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과 음악이 아닌 것의 경계는 어디인가? 누군가에겐 훌륭한 음악이 다른 누군가에게는 좋은 수면제가 되어 고전음악이 은은히 연주되는 콘서트홀에서 숙면을 취하는 사람을 찾는 것은 정말 쉬운 일이고, 또 다르게는 어떤이에게는 신나고 아주 그냥 좋은 음악이 다른이에게는 시끄럽기 그지없는 소음이 되어 공연이라도 할라치면 소음공해라고 경찰에 신고까지 하는 일도 빈번히 일어나고는 한다. (여담이지만 어떤 유명한 노이즈 마에스트로는 "시끄럽고 불쾌하게 들리는 것이 노이즈라면 나에게는 팝 음악이 노이즈입니다" 라는 명언아닌 명언을 남기기도 했었다...) ...자 그렇다면 음악과 음악이 아닌 것의 경계는 어디일까?
70년대 후반, 시골에서 올라온 갓 20살을 넘긴 촌뜨기였던 써스턴 무어와 리 레이날도는 맨해튼의 뒷골목에서 한창 성행(?)하던 No Wave라는 괴상한 음악 경향에 심히 충격을 받고 "싸이코 천재 지휘자" Glenn Branca의 밴드에서 혼돈의 교향곡을 연주하면서 불협화음과 노이즈에 맛을 들이게 된다. 이들은 81년 써스턴의 여자친구인 킴 고든에게 베이스를 주며 밴드를 조직하게 되는데 이게 바로 뉴욕 언더그라운드의 전설들 중 하나인 Sonic Youth이다. 새파랗게 젊은 나이에 벌써부터 훅이나 리프 같은건 고사하고 전통적인 곡의 구조를 어떻게 해체하고 난장판으로 만들지부터 고민한 그들이었으니 이미 이들 음악의 미래는 정해져 있던 걸지도 모르리라. 아무튼 써스턴과 리, 킴은 함께 난장판을 벌일 만한 괴팍한 드러머로 스티브 쉘리를 만나 4인조 라인업을 완성하고, 기타 프렛에 드라이버를 쑤셔넣고 줄을 반음씩 엇나가게 조율하고 앰프를 마주보고 서서 갖은 쌩쑈를 벌이며 "Fxxk the 3-cord also"라는 노웨이브의 슬로건을 충실히 지키는 방향으로 음악(?)을 즐기게 된다.
도대체가 다들 무슨 생각이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이들의 음악(?)은 80년대 후반이 되면서 여전히 전통적 록의 구조는 개무시하고 그들만의 노이즈 질감을 잔뜩 남기는 덩어리들이었건만 꽤나 많은 사람들의 지지를 받게 되었고, 급기야 90년대에는 메이저로까지 올라가게 된다. 이들은 너바나로 대변되는 장르인 그런지를 시작했지만 싱글 커트된 곡들은 제법 그런지 풍이었던 것에 반해 앨범의 나머지 곡들은 그런지를 가장한 드론노이즈 폭동이었고 잔뜩 찌그러진 기타 사운드는 쏘닉유쓰만의 아이덴티티가 되었다. The Diamond Sea는 1995년 이들이 소위 "그런지 시대"를 마감하는 느낌으로 낸 앨범 Washing Machine의 마지막 곡이다. 이들은 세탁기 앨범을 끝으로 지치지도 않고 새로운 스타일로 넘어가게 된다...
다이아몬드 씨는 그러고보니 이들이 밴드를 시작한 지 15년이나 된 시점에서 한 시기를 갈무리하며 부르는 곡이다. 의외로(?) 잔잔하고 매력적인 멜로디와 차분하고 어쩐지 애수를 띄는 노래로 시작하는 곡은 역시나 어느새 스멀스멀 올라온 노이즈로 가득찬 바다로 변하지만 이는 그다지 괴롭거나 힘들게 들리진 않는다. 어쩐지 다이아몬드로 가득한 반짝이는 예쁜 바다는 이런 느낌이겠구나 하는 순간 당신은 이들의 음악에 빠진 걸지도 모른다. 그렇다 이는 당신에게 있어서 음악과 소음을 나누는 경계가 소음쪽으로 조금 움직였다는 뜻이며 가치관은 언제든지 변할 수 있다는 것이다...!...무튼 이 노래는 참 좋은 곡이다.
Look into his eyes and you shall see Why everything is quiet and nothing's free I wonder how he's gonna make her smile When love is running wild on the diamond se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