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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Horse Rotorvator
    [...]/[COIL] 2024. 4. 20. 14:28


    https://youtu.be/etCfczdcDzg
    "Cathedral in Fla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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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https://www.brainwashed.com/common/htdocs/publications/coil-1987-nme.php?site=coil08


    코일: 묵시록의 기사들
    Don Watson
    [NME]
    1987년 4월 11일


    "'악'이 도시의 뒷골목에 숨어 스며들어오고 있으며, Coil은 그 '악'과 사랑에 빠져 있다. Don Watson이 그들과 함께 Throbbing Gristle 이후 세계의 황무지를 질주하며 (다른 사람들의)죽음의 영광을 찾아 헤매어 보았다."


    '음악'과 '시간'의 관계는 복잡한 것이다. 개인적인 추억을 불러오는 데에 '팝송'만큼 좋은 매개체도 없는 법이다 - 그 누구라도 자신만의 추억을 가진 평범한 팝송을 가지고 있기 마련이며, 그 개인적인 애착으로 인해 남들은 모르게 혼자서 몰래 그 곡을 간직하고 있기 마련인 것이다.

    가끔 음악은 '시간' 속으로 더 깊숙히 파고들어, 그 시기의 집단적 무의식의 영역에까지 닿기도 한다.

    어떤 음악은 하나 이상의 시간을 가지고 있기도 하다 - The Doors가 보여주었던 파멸적인 낭만주의는 영화 [지옥의 묵시록]의 사운드트랙인 것을 넘어서 실제 베트남 전쟁의 배경음악이 되기도 했으며, 시간을 뛰어넘어 1970년대 후반/1980년대 초반 포스트-펑크, Postcard 레이블, Creation 레이블의 음향으로도 다시 등장하게 되었던 것이다.

    지금 이 시점에서 Throbbing Gristle의 음악을 다시 들어보자면, 1976년부터 1980년에 이르는, 관습이 쓰레기통에 처박히고 가능성이라는 것이 말 그대로 무한하게 보였던, 그 '실험의 시대'가 떠오른다. 하지만, 지금 이 시점에서 Throbbing Gristle의 음악에 대해 놀라운 점은, 그들의 음향이 정말로 현대적인 음향이었다는 점일 것이다.

    전자음악 기술이 지금처럼 발전하기 이전의 시대에 Throbbing Gristle는 자신들의 악기를 스스로 직접 만들어서 사용했었다. 최근 Mute에서 발매한 [CD1]의 라이너 노트에서 Peter 'Sleazy' Christopherson은 이렇게 말했었다: "나는 Fairlights가 발명되기도 한참 전에 이미 무대 위에서 디지털 샘플링 기법을 사용하고 있었다. Chris는 당시에는 전례가 없던, 구한다는 것 자체를 생각할수조차 없었단 장비를 만들어서 사용하고 있었고."

    오늘날, 더 좋은 장비들로 무장한 전자음악가들이 Throbbing Gristle로부터 얻을 수 있을 교훈은, 사용하는 악기 및 장비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그 장비를 사용하는 '상상력'이 중요하다는 점일 것이다. 고전의 반열에 들어선 스튜디오 LP [D.o.A.]나 [20 Jazz Funk Greats]는 물론 '통제된 라이브' 앨범인 [Heathen Earth]에서도 들어볼 수 있는 그들의 음악은, 다층적이고 깊은 질감을 가진 강렬한 '환경적' 음향이다 - 잉글랜드의 산업 건축물들의 유령이 배회하는, 폐쇄된 공장, 부서지고 검게 그을린 창문, 버려진 창고의 풍경이 생생하게 담긴 음악. 그들의 음향은 잉글랜드의 풍경을 여전히 확실하게 연상시키고 있다.

    Throbbing Gristle가 다루었던 주제들 - 컴퓨터화라는 2차 산업혁명의 불길하기 짝이 없는 이면, 잉글랜드라는 체제의 부패와 그 속에 숨겨져 있는 전체주의적 경향성 - 은 오늘날 더 강렬하게, 더 현실에 잘 들어맞는 것 같아 보이기만 한다. 특히, 우리가 지난 시간들을 통해 그 '파시스트'들을 찾기에 가장 좋은 장소가, '음악'이 아니라 하원이라는 사실을 배우게 되어버린 이 시점에서는. Throbbing Gristle는 명백히 페시티즘적인 밴드였으나 결코 파시스트적인 밴드는 아니었으며, Oswald Mosley(역주: 잉글랜드 극우세력의 시초로 여겨지는 파시스트 정치인)의 "잉글랜드에 불을 붙여라"(England Ignite) 번개 깃발을 (David Bowie가 그러했듯이) 밴드의 로고로 사용하긴 했으나, 이들이 생각하는 '불타오르는 잉글랜드'는 Mosley의 검은 셔츠단과는 아주 많이 다른 개념이었다. Throbbing Gristle는 일탈, 다양성, 상상력을 상징하고 있었으며, 파시즘과는 전혀 다른 개념들이었다.

    Throbbing Gristle의 역할을 계승한 밴드가 존재한다고 한다면 그 밴드는 실험적 음악 밴드 Coil이 아닐 수 없을 것이다. 원로라고 할 수 있는 Sleazy Christopherson의 이끎 아래에서, CoilThrobbing Gristle로부터 지대한 영향을 받아 온 두 젊은 음악가, John Balance와 Stephen E Thrower가 활동하고 있는 밴드이다.

    이들은 현대 영국의 현실을 반영하면서도 그 현실을 변형시켜서 단순한 기억을 넘어서는, 어떠한 울림을 가져다 주는 신화로 탈바꿈시키고자 하는 열망을 Throbbing Gristle와 공유하고 있는 밴드이다. 무엇보다도 Coil은 음악으로부터 특정한 풍경을 그려낼 수 있는 능력을 보유하고 있으며, 그 풍경은 때로는 로마의 모래처럼, 때로는 잉글랜드의 시골처럼, 때로는 Throbbing Gristle의 메아리가 여전히 떠돌아다니는, 무너진 벽돌과 박살난 유리창의 황무지처럼 보이기도 한다.

    영원히 매혹적일 앨범이라고 할 수 있을 [Horse Rotorvator] LP의 커버는 그 앨범의 내용만큼이나 기이하게 뇌리에 박히는 이미지를 담고 있다. 잉글랜드의 한 공원에 있는 연주대의 늦은 오후의 모습을 담은 사진에서는 저 멀리에 크레인의 모습도 보이고, 벤치에는 어떤 인물이 잠에 들어 있으며, 해는 저물고 있다. 하지만 이 사진에는 어쩐지 불길한 무언가가 깃들어 있는데, 이는 사진을 천천히 살펴보다가 이 연주대가 IRA가 폭탄 테러로 파괴했던 바로 그 연주대(역주: Regent's Park의 연주대)라는 사실을 깨달으면서 설명이 되는 불길함이다. 이 폭발로 인해 군마들이 죽었다는 사실은 앨범 커버에 적힌 Coil 특유의 블랙 유머로 이어지게 된다: "우리는 밭을 갈고, 죽은 말의 시체를 땅에 흩뿌린다."

    "그런 장소들에는 무언가, 어떤 분위기가 맴돌고 있다. Stephen Thrower의 말이었다. "무엇인가가 실제로 일어났었던 장소들."

    "[Horse Rotorvator]의 많은 부분이 '영화적'인 방식으로 구성되어 있다." Sleazy가 이어갔다. "무엇인가가 일어났던 거리나 집에 대한 언급과 참조가 많이 존재한다는 측면에서. 이 앨범에서 우리는 여러 테이프를 선택하는 것에 있어 보다 더 신중해지려고 노력했으며, 따라서 곡의 주제나 분위기에 특별히 더 연관되어 있는 경우에만 테이프를 선택해 사용하였다. Throbbing Gristle 작업에서는 테이프를 산더미처럼 쌓아 놓고 손에 잡히는 가장 가까운 테이프라던가, 최소한 가장 덜 부적합한 테이프를 그냥 골라서 사용했었다. 그 무렵 우리는 '무작위라는 것은 얼마나 무작위적인가'라는, 일종의 William S. Burroughs 스타일로 작업했었다. 이제는 훨씬 더 계산적으로, 훨씬 더 선택적으로 작업하고 있다."

    로마 거리의 깡패들, 소매치기들, 소년 남창들에게서 영감을 그리고 결국에는 죽음까지 얻었던 이탈리아의 영화감독 Pier Paolo PasoliniCoil의 음악에 있어 커다란 역할을 하고 있다. Coil은 Pasolini가 보였던 '범죄에 대한 관심' 뿐만 아니라 가톨릭이라는 종교에 존재하는 에로티시즘에 대한 관심 또한 공유하는 밴드였다. Coil의 웨스트 런던 집의 벽에는 충격적이고 음란한 멕시코산 종교 이콘(icon)이 즐비해 있었다.

    "신들과 재미 좀 보는 것도 가능할 것이다." John의 설명이었다. "결국 우리가 신들을 발명한 것 아닌가." [Scatology]에서 가장 유명한 수록곡 "Cathedral in Flames"는 Pasolini의 영화 [살로 소돔의 120일], 그의 유작이 되었던 영화이자 섹스와 권력에 대한 소름끼치는 논문인 그 영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졌던 곡이었다. [Horse Rotorvator]에는 "Ostia (The Death of Pasolini)"라는 이름을 가진 수록곡이 있으며, 이 곡은 '잉글랜드 스러움'의 상징이라고 할 수 있을, 도버 해협의 '백악절벽'에서 투신 자살했던 밴드의 한 친구의 이야기와 Pasolini의 죽음을 뒤섞어 놓은 곡이다.

    두 죽음 모두, Coil의 말에 따르자면, 변태적인, 비뚤어진 영감을 불러일으키는 죽음이었다.

    "두 죽음 모두 '어부왕'(Fisher King)의 신화와 밀접한 관련을 가지고 있다." Balance는 말한다. "성배 신화의 일부로, 그 왕이 죽어야만 왕의 땅이 살아날 수 있다는 암시를 주는 내용이다. 이러한 모티브는 전 세계적으로 잘 알려진 모티브로써 Pasolini 또한 잘 알고 있는 내용이었다, 그는 이러한 모티브를 기반으로 시도 썼었으며, 바로 그런 방식으로 죽음을 맞이했다. 마치 그 자신이 살아 왔던 삶의 선을 정하는 것처럼, 그는 그 자신의 죽음의 선을 정했던 것이다."

    욕구가 너무나도 장대한 나머지 '삶'이라는 테두리에 도무지 갇혀만 있을 수는 없는 젊은 신에 대한 신화는, James Dean의 '빠르게 살고 젊을 때 죽는다'라는 신화의 형태를 통해 오늘날에도 널리 알려지게 되었지만, 실제로는 그보다 상당히 더 오래 전부터 존재하던 신화로, Charles Baudelaire, Arthur Rimbaud, Antonin Artaud, 그리고 그 너머의 여러 옛 예술가들을 통해 계속해서 이어져 온 이야기이다.

    "몇몇 성공한 예술가들이 있긴 하다," Sleazy의 말이었다, "당신이 언급한 그들을 포함하여. 하지만 그들 중 대부분은 20대에 죽었다. 어떤 의미에서는 '성공한 예술가'가 되었다는 것이 바로 당신이 퇴물이 되어버렸다는 뜻이기도 한 것이다."

    "어떤 사람들은 어딘가 자연스럽지 않은 빛을 발하곤 한다. 이들이 몇년 못 가 죽게 되리라는 걸 알아차릴 수 있지만, 이들에게는 그런 사실은 중요하지 않은 것일 뿐이다."

    에이즈 유행 이후의 시대에서 이런 '짧은, 불꽃같이 타오르고 꺼지는 삶'에 대한 페티시즘이 가능한 일이긴 한지에 대한 질문을 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죽음이라는 건 그 죽음이 희귀한 일이 되는 조건 하에서만 가장 아름답게 미화될 수 있는 것이 아닌지?

    "희귀성이라는 가치보다는 죽음이 실제로 존재한다는 사실이 훨씬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많은 사람들이 우리더러 병적이라고, '그런 주제들'에 관심을 끌고 있다고 비난하고 있지만, 우리가 그러한 주제들에 대해 이야기를 할 수 있는 건 단순히 그저 우리의 친구들 또한 실제로 죽어갔었기 때문일 뿐이다. 사실, 5년 전보다 지금이 더 적절한 시기라고 생각한다."

    "Circles of Mania"의 후렴구 "완벽한 연인에게 산채로 잡아먹힐 것이다"(You get eaten alive by the perfect lover)는 에이즈를 가리키는 대목 같게 들리며, 적어도 은유적인 방식이라면 맞는 사실 같다.

    "예수와 비슷한 형상을 기반으로 만들어질 예정이었던 곡이었다." Balance는 설명했다. "맥각병(역주: ergot, 맥각균에 감염된 곡식을 섭취하면 걸리는 병으로, 환각 증세를 동반하기도 한다)에 걸린 채로 화형대에 묶어 불태워지는 형상. 실제로 성 안토니(역주: 파도바의 안토니오)는 맥각병으로 인해 불타는 지옥과 악마 같은 환상들을 봤었다. Abbie Hoffman이 LSD를 합성한 것도 맥각균이다. 우연하게 빵 반죽에 들어가 섭취하게 되곤 했던 것인데, 섭취하다 보면 끔찍한 환각을 보게 되거나, 경우에 따라서는 아주 멋진 환상을 보게 되기도 한다. 유일한 문제는 맥각병이 심해지면 팔다리가 시커멓게 괴사하여 떨어져 나가기도 한다는 것이다."

    맥각병에 걸리면 다리를 절단하게 되어 못 쓰게 되어버린다는 말인가?

    "그렇다. "Circles of Mania"는 일종의 패러디에 가까운 곡이다. 이 곡의 중간에 보컬이 웃음을 터뜨리는 부분이 있는데. 내가 보컬을 하다가 웃음을 터뜨렸고, '여기서 내가 얼마나 더 웃을 수 있을까?' 같은 생각을 했었다."

    Coil의 음악 아래에는 지속적인 블랙 유머가 끊임없이 흐르고 있으며, 많은 사람들이 이러한 점을 놓치고 있다.

    "맞다." Sleazy의 말이었다. "정말 많은 사람들이 우리더러 유머 감각이 전혀 없을 거라고 생각하곤 한다. 예를 들어, 우리가 "Tainted Love"를 커버했을 때, 많은 사람들이 우리가 왜 이 정도로 병적이고 이상한 행동을 하는지에 대해 이해를 전혀 못 했었다. 하지만 그 커버는 기본적으로 웃기려고 했던 행동이었다, 물론 그 커버곡으로 벌어들인 수익금을 Terence Higgins 재단(역주: 에이즈 확산을 막고 환자들을 지원하는 영국의 자선 단체)에 기부했다는 측면에서는 좀 진지한 부분도 있었지만 말이다. 하나의 레벨에서만 작업하는 것이 아닌, 동시에 여러 층위에서 작업하고자 노력하는 부분이 있다."

    Coil은 고전적인 이미지들의 에로티시즘과 품격에 대한 참조와 언급을 지속적으로 하는 밴드이다.

    "대부분의 현대의 음악은 그 어떤 역사적 참조도 완전하게 혐오하고 있다." Sleazy의 말이었다.

    "1950년대나 1960년대 정도는 참조할 수 있긴 하다." Balance의 말이었다. "록 음악이나 팝 음악에 있어 그 시대들이야말로 '고전'의 시대이기에. 하지만, 이 말이 얼마나 가식적으로 해석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우리는 그보다 더 영원한 것에 닿고 싶다, '원형'이라던가 그 비슷한 종류의 것들에게로."

    Coil은 그 모든 고전들에 대한 참조를 통해, 대다수의 여타 동시대 음악가들보다 훨씬 더 현재의 분위기를 잘 포착해내고 있다.

    "영국의 뒷골목들에는 괴물들이 살고 있다." Balance는 확신에 찬 어조로 말했다. "The Fall의 Mark Smith도 그 괴물들을 보았고, 나 또한 몇 번 정도 직접 보았다. 소름끼치는 악마들이다, 정말로. 영국의 미스테리는, 사람들이 그 괴물들, 조립식 주택들에 깃들어 있는 섬뜩한 혼돈에 너무나도 익숙해져버린 나머지 그 것들을 알아차리지 못할 지경이 되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분명하게 존재하고 있다."

    "나는 그 괴물들을 좋아하고, 그 괴물들에 닿을 것이다." 이들의 여정은 계속 될 것이다.



    https://youtu.be/mSNUE3blMTE
    "Circles of Man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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