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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Stop Making Sense] 24. The Birthday Party
    [Stop Making Sense] 2023. 3. 18. 13:56
     

    [Stop Making Sense]는 자유연재물로 제가 소개하고 싶은 음악들에 대해 얘기해 볼 예정입니다. 아무래도 '날선' 음악에 대해서 주로 다룰 것 같습니다. 이런저런 이유로 19세 미만인 분들께서는 접하면 안 되는 음악들도 많이 다룰 예정이니, 19세 미만인 분들께서는 글도 보지 마시고 음악도 접하지 마시길 정중히 부탁드립니다. 또한 문체는 존칭을 생략하였으니, 이 또한 양해 부탁드립니다.

    "우리가 멋진 공연을 했을 때, 공연은 그 어떤 것과도 비교할 수가 없었다. 마치 어떤 종류의 체험처럼, 거기엔 실제로 일어났었던 일들을 뛰어넘는 무엇인가가 있었다. 그것은 카타르시스와 다른 것들 간의 괴상한 크로스오버였다... 많은 사람들에게 중요한 경험이 되었다. The Birthday Party를 본다는 것은, 자신의 세상이 바뀐다는 것을 의미했다."

    - Mick Harvey, The Birthday Party, Interview with the Quietus

     

    0. 지친 얼굴의 남자는 무대를 누빈다. 마치 지난 1주일간 잠이라고는 자 본 적 없는 것처럼 수척한 그는, 마치 의욕이라고는 한 톨도 없는 것처럼, 격렬하지만 무성의하게 쓰레기와 혐오스러움에 대한 단어들을 내뱉으며, 역동적이지만 작위적으로 성교를 흉내 내며, 이리저리 어슬렁거릴 뿐이다. 이 무신경함은 관객에 대해 그가 가진 깊은 역겨움의 냉소적 표현으로까지 느껴질 정도이다. 촌스러운 모자에 연극 무대의 의상 같은 옷을 입은 베이시스트는, 연주보다는 추잡한 섹스어필에만 온 관심이 쏠린 것처럼 굴며, 결국 자신의 악기마저도 내버리고 그 행위에 열중한다. 온통 검은 옷을 입고 담배를 피우는 기타리스트는 자신만의 세계에 빠져 주변의 그 누구도 신경 쓰지 않으며, 비교적 말쑥한 다른 기타리스트와 드러머는 이 광경이 지겹기라도 하듯이 묵묵히 그러나 무의미하게 연주를 하는 '시늉'을 낼 뿐이다. 그렇다, 이것은 실제 공연이 아니라 TV 쇼 무대에 불과하다. 이들에게 TV 쇼 무대라니, 이렇게까지 안 어울리는 조합이 어디 있을까 싶지만 동시에, 이렇게까지 절묘하게 어울리는 조합 또한 없을 것 같이 느껴진다.

     

    1. 폭력, 혼란, 무질서, 공포, 혐오, 절망, 분노, 경외, 생경함. The Birthday Party는 대략 5년 정도 밖에는 존재하지 않았던 밴드였지만, 그들의 음악과 그들의 공연은 수없이 많은 사람들에게 충격과 공포 그 자체로 다가갔다. 사실 이 충격은 거의 3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유효하다. 'Swampland' 같은 곡을 들어 보라, 모든 것을 집어삼킬 기세로 뻗어 나오는 기타 노이즈 덩어리와 리듬의 향연 속에서 저주와 두려움을 토해내는 Nick Cave의 괴성을 집중해서 듣고 있자면 움찔하지 않을 수 있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그의 가사는 때때로 한편의 시와 같은 낭만적 심상을 제공하지만, 이 심상은 사실 죽음과 소녀('Deep In The Woods'), 절망과 회한('Jennifer's Veil') 같은 음습한 풍경이다. 그의 목소리는 불안함에 떨리는 광인의 비명이면서도('Happy Birthday'), 뱃속의 무언가를 끝까지 토해내는 절규이면서도('Blast Off'), 음험한 어두움을 드러내며 으르렁거리는 짐승이면서도('Nick The Stripper'), 낭랑하지만 한없이 어둡게 울려퍼지는 낭송이기도 하다('6'' Gold Blade'). Rowland S. Howard의 기타는 끔찍한 폭력의 광기와 노이즈를 차갑게 쏟아내다가도('Hamlet (Pow Pow Pow)') 음을 최대한 아끼며 고독한 황량함에 일조하기도 하는 등('Wild World') 스타일의 제약 없이 자유자재로 곡을 완성해 나간다. 리듬 파트 또한 장르의 한계 따위는 가볍게 무시하고 직설적인 펑크('Mr. Clarinet'), 재즈('Big-Jesus-Trash-Can'), 블루스('She's Hit')를 넘나들며 특유의 광적 분위기에 일조한다. 이 모든 것은, 다시 Cave의 혐오와 공포로 돌아온다. 그의 앞에서 비극의 주인공은 나락의 운명을 가져오는 살인마로 변하고('Hamlet (Pow Pow Pow)'), 신의 대리인은 황금을 두른 타락자로 추락한다('Big-Jesus-Trash-Can'). 그는 어둠 속에서, 잔뜩 찌푸린 얼굴로, 뱀파이어 섹스('Release The Bats')와 광신도의 자식 살해('She's Hit')에 대해 노래한다.

     

    2. The Birthday Party의 음악은 무한하다고 할 수 있을 정도의 에너지와 창조력으로 다채롭게 폭발하며, 끝없는 분노와 절망감, 공격성을 사방으로 표출해댄다. 그렇다면 이들의 이 광기어린 폭력은 어디에서 나온 것인가? 대체 이들은 어째서 이렇게까지 난폭하게 난동을 부리는 것인가? 그러나 주변을 둘러보면, 이 세상은 사실 쓰레기장 그 자체이다('Junkyard'). 그리고 이 쓰레기장의 왕은, 썩어빠진 껍질을 두른 거대한 존재는 어슬렁거리며 나타나 삶을 경멸하고 세계에게 조소하며 당신에게 마음 속 깊은 곳의 혐오감을 토해내도록 종용한다('King Ink'). 이곳은 더러운 오물과 추잡한 쥐새끼들로 가득하다. 이곳이 낙원이자 천국이라고? 그렇다면 나는 차라리 당장 폭동을, 반란을, 반역을 일으키리라('Mutiny In Heaven').  

     

    "흠, 뉴욕에서 했던 첫 공연을 정말로 좋아했었다. 우리가 쫓겨났었던 그 공연 말이다. 아마도 공연장이 The Underground 였던 것 같은데, 관계자들은 우리를 내쫓으려고 했고, 우리는 떠나지 않으려고 발악하고 있었고, 그들은 "한 곡만 더 하고 나가라" 라고 했고, 우리는 'King Ink'를 연주했다. 우리는 이번 한 곡을 연주하면 바로 나가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이 전까지 한 3곡 정도를 연주했던 상태였었고, 우리는 말하자면 완전히 극단으로 치닫고 있었다. 내 말은, 그러니까 밴드는 에너지 측면에서 완전히 정점에 서 있었고, 단 한 곡만을 더 연주할 수 있었으며, 그 곡은 무려 'King Ink'였고, 그 날 우리는 그 곡을 완전히 강력하게 연주해 올리고 있었다. 그 곳에는 물리적인 측면에서나 음악적인 측면에서나 완전히 증오와 폭력으로 가득 차 있었고, 따라서 정말로 대단한 순간이었다. 우리는 관객들을 음악으로 압사시키려고 하고 있었고, 그것은 정말로 훌륭한 경험이었다."

    - Nick Cave, The Birthday Party, Interview with the Offence Newsletter

    ※The Birthday Party: Mick Harvey, Nick Cave, Phill Calvert(~1982), Tracy Pew, Rowland S. Howard

    R. I. P. Tracy Pew (1957~1986) & Rowland S. Howard (1959~2009)