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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op Making Sense] 3. BIG BLACK[Stop Making Sense] 2023. 3. 16. 02:44
[Stop Making Sense]는 자유연재물로 제가 소개하고 싶은 음악들에 대해 얘기해 볼 예정입니다. 아무래도 '날선' 음악에 대해서 주로 다룰 것 같습니다. 이런저런 이유로 19세 미만인 분들께서는 접하면 안 되는 음악들도 많이 다룰 예정이니, 19세 미만인 분들께서는 글도 보지 마시고 음악도 접하지 마시길 정중히 부탁드립니다. 또한 문체는 존칭을 생략하였으니, 이 또한 양해 부탁드립니다.
"Big Black은 소수의 밴드들만이 감히 도전할 수 있는 (그리고 대다수의 밴드들은 가지 말아야 한다고 느끼는) 영역에 도달했던 밴드였다" Mark Deming, Allmusic
0. 세 번째로 소개할 밴드는, 바로 그 Big Black이다. 이미 몇 번이나 봐 온 필자에게는 원색적이고 충격적인 커버 아트조차 그다지 강렬하게 다가오지 않지만, 이 글을 클릭할 100명 정도 되는 사람들 (나는 이 글들의 조회수가 100이 넘는다는 것에 상당한 충격-좋은 방향으로-을 받았다!) 중 Big Black을 처음 접하는 사람이 느낄 생경함과 당혹스러움과 기타 등등의 감정을 생각하면 올 것이 왔다는 느낌마저 든다. 형광빛 배경에 대놓고 "Songs About Fucking"이라니! …하지만 Big Black은 정말로 엄청난 밴드이기에, 그냥 글을 써 보겠다.
1. 혹시 Steve Albini라는 이름을 들어 본 적이 있는가? 아마도 프로듀서 및 뮤직 엔지니어로 이름을 들어 본 사람이 있을 것 같다. 이 시리즈에서 소개했던 mclusky나 Nirvana를 비롯하여, Pixies, PJ Harvey등 1990년대~2000년대 상당히 유명한 음악가들의 상당히 좋은 음반들을 레코딩 및 프로듀싱한 사람으로 이름이 널리 알려진 Albini는 사실 80년대 중후반에는 인디 전선의 최전방에서 본업으로 음악을 만들던 사람이었고, 이 괴팍한 커버의 음반을 남긴 Big Black은 Albini가 만든 밴드였다.
2. Big Black은 반(反)대중적인 요소가 다분한 밴드여서 그 영향력에 비해 덜 알려져 있지만, 사실 이들은 자신들의 음악으로 추구하는 모든 것을 표현하기에 딱히 말로 뭔가를 설명할 것이 없다. 그렇기에 누구라도 Big Black을 알고 싶다면, 일단 위에 첨부한 동영상의 재생 버튼을 눌러 "Fish Fry"를 아주 큰 볼륨으로 들어보고, 다시 한 번 들어보고, 잔혹한 살인마의 살인행위를 'having a fish fry'라고 표현하는 섬찟한 가사를 보며 다시 한 번 들어보라. 이런 음악에 익숙하던 익숙하지 않던, 누구나 이들에 대해 상당히 파악할 수 있을 것이다. 그래도 잘 모르겠다? 참고로 리더인 Albini는 Big Black의 음악세계에 대해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우리는 'intense'의 지표 정도만 담고 있는 음악이 아닌, 정말로 'intense'한 음악을 만들고자 했다. 내겐 헤비메탈은 다소 우스꽝스럽게 느껴졌고, 하드코어펑크는 대체로 어린애처럼 느껴졌다. 아마 그래서 Big Black은 보통 밴드들과는 다른 음악을 만들게 된 것 같다"
3. 그렇다. 정말로 intense한 음악과, 그것을 달성하려는 진지하고 거침없는 노력이 Big Black의 음악을 잘 설명할 수 있는 표현일 것 같다. 무겁고 육중한 디스토션의 헤비 사운드보다는 생톤의 가볍고 매우 카랑카랑한 기타 사운드와, 드러머를 모집하지 않고 드럼 머신을 사용함으로써 '기계 음악'의 냄새가 강하게 풍기는 리듬 파트 (재밌는 것은 Albini가 드럼 머신을 사용한 이유가 기계적임을 강조하기 위해서보다는 아주 빠른 연주가 가능하고, 지치지 않으며, 틀리지 않기 때문이었다는 후문이 있다) 등 이들의 음악에는 흥미롭고 얘기할 만 한 거리가 무수히 많지만, 또한 이들이 미국 포스트-하드코어펑크 계통의 꽃을 피우며 Nine Inch Nails와 같은 인더스트리얼 록을 유행하게 한 장본인들 중 하나가 된다는 역사적 이야기도 할 만하지만, 무엇보다도 중요한 점은 Big Black의 음악은 정말로 intense한 음악들 중 하나라는 것이다. 단순히 음향적인 측면을 넘어, 이들이 다루는 가사 또한 정말 거칠고 '자제'라는게 없는데, "Bad Penny"는 주변의 모든 여자를 아무렇게나 범하고 다니는 놈팽이에 대한 곡이고, "Precious Thing"은 변태성욕자에 대한, "Colombian Necktie"는 콜롬비아에서 실제로 이루어졌었던 굉장히 끔찍한 처형법에 대한 곡이며 "Kerosene"은... "이 곡은 시골의 '지루함'에 대한 곡입니다. 두 가지 말고는 할 게 없죠: 하나는 재미로 아무거나 닥치는 대로 폭파시켜 버리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아무나 하고나 섹스하는 그런 여자와 엄청나게 섹스해대는 것입니다. "Kerosene"은 이 두 가지 즐거움을 같이 하려는 남자에 대한 곡입니다". 물론, Albini와 Big Black은 이런 행태들을 비판적인 어조로 노래하지 않는다. 그들은 이런 자들의 입장에 서서 노래하고 연주한다.
4. Big Black의 곡은 모두 미국 문화, 더 나아가 인간의 어두운 면을 너무나도 상세하게 묘사한다: 살인, 강간, 인종차별주의, 소시오패스, 여성비하, 방화, 고문, 아동성범죄, 기타 등등…. 이쯤 되면 모두가 당연히 Albini를 미친놈 취급하게 되는데, Albini 본인은 일단 자기는 미친놈이 아니라고 말하며 (전혀 상관없긴 하지만, Albini는 술을 마시지 않는다) "Big Black의 음악에서 가사는 전혀 중요치 않으며, 밴드의 가치관은 전혀 반영되지 않았고, 그저 Big Black 음악의 'chaotic nature'를 여실히 보여주기 위한 양념 정도로 넣었을 뿐"이라는 주장을 했다. Albini는 실제로 있었던 강간 및 살인사건들에서도 모티프를 얻어 가사를 쓰곤 했는데("Jordan, Minnesota"), 여기서 Albini가 한 말 또한 읽어 볼 만하다: "그딴 일이 실제로 일어났다는 기사를 접하게 되면 당신은 아마 '이런 일이 일어나다니 말도 안 돼!'라는 생각을 할 것이다. 그러나 그런 일은 실제로 일어났다"
5. 이들의 음악은, 당연하게도, 매우 좋지 않은 음악이며 당신의 도덕관념이나 정상적인(?) 정신 활동이 소중하다면 절대로 피해야 할 종류의 것이다. 동시에, 이들의 음악은 매우 훌륭하며 지향하는 목표를 위해 비타협적으로 갖은 노력을 다한 질 높은(?) 음악적 결과물이기도 하다 (매우 깐깐하기로 유명한 Albini조차 "Songs About Fucking"의 전반부는 아주 훌륭한 결과라고 자찬했다). Big Black의 음악을 들어본 후에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어떻게 이딴 변태자식들이 이따위 음악을 만들어 팔 수 있지?' 라는 생각을 할 수도 있다. 그러나, 아마 어중간하게 좋아하기는 힘들 것이다. 맨 아래 이들의 사진을 보자: 전혀 사악하거나 미친것처럼 생기지도 않고 치장하지도 않은, 평범한 동네 아저씨 같은 사람들이 이런 파격적 음악을 했다는 것은 중요한 부분을 시사 하는 듯 느껴지기도 하다. 사실, 모든 사람들은, 어떤 관점에서 보자면, 더럽고 추악하고 변태적인 부분을 가지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Big Black'은 거대하고, 무섭고, 불길한 무언가를 축약하는 단어이다. 역사적으로 존재해 온 공포의 이미지들과 모든 아이들이 두려워하는 무언가는 전부 기본적으로 크고(Big) 검었다(Black)" Steve Albin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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