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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Stop Making Sense] 2. NIRVANA
    [Stop Making Sense] 2023. 3. 16. 02:43
     

    [Stop Making Sense]는 자유연재물로 제가 소개하고 싶은 음악들에 대해 얘기해 볼 예정입니다. 아무래도 '날선' 음악에 대해서 주로 다룰 것 같습니다. 이런저런 이유로 19세 미만인 분들께서는 접하면 안 되는 음악들도 많이 다룰 예정이니, 19세 미만인 분들께서는 글도 보지 마시고 음악도 접하지 마시길 정중히 부탁드립니다. 또한 문체는 존칭을 생략하였으니, 이 또한 양해 부탁드립니다.

     

    0. Nirvana. Kurt Cobain. "Rock" 이라는 장르에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다면 누구나 다 들어 보았을 이름이고, 조금만 더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이 이름들에 대한 몇 가지를 찾아보고 어떤 곡들은 열심히 듣기도 했을, 이제는 식상(?)하다고 할 수도 있을 법한 이름들이다. 당장 위키피디아에만 가 봐도 정보가 많다 못해 넘쳐날 정도이니... 이미 수 없이 많은 사람들이 그들의 음악을 열심히 들었고, 수 없이 많은 평론가들과 매니아들이 그들의 음악에 대해 글을 썼을 테이니 필자는 Nirvana의 음반들 중에서 본인이 가장 좋아하는 "In Utero"에 대해서만 몇 글자를 써 보고자 한다. 그렇다. 필자는 저 전설적인 "Nevermind"나 데뷔앨범 "Bleach"보다는 "In Utero"를 예전부터 더 좋아했으며 지금도 더 좋아한다.

    1. 혹시 맨 위에 있는 영상의 재생 버튼을 눌렀는가? 자, 첫 곡을 들어 보자. 필자는 음악을 그 자체로 감상하고 생각해보지 않고 전작과 비교해보는 것을 그다지 좋게 느끼진 않지만, 이 경우엔 전작 "Nevermind"와 비교해 보는 것도 꽤나 흥미로운 일일 것 같다. 

    -"Nevermind"의 첫 곡이자 명백한 명곡 "Smells Like Teen Spirit"은 어찌 보면 다소 치기어린 점이 있다고도 할 수 있을 텐데, 분명 가사는 말하고자 하는 바가 뚜렷하지 않고 연주와 함께 다소 미성숙한 느낌마저 전해주지만, 이 곡이 표출하는 분노와 에너지는 순수하고 직설적이고 뚜렷하여 청자에게 무언가를 확실하게 전달한다. 

    -그렇다면 "Serve the Servants"는? 여러분은 전작에 비해 프로페셔널함이 확실히 증가한 연주와, 주어와 동사, 목적어가 뚜렷해져 가사를 통해 뭘 말하는지가 다소 명확해진 가사를 접하게 된다. 동시에, 여러분은 날카로운 생톤의 기타, 불온한 베이스, 성기기 그지없는 드럼을 듣게 되며, 직설적인 분노와 에너지 대신 매우 복잡해진 감정과 사막처럼 건조한 분위기로 채워진, 무아지경으로 몰입하기보다는 어쩐지 불편함이 느껴지는 그런 음악을 듣게 된다. "Teenage angst has paid-off well/ Now I'm bored and old..."

     

    2. 사실 "Nevermind"의 그 유명한 커버 사진만 봐도 로커 특유의 그 괴랄한 취향이 제대로 느껴졌지만, "In Utero"의 커버는 더 이상하여 처음 보는 사람들에게는 충격적일 정도다. (의도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수영장/사막], [살아있는 아기/박제가 된 어머니], [선명한 푸른색/흐릿한 모래색]의 대비들 또한 "In Utero"의 분위기가 전작과 얼마나 다른지를 흥미롭게 나타낸다. 앨범은 전체적으로 극심하게 화를 표출하고 있지만("Scentless Apprentice"의 말라비틀어진 기타를 들으면 누구라도 인정할 수밖에 없다), 그 대상은 아주 추상적이고 모호하고 타인보다는 자기 자신에 더 가까운 느낌을 주며 (가장 불안한 곡인 "Milk It"은 정말로 무슨 소리를 하는 건지, 무엇에 대해 노래하는지를 종잡을 수가 없다), 대체로 여러 가지 측면에서 자조적이며 허무주의적이기까지 하다("I'm not like them/ But I can pretend, I think I'm dumb/ Or maybe just happy"). 앨범의 이런 면모들은 신나는 곡 신나지만은 않게 만들며 부드러운 곡 부드럽지만은 않게 만든다(덧붙이자면, pennyroyal은 임산부 복용 시 유산을 유발하는 효과가 있어 낙태용 약으로 쓰이기도 했던 차다). 한마디로 말해서 이건 듣기 불편한 앨범이다. 아니 적어도 그렇게 느낄 여지가 분명하게 있다.

     

    3. 근데 사실 사람이란 게 종잡을 수가 없어서, 여러 일을 겪고 많은 감정들을 느끼다 보면 '불편함'이 담긴 음악을 찾게 되기도 한다. 누구에게나 순수하지만은 못한 복잡한 구석이 있는 법이다. 앨범의 타이틀곡인 "Heart-shaped Box"는 사랑에 대한 곡이지만 코러스 부분("Hey! Wait! I've got a new complaint/ Forever in debt to your priceless advice")에서 볼 수 있듯이 단정 짓기 어려운 상황을 노래한다. 다른 곡들도 매한가지로, 감정적인 폭발을 담고 있기는 하나 이는 단순히 세상에 대한 분노 같은 것이 아닌 자괴감과 허무함들이 복잡하게 얽힌 표현하기 힘든 종류의 것이다. 그렇지만, 스스로의 어둡고 추악하고 모순으로 가득 찬 어떤 부분을 알아 버린 '늙게 되어버린' 사람에게는 이런 심정들을 토로한다는 것은 유쾌하다기보다는 힘들고 상처투성이가 되는 일이다. 어쩌면 아무 의미도 없이 그냥 아무 말이나 지껄이는 편이 더 나아보이기도 하며("Tourette's"), 모든 것을 태양빛 속으로 덮어버리고 '다 내 잘못이다'라는 한마디 말만 남기는 것이 차라리 편하기도 할 것이다("All Apologies"). 그리고 당연한 이야기지만, 이 또한 간단한 일은 아니다("In the sun/ I'm married!/ Buried!")

     

    4. 사실 Kurt Cobain의 가사는 비유와 암시로 가득하기에 (그리고 인터뷰에서 뻥도 많이 치긴 했다..) 곡과 가사에 대한 해석은 무궁무진하고, 실제로 존재하는 해석들 또한 중구난방이다. 따라서 이 글 또한 무수히 존재하는 '"In Utero"를 바라보는 방식들'중 하나라고 생각하고 읽으면 감사하겠다.  한 가지 덧붙이고 싶은 것은 "In Utero"의 '소리'측면이다. 앨범 크레딧을 잠깐 보면 대부분 곡의 프로듀싱 및 믹싱을 Steve Albini라는 사람이 했다고 나오는데, 이 Steve Albini라는 사람이 알 만한 사람들은 다 아는 악명 높은 유명인사다. Nirvana의 세 멤버들은 "Nevermind"의 프로듀싱이 '너무 잘 되어있는 느낌'이어서 마음에 안 든 나머지 다음 앨범을 Albini와 작업하기로 했는데, Albini는 여러 가지 독특한 방법을 통해 "In Utero"의 사운드를 생생하고 아주 본능적인 무언가로 만들어 주었다(일설에 따르면 매우 건조한 드럼 사운드를 만들기 위해 30여개의 마이크를 드럼 주위에 대고 녹음을 했다고 한다). Albini의 음악도 언젠가 한 번 다루어 보고자 한다.

    ※Rest In Peace, Kurt Coba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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