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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love's secret domain
    [...]/[COIL] 2023. 3. 27. 13:07



    https://youtu.be/bQ3nQtrrZys
    "Anal Staircas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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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https://brainwashed.com/common/htdocs/publications/coil-1998-the_wire.php?site=coil08


    Coil 인터뷰 기록지
    1998년 7월 21일, 15:00 ~ 17:00
    David Keenan


    Peter Christopherson> 나는 리즈(Leeds)에서 태어났고 더럼(Durham)과 요크셔(Yorkshire)에서 학교를 다녔다. 그 다음에는 대학에 진학하러 뉴욕으로 향했지만 대학은 1년만 다녔다. 그 후에 아주 잠깐동안 DJ일을 하다가 영국으로 돌아와 런던으로 향했고, 힙노시스(Hipgnosis)에서 일을 시작했다. 힙노시스는 Peter Gabriel, Genesis, Led Zeppelin 같은 밴드들의 앨범 커버를 디자인하는 회사였다. 나는 Pink Floyd의 두 앨범([Animals], [Wish You Were Here]), Peter Gabriel의 첫 세 앨범, Led Zeppelin의 [Presence] 등등에 참여했고 나머지 여러 작은 앨범들 - Wishbone Ash나 기타등등 - 에도 참여했다. 일을 하는 도중 Genesis P-Orridge를 만나 알게 되었다. 그는 일종의 예술 운동에 가까운 집단이었던 COUM Transmissions의 멤버였으며 나중에 Throbbing Gristle이라는 밴드를 시작했는데, 이 밴드도 일종의 예술 운동 집단에 가까웠다. John(Balance)은 1980년인가에 처음 만났다. 학창시절 나는 테이프 레코더와 피드백을 가지고 여러 실험을 했었다. 내 밴드의 이름은 Pulsing Vein이었는데, 이건 Throbbing Gristle에 맞추어 만든 이름이었다. 나에겐 특정한 테마가 있었다 - 나는 언제나 실험적인 음악에 관심이 많았다. 초기의 전자음악들, 카를하인츠 슈토크하우젠, Captain Beefheart, Can, Amon Düül 등등. 어린 시절 나는 그런 사람들을 좋아했고, 그래서 나에겐 '음향적 실험'을 계속하는 것이 당연한 것이었다. 그 무렵 '펑크'가 이제 막 시작하고 있었고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말하며 떠오르고 있었지만, 나에게는 펑크가 보수적인 스테레오타입 - 기타를 들고 드럼도 갖추고 밴드를 꾸리는 것 - 을 오히려 더 강화하는 것 처럼 보였다. 그래서 Throbbing Gristle은 그런 방향하고는 아예 정 반대의 방향으로 나아가려 했었다.
     록 음악에 대해 관심을 가질 때는 돈 때문인 경우밖에 없었다 (웃음). 나는 그 무렵 여러 슈퍼-그룹들을 위한 작업들을 하며 먹고 살았었는데, 그 슈퍼-그룹들을, [The Lamb Lies Down on Broadway]라던가 기타 등등을 보고 들어봐도 나도 악기를 들고 연주하고 싶다는 생각이 전혀 들지 않았다...

    John Balance> 같이 살려고 이사왔을 때 봤던 Peter의 음반 콜렉션은 거의 다 사운드트랙 음반들이었다 - 록 음악이라고 부를 만한 것은 정말로 거의 없었다.

    Peter Christopherson> 슈퍼-그룹들과 함께 일을 해 본 경험이 일반적인 록 음악에 대한 흥미를 잃어버리게 된 주 원인이었다... 앨범 커버 작업을 진행하면서 수록곡들을 계속해서 반복 재생하다 보면 음악을 전혀 즐기지 못하게 되어버린다. 거기에 그 슈퍼-아티스트들의 거만함과 찌질한 걱정들을 직접 마주하게 되면, 일반적인 팬이 공연에서 예술가들을 바라보며 가질 감정 같은 것과는 전혀 다른 기분만이 들게 된다. 그렇게 나는 돈을 벌기 위한 수단으로서의 작업들과 내가 하고 싶은 예술을 분리해야만 했었다. Throbbing Gristle을 시작할 때엔 Throbbing Gristle같은 밴드는 어디에도 없었고, 비슷한 부류나 업계 같은 것도 없었다. 나는 아직도, Coil 음악은 그 어떤 장르에도 해당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뭐 다른 World Serpent Distribution 소속 예술가들이나 아니면 미국 곳곳에 조금씩 존재하는 독립적이고 고립된 예술가들 몇몇은 우리와 어느 정도는 비슷한 부분을 공유하고 있기는 하지만, 나는 Coil이 딱히 특정한 경향에 속하지 않는다고 느낀다.
     최근에는 비교적 더 많은 사람들이 비슷한 방향으로 나아가려 하는 것 같아 보이기는 하다. 뉴 일렉트로니카 같은 경향을 본다면. 그리고 기술이 발전함에 따라 샘플링이라던가 하는 기법들이 어렵지 않은 기술, 누구나 해 볼 수 있는 기술이 되었다 - 좋은 변화다. 나는 사람들이 보다 더 다양한 종류의, 더 다양한 색채의 음향을 사용하기를 바란다. Throbbing Gristle 시기의 나는 아주 초창기의 샘플링, 컴퓨터 기술을 사용했었다.

    John Balance> 그 프로토타입 샘플링 키보드를 아직도 가지고 있다, 뒷쪽 서랍장에 있을 거다. 나중에 보여주겠다.

    Peter Christopherson> 1978년의 나는 라이브 샘플링을 쓰고 있었다. 그 때에는 힙합이라던가 댄스 음악에서 샘플링을 사용하지 않았던 시기였다. 그 무렵에는 멜로트론이라던가 비슷한 장비들이 있었고 테이프를 사용했으며 그 장비들로 [Abbey Road]같은 앨범에 나올 법한 현악 사운드를 인공적으로 만들어낼 수 있었다. 사람들은 오케스트라 음향을 실제 공연에서 어떻게 재현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만 관심이 있었고, 샘플링 기술을 가지고 다른 음향을 만들어내자는 생각은 거의 안 하고 있었다. 처음으로 시장에 나온 샘플링 장비는 Fairlight이었고 록 밴드들조차도 이 장비를 오케스트라 음향을 만들어내는데에만 쓰고 있었다. 언젠가 Emerson, Lake & Palmer 공연에 갔었는데 Keith Emerson이 샘플링 장비를 가지고 그저 팀파니, 트럼펫 등등의 소리만 만들어내고 있었다... 진짜 뻔하고 지루한 사용 방식이었다.
     우리에게는 고급 예술 / 문학 / 대중 문화 사이에 그 어떤 장애물도, 방벽도 없었다. Throbbing Gristle가 활동하던 시기 윌리엄 S. 버로스또한 Industrial Records에서 컷-업 테이프를 발매했었는데, 이 테이프는 문학을 기반으로 만들어진 테이프였다. 현대 음악과는 별다른 관련이 없었지만, 우리는 두 가지를 어떻게든 연결시킬 수 있었다.
     컷-업은 상당히 흥미로운 작업 방식이다 - 음악이라는 매체에서 전혀 기대하지 않았던 새로운 측면을 발굴해내어 드러내는 방식이다. (드릴을 켰다) 드릴을 예로 들자면... 갑자기 '무작위적인 병치'를 얻게 될 수 있다... 그리고 이 전까지는 모르고 있었던 새로운 의미들이 나타나기 시작하는 것이다. 정보를 해석하는 새로운 방법이며, 음악이던지 단어들이던지 아이디어들이던지 사진이던지간에 상관없이, 모든 것을 무작위적으로 재배열하여 병치해보는 것은 예기치 못한 새로운 방식으로 정신을 자극할 수 있는 생산적인 방법이고, 새로운 곳으로 도달할 수 있는 수단이다. 향정신성 의약품들과 같은 느낌이다, 다른 방법으로는 절대로 도달할 수 없는 새로운 경지에 도달할 수 있는 방식이라는 측면에서.
     우리의 작업에는 언제나 무작위적인 요소가 있었다. 그렇지? (Balance를 바라본다) John은 드릴에 굉장히 심취해 있다... 여기에 대해 좀 더 이야기해볼래?

    John Balance> Throbbing Gristle에서 Coil로 넘어가는 부분은 좀 다루기 어려운 것 같아. 뭐 말하자면 똑같은 것이겠지만, 그래도 Peter가 Throbbing Gristle시절 했던 것들에 대해 내가 뭐라고 말하기는 그렇다.
     최근 우리는 음악에 접근하는 방식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하고 재평가를 해 왔다. 그 과정에서 Solstice EP 시리즈들을 만들게 되었던 것이다 - 한 해의 특정한 지점마다 EP 1장씩을. 여러가지 것들에 대해 접근하는 '다른 방식'이었다, 시간의 흐름속에서 특정한 것들을 고정시키고자 하는 접근. 특유의 스튜디오 작업 방식 덕분에 모든 것들이 계속해서 발전하고 변하였으며, 여러 사람들이 나타나 끼어들기도 하고 그러다가 사라지기도 하고 그랬다.

    Peter Christopherson> Trent Reznor의 레이블 Nothing에서 앨범을 하나 발매하기 위해 지난 5년간 작업을 계속해 왔다. [Backwards]라는 이름의 프로젝트인데, 문제는 완성판을 만들어보려고 노력할 때 마다 만들고 한 2달쯤 지나서 다시 들어보면 별로라는 느낌이 드는 것이다, 무슨 말인지 알겠는지? 특히 '미국적인' 환경에서 만들었던 음악이어서 더 그런 것 같다. [Backwards]는 뉴 올렌즈에 있는 Trent의 스튜디오에서 녹음했던 앨범이며, 주변 환경이 우리의 작업에 간섭했던 것은 아니었지만 자연스럽게 주변을 반영하는 리듬과 가사를 만드는 쪽이 되어버렸던 것 같다. 여전히 [Backwards]의 리듬과 가사와 그 둘이 사용된 방식이 맞다고 믿고는 있지만 - 이제는 '완성판'을 만드는 건 더 이상은 못할 것 같다. 아마 올해 한 버전을 정리해서 발매하고, 그 다음 해에 다른 버전을 정리해서 발매하는 식으로 할 것 같다. (역주: [Backwards] 세션의 일부는 결국 John Balance 사후 2005년에 [The Ape of Naples]로 발매되었으며, 나머지는 2008년 Peter Christopherson과 Danny Hyde가 다시 편집하여 [The New Backwards]로 발매되었습니다. 원본(?)은 Peter Christopherson도 사망한 이후 2015년에 [Backwards]라는 이름으로 Danny Hyde가 정리하여 발매하였습니다.)

    John Balance> 한 20년정도 활동을 한 밴드라면 그런 일들이 일어날 수도 있는 법이다. 목에 알바트로스 한 마리를 두르고 있는 느낌이다. 사람들이 어떤 기대를 갖고 있을지 그리고 그 기대를 어떻게 피할 수 있을지에 대한 생각, 자기 자신에 대해 다시 한 번 재고해보고 그리고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생각할지에 대해서 다시 한 번 생각해보는 것 따위로 머릿속이 차게 된다. 우리가 활동을 다각화하게 된 원인 중 하나이기도 하다...

    Peter Christopherson> 맞다, 온갖 가명들을 사용해서 앨범을 각각 다른 이름으로 발매하게 된 원인은 사람들이 기대를 하지 않았으면 해서였다. 예를 들자면 [Time Machines]같은 앨범 - 여담이지만 이 앨범은 저번 주 미국에서 CMJ 차트라는 대학가 라디오 차트에서 순위권에 들기도 했는데, 굉장히 놀라운 뉴스였다. 어쨌든 [Time Machines]은 Coil 앨범들과는 완전히 다른 느낌의 음악이지만 우리는 그런 음악을 만들어보고 싶었고, 그래서 "Coil"이라는 족쇄에 얽매이지 않고 음악을 만들어 발매하는 것이 정말로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https://youtu.be/IYQobP6KKLo
    "Love's Secret Domain"

    John Balance> [Time Machines]는 Time Machines라는 밴드의 앨범이다. 그리고 다음에 발매할 것은 아마 5CD짜리 박스셋일 것이다. 앨범이라는 것은 무엇이어야 하는지, 그리고 프로젝트는 어때야 하는지에 대해 도전해보고자 하는 컨셉이다 - 사실 5CD 박스셋은 내가 생각하는 Time Machines에 비하면 아주 작은 조각일 것이다. La Monte Young이 2000년에 만들었던 코드 시스템, '영원한 드론'에서 조금 빌려 왔다고 말할 수 있겠다. 우리는 그 아이디어에서 출발하여 CD는 무엇인지, 프로젝트는 무엇인지에 대한 질문을 던지고 싶었고, 내가 가진 아이디어 중 하나는 [Time Machines]을 계속해서, 1주일동안 끊임없이 재생하고 사람들은 자유롭게 들어와서 듣다가 마음대로 나가기도 하면서 여러가지 '흐름'으로 나타나는 것이었다. 그냥 그 '흐름'을 연주하는 것. 아니면 1주일동안 계속해서 녹음하고, 이 녹음을 1시간짜리 CD들로 나누어서 발매하는 것 - 1주일을 1시간 단위로 쪼개고 그 1시간들은 각각 하나의 CD-R이 되어 발매되는 것이다.

    Peter Christopherson> 그러니까 각각의 1시간이 1장의 CD-R로 녹음되어 단 1장씩만 발매되는 건지? 그렇게 하는 것도 좋겠군. 재미있기도 하고 이상하기도 한 것이, 기본적으로 단 4개의 음으로만 구성된 앨범을 만들어 발매한 것인데 - 정말로 단 4개의 음 말고는 사실상 아무것도 없는 앨범이니까 - 온갖 사람들이 [Time Machines]야말로 살면서 들어본 음악들 중 가장 훌륭한, 초현실적인 앨범이라고, [Time Machines]를 들으며 정말 이상한 일들이 일어났다고 설명하는 이메일을 잔뜩 보내오는 것이다. 바로 이런 것 때문에 애초에 음악을 시작했던 것이기도 하다. 음악을 시작한지 20년 정도가 지났지만, 아직까지도 새로운 사람들에게 이런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것이, 굉장히 기쁘다.

    John Balance> [Time Machines] 관련하여 흥미롭게 생각하는 것들 중 하나는 우리가 의도한 바와 똑같은 경험을 한 청자들이 있다는 것이다. 단순히 음악을 듣기만 하는 행위, 음악과 가장 단순한 상호작용을 하는 것 만으로도 시간감각의 혼란과 단절을 느끼게 되는 그런 경험을 말이다. 향정신성 약물들이라는 컨셉이 우리가 이 음악들을 걸어두는 일종의 '고리' 같은 역할을 했다 - 그 컨셉은 나와 Drew(McDowall)과의 대화에서 처음 나왔던 것인데, 우리는 특정한 종류의 음악 - 티벳 음악같은 종교적이고 신성한 의도를 가진 음악들, 때때로 하루에서 3일정도까지도 끊임없이 지속되는 기나긴 의식의 음악들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었다. 그런 음악을 듣다 보면 '시간'으로부터 벗어나게 된다. 그러한 음악들의 의도는 청자로 하여금 바로 그런 트랜스 상태에, 무언가 다른 상태에 도달하게 만드는 것이었다. 우리는 어쩌면 전자음악과 원시적인 펑크로 비슷한 효과를 가지는 음악을 만들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먼저 간단한 모노 신디사이저로 데모를 만들어 보았고, 생각보다 그럴싸했다. 방에 함께 모여 앉아서 데모를 큰 볼륨으로 들었고, 우리는 시간의 흐름을 잊어버리게 되었다 - 5분이 지났는지 20분이 지났는지 모르겠는데, 갑자기 그 특이한 감정, 뒷목의 털이 쭈뼛 서는 느낌이 들고, 그제서야 일종의 '타임 슬립'을 겪었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우리는 이 데모를 가지고 여러가지 미세 조정, 필터라던가 오실레이터라던가 기타등등의 조정 작업을 진행했고, 그 '타임 슬립' 효과를 극대화하려 했다. 그 간단한 음정들을 가지고 - 청자는 그 속으로 빠져들어갈 수 있는 것이다.

    Peter Christopherson> [X-Files] 처럼 스톱워치 2개를 준비해서 하나는 스튜디오 안으로 가지고 들어가고 다른 하나는 스튜디오 밖에 둬서 둘을 비교해 볼 수도 있었겠지만, 아직 해 보지는 않았다...

    John Balance> 정말 많은 종류의 드론을 시험해봤고, 몇몇은 잘 먹혔고 나머지는 그렇지 못했다. 과학이라고 친다면 굉장히 대충 하는 과학이었을 것이다.

    Peter Christopherson> 그냥 '먹힌다'는 느낌이 들 뿐이다, 한 부분에 먹히고 있다는 느낌, 마치 그 분자와 연결되는 듯한 느낌.

    John Balance> 특정한 종류의 향정신성 약물을 복용할 때와 본질적으로 같은 느낌이다.

    David Keenan> 그러니까 [Time Machines]의 수록곡들 하나하나가 제각기 다른 향정신성 약물의 복용 후기 같은 거란 말인가?!!? 온갖 약물을 다 해보고 4가지로 추려서 각각의 곡에 할당한 거라고? 씨바, 헌신 그 자체인데...

    John Balance> 음, 아니, 그렇게까지 한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Time Machines] 수록곡 이름들에 해당하는 약물들은 전부 경험해 본 것들이긴 하다.

    Peter Christopherson> 녹음을 마친 후, 다른 음정들은 제각기 다른 특징을 갖게 되며, 그 특징들은 우리의 느낌과 연관되는 것들이다.

    John Balance> 우리는 약물과 곡의 음정을 연결시켰다 - 우리가 했던 생각은, '잠깐 이 앨범 2C-D(2,5-Dimethoxy-4-methylphenethylamine)라던가 케타민 복용 경험하고 진짜 비슷한데'같은 것들이었다. 다음번에는 5CD 박스셋으로 해 보려는 이유 중 하나는 충분한 시간을 청자들에게 보장해 줌으로써 그 경험을 만끽하기를 바라기 때문이다. 각각의 CD는 서로 다른 모듈러 신디사이저 시스템으로 제작될 것이다 - 어쨌든지간에, 그게 지금의 아이디어다. 커버는 아마 존 디의 "scrying mirror"를 사용할 것 같다. 존 디 에드워드 켈리는 엘리자베스 1세 시기에 살았던 두 마법사들이다.

    Peter Christopherson> 그 둘이 엘리자베스 1세에게 오컬트라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에 대해 조언하지 않았던가?

    John Balance> 존 디는 그랬다. 존 디는 도서관 사서이기도 했고, 여왕의 조언자이기도 했으며, 스파이이기도 했다. 그는 그 당시 유럽에서 가장 큰 규모의 개인 도서관을 가지고 있었다 - 버려진 등대라던가 이런저런 곳에서 구해낸 수천 권의 아랍어 서적들을 소장하고 있었지. 역사 속에 묻혀 아예 잊혀져버린 아랍의 고대 지식들이 적힌 서적들이었다 - 과학, 철학, 천상의 마법 등등이. 존 디는 scrying (역주: 적절한 매체를 이용하여 중요하지만 숨겨진 메시지나 이미지를 엿보려고 하는 오컬트적 행위. 주로 수정구슬을 통해서 이루어진다.) 용도의 거울도 가지고 있었는데, 정확하지는 않지만 아마 아즈텍 문명이 제작했던 흑요석 거울이었던 것 같다. 실제 모습은 치즈용 접시와 비슷하다. 평평하고, 화산암으로 만들어졌다. 그 거울은 줄에 매달아서 사용하도록 되어 있으며, 실제로 줄에 걸 수 있도록 구멍이 나 있다. 존 디 에드워드 켈리는 수 차례 천사들의 방문을 겪었으며 이 경험들은 상세히 기록되어 전해지고 있다. 그들은 천사들의 아주 복잡한 체계 - 흠, 이 것이 바로 [The Angelic Conversations] 아닌지 - 를 Enochian이라 불리는 언어체계로 기록하였다. 천사들이 방문했을 때 어떤 일이 일어났었는지에 대해 남겼던 자세한 기록이 있으며 - 굉장히 흥미롭다 - Enochian은 고유의 문법과 구조 덕분에 그 경험을 기술하는데에 있어 최적의 언어가 되었던 것이다. 천사의 언어라고 말할 수 있겠다. [Time Machines]의 디스크 앞면의 검은 부분은 다른 세계로의 여행을 떠나게 해 주는 '포탈'이라고 할 수 있으며 - 또한 존 디의 "scrying mirror"를 오마주한 것이기도 하다.
     덤으로 주어지는 스티커들을 전부 중첩시켜 보면 특정한 상형문자가 나타날 것이다 - 상형문자 '모나드'. 바로 존 디가 개인적으로 사용했던 연금술적 상징 문양이다.

    Peter Christopherson> 명상에 사용하는 상징들이기도 하다.

    John Balance> 초판은 6개의 컬러 스티커가 포함되어 있었다 - 밝은 색감이었고, 서로 겹쳐져서 다채로운 느낌을 줄 수 있었다. 인도의 '타트바'(Tattva) - 잔혹한 쿨라세카라(Kulasekhara)의 유산 - 에서 이런저런 것들을 대충 빌려 온 것이었다, 그렇게까지 깊게 들어가고 싶지는 않았기에. 청자들은 그 스티커들을 통해 명상의 세계로 갈 수 있을 것이며, 다른 세계로 언제든지 방문할 수 있는 '포탈'이 될 것이다. 각각의 스티커들은 제각기 서로 다른 향정신성 약물에 연결되어 있다. 다시 말하지만, 그냥 무언가를 매달을 수 있는 갈고리일 뿐이다... 그 어떤 것도 고정되어 있지 않다... 그저...

    Peter Christopherson> 어쨌든지간에, 말하고 싶은 것은 적어도 나에게 있어서는, 화학적인 방법으로 도달할 수 있는 의식세계와 영적인 방법 혹은 마법적인 방법으로 도달할 수 있는 세계가 완전히 같은 종류라고 느껴진다는 것이다. 특별히 환각제의 경우는... 객관적으로 존재하고 있는 무언가로 향하는 문을 열어준다. 흠, 뭐 모든 경험은 주관적이라고 할 수 있겠고, 진정으로 다른 것은 없겠지만 어쨌든지간에 그런 약물들의 도움으로 가볼 수 있는 장소들은 '진짜'다... 크로이던(Croydon)같은 실제 장소들과 마찬가지로.

    John Balance> 존 디같은 사람들 몇몇이 그 새로운 장소들을 자세하게 기록하고 묘사해 두었다. 특정한 부류의 사람들은 그 '장소'들에 갈 수 있다 - 아마존 샤먼들이라던가, 테렌스 맥케나 같은 사람들은. 몇몇 사람들은 그런 선구자들이 제작한 '지도'를 가지고 정확히 그 '장소'로 향하며, 그들이 경험했던 것들과 유사한 경험을 한다 - 지리학적으로 동등한 장소로 가는 것이다. 그 '장소'들 중 하나에 가서, 거기에 무엇이 있는지 직접 보는 것이다.

    Peter Christopherson> 말이 나온 김에 더 얘기해보자면, 나는 그런 환경, 시끄러운 소음과 너무 밝은 조명 아래에서 약물을 복용하는 것은 숨 쉬는 것 부터가 힘들어지는, 약물 경험에 안좋은 영향만 주는 환경이라고 본다. 뭐 우리도 레이브 파티를 정말 많이 가 봤긴 했지만, 어쨌든 그게 우리가 내린 결론이다. 그런 파티 환경에서 약물을 복용하는 건 추천하지 않는다.

    John Balance> 1988년 아니면 1990년의 우리였다면 정 반대를 추천했겠지만.

    Peter Christopherson> 맞다, 이런저런 것을 알아내는 데에 10년이 걸렸다 (웃음). 애시드 하우스 유행이 막 시작했을 때 우리는 그 문화에 완전히 흠뻑 빠져 있었다 - 우리는 누군가를 알고 지냈는데... 이 말을 해도 되는지 모르겠네...

    John Balance> 우리는 1980년부터 MDMA를 복용했다 - 이 나라에 MDMA가 처음으로 들어왔던 때였다. 우리와 친한 사람들은 MDMA를 주기적으로 복용하곤 했었다 - 맥락따윈 없이 그냥 복용했었다. 1988년, 1987년 무렵이 되어서야 '맥락'이라는 것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신성한 상황이었고, 신성한 의식이 일어나고 있었다, 뭐 어느 정도는 그랬다. 그리고는 핵심이 옮겨지기 시작했고 씬은 분산되어 버렸다.

    Peter Christopherson> 앨범 커버라는 것이 한때 예술이었다가 곧 '상품 포장'이 되어버렸던 것과 유사한 변화였다. 애시드 하우스 열풍도 그런 변화를 겪었다고 본다. 한때는 모든 것이 신성했지만, 곧바로 모든 것이 그냥 포장이 되어버렸다 - 더러운 바닥으로 내동댕이쳐지는 듯한 변화.

    https://youtu.be/S7h_g8_ZvaQ
    "Protection"

    John Balance> ELpH, 맞다, '채널링'(역주: channeling, 다른 세계의 존재와 연락하거나 그 존재로 하여금 자신의 육체를 통해 소통하게 하는 오컬트적 행위)이다. 그래서 ELpH의 이름으로 앨범을 더 만드는 것이 어렵게 느껴지는 것이다, 그 '존재'들이 아직 우리와 소통하려는지에 대해, 아직도 '방송'중인지에 대해 확신이 안 서기 때문이다. 누군가가 이 음향 효과는 어떤 '존재'들이 우리들을 통해 무언가를 전달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고, 나는 그게 맞다고 대답했다, 정말로 그런 느낌이었으니까. 한 1주일을 내내 우리 위에 무언가가 열려서 온갖 것들이 우리에게 쏟아지고 있는 느낌이었다. 우리는 온갖 영감을 계속해서 받았고, 그러다가 갑자기 그 흐름이 끊겨버렸다... 무엇이었든지 간에, '그 것'이 이제 끝났다는 느낌이 들었다. 다시 그 '채널'이 열리길 바라고 있다. 그게 1996년 무렵이었고, ELpH가 바로 그 '채널'에서 온 것들이었다. 의식적으로 그 채널을 열었던 것 같다 - 자 이제 이렇게 하자는 식으로 말했던 것은 아니었지만... 우리는 무언가가 일어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고, 그 때 진행하고 있던 것을 옆으로 치워버리고 전략을 바꾸었었다, 갑자기 나타난 그 현상이 정말로 중요하다고 느꼈으니까. [미지와의 조우]에서 매시드 포테이토로 산을 쌓았던 장면과 비슷한 경험이었다고 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정확히 누가 그런 일을 우리에게 했는지, 명확하게 묘사할 수가 없다.

    Peter Christopherson> 나는 그런 일들이 언제나 항상 일어나고 있으며 그저 언제 '들을 수 있냐'의 문제일 뿐이라고 생각한다. 정신적으로 그리고 육체적으로, 그 메시지들을 들을 수 있는 상태가 되기만 하면 되는 것이다. 일반적인 사람들은 무언가를 본격적으로 진행하고 장비를 준비하기 전 그것에 대해 많이, 미리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내 경우는 소프트웨어나 이런저런 물건들을 구입하기 전에 그게 뭔지, 뭐에 쓸 것인지, 어째서 필요한지에 대해 생각하지 않고 진행하는 편이다. 나중에, 시간이 충분히 흐른 후에야 내가 구입했던 것들이 정말로 필요했던 것이라는 사실이 밝혀지곤 한다.

    John Balance> [Black Light District]도 비슷한 것이긴 하지만, Coil의 앨범들에 더 가까운 느낌이다. [Black Light District]는 'Coil스러워야 한다'는 부담감이 없는 채로 Coil 앨범을 만들어 보려는 노력의 일환이었다.

    Peter Christopherson> 4장의 EP 시리즈들을 제외하고, 다음으로 발매될 가능성이 가장 높은 프로젝트는 ELpH의 또 다른 앨범이며, 아마 9월/10월 즈음에 발매하게 될 것 같다. [Surface]라는 이름이다. 'ELpH'와 다시 한 번 조우하기를 바라며 기도할 수 있다 - 토치와 카메라를 가지고 들판에 나가는 것이다, 샌드위치와 비니 모자도 챙겨서. 우리는 프로젝트를 완성까지 밀어붙히는 것을 정말로 못 하는 사람들이다. 어떤 종류의 사람들은 매일 아침마다 벌떡 일어나서 아침 9시인지 10시인지 11시인지 아무튼지간에 정해진 시간에 스튜디오로 출근해 매일 8시간씩 주기적으로 작업을 진행하는데, 우리는 그렇게는 못 하는 부류다. 그냥 그런 식의 작업이 아예 불가능하다 - 상당히 자주, 그냥 기분이 별로라거나, 다른 작업 때문에 정신이 팔린다거나, 개 산책을 시켜줘야 한다거나, 아니면 그냥 어디로 놀러 나가게 된다거나 그렇다... 이제는 우리가 그런 종류의 사람이라는 것을 받아들이고 있다... 그냥 하다가 완성이 되게 되면, 그게 맞는 것이다.

    John Balance> [Backwards]의 수록곡 전체는 이미 녹음이 완료된 상태다 - 14곡 정도 되며, 조금 더 들어갈 수도 있지만 사실상 전부 녹음은 끝났다. 하지만 편집 과정이 남았다, 그것도 엄청나게 많이.

    Peter Christopherson> 하지만 [Backwards] 프로젝트는 계속해서 변화하고 있는 중이다.

    John Balance> 그러면 또 트랙 몇 개를 추가할지도 모른다, 언제나 그런 식으로 하니까.

    Peter Christopherson> Trent Reznor Coil의 팬이다. Coil 팬이라고 직접 밝힌 음악가들 중 하나다.

    John Balance> 아마 14~15살 무렵에 [Scatology]나 [Horse Rotorvator]를 들었던 것이 아닌가 싶다. 그러다가 갑자기, 자기가 바로 그 밴드와 계약을 할 수 있는 위치라는 것을 알게 된 것이지...

    Peter Christopherson> 우리에게는 상당한 액수의 계약금이었지만, 현대 음악계 평균에는 못 미치는 수준이었다 - Coil 앨범들은 거의 대부분이 예산따위는 존재하지 않은 채로 만들어지니까. 하지만 이 말은 [NME]가 제시하는 스탠다드에 비해서 못 미친다는 뜻이다. 우리는 녹음 과정 내내 Trent Reznor의 집에 공짜로 머물렀는데, 굉장히 좋은 대우였다.

    John Balance> 나는 '상호작용 CD-ROM'(interactive CD-ROM)이라는 개념, 스스로 각자 자신만의 믹스를 만든다는 컨셉을 혐오한다. 대체 왜 하는지, 전혀 모르겠다.

    Peter Christopherson> 음악 앨범이라던가 영화라던가 기타등등 온갖 창작물을 접하고 즐기는 것은, 비유하자면 동굴의 입구에 앉아 작가가 모든 것을 전달해주기를, 그 작품이 작가에게 무슨 의미인지에 대한 전부를 이야기해주기를 기다리는 것이며 청자는 그 과정에서 즐거움을 얻기도 하지만 동시에 작가의 비전에 대해 무언가를 배울 수도 있는 것이다. 음악도 마찬가지다 - 상호작용 앨범이라던가 영화라던가 같은 것은 애초에 생각부터가 말도 안 되는 것이다. 사용자가 마음대로 활용할 수 있는 샘플 CD를 갖는 것이 말도 안 된다는 정도까지는 아니라고 해도, 그렇게 각각의 사용자들이 자기만의 방식으로 조작하는 것은, 창작자가 자신의 작품에 쌓아 넣은 의미와 그 의미를 시작부터 끝까지 따라가는 것는 완전히 다른 것이다.

    David Keenan> 그러니까 당신들은 Coil 음악에 당신들의 의미를 쌓아 넣었다는 뜻인가? 다르게 말해보자면, 청자가 그 의미들을 잘못 이해하거나 완전히 다르게 받아들일 수도 있다는 말인지? 모든 사람이 자유롭게 원하는 것을 투영할 수 있는 빈 팔레트 같은 것이 아니라? 확고한 목적이 있다는 의미인가?

    John Balance> 우리들의 분명한 의도가 있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나는 청자들이 자기들 마음대로 해석할 수 있다고 생각하며 그 해석은 청자들에게 달렸다고 본다. 우리는 음악 속에 정말 많은 것들을 심어놓거나 숨겨두었으며 - 몇몇은 대놓고 드러나게 넣어놓기도 했다 - 이것들 중 아직도 청자들이 찾아내지 못한 것들도 있는데, 이런 과정은 사실 게임이라고 말할 수 있다. 각자가 우리 음악에 대해 어떻게 반응할지는 전적으로 청자들에게 달렸다. 'Deep Listening'이라는 개념에 대해서는 특별한 코멘트를 남기기가 힘들다. 작가 Biba Kopf가 사용한 개념인데 - 그 또한 폴린 올리베로스에게서 그 개념을 가져 온 것이다 - 그 덕분에 우리 또한 'Deep Listening'이라는 개념에 대해 의식하게 되었다. Biba Kopf가 잘 활용했다, 말이 된다고 본다. 하지만 어느정도 생각이 필요한 주제라고 생각하며, 우리가 직접 사용한 표현은 아니라고 말하고 싶다. 우리는 아이디어를 여기저기 던져대면서 작업을 진행한다 - ELpH같은 프로젝트들이 그렇고, 우리는 이를 'Sidereal Sound'라고 부른다. 'Sidereal Sound'는 별의 세계(sidereal)에 속해 있는 음향이라는 뜻이며, 동시에 옆으로 빗겨 벗어나 있는(sideways) 음향이라는 뜻이기도 하다. 오스틴 오스만 스페어에 대해 가지고 있는 나의 흥미에서 비롯된 개념들이기도 하다. 알다시피 오스틴 오스만 스페어는 오컬트 화가이자 철학자였고, 그는 자신만의 'Sidereal System'을 가지고 이를 초상화와 풍경화에 적용시켰었다. 그는 인물화를 그릴 때 살짝 옆으로 빗겨가게 그림으로써 평소라면 볼 수 없는, 숨겨진 여러 측면들을 밖으로 드러내려 했으며, 유령들과 원소들과 영혼들의 그림을 그렸었다... 그것들이 'Sidereal Portraits' 였다. 우리는 음향적으로 같은 일을 하려고 하며, 살짝 뒤틀어 옆면을 보여줌으로써 평소라면 인지하지 못했을 측면을 인식하게 만들고자 한다 - 시각의 사각에서 갑작스럽게 보이곤 하는 이미지 같은 것을 음악적으로 구현하고자 하는 것이다.

    Peter Christopherson> 뭐랄까, 몇일간 잠을 못 잔 상태에서, 눈에 보이는 시야의 구석에 무언가가 보이는 듯한 느낌을 받지만 막상 그 부분을 직접 바라보면 아무것도 보이지 않을 때가 있는데 - 이를 음악적으로 표현하려는 것이다. 이게 정확히 어떻게 돌아가는지는, 나도 잘 모르겠다...

    John Balance> 음, 작업할 때 우리가 진행하는 특정한 기계적인 과정이다 - 이에 대해 말하는 것이 지루할 것이기도 하고 또한 우리의 실제 작업 방식에 대해 너무 많이 이야기하는 것일지도 모르겠지만, 어쨌든 우리는 의도적으로 '그런 느낌'을 음향적으로 구현하려고 한다. 'Deep Listening'은 - 우리는 언제나, 처음 들었을 때에는 잘 보이지 않을 무언가를 원하고 있다. 내가 만들었던 Coil의 구절 중 하나는, 사실은 내가 만들었다기보다는 스스로 나타났다고 보는 편이 더 정확하겠지만 - "Coil을 들을 때 음악을 생각하는가?" 이 구절의 모호함은 언제나 그 너머에는 무언가가 더 있다는 의미이다.

    Peter Christopherson> 우리는 언제나 음악이 아닌 것들로부터 여러가지를 이용한다 (기다렸다는 듯이 아래층에서 망치질 소리가 들렸다). 음악인 것들에서도 이런저런 것들을 가져오긴 하지만...

    https://youtu.be/bd7se0ufWvw
    "Who'll Fall?"

    David Keenan> 그러니까 연금술적인 것들 말인지, [Scatology]에서 처럼, 대변을 금으로 바꾸는 것이라던가?

    John Balance> 내 말은, 몇몇 앨범에서는 말 그대로...

    David Keenan> 하지만 당신들은, 적어도 당신들이 영향을 준 사람들 - Autechre Oval같은 밴드들보다는 전통적인 곡 구조나 형식에 훨씬 더 관심이 있는 것 아닌지?

    John Balance> 당신의 말에 동의하고 싶지만, 꼰대처럼 말하고 싶지는 않지만 Autechre Oval은 '애들'이다 - 우리보다 어린 세대의 음악가들이며 4살정도 무렵부터 컴퓨터와 연결되어 친숙하게 지낸 세대인 것이다, 그러니 우리와는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 자체가 아주 다른 사람들이다. 나는 아직까지도 머릿속에서 가끔씩 포크 음악을 흥얼거리는 사람이며, 어린 시절 들었던 옛 음악들로부터 많은 것을 받은 사람이다.

    Peter Christopherson> 여기에 더해 나는 Autechre Oval이 하는 음악이 중요하고 흥미로운, 좋은 음악이라고 생각하지만 동시에 그 사실이 음악을 완성시키기 위해서는 최소한 10분 이상의 시간이 필요하다는 명제로 이어진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2~3분 이내로도 아이디어를 충분히, 완전하게 구현할 수 있다. Coil 음악이 짧은 편이며 일관되어 있고 완전하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John Balance> 보컬도 있고.

    Peter Christopherson> 하지만 Coil 음악들 중 아주 소수만이 코러스나 브릿지를 가지고 있다... 언제나 스스로에게 제약을 걸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아주 쉽게 희석되어 버릴 수 있다.

    John Balance> [Backwards]에 일어났던 일들이 바로 그런 것이었다. 처음에 시작-발달-끝 구조를 가진 여러 곡들을 만들었는데 곧 그런 구조로부터 진심으로 탈피하고 싶어졌다. 폭발시키고, 박살내고 싶었고, 정말로 새로운 뭔가를 만들고 싶었다, 하지만... 다른 앨범이 되어야만 한다. 뭐랄까 "Further Backwards"라던가 그런 것이...

    David Keenan> "Forwards"...

    John Balance> 좋다, "Forwards", 그 이름도 생각해 본 적이 있었다. 우리는 Autechre와 함께 작업을 하나 해 보려는 계획을 예전부터 세워 오고 있었다 - 테이프를 몇 번 교환한 적도 있었고, 나는 정말로 뭔가를 해서 결과를 만들어보고 싶다. 나는 Drew Mulholland가 Mount Vernon Arts Lab이름으로 만든 음악들을 좋아한다. 우리는 Blast First 레이블에서 기획한 Labradford 리믹스 앨범에도 참여할 예정이지만, 그들이 여기 왔을 때 직접 만나보기도 했었다 - Labradford의 음악은 정말 좋았다. 우리는 이런 사람들을 낚아 같이 뭔가를 시작해보는 걸 정말 못 한다.

    Peter Christopherson> 우리는 기본적으로 반사회적인 개자식들일 뿐이다 (웃음).

    John Balance> 아니, 진짜, 정말로 그렇다. 이제는 농담거리도 아니다, 이젠 정말로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 관계를 맺고 싶기 때문이다. 내 친구들 중 많은 녀석들이 죽어버렸고, 나는 새 친구들이 필요하다. Mount Vernon Arts Lab같은 밴드들과 스플릿 앨범 같은 걸 만들어 볼 의향도 있다. Drew(McDowell)와 나는 Rough Trade에 자주 놀러가며 긴 시간을 앉아서 여러 음악을 듣고, 음악에서 다시 한 번 지대한 영감을 얻곤 한다. Add N To (X)를 좋아 해 보려고도 하고 있는데 너무 과한 것 같기도 하다... 한동안은 아무것도 안 들으려 하다가도 갑자기 Genesis 박스셋을 산다거나 A-Musik 레이블 앨범들을 잔뜩 사거나 Pole의 새 앨범을 사거나 한다... Basic Channel 앨범들도 정말 좋아한다. Richie Hawtin의 '미니멀리스트' 작업들도 정말 좋아한다, 저기 Steve Reich 박스셋이 있는데 - 그 것도 좋아한다. 귀를 깨끗이 씻어내고 Captain Beefheart 앨범이나 기타등등 시스템적인 것을 듣고 싶다.

    Peter Christopherson> 그냥 Captain Beefheart가 연주하는 것을 듣고 싶다.

    John Balance> 그는 '음악'은 절대로 안 튼다.

    Peter Christopherson> 나는 가끔씩 튼다... 나에게 전적인 권한이 있다면, 아르보 패르트라던가 내가 정말 좋아하는 아르메니아 음악 같은 것들을 틀 거다... Mouse On Mars. 어쩌면 내가 실제로 일로써 하는 종류의 음악들이어서 그렇게 듣고 싶지 않아하는 것이 아닌가 싶다. 작년에 나이키 광고 관련 작업을 했었는데, 일본에서 광고 대상을 받았었다. 그 관련 음악은 여기서는 틀지 않는다. 광고 업계에서 일하는 것과 지금 내가 하는 작업들 사이에 어떤 모순이 있을 수 있지만, 나는 현재 '일'로써는 상업광고 관련 작업들만 진행하며, 이 영역에서는 그 '모순'이 그렇게까지 불편하게 느껴지지는 않는다. 내가 작업한 나이키 광고에는 많은 일본인 소년들이 나와서 고통받고 발광하다가 안전핀 같은 것으로 서로를 찔러대는 모습이 나온다... (역주: 마츠모토 료타와 함께 작업한 나이키 광고 같은데 자료를 찾기 쉽지 않습니다. 대신 유튜브에 윌리엄 S. 버로스와 함께 만든 또 다른 나이키 광고가 있습니다 - https://youtu.be/HvLTu8Xfhf4)

    John Balance> 펑크로 되돌아가는...

    Peter Christopherson> 맞다, 펑크적인 요소가 있었다. 고전적인 테마들... 우리의 영상 관련 작업들 중 가장 유명한 것은 영화 [세븐] 타이틀 음악으로 Nine Inch Nails 곡의 리믹스였다 (역주: "Closer"의 리믹스로 "Closer (Precursor)"라는 이름으로 알려 져 있습니다). 크레딧에는 우리 이름이 올라가지 못했지만...

    John Balance> 업계 표준이지.

    Peter Christopherson> 리믹스였고, 우리가 '작곡'을 한 것은 아니었으니.

    John Balance> 실제로 들리는 음향의 50%는 Coil이 만들어 낸 것이었지만, 이런 사실은 아무런 의미도 없었다.

    Peter Christopherson> 일종의 보상으로써 나는 작년 언젠가 주말 내내 Trent Reznor 데이비드 린치를 만나 이야기했고, 그들은 [로스트 하이웨이]에서 Coil 음악을 몇 개 사용했다. 그리고 크레딧에 이름도 올릴 수 있었다. 심지어 난생 처음으로 PRS(Performing Right Society)에서 로열티도 받아봤다.

    John Balance> 안타깝게도 Smashing Pumpkins Marilyn Manson도 함께 크레딧에 올랐다...

    Peter Christopherson> [헬레이저] 음악을 위해 상당한 작업을 진행하기도 했었는데, 영화 제작이 절반정도 진행되었을 무렵 미국 투자자들이 영화를 사면서 돈을 엄청나게 퍼붓기 시작했고 그들은 우리를 '너무 이상한' 녀석들이라고, 미국 투자자들이 생각하는 주 고객층이었던 평범한 대학생들에게는 안 어울린다고 생각했었다. 그래서 우리도 [헬레이저]를 떠났다 (역주: 이 작업은 [The Unreleased Themes for Hellraiser]로 발매되었습니다).

    John Balance> 미국 투자자들이 들어오기 전 저예산 영화 프로젝트일 때만 해도 모두가 우리를 기꺼이 받아들였다. 우리는 그 전까지 영화음악 작업은 한 번도 안 해 본 사람들이었는데. 원작자이자 감독 클라이브 바커의 열정이 우리가 프로젝트에 참여하게 되었던 원인이었었다.

    Peter Christopherson> 그가 영화 제작을 시작하기 전에 이미 - 우리는 서로 친하게 지내던 사이였다 - 우리에게 원작이었던 단편과 기획의 복사본을 보내 주었던 상황이었다. 솔직히 말해서 그 당시에는 프로젝트가 그렇게까지 좋지는 않았었다. 우리는 클라이브 바커에게 온갖 피어싱 잡지를 보여줬었다, 그 때만 해도 일반 사람들은 피어싱이 뭔지를 아예 모르던 때였다. 온갖 페티시적인 이미지들을 보여주었고, 그는 그 이미지들을 나중에 영화 대본에 적극적으로 활용했다.

    John Balance> [PFIQ](Piercing Fans International Quarterly)라는 잡지였다. 잡지를 펼쳐 보면 '핀헤드'가 떠오르는 이미지들을 쉽게 찾을 수 있을 것이다.

    Peter Christopherson> 그 잡지다, 여러 사람들이 갈고리나 체인 같은 것들로 찢겨져나가는 모습들이 실려 있는 잡지다. 당시 우리는 상당히 슬펐었다, 멋진, 강렬한 언더그라운드 컬트 영화가 될 수 있었던, Coil 음악에 제대로 어울리는 영화가 될 수 있었던 프로젝트가 수 백만 달러의 거대 자본으로 씻겨져나가고 희석되어지는 광경을 보면서 말이다. 그 미국 투자자들은 완벽하게 정상적인 잉글랜드 억양으로 말하던 배우들의 대사를 미국 억양으로 더빙해버렸다, 순전히 밀워키라던가 그런 동네에서도 상영해서 돈을 쓸어담으려는 목적으로.

    John Balance> 프로젝트에서 배제되어 버린다는 아픈 경험이었다, 클라이브 바커의 사무실에 다 함께 방문했을 때, 직원들은 전부 정말 친절했고, 우리를 잘 기억하고 있었고, 포도라던가 치즈라던가 그런 좆같은 것들을 선뜻 내 주었었다... 음, 좆같은 것들은 아니었다... 그리고 '그들'은 말했다, "지난 Coil 앨범들을 전부 보내주면, [헬레이저] 프로젝트에 맞게 정비를 해 볼 수 있을 것 같다..."

    Peter Christopherson> '그들'이 항상 우리에게 하는 말은, 영화의 배경음악으로 당신들의 음악을 사용할 수는 있지만 사용료를 많이 줄 수는 없다, 하지만 사운드트랙 앨범에 곡을 수록할 수 있을 것이고 앨범이 발매되면 상당한 돈을 벌 수 있을 것이다 같은 말이었고, 우리는 영화에 Coil 음악을 올리지 않기로 결정했다, 왜냐하면 이미 Smashing Pumpkins라던가 그런 비슷한 음악들이 엄청나게 올라 가 있는 상황이었으니까. 이런 일이 몇 번은 일어났었다...
     우리는 [NME]가 우리에게 남긴 평가를 보고 한참을 웃었었다 - [NME]에 따르면 Coil은 "불필요할 정도로 무섭다"라고 한다 - 나는 이 평가의 원인이, 사람들은 무의식적으로, 가끔씩은 의식적이겠지만 대체로는 무의식적으로 Coil 음악이 진짜 '무언가'를 가진 음악이라고 느끼기 때문인 것 같다고 생각한다. 말하자면 음악적으로 완벽한 성취를 이루지 않았더라도 특정한 '힘'을 가지는 음악이라는 것이며, 화음도, 음향도, 주제도 통상적이지 않다는 말이다... 물론, 콕 찝어서 이야기하기는 어렵겠지만, Coil 음악에는 대다수의 사람들에게는 너무나도 과하게 느껴지는 어떤 부분이 있겠지만 말이다. 어떤 사람들은 그냥 견디지를 못하는 것이다.
     우리는 그러한 부분을 희석시키지 않으려 한다, 물론 팀 버튼의 대작 영화라던가 그런 블록버스터 영화의 음악을 맡아 작업하는 것도 정말 멋지겠지만 말이다 - 언제나 듣는 말 중 하나는 "왜 영화에 어울릴 만한 샘플 같은 것들을 만들어서 감독들에게 뿌리지 않는 거야?"다. 그런 말에 대한 우리의 대답은, "좋아, 좋은 아이디어네." 그렇지만 우리는 단 한 번도 그런 일을 해 보지 않았다 (웃음). 뭐라고 말해야할지 모르겠다, 우리는 그냥 그런게 잘 안 된다.
     우리는 다른 사람들이 어떻게 생각할지에 대해 걱정하지 않으며, 그런 이유로 특정 이미지나 주제의 사용을 꺼린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애초에 Coil의 첫 앨범 [Scatology]는 똥에 대한 앨범이다.

    John Balance> 그 앨범은 연금술에 대한 앨범이었다. 똥이 아니라.

    Peter Christopherson> 아, 미안. 우리는 단 한 번도 기획했던 내용을 외부의 반응에 대한 걱정으로 철회한 적 따윈 없었다. 두 번째 앨범 [Horse Rotorvator]는 우리의 친구들이 죽어가는 시기에 만들어진 앨범이었다, 그들이 앓던 병과 그들의 라이프스타일, 우리는 그 주제들에 대해 깊이 들여다보았다. 그러한 숙고와 탐구를 하는 데에 최적화되어 있는 수단이 음악일 것이다, 음악은 무의식 세계와 직접적으로 소통할 수 있는 수단이니까. 누구나 앨범 하나를 틀고 설거지를 한다거나 청소를 한다거나 바닥에 누워서 뭔가 다른 것을 생각할 수 있으며, 그러는 와중에도 음악은 계속해서 흘러나와 귓속으로 들어가고, 따라서 정신의 깊은 곳에 숨겨진 주제들에 접근할 수 있게 되며, 일반적인 잉글랜드 사람이라면 직접적인 말로 표현했을 때 아주 당황스럽게 생각할 만한 정도의 대화도 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잉글랜드 사람들은 온갖 것들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 자체를 당황스러운 일로 여기니 말이다.

    John Balance> 우리는 평범한 잉글랜드 사람은 아니다.

    https://youtu.be/XTUlrlsaBd0
    "The Auto-Asphyxiating Hierophant"

    Peter Christopherson> 나는 Coil의 음악은 Steve Stapleton(Nurse With Wound)의 음악과 오히려 더 비슷한 것 같다. 그 또한 온갖 음향들을 새로운 방식으로 사용하니 말이다. David Tibet(Current 93)은 좀 더 전통 방식을 따르는 것 같다.

    John Balance> 뭐, David Tibet은 의도적으로 그런 음악을 하는 거지만.

    Peter Christopherson> 맞다, 나는 그의 음악을 정말 좋아한다...

    John Balance> 동료 음악가들의 음악과 Coil의 음악 사이의 관계에 대해 말해보자면, Current 93, Nurse With Wound, Coil이라는 3연작이 있을 것이다. 이 세 밴드 사이에 음악적인 유사성이 많지 않을 수는 있지만, 내 머릿 속에서는 세 밴드가 아주 단단한 삼각형을 형성하고 있다. Tibet의 음악은 엄청나게 다양한 조합들과 스타일들을 거치며 발전하고 있으며, Coil의 음악 또한 그렇다. 우리는 언제나 평행하게 달리고 있으며 서로가 서로를 주기적으로 만난다 - 같은 주제들을 향유해 온 지도 상당히 오래 되었다.

    David Keenan> 잉글랜드 언더그라운드 씬 - Nurse With Wound, Current 93, Coil - 은 어째서 이렇게까지 비밀스럽고 신비로운 것(esoterica)에 깊은 관심을 가지고 있는 것인가? 가끔씩 나는 이 경향이 잉글랜드의 어떤 전형이 다시 부활한 것 같다는 생각을 하곤 한다 - 바로 잉글랜드 신비주의 말이다. 당신들은 스스로를 잉글랜드의 '전통'속에 있다고 보는지?

    John Balance> 나는 그렇게 본다. 그래서 Julian Cope의 후기 작품들을 좋아하는 것이다. 그의 작품을 좋아하지 않을 수 있더라도 - 실제로는 작품 자체도 좋아한다 - 그의 작업 방식이야말로 훌륭하다고 생각한다. 그는 스스로를 'Ur-Pagan'이라고 칭하는데, 나는 그를 완전히 지지하는 입장이다. 이런 것들이 잉글랜드적인 것인지, 켈트적인 것인지, 아니면 그냥 새로운 삶의 방식인 것인지는 잘 모르겠다. 하지만 그렇게 살아가는 것은 정말로 중요한 일이다 - 당신이 어떻게 보는지에 관계 없이 빛으로 밝혀지게 되는 것이다. 반드시 잉글랜드적일 필요는 없는, 신비적 전통이다 - 물론 윌리엄 블레이크의 저작을 탐구해 보면 그러한 행동을 하고 그러한 방식으로 보여지는 사람들이 잉글랜드에서 주기적으로 등장하고 부활해 왔다는 것을 알 수 있겠지만 말이다.

    David Keenan> 나도 런던에 있을 때마다 그런 느낌을 받는다 - 현대적 빌딩 사이로 숨어있는 비밀스러운 장소들, 신비로운 길들, 낡은 건물들. Coil의 곡 "Lost Rivers of London"을 들을 때에도 그런 느낌을 항상 받는다. "Lost Rivers of London"은 내가 느끼는 그런 느낌의 정수를 표현한 곡인 것 같다.

    John Balance> 바로 그것이 런던이 아직도 마법적인 도시일 수 있는 이유일 것이다. 어딘가에는 따로 분명하게 존재하고 있다, '신비로운 런던'이 말이다, 나는 그 존재를 강하게 느낀다. 아직도 런던에서 버티고 사는 몇 안 되는 이유들 중 하나이다. 런던은 아주 오랜 시간동안 신성한 장소로 여겨졌던 곳이다. 오스틴 오스만 스페어를 너무나도 좋아하는 이유 중 하나는 그가 바로 '런던 예술가'이기 때문이다 - 그는 스스로가 윌리엄 블레이크의 환생이라고 말하곤 했었다. 농담일지도 모르지만, 진지한 말이었을 수도 있다, 오스틴 오스만 스페어는 런던의 신비주의적 전통 위에서 자신의 위치를 보았던 것이다. 나는 우리도 그런 존재라고 본다. 나도 그렇고, David Tibet도 그렇다. 우리는 신비로운 사물들로부터 무언가를 읽으며, 그 속에 자신을 완전히 잠식시킨다.

    Peter Christopherson> 스스로 재생하며 발전하는 음악이 깃든 문화에는 언제나 신비주의의 전통과 신비로운 인물들이 존재하기 마련이다. 잉글랜드 음악을 말해보자면, 무엇을 떠올리던간에 그 음악은 계속해서 스스로 발전하고 변화하고 있으며, 살아있는 존재에 가깝다고 볼 수 있다 - 특별히 예를 들어 미국의 음악, 특정한 스타일에 집중하며 그 스타일을 반복하고 치환하지만 사실은 좁은 가이드라인 속에서만 진행되는 음악들과 비교하자면.

    David Keenan> 그렇다면 당신들은 Coil의 음악이 '잉글랜드 아웃사이더 창작'의 전통을 따르는 음악이라고 보는 것인지?

    John Balance> 그렇다.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그 전통이 잉글랜드보다는 켈트적인 것에 더 가깝다고 생각한다. 명확하게 짚어 말하기는 어렵지만, 그 신비주의적인 면모는 켈트 문화에 가까운 것 같다. 소설가 이아인 싱클레어 또한 우리와 비슷한 영역에서 활동하는 사람이다. 나 또한 편집증적인 증상을 겪어 왔으며, 거기에 대해 그렇게까지 '흥미'를 느끼지는 않는다. (웃음) 그 모든 것들을 없애버리려고 노력하고 있다, 신이시여. 초창기에는 그런 편집증적인 것들에 푹 빠져 있었다. 정말로 깊은 흥미를 느끼고 있었지.

    David Keenan> Coil 음악 속 부유하는 목소리는 어쩐지 '감시'를 연상시킨다... 감시당하고 있는 상황을.

    John Balance> 당신은 감시당하고 있는 것이 맞다. 도시에 산다는 것은 보통 편집증적 경험으로 직결되며, 예술가의 작품에 이 측면이 도드라지게 표현될 수 있다 - Tricky Mark Stewart같은 음악가들의 음악처럼. 도시의 통제 시스템과 맞닥뜨릴 수 밖에 없으며, 그 통제에 어떻게든 맞서고 윌리엄 S. 버로스처럼 작품 속에서 대항하게 되는 것이다. 도저히 성공할 수 없는, 정말로 얇은 선 위의 줄타기와 같다. 당신을 깊게 베어버리고 잘라버릴 만큼 예리한 선. 그런 주제들을 다루다 보면 곧 감정적으로 폭발하게 된다. 편집증적인 주제를 다루다 보면 실제로 편집증 환자가 되어버리는 것이다. 나는 그런 것들을 내 속에서 떨쳐내려고 엄청나게 노력하는 중이다. 언제나, 모든 장소에서 그런 일을 겪는다는 것은 아니다. 요새는 집중하는 것 자체가 건강에 안 좋은 것 같다고 느낀다. Coil의 작품들에 대한 대화는 우리가 우연히 엿들어 온 것들이다.

    Peter Christopherson> 가끔씩은 스캐너(역주: 라디오 스캐너, 라디오 전파를 엿듣을 수 있는 장비)를 사용한다. 나는 개인적으로 음향이라면 어떤 종류의 음향이던지간에 사용할 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남의 앨범에서 기타 리프를 훔친다거나 하는 것에 관심이 있다는 말은 아니다 - 그런 표절은 지루할 뿐이지 않나. 하지만 스캐너라던가 지하철 옆자리에 앉은 사람들의 소리를 녹음한 거라던가 뭐든지간에, 음향이란 다른 맥락에서는 다른 의미를 갖게 되는 것이다.

    John Balance> '창문을 여는 것'에 대한 이야기를 다른 식으로 표현하는 것이다. 작은 창문을 열어보면 그 틈으로 작은 빛줄기가 들어온다 - 그게 환상일 수도 있고, 어떤 이미지일 수도 있고, 어떤 음향일 수도 있다. 작은 문을 열어보게 되면 그 문으로 무언가가 들어오게 되는 것이다. 침대에 누워서 밤새도록 스캐너에서 나오는 여러 소리들을 듣고 있는 것이다. 물론 이렇게 듣는 음향들은 아주 좋은 음향들일 것이다. Sleazy는 Throbbing Gristle에서 그런 음향들을 사용했었다. 남들 몰래, 비밀스럽게 녹음한 음향들을.

    Peter Christopherson> 나는 경찰들과 남창들의 대화를 도청해 녹음했었다. 도청기는 쉽게 구매할 수 있는 물건이다, 그냥 평범한 어댑터처럼 생겼고, 벽 콘센트에 꽂으면 알아서 구동한다.

    John Balance> 아니면 전구도, 가운데 필라멘트가 소형 마이크일 수 있겠지.

    Peter Christopherson> 당시의 나는 사람들의 대화를 몰래 엿듣는 것에 관심이 많았고, 그들이 무엇을 말하는지를 궁금해했었다. 무언가를 어떤 장소에 두고 그 장소에서 일어나는 대화들을 한가롭게 녹음한 다음 1주일정도 지난 후 다시 방문해 녹음기를 회수하고 테이프를 들어 보는 그런 짓을 하려고 열심히 다녔었다. 그 때에는 아주 재미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그렇게까지 구미가 당기지는 않는다. 내 관심사가 변했기 때문이다. John의 말이 맞다 - 무언가에 큰 흥미를 느끼고 푹 빠져버리게 되면 동시에 바로 그 것에서 고통을 느끼게 되어버리는 것이다. 옛 시절 우리는 어두운 이미지들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었지만, 지금은 딱히 그렇지는 않다. 이제는 사람들이 우리에게 부검 사진 따위가 가득한 잡지를 보내주는 것에 불만만 느낀다. 낡아빠진, 지루한 주제다.

    David Keenan> 온갖 싸이코들이 당신들에게 매력을 느끼고 접근해 올 것 같은데...

    Peter Christopherson> 뭐... 그렇다 (웃음). 그것도 상당히 많이.

    John Balance> 망상증에 시달리는 사람들 중 우리에게 관심이 있는 사람들이 상당히 존재한다. 나이를 먹게 되면 그런 것들을 끊어내야지, 아니면 스스로를 더 힘들어지게 만들 뿐이다. 예를 들어, 사람들이 당신을 계속해서 관찰하고 있다는 생각에 너무 사로잡히면 말 그대로 모든 것들이 당신에 대한 공격으로, 지속적인 피해로 다가오게 되니까 말이다. 우리가 예전에 암페타민이나 기타등등 각성제를 복용하던 때 처럼 4일간 말 그대로 단 한 번도 눈을 붙이지 않고 깨어있다 보면, 사람은 문자 그대로 미쳐버리게 된다.

    Peter Christopherson> 4일간 깨어있어야만 할 이유 자체가 없다, 특히 4일중 3일을 길 건너 주차된 승합차를 훔쳐보는 데에만 소모하게 된다면 더욱이.

    John Balance> 하지만 실제로 우리 전화가 도청당하고 몇몇 사람들이 우리를 꾸준히 감시하던 시기가 있었다. 사실 상당히 자주 그랬다. 우리라는 사람 자체, 그리고 우리가 하는 일 때문이었다. 초창기 Psychic TV 시절 우리가 하던 일들은 상당히 앞서 나간 일들이었다. 그렇게까지 '열린' 행위들을 하는 사람들이 거의 없던 시절이었고, 우리가 하는 모든 행동이 모두의 주의를 끌었다. Throbbing Gristle는 영국 하원에서 '문명을 파괴하려는 사람들'이라고 불린 적도 있었다. 그런 묘사가 기록으로 남게 되면, '그들'이 당신을 계속해서 추적하기 시작하는 것이다. 우리는 아직도 기본적으로 우리는 감시를 당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생각하면서 행동하고 있다.

    Peter Christopherson> 음모론자들은 현실이 언론에 비춰지는 것 보다 훨씬 더 안좋은 상황이라고 가정하는 사람들이며, 그렇기에 우리도 그들의 말을 믿게 되었고, 실제로도 현실은 명백히 훨씬 더 안좋은 상황이다.

    John Balance> 현실은 사람이 알릴 수 있는 것 이상으로 훨씬 더 안 좋다. 그렇게 정해진 것이다.

    Peter Christopherson> 정치인들이 실제로 무슨 계획을 하고 있는지 말해주지 않는 것은 당연하며, 사업가들 또한 자신들이 떠들고 다니는 것과는 전혀 다른 일을 하고 있는 것도 당연하다. TV는 즐거움을 제공하기 위한 사업이 아니라, 광고가 있고 이 광고를 봐야 하는 시청자를 제공하는 사업을 진행하고 있는 매체이다.

    John Balance> 그리고 이미 3세대에 달하는 상품들과 기계장치들이 준비되어 향후 10년간 당신에게 팔리기 위해 대기하고 있다, 아직 발표되지도 않은 것들이. 군대처럼...

    David Keenan> 당신도 그 '과정'의 일부 아닌가 - 광고를 제작하기도 하지 않는가?

    Peter Christopherson> 흠... 맞다. 그래서? (웃음)

    David Keenan> '그 것'의 일부로서 일하면서도 그 것을 무서워하고 있는 것인지...

    Peter Christopherson> 그냥 세상을 현실적으로 바라보는 관점의 일부일 뿐이다. John의 말처럼, 너무 깊이 빠져들면 스스로를 다치게 만들지만, 그렇게까지 깊이 빠져들지만 않으면 - 집중력을 유지하고, 순수함을 유지하고, 자신이 하고 있는 일에만 집중하면 된다.

    David Keenan> 그리고, 머리 위에서 부유하는 '목소리'는 굉장히 서글픈 느낌이다. 평소라면 결코 들을 수 없을 일대일 대화를 엿듣는 것은 - 전화 벨 및 목소리만 들어도 - 그 거리감, 정말로, 정말로 슬프다. "Who'll Fall?", 내가 가장 좋아하는 곡 중 하나다.

    Peter Christopherson> 그 곡에 있는 메시지는 정말로 우리 전화에 남겨졌던 음성메시지였다.

    John Balance> 실명을 제외하기 위해 가한 최소한의 편집을 제외하면 전부 실제 음성메시지를 그대로 가져 온 것이었다. 나머지는 원본 그대로다. 언젠가 저녁에 집으로 돌아왔는데 자동응답기에 메시지가 남겨져 있었고, 그래서...

    Peter Christopherson> "Who'll Fall?"을 [Stolen and Contaminated Songs]에 포함해 발매한 후 한 6개월인가 지나서, 메시지를 남겼던 그 남자가 자살했다는 소식을 전해들었다... 아니, 이건 다른 얘기였던 것 같은데.

    John Balance> 메시지의 주인공은 우리와 절친한 친구로, '그런' 마음을 가진 사람이다... "Who'll Fall?"은 Clawfist 레이블에서 7인치 싱글로도 발매되었는데 (역주: [Airborne Bells / Is Suicide a Solution?]), 우리는 커버 사진을 한 Coil 팬의 침실 안에서 창문으로 통해 찍었었다. 그는 LSD를 복용하고 있던 중 13층 높이의 그 침실 창문으로 뛰어내려 자살했던 사람이었다... 그러니 다시... 누가 떨어질 것인지?

    Peter Christopherson> 그는 그 날 "Windowpane"을 계속해서 듣다가 창문으로 뛰어내렸었다.

    John Balance> 발목에 날개 문신을 하고 있던 사람이었다.

    Peter Christopherson> 그의 카르마인 것이다...

    https://youtu.be/UsPQrt5Y5FI
    "CopaCaballa"

    John Balance> Zos Kia는 내가 Coil을 시작하기 전 잠시 활동하던 프로젝트였지만, 이 때 밖으로는 Coil이 이미 존재하는 프로젝트라고 선언하고 다녔었다. Coil이 내가 만든 밴드라고 친다면, Zos Kia John Gosling이 만든 밴드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John은 Psychic TV 멤버이기도 했다 - 'Sugardog'이라는 이름으로 녹음에 참여했었다. 극초반기의 Coil Psychic TV, Zos Kia와 함께 진행되던 프로젝트였고, Coil / Zos Kia는 3번인가 공연을 했고 나는 그 후로 CD를 만들기 전까지 아예 완전히 잊어버리고 있었다. Zos Kia는 나와 John, 그리고 Min이라는 이름의 여자, 3명으로 구성된 밴드였다. 우리는 똑같은 테이프를 썼고 그 녹음을 Coil에 쓰기도 하고 Zos Kia에 쓰기도 하면서 작업했다. Current 93도 같은 시기에 시작했었던지, 확실치 않다 - David Tibet이 Psychic TV를 탈퇴한 것이 먼저였던가. 나는 Psychic TV를 탈퇴하지 않고 싶었다, Sleazy와 함께 있을 수 있었고, Sleazy와 연인사이였으니 나가고 싶어도 그럴 수가 없었다. Psychic TV를 탈퇴하면 갈 곳이 정말로 아무데도 없었던 것이다. 그렇게 David Tibet과 나는 한 2년간 말을 나누지 않았다 - 대화하지 않으려던 것이 아니라 그냥 안 하게 되었던 것이다 - David는 자신의 작업을 계속 진행했고, 나는 시간이 좀 흐른 후에야 돌아왔다. 아, [LAShTAL] EP는 같이 녹음했었으니 뭐라도 대화를 하긴 했었겠다. 그 후 서로 다른 작업을 하며 좀 멀어졌었다.

    David Keenan> [Scatology] 시기에 대해 특별히 기억하고 있는 것은?

    John Balance> Coil의 첫 번째 '적절한' 앨범이었으며, 연금술과 파타피직스(pataphysics)와 사드 후작, 그리고 모로코에서 겪었던 성적 경험에 대한 앨범이었다. Jim Thirlwell(Foetus)이 프로듀싱을 맡았고, 음향적으로 그의 영향이 많이 깃든 앨범이 되었다. Jim이 들어온 것은 앨범 작업의 중반부쯤이긴 했었다 - 초반 작업은 집에서, Fairlight Two 신디사이저로 진행했다, Kate Bush가 쓰던 모델하고 똑같은 신디사이저였다. 그 무렵의 나는 Kate Bush에 완전히 푹 빠져 있었다. 내가 얼마나 푹 빠져 있었는지는 앨범 속에도 분명하게 드러나 있다 - 악기들, 장비들을 구분할 수 있는 사람이라면 앨범을 듣는 것 만으로도 알 수 있을 것이다. 나는 Kate Bush가 내 아이디어를 어떻게 훔쳐간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하곤 했었다 - 편집증에 대한 이야기를 한다는 아이디어를. 나는 아이디어를, 음악에 대한 아이디어들을 노트 몇 권에 적어두었었는데, 이 때 Kate Bush가 [The Dreaming]을 발매했다. 내가 적어두었던 아이디어들이 [The Dreaming]에 전부 수록되어 있었다. 뭐랄까, 어떤 종류의 평행한 초자연적 공간이 만들어져 있었던 것이 아닌가 싶다.

    David Keenan> Kate Bush를 실제로 만나본 적은 있는지?

    John Balance> 아니, 없다, 만약 실제로 보면 완전 얼타지 않을까 싶다.

    Peter Christopherson> Kate는 그냥 작은 사람 한 명일 뿐이야.

    John Balance> 하지만 그녀는 강대한 힘을 가졌다...

    David Keenan> [Horse Rotorvator]...

    John Balance> 죽음에 대한 앨범이었다.

    Peter Christopherson> 경계를 넘어가는 것에 대한 앨범이었다...

    John Balance> 모두가 [Horse Rotorvator]야말로 Coil 최고의 앨범이라고들 한다. 아마 [Horse Rotorvator]는 Coil 앨범 중 구상이 현실로 가장 잘 구현된 앨범이라고 말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첫 앨범의 분노를 넘어 보다 더 전원적이고 뒤틀린 서정에 정착한 앨범이었다. 보컬 측면에서도, [Scatology] 시절에는 내 목소리에 대해 자신감이 거의 없었지만, [Horse Rotorvator]에서는 좀 더 자신감을 가지고 임할 수 있었다. 작업 시간도 훨씬 더 여유로웠다 - [Scatology]는 암페타민에 빠져서 만들었던, 암페타매니아(amphetamania) 앨범이었던 것에 반해서, [Horse Rotorvator]는 깊은 숙고를 거치며 만든 앨범이었다. 테마 또한 풍부해졌고. 앨범 작업을 시작하기 직전 멕시코 여행을 갔다 왔었는데, 멕시코 사람들이 '죽음'을 대하는 태도에 큰 감명을 받았다. 유카탄 반도 전역에 퍼진 마야 문명의 신전들에서도. 이 경험이 [Horse Rotorvator]의 가사와 주제에 많은 영향을 끼쳤던 것이다. 세상을 제대로 돌아가게 하기 위해 어떤 식의 희생이 치루어졌는지, 그 무렵 에이즈로 죽어가던 사람들을 보면서 나는 그런 생각을 하고 있었다. 내 마음은 그들의 죽음을 그런 식으로 받아들였다, 세상을 유지시키기 위해 죽어가고 있는 것이라고. 우리는 피에르 파올로 파졸리니의 죽음에 대해서도 생각했다 - 그의 영화와 저서들 속에 남겨진, 죽음에 대한 생각들과... [Horse Rotorvator]는 내가 보았던 이미지들, 기계와 살이 융합된, 땅 아래에 묻혀 있다 발굴된 이미지들에 기반한 앨범이었다 - 진정으로 공포스럽고, 불타오르고, 녹아내려 흘러내리는, 날카로운 아귀와 같은, 한밤중의 이미지들. 사실 황혼에 더 가까운 이미지들이었다. 묵시록의 네 기사들이 자신들의 말을 죽이고 말의 턱뼈를 꺼내어 지각을 파헤치는 도구로 만들어버리는 이미지. 그게 [Horse Rotorvator]였다.
     나는 피에르 파올로 파졸리니라는 사람 자체도 굉장히 흥미로운 영감의 대상이라고 생각한다. 파시스트들, 종교인들, 공산주의자들이 그를 끌어내려 못으로 박아버리려 했을 때에도, 그는 그가 맞다고 생각하는 진실에만 집착했다. 모든 사람들이 - 파졸리니는 살면서 47번이나 법정에 불려갔지만, 단 한 번도 유죄 판결을 받지 않았다. '그들'은 파졸리니에게 자신들의 낙인을 새기려고 계속해서 시도하고 노력했던 것이다.

    David Keenan> [Love's Secret Domain]?

    Peter Christopherson> '파티 앨범' 아니었던지?

    John Balance> 나는 [Love's Secret Domain]를 정말 좋아한다... 몇몇 사람들은 흔히들 말하는 '디스코' 성향이 있다는 이유로 그 앨범을 안 좋아한다. 하지만 우리는 그 앨범을 디스코라고 생각한 적이 한 번도 없었다, 하우스라거나 댄스 음악을 해 보려고 한 것도 아니었고... 아니었다. 1990년. [Horse Rotorvator] 제작 과정 중에도 우리는 이미 댄스 음악을 듣고 있었지만, 앨범에는 그 요소들이 들어가지 못하게 막았다. 접촉이 불가능하도록 완전히 밀봉해버리는 것 처럼 말이다. 이렇게 두 가지를 완전히 분리하려고 하다 보니 상당히 화가 나기 시작했다. 결국에는 댄스 음악의 영향을 받아들였고 [Love's Secret Domain]이 만들어지게 되었지만, 그렇다고 해서 댄스 음악을 만들어보려는 시도를 했던 것은 아니었다. 그 앨범의 리듬 파트는 완전히 멍청하다고 말할 수 있을 리듬이었다. 내 생각에 [Love's Secret Domain]의 의도는 향정신성 앨범을 만들어보려는 목적이었다고 본다 - 약물 복용을 위한 음악으로. 앨범 제목도 그렇고, 앨범의 모든 요소들이 그런 목적을 암시하고 있다... 여기에 뭘 더해야 더 노골적으로 표현할 수 있는지? Jack Dangers가 멋진 작업을 해 주었지만, 내가 그 작업을 온전히 이해하는데에는 좀 시간이 걸렸었다 - Jack Dangers는 "The Snow"를 리믹스해서 "Answers Come In Dreams"라는 이름의 곡으로 만들어주었고, 한 5년 정도 지난 후 나는 그 곡을 보다가 LSD로 빠져들었다... 맙소사!

    David Keenan> Solstice EP들...

    John Balance> 그 EP들은 작년에 녹음을 시작했고 각각 분점(equinox)과 지점(solstice)에 작업을 시작했던 것들이었다...

    Peter Christopherson> 실제로는 바로 그 시간에 - 점성술적인 시간 - 라이브로 녹음을 진행했었다.

    John Balance> 새벽 4시 정도에 작업을 완료했었다면 그랬겠지만, 실제로는 아니었다 - 4장의 EP들 중 하나는 아침 7시 정도가 되어서야 녹음이 끝났었지 않았나 싶다. 실제 분점/지점이 되기 1시간쯤 전에 시작해서 3시간 정도 녹음을 진행하고는 1년이 지나서 다시 그 분점/지점이 돌아왔을 때 다시 진행하는 식이었다. 4장의 EP는 전부 즉흥연주로 구성되어 있다 - Bill Breeze가 비올라를 연주해 주었다. 그는 Coil 멤버다. 전부 정해진 것 없이 즉흥적으로 만들어진 곡들이며, 완성하기까지 많은 시간이 걸렸지만, 핵심은 모든 곡들이 자연스럽게, 즉흥적으로 흐르게 내버려두는 것이었다. 몇몇 곡의 가사들은 완성하기도 전에 녹음을 해서 일부는 그 자리에서 바로 만들어 낸 구절들이었다. 그렇게 흐르도록 내버려두는 것이 억지로 굳히는 것 보다 더 순수함을 유지할 수 있게 만드는 것 같다.

    Peter Christopherson> 그 EP들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점 중 하나는 특정한 시간을 환대하고 기념하기 위한 목적으로만 음악을 만든다는 것의 신비로움이었다 - 그 음악을 실제로 녹음하는지 아닌지와는 상관 없이 말이다. 4장의 EP는 그냥 달력에서 날짜를 뽑아 정하는 것 따위보다는 훨씬 더 종교적이고 의례적인 이유를 가지고, 해당하는 바로 그 시각에 즉흥적으로 연주되어 만들어진 음악들이었다.

    John Balance> 수록곡 전부 다시 재조합되고 리믹스될 것이다, 아마 '재작업'이 가장 맞는 표현일 것 같다. 그렇게 다시 정리되어서 내년 하지(spring solstice)에 앨범으로 발매될 예정이다.

    Peter Christopherson> EP들이 발매되었을 때 기회를 놓쳤던 사람들이 있다면, '다른 버전'이 발매될 것이다 - 우리는 언제나 '최종 완성'을 하지 않지 않았던지? 특별반을 몇번 더 만들 것 같다, [God Is The Metal]같은...

    David Keenan> 디스크가 손상되는 현상은 무엇 때문인 건지?

    Peter Christopherson> 아, 그건 Coil하고는 무관한, 그냥 CD 자체의 문제다.

    David Keenan> 이런... 어쩐지 Coil하고 잘 어울리는 현상이라고 생각했는데...

    John Balance> 맞다, 도난당하고 오염된(stolen and contaminated) CD들.

    David Keenan> CD가 다 손상되어 썩어버리면 황금으로 변하는 것은 아닐까 내심 기대했었다.

    John Balance> 내가 알기로는 갈색으로 변했던 것 같은데...

    Peter Christopherson> 먼지는 다시 먼지로...

    David Keenan> [Black Light District]...

    John Balance> 사실상 Coil 앨범이라고 할 수 있다, 참여 인원이 늘어난 느낌의 앨범이라고. 관련해서 새 앨범을 하나 더 만들어보려고 하는 중이다 - 잘 풀린다면 올해에 시작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Peter Christopherson> 아마도 크리스마스 즈음에.

    John Balance> 새 앨범의 가제는 "International Dark Skies"다. 밴드 멤버는, 현 시점에서 - Drew McDowell, John Balance, Peter Christopherson, William Breeze다.

    David Keenan> 현재 '인더스트리얼'은 어떻게 생각하는가?

    John Balance> 흠, 여기 그 장르의 창시자(Peter Christopherson)가 있다...

    Peter Christopherson> 윌트셔(Wiltshire)의 한 음반 가게에 갔었는데, 거기에 '인더스트리얼' 섹션이 있었다 - 그 코너에 있는 앨범들 중 상당수가 내가 참여한 앨범들이었는데, 갑자기 그 앨범들로부터 상당한 거리감을 느꼈었다. 뭐랄까, 이건 내가 아니라는, 이건 내가 하려던 것이 아니었다는 그런 느낌. 하지만, 다시 말하자면, 나는 'industrial'이라는 단어를 '인더스트리얼'이라는 장르 이름의 맥락으로서 처음으로 사용한 사람이 맞다...

    John Balance> 우리가 탄생시킨 바닥을 활용하여 우리보다 더 '성공'을 거둔 밴드들을 봐도 딱히 화가 난다거나 하지는 않는다... 뭐 그래야겠지, 아닌가? 아닐지도 모르지만...

    Peter Christopherson> 하지만 이 점은 주지해야 한다, 그 밴드들은 우리가 아니었더라면 그런 식의 음악을 하지 않았을 것이니, 그들의 음악에 대한 기여도의 일부는 우리에게 주어져야 한다, '영향을 받았다'는 정도의 기여도는.

    John Balance> 나는 Nine Inch Nails  Marilyn Manson과 함께 무대 뒷편에 있는 악몽을 꾸었다. 말 그대로 식은땀으로 완전히 범벅이 된 채로 잠에서 깨어났는데, 그런 밴드들과 함께하는 삶의 방식을 살아간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내가 바라는 삶의 모습과는 정 반대의 삶이었다. 나는 Coil의 음악을 몇백배, 몇천배는 더 많은 사람들이 들어주기를 바라지만, '그런 식'의 음악을 하고 '그런 식'의 삶을 살기에는, 나는 준비가 덜 되었다.

    Peter Christopherson> Nine Inch Nails 앨범을 구입해 본 적이 있는 모든 사람들이 Coil이 어떤 밴드인지 알고 앨범도 하나씩 사면 굉장히 좋을 것이다. 하지만 그런 삶을 살게 될 수 있을 정도의 희생을 하기에는, 우리는 아직 그럴 준비가 되지 않았다. 우리가 애초에 Nine Inch Nails 앨범 같은 음악을 만드는 법 자체를 모른다는 사실은 차치하고서라도 말이다.

    David Keenan> 앞으로의 계획은?

    John Balance> [Backwards]는 오는 봄에 미국에서 발매될 예정이다. 일이 잘 풀린다면 ELpH 앨범을 하나 더 만들어 발매하게 될 것 같다. 9월 21일에 새로운 그리고 마지막 Solstice 싱글을 제작할 것 같으며, 12월 21일에 더블 싱글로 발매할 것 같다. Time Machines 박스는 오는 1월/2월 무렵으로 예정되어 있다 - Drew McDowell과 함께 전자음악 협회로 가서 Buchla 아날로그 신디사이저를 활용해 녹음을 할 예정이다. 이 프로젝트가 향후 첫 CD 발매가 될 것이다. E-MU 시스템을 찾아 여기저기를 뒤적거리는 중이기도 하다 - 굉장히 거대한 모듈러 신디사이저인데, 사용할 수 있는 시스템을 찾게 된다면 녹음에 활용해 CD 발매를 해 볼 수도 있을 것 같다, 가능하기만 하다면 정말 환상적인 프로젝트가 될 것이다. 시간이 얼마나 걸릴지는, 모르겠다.
     Time Machines 공연 및 설치작품을 하는 것을 여전히 고려하고 있는 중이다, 하지만 정확히 언제 할 지는 아직 모르겠다. Coil 공연... 4명 혹은 5명 정도의 밴드로 공연을 할 것 같다.


    인터뷰의 저작권은 David Keenan / [The Wire]에 있다. 모든 권리는 저작권자에게 있다. 이 인터뷰에 기반한 기사는 [The Wire] 175호(1998년 9월)에 실려 있다.


    https://youtu.be/wffNXpKCeiI
    "7-Methoxy-β-Carboline: (Telepathine)"


    *********************************************************************************************




    John Balance (1962.02.16. - 2004.11.13.) / Peter Christopherson (1955.2.27. - 2010.11.25.)

    Rest In Peace

     

     

     

    2022/04/25 0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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