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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Stop Making Sense] 21. The Body
    [Stop Making Sense] 2023. 3. 18. 13:54

     

    [Stop Making Sense]는 자유연재물로 제가 소개하고 싶은 음악들에 대해 얘기해 볼 예정입니다. 아무래도 '날선' 음악에 대해서 주로 다룰 것 같습니다. 이런저런 이유로 19세 미만인 분들께서는 접하면 안 되는 음악들도 많이 다룰 예정이니, 19세 미만인 분들께서는 글도 보지 마시고 음악도 접하지 마시길 정중히 부탁드립니다. 또한 문체는 존칭을 생략하였으니, 이 또한 양해 부탁드립니다.

    "어떤 존재가 스스로를 사회로부터 격리시키려 노력하는 것은 흥미로운 주제이다. 사람들 각각이 다른 방식으로 그런 격리를 추구하는 것이 매력적인 부분이다. 보통 그 방식은 종교적인 것이 되겠으나, 무튼 '세상과는 이젠 끝났다' 같은 것은 굉장히 매혹적인 것이다."

    - Lee Buford, The Body, Interview with Gimme Noise

     

    1. 이 음반은 끔찍했다. [I SHALL DIE HERE]라는 노골적인 제목과 음침함과 우울함이 뚝뚝 묻어나오는 커버, 역시나 "Hail To Thee, Everlasting Pain"이라는 명확한 곡명과 '이 미친 세상을 떠나겠다'는 나레이션, 둔탁하게 육체를 꿰뚫어버리는 베이스, 알아들을 수 없는 괴성, 폭발, 비명, 일그러지는 흑백. 모든 것은 명확하게 고통으로 가득한 삶과 자살 그리고 끝을 암시하고 있었다. 그리고 이 음반은 음악적으로 혼란스러운 매력이 넘치는 것이기도 했다. 메탈 특유의 공포와 폭력이 넘쳐흐르고 있었지만 메탈이 아니었고, 어두운 저음과 신경을 긁는 효과음들이 부유하고 있었지만 전자음악은 아니었다. 보컬은 여느 보컬들이 그러하듯이 찌그러지고 노이즈에 뒤덮여 말을 전혀 알아들을 수 없었지만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는 명백하게 추정할 수 있을 만한 분위기로 가득했다. 

     

    2. 이제 음반의 첫 곡인 "To Carry The Seeds Of Death Within Me"의 뮤직비디오를 보도록 하자. 소름끼치도록 차가운 금속으로 폐를 깊숙이 찌르는 듯 한 굉음은 거대한 드럼 비트 및 겹겹이 쌓여가는 노이즈와 어우러지며, 이를 배경으로 한 광인이 거울을 보며 스스로 이마를 절개하는 모습이 아주 천천히 방영된다. 갑작스럽게 찾아오는 정적은 곧 불안한 전자음들로 이어지며 선혈이 낭자한 자신의 이마를 흡족하게 바라보는 남자의 모습이 겹쳐진다. "Alone All The Way"는 죽음의 나레이션과 공포의 비명으로 가득 차 있으며, "The Night Knows No Dawn"은 참혹한 광경을 목도한 자의 절망이 나지막한 배경음과 함께 음산한 풍경처럼 펼쳐진다. 이와 같은 공포와 절망은 기묘한 전자음으로 시작하는 "Our Souls Were Clean"에서 더욱이 강조되며, 음반은 긴장감을 한껏 축적하다가 폭발시키는 "Darkness Surrounds Us"를 흘려보내며 40여 분간의 여정을 마친다.

     

    3. 어느덧 15년을 훌쩍 넘긴 중견 밴드인 The Body는 언제나 죽음, 격리, 절대적인 속박과 극단적인 탈출 같은 주제에 대한 관심과 열정을 유지해 왔으며, [I SHALL DIE HERE]는 이들의 주제를 가장 적나라하고 파격적으로 표현한 작품이다. 이들은 언제나 자살에 대해서 노래해 왔다. 그러나 이들의 음악은 죽음에 대한 열망이나 자기 파괴적인 독백에 불과한 것만은 아니다. 이것은 카타르시스이고, 내면의 모든 것을 쏟아내는 토로이자, 어떤 식으로 바라보아도 너무나도 모순적이고 절대적으로 적응 불가능해 보이는 세계에 대한 자유의 표출이다. 언제나 그렇듯이, 우리는 이 불합리한 세계를 벗어나고 싶어 하는 측면이 있는 것이다.

     

    "폭력적인 이미지 자체를 홍보하려는 것이 아니다 -- Jonestown(Peoples Temple 광신도들의 집단 자살 사건이 있었던 지역)의 이미지나 집단 자살 같은 것들을 사용하는 것은 모두 사회로부터의 격리를 추구하려는 시도이다. 우리가 사용하는 샘플들은 거의 대부분이 자살에 대한 것들이다. 우리가 총을 들고 사진을 찍곤 하는 것 또한, 말하자면 우리는 사회에 잘 맞는 사람들이 아니라는 것을 표현하려는 것이다 -- 우리 스스로를 사회라는 것으로부터 격리시키는 것이다."

    - Lee Buford, The Body, Interview with AdHoc

    ※The Body: Chip King, Lee Buf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