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Record Store Day는 없어져야만 하는 행사인가?[...] 2023. 3. 30. 01:43
다들 잘 알고계시겠지만 영미권에서는 몇년 전부터 Record Store Day라고해서 1년에 한번씩 떠들썩한 행사를 하고 있지요... 이래저래 잘 굴러가는 것 같게도 보이지만 이런 행사가 늘 그렇지만 생각했던 대로 안 돌아가는 점도 있는 듯 합니다... 이 글은 영국 Taunton이라는 곳에서 Black Cat Records라는 가게를 통해 음반장사하고 있는 Phil Harding 이라는 분이 쓴 글인데, Record Store Day의 단점을 열심히 지적하는 글입니다...
뭐 이런 종류의 글이 다 그렇지만 한쪽의 입장만을 담고 있기에 전부 다 그대로 믿기에는 좀 그렇지만... 시간날때 함 읽어볼만하긴 한 것 같습니다 ㅎㅎ Record Store Day용으로 저스틴 비버 음반같은거까지 나오는줄은 전혀 몰랐었네요...
역시 이런 종류의 글은 펑크랑 같이 들어야 제맛이지요...ㅎㅎ 간만에 PiL도 들어보시지요 ㅎㅎ
http://youtu.be/Az_GCJnXAI0
************************************************************
http://thequietus.com/articles/19946-record-store-day-2016-shops-bad-reissues-bleugh
A Record Shopkeeper Writes: Why Record Store Day Must End
Record Store Day(이하 RSD)는 이미 그 이름에서부터 자신의 목적을 드러내고 있다: Record Store들을 위한 날. 흠, 좋다, 이제 영국에는 사실 더 이상 Record Store라는게 없기는 하지만, 뭐 어쨌든 여러분들은 이게 무슨 소리인지는 알 수 있을 것이다. 인디 레코드 샵은 잘 알려져 있듯이 계속해서 위축되어 왔고, 소매상 업계의 전반적인 위축 현상의 맥락에 잘 들어맞게 추락해 왔다. 하지만 그 레코드 샵이라는 장소들의 문화, 정신 그리고 - 솔직해지자 - 광기는 다른 소매상 업계들에 비해 레코드 샵 업계가 사람들에게 좀 더 많은 그리움을 유발시키는 원인이 되어 오기는 했다. (아직까지는) Antique Shop Day나 Used Electrical Items Shop Day라는 건 없지 않은가.
레코드 샵의 종말을 맞이하며 사람들이 처음 떠올렸던 질문은 이것이었다: 우리가 무엇을 해야 하는가, 그리고 우리가 왜 이걸 해야 하는가?
답은 다음과 같았었다: "흠, 1년에 하루 날을 정해서 엄청난 프로모션 행사를 벌여서 사람들이 동네 레코드 샵에 방문할 수 있게 해 보는건 어떨까? 그런 기회가 생긴다면 사람들은 자기가 뭘 잊어버리고 있었는지를 상기하고 다시 이 레코드 샵들로 돌아올 수 있게 만드는 기회가 될 지도 모른다. 멋진 레이블들과 유통사들을 설득해서 근사하고 끝내주는 음반들을 이 특별한 날을 위해서 발매하게 만들고, 그걸로 사람들을 끌어모으는 건 어떨까? (이건 사실 정말로 근사한 아이디어였고 레코드 샵 주인들은 이 행사에 처음으로 동참해 준 레이블들과 유통사들에게 언제나 감사하고 있다)
우리가 이 행사를 처음 개시했던 것이 7년전이고, 그 때 이 행사는 - 솔직하게 말해보자 - 진짜 엄청나게 훌륭한 행사였다. ×같은 프로모션 뭐시기는 실제로 잘 작동했고, 사람들은 내 쬐끄만 가게에 와서 이것저것 뒤져보았다. 하지만 우리는 이런 '발견의 분위기'에서 점점 멀어지고 있다.
이제, RSD는 레코드 샵을 위한 날이다. 바로 그것. 유일한. 하나의. 그리고 우리가 지금 가지고 있는 것은 'Vinyl Day'이다. 내게 RSD에 관해 문의를 하는 사람의 1/3 정도는 RSD를 Vinyl Day라고 부른다 (바닥 마감재를 얘기하는 것이 아니다).
전통적으로, 3대 대기업 레이블 (Universal, Warner, Sony)는 인디 레코드 샵 업계를 완전히 정복한 것은 아니었다. 대신 그들은 Amazon의 헤게모니를 확보했고 음악 산업의 종말을 앞당기는데 상당한 도움을 주었으며 우리에게는 HMV와 괴상한 Fopp만이 남겨졌다. 하지만 지난 몇년간 그들이 진정으로 마음 속 깊이 새기게 된 아이디어는 레코드 샵들을 도우는 가장 좋은 방법은 바로 RSD를 위한 한정판을 발매하는 것이라는 사실이었다.
여전히 우리를 지원하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은 좋은 일이고, 그래서 우리는 언제나 망설임이 가득한 고객들에게 광고하고 유혹하고 재촉하고 현혹시켜서 새로운 음반을 사게 만들었고, 그래서 우리는 메이저 레이블들과 유통사들을 존중한다. 레이블들은 엄청난 돈을 투자해 빅 데이터 분석을 하여 1곡이라도 히트시킬 수 있는 플레이리스트를 만들려고 하고 있고, 우리는 지난 20~30년간 한명 한명의 음악 취향을 맞춰 줘 온 경험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RSD의 지원은 점점 거대해져 우리를 죽일 정도가 되었다. 올해 RSD를 위한 한정반에는 550 종류의 음반이 있으며, 그 중에는 Justin Bieber 싱글도 있고 굉장히 찾기 어려운 (그리고 아주 소수의 사람들만은 엄청난 것이라고 말하는) Status Quo의 재발매반도 있다. 이 음반들은 13살짜리 Bieber 팬(돈은 없다)들과 Taunton에 단 한명 있는 50살의 Quo 팬(RSD 같은거 없어도 내 가게에 온다)을 끌어오기 위한 것이다.
이 한정반들이 대체 어떤 레코드 샵을 타겟으로 삼아 발매된 것인지도 잘 모르겠지만, 또한 RSD라는 행사의 뒤에 있는 정신이 뭔지도 이제는 잘 모르겠다. UK에 남아있는 레코드 샵의 대부분은 연 매출액이 20만 유로(한화로 대략 2억6천만원)이 안 되는 소규모 상점이다. 이 가게들은 이제 중심가에서 벗어난 변두리에 있으며 대부분은 더 이상 새로운 뮤지션이나 새로운 음악을 취급하지 않을 정도다. 이 가게들은 Justin Bieber 팬의 관심을 끄는 걸 유지할 만한 여력이 남아 있지가 않다. 그래서 다시 묻고 싶은데, 대체 위의 한정반들이 어떤 레코드 샵을 타겟으로 삼고 발매된 것인가?
이 모든 사업 진행은 이제 레코드 샵들이 운영되어 온, 살아남기 위해 몸부림쳐 왔던 방식과는 너무나도 멀어져 버렸고, 우리의 평판에 흠집을 내기 시작하고 있다. 화창한 날 아침에 레코드 샵 문앞에 끔찍할 정도로 길게 줄을 서서 가게로 겨우 들어온 손님들에게 바가지 가격이 매겨진 쓰레기를 팔아서 그들의 돈을 뜯어내는 건, 레코드 샵이 보여줄 수 있는 최선의 것 (말하자면 고객들이 손에 집어들만한 좋은, 그리고 가격이 적당한 물건들)을 홍보하기에 적절한 행동은 아니다.
언제나 가게에 자주 들러 주었던 주 고객들은 RSD 행사에서 어떤 보상도 못 받고 있다. '먼저 온 사람이 먼저 받는다'라는 서비스는 매니아 고객들을 쫓아내게 되는 것이다. 지난 3년간 매 달마다 우리 가게에 들러서 2만원짜리 음반을 사 가던 Radiohead 팬이, RSD를 위해 발매된 Radiohead의 한정 7" 음반 하나만 예약을 걸어두어 줄 수 없겠냐고 문의해 온다면, 정말 솔직히 말해서, 나는 그렇게 해 주고 싶다. 하지만 그런 짓을 벌인다면 나는 RSD 행사와 불화를 겪게 될 것이다.
이 모든 행사는 이제 레코드 레이블들만을 위한 프로모션 행사밖에는 되지 못하고 있다. 레코드 샵들은 단지 조용한 시간들 동안 버티다가 한때의 흥청망청한 마케팅 축제를 벌이는데 사용될 수단에 지나지 않게 되었다. 나의 관점, 레코드 샵을 소유한 사람의 관점에서, RSD는 아래와 같은 이유로 우리를 힘들게 하고 있다:
1) RSD 직전의 판매량은 굉장한 추락을 보여주고 있고, RSD가 끝난 직후의 판매량도 비슷하다. 주변에 한 번 물어보라. RSD 행사 참여 여부가 분기별 수익 그래프에 영향을 주는지를. 내가 아는 한 그런 경우는 단 한건도 없었다. 새로운 음반들은 RSD 몇 주 전에 사실상 죽어버리며, 모든 프로모션들은 RSD 뒤에서 흔들리고 있다.
2) 인디펜던트 샵들이 갖고 있던 '언더그라운드' 또는 '틈새시장' 적인 특성은 RSD에서 예술적이거나 문화적인 가치 없이 싸구려처럼 발매되는 한정반들에 의해 사라지고 있다. 스노브 짓을 하려는 것이 아니다, 이 말은 고객들이 지불한 돈에 걸맞는 가치를 확실하게 지닌 음반을 팔아야만 한다는 것이다. 우리에겐 상당한 수의 엄청나게 훌륭한 음반들이, 사람들의 삶을 완전히 바꿔버릴 수 있는 음반들이 있지만, 이 것들은 Abba와 Status Quo 재발매반들 속에 묻혀버리고 있다.
3) 레코드 샵들은 RSD용 음반들을 현금 선불로, 환불의 가능성이 없는 조건으로 구매하고 있다. 이 때 리스크는 누구한테 있는가? 레이블? 유통업자? 레코드 샵? 리스크는 공평하게 분배되어있지가 않다. 이 작자들 중 몇명이나 RSD 행사에서 실제로 현금이 어떻게 흘러가는지를 알고 있겠는가? 듣기로는 몇몇 가게들은 RSD용 음반들을 구매하기 위해 빚까지 냈었다. 내가 말하고 싶은 건, 세상에, 이런 일이 어떻게 레코드 샵에 도움이 된다는 것인가! 대기업들이 가장 나쁜 역할이기는 하지만, PIAS같은 유통사들도 언제나 환불을 받지 않는 방식으로 사업을 진행하고 있으며, 따라서 그들에게는 리스크가 거의 없게 된다. 이런 사업 방식은 음반들의 전반적인 품질을 낮출 뿐이다. 만약 3달뒤에 재고를 잔뜩 쌓아놓는 상황을 직접 겪어야 한다면, 레이블들은 쓰레기를 팔지 않으려고 할 것이다. Cargo, SRD, Proper, Discovery같은 유통사/레이블들은 SOR (Sale Or Return, 즉 재고 반품 가능 조건으로 판매한다는 의미) 조건 또는 위탁판매를 진행하고 있다. 이게 바로 도움이다. 이들은 자신들에게도 리스크의 상당 부분이 지워져 있기에, 레코드 샵들과 같이 일하며, 이런 사업 방식은 사업의 다이나믹과 질을 바꾸게 된다(즉 다시 말해서 좋은 쪽으로 변화를 가져온다는 것이다).
4) 이 모든 한정반들은 하루만에 전부 다 나와야 하므로, RSD 행사 6개월 전부터 LP 프레싱 공장은 RSD용 음반 제작으로 완전히 꽉 차게 된다 (The Quietus 기사에서 다루었듯이). 그러니 인디 레이블들은 아무것도 발매를 못 하게 된다. 인디 레이블들은 이제 이렇게 말한다… 이젠 CD가 새로운 vinyl이라고.
5) David Bowie, Bruce Springsteen, 기타등등 수많은 밴드들의 엄청나게 많은 팬들에게 유일한 옵션은 인터넷에서 eBay 장사꾼들에게 거금을 주고 한정반을 사는 것 밖에 없게 되었다. 이 행태는 온라인에서 음반을 사는 행위를 더 가속시킨다. 최근 온라인 판매를 취급하게 된 사람으로써, 나는 인터넷 자체를 부정하고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RECORD STORE DAY에서까지 그러는 건 아니라고 본다.
6) 실망… 빈번한 실망. 레코드 샵들은 이제 모든 음반들에 대해 여러 장을 구해놓으려고 하지 않게 될 것이다. 결과적으로 상당한 수의 고객들이 실망하고 환멸을 느낀 채로 발걸음을 돌리게 될 것이다. 대단한걸… 레코드 샵을 위한 프로모션이 고객들에게 실망감과 환멸감을 불러일으키게 되다니. 참 완벽하군.
RSD는 고객들에게 있어 언제나 긍정적인 행사여야만 한다. 모두를 위한 멋진 한정반, 정말 좋은 음악들. 이는 아마도 이 날만큼은 레이블들과 유통사들은 한 발 물러서 있고 레코드 샵들이 주도권을 잡아야 된다는 의미일 것이다. ERA(Entertainment Retailers Association, RSD 주최측)는 이런 걸 장려하지 않는다. ERA는 너무 많은 업계 사람들이 얽혀 있는 곳이고 따라서 행사 자체에 대해 적절하게 이해를 하지 못하며, 그러려고 노력하지도 않는 것 같다.
레이블, 아티스트, RSD에 대한 나의 의견? 이 특별한 날을 이용해 레코드 샵들과 유통사들간의 더 좋은 관계를 쌓아 나가고, 판매량, 팬들, 그리고 UK의 사회적인 음악 문화에 있어 장기적으로 좋은 것들을 창출해 나가는 것이다. 우리한테 재고품들을 SOR 조건으로, 아니면 더 좋게 위탁판매 조건으로 줘 보라. 우리는 그걸 RSD 날에 사람들에게 팔아서, 모든 사람들이 저렴한 값에 물건을 살 수 있게 만들고, 80년대 사람들에게 '잔뜩 쌓인 음반들을 뒤적거리는 것'이 어떤 의미였는지를 지금의 사람들에게 이해시킬 수 있게 해 달라.
복잡한 일이 아니다. 모두에게 도움이 되는 영역을 찾는 것은…
하지만 지금은, RSD라는 행사는 끝낼 때가 된 것 같다.2016/04/05 12:45
'[...]' 카테고리의 다른 글
Bob Dylan : Nobel Speech (0) 2023.03.30 Underground Tehran (0) 2023.03.30 "Vinyl Hype"는 어떻게 음반 산업을 파괴하고 있는가 (0) 2023.03.30 KEN Mode: KILL EVERYONE NOW (0) 2023.03.30 Drive Like Jehu: Refreshing Reunion (0) 2023.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