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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Stop Making Sense] 19. Animal Collective
    [Stop Making Sense] 2023. 3. 17. 06:52
     

    [Stop Making Sense]는 자유연재물로 제가 소개하고 싶은 음악들에 대해 얘기해 볼 예정입니다. 아무래도 '날선' 음악에 대해서 주로 다룰 것 같습니다. 이런저런 이유로 19세 미만인 분들께서는 접하면 안 되는 음악들도 많이 다룰 예정이니, 19세 미만인 분들께서는 글도 보지 마시고 음악도 접하지 마시길 정중히 부탁드립니다. 또한 문체는 존칭을 생략하였으니, 이 또한 양해 부탁드립니다.

     

    "비행기에 앉아, 내 몫의 기내식을 받았을 때, 나는 불현듯 'Strawberry Jam'이라는 제목을 떠올렸다. 기내식에는 작은 딸기잼 팩이 있었다-- 아마 1년 전인지 1년 반 전인지 무렵이었다. 태양빛은 비행기의 창문을 뚫고 들어왔고, 나는 보자마자 말했다: "우와, 우리가 이런 느낌의 소리를 담은 앨범을 낸다면 정말 멋지겠는데." 나는 이 딸기잼이 달콤하고 향기로운 것임을 미리 알고 있었지만, 태양빛을 받아 반짝이는 그것은 진정으로 날카로운 뭔가를 가지고 있었다. 그것을 바라보며 나는 어떤 미래적인 뭔가가 있다고 느꼈고, 그런 느낌의 소리가 있는 앨범을 만들고 싶었다. 우리 음악이 그런 느낌을 가졌으면 좋겠는데. 표지 사진은 이 아이디어의 해석이다."

    - Panda Bear, Animal CollectiveInterview with Pitchfork

     

    1. "Bonefish(여을멸)"라는 물고기에 대해서 들어본 적이 있는가? 필자는 없었다. 또한 필자는, 저렇게 기괴하게 짓이겨진 딸기를 본 적도 없었다. 마찬가지로, 음반의 첫 곡인 "Peacebone" 또한 처음 들었을 때 정말이지 생경하게 느껴지는 곡이었다. 과도하게 현란하여 일반적으로는 듣기 힘든 전자음들과 그들이 정말 좋아하는 '액체가 흐르는 소리들' 사이로, 노래를 잘 부르는 건지 아닌지를 판단하기 힘든 목소리가, 맞는지 안 맞는지를 알기 힘든 음정과 박자로, 뜻 모를 가사를 천진난만하게 불러대는 기묘한 곡. 뮤직비디오는 아예 한술 더 떠서 러브스토리는 러브스토리이긴 한데 심히 괴랄하고 이상한 영상을 보여준다. 그렇지만 이와 같은 특징들이 이들의 곡을 과도하고 난해한 실험음악으로 만드는 것은 전혀 아니다. "Peacebone"은 오히려 어떤 의미에서는 정말로 전형적인, 신나고 쉽게 즐길만한 '팝송'이며, 앨범의 나머지 수록곡들도 마찬가지이다. 이는 음반 표지의 짓이겨진 딸기사진과 "Strawberry Jam"이라는 제목이 갖는 의미와 상통한다. 형체가 심하게 손상될 정도로 일그러지고 이상해졌지만, 여전히 달콤하고 향기로운.

     

    2. 이런 '낯설지만 사실은 친숙한' 느낌은, 음반에 담긴 다양한 색채의 소리들에도 만연해있지만 곡들이 가진 가사들에도 풍부하게 퍼져 있다. "Peacebone"은 비유로 점철되어 얼핏 들으면 뜻을 알기 어렵지만, 사실 신나는 리듬을 타고 "과거에 얽매이는 것은 쓸모없다"라는 직설적인 말을 하는 곡이다. 다소 느린 속도의 "Unsolved Mysteries"는 앨범을 관통하는 주제인 '성장'에 대해 직접적으로 드러내는 곡인데, 성장해버린 자들이 각자의 눈을 응시하면서 스스로가 'Jack The Ripper'가 되어버렸다는 것을 깨닫는 장면은 Animal Collective가 이 음반을 통해 '성장한다는 것은 사실 매우 중요한 것을 잃어버리게 되는 것'을 말하려 하는 것처럼 보인다. 이 '잃어버린 것'은 간단한 피아노 주제 위로 격렬하게 터져나가는 "Cuckoo Cuckoo"에선 유산에 비유될 정도의 지독한 상실감으로 표현되고, 너무 맑아서 더 이상하게 느껴지는 기타소리를 따라 반복되는 "For Reverend Green"에선 다시 되찾게 되어 미친 듯한 환희에 휩싸이게 해 주는 것으로도 표현된다. 이 주제는 교육받는 아이들의 두려움과 교육하는 부모들의 걱정으로 다시 묘사되기도 하고("#1"), 눈사람의 시선에서 '결국 녹아버리겠지만 그래도 행복함을 믿자'는 낙천적 기쁨으로 말해지기도 한다("Winter Wonder Land"-필자는 이 곡에서 애니메이션 "겨울왕국"의 귀여운 눈사람 "올라프"를 떠올리지 않을 수 없었다). 지나가 버린 시절에 대한 복합적인 감정들은 "Fireworks"에서 가장 절묘하게 맞물리는데, 폭죽을 형상화한 듯 한 박자에 모든 것에 호기심을 느끼는 유아의 기쁨과 되돌아갈 수 없는 시절을 회고하는 성인의 그리움이 얽힌 가사는 오묘하지만 너무나도 친숙한 즐거움과 슬픔을 강하게 전달한다.

     

    3. 뜬금없는 시점에서 괴성을 잔뜩 질러대거나("For Reverend Green") 절망적인 슬픔에 빠지기도 하는("Cuckoo Cuckoo") 이들이지만, 이 짐승들이 "Strawberry Jam"을 통해서 말하고자 하는 것은 그리움과 슬픔만이 아니다. 하루가 끝날 무렵, 일과를 다 마치고 아무도 없는 곳에서 홀로 쏟아지는 햇살을 맞으며 완전한 기쁨에 다시금 빠져 보는 것("Chores"), 그리고 우리의 아이들에게도 진심으로 공감해주며 진짜 중요한 것을 잃지 않으려는 것("Derek"), 그리고 "Peacebone"에서 직설적으로 말한 구절에서처럼, 이 음반은 과거에서 현재와 미래를 생각하려는 음반이며, 슬픔과 그리움에서 기쁨과 환희를 느끼려는 수작이다. 

     

    Avey Tare: "Strawberry Jam 또한 러브송을 담은 음반이지만, 이번에는 어두운 측면, 그러니까 동전의 뒷면 같은 느낌이다. 또한 음반은 서로 한동안 못 보았던 우리가 정말 오랜만에 다시 만나게 된 것에 대한 음반이기도 하다. 다시 잘 할 수 있을지가 불확실했기 때문에 우리는 좀 겁에 질려 있었다."

    Panda Bear: "우리는 이번 음반이 무례하게 들리길 바랬다. 그러니까, Jamaican들이 그러는 것처럼 말이다."

    Deakin: "내겐 우리 음악이 즐겁다거나 어둡다거나 하는 말이 다 이상하게 들린다. 우리는 인생의 모든 측면을 음악으로 표현하고자 한다. "Derek"을 마지막 곡으로 고른 건 이 곡이 희망적이고 음반을 끝내는 데 좋아보여서 그랬던 것이다."

    Geologist: "Strawberry Jam의 2번째 믹싱이 끝났을 때, 나는 한밤중에 사막으로 나가서 결과물을 들었고 그건 정말 놀라웠었다. 내가 항상 바래오던 것이었다: 듣는 것이 멋진 경험이 되는 그런 음반을 만들어 내는 것."

    - Animal Collective, Interview with FACT magazine

    ※Animal Collective: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Deakin, Avey Tare, Geologist, Panda Bea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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