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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Stop Making Sense] 4. The pop group
    [Stop Making Sense] 2023. 3. 16. 02:44

     

    [Stop Making Sense]는 자유연재물로 제가 소개하고 싶은 음악들에 대해 얘기해 볼 예정입니다. 아무래도 '날선' 음악에 대해서 주로 다룰 것 같습니다. 이런저런 이유로 19세 미만인 분들께서는 접하면 안 되는 음악들도 많이 다룰 예정이니, 19세 미만인 분들께서는 글도 보지 마시고 음악도 접하지 마시길 정중히 부탁드립니다. 또한 문체는 존칭을 생략하였으니, 이 또한 양해 부탁드립니다.

    "당대의 다른 밴드들이 관습과 관례를 피해가려고 노력했던 것과는 다르게, The pop group은 오히려 이를 받아들였으나 격렬하게 해체하고 내장을 제거해버렸다." Sam Ubl, Pitchfork Media

     

    0. 네 번째로 소개할 밴드인 "The pop group"은 상대적으로 인터넷상의 정보가 없는 편이다. 따라서 그들의 공식 페이스북 페이지와 앨범 "Y"의 라이너 노트를 참고하여, 간단하게 밴드의 역사를 요약해 보는 것에서 시작하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

     

    1. The pop group은 1977년 4월 7일, 영국 Bristol 지방의 청년들이었던 Mark Stewart, Gareth Sager, Bruce Smith가 '이제는 바깥으로 뛰쳐나가, 원초적이라고까지 할 만한 이 분노를 폭발시켜야 할 때가 되었다'고 느꼈을 때 결성되었다. 당시 펑크에 영향을 받아 밴드를 결성한 수많은 젊은이들이 그랬듯이 이들 또한 악기 연주에 대한 경험은 거의 전무했지만, 특이하게도 음악적인 지식은 아주 폭넓고 풍부했다. PiL, The Clash 등이 펑크에 레게를 접목시켜 흥하기 훨씬 전에 이들은 블루스 파티와 훵크 클럽에서 놀면서 Miles Davis, 프리재즈 뮤지션 Ornette Coleman, 아방가르드 뮤지션 John Cage, 전설적인 크라우트록 밴드 Can등을 접하게 되었으며, 보컬이자 작사를 맡았던 Mark Stewart는 펑크의 시대에 유행하는 선동적인 슬로건들보다는 50년대 미국의 Beat족 문화와 낭만주의 시들, 아방가르드 이론에 심취했다.

    당대의 수많은 펑크밴드들과는 다른, 아방가르드 및 프리재즈적인 접근을 취했던 The pop group은 평론가들의 엄청난 지지를 받았으며, 싱글 하나를 발표하기도 전인 1978년 9월에 유명 잡지 NME의 표지를 장식할 정도로 유명해졌다. 이들은 큰 레이블이었던 WEA의 산하 레이블인 Radarscope와 계약했고, 레게와 Dub의 달인이었던 프로듀서 Dennis Bovell과 함께 작업하여 싱글 "She Is Beyond Good And Evil"을 발매하고 1979년 5월 첫 정규 앨범인 "Y"를 발매한다.

    그러나 이들은 급진적인 선동과 반란을 원했던 당시 펑크 뮤지션들과 펑크족들의 지지를 받지 못했고, 40,000파운드가 넘는 거액(한화로 대략 수천만 원 정도 된다)을 썼음에도 불구하고 음반은 10,000장 정도만 팔렸고 공연들은 거의 관객이 없다는 이유로 취소되었다. 이들은 Radarscope을 떠났으며, 싱글 "We Are All Prostitutes"와 두 번째 앨범을 발매하고는, 스스로 해체했다.

     

    2. The pop group의 음악에 대해선 한 단어로 충분한 설명이 가능해 보인다: 이들의 음악은 혼돈이다(굳이 더 말하자면 '밴드 이름은 반어법이다' 정도일까?). 1979년 영국 수상으로 당선되었던 Margaret Thatcher에 대한 노골적인 조롱이 담겨 있는 첫 곡 "She Is Beyond Good And Evil"은 레게적이지만 간결한 베이스 라인 위로 악기들과 Stewart의 외침이 '자유롭게' 떠돌다가 절정부에서 한 번에 폭발하는, 30년도 더 된 지금 들어보아도 신선하고 생경한 곡이다(John Mulvey는 이를 "5명이 우연하게 같이 연주를 하다가 어쩌다보니 연주가 수렴하는 부분이 생겨난 느낌이다" 라고 표현했다). 

    여기서 매우 흥미로운 점은, 이런 'free'함이 트랙이 지나면 지날수록 그대로이긴 커녕 더욱 심해진다는 것이다. 그루브감이 넘치는 두 번째 곡 "Thief of Fire"는 리듬라인만이 상대적으로 명확할 뿐 기타나 각종 효과음들은 순전히 제멋대로 연주되고 Stewart는 노래를 부른다기보다는 "우리는 잊지 않겠다"같은 문구들을 심히 추상적인 방식으로 '내뱉으며', "눈의 소녀여, 나는 너를 불태우고 녹여 버리겠다"같은 섬뜩한 가사의 "Snow Girl"에 이르러서는 록이라기보다는 프리재즈적인 즉흥연주 덩어리가 된다. "We Are Time"은 아마도 이 앨범에서 가장 즐길만하고(?) 흥미롭게 들리는 순간일 것인데, 쉽고(?) 신나는 베이스 라인위에서 7분에 가까운 시간동안 가벼운 기타 멜로디를 원하는 대로 비틀고 쥐어짜고 구겨버리며 "우리는 시간이다. 우리는 검은 거짓말들을 죽일 것이다"라고 절규하는 광경은 The pop group이 아니면 결코 만들어낼 수 없는 장관일 것이다.

     

    3. 당대의, 그리고 오늘날까지의 수많은 청년들이 스스로의 감정과 불만을 표현하기위해 시끄럽고 공격적이고 직설적인 태도를 취하고 '알기 쉬운' 음악으로 표출해왔다는 점으로 미루어 보면, The pop group은 (비록 분노 자체와 정치적인 성향은 비슷했더라도) 음악적으로는 자신들만의 심히 독특한 무엇을 추구했던 밴드임을 누구나 알 수 있을 것이다. Sager의 색소폰과 같이 록에서는 들어보기 힘든 악기의 적극적 차용에서는 재즈의 영향을 다시 한 번 볼 수 있고("Don't Call Me Pain"), 파푸아뉴기니 원주민의 사진을 실은 커버와 원시적이고 주술적인 혼란("The Boys From Brazil")에서는 이들의 반문화(anti-culture?)적인 성향을 감지할 수 있으며, Stewart의 상당히 불명확하고 어두운 가사들은 노랫말이라기보다는 차라리 William Burroughs 같은 비트 작가들의 시에 가깝다. 이들은 펑크혁명을 단순한 슬로건들의 나열을 뛰어 넘어 음악적으로 무엇이든지 할 수 있다는 '자유'로 여겼고, 자신들이 하고자 하는 모든 것을 곡에 한 번에 집어넣는 방식으로 이 '자유'를 누렸다(이들이 얼마나 자유로웠는지는 The pop group의 음악에 무려 '예쁜'부분들이 존재하는 것을 보면 가늠할 수 있다. 게다가, "Savage Sea"는 무려 나름의 사랑(...)노래이다).

     

    4. 다른 모든 전설적 밴드들처럼 이들에 대해서도 이야기할 것이 꽤나 많은데, 예를 들자면 이들이 전 방위적인 음악장르들의 요소들을 한데 끌어모아 Dub 스타일로 재창조했다는 점에서 Massive Attack과 같은 후대의 Bristol 씬의 할아버지 격이 된다는 점이나 Fugazi, Nick Cave, Rage Against The Machine같은 급진적이고 훵크-펑크적인 밴드들에 직접적 영향을 끼쳤다고 볼 수 있다는 등의 역사적(?)인 이야기도 할 만할 것이고, 비트족 문화에 강한 영향을 받은 것에서 비록 영국 밴드이지만 오히려 The Velvet Underground와 그들의 후계자들인 New York 펑크 쪽과 더 연관 지을 수 있다는 점도 충분히 흥미롭게 얘기할 만하다. 이들이 가졌던 Thatcher에 대한 노골적인 반감(가사에 명시되어 있지는 않지만 끊임없이 등장하는 은유들로 드러난다)이나 반문화 사상 등 다채로운 급진적 생각들도 한 번쯤은 들여다 볼 만 하다("서방에서 문화란 '일'과 '의무'를 말하고, 자연스러운 모든 것은 범죄가 됩니다. 그러나 무수히 많은 아프리카 부족들에겐 도시의 억압은 없으며, '죄'와 '벌' 같은 개념따위는 존재하지도 않습니다. 우리들이 해 온 것은 단지 식민지화로 그들에게 옷을 입힌 것뿐이었죠. 우리는 스스로를 교육해야만 합니다; 학교 교육은 폐지하고..." Gareth Sager, The pop group). 

    그러나 The pop group과 그들의 음악에 있어서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필자가 생각하기에는, 음악적 표현의 '자유로움'인 것 같다. 이들은 자신들이 느껴오고 말해야한다고 생각해왔던 점들을 '자신들만의' 방식으로 표현하는데에 거침이 없었고, 이 '거침없음' 이야말로 배운것없는 아마추어들의 결과물을 놀랍고 엄청난 음악으로 만들었으며 많은 음악가들에게 영감을 주었다. Stewart는 마지막 곡 "Don't Sell Your Dreams"에서 (비록 아주 괴상하고 으시시한 방식이지만) 비교적 솔직하고 단도직입적으로 외친다: "Paint a new sound/ Strike a new colour/ Please don't sell your dreams/ Don't live in somebody else's dream"

     

    5. 갈수록 일방적이고 무조건적인 분노가 만연해가는 오늘날을 살아가면서, 필자는 음악이 이 곳에 좀 더 퍼져나가길 바라고 있다. 적어도 필자의 짧은 경험에 의하면 음악은 억눌린 감정들과 갈곳을 잃은 자유의지의 충분히 훌륭한 해방구이다. The pop group이 그랬던 것처럼("Scream of my heartbeat!!!", in "Words Disobey Me"), 필자는 화가 머리끝까지 차오른 사람들이 이를 서로에게 즉각적으로 표출하는 잔혹한 방식이 아니라 음악적인 통로를 통해 해소하기를 바란다…어쩌면 이게 이 연재물을 쓰곤 하는 첫 번째 이유일지도 모르겠다.

     

    "Not wanting just to be alive, but to rid yourself of all constrictions. We had this romantic idea of going through nihilism, this intense deconditioning process, and emerging the other side with something really positive." Mark Stewart, The pop group

    ※어쩌다 보니 2000년대->90년대->80년대->70년대로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며 연재를 하게 되었는데, 이렇게 하는 것도 나름 흥미롭지만 슬슬 다시 '오늘날' 혹은 그 근처로 돌아와야 할 것 같다는 느낌을 받고 있다. 무엇보다도 오늘날의 가장 큰 음악적 산물 중 하나인 전자음향을 적극적으로 차용한 훌륭한 예제들이 널려 있으니 잠시 이런 쪽으로 치중하려 한다! 기대하셔도 좋다, 전자음향은 감정표현을 새로운 경지로 끌어들여 상상치도 못한 방식들이 대거 등장했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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