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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op Making Sense] 15. REFUSED[Stop Making Sense] 2023. 3. 17. 06:50
[Stop Making Sense]는 자유연재물로 제가 소개하고 싶은 음악들에 대해 얘기해 볼 예정입니다. 아무래도 '날선' 음악에 대해서 주로 다룰 것 같습니다. 이런저런 이유로 19세 미만인 분들께서는 접하면 안 되는 음악들도 많이 다룰 예정이니, 19세 미만인 분들께서는 글도 보지 마시고 음악도 접하지 마시길 정중히 부탁드립니다. 또한 문체는 존칭을 생략하였으니, 이 또한 양해 부탁드립니다.
"이 앨범이 앞으로 나타날 펑크의 소리와 면모("the sound and shape of punk to come")를 정말로 보여주고 있는가? 아마 그럴지도 모른다. 아마 아닐지도 모른다. 적절하게 말하기 위해선, 아마도 Refused의 모든 결과물들 중에서 이 앨범의 음악적 방향이 밴드의 혁명적 태도와 가장 잘 들어맞는 것이라고 말해야 될 것 같다. Refused의 이전 앨범들에서 혁명의 '힌트'들만이 가사와 레이아웃에 숨어 있었다면, 이 앨범은 앨범의 모든 것들이 혁명을 내포하고 있다. 가사, 음악, 그리고 레이아웃은 한데 합쳐져 당신에게 무언가 전혀 다른 것을 보여준다: 가사 집에 쓰여 있는 말들보다도 훨씬 더 깊이 있게 청자의 생각에 영감을 주는 무언가를. 얼마나 대단한지에는 상관없이, Refused는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주려 하고 있으며, 이는 그들 스스로를 위한 것만이 아니라 창조를 하고자 하는 모든 사람을 위해서이다."
- Patrick T. Daly, Liner note in "The Shape of Punk to Come" album
0. 스웨덴의 4인조 록 밴드 Refused가 1997년 발표한 마지막 작품인 "The Shape of Punk to Come"의 대표곡 "New Noise"는 반복적이고 다소 조용한 기타로 시작하며, 점차 고조되는 분위기를 잠시 멈추고 전자음으로 빈 공간을 채우다가 갑작스러운 폭발과 함께 진행된다. 단순하지만 강렬한 하드코어 펑크 연주와, 따로 생각해보면 정말 뜬금없지만 곡 내에선 의외로 어울리는 전자음악적 구조와 효과음들을 배경으로, 보컬 Dennis Lyxzén은 아래와 같은 내용들을 읊조리거나 소리 지른다:
"We lack the motion to move to the new beat!"
"We dance to all the wrong songs! We enjoy all the wrong moves!"
"How can we expect anyone to listen, If we using the same old voice?"
"We need New Noise, New Art for the Real People!"
1. Refused를 접해보지 않았던 사람이라면, 위와 같이 대담하고(?) 어찌 보면 너무나도 순진해(?) 보이는 주장을 설파하는 이들이 도대체 누구인지, 중고등학생 밴드인지 아니면 정말로 진지한 프로밴드인지 궁금해 질 수도 있을 것이다. 이들은 흔히 포스트-하드코어로 분류되는 장르의 주력들 중 하나로 평가받는 밴드로, 폭발적이고 강렬하지만 단순한 하드코어 펑크의 '힘'은 유지하면서 '다양함'을 꾀한, 후대의 밴드들에게 상당한 영향력을 끼친 밴드이다(얼마나 많은 밴드들이 "Liberation Frequency"를 비롯한 이들의 스타일을 참고했는가!).
2. "그들은 "고전은 결코 유행에 휩쓸리지 않는다"라고 말했지만, 그들 스스로가 휩쓸렸었다. 우리도 그럴 줄은, 생각도 못했었다"라는 읊조림으로 시작하는 첫 곡 "Worms of the Senses/Faculties of the Skull"은 '펑크적인 무엇인가를 유지하면서 펑크를 벗어나려는' 이 앨범의 모순적인 특징들을 다분히 가지고 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7분이라는, 펑크 록 치고는 너무나도 긴 길이를 가진 이 곡은 "I got a bone to pick with Capitalism"과 같은 좌파적인 가사를 외치면서도 폭발적인 록과 '싸구려' 테크노가 공존하는 기묘한 곡이다. 이와 같은 기묘함은 음반 전체를 지나면서 더해지면 더해졌지 결코 덜해지지는 않는다. 재즈풍의 서주("Deadly Rhythm"), 전자음악적 간주곡("Bruitist Pome #5"), 공간적이고 조용하고 모호한 음향들("Protest Song '68", "The Apollo Program Was a Hoax"), 심지어 바이올린까지("Tannhäuser/Derivè"), 이 음반은 펑크 록 같지 않은 요소들로 가득 차 있다. 하지만 그와 동시에, 이 음반은 명백히 반항적이고, 폭발적이고, '펑크적'이다("Summerholidays vs Punkroutines", "Refused Are Fucking Dead", "The Shape of Punk to Come").
3. The Nation of Ulysses의 영향을 강하게 받은 Refused는 자신들의 곡, 자신들의 음반, 자신들의 웹사이트에 수없이 많은 주장들을 써내려갔으며, 그것들은 매우 정치적이고 급진적이었다. 자본의 물결이 모든 사람들과 모든 장소에 빠짐없이 스며든 오늘날의 관점에서 보자면, 이들의 말하고자 하는 것들은 순진하고, 어수룩하고, '유치하게' 보일지도 모른다. 록 음악에서의 변방이었던 스웨덴에서 온 이 청년들은 "The Shape of Punk to Come"을 만들어 가며 자신들이 정말로 중요한 것, 정말로 새로운 것을 하고 있으며 한층 더 높은 수준에 도달했다고 믿어 의심치 않았다. 그러나 야심만만하게 준비한 공연들의 반응은 싸늘했으며, 아무것도 아닌 것을 보는 시선들이었다. 마침내 Refused는 모든 것을 끝내기로 결심했으며, 미국에서의 마지막 공연은 경찰에 의해 중단된다(이 시기의 복잡한 감정들은 다큐멘터리 "Refused Are Fucking Dead"에 묘사되어 있다). 이들이 완전히 '죽은' 지 15년이 지난 이 시점에서 듣는 '유작'은 급진좌파적인 선동이 아닐 뿐더러, 수많은 영향을 뿌려댔지만 이젠 너무 오래되어 먼지 쌓인 고전같이 들리지도 않는다. 이것은 스스로의 한계와 경계를 돌파하려 했던 자들의 자유와 해방의 음악("The sounds of liberation")이다.
"우리는 진정으로 절충적이고 싶었다. 우리가 변해야만 한다고 느꼈던 순간을 기억한다. 아마도 96년이 끝나갈 무렵이었을 것이다. 아마 우리 투어의 마지막 공연 즈음이었다. 우리는 Milencolin의 공연을 같이 해 주었고 정말로 좋았었다. 그리고 남은 2주간 우리는 funk/metal 밴드 Mindjive와 같이 공연을 했었다. 공연의 분위기는 독일의 겨울날씨 같았고 우리는 완전히 절망에 빠졌다. 모든 사람이 공연을 싫어했다. 다시는 투어 같은 건 돌고 싶지 않아질 정도였다. 우리는 그저 완전히 다른 무언가를 해야만 했다. 그러고 나서 우리가 처음으로 만든 곡이 "New Noise" 였으며, 이 곡은 그런 분위기에서 탄생한 곡이었다. 처음엔 아무도 그 곡을 좋아하지 않았는데, 내가 대부분을 썼기 때문에 나는 꽤나 낙담했었다."
- Kristofer Steen, Refused, interview with Buddyhead
※REFUSED: Dennis Lyxzén, Jon Brännström, Kristofer Steen, David Sandströ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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