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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op Making Sense] 13. unwound[Stop Making Sense] 2023. 3. 17. 06:49
[Stop Making Sense]는 자유연재물로 제가 소개하고 싶은 음악들에 대해 얘기해 볼 예정입니다. 아무래도 '날선' 음악에 대해서 주로 다룰 것 같습니다. 이런저런 이유로 19세 미만인 분들께서는 접하면 안 되는 음악들도 많이 다룰 예정이니, 19세 미만인 분들께서는 글도 보지 마시고 음악도 접하지 마시길 정중히 부탁드립니다. 또한 문체는 존칭을 생략하였으니, 이 또한 양해 부탁드립니다.
"지난 몇 년간 같이 작업을 하면서, 우리는 서로간의 관계에서 진정한 chemistry를 갖게 되었다. 우리는 '우리 같은' 음악을 한다. 우리는 우리만의 것들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그것이 우리가 성취한 가장 멋진 것들 중 하나이다."
- Justin Trosper, unwound, interview with Olympian
0. unwound는 1991년 Washington주의 Olympia에서 결성된 3인조 밴드로, 80년대의 Fugazi를 대표로 하는 Washington 하드코어 펑크와 Sonic Youth를 위시한 New York 아방가르드 록의 영향을 강하게 받은 음악으로 시작하였다. 이들은 2001년 마지막 앨범 "Leaves Turn Inside You"를 발매한 이후 해체하게 되며, 이 글에서 다룰 음반 또한 이 마지막 앨범이다. 그런데 혹시, 위에 올려 둔 이들의 곡 "October All Over"를 듣고 있는가? 그렇다면 위의 설명에서 링크로 걸어 둔 Fugazi와 Sonic Youth의 음악도 한 번 들어 보자. 조금만 주의를 기울여도 이상한 느낌이 들 것이다. 여기 어디에 '영향'이나 '비슷함'이 있는 것인가? 전혀 도움이 되지 않을 것 같지만, 그렇다면 다음 곡들을 들어 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Dragnalus (1993)", "All Souls Day (1994)", "Hexenszene (1994)", "Corpse Pose (1996)", "Lady Elect (1996)", "For Your Entertainment (1996)", "Laugh Track (1998)", "Sonata for Loudspeakers (1998)".
1. "Leaves Turn Inside You"는 평소 녹음 작업에 1~2주가량만을 소모하던 밴드가 3년여에 걸친 시간을 들여 녹음 및 제작을 진행한 음반이며, 마지막을 예감한 밴드가 모든 아이디어를 집대성하려고 노력한 음반이며, 처음으로 프로듀싱 과정까지도 스스로 하고자 한 음반이고, 무엇보다도, 불친절한 음반이다. 별다른 그림도 없는 검은색의 커버는 어째서인지 이상한 방식으로 축약된 unwound 라는 글자가 쓰여 있으며, 2CD 라는 긴 분량을 가지고 있는데 앨범의 진가는 처음부터 끝까지 쭉 이어서 들을 때 제대로 나타나는데다가, 첫 곡인 "We Invent You"는 시작부터 2분가량을 변화 없는 '소음'만으로 때우고는 그 이후는 모호하고 몽환적인 일종의 서주가 등장할 뿐이다. 한 귀에 들어오는 쉽고 훌륭한 멜로디를 가지고 있다거나 신나는 속도감을 가지고 있지는 않으며(Sara Lund의 드러밍은 강렬하고 매력적으로 복잡하지만, 이 또한 그렇게 'catchy' 하지는 않다), 다면적이고 매우 복잡한, 세심하게 짜여졌을 것이 분명한 소리의 향연이다. 그리고 이와 같은 특징들은 앨범 전체를 관통한다.
2. 모든 아이디어를 집대성하고자 했던 의도에서처럼, unwound의 이 음반은 하드코어/노이즈에 뿌리를 두었던 밴드가 여러 음악들을 접하고 여러 음반들을 만들어 오면서 생각해 본 다채로운 스타일들이 들려지는 음반이다. "Demons Sing Love Songs", "One Lick Less"의 꿈결과도 같은 광활한 분위기, "Look a Ghost"의 음산함, 당혹스러울 정도로 서사적인 "Below the Salts" 등이 나타나는 가운데 이들은 특유의 '시끄러움'과 '어두운 분위기'를 잃어버리지 않는다 ("Scarlette", "Off This Century"). 또한 이들은 자신들이 표현하고자 하는 바를 나타내기 위해 록 음악적이지 않은 다양한 소리를 사용하는 것에 거리낌이 없는데, 이펙터로 잔뜩 뒤틀린 보컬 ("Summer Freeze"), 서정적인 Rhodes 피아노("Terminus"), 낡은 느낌이 물씬 풍기는 신디사이저 ("Treachery"), 아날로그 흑백 영화에서 튀어나온 듯한 분위기의 목소리들과 현악("Radio Gra") 등은 빈번하게 등장한다. 이들은 노이즈 록이면서도 슈게이저들이고, 슬로코어이고, 포스트 록이지만, 이 모든 스타일들은 unwound만의 분위기, unwound만의 소리들이 된다.
3. unwound는 펑크에서 출발한 정신인 Do-It-Yourself(DIY) 정신에 상당히 입각해 있던 밴드였고, 실제로도 의식적으로 '독립성'을 추구했었다. 이들이 마침내 스스로 스튜디오까지 설립하여 그 곳에서 '스스로' 제작한 음반이 바로 "Leaves Turn Inside You" 이다. 이는 재능과 경험을 겸비한 밴드가 긴 시간의 고심 끝에 만들어 낸 고품질의 작품이며, 스스로의 소리를 만들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한 결과물이다.unwound는 한없이 우울하고 가라앉은 일종의 세계를 창조했으며, 어느새 청자를 한없이 빠져들게 만들 저력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역시 전체 음반을 통째로 들어야 제 맛이다.
Trosper: "음, 스튜디오를 직접 짓고 스스로 녹음을 하는 것이야말로 명백한 메인 아이디어였었다. 우리는 나머지 것들은 전부 이 세상이 흘러가는 대로 알아서 가게 내버려두었다. 이 작업은 한도라는 것이 없는 일이었다. 나는 일이 될 때까지 상당히 집요하게 굴었었던 것 같다."
Rumsey: "Justin이 하는 말이 맞다. 우리는 목수인 친구가 있었는데, 그 친구가 우리 스튜디오를 짓는데 큰 도움을 주었었고, 스튜디오는 정말 멋진 배출구가 되어 주었다. 창의적인 생각이 날 때마다 언제든지 사용할 수 있는 장소로써."
- Justin Trosper & Vern Rumsey, unwound, interview with Brad Cohen
※unwound: Vern Rumsey, Justin Trosper, Sara Lund'[Stop Making Sense]'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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