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록이란건 기본적으로는 쿵쾅쿵쾅 신명나는 음악이니 비트를 맡는 드럼이 필요할 것이요, 곡의 기본과 그루브를 주기 위한 베이스도 없어선 안되겠고, 멜로디는 물론이고 록의 상징과도 같은 폭발적이고 시원한 리프와 코드를 위한 기타는 필수적이고, 무엇보다도 잘생겼던지 목소리가 좋던지 무대매너가 끝장이던지 아무튼 인기(?)와 절절한 감정들을 곡에 부여하는 보컬은 너무나도 중요해 보인다. 이상 4인구성은 비틀즈 시절부터 존재해온 록 밴드의 기초이자 관습이라 할 수 있겠다. 그러면, 구관이 명관이라는 옛말마따나, 이게 최선일까?
무수한 포스트록 밴드들이 보컬을 삭제하고도 멋진 감정의 폭발을 보여주고,The White Stripes나 JAPANDROIDS같은 자들이 베이스 없이 딸랑 기타 하나만으로도 필요한 그루브를 손쉽게 구현하고, Death From Above 1979등이 베이스 한대로 파워가 넘치다 못해 위험하기까지한 댄스록을 창조하는 요즘 시대다. '록밴드에 기타베이스드럼보컬은 기본이다'? 이런 클리셰는 과장 정말많이 보태서 음악적 파시즘이나 다름없다!!! (매우 부적절한 비유같지만)새는 알껍질을 깨고 나와야 새로운 세계로 나아갈 수 있고, 록의 무수한 선구자들 또한 무수한 관습들을 가볍게 제낌으로써 새로운 음악들을 창조해 왔다.
세상 모든게 어떻게 보면 다 비슷비슷하다는 관점을 잠깐만 따르자면, 나는 이 시점에서 다시 한 번 정도는 질문을 되새기는 것이 아주아주 조금이라도 모든 것에 도움이 될지도 모른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록 음악을 하려면 뭐가 필요한가?
프로비던스의 정신나간 듀오인 Lightning Bolt는 이런 클리셰 파괴범들 중 하나로, 그들이 성사하고자 하는 노이즈 록 테러에 기타나 노랫말은 딱히 필요없다는걸 깨닫고는 (왜 그딴걸 쓰는지 모르겠지만 괴상하고 허름한 마스크를 쓰고는) 베이스와 드럼 그리고 웅얼거림(?)만으로 음악을 하고 난장판을 벌인다. 이들의 놀라운 능력은 아주 단촐한 구성으로 정말이지 다양한 스펙트럼의 노이즈 록 테러를 구현한다는 것인데, Dracula Mountain은 정말 놀랍게도 매혹적이고, 매력적이어서 위험하게 느껴지는 베이스의 멜로디를 타고 끝없이 연주하는 드럼과 함께 진짜 신나게 달리는 명곡이다. 무대따위는 버리고 관객들 사이에 섞여 광란의 라이브를 달리는 이들의 모습은 아주 가끔은 경계의 파괴와 자유 그 자체로 보이기까지 할 정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