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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op Making Sense] 6. Death Grips[Stop Making Sense] 2023. 3. 16. 02:45
[Stop Making Sense]는 자유연재물로 제가 소개하고 싶은 음악들에 대해 얘기해 볼 예정입니다. 아무래도 '날선' 음악에 대해서 주로 다룰 것 같습니다. 이런저런 이유로 19세 미만인 분들께서는 접하면 안 되는 음악들도 많이 다룰 예정이니, 19세 미만인 분들께서는 글도 보지 마시고 음악도 접하지 마시길 정중히 부탁드립니다. 또한 문체는 존칭을 생략하였으니, 이 또한 양해 부탁드립니다.
"우리는 청자들이 우리의 음악으로부터 자유를 느끼길 바라고, 아마 이런 점이 Death Grips 음악이 펑크나 랩 음악들과 비슷한 부분일 것이다. 두 장르의 탄생 속에 숨어 있는 이데올로기는 삶의 측면에 대한 불만과 이것의 근본적 표출에서 나타났으며, 이에 따라 음악은 분명한 '에너지'를 창출한다." - Zach Hill, Death Grips, Interview with Pitchfork
1. Death Grips는 2010년 말 캘리포니아의 Sacramento에서 예술을 전공했던 MC Ride = Stefan Burnett과 나름 이쪽(?)에선 유명한 드러머 Zach Hill을 주축으로 결성되어, 키보디스트 겸 프로듀서 Andy Morin과 함께 (사실 Morin의 비중은 Burnett이나 Hill에 비해 낮은 느낌이다) 3인조로 활동하고 있는 밴드이다. 지극히 실험적이고 괴팍한 사운드에도 불구하고 의외로(?) 인지도가 있는데, 찾아보니 Kanye West의 "Yeezus"앨범이 Death Grips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고 알려져 블랙 뮤직 매니아들에게 한 때 회자되었다고 하는 것 같다. 뭔가 부끄럽지만, 고백하자면, 필자는 블랙 뮤직을 전혀 모른다. Kanye West가 랩 음악에서 아주 유명인이라는 것은 알지만 "Yeezus"는 커녕 랩 음악을 '한번이라도 들어나 본' 게 Eminem의 몇 곡들이 전부이니 말 다 했다. 그러면 필자는 뭘 안답시고 Death Grips를 소개하는가? Allmusic의 아티스트 소개란을 보면 Death Grips의 장르는 일단 '랩'인데?(역시 이런 글은 읽지 말고 유튜브 동영상이나 한 번 보고 가는게 낫다!) ...사실 Death Grips는 평론가들을 당혹케하는 '장르 파괴자'들중 하나로, 네ㅇ버를 잘 찾아보면 이들의 음악을 접한 매니아들이 보통 두 가지 측면을 느끼는 것을 볼 수 있다: 하나. 랩을 못한다. 둘. 전자음 사용이 심히 독창적이고 적절하다.
2. 필자는 Death Grips를 Pitchfork의 비행기 태워주기 코너 "Best New Music"에서 처음 접했는데, 아마 킬링 트랙인 "I've Seen Footage"를 먼저 들었던 것 같다. 이 곡은 중독적인 기타인지 synthesizer인지 모를 리프에 카리스마 넘치는 Burnett의 윽박지르기가 버무려진 멋진 곡으로, 생각보다 매우 단순하면서도 강력한 곡인데, 뮤직비디오는 다양한 사진들의 홍수로 이루어져 있고 일부 사진들은 역겹거나 더럽다. 뭔소리인지 잘 모를 가사와 제목에는 다음과 같은 비화가 숨어 있다:
""I've Seen Footage"의 가사는 Sacramento에 사는 Snake Eyes라는 노숙자와 나눈 대화에서 따 왔다. 한 친구가 우리 대화를 몰래 녹화했었다. 그는 마약과 다른 쓰레기 같은 것들 때문에 인생을 완전히 날려버린 사람이었고, 미친 소리를 줄줄 읊어대었다. 그는 달에 있는 건축물들에 대해서 이야기했다. 음, 뭐 나도 그런 것들에 대해 얘기하고 있었다. 그러니까 우리는 서로 달에 있는 건축물들에 대해서 대화하고 있었고, Snake Eyes는 "난 그 장면을 봤었어! 난 그것에 대한 화면을 봤었다고! (I've seen footage! I've seen footage of it!)" 라고 말했고, 나는 "그거 좋은데!" 라고 생각했었다." - Zach Hill, Death Grips, Interview with Pitchfork
3. 필자가 Death Grips를 접한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땐 Burnett이 질러대는 '고함'들과 시끄럽고 강렬한 리프 및 멜로디들에 강렬한 인상을 받았었는데, 사실 이들의 포인트는 괴랄하다고 여겨질 만큼 창의적이면서도 적재 적소에 활용되는 효과음들과 샘플들이었다. Noise punk 계열에서 뛰어나게 활약해 온 Hill과 대학에서 예술을 전공한 이후 "Very experimental rap" 프로젝트를 해 봤던 Burnett의 결합은 Hardcore-Experimental Punk-Electronica-Rap 정도로 표현할 수 있는 새로운 음악을 만들어 낸 것이었다. 이들의 음악은 '비트'-'샘플링'-'고함'의 기가막힐 정도로 창조적인 꼴라쥬인데, 문제는 공격적이고 실험적인 이들의 음반 "The Money Store"가 Sony 산하인 메이저 레이블 Epic에서 나왔다는 것이다(Allmusic의 David Jeffries는 이를 인더스트리얼의 창조주 Throbbing Gristle이 Warner Bros.에서 음반을 냈던 사건과 비교하였다). 비록 Hill은 이 시기를 "혼란스럽고 어두운 시기였다"라고 표현하였고, 심각한 마찰 - 밴드는 새 앨범을 만들기를 원했고, Epic은 "The Money Store"를 더 팔기 위한 공연을 원했다. 결국 밴드는 공연들을 직전에 일방적으로 취소했고, 앨범을 인터넷에 무료로 올렸으며, Epic은 이들을 짤랐다 - 을 겪었지만, 필자는 메이저 레이블과의 갈등이 오히려 "The Money Store"를 걸작으로 만들었다고 생각한다. "I've Seen Footage"의 시원한 리프는 차치하고서라도, "The Fever (Aye Aye)"나 "Bitch Please"같은 곡들의 synthesizer 라인들은 위험할 정도로 대중적(?)이고 매혹적인데 이는 (강도나 세기는 다르지만) 필자에게 Nine Inch Nails가 만인의 인기를 끌기 시작하던 90년대 초반을 생각나게 한다("Closer"같은 곡으로 말이다!).
4. 이들의 음악은 전개 방식이나 음향적인 측면에서 심히 창의적이지만("Hustle Bones", "The Cage"), 그렇다고 해서 Zach Hill이 Death Grips의 전부는 아니다. Burnett이 전하는 폭발적 분노와 에너지는("System Blower", 사실상 모든 곡), 랩의 플로우니 라임이니를 따지기 전에, 압도적이다. 아마도 "Hacker"는 "The Money Store"앨범을 총체적으로 다시 한 번 다루는 듯한 훌륭한 마지막 트랙일 것이다. 이들은 "The Money Store"이후에도 (충격적인 커버의) "NO LOVE DEEP WEB"과 또 하나의 킬링 트랙 "Bird"를 담고 있는 "Government Plates"를 연달아 발매하며 한창때의 Wire가 생각날 정도의 창조력을 발휘하고 있으며, "Government Plates"의 모든 곡에 뮤직비디오를 만들어 그들의 YouTube 채널에 공개하거나 음반들을 Facebook 계정에서 무료로 배포하는 등 상당히 파격적인 활동들도 하고 있다. 아마도 현재 활동하는 밴드들 중 가장 난폭한 에너지를 가지고 있을 Death Grips의 음악은 강렬한 카타르시스가 될 것이다.
"당신이 스스로의 개성을 표현하는 것에 힘든 시간들을 보냈다면, 창조의 장(場)은 항상 당신이 모든 것을 토해낼 수 있는 가장 훌륭하고 건전한 장소가 된다. 우리는 그것이 좋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우리의 음악을 듣는 것이나 공연을 보는 행위가 완전하게 무(無)비판, 무판단적인 환경을 제공하기를 바란다. 당신은 무엇이든지 할 수 있다. 당신은 무엇이든지 될 수 있다. Death Grips의 공연이나 음악을 통해서 당신 개성의 모든 것을 표현하길 바란다." - Zach Hill, Death Grips, Interview with Pitchfork
※Death Grips. Zach Hill, Stefan Burnett, Andy Mor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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