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단 클래식 음악을 즐기는 편이 아닌 사람이어도, Claude Debussy나 Erik Satie의 이름을 들어 본 적이 있을 것이다. 아마도 짐노페디 1번과 같은 명곡은 누구나 한 번쯤은 들어보고 아름답다고 여긴 적이 있을 것이고.
프랑스는 예술로 유명한 나라이고, 당연히 음악도 매우 유명하다. 꿈결의 이미지를 그대로 선율로 옮긴 듯한, soundscape 라는 단어에 정말 잘 어울리는 위 두 작곡가의 곡들은 명곡들도 정말 많고 애호가들도 정말 많다.
그런데 "Shoe-Gazing" 이나 "Dream-Pop" 같은 장르에 대해서 들어 본 적이 있는가? 예전에 소개했던 The Jesus And Mary Chain같은 밴드들이 이런 장르의 개척자들 중 하나라고 할 수 있을텐데, 이런 장르는 아주 쉽게 말해서 방방 뛰기보다는 고개를 푹 숙이고 조용히 서서 기타/베이스/드럼같은 록 악기들로 꿈결과도 같은 풍경을 그려내는 것을 목표로 삼는 장르이다. 그러고 보면 드뷔시나 사티가 좀 더 먼저 이런 음악을 한 셈이기도 하다.
다시 돌아가서, 오늘날의 대중음악에서 프랑스의 위치는 어떤가? 의외로 생각나는 아주 유명한 뮤지션들이 거의 없을 것이다. Serge Gainsbourg나 Daft Punk 정도..?
두 명의 프랑스 청년 Anthony Gonzalez와 Nicolas Fromageau가 2001년 결성한 M83은 데뷔시 인디음악 커뮤니티에서 제법 충격을 일으킨 밴드였었다. 이들은 록 밴드라고 부르기엔 지나치게 Synthesizer라는 전자키보드 비슷하게 생긴 악기에 경도되어 있었고, 그냥 다른 악기들을 '버리고' synthesizer에 탐닉하기 시작했고, 점점 빠져들다가, 그만 두 번째 앨범인 Dead Cities, Red Seas & Lost Ghosts에서 그야말로 "synth의, synth에 의한, synth를 위한" 상영시간 56분의 놀라운 풍경을 창조해내기에 이르렀다.
M83의 이 앨범은 12곡으로 이루어져 있지만 사실상 1개의 곡이 12개의 파트를 갖는 것이나 다름 없으며, 사실 음반이라기 보다는 그림이나 영화에 가깝게 들리기도(?) 하다. 차갑게 보자면 리드미컬하지도 않고 예쁘다기엔 굉장히 시끄럽고 보컬이나 가사도 딱히 없이 상당하게 반복적인 이 음의 덩어리들을 잘 참아가며 듣다 보면 문득 초록빛 산 옆의 새하얀 호수에 누워 감정의 조용하고 아름다운 폭발을 느끼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 지도 모른다. 이들이 만들었던 음반은 차라리 하나의 세계이고, 정서와 감성은 누구라도 압도할 만큼 엄청나다. Gonzalez와 Fromageau는 사티와 드뷔시가 죽은 지 100여년이 지난 오늘날, 닮았지만 전혀 다른 악기로 새로운 꿈들을 만들어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