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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Wire
    [Thires] 2023. 3. 15. 15:21
    Thires님의 
     
    펑크는 무엇이고 펑크적인 것은 무엇인가? 이건 굉장히 어려운 질문이다... 뭘까??

    1976년 10월, 런던에선 펑크밴드를 이제 시작하기엔 나이가 좀 있었던(...) 네명의 남자가 Wire라는 밴드를 조직하여 본격 영국펑크계에 출사표를 던지고 인기를 끌어모아 데뷔앨범 pink flag를 77년 발매하게된다. 아트스쿨에서 먹물좀 먹었던 멤버들은 미니멀리즘 미학을 당대의 단순무식펑크에 접목시키려고 하였고 pink flag는 해체된 구조와 2분도 안되는 길이의 펑크송들로 가득한 매우 독특한 앨범이 되었다. 요즘 들어봐도 양질의 개성넘치는 아트펑크인 pink flag는 당시에도 나름 인기를 얻었다고 하더라.

    문제는 이 양반들의 걷잡을수없는 창조력이었는데, pink flag를 발매하고 이를 위한 공연을 돌 때 이들은 이미 2집용 곡을 다 구상해놓고 녹음을 하는 중이었으며, 2집의 곡들은 pink flag와는 전혀 다른 스타일의 곡들이었으며, 더 큰 문제는 투어에서 2집 곡들만 줄기차게 연주하곤 했다는 것이다.

    그러니까 아트였어도 펑크였던 pink flag를 듣곤 좋아서 wire의 공연을 보러 간 펑크족들은 난데없는 synth가 떡칠된 기묘한 분위기의 신곡 무더기를 듣고 어리둥절할 수밖에 없었는데, 당대의 우직한 관념은 '쓰리코드 펑크록에 자본주의 synth는 말도안된다!!!' 정도였다고 하니 팬들은 신경도 안쓰는듯한 wire의 패기는 놀랍기만하다.

    이들은 스스로의 음악을 더 참고하고 분석하고 발전시켜 더 펑크가 아니게 된 수수께끼같은 분위기의 3집을 만들어 79년에 발매하고는 이제 창조력의 단물이 다 빠졌다며 그냥 해체해버렸다. 약 3년간 3개의 앨범을 만들고 154번의 라이브를 한 이후였다.

    Wire의 창조력은 심히 대단하고 존경스러울 정도인데, 이들의 2집이나 3집에서 청자는 80년대 포스트펑크나 노웨이브, 뉴오더사운드는 물론이고 약간 과장을 보태면 90년대 포스트록 사운드까지도 느낄 수 있을 정도이다. 근데 이 음악들은 70년대 후반 그러니까 아직 펑크는 기타베이스드럼에 쓰리코드로 만들어지는게 대다수였던 시절에 번갯불에 콩 볶듯 바로바로 찍어내어진 녀석들이란 말이다!...

    그렇지만 wire가 정말로 대단한 것은 자신들의 창조력을 활용하는데 거리낌이 없었으며 물이 다 빠졌다는 생각이 들자마자 그냥 끝내버렸다는 것이다. 펑크를 록 음악에서의 '얽매이지 않는, 영감의 자유로운 표현'이라고 치면 wire는 1-3집 통째로 가장 훌륭했던 펑크밴드라고 볼 수 있을것같다...
    ...는 됐고 걍 음악이 좋다. Outdoor minor 꿀임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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