 생각했었다고 말했다. "거의 합성된 음향에 가까운 느낌의 소리가 난다, 완전히 살균되어 깨끗한 그런 느낌이." Rusin은 설명했다. "나는 옛 시절, 도처에서 소작농들이 온갖 질병에 시달리며 죽어가던 그런 시절에 어떻게 그런 엄청나게 깔끔한, 레이저같이 정밀한 소리가 나는 악기를 만들 수 있었는지, 어떻게 그렇게 했던 것인지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다."

    https://youtu.be/VlFFpzB-Xlk
    "Words into Shapes" (feat. Emmy Broughton)

    Rusin은 설명했다. "[Syphon]의 음향적 목표는 DIY 미학보다 더 많은 것을 노리고 있다. 의도적으로 만들어 넣은 '허울'이 있는데, 진짜 악기 연주, 샘플링된 악기 연주, 전자 음향 사이의 경계를 일부러 흐려뜨려 놓기도 했던 것이다. 모든 요소들이 현대음악적인 미학을 향하고 있지만, 동시에 내가 가지고 있었던 것은 기본적인 노트북 하나, 미디 키보드 하나, 마이크 하나가 전부였다. 지난 12년간 1년에 이사를 1번꼴로 다녔다 - 그 와중에 가지고 다닐 수 있었던 것은 하드디스크들이 전부였고."

    [Syphon]의 이전작이자 3부작의 첫 번째 앨범, [The Funnel]은 웨일스의 Port Talbot에서, National Theatre Wales의 후원으로 기획 및 진행되었던 연극 [We're Still Here]에서 영감을 받아 만들어졌던 앨범이었다. [We're Still Here]에서 Rusin은 전자석식 해머의 인더스트리얼 음향과 현악기의 음향을 융합시켰으며, 그 두 소리 사이에 존재하는 개념적 간극과 질감의 차이에 반해버리게 되었다. Rusin은 말했다. "주최측이 나를 Port Talbot의 제철소에 데려갔었는데, 굉장히 놀라운 경험이었다. 공기에 금속 가루들이 떠다니고 있었고, 모든 것들이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거대한 크기를 자랑하고 있었다. 사람 한 명이 나타나서는 집 한채만한 크기의 도가니에 담긴 녹은 금속을 부어버렸고, 그 거대한 것들이 내 머리 위에 매달려 떠다니고 있었다. 무엇이 작고 무엇이 큰 것인지에 대한 경계가 흐려지는 장소였고, 한 개인 따위는 도저히 감을 잡을 수 없는 그런 곳이었다."

    제철소에서의 경험에서 건진 놀라운 발견 하나는, 용해된 강철의 상태를 점검하는 데에 음향적인 방식이 사용된다는 사실이었다 - 과거에는 불타오르는 금속 액체의 소리를 사람이 직접 듣고 물질의 상태와 구성 성분비를 점검했었으며, 현재는 전문 마이크 장비를 활용하고 있었다. 이 강철 용암의 소리들은 [Syphon] 및 [The Funnel]에 담긴 디지털 음향들과도 맞닿는 부분이 있었다. 또한, [We're Still Here]를 제작하던 시기, Rusin은 [헤르메티카](Hermetica) - 그리스 신화의 신 헤르메스와 이집트 신화의 신 토트의 융합체라는 전설의 인물, 헤르메스 트리스메기스투스가 기원전 2~3세기에 직접 엮었다고 전해지는 신비주의적이고 연금술적인 영지주의 저작 - 를 읽고 있기도 했었다. 이 경험들을 통해 Rusin은 '연금술'이라는 주제에 대해 보다 더 깊이 생각해보게 되었으며, 테렌스 맥케나의 저작들을 통해 연금술적인 아이디어들에서 출발하여 '물질적인 세계의 역전 혹은 융해', '환각적 경험 속의 정신' 등의 주제로까지 발전해 나아가게 되었다.

    2019년 'Supernormal' 페스티벌에서 선보였던 Rusin의 공연은 [The Funnel]의 수록곡들 중 일부를 포함하고 있었으며, 페스티벌 전체를 통틀어 가장 인상적이었던 공연 중 하나였었다. Rusin과 Jo Hellier는 그들의 동료 Joe Evans가 제작한 의상을 입고 무대 위에 올랐는데, Joe Evans는 핸드폰 수리점 뒷편에 버려져 있던 부서진 액정 스크린들의 조각들을 모아 쓰레기봉투에 붙여 Ziggy Stardust같은 느낌의 의상을 만들었었다. 이 조각난 유리들은 Rusin과 Jo Hellier가 공연을 시작하자마자 그들의 살갗으로 파고들기 시작했으며, Rusin은 자신의 곡 "Dance"에 맞추어 거대한 배수관으로 만들어진, 끝에 풍선을 달아 놓은 디제리두(didgeridoo)를 연주했고 (유아용 악기 제작 책에 나와 있는 디자인이었다) 여기에 맞추어 Jo Hellier는 영지주의적 동물들의 이름을 나열했다 - 오만함의 독수리, 성급함의 말, 욕망의 돌고래. 이 공연은 기이하면서도 말도 안 될 정도로 훌륭한 공연이었고, 전자음향과 고전 악기의 음향이 충돌하는 연주였다 - 파이프의 구린, 대충 만든 끝부분에서 나오는 끼익거리는 전자음향, 그 옆에서 흘러나오는 코러스와 현악에서 풍겨 오는 신성한 음악의 인상들.

    https://youtu.be/_vNSEpNSPAo
    "The World in a Tiny Bottle" (feat. Eden Girma)

    Rusin은 폴란드의 동남부 Rzeszow에서 태어나 자랐다. 그러다가 잠시 독일에서 거주하기도 했으며, 그 이후에는 다시 폴란드로 돌아와 Wrocław에서 살았다. 2004년 무렵, 브리스톨을 방문하게 된 후, 그는 영국으로 거처를 완전히 옮겼으며 폴란드로 돌아가지 않았다. "2004년의 브리스톨은 굉장히 편안한 곳이었다. 생활비도 저렴했고 전반적인 분위기도 서로가 서로를 돕는 느낌이었다. 다양한 씬이 일어나고 있기도 했고." Rusin은 12살 무렵부터 아타리 게임기를 가지고 컴퓨터 음악을 연습하기 시작했으며, 브리스톨 시절에는 Katapulto라는 이름으로 음악을 만들어 발매하기도 했다: Rusin 자신의 표현을 빌리자면, "초보적이면서도 이상했던 프로젝트"를. Rusin은 Olde English Spelling Bee를 비롯한 여러 레이블에서 몇 가지 음반들을 발매했으며, 몇 년간 그래픽 디자이너 일을 하며 놀러 다녔다. 그러다가 문득, 이제는 진지하게 진행해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게 된 후, 음향 디자인 및 음악 작업에 몰두하게 되었으며, 이 작업은 2013년 특정 장소들을 위한 음악 작품으로 첫 발을 내딛게 된다. 그는 또한 이 무렵 악기 디자인 및 제작을 시작하기도 했다. "언젠가, 스튜디오라는 것을 처음으로 가지게 되었을 때 였는데, 그 때엔 모든 사람들이 모듈러 신디사이저를 갖고 있었다. 반면 나는 1970년대에 쓰여졌던 책, [나만의 악기를 만드는 방법]인가 하는 그런 제목의 책을 가지고 있었다. 그 책 속에는 음향학의 기본이 설명되어 있었고, 읽다 보니 악기와 악기의 음향이라는 것이 어떻게 만들어지게 되는 것인지에 대한 아주 기초적인 지식 정도는 이해하게 되었다. 그러고 나니 모듈러 신디사이저에 들어가 있는 음색 말고, 오로지 나만의 새로운 음색을 만들 수 있게 되었다. 피아노의 저음 줄에 알루미늄 호일 조각을 붙여 보면 그 조각이 한 3분정도 계속 흔들리게 되는데, 그 조각을 마이크로 직접 쓸어보면서 독특한 음향을 얻을 수 있다. £350으로 모듈러 신디사이저에 장착 가능한 음향 필터 하나를 구입할 수도 있지만, 머리를 조금 써 보면 같은 돈으로 무엇을 할 수 있는지 아는가? eBay에서 색소폰용 마우스피스를 20개는 구매할 수 있고, 거기에 더해 PVC 파이프도 구입할 수 있다. 그러면 이 물건들을 가지고 온갖 소리들을 만들어 녹음하고 샘플링할 수 있으며, 모듈러 신디사이저라는 상업 업계와는 전혀 다른, 당신만의 음향세계를 구축할 수 있게 된다. 나는 이 길이야말로 내가 걸어야 하는 길이라는 것을 알았다."

    탁자 밑에 숨겨져 있던 박스 속에서, Rusin은 악기 제작을 막 시작했을 무렵 만들었던 악기들 중 하나, '프로토-파이프'를 꺼내 들었다. 이 '악기'는 하얀색의 배관 파이프에 드릴로 엉성하게 구멍을 낸 물건이었고, 한쪽 끝에는 테너 색소폰 마우스피스가 절연 테이프로 고정되어 있었다. "이 녀석은 클라리넷 비슷한 소리가 난다." Rusin의 말이었다. 나는 그 '악기'라는 것을 바라보았고, 생각했다,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하지만 Rusin이 직접 그 악기를 잠깐 '연주'하자, 놀라울 정도로 클라리넷 혹은 다른 리드 악기들과 흡사한 소리가 흘러나왔다. 다소 제멋대로 날뛰는 느낌은 있었으나, 음정 자체는 굉장히 잘 맞는 편이었고, 음색도 놀라울 정도로 목관악기에 가까웠다.

    악기 제작에 관련된 경험을 쌓아나가며, Rusin은 런던으로 거처를 옮겨 Goldsmiths(University of London)에서 음향 예술로 석사 과정을 시작했다 (그는 최근에 이 과정을 졸업하였다). 대학에서 그는 3D 프린터가 있는 스튜디오를 발견했고, 그 안에서 일종의 계시를 얻었다. 이제 Rusin은 3D 프린터와 생분해성 옥수수전분 플라스틱으로 악기를 제작하고 있다. 악기 하나당 대략 9시간이 소모되며, 알맞은 음정과 손가락 위치를 찾는 것은 반복적 시도와 시행착오의 과정이다. Goldsmiths에서 Rusin은 프로젝트를 진행하던 와중 Eden Girma를 만나기도 했다. Rusin은 그녀가 전문적인 훈련을 받은 소프라노이자 천체물리학자라는 것을 알게 되었고, 그녀의 목소리를 녹음해볼 수 있는 기회를 바로 잡았다. "첫 6개월간은 그 걸 가지고 대체 뭘 해야 하는지 감도 못 잡고 있었다. 무언가 탄탄한 컨셉이 있어야만 했다. 전자음을 더하다 보면 너무 쉽게 '뉴에이지'의 영역으로 빠져버리게 된다. 단 하나의 음향이, 당신이 원하지 않는 방향으로 향하는 테마가 될 수도 있는 것이다. 앨범을 만드는 과정은 내가 가진 것을 어떻게하면 제대로 만들고 표현할 수 있을지를 찾아 헤매는 과정이었다."

    Rusin은 또한 자신이 제작한 관악기들이 '상상의' 동유럽 악기로 보여질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시작하기도 했다. 그는 Jennifer Walshe가 편집한 아일랜드 아방가르드 모음집, [Aisteach]에서 많은 영향을 받았다고 말했다. "스스로 자신의 계보와 혈통을 만들어나가는 것 같은 일이다." Rusin은 설명했다. "언젠가 앉아서 혼자 기타를 연주하고 있었는데, 그러다가 내가 생각하기에는 아주 초보적인 아랍풍의 음계 같은 것을 연주하게 되었다. 그런데 누가 다가와서는 '오, 동유럽쪽 음계를 연주하고 있군'이라고 말하는 것이 아닌가. 굉장히 흥미로운 일이었다. 똑같은 것을 두고 나는 '동쪽'이라고 받아들이고 있었고, 다른 사람은 내가 생각하는 '동쪽'에서 4천 마일은 서쪽으로 떨어진 지방을 생각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나는 이 아이디어를 발전시킬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폴란드의 카르파티아 산맥 지역에 대한 고정관념과 혼란을 일부러 가중시키는 방식으로. 기본적으로 나는 정말로 아무 의미나 다 같다붙이고는 그대로 판매대 위에 올려놓을 수 있었다 - '서양'의 시선 아래에, '이건 진짜 나의 것이다'라고 표현하면서. 그 것이 정말로 무엇인지 해독하고, 재해석하고, 질문하는 것은 온전히 받아들이는 사람에게 달려 있는 것이다. 여기에는 상당히 건방진 '구실'이 있다. 나는 가짜 중세 그림들을 만들기 시작했고, 진짜 중세 그림들에 묘사되어 있는 관악기 연주자들을 따라 그리면서 그들의 입에는 내가 만든 악기를 대신 그려 넣었고, 이 '가짜 그림'들을 가지고 가서는 내가 제작한 악기들의 디자인이 폴란드 음악학 연구에서 나온 것이라고, 내 악기가 근본있는 악기라는 것을 증명하는 사료가 여기 이 그림이라고 주장하곤 했다. 폴란드 사람 두 명을 데려다가 아주 커다란 모자를 씌운 후 내 악기를 연주하게 시키고는 '여기 보라고, 이 악기들은 내가 직접 만든 관악기들이고, 내 고향 문화가 바로 이런 거라고'라는 식으로 말하기도 했고. 이런 짓거리를 대학교에서 하면서 스릴이 넘치는 경험을 하기도 했었다, 바로 담당 교수를 갖고 놀면서 말이다. 나는 교수한테 '여기 또 다른 폴란드 전통 관악기가 있어요, 내가 발견했죠. 엄청 마음에 들 걸요!'라고 직접 구라를 쳤었다.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를 아는 건 상당히 미묘하고 까다로운 일이다 - 내가 지금 당신을 가지고 노는 것인지, 아니면 아닌지?"

    https://youtu.be/WtEcXU44viY
    "Destroyer of Worlds"

    최근 들어 '파이프'들은 Rusin 공연에서 점점 더 중요한 역할을 맡게 되었다. 지난 5월 진행되었던 Rewire 페스티벌 공연에서 Rusin은 현악사중주단과 함께 공연했으며, 사중주단의 멤버 각자에게 직접 제작한 흑백의 파이프들을 들려 주었다. Rusin은 파이프로 그냥 드론음을 연주하는 것 자체도 흥미롭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 사람마다 제각기 다른 방식으로 마우스피스를 입에 물고 제각기 다른 힘으로 파이프를 불기 때문에, 드론 음마저도 사람마다 전혀 다른 음색과 음정으로 연주되니까. Rusin은 자신의 '파이프'를 전자 음향 악기들과 같다고 표현했다. 그냥 아무 악기나 마음에 드는 것을 집어다가 불면 되고, 어떤 식으로 불더라도 '틀린' 연주법 같은 것은 없기 때문이었다. 반면 첼로 같은 전통적인 악기를 연주하게 될 때엔, "수백년간의 전통이 머릿속을 맴돌며 특정한 '레퍼토리'가 연주자를 지배하게 된다".

    '파이프'들은 역사적인 맥락이 없는, 완전히 새로운 악기로서 존재하기만 하는 것이 아니었다. '파이프'들은 시각적인 효과를 불러일으키기도 했던 것이다. Rusin은 "일종의 무대 소도구로 작동할 수도 있도록" 악기를 디자인 및 제작하고 있었다. "최근 나는 '스펙터클'에서 상당한 스릴을 이끌어내게 되었다. 나는 항상 단순하게 노트북 하나만을 가지고 공연하는 것을 마음에 안 들어했었다 - 그냥 그렇게 하고 싶지가 않았다. 최소한 탁자 위에 노트북 말고 파이프 몇 개는 더 있어야 마음이 편했다! 그러다가 깨닫게 된 것이, 무대 위에 보컬들을 불러다 세울 수 있다는 사실, 그러면서도 여전히 통제권을 내가 가지고 있을 수 있다는 사실이었다. 거기에 그 추가 인원들이 악기도 연주한다면, 최고일 것이다. 그러다가 나는 무대에 거대한, 공기로 부풀려진 구조물도 설치하게 되었다. 이 구조물은 공연에 대한 완전한 방해물이었고, 그렇게 무대를 장악하는 물건이 되었다."

    그 '구조물'은 Rusin의 파트너 Ellen Wilkinson이 제작한 것으로, 브리스톨 및 브뤼셀 공연에서 사용되었다. " 3 × 2 미터의 크기에 작은 터빈이 달린 구조물이었다. 그 구조물의 꼭대기에 작은 파이프 하나를 달아두었는데, 아마 그 누구도 그 파이프에서 나오는 소리를 듣진 못하겠지만, 나는 '좋아, 이제 이 녀석은 '백파이프'군'이라는 생각을 했다." Rusin이 이 구조물과 비슷한 것을 처음으로 봤던 것은 그가 작업에 참여하던 연극의 무대에서였다. "나는, 이거 그냥 훔쳐가서 쓰면 되는 거 아닌가, 갖고가서 제대로 써먹으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었다." Rusin은 말했다. "그러다가 갑자기, 그런데 제대로 써먹지 않으면 또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냥 아무런 의미도 없는 물건으로 쓰는 건 어떨지? 나는 그렇게 이 거대한 녀석을 부풀려서 무대 위에 두었고,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한 번 보려 했다."

    Rusin의 '파이프'들과 거대한 '구조물'에는 어쩐지 즐거운 모순과 부조리가 깃들어 있으며, 이 부조리는 Rusin의 앨범에도 녹아 들어가 있었다. "무언가 '다르게 보이는' 것을 하게 되면, 그 다르게 보이는 것은 일종의 '놀이'를 촉발시키게 된다. 거기에 안무(choreography) 또한 달라지게 되는데, 그 무언가의 주변으로 걸어다닐 수 있기 때문이다. 나는 음향 시스템으로부터의 '독립'에 대해 관심을 갖고 있다, 단순히 모든 것을 스피커를 통해 듣게 되는 공연이 아닌, 무대 위의 물체들의 '물질성'을 직접 듣게 되는 경험을. 만약 '파이프'들을 통해 당신이 누군가의 무릎에 앉아 작은 플루트를 불어볼 수 있게 된다면, 이 공연은 보다 더 나은 공연이 되는 것일까? 어쩌면 그럴 수도 있고, 어쩌면 아닐 수도 있다!"

    Rusin은 이러한 심문 과정에 대해 상당한 호기심을 갖고 짓궃게 임하고 있었으며, 해답을 찾는 것에도 진심으로 흥미를 갖고 있었다. Rusin의 음악, 그리고 그의 '물체'들에는 예측 불가능한, 위태로운 무언가가, 아주 신나는 무언가가 있었다. 그리고 그 '무언가' 때문에 Rusin의 작품들에는 생생함이 깃들어 있었다 - 옛 시대의 영향 및 르네상스 예술의 요소들을 직접적으로 차용한 작품들임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첼로가 사실 반은 소프트웨어, 반은 실제 악기 연주의 녹음으로 구성되어 있다면, 우리는 '음악가'라는 이미지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바꾸게 될 것인가? 그 어떤 역사적 맥락이나 전통이 존재하지 않는 새로운 악기로 음악을 연주한다면, 그 음악의 의미는 어떻게 될 것인가? 누군가가 연주 중 당신의 무릎 위에 앉는다면? 그러다가 무대 위에 거대한, 의미를 알 수 없는 풍선 같은 물체가 놓여진다면, 무슨 일이 일어나게 될 것인지? Rusin은 '역사'와 '새로움'이 공존하며 엮어나가는 모호함과 모순을 즐기고 있었으며, 이는 가끔씩은 '유머'로, 또 가끔씩은 음향적인 '불쾌한 골짜기'로 나타나고 있었다. 이 모든 것들 속에는 무언가 연금술적인 것이 존재하고 있었다 - 잘 알고 있는 요소들이 섞이는 것이지만 그 결과물은 전혀 예상할 수 없는, 그런 과정이. "다른 사람들에게 선보일 때, 모든 것들이 예측 불가능하다는 아이디어 또한 공유하고 싶어지게 된다." Rusin은 말했다. "우리는 모두 어느 정도는 여전히 어린아이이다. 내가 재창조하고 싶은 것은 다소 순진한 종류의 경이감이다... 웃음이 반드시 동반되는 경이로움."

    [Syphon]은 AD93 레이블을 통해 발매되어 있다.

    https://youtu.be/8tCPwwj5BGc
    "Glass Coil" (feat. Eden Girm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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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Jo Hellier / Wojciech Rusin

     

    2022/09/11 14: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