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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Stop Making Sense] 20. BRAINBOMBS
    [Stop Making Sense] 2023. 3. 17. 06:52

     

    [Stop Making Sense]는 자유연재물로 제가 소개하고 싶은 음악들에 대해 얘기해 볼 예정입니다. 아무래도 '날선' 음악에 대해서 주로 다룰 것 같습니다. 이런저런 이유로 19세 미만인 분들께서는 접하면 안 되는 음악들도 많이 다룰 예정이니, 19세 미만인 분들께서는 글도 보지 마시고 음악도 접하지 마시길 정중히 부탁드립니다. 또한 문체는 존칭을 생략하였으니, 이 또한 양해 부탁드립니다.

    "아니, 이 모든 것은 작업이나 키친-싱크 리얼리즘과는 전혀 연관이 없고, 오히려 사랑에 대한 것이다. 모든 것에 만연해있는 사랑 말이다. 만약 당신이 (Stockholm 근교) Täby에서 하룻밤을 꼴딱 새고는 (지하철역) T-Centralen에 가서 택시를 타고 Uppsala에 가서 알코올 중독자들과 함께 맥주를 엄청나게 마시고 그 다음날 2코드짜리 생지옥을 경험한다면, 그것이 바로 사랑이다. 결코 도달할 수 없을 정도의 밑바닥으로 내려가는 것이다."

    - Peter Råberg, Brainbombs, Interview with Mina Ögon!! Mina Ögon!!!

    ※. 주의: Brainbombs 의 음악은 상당히 끔찍하고 폭력적으로 느껴질 수 있는 사건을 가해자의 입장에 가까운 시선으로 묘사합니다. 그런 종류의 것들에 거부감을 느끼시는 분들께서는 뒤돌아 가시는 편이 좋을 것 같다고 생각합니다.

     

    1. Brainbombs의 [Obey]를 듣는다. 장난스러운 8비트 고전게임풍의 반주로 시작하는 이것은, 곧이어 시끄러운 난장판을 벌이기 시작하지만, 연주는 그렇게까지 난폭하지도 않고 시끄럽지도 않으며, 이렇다 할 줄거리도 멜로디도 없이 단순하고, 반복적이고, 오히려 힘이 잔뜩 빠진 것 같게만 느껴진다. 피곤에 잔뜩 절여진 남자는 무기력하고 냉담하게 느껴지기까지 하는 태도로, 마치 이런 광경은 너무나도 익숙하다 못해 지루해 미칠 지경이지만 그만둘 수는 없다는 듯이, 차갑게 한마디 한마디를 또박또박 내뱉는다: "그녀를 찔러, 피투성이가 될 때까지, 그녀를 강간해, 지배해버려..." 

     

    2. 곧이어 등장하는 "Die You Fuck"은 증오를 자제하지 못하고 폭발시켜버린 상황을 전시한다. 단순 반복에 불과하지만 마치 '춤을 출 수 있을 정도로' 적당하게 신나는 리듬과 연주, 살해 후의 시체 훼손을 천천히 단조롭게 읊는 보컬은 이 음악을, 이 참혹한 광경을 청자가 최대한 온전하고 명확하게 목도하게 하려고 밴드가 최선을 다 하는 것 같게만 느껴지게 한다. 그렇지만, 수많은 '무거운' 밴드들이 그들의 폭력을 잔혹하게 폭발시키고 청자를 에너지로 압도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해 온 것과는 상반되게, Brainbombs의 폭력성은 어떠한 열도 에너지도 없이 차디차기 그지없고 무력하기 이를 데 없다. 잔인한 남자의 목소리는 무료함과 냉담함 그리고 지극히 일상적인 잔인성에 잔뜩 쩌들어 있으며("Lipstick on My Dick", "To Hurt"), 가끔 등장하여 유일하게 곡에 즉흥성과 다양함을 부여하는 색소폰은 아무런 의미 없이 떠돌아다니며 무기력을 강조할 뿐이다("Anal Desire", "Drive Around").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이 보여주는 폭력은 절대적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극단적이며, 오히려 이런 무력함이 Brainbombs의 극단성을 한층 더 강조한다: 그 누구라도, 잔인하고 무시무시한 것들에 아무리 익숙한 사람이라도, 지겨운 반주 위로 흐르는 타이틀 곡 "Obey"를 듣고 섬찟하지 않을 수는 없을 것이다.

     

    3. 그래서 이 모든 것은 무슨 의미인가? 스웨덴의 작고 평화로운 시골마을 Hudiksvall에서 뜬금없이 등장한 이 밴드의 음악은 여성이나 아동으로 대표되는 약자에 대한 일방적이고 무자비한 폭력("Fuckmeat")에 만성적으로 중독된 변태의 독백에 불과한 것인가? 그러나, 언제나 일상 속에 파묻혀 우리는 잊어버리고 있지만, 인간은 근본적으로 잔인하며 사회는 그 어떤 시대에서도 최소한 부분적으로나마 폭력에 물들어 있어 왔다. 집단적 폭력, 개인적 폭행, 강간, 살해, 학살은 매일같이 일어났으며 현재진행형으로 TV 및 뉴스 매체를 통해서 만천하에 폭로되고 있다. 그리고 이는 우리들, 개인 존재들도 마찬가지이다. 우리는 누구나 최소한 조금씩은 폭력과 잔인성을 근본적으로 추구하고 있다. 1985년 결성되었을 때부터, Brainbombs는 30년이 되어가는 세월에 걸쳐서 이것을 말하고 있었다. 소름끼치도록 담담하고, 잔인할 정도로 냉정하게.

     

    "Brainbombs는 그 누구도 미화시키지 않아왔다. 늘 그렇듯이, 적들은 우리를 잘못된 방식으로 인용한다. Brainbombs는 삶, 죽음, 섹스, 폭력에 대한 뉴스 방송처럼, 사건들을 보도할 뿐이다."

    - Brainbombs, Interview with Slobodan Burgher

    ※Brainbombs: Peter Råberg, Dan Råberg, Jonas, Draja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