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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Building Fun House
    [...]/[The Stooges] 2023. 3. 20. 15:20

    [Fun House]의 50주년을 기념하는 한정반의 발매에 맞춰, Iggy Pop이 쓴 짧은 회고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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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https://www.iggyandthestoogesmusic.com/news/building-fun-house-by-iggy-pop/

    https://youtu.be/1OedEgzDl_I

    Building Fun House

    나는 The Stooges의 리허설 룸 바닥에 누워, LSD와 대마초에 취한 채로, 멋진 앰프와 흡음재용으로 벽에 도배된 계란 상자를 바라보고 있었다. "Funhouse"라는 단어가 천장 바로 밑에서 떠 다니는 것을 본 것 같았다. 당시 우리는 두 번째 앨범을 만들어가는 중이었고, 앨범의 제목이 필요한 상황이었다. "이거다, 이 제목으로 가야겠다"라고 생각했던 것이 기억난다.

    리허설 룸은 Ann Arbor 근교에 위치한 멋진, 오래된 농장 건물 안에 있었고, 농장 건물의 대여비는 한 달에 $325 였다. 농장 건물에는 넓은 현관과 우아한 도로, 멋진 마당과 나무들이 있었다. 뒷편에는 버려진 옥수수밭과 쓰레기가 된 차가 방치되어 있었고. 농장주인은 이 장소에서 계속 살아가기엔 자신이 이젠 너무 늙어버렸다고 생각했고, 그리하여 우리가 건물을 빌릴 수 있었다. 그 장소에는 부엌, 녹음실, TV 룸, 리허설 룸, 괜찮은 침실 2개, 또 다른 건물 2개, 거기에 개조된 다락방과 지하실도 있었다. 우리 중 여섯은 이 곳에서 잠까지 잤다. 우리는 대마초를 엄청나게 피워댔으며, 좋은 곡도 몇 개 만들었고, 리허설도 몇 번 했다 - 나중에 앨범의 이름을 따 "The Funhouse"라고 불리워질 그 장소에서 말이다. 앨범 수록곡의 대부분은 그 집의 다락방 침실에서 작곡되었다. Ron은 농장에 있는 가장 좋은 건물에 따로 있었고, Shelly라는 멋진 여자친구와 함께였다. 덕택에 지난 앨범에서만큼 시간을 쏟지는 못하고 있었지만 나는 딱히 여기에 대해 불만을 갖지 않았다. 어쨌든, 그 당시 나는 밴드가 잘 연주할 만한 곡을 만든 후 아래로 내려가 리허설을 해 보려 하곤 했다. 괜찮다 싶은 곡들은 따로 모아 주말에 하는 공연에서 연주도 해 보았고. Scott Asheton과 나는 지난번 앨범이 여러가지 의미로 너무 축 쳐진 앨범이었다고 생각했고 이번에는 훨씬 공격적인 느낌을 주려고 굉장히 노력하고 있었다. Ron이 어떤 생각이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그가 즐겁게 연주하고 있었던 것만은 분명했다. 앨범의 가닥이 점점 잡혀가면서 나는 음악적으로 확장하고 폭발해야만 새 앨범이 보다 더 발전할 수 있을 거라 느꼈고, 해서 Steve Mackay를 초청하여 사이키델릭한 색소폰 연주로 우리 모두를 저 멀리로 날려버리려 했었다.

    우리는 2대의 차량을 이용하고 있었다. 하나는 57년식 검은색 크라이슬러 뉴요커로 push-button transmission이 장착된 버전이었다. John Adams가 차의 주인이자 운전수였고, 그는 지하실에 살면서 공연장으로 우리와 짐을 실어나른다거나 등등 기타 잡일들을 처리해 주었다. 여기에 더해 빌린 트럭 한 대가 있었는데, Eric Haddix가 운전대를 잡았다. Eric은 멋진, 아주 터프한 사나이였고 어떤 이유에서인지 거의 항상 검은 가죽장갑을 착용하고 다녔다. 함부로 시비를 털고 싶지 않은 인상의 남자였다.

    그래서, 한 곡씩 자리를 잡아가기 시작했다. 나에게 있어 앨범의 핵심은 "T.V. Eye" 였다. 그 곡을 만들기 위해 나는 Ron의 방문 앞에서 한 시간이 넘도록 앉아서 제발 방 안에 들어가게 해 달라고, 좆나게 멋진 곡을 써 보자고 사정해야 했었다. 그는 결국 타협해서 Fender Princeton 앰프와 Stratocaster 기타를 들고는 문을 열고 나와 리프를 연주해 주었다. 그 걸 듣자마자 '씨발 이거구만!'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Ron이 처음 연주한 스타일은 지난 앨범의 "No Fun"이나 "I Wanna Be Your Dog"와 비슷했고 너무 두껍고 무거운 느낌이 들어 곡이 이도저도 아닌 것이 되어버리는 것 같았다. 그래서 Ron에게 다른 느낌으로 연주해 볼 수 없겠냐고 부탁해 보았고, 그는 우리 둘 다 좋아하던 John Lee Hooker 스타일로, 한 줄은 드론을 울리면서 나머지 줄로 연주하는 블루스 스타일로 시작해 완전한 화음으로 발전시켰다. 바로 Ron의 방문 앞 복도에서 일어났던 연주였다. Ron의 손가락은 아름답게 기타 위를 기어다녔고 연주는 환상적이었다. 많은 하드 록 연주자들이 손이 두꺼운 편이지만, Ron은 아니었다. 하지만 그는 동시에 아주, 아주 무거운 연주를 보여줄 수 있는 기타리스트이기도 했다. Ron만의 소리를 낼 수 있었던 한 가지 비법은, 그리고 또 [Fun House] 앨범의 음향적 아름다움의 비밀일 수도 있는 그 기술은 바로 Ron이 사용하던 아주 두꺼운 기타 줄이었다. Ron의 말에 따르면 그는 원래 베이스를 연주하던 사람이었고 그래서 두꺼운 줄이 더 편해서 사용하는 것 뿐이었지만, 이 줄 덕택에 Ron 특유의 무거운 분위기의 소리가 나오는 것 또한 사실이었다.

    공연에서 곡들을 연주하기 시작하면서, 무언가 분명해졌다. 이번 앨범은 분명 좆나게 대단한 앨범일 것이었다.

    그리하여, 봄이 왔을 때, 이 작은, 아주 아주 저평가된 밴드는, 독특하고 멋진 스튜디오에서 쫙 빠진, 섹시한 곡들을 녹음하기 위하여, 살면서 그 전까지 한 번도 가 보지 못했던 Hollywood로 떠났다.

    Elektra 스튜디오는 스페인 식민지 아도비 스타일의 작지만 멋진 건물이었고, 캘리포니아의 태양 아래 작지만 아름다운 정원도 있었다 - 잠깐 담배타임을 갖기에 최적인 정원이었다. 첫 앨범을 녹음했었던, 타임스퀘어가 간신히 보이는 좁아터진 쓰레기장과는 딴판이었다. 이 스튜디오는 현대적인, 중간 정도 크기의, 고상하게 꾸며진데다가 우리가 전세를 낸 스튜디오였고, 이 곳에서 우리 마음대로 하는 연주로 방 전체를 꽉 채워도 아무도 뭐라 하는 사람이 없었다. 뭐랄까, 끝내주는 진짜 예술을 할 수 있는 장소인 것만 같았다. 그래서, 우리는 끝내주는 진짜 예술을 했다. 녹음은 우리 모두가 한 장소에 모여서, 서로가 서로를 볼 수 있는 거리에서 진행되었다. Dave는 Half-stack 앰프를 사용했고, Ron은 Marshall Combo 50W를 사용했다. 나는 Shure SM57 마이크와 Electro Voice 스플릿을 사용했고, 스플릿 시그널 절반을 공연에서 사용하던 EV 스피커에 연결했다. 공연에서 사용하는 장비를 모두 가져갔는데, 절반은 녹음의 음향을 우리 취향대로 자유롭게 조절하기 위해서였고, 절반은 녹음 후 진행할 LA와 샌프란시스코에서의 공연을 위해서였다. 당시 세팅은 음원 유출에 취약한 부분이 있었지만, The Stooges의 유출은 다른 사람들의 유출하고는 달랐다. The Stooges는 '진주'를 유출하는 밴드였다.

    어쨌든, 언제나 그랬듯이, 녹음 첫 날 일반적인 스튜디오 녹음 기준에 우리를 맞춰보려는 허무한 시도가 실패한 이후, 우리는 페라리처럼 출발해 달려 갔다. 각각의 곡 마다 가장 끝내주는 버전으로 녹음하기 위해 곡마다 하루의 시간을 온전히 투자하곤 했다. 말하자면 첫 날에는 "Loose"만을 위해 투자하고, 다음날에는 "Down on the Street"만을 위해 투자하고, 그런 식이었다. 나중에 두 곡의 순서를 바꾸었다. 나머지 곡들은 공연에서 연주하던 순서 그대로 갔다. [Fun House]의 수록곡은 당시 우리의 공연 레퍼토리 전체였다. 녹음 세션을 시작하기 40분쯤 전에 나는 LSD 한 알을 먹곤 했다. 먹었다는 사실을 동료들에게 한 번도 말한 적은 없었다. 하지만 밴드에서 내 역할은 분위기를 형성하고 우리의 예술에 대한 믿음을 뿌리는 것이었고, 당시 내가 그 역할을 하는 방식이 그런 방식이었을 뿐이다. 그렇게 녹음 시간이 다가왔고 잼 연주가 시작되었다. 그리고 이 녹음 세션이야말로, 내가 살아오면서 해 본 녹음 세션들 중 가장 '진짜'라고 할 수 있는 세션이었다.

    마약에 절여지는 분위기는 없었고, 그냥 중간중간 담배나 피면서 쉬는 것이 전부였다. 물론 나는 남들 모르게 LSD를 먹긴 했었고, 또 녹음 세션이 끝난 후에는 모두가 다 대마를 엄청나게 피워댔지만, 그 대마는 전적으로 녹음 세션이 끝난 뒤, 스튜디오 밖으로 나와서 폈다. 우리 모두가 Hollywood의 중심에 위치한 아름답고, 섹시하고, 프로페셔널한 장소에서 앨범을 만들고 있다는 사실에 큰 감명을 받은 상태였고, 따라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을 하려고 노력했다고 말할 수 있겠다. 앨범을 들어보면 알 수 있겠지만, 나는 각 테이크마다 라이브로 곡 전체를 한번에 불렀다. 보컬 오버더빙은 아주, 아주 최소화했고 내가 진짜로 망쳤다고 생각하는 몇 소절만 녹음이 끝난 후에 재녹음했다. "T.V. Eye"에 몇 소절이 있고, "Loose"에도 있을 것이고, 아마도 "Dirt"에도 있긴 할 것이다. 편곡의 핵심 목표는 당시 상업적 쓰레기 음악들에 만연하던 의미없는 오버더빙을 최소화하는 것이었다. 그래서 흔히들 말하는 "더블 트래킹"이라던가, 한 파트를 그대로 두 번 녹음하여 겹치는 것 같은 짓거리는 아예 안 했다. "Wall of sound" 같은 것 없이, 오로지 뱀처럼 매력적으로 넘실거리는 음향만으로. Ron은 "Loose"에서 한 줄로 연주한 파트를 추가로 녹음하여 오버더빙을 하긴 했다. "Down on the Street"은 리드 기타를 2대 사용하여 공간에 힘을 더했다. "Dirt"는 Wah-Wah 기타의 기본 트랙에 Leslie 스피커를 통한 코러스 기타 트랙 하나를 더했다.

    스튜디오 녹음으로 곡이 될 수 있을지, 가능성만을 갖고 온 곡은 "L.A. Blues" 하나뿐이었다. 공연에서 연주할 때 우리는 이 곡을 "The Freak Out"이라고 부르곤 했다. 공연에서 했던 연주를 스튜디오에서 그대로 재현해 보았을 때, 재현 자체는 완벽했지만, 미친 정도가 부족했다. 그래서 우리는 방금 전 미쳤던 연주를 들으면서 다시 한 번 미쳐봤다. 첫 연주에서 각자가 맡은 역할에 굉장히 집중하고 있었기에, 리프나 코드, 사인, 특별한 지시 없이도 다시 한 번 매끄럽게 그리고 또 흉폭하게 따라 갈 수 있었고, 아주 멋진 연주를 할 수 있었다. [Fun House]에 대해 내가 좋아하는 부분은 이 앨범이 아주 짧으면서도 탄탄한 구성을 가진 몇 곡으로 시작해서 점점 더 통제불능의 상태로 빠져들어 통상적인 곡 구조라던가, 좆같은 싱얼롱 파트라던가 하는 것들은 아예 없는 음악으로 발전한다는 것이다. 동시에 앨범은 끝까지 자신만의 구조를 잃지 않으며 각각의 곡 마다 자신만의 훌륭한 엔딩으로 끝이 난다. 뭐랄까, 평화롭게 말이다. 이 앨범은 단순하면서도 기본기가 탄탄한 앨범은 아니다. 또한 "10개의 정말 좋은 싱글곡이 수록되어 있어 소비자가 믿고 구매할 수 있는" 앨범도 아니다. 기본기가 탄탄한 곡들을 원한다거나, 10개의 끝내주는 싱글곡들을 원한다거나 한다면, 저리 가서 그렇게 좋은 곡들을 당신의 기름진 엉덩이에 처 박는걸 추천하고 싶다.

    이 앨범에는 당시의 "시대정신"이라고 부를 만한 것이 가득했다. 60년대 말 뉴욕시의 어두움은 밴드의 뒤에 붙어 LA까지 끈질기게 따라왔고, 그런 와중에 우리는 녹음 세션 기간동안 스튜디오에서 두 블록만 떨어진, Santa Monica Boulevard에 위치한 멋진 Tropicana 모텔에 머무를 수 있는 자신을 발견하기도 했다. 우리는 모두 추레한 방에 묵었고 강낭콩 모양의 수영장에 모여 놀곤 했다. 우리 이웃으로 Andy Warhol이 있었다! Paul Morrissey, Joe Dallesandro, 그리고 아름다운 Jane Forth도. 그들은 Warhol 영화 [Heat]을 촬영하고 있었다. Danny Fields가 우리와 함께하고 있었고, 내 옆 방에는 [The Village Fugs]의 제작자이자 청자인 Ed Sanders가 있었다. Ed Sanders는 당시 Charles Manson에 대한 책을 쓰고 있었고, 보이는 모든 커피 테이블의 밑을 뒤져가며 혹시 사탄이 거기에 있는지 찾아보고 있었다. 어느 날, 대로를 산책하다가 Bowser Boutique라는 이름의 펫숍에서 멋진 빨간색 개목걸이를 발견해 내가 끼고 다니려고 구매한 적이 있었다. Ed Sanders는 나를 노려보더니 "개 목걸이를 한다는게 무슨 뜻인지 모르고 있는 거지?"라고 말했었다. Andy Warhol은 내가 수영장에서 수영하는 모습을 보곤 했는데, 어느날 내게 "다음 앨범에선 그냥 신문을 읽어보는 건 어때, 그러니까, 그냥 단어 하나 하나를 읽어내리는 거야"라고 제안했었다. 나는 어렸을 때 걸렸던 천식 증세 때문에 LA의 스모그에 시달려 매일 아침마다 꽉 잠긴 목으로 일어났었다. 그래서 아침마다 일어나 모텔 계단에 앉아 대마를 피우고 커피를 마시며 기침이 가라앉고 숨을 편히 쉴 수 있을 때 까지 기다리곤 했었다. 대마가 상당한 도움이 되었었다. 다른 사람들은 대충 낮 12시 근처에 일어났고, 옆에서 재촉을 해야만 주섬주섬 기타와 장비를 꺼내서 준비를 했고, 그렇게 모인 후 [Abbey Road] 커버처럼 걸어서 스튜디오로 향했다. 녹음 세션은 보통 6시면 끝이 났다. 코너에 술을 파는 가게가 하나 있었고, Ron과 Dave는 거기서 술을 사서 밤마다 TV에서 틀어주는 영화를 보며 마시곤 했다. 한번은 Ron이 그 술 가게에서 Paul Revere & the Raiders의 보컬 Marc Lindsay를 봤다. Ron은 굉장히 들떠했었다. 나는 어느 날 West Mount 근처에서 무단횡단을 하다가 검은 캐딜락 컨버터블 De Ville에 타고 운전을 하던 John Wayne의 차에 부딪힐 뻔 했었다. John Wayne은 욕설을 내뱉었었다. 나는 '멋진데?'라고 생각했었고. 어느날은 언덕 위의 Sunset Strip까지 올라가 참치 샌드위치를 먹으러 Ben Franks에 들어갔었다. Frank Zappa가 카운터 바에 앉아 있었는데, 완전 Frank Zappa같은 모습으로 있었다. Hollywood와 Beverley Hills는 이제 막 그려지고 있는 스케치 같은 풍경이었다. 아주 넓은 빈 공터도 있었고, 주차를 할 공간도 많았다. 대부분이 자갈밭 또는 모래판이었다. 물론, 숲과 초원도 많았고, 빛도 아름다웠다.

    녹음 세션 기간동안, GTO의 Eve Babitz Christine이 나를 찾아오고는 했었다. 선물을 가져다 주고 놀러 나가자고 가볍게 유혹하기도 했었다. 언젠가 Eve Babitz가 Beverley Hills 쪽의 집으로 데려간 적이 있었는데, 그 곳에서 Miles Davis의 [Bitches Brew]를 처음 들어보고는 '젠장, 우리 지금 이 남자하고 같은 길을 가고 있군'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Christine은 차를 가지고 있었고, 그 차를 타고 드라이브-인 극장에 가서 [Superfly]를 보았던 기억이 있다. 이제 막 23살이 된, 살면서 딱히 다양한 곳을 가 본 경험이 없는 남자의 눈에는, 이런 일들이 가장 매력적인 일들로 보일 것이다. 바다를 찾아 떠나고, 팬으로부터 선물을 받고, 좆나게 멋진 예술을 하고. 그래서, 우리는 그렇게 했다.

    Iggy Po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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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0/08/12 03:4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