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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Stop Making Sense] 9. BRAINIAC
    [Stop Making Sense] 2023. 3. 17. 06:45

     

    [Stop Making Sense]는 자유연재물로 제가 소개하고 싶은 음악들에 대해 얘기해 볼 예정입니다. 아무래도 '날선' 음악에 대해서 주로 다룰 것 같습니다. 이런저런 이유로 19세 미만인 분들께서는 접하면 안 되는 음악들도 많이 다룰 예정이니, 19세 미만인 분들께서는 글도 보지 마시고 음악도 접하지 마시길 정중히 부탁드립니다. 또한 문체는 존칭을 생략하였으니, 이 또한 양해 부탁드립니다.

     

    "내 생각에 Brainiac은 명백하게 미래지향적이다. 이전에 나왔던 것들을 단순히 반복하는 것은 좋지 않다. 우리는 새로운 것을 만들어서 세상을 엿 먹이려고 노력해야 한다"

     - Monostereo(Juan Monasterio), Brainiac

     

    0. 오늘날은 '전자 음악의 시대'라고 봐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이미 인디음악부터 광고용 음향까지 수없이 많은 곡들이 미디와 전자음향으로 만들어지고 있으며, 신시사이저의 뿅뿅 거리는(?) 음색에서부터 오토튠이나 실존하는 악기로는 낼 수 없을 기묘한 음향효과까지도 전혀 낯설게 느껴지지 않는다. '전자음'은 이론상으로는 존재할 수 있는 모든 음향을 전부 표현할 수 있고, 상당한 경우 랩탑 하나만 있다면 만들어 낼 수 있기에 음악의 한계를 다시 한 번 무한하게 확장시켰다고도 볼 수 있을 정도다.

     

    1. Brainiac은 1992년 Ohio주의 Dayton에서 결성된 4인조 밴드다. 이들의 음악은 간단하게 표현하자면 '전자음악과 록의 결합'이라고 할 수 있는데, 사실 그렇게 건전(?)하게만은 볼 수가 없다. 우선 위의 "Pussyfootin'"을 재생 해 보자. 우리를 맞이하는 것은 짤막한 기타 리프 이후에 충격적으로 터져 나오는 Tim Talyor의 새된 가성과 괴상망측하게 뒤틀린 전자음악적 록이다. 이들의 음악은 대놓고 사악함이나 난폭함을 뿜어대지는(Big Black 같이?) 않음에도 불구하고 알 수 없는 환희와 격정으로 가득하며("Vincent Come On Down", "Kiss Me U Jacked Up Jerk"), 어떻게 보면 신나고 유쾌하긴 한데("Nothing Ever Changes", "Hot Seat Can't Sit Down") 가끔씩 음산하고("Beekeeper's Maxim") 뭐 이렇다 저렇다 하기 전에 진짜 변태 같다("Fucking With Altimeter", "Flypaper"-'목소리'를 활용한 이 두개의 곡은 어떤 '선'을 넘었다는 측면에서만 보자면 정말로 훌륭하고 엄청난 곡들이다. 그러니까, 진짜 이상한 곡들이다). 그러고 보니 앨범 커버의 얼굴없는 남자(?)는 '전자 시대의 양성인간'같은 느낌으로, 앨범 전체를 관통하는 독특하고 괴랄한 느낌을 대변하는 듯하다. 

     

    2. Brainiac이 밴드를 시작했던 90년대 초반은 온갖 전자음과 뿅뿅 사운드(?)가 난무하는 80년대 뉴 웨이브와 신스팝 음악들이 어떤 관점으로는 '끝난' 직후였다. 비록 다른 한편에서는 Throbbing Gristle이나 Killing Joke의 후예들이 전혀 다른, 사뭇 폭력적인 방식으로 전자음악과 록을 결합시키고 있었지만, Brainiac은 David Bowie의 "Shake It"을 파티장에서 듣고는 뉴 웨이브의 잔해로부터 신시사이저를 꺼내와서 쓰기로 결정한다. 하지만 이 청년들은 악기를 남들이 쓰는 그대로 쓰려는 생각 같은 건 전혀 없었고, 그래서 일단 전부 비틀고 보았다("Hot Metal Doberman", "Sexual Frustration"). 이들의 음악은 솔직히 너무 독특하여 자연히 언더그라운드 음악계의 주목을 받게 되었고, Dayton이라는 어찌 보면 시골에서 출발한 밴드임에도 불구하고 상당히 유명한(?) 인디 레이블인 Touch and Go에서 작업을 하게 된다. 이들은 BeckThe Jesus LizardGirls Against Boys같은 밴드들과 공연을 하였고, 점차적으로 전자음악을 더 쓰는 방향으로 진화하기 시작했으며("Fresh New Eyes", "Flash Ram"), 밴드는 메이저 레이블인 Interscope에서 4번째 앨범을 제작하려는 계약을 맺고 녹음을 진행하였다. 그리고, 1997년 5월 23일, Tim Taylor는 스튜디오에서 녹음을 하다가 집으로 돌아가던 길에 교통사고를 당해 사망하였고, Brainiac은 해체하였다. 5달정도 이후, The Breeders와 Guided by Voices가 참여한 추모공연이 열렸다. 

     

    3. Brainiac은 벌써 20년가량이나 된 옛 밴드이지만, 오늘날까지도 전자음향을 가장 잘 활용한 록 밴드들중 하나이다. 이들은 다분히 변태적이지만 정말로 창조적인 감각과 창의적인 생각을 가지고 여러가지 음들을 비틀고, 뒤집고, 활용하였다. 이런 특이한 냄새(?)를 풍기는 음악은 그들만이 보여줄 수 있고 그들만이 제대로 표현할 수 있는 것이었으며, Brainiac의 음악은 Muse부터 Nine Inch Nails까지 다양한 뮤지션들에게 큰 영향을 끼쳤다고 알려 져 있다. 비단 이런 영향력이나 역사적 가치 같은 걸 제쳐두고서라도, 이들의 곡들은 그 독특함으로 인해 오늘날 즐기기에도 손색이 없는 명곡들이다. 뭐 좀 많이 이상하긴 하지만, 뭐 어떤가. 원래 신난다는 건 정신이 나간다는 것과 종이 한 장 차이다.

     

    "I AM A CRACKED MACHINE

     I AM A GUIDE-WIRE HUSSIE

     I AM YOUR FAVORITE DJ

     A BLIP ON THE SCREEN"

     

     - Lyrics from "I Am A Cracked Machine", in "Hissing Prigs in Static Couture"

     

    ※ R.I.P. Timmy Taylo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