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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his Heat] 2023. 3. 19. 01:53


    https://youtu.be/DkiK_YHxv0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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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http://www.furious.com/perfect/charleshayward.html

    By Gary Gomes and Jason Gross (June 2002)

    ...

    Perfect Sound Forever> 예전에 10대 초반 시절, 음악에 대한 열정을 잃어버린 적이 있었다는 말을 했었다. 무엇이 원인이었던 것인가?

    Charles Hayward> 흠, 그런 것은 아니었다... 뭐랄까, 나 자신이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를 전혀 모르던 때가 있었다. 당시 내 형이 악기 연주를 하곤 했었는데, 형은 화음을 완전히 거부하고는 무슨 Arto Lindsay처럼 연주를 했었다. 완전 미친 노이즈 난장판이었고, 나와 형은 같이 그 노이즈의 한복판에서 이리저리 뛰어다녔었다. 말하자면 음악의 작은 조각들만을 연주하고 있었다고 할 수 있겠다. 형은 한 소절 정도 길이의 아이디어만 갖고 있었고 우리는 그 짧은 아이디어로 그냥 아무렇게나 연주를 했었다. 그러다가 곧바로 다음 아이디어로 넘어가버렸고. 그 때의 나는 7/8박자나 3/4박자 같은 것에 대해서 아무것도 몰랐고, 리듬이나 조성에 대한 것도 전혀 몰랐다.
    그 시절의 나는 '능숙한'사람이 되어야 하지도 않았고, 무슨 허가나 인증 같은 것도 전혀 필요 없었다. 다른 사람들이 하는 연주를 따라 해야 할 이유 자체가 없었다. "대체 어떻게 저런 연주를 하는 걸까?" 나는 그런 종류의 질문으로부터 벗어나고 싶었고 음악의 표면을 곧바로 뚫고 들어가고 싶었다. '음악'이라는 것과는 사실 아무 상관이 없었다고 할 수 있겠다.

    PSF> 그렇다면 무엇을 하고 있었던 것인가?

    Charles Hayward> 말하자면, 특정한 정신, 느낌, 상태로 들어가는 음악적 통로에 가까웠다. 나는 점점 더 기교나 기술에서 벗어나 우리가 지금 통제하는 것 - 물질과 음향 - 을 더 깊게 이해하고 싶어하는 사람들과 같이 연주를 하게 되었다. 우리는 그냥 그런 것들을 통과하며 다니고 있을 뿐이다. '음악'이라는 것과는 완전히 다르다.
    나에게 있어 The Who는 할 수 있지만 The Rolling Stones는 하지 못하는 것이라고도 표현할 수 있겠다. The Rolling Stones는 언제나 블루스에 대한 음악을 해 왔지만, The Who는 직접적인 행동, 공격성, 그리고 음향이라는 거대한 세계에 관한 밴드였다. 내가 진짜로 흥미를 가지게 된 것은 바로 그런 것이었다. This Heat을 시작했을 때, Charles Bullen과 나는 The Who같은 느낌의, 그런 연주를 하기 위해 대략 3년간의 시간을 부단히 노력했었다. 그러다가 Gareth Williams를 만났는데, 당시의 그는 악기를 아예 다룰 줄 모르는 사람이었다. 그리고 바로 그 점이 내가 도달하고자 하는 목표에 좋은 동기를 부여할 수 있을 것 같아 보였다: 기술적인 부분에 대해서는 완전히 무시하고, 순전히 감정 그 자체에 도달하고자 하는 것에. 그 후에야 알맞는 기술을 찾아내고 그 감정을 좀 더 잘 표현하게 되는 것이다. "이러저러하게 되었으니 내가 정말로 잘 하는 연주를 하자"같은 것이 아니라, 내가 특정한 감정을 표현하는 데 필요한 기술을 찾아서 표현하는 것 말이다. 나는 아직도 그런 방식으로 작업하며, 음악은 그런 식으로 만들어지고 연주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더 나은 연주자가 되는 것에는 관심이 없다.

    PSF>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더 나은 연주자가 되려고 한다.

    Charles Hayward> 그렇다. 나는 가끔 내가 '음악'이라는 것의 표면만 알고 있으며, 이 '음악'이 나를 어떻게 잠식하려 하는지만 알고 있다고 느낀다. 나는 방의 한 구석에 놓인 소파에 편안히 앉아 다른 쪽에 놓인 스피커에서 나오는 음악을 들으며 즐기는 식으로 음악을 듣지 않는다. 음악을 통해 굉장히 다양한 경험을 하는 편이다 - 내가 그 동안 경험하지 못했던 것들을.

    PSF> 주로 무슨 음악가들을 염두에 두고 있는지?

    Charles Hayward> 흠, 정말, 정말 다양한 음악가들이 있다. Kate Bush, Abba, John Coltrane, Anton Webern의 현악 사중주, Sun Ra, Miles Davies, The Who, Christy Moore. 끝도 없이 계속해서 더 말할 수 있다. 내가 전혀 모르는 음악가들의 음악도 많이 듣는다. 뉴 기니 섬인가 어딘가의 부족의 음악도 있다. 그런 음악을 들으며 리듬을 이해 해 보려고도 해 보고, 의미라는 것이 얼마나 모순적인지에 대해서도 이해를 하게 되기도 한다. 그런 음악은 다른 시대의, 다른 장소에서 온 음악이다.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그냥 들으면서 음악 안에서 나만의 장소를 찾아보는 것 뿐이다. 나는 그런 음악들을 들으며 새로운 것을 배운다. 음악가에 대한, 그리고 그들이 어떤 삶을 살아가는지에 대한 나의 인식을 초월하는 음악들을 좋아한다.

    PSF> 그렇다면 그런 음악들을 만드는 사람들을 '음악가'라고는 보지 않는 것인가?

    Charles Hayward> 나는 그런 구분은 부차적인 문제라고 본다. 사실 개인적으로는 전혀 중요하지 않다고 본다. 나 자신의 관점이 아닌 것으로부터 무언가를 얻어낼 수 있을까? 마케팅 너머의 것을 들을 수 있을까? 몇몇 사람들이 만든 음악이 이런 질문들을 뚫고 내게 다다르곤 한다. Kate Bush는 자신만의 길을 완성해나간 음악가이고, 몇몇 사람들은 그녀를 아직도 싫어하고 있다. 하지만 그런 사람들이 몇이 되었건, Kate Bush에게는 그 어떤 피해도 주지 못한다 - 그녀는 아직까지도 열정적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의미로 가득 찬 시를 써내려가고 있다. 외부에 휘둘리지 않는 종류의 사람인 것이고, 자신이 해야만 하는 일을 하는 것일 뿐이다. 나는 Kate Bush야말로 정말로, 진정으로 홀로 우뚝 선 예술가라고 생각한다.

    PSF> 그러니까 상업적인 방식을 따라 만들어진 음악도 영혼을 가질 수 있다고 말하는 것인가?

    Charles Hayward> 그렇다, 그리고 돈이라는 것은 아무런 의미도 없는 것이다. 그저 허상이고, 숫자에 불과하다. 돈이 허상이라는 사실을 받아들이기만 한다면 모든 것을 받아들일 수 있게 된다. 가난한 사람만이 좋은 사람이라는 것 같은 말 따위를 하고 싶은 것이 아니다. Minutemen이라던가 나라던가 현재 고생하고 있는 그런 사람들만을 얘기하려는 것도 아니다. 돈의 희생자인 사람들이 여기저기에 더 있지만, 그들은 다른 방식으로 돈의 희생자가 된 것이다. 하지만 전부 헛소리다, 과거를 보고 옛 사람들을 들어 보라. 그 과거의 음악이 예전에 많이 팔렸든지 아니었든지, 그런 기준에 의거해 음악에 가치를 부여하지는 않지 않은가. 그저 자신이 어떻게 생각하는지가 중요할 뿐이지.

    PSF> 그러니까 어떤 음악이 언더그라운드에서 나왔다거나 대중적 인기를 끌지 못했다고 해서 그런 이유에서 음악에 더 높은 가치를 부여하거나 평가절하해야 할 필요는 없다는 것인가?

    Charles Hayward> 바로 그거다. 내가 하려던 말이 바로 그런 의미였다.

    ...

    Charles Hayward> 언젠가 독일의 하이델베르그에서 공연을 할 때가 있었는데, 공연장이 악취가 진동하는 지하실이었다. 너무 좁아 터져서 테이블 너머로 가지도 못 할 정도였다. 언더그라운드 음악계에 대해 내가 싫어하는 한 부분은, 대다수가 존중이라는걸 모른다는 점이다. 이 때에는 PA 시스템도 솔직히 그냥 그랬다. 구석에 쌓여만 있는 수준이었지. 관객중에 스킨헤드 한 명이 있었는데, 이 자는 굉장히 무례한 사람이었고 스스로 굉장히 '펑크적'이고 싶어서 난리가 난 녀석이었다. 그런 상황에서도 괜찮은 공연을 할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하고 있었지만, 관계자들은 내가 필요한 공간을 전혀 마련해 주지 않았다. 그냥 "당장 나가서 연주를 시작해라"같은 소리만 해 댔다. 나는 "좀 저리 가 봐라, 10분정도 준비 시간이 필요하다고"라고 계속해서 말했는데 말이다. 그냥 아무도 들으신 척도 안 하더군.

    PSF> 그렇다면, 몇몇 언더그라운드 씬들의 문제가 존중의 부재라고 생각하는 것인지?

    Charles Hayward> 그들의 문제는 그들 스스로 자신들이 '메인스트림'에 반대해야만 한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실제의 일에서는 더러운 꼴을 정말 많이 보게 되고, 모든 사람이 최소 한 번은 빡치는 상황이 오게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다른 길로 가지 않겠어, 이 길을 고수하겠어"같은 소리나 하면서 당장 일어나는 일을 지지하는 꼴이 되는 것이다. 너무 열이 뻗쳐서 자신이 지금 어떤 상황에 있는지 명확히 이해하지 못한 채로 말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우리가 지금 이 길을 계속해서 걷는다는 것이다, 다른 길로 가지 않고 말이다". 지금 이 길이 더 나은 길인 것이라는 뜻이 아니라, 단순히 '다른 길'이 아니라는 것, 그렇기에 더 나은 길이라는 주장이다. 아무런 말도 안 되고, 미래 세대를 위한 배려가 전혀 없는 사고방식이다.

    PSF> '메인스트림'에 대항하는 대안이 필요하고, 모든 음악이 같은 소리를 내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 문제인 것인지?

    Charles Hayward> 하지만 대안이라는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 우리 모두 같은 배를 타고 있다. '대안음악'이라는 개념은 허구에 불과하며, '메인스트림'이라는 개념 또한 마찬가지이다. 전부 거짓이다. 대안이라는 것은 없으며, 메인스트림이라는 것도 없다. 존재하는 것은 우리들 뿐이다. 우리는 전부 한 배를 탄 것이다. 그리고 사방에서 모든 것들이 우리의 머리 위로 떨어지는 중이고. 사람들은 흔히 "우리는 이렇고 저들은 저렇다"같은 생각을 하지만, 우리는 일단 우리 모두가 숨을 편히 쉴 수 있어야만 한다는 명제에 동의부터 하고 봐야 하는 상황이다. 뭐가 다른 것인지? 문제는 우리가 스스로를 경쟁사회에 있다고 보는 것이다. 내 호텔 방을 청소해 주는 직원도 나와 완전히 같은 배에 타고 있는데도 말이다.

    PSF>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렇지 않은 관점으로 세상을 바라보거나, 아예 이해도 못 할 것이다.

    Charles Hayward> 맞다. 나는 다른 사람들을 위해서 생각할 수는 없다.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내가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를 말하는 것 뿐이며, 내가 바라는 것은 다른 사람들이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를 듣는 것이다. 그래서 Abba를 좋아한다. Abba는 자신들이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를 내게 말해준다. Abba야말로 나의 '대안'이 되겠다.

    PSF> 무슨 뜻인지?

    Charles Hayward> Abba는 내가 모르고 있던 것들을 알려 준다.

    PSF> 그러니까, 당신이 생각하는 Abba의 매력이란, 세상을 보는 다른 관점을 제시해 준다는 것인가?

    Charles Hayward> 그렇다.

    ...

    PSF> This Heat으로 돌아가 보자, 멤버는 언제나 3명 그대로였는지?

    Charles Hayward> 원래는 Quiet Sun에서 출발한 밴드였고, Phil Manzanera와 Bill McCormick과 함께 시작한 프로젝트였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이 때의 우리는 이제 막 학교에 다니던 학생들이었고, 경험을 많이 한 것은 아니었었다. 멋진 계획을 만들었지만, Phil Manzanera가 Roxy Music의 멤버로 들어가고, Bill McCormick은 Matching Mole에 들어가게 되면서 우리의 프로젝트는 잘 굴러가지 않게 되었다. Quiet Sun의 잠정적인 해체 후, 3~4년 정도의 시간이 흘렀을 때, Phil이 솔로 앨범을 하나 만들 수 있을 시간과 기회를 얻었고, 그는 그 기회를 활용해 Quiet Sun의 연장선상에 놓을 수 있는 앨범을 만들고자 했다. 우리 모두 그런 앨범을 만들어 보고 싶었다. 4년정도나 함께 하지 않았었지만, 우리는 모두 엄청난 앨범을 만들게 될 거라는 어떤 확신을 갖고 있었다.

    PSF> 무엇 때문에 Quiet Sun로 다시 돌아가게 되었던 것인지?

    Charles Hayward> 뭐랄까 어떤 집착 같은 것이었다. Quiet Sun은 멤버들 모두가 함께 무언가를 발견해낼 수 있는 것 같은 밴드였다. Quiet Sun은 [Mainstream]을 만들게 되었고, 이 앨범은 상당히 괜찮은 앨범이었다. 하지만 Phil Manzanera는 Roxy Music 활동에 전념해야만 했던 상황이었고, 그 또한 그러고 싶어했다. 그 때, Bill McCormick과 나에게 한 프로모터가 접근했다. "Quiet Sun의 새 앨범도 만들어 보고, Victoria Theatre에서 2일간 공연도 해 보는 건 어떤가?" Phil은 게스트로 첫 공연에 참여한 후 떠날 예정이었다. 우리는 이미 새로운 기타리스트 멤버를 영입해 둔 상태였고, Phil의 공백이 큰 타격이 되지도 않을 것이었다. Phil의 자리는 새로운 멤버가 채울 수 있었다.
    나는 Quiet Sun이 상당히 괜찮은 밴드였다고 생각한다. 나는 이미 Charles Bullen을 전에 만나 2~3년정도 같이 이것저것을 시도해 보고 있었던 상황이었고, 근처에 사는 기타리스트들, Phil Miller, John Etheridge, David Toop 등등을 만나 여러가지를 시도해 보기도 했었다. 그러다가 결국에는 나만의 방법을 찾게 되었고, 거기에 Charles Bullen이 참여하게 되었다. 그렇게 함께 데모 테이프를 만들고 있었다. 그러다가 새 키보드 연주자가 필요하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고, 또 그러다가 지금 하고 있는 음악이 무대를 초월할 수 없다는 것을, 무대에서 빠져나와 관객에게 직접적으로 도달할 수 없으리라는 것 또한 깨닫게 되었다. 이 때, 나는 일전에 이미 알고 지냈던 Gareth Williams를 떠올렸다. Gareth는 멋진 사람이었고, 엄청난 음반 콜렉션도 가지고 있었는데다가 이것저것 아는 것도 많았고 미친 사람이기까지 했다. Gareth의 유일한 문제는 악기를 한 번도 연주해 본 적이 없는 사람이었다는 것이었다. "Gareth 를 멤버로 영입하자고." Bill McCormick과 Gareth는 곧바로 서로를 싫어하기 시작했다. 그냥 서로 호환이 안 되는 두 사람이었다. 며칠간을 살짝 불안한 분위기에서 보내게 되었다. 우리는 당시 Bill의 4트랙 장비를 쓰고 있었는데, 그는 몇 주간 믹싱을 해 보겠다고 말하며 장비를 가지고 떠났다. 그 이후로 Bill을 다시는 보지 못했다. 전화로는 몇 번인가 대화를 하기는 했었다. Bill에게 무슨 문제가 있었다거나 한 것은 전혀 아니다, 그저 우리가 하던 것이 Quiet Sun과는 다른 음악이었을 뿐이다. Bill이 떠난 후에 많은 것들이 시작되었다. 그러니 This Heat Quiet Sun에서 시작되었다고 할 수 있겠다. 우리 모두 무언가를 하고 싶어했고 주변 상황이 This Heat의 결성으로 우리를 인도했던 것이다.

    PSF> This Heat의 음악으로는 어떻게 도달하게 되었던 것인지?

    Charles Hayward> 흠, This Heat은 베이시스트가 '이제 기타리스트와 드러머가 있으면 되겠군'같은 생각을 하며 만든 밴드가 아니었다. This Heat은 Gareth Williams, Charles Bullen, 내가 필요한 밴드였다. '누가 리듬 파트를 맡지?'같은 논의는 없었고, 그저 원초적인 원천이라고 할 수 있는 음향 그 자체만이 있었다. 주변의 모든 것을 듣는 것에서 출발했었다. 몇몇 트랙에는 베이스 기타가 아예 들어가 있지도 않았고, 다른 몇몇 트랙에는 화음이라는 게 아예 없기도 했다. 우리는 이런 음향들이 어떻게 발전해 나갈지, 우리를 어디로 데려갈지를 보고자 했다.

    PSF> Faust처럼 서로의 악기를 바꿔서 연주해 본 적은 있는지?

    Charles Hayward> 그랬던 적은 없었다. Faust의 영향을 받았던 것은 사실이고, Faust에 대해 생각해 보자면... Faust는 카오스 이론을 스스로 설명하는 것 같은 밴드이다. 하나의 행동이 모든 것에 영향을 주는 것 말이다. 현대적인, 인터넷의 사이버네틱스를 생각해 보라. 실제 전자회로가 있었던 것은 아니었지만, Faust는 이런저런 것들을 테스트해보고 시도해 보았다... 온갖 미래적인 아이디어들을. 기술보다는 아이디어 그 자체가 언제나 훨씬 더 중요하다. 기술이라는 것은 언제나 아이디어가 등장한 다음에야 나타나는 것이다... 성냥갑에 고무줄을 다는 것 같은 결과물이 될 수도 있지만, 아이디어 자체는 당신이 어느 곳으로 향하고 싶은지를 시적으로 나타내는 표현방식이다. 그리고 음악이란 대체로 그런 것이다. 나에게 Faust는, 그들의 현대적인 교류 방식을 차치하고서라도, 전체적인 시스템의 일부라고 느껴졌으며, 자신만의 무언가를 가진 밴드였다. 그런 이유로 우리는 Faust Can에 큰 흥미를 갖고 있었다. Can은 좀 더 미묘한 밴드였지만.
    안무가 Twyla Tharp의 작품을 생각해 볼 수도 있겠다 - 10명의 무용수들과 컴퓨터가 만들어 낸 무용이 있는 그 작품을. 무용수들은 스트레칭을 하고 비디오를 본다. 그 후 한 명이 "아, 어떻게 되는 건지 알겠어"라고 말한다. 결국에는 불가능한 형태의 무용을 선보일 수 있게 되는데, 이는 10명의 무용수들이 인체가 보일 수 있는 사이버네틱스적인 표현을 보았기 때문이다. 편집도 마찬가지다. 우리는 Faust Can의 테이프적인 감수성, 편집의 감수성을 배웠고, Can이 보여 주었던 점진적인 템포 변형 같은 온갖 편곡을 시도해 보았었다.

    PSF> This Heat의 두 앨범에 대해 말해보자면, 첫 앨범은 좀 더 연주 중심의 앨범 느낌이고, 두 번째는 좀 더 노래의 구조를 갖춘, 정제된 느낌인 것 같다. 당신도 그렇게 생각하는지?

    Charles Hayward> '정제되었다'라던가, '해야할 일을 했다'같은 느낌으로 보지는 않았다. 우리가 보는 This Heat의 두 앨범은, 첫 앨범은 두려움, 표현하지 않은 공포, 비이성적인 것이었다면, 두 번째 앨범은 좀 더 이성적으로 표현한 공포였다고 설명할 수 있겠다. 우리가 가졌던 공포와 두려움은 당시 사회에 만연해 있던 상호확증파괴(mutually-assured-destruction)와 핵전쟁이었다. 당시의 우리는 2, 3년 이내로 모두 죽어버릴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진심으로.

    PSF> 그렇다면 핵전쟁의 위험을 염두에 두고 만든 컨셉트 앨범이라고 할 수 있을까?

    Charles Hayward> 그렇지는 않았다. 앞의 설명은 시간이 지나 과거를 돌이켜 보니 좀 더 명확히 이해할 수 있게 되어 나온 설명에 가깝다. 물론 두 번째 앨범은 좀 더 내용을 가진 앨범이기는 했다. 첫 앨범은 곡들을 모아 둔 모음집에 가까웠고.

    PSF> 미리 준비해 둔 계획에 따른 앨범이라기 보다는 자연스럽게 발생한 아이디어들을 담은 앨범이었다는 것인가?

    Charles Hayward> '자연스러운' 것은 어디에도 없다. 모든 것이 미리 '계획' 된 것이다. 모든 것이 '자연스러운' 것이며, 그 어떤 것도 미리 '계획'되지 않았다. 언젠가 Fred Frith(Henry Cow)와 이에 관해 대화를 나눈 적이 있었다. Fred가 말하길, 언젠가 This Heat의 리허설에 와서 3시간 정도 앉아 리허설을 보았다고 했다. 그 때의 우리는 이런 대화를 하고 있었다고 했다: "이 곡은 여기 부분에서 나타나서 이 쪽으로 가야 할 것 같은데." 그러자 누군가가 "사실 나는 지금 방식이 더 좋은 것 같아"라고 대답했다. 다른 누군가는 "지금 방식도 좋기는 한데, 왜 그렇게 바뀌어야 한다고 하는지도 알 것 같아. 그루브와 노이즈가 필요하긴 한데, 변화도 필요한 듯 한데." "아니, 변화는 필요 없어, 변화 없이 이 분위기를 쭉 이어나가야 해, 변화는 마지막에 와야 해." "아니, 아니, 아니, 그러면 너무 똑같고 지루해..." 그러니까 이런 식의 논의를 3시간동안이나 쭉 이어갔던 것이고, 그 동안 음은 단 한 개도 연주를 안 하고 있었던 것이다. Fred는 "진짜 리허설이었다"라고 말했지만, 나는 "그건 진짜 리허설은 아니었어"라고 대답했었다. 우리는 언젠가 그런 짓을 6주동안이나 계속 하기도 했었다! 단 한 개의 음도 연주를 안 한 채로 말이다. 1주일에 5, 6일을, 오후 2시에 만나 저녁 8시, 9시까지. 음 하나를 연주하지도 않고, 내내 토론만 해 댔었다. 결국에는 서로 합의를 하고 우리가 무엇을 하게 될 지에 대해 알게 되었으며, 모두가 아이디어를 갖게 되었다. 6주간의 토론을 끝내자, 갑자기 두 번째 앨범이 자리를 잡기 시작했었다.
    영국의 민주주의 체제까지 염두에 두면서 말하자면... 나는 내가 지금 사는 동네의 여러 프로젝트들에 참여하고 있다. 내가 살고 있는 건물 기반이라던가, 특별한 필요를 가진 사람들 중심이라던가. 이런 프로젝트들을 하다 보면 의회에 가서 예산이나 허가 등에 대해 회의를 할 일들이 생긴다. 그럴 때, 의회는 프로젝트 참가자들 전부와 이야기하기를 바라지 않으며, 그냥 대표 1명만 와서 대표하고만 빨리 얘기를 끝내고 싶어 한다. 1명과 합의하는 것이 훨씬 더 쉬운 법이니. 민주주의 체제 또한, 여러 명의 대표들이 모여서 논의를 하는 체제이며, 무언가가 실제로 일어나기까지 시간이 많이 걸리는 과정이다. 우리 또한 단 3명뿐인 밴드였지만 무언가를 실제로 완성하기까지 수백 시간동안이나 앉아서 얘기만 하고 계획을 세워야 했다.

    PSF> 두 번째 앨범 이후 This Heat을 해체하게 된 원인은 무엇이었는가?

    Charles Hayward> Gareth Williams가 카타칼리(Kathakali)를 배우러 떠나고 싶어했었다. 8개월간 인도에 거주하며 배우려는 계획이었고, 그 동안은 Charles Bullen과 내가 알아서 이런저런 것들을 시도해 보다가 Gareth가 돌아오고 나서 함께 다시 활동을 하려는 생각이었다. 정말로 그렇게 하고 싶었다. 8개월의 기간이 새로운 아이디어와 흥미를 불어넣어 줄 수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었다. 밴드라는 것에 얽매여 있었던 것은 아니었지만.
    아직도 This Heat 활동을 다시 시작하지 않았던 것을 후회하고 있다. Gareth의 장례식이 끝난 후, 우리는 함께 그의 집으로 향했었다. 집에는 커다란 서류철이 있었고, 그 속에는 Gareth의 인생과 작품들에 대한 모든 세세한 설명과 함께 Charles Bullen 및 나와 언젠가 함께 진행해 볼 만 하다고 그가 생각해 적어 둔 계획들이 있었다. '멍청한 놈, Gareth가 돌아 왔을 때 전화라도 해 봤었어야지, 멍청한 자식...'. 아니면 적어도 "좋아, 하고 싶은 것을 전부 시도해 봐봐"같은 말이라도 해 보거나, 아니면 밴드 내에서 Gareth만의 위치를 잡을 수 있게 도움이라도 줬어야 했었다. 그래야 했었는데.

    ...

    PSF> Gareth Williams를 위한 자선 공연을 진행할 계획인 것으로 알고 있다. 그에 대해서 더하고 싶은 말이 있을지?

    Charles Hayward> 흠... (침묵) Gareth는 연주를 아예 모르는 사람이었고, 그렇기에 내게 정말 많은 것들을 알려 주었다. 그 후 Gareth는 자기가 무슨 연주를 하고 싶은지에 대해 알게 되었다. 그 후 그는 나와 Charles Bullen이 가지고 있던, 전통적인 음악 기법과 구조 등등에 기반한 선입견들에 대해 질문하기 시작했다. Gareth는 나를 위해서 그렇게 했던 것이다. 도저히 무시할 수 없는, 내가 그에게 진 빚이다. 그는 그렇게 했었고... 처음으로 우리가 같이 연주를 했을 때, 우리는 미친 사람처럼 웃어댔었다. 정말로, 정말로 웃겼었다. 정말 진지하게 진행했던 연주였지만 진짜로 웃겼다! 그러니까, 여기에 뭐가 더 필요하겠는가?
    Gareth는 순수한 감정을 표현할 수 있었다. 하루는 Quiet Sun의 멤버 (Dave Jarrett) 에게서 키보드를 빌려 3개월 정도 쓰고 있었는데, 그러다가 Dave가 우리의 공연을 보러 온 적이 있었다. 그 때 우리는 공연을 한 4번인가 했던 밴드였다. 당시 우리에게는 영화라던가 시라던가 드라마라던가 퍼포먼스 아트라던가 하는 것들과 어우러진 무언가를 하고 있었다. 그렇게, 연극적인 공연을 하게 되었다. Dave의 키보드가 바닥에 놓여 있었고 Gareth는 그걸 부숴서 키들을 박살냈고 Gareth의 피가 키보드의 잔해 위에 흩뿌려졌었다. 피가 날 정도로 세게 키보드를 내려쳤던 것이다. 완전 미친 짓을 하는 것에 의미 따윈 없었지만, Gareth가 원하는 음향을 얻기 위해서는 완전 미친 짓을 하는 것 말고는 방법이 없었던 것이다. 그렇게, Dave는 우리의 공연을 보았고 우리는 공연이 끝나 짐을 챙기고 있었다. Dave는 부숴진 키보드를 보더니 "어, 돌려줄 필요 없어, 그냥 가지고 가도 돼"라고 말했었다.

    ...

    https://youtu.be/zG-q9Jozp4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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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1/06/01 12:4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