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OUT ME

-

Today
-
Yesterday
-
Total
-
  • [Stop Making Sense] 1. mclusky
    [Stop Making Sense] 2023. 3. 16. 02:43

     

    [Stop Making Sense]는 자유연재물로 제가 소개하고 싶은 음악들에 대해 얘기해 볼 예정입니다. 아무래도 '날선' 음악에 대해서 주로 다룰 것 같습니다. 이런저런 이유로 19세 미만인 분들께서는 접하면 안 되는 음악들도 많이 다룰 예정이니, 19세 미만인 분들께서는 글도 보지 마시고 음악도 접하지 마시길 정중히 부탁드립니다. 또한 문체는 존칭을 생략하였으니, 이 또한 양해 부탁드립니다.

     

    1. 필자는 여러 가지 의미로 유명한(?) 웹사이트인 피치포크 미디어를 좋아하는 편은 아니긴 하다. 그래도 피치포크에는 간혹 재미있는 표현이나 의견들이 올라오곤 하는데, 첫 번째로 소개할 mclusky에 대해서도 재미있는 소개가 있어 여기에 인용하고자 한다:

    "대다수의 인디록들이 deeply-f*cked-up (ex. Xiu Xiu, Smog, Shellac) 또는 pretty-darned-nice (ex. everyone else) 라면, mclusky는... 그냥 양아치다. (...) Jesus Lizard, Big Black, Brainiac 같은 밴드들을 'evil indie rock' 이라고 할 수 있다면, mclusky는 'as*hole indie rock' 일 것이다. 이들은 직설적이고, 심히 불쾌하고, 미안하다는 말 따위는 하지 않는다."

    위에 열거된 밴드들은 하나같이 한가닥 하는 괴물들이기에, 이들 중 하나라도 들어 본 사람이라면 제법 흥미를 가질 만한 소개일 듯하다. 'as*hole indie rock' 이라? 생각해보면 mclusky는 지독한 농담들을 자주 하기도 했던 것 같다("All your friends are cunts / Your mother is a ball-point pen theif"). 

     

    2. 필자는 mclusky를 몇 년 전에 접했는데, 이들은 1998년 결성되어 2005년 해체했으니 꽤나 뒷북이었다. 처음으로 들었던 음반은 이들의 명반으로 꼽히는 'Do Dallas' 였는데, 초반부가 주는 충격은 아직도 생생하다. 그도 그럴 것이, 첫 곡 'Lightsabre Cocksucking Blues' 는 2분도 채 안 되는 시간동안 말 그대로 달려주며, 가사는 제목만큼이나 상당히 불손하면서도 노골적으로 '뭔가'를 암시하고 ("Are you coming? Are you coming? Are you coming?"), 보컬은 진짜 미친놈 같고, 뮤직비디오는 기괴하고 악취미가 여실히 드러나는 것이며 (고양이를 잊을 수가 없다...) 다음 트랙들은 이 모든 것이 더하면 더했지 덜하진 않았기 때문이다. 이들은 제대로 쉴 틈이 생길만하면 바로 무언가를 까대는데, New Wave 도 까고 인디록 전반도 까다가 끝내 자기 자신도 깐다 ("F*uck this band / And their foolish pride"). 이렇게 음반을 처음으로 듣고 나니 이들은 반골정신이 투철하면서도 이성적이라기 보단 제대로 맛 간 정신을 보유한 위험한 미친놈들일 것만 같아서 생김새를 보려고 사진도 찾아보고 다른 뮤직비디오도 보고 했는데, 아니었다. 이들은 잘생기지도 않았고 괴상하게 생기지도 않았고 공연 때 괴상한 짓거리를 하지도 않았으며 딱 그냥 동네 형들 같이 생겼었다.

     

    3. mclusky는 여타 밴드들처럼 무척 화가 나서 곡에 화를 쏟아 붓는 밴드다. 그런데 여타 밴드들이 어둡고 둔탁하고 시끄러운 음향들로 자신의 분노를 표현할 때 mclusky는 정말 유쾌하고 신나게 연주를 하고 에너지가 넘치게 노래를 한다. mclusky는 또한 절망에 가득 찬 밴드다. 그런데 다른 밴드들이 진지하게 "I Am Totally F*cked Up" 이라고 무겁게 읊조릴 때 mclusky는 "All the sea was coal, coal! coal!" 같은 가사를 가볍게, 심지어는 예쁜(?) 멜로디에 실어 부른다 (맨 위의 뮤직비디오에서 나오는 노래를 참고해 보자). 보컬이자 기타리스트인 Andrew Falkous의 목소리는 상당한 수준으로 광기에 차 있는데 이는 진지하게보다는 과장되게 들리고, 불협화음적인 기타의 음색과 더불어 가끔씩은 냉정하게도 조롱하고 비웃는듯한 느낌마저 준다. 배트맨 시리즈의 유명한 악당 '조커'가 생각나는 대목이다. 

     

    4. 짧은 식견과 얕은 경험에도 불구하고, 필자가 보기엔 mclusky의 특이성은 이들이 분노와 좌절을 느끼는 대상이 사회의 부조리함이나 더러운 기득권층, 곳곳에서 일어나는 잔혹한 행위들 보다는 인간과 인간 본성 그 자체인 것에서 기인하는 것 같다. (이것이 여실히 드러나는 곡은 이들의 명곡 'To Hell With Good Intentions' 로, 단순함 속에 많은 의미를 내포한 훌륭한 곡이다. 가사 자체는 단순해서 이 대목을 주로 반복한다: "My love is bigger than your love, SING IT!") 이들은 인간에 대해 비판 및 비난 및 조롱을 하면서도 스스로 또한 그 대상인 인간에 지나지 않는다는 사실을 너무도 똑똑히 깨달은 것 같이 느껴진다. 그래서인지는 모르겠지만, mclusky는 씩 웃으면서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이 '너한테 뭘 주느니 차라리 지옥에 가겠다' 같은 말을 미친것처럼 소리 지른다. 어찌보면 차갑게, 그들의 세 번째 정규앨범이자 마지막 앨범이었던 것의 커버-맨 위 사진에 쓰여진 말처럼.

    ※mclusky를 접하고 싶으신 분들께는 이들의 베스트앨범인 'mcluskysm'을 추천합니다. 비록 두번째 정규앨범인 'Do Dallas'를 최고로 치는 의견이 많지만, 'mcluskysm'에는 조금은 다른 스타일의 매력적인 곡들도 있는데다가 앨범 타이틀도 멋지고 쿨하게 작별인사를 하는 Andrew Falkous의 글도 있거든요. 

    "Thanks, to anyone who deserves it, and a few who don't."

    '[Stop Making Sense]' 카테고리의 다른 글

    [Stop Making Sense] 6. Death Grips  (0) 2023.03.16
    [Stop Making Sense] 5. SWANS  (0) 2023.03.16
    [Stop Making Sense] 4. The pop group  (0) 2023.03.16
    [Stop Making Sense] 3. BIG BLACK  (0) 2023.03.16
    [Stop Making Sense] 2. NIRVANA  (0) 2023.03.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