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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Stop Making Sense] 14. LADDIO BOLOCKO
    [Stop Making Sense] 2023. 3. 17. 06:49

    [Stop Making Sense]는 자유연재물로 제가 소개하고 싶은 음악들에 대해 얘기해 볼 예정입니다. 아무래도 '날선' 음악에 대해서 주로 다룰 것 같습니다. 이런저런 이유로 19세 미만인 분들께서는 접하면 안 되는 음악들도 많이 다룰 예정이니, 19세 미만인 분들께서는 글도 보지 마시고 음악도 접하지 마시길 정중히 부탁드립니다. 또한 문체는 존칭을 생략하였으니, 이 또한 양해 부탁드립니다.

    "단어들로부터의 해방은 자유다. 녹음을 할 때, 우리는 단지 소리만을 가지고 작업을 진행하며, 암시라던 지 의미 같은 것들은 청자의 상상에 맡긴다. 만약 우리의 음악이 청자에게 어떤 종류든 지간에 심상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면 그게 어떤 종류의 것인지를 알아보는 것 또한 매우 흥미로운 일일 것이다. 사람들은 종종 내게 음악이 아주 어둡거나 사악한 느낌이라고들 말하곤 한다. 나는 그런 감상을 희망적으로 받아들인다. 그런 점에서, 나는 우리의 음악에 가사가 없는 것이 환원주의적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대다수의 사람들이 록 음악에 있어 중요한 부분이라고 생각하는 보컬이 없기 때문에, 우리는 이를 보강할 만큼 음악적으로 충분히 흥미로운 요소들을 찾아내어 넣어야 하고, 이는 매우 도전적인 일이다."

    - Drew St. Ivany, former LADDIO BOLOCKO / now The Psychic Paramount, interview with yellowgreenred

     

    1. Laddio Bolocko는 96년 New York에서 결성되어 2000년 해체한 밴드로, 음반을 만들어 판매하거나 레이블에 소속되는 것에 무관심하여(이들의 모든 음반은 공연장에서만 팔았으며, 몇 백 장 만들지도 않고는 절판되어 버렸다) 입소문만으로 지엽적인 인기를 끌었던 밴드였다. 아마도 No Quarter 레이블이 이들의 모든 작품을 2002년에 재발매하지 않았다면 아직까지도 거의 모든 사람들이 모르는 밴드로 남아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미진하고 의욕 없는 홍보에도 불구, Laddio Bolocko의 음악은 그 높은 질로 인해 매니아들의 입에 오르내리는 밴드가 되었다. 필자는 이들의 음악을 어딘가에서 소개받고 처음 "Goat Lips"를 들었을 때가 생각난다. 전혀 폭력적이거나 사악하지 않지만(오히려 부분적으로는 밝은(?)) 귀를 찢을 정도로 시끄러웠던 이들의 연주는, 반복적이지만 절대 단순하지 않았으며, 초월적이고, 무엇보다도 '너무' 강렬했다. 

     

    2. Laddio Bolocko의 첫 정규 앨범인 "Strange Warmings of Laddio Bolocko"는 비인간적일 정도로 청자를 밀어붙이는 록이다. 난폭하고 복잡한 드럼 비트와 밝은(?) 기타 리프가 주도하는 첫 곡을 지나면 고약할 정도로 시끄러운 노이즈 록으로 넘어가게 되는데("Call Me Jesus", "Nurser"), 이들 특유의 '지하실'스러운 질감과 무자비한 연주는(이들은 이 음반을 전체를 지나가며 결코 '쉬지 않는다') 놀라운 '힘'을 만들어낸다. 유일하게 멜로디라고 부를 만한 선율이 등장하는 "The Man Who Never Was"는 시간이 지남에 따라 색소폰 난장판과 함께 괴물 같은 소음 덩어리로 변해가며, 그나마 다소 잠잠해 보이는 "Dangler"는 사실 불안한 베이스 리프를 바탕으로 드럼과 색소폰이 벌이는 광란의 파티이다. 마지막 트랙인 "Y Toros"는 34분이라는 경악할 만한 시간동안 단 3개의 음을 계속해서 변주해나가는 곡이다. 두 파트로 나누어진 이 곡은 후반부로 갈수록 마찬가지로 점점 더 강렬해지고, 포악해진다.

     

    3. 반면 이들이 거처를 번잡한 도시의 상징인 New York 시로부터 한적한 Catskill Mountains으로 옮기고 발매한 "As If By Remote" EP와 "In Real Time"은 사뭇 다른, 이들의 첫 작품에 익숙해진 청자에게는 생경하게 다가오는 음악이다("As If By Remote", "Laddio's Money (Death of a Pop Song)"). 특히 "A Passing State of Well-Being" 같은 곡이 보여주는 목가적인 분위기는 다른 의미로 경악스러울 정도인데, 이는 드러머 Blake Fleming이 밝힌 바와 같이 거주지의 변화가 만들어 낸 도약이었다. 활동 당시 Laddio Bolocko는 4명이서 큰 공간을 빌려 같이 숙식을 해결하며 거의 하루 종일 합주를 한 음악광들이었다고 한다. 이들의 음악은 음악에 미친 청년들이 경험하고 느꼈던 것들을 자신들만의 수단으로 정성들여 표현한 수작이며, 이런 맥락에서 '진정성'이라는 모호한 개념을 정말로 가지고 있는 역작이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Strange Warmings 앨범은 우리가 경험했던 것들에 대한 소리를 담고 있다. 시궁창의 쥐들, 도시의 소음, 그리고 골목에 위치한 지독한 쓰레기더미들에 대한. 그것이 바로 DUMBO 거리였다. 그리고 우리는 갑자기 Van Gogh의 땅으로 가게 되었고 그 곳은 완전히 다른 공간이었다. 그 모든 색채들, 아무도 없는 곳, 우리가 살았던 집들 중 가장 큰 집. 우리가 상상했던 그 어떤 집보다도 더 큰 곳이 그냥 우리의 것이었다. 이 사실은 우리 음악의 방향을 완전히 바꾸어 버렸다. 이는 정말 강력했다. 그 때는 정말 신비로운 시대였고, 황홀한 시간이었다."

     - Blake Fleming, former LADDIO BOLOCKO, interview with noreasterzine

    ※LADDIO BOLOCKO: Drew St. Ivany, Blake Fleming, Marcus DeGrazia, Ben Armstro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